낙월영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언니가 아버지를 해치신 거죠?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그리고 그날 밤 부쉈던 유골함은 대체 무엇입니까?”낙월영은 줄곧 그 일을 마음에 두었고 잠도 잘 자지 못했다. 의문과 추측 때문에 그녀는 미칠 것 같았다.낙청연은 차갑게 웃었다.“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으면서 왜 내게 묻는 것이냐?”낙월영은 크게 충격을 받았는지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역시, 언니가 아버지를 죽였군요!”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누군가 네 아버지를 해쳤다면 그것은 너일 것이다!”낙해평을 죽인 건 부진환이었다.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부진환이 이궁의난을 조사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낙해평을 죽였을 것이다.낙월영이 굳이 섭정왕부에 시집오려 하지 않았다면 낙해평은 부진환과 거래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죽지도 않았을 것이다.낙청연은 느긋하게 대꾸했다.“그 유골함은...”낙월영은 두 눈이 벌게서 낙청연을 죽어라 노려보았다.낙월영은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믿고 싶지 않아 확인해 보려는 것뿐이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냉소를 흘렸다.“그래. 그것은 내 어머니의 유골이 아니다. 네가 처음 유골함을 깼을 때부터 그 안에 있던 것은 네 어머니의 유골이었다!”차갑게 내뱉은 말에 낙월영은 철저히 무너졌다.낙월영은 유골함을 깼던 순간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녀는 자기 손으로 직접 어머니의 유골을...“아! 낙청연! 왜! 왜! 왜!”낙월영은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그녀는 너무 고통스러웠다.“너를 죽일 것이다!”낙월영은 완전히 미쳐버린 건지 낙청연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목을 조르려 했다.낙청연은 본능적으로 낙월영의 손을 잡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낙월영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손목에서 느껴지는 무력감과 고통에 낙청연은 충격을 받았다.부경리 또한 놀랐다. 낙청연은 이제 낙월영조차 이기지 못했다.정신을 차린 부경리는 낙월영을 붙잡아 낙청연에게서 떨어뜨려 놓았다.힘을 너무 많이 썼는지
부진환은 싸늘한 눈빛으로 경고했다.“낙청연이 언제 널 매수한 것이냐?”차가운 말은 마치 칼날처럼 예리했다.부경리가 설명하려고 하는데 낙청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매수한 적 없습니다. 7황자가 눈이 먼 것도 아니고.”의미심장한 말에 부진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낙청연은 그가 눈이 멀었다는 걸 돌려 말했다.부진환은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어올랐고 눈빛도 사납게 변했다. 그는 낙청연을 노려보았다.“네 무공을 없애버렸는데도 얌전하지 못하구나. 또 월영이를 다치게 한다면 널 죽일 것이다!”매서운 어투와 눈빛에 부경리는 겁을 먹었다.“셋째 형님...”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화가 난 얼굴로 부경리를 보았다.“너 또한 마찬가지다! 난 너에게 낙청연과 편을 먹으라 한 적이 없다!”부경리는 당황했다.곧이어 부진환은 낙월영을 데리고 떠났다.가는 길에 부진환은 호흡이 가빠졌다. 마음속에 불덩이가 끓어오르는 것 같은데 이성은 그에게 조금 전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부경리 또한 울컥했다.“참나, 누가 섭정왕부에 있고 싶어서 있나, 지금 당장 떠나겠습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길 뿐, 그를 말릴 수는 없었다.부경리는 그날 당장 왕부를 떠났다.지초는 옆에서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왕야께서는 왜 그러신답니까? 7황자께도 저러다니요. 낙월영이 뭐가 그리 좋다고.”방으로 돌아온 낙청연은 옷을 갈아입은 뒤 오랜만에 가면을 썼다.“왕비 마마, 이것은...”낙청연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경맥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야겠다.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처소 문을 전부 잠그고 치료해야 하니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고 하거라.”지초는 고개를 끄덕였다.“네.”-뒷문으로 나온 낙청연은 우선 부설루로 향했다. 부설루에서 저낙의 옷으로 갈아입은 뒤 그녀는 점포로 향했다.점포는 오랫동안 문을 닫은 상태였고 저 신산도 인기가 예전보다 못해 손님이 별로 없었다. 알고 싶은 건 전부 알게 됐기 때문이다.가끔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가 찾아오긴
