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사상을 조종하고 감정에 영향을 주지만 완전히 의식이 없는 것은 아닌 그런 방법 말이오. 상대의 희로애락을 신경 쓰고 상대가 다친 것 때문에 화가 나고 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오. 분명 그녀가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자꾸만 감싸주고 싶소.”부진환은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그 말에 낙청연은 넋이 나갔다.그건 누군가를 좋아할 때 생기는 현상이었다.“왕야, 상대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낙청연은 왠지 모르게 그 말을 할 때 마음이 아팠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좋아한다고? 그런 건 아닌 것 같소. 좋아하는 느낌은 그런 것이 아니요.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말이오.”부진환은 머리가 지끈거려 또 술을 들이켰다.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왕야께서 말씀하신 증상이 정말 조종당해서 생긴 것이라면 고충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왕야의 몸에는 고충이 없습니다.”그 말에 부진환은 눈을 감으며 절망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내가 정말 그녀를 그렇게까지 좋아한단 말인가?”낙청연은 순간 가슴이 저릿했고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그녀는 주먹을 움켜쥐었다.“네. 왕야는 어쩌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상대를 사랑하는 걸지도 모릅니다.”그는 낙월영에게 항상 그랬다.낙월영의 진짜 모습과 그녀의 계략, 수단을 알게 된 부진환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그녀에 대한 감정을 정리할 수도 없었다.비록 낙청연도 부진환에게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지만 낙월영에 대한 부진환의 감정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부진환은 그 말에 더욱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믿을 수 없었다!그럴 리가 없었다!부진환은 계속해 술을 마셨고 결국 완전히 취했다.그는 등나무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그를 두어 번 불러보았으나 반응이 없었다. 정말 잠든 듯했다.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부진환의 곁으로 가서 앉았고 그의 옷깃을 파헤쳤다.바로 그때 송천초가 다급히 다가가 낙청연을 말렸다.“뭐 하십니까? 왜 막 만지고 그러
낙청연은 몸이 경직되어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전...”부진환은 의자에서 등을 떼며 취기 오른 눈빛으로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자네를 형제라고 생각했는데 나한테 그런 마음을 품고 있던 것이오?”말을 마친 뒤 그는 딸꾹질까지 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며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손을 저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취해서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그녀는 곧바로 부진환의 손을 떨쳐내며 말했다.“무슨 마음 말입니까? 술을 흘려 옷이 젖었길래 옷을 바꿔주려 한 것뿐입니다.”부진환은 이마를 주무르면서 취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그렇소?”“네.”하지만 부진환은 옷을 여몄고 다시 의자 위에 누우며 말했다.“괜찮소. 난 조금 자겠소.”낙청연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부진환은 취했어도 보통 사람보다 경계심이 강했다.그의 옷을 벗길 때도 깨어나지 않았는데 소매 안의 물건에 손을 대자 깨어나다니, 그것을 아주 중요시한다는 게 확실했다.낙청연은 낙해평이 대체 부진환에게 무슨 소리를 했는지 더욱더 궁금해졌다. 필시 이궁의난과 관련된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진환이 손수건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할 리 없었다.그 손수건은 사부님의 것이었다.부진환의 호흡이 안정되자 낙청연은 술잔을 들어 부진환의 옷소매와 몸에 술을 더 뿌렸다.밤이 깊어지자 송천초는 부진환에게 이불 하나를 덮어주었고 낙청연은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날이 밝았다.낙청연이 깨어났을 때 부진환은 정원에 없었다.오후가 되자 낙청연은 몰래 왕부로 돌아가 등 어멈의 상처를 보았다. 다행히 상처가 심각하지 않았고 그녀는 여전히 내원 관사였다.지초가 말했다.“어젯밤 왕야께서는 왕부에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낙월영은 밤새 계집종 여럿을 괴롭혔고요. 그런데 왕야는 오늘도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아마 낙월영이 싫증 난 모양입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움찔했다. 부진환이 낙월영을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한테 시비를 걸지만 않으면 된다. 기억하거라.
송천초는 웃었다.“있긴 있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집에도 고작해야 네다섯 개쯤 있을 겁니다. 극도의 한기를 품은 약재라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그대에게는 쓸 수 없는 약이지요.”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기산 송무(岐山鬆木)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그 말에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기산 송무요? 여국에만 있는 물건이 아닙니까? 여국에서도 찾기 어려운 것입니다. 저희 집에도 기산 송무가 있었지만 이미 써버렸지요. 그것은 벽수한엽과 성질이 상반되고 모두 효과가 강력한 약이라 몸이 상하는 것을 막기에 딱 좋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경맥을 치료하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낙청연은 한숨을 쉬었다.“찾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예전에 그녀의 약함에 기산 송무가 있긴 했지만 당시에 벽수한엽이 없어 그 약을 써본 적이 없다.그런데 지금은 벽수한엽이 있는데 기산 송무가 없었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송천초는 벽수한엽을 정리해두었다.낙청연은 며칠 더 치료를 계속했고 몸은 점점 호전되어 예전처럼 약하지 않았다.그날 지초는 다시 점포로 찾아와 서신 하나를 전했다.“왕비 마마, 이것은 계양에서 보낸 서신입니다. 랑랑 소저께서 쓰신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서신을 받은 뒤 그것을 꺼내 봤다.낙랑랑은 그녀에게 최근 바쁘지 않은지 물었고 그녀와 부진환이 계양에 와서 며칠 묵길 바란다고 했다.그리고 낙운희도 그녀와 함께 오길 바랐다. 낙랑랑은 낙운희와 회포를 풀고 싶은 듯했다.낙청연은 최근 치료를 해야 하고 다른 건 할 수 없었기에 계양에 한 번 가볼 셈이었다.진법을 만든 뒤로 낙랑랑의 생활이 예전으로 돌아갔는지도 알아보고 싶었다.낙청연이 계양으로 간다는 걸 알게 된 송천초는 그녀와 함께 떠나고 싶다고 했다.두 사람은 그날 밤 날이 어두워진 뒤 마차를 타고 출발했다.무영은 성을 나선 뒤로 줄곧 그들을 보호했다.-며칠 뒤 낙청연은 계양에 도착했다.계양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였고 예전처럼 번화했다.정오가 되자 낙청연은 먼저 연지
낙청연은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인이 사람을 괴롭히고 있었다.그녀를 접대한 사람은 열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낭자였는데 약간 주눅이 들어 말했다: “부인, 우리 점포는 이것이 전부입니다. 부인께서는 모두 시험해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습니다. 아니면 다른 집 점포를 둘러보시는 게 어떻습니까?”상 위에는 이미 한 무더기의 각종 일용 용기가 가득 놓여 있었다.한 무더기를 시험해보았지만 모두 싫다고 했다. 이건 분명 트집을 잡으러 온 것이다!“무슨 뜻이냐?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문 열고 장사하는데 이렇게 손님을 대접해서 되겠느냐? 이 계집애야, 내가 오늘 널 제대로 혼내줘야겠다!”그 부인은 손을 들더니 그 낭자를 때리려고 했다.낙청연은 바로 앞으로 다가가 그 부인의 손을 덥석 잡았다,“입이 이렇게 더러운데, 연지 점포는 왜 오셨을까? 가야 할 곳은 뒷간인 것 같은데!”상대방은 잠깐 발버둥 치며 힘겹게 빠져나왔다. 순간 낙청연의 손목에 힘이 빠져 손이 풀렸다.“넌 누구인데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것이냐?”“맞고 싶어?”그 부인은 유난히 교활하고 포악했다. 그녀는 다짜고짜 낙청연을 밀치려고 했으나, 낙청연은 몸을 옆으로 피했다. 그러자 그 부인은 몇 걸음 비틀거리더니, 더욱 화가 났다.앞으로 다가와 낙청연을 혼내려고 했다.송천초가 막 손을 쓰려고 할 때, 갑자기 어떤 사람이 손을 뻗더니, 먼저 상대방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낙청연이 뒤돌아보니, 얼굴과 손등에 검상(劍傷)이 많고, 피부가 거무스름하며 매우 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였다.