낙청연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조심스럽게 문 뒤에 섰다. 비수를 꺼내 들었으나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손목이 덜덜 떨렸다.문밖의 사람은 인기척을 들었는지 곧바로 비수를 꺼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그 순간, 낙청연은 비수의 서늘한 빛을 보았고 긴장한 듯 숨을 죽였다.문밖의 사람이 몸을 반쯤 내밀자 낙청연은 비수를 꼭 쥐고 그를 기습하려 했다.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괴이한 광풍이 불었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사라졌다.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깜짝 놀란 낙청연은 방에서 나와 광풍이 그 사람을 데리고 이 저택에서 사라지는 걸 보았다.나뭇잎처럼 가벼워 보이는 그것은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바람이 멎자 달빛 아래 정원에 서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그 풍채 좋은 모습은 남들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바닥에 길게 늘어뜨린 긴 꼬리와 달빛을 받아 은은한 광택이 도는 비늘은 섬뜩했다.낙청연은 그에게 다가가지 않고 조용히 송천초의 방을 바라보는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가까워지고 싶지만 가까이할 수 없어 괴로운 얼굴이었다.송천초의 방은 불이 밝혀져 있지 않았지만 조금 전 누군가 그녀의 방 안에 들어가려 했을 것이다.낙청연은 걱정되어 가서 문을 두드렸다.문 뒤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송천초는 겁을 먹고 몸을 움찔 떨었다.안에서 소리를 들은 낙청연은 오랫동안 문이 열리지 않자 소리 내 말했다.“나다.”송천초는 그제야 문을 열었다.문을 연 순간 송천초는 정원에 서 있는 그것을 보았다.그러나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건 남자의 모습이 아니라 그의 꼬리였다.송천초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곧바로 문을 닫았다.낙청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아직도 많이 무서운 것이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팔을 잡았다.낙청연은 방 안의 불을 밝힌 뒤 송천초와 함께 침대맡에 앉았다.“자주 나타나는 것이냐?”낙청연은 질문을 던지며 바깥을 바라봤다. 흐릿하지만 여전히 정원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제가 위험할
“그대가 와서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밤은 힘들었을 겁니다.”낙청연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송천초의 손을 잡아줬다.-낙청연은 며칠 동안 송천초와 함께 지냈고 진소한은 거의 오지 않았다.낙청연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 쓰일 새로운 처방을 썼다. 그녀에게는 상처를 천천히 치료할 시간이 없었고 최대한 빨리 나아야 했다. 지금처럼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면 아무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송천초는 그녀의 처방에 따라 약을 달인 뒤 그것을 가져왔다.“참 본인한테 모질게 구시는군요. 이렇게 위험한 처방을 쓰시다니요? 자칫하면 정말 평생 힘을 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송천초는 그녀에게 약을 건네주기 싫었다.결국 낙청연은 억지로 그녀에게서 약을 가져온 뒤 단숨에 삼켰다.“나 같은 상황에서 무공을 못 쓴다면 죽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름없다. 이렇게 위험한 방법이 아니라면 언제 나을지 어떻게 알겠느냐?”낙청연은 정원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하다가 갑자기 피를 토했다.“보십시오! 약이 너무 강해 몸이 버티질 못합니다!”송천초는 다급히 손수건을 건넸고 낙청연은 그것으로 피를 닦은 뒤 계속했다.“죽지만 않으면 된다.”무공이 없어 언제든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는 몸이 다치는 게 나았다.송천초는 마음 아픈 얼굴로 그녀의 곁을 지켰다.그녀는 중얼거리며 말했다.“왕야도 참, 그대가 몇 번이나 구해줬는데도 어떻게 그렇게 모질 수 있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대를 죽이려 하는데 그대의 무공을 없앴다니요!”그건 그냥 죽으라는 얘기였다!낙청연이 너무 마음이 급해서일까, 약효가 너무 강해 저녁 이후로 낙청연은 아무것도 들지 못했다.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된 느낌이었다.송천초는 몇 번이나 그녀를 설득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어쩔 수 없이 약을 달여주었다.저녁이 되고 낙청연은 약을 또 한 그릇 먹었다.바로 그때, 뒷문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송천초가 가서 문을 열어 보니 지초가 그곳에 있었다.“왜 그러느냐? 무슨 일 있느
“저 신산은 유람을 떠났습니다. 이곳에 있지 않으니 왕야께서는 이만 돌아가세요.”송천초가 거절했다.그곳에 가보니 부진환이 취한 얼굴로 손에 술을 들고 있었다.그는 문가에 기대어 선 채 문을 잡고 취기 오른 얼굴로 물었다.“언제 유람을 떠난 것이오? 난 왜 몰랐지?”“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고 혼자 떠났습니다.”송천초는 문을 닫고 싶었지만 닫을 수 없어 짜증 섞인 어조로 말했다.“그런가.”부진환은 실망한 어조로 천천히 벽에 기대어 앉았고 송천초는 그 기회를 틈타 문을 닫고서는 나무 막대기로 문을 막았다.정원에 돌아오자 낙청연이 물었다.“자주 찾아왔느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꽤 자주 왔습니다. 평소에는 멀쩡한 상태로 와서는 그대가 없다는 걸 알고는 그냥 갔습니다. 정말 그대를 친우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저런 사람은 가깝게 둘수록 위험하니 신경 쓰지 마세요.”송천초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예전에 낙청연이 다쳤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무공을 없앤 건 정말 너무한 일이었고 절대 참을 수 없었다!낙청연은 심경이 복잡했고 더는 그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오늘 밤은 달빛이 환했다. 지붕 위로 올라간 낙청연은 나침반을 꺼내 하늘과 땅의 기운을 흡수했다.이것은 가장 초보적인 수련 방법이었다. 현재 낙청연은 이런 방법으로 다친 경맥을 회복할 수밖에 없었다.곧 자시가 되었고 처마 밑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낙청연은 정신을 차렸다.밖에 사람이 있는 듯했다.그녀는 지붕 위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고 돌계단 위에 앉아있는 부진환을 보았다.그는 고주망태가 되어 문 앞에 널브러져 있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평소 위엄 넘치고 도도하던 섭정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잠시 고민하던 낙청연은 송천초를 불러와 부진환을 끌고 들어갔다.그 과정에 부진환은 정신을 차렸고 벽을 짚고 스스로 안으로 들어왔다.“유람을 떠났다고 하지 않았소?”부진환은 취한 상태라 비틀거리며 걸었다.“방금 돌아왔습니다.”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사람의 사상을 조종하고 감정에 영향을 주지만 완전히 의식이 없는 것은 아닌 그런 방법 말이오. 상대의 희로애락을 신경 쓰고 상대가 다친 것 때문에 화가 나고 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오. 분명 그녀가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자꾸만 감싸주고 싶소.”부진환은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그 말에 낙청연은 넋이 나갔다.그건 누군가를 좋아할 때 생기는 현상이었다.“왕야, 상대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낙청연은 왠지 모르게 그 말을 할 때 마음이 아팠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좋아한다고? 그런 건 아닌 것 같소. 좋아하는 느낌은 그런 것이 아니요.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말이오.”부진환은 머리가 지끈거려 또 술을 들이켰다.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왕야께서 말씀하신 증상이 정말 조종당해서 생긴 것이라면 고충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왕야의 몸에는 고충이 없습니다.”그 말에 부진환은 눈을 감으며 절망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내가 정말 그녀를 그렇게까지 좋아한단 말인가?”낙청연은 순간 가슴이 저릿했고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그녀는 주먹을 움켜쥐었다.“네. 왕야는 어쩌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상대를 사랑하는 걸지도 모릅니다.”그는 낙월영에게 항상 그랬다.낙월영의 진짜 모습과 그녀의 계략, 수단을 알게 된 부진환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그녀에 대한 감정을 정리할 수도 없었다.비록 낙청연도 부진환에게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지만 낙월영에 대한 부진환의 감정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부진환은 그 말에 더욱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믿을 수 없었다!그럴 리가 없었다!부진환은 계속해 술을 마셨고 결국 완전히 취했다.그는 등나무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그를 두어 번 불러보았으나 반응이 없었다. 정말 잠든 듯했다.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부진환의 곁으로 가서 앉았고 그의 옷깃을 파헤쳤다.바로 그때 송천초가 다급히 다가가 낙청연을 말렸다.“뭐 하십니까? 왜 막 만지고 그러
낙청연은 몸이 경직되어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전...”부진환은 의자에서 등을 떼며 취기 오른 눈빛으로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자네를 형제라고 생각했는데 나한테 그런 마음을 품고 있던 것이오?”말을 마친 뒤 그는 딸꾹질까지 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며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손을 저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취해서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그녀는 곧바로 부진환의 손을 떨쳐내며 말했다.“무슨 마음 말입니까? 술을 흘려 옷이 젖었길래 옷을 바꿔주려 한 것뿐입니다.”부진환은 이마를 주무르면서 취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그렇소?”“네.”하지만 부진환은 옷을 여몄고 다시 의자 위에 누우며 말했다.“괜찮소. 난 조금 자겠소.”낙청연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부진환은 취했어도 보통 사람보다 경계심이 강했다.그의 옷을 벗길 때도 깨어나지 않았는데 소매 안의 물건에 손을 대자 깨어나다니, 그것을 아주 중요시한다는 게 확실했다.낙청연은 낙해평이 대체 부진환에게 무슨 소리를 했는지 더욱더 궁금해졌다. 필시 이궁의난과 관련된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진환이 손수건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할 리 없었다.그 손수건은 사부님의 것이었다.부진환의 호흡이 안정되자 낙청연은 술잔을 들어 부진환의 옷소매와 몸에 술을 더 뿌렸다.밤이 깊어지자 송천초는 부진환에게 이불 하나를 덮어주었고 낙청연은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날이 밝았다.낙청연이 깨어났을 때 부진환은 정원에 없었다.오후가 되자 낙청연은 몰래 왕부로 돌아가 등 어멈의 상처를 보았다. 다행히 상처가 심각하지 않았고 그녀는 여전히 내원 관사였다.지초가 말했다.“어젯밤 왕야께서는 왕부에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낙월영은 밤새 계집종 여럿을 괴롭혔고요. 그런데 왕야는 오늘도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아마 낙월영이 싫증 난 모양입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움찔했다. 부진환이 낙월영을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한테 시비를 걸지만 않으면 된다. 기억하거라.
송천초는 웃었다.“있긴 있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집에도 고작해야 네다섯 개쯤 있을 겁니다. 극도의 한기를 품은 약재라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그대에게는 쓸 수 없는 약이지요.”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기산 송무(岐山鬆木)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그 말에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기산 송무요? 여국에만 있는 물건이 아닙니까? 여국에서도 찾기 어려운 것입니다. 저희 집에도 기산 송무가 있었지만 이미 써버렸지요. 그것은 벽수한엽과 성질이 상반되고 모두 효과가 강력한 약이라 몸이 상하는 것을 막기에 딱 좋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경맥을 치료하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낙청연은 한숨을 쉬었다.“찾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예전에 그녀의 약함에 기산 송무가 있긴 했지만 당시에 벽수한엽이 없어 그 약을 써본 적이 없다.그런데 지금은 벽수한엽이 있는데 기산 송무가 없었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송천초는 벽수한엽을 정리해두었다.낙청연은 며칠 더 치료를 계속했고 몸은 점점 호전되어 예전처럼 약하지 않았다.그날 지초는 다시 점포로 찾아와 서신 하나를 전했다.“왕비 마마, 이것은 계양에서 보낸 서신입니다. 랑랑 소저께서 쓰신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서신을 받은 뒤 그것을 꺼내 봤다.낙랑랑은 그녀에게 최근 바쁘지 않은지 물었고 그녀와 부진환이 계양에 와서 며칠 묵길 바란다고 했다.그리고 낙운희도 그녀와 함께 오길 바랐다. 낙랑랑은 낙운희와 회포를 풀고 싶은 듯했다.낙청연은 최근 치료를 해야 하고 다른 건 할 수 없었기에 계양에 한 번 가볼 셈이었다.진법을 만든 뒤로 낙랑랑의 생활이 예전으로 돌아갔는지도 알아보고 싶었다.낙청연이 계양으로 간다는 걸 알게 된 송천초는 그녀와 함께 떠나고 싶다고 했다.두 사람은 그날 밤 날이 어두워진 뒤 마차를 타고 출발했다.무영은 성을 나선 뒤로 줄곧 그들을 보호했다.-며칠 뒤 낙청연은 계양에 도착했다.계양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였고 예전처럼 번화했다.정오가 되자 낙청연은 먼저 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