그 남자는 그저 살짝 그 부인의 손목을 잡았을 뿐인데, 상대방은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이때, 청색 옷 한 벌을 걸친 낙랑랑이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우 장궤(虞老板), 당신은 내 점포에서 벌써 네 번째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 만약 계속 이러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낙랑랑은 냉랭한 어투로 경고했다.우초(虞椒)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
”인정 있고 의리가 있는 사람이야!”낙랑랑의 어투에서, 범영현을 매우 흠모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 우 장궤는 뭐 하는 사람입니까?” 낙청연은 궁금해하며 물었다.낙랑랑이 대답했다: “연지 점포의 주인이야, 하지만 우리 점포가 열린 뒤로부터, 그녀의 연지 점포는 거의 장사가 없어.”“그래서 늘 우리 점포에 와서 소란을 피우거든, 우리 집 손님을 쫓아내려는 거지 뭐.”“괜찮아,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저 집 연지 점포는 내가 이미 사람을 시켜 조사해봤어, 싼 재료를 많이 써서 오래 쓰면 얼굴이 썩기 쉽거든.”“게다가 탈세도 많이 했어.”“장부는 이미 손에 넣었거든.”“그래서 그녀가 소란을 피워도 전혀 두렵지 않아.”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잠깐 멍해 있더니, 끝내 참지 못하고 흐뭇하게 웃었다.낙랑랑은 의아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며 물었다: “왜 웃는 것이야?”“기뻐서 웃었습니다. 지금의 언니는 예전에 태부부에 있을 때와 비교해보면 정말 변화가 큽니다. 언니는 총명하니, 담력만 있으면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낙청연은 진심으로 기뻐했다.이 말을 들은 낙랑랑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은 나에게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어. 사람은 모두 이러면서 성장하는 것 같아.”지금의 낙랑랑을 보니, 낙청연은 마음이 놓였다.“요즘 풍도 상회는 어떠합니까?”낙랑랑이 대답했다: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어.”“풍도 상회의 기반은 매우 튼튼한 편이었어. 얼마 걸리지 않아 정상으로 돌아왔어.”“다행입니다.”낙청연은 원래 범산화와 진훤의의 상황을 물어보려고 했으나, 다시 생각해 보더니,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아서 그만뒀다.낙랑랑의 저택은 예전의 범가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그녀 혼자 살기에는 충분했다.정원 곳곳은 모두 정성을 기울여 가꾼 모습이었다. 화화초초들은 유난히 무성하게 피어 있고, 구석구석까지 모두 낙랑랑의 심혈이 숨겨져 있었다. 매우 아늑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잠깐 앉아있으니, 주방에서 음식을 올려
”훤의가 청루에 잡혀갔어!”“랑랑, 제발 훤의를 살려줘!”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저도 몰래 눈썹을 들썩이었다.이렇게 빨리 효험을 본 것인가?하지만 낙랑랑은 듣더니 매우 놀라 하며 물었다: “왜 청루에 잡혀간 겁니까? 청루에 잡혀갔으면, 관부에 찾아가야지, 왜 저를 찾아온 겁니까?”범산화는 절망적인 어투로 말했다: “진훤의가 예전에 밉보였던 사람들이 좀 있거든, 그들에게 빚을 좀 졌어. 일이 터지고 그 사람들이 찾아와서 돈을 갚으라고 핍박했어.”“훤의는 이제 아무것도 없어, 우리에게 그 빚을 갚을 돈이 어디 있겠어?”“모든 가산을 팔았지만, 돈을 갚지 못했어. 그러자 그들은 훤의를 청루에 팔아 버렸어.”이 말을 들은 낙랑랑은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빚이 얼마입니까?”범산화는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아직 7만 냥이 부족해.”“7만 냥? 이렇게 큰돈을 랑랑 언니더러 대신 갚아 달라는 겁니까?”낙청연은 차갑게 웃었다.“그러고 보니 진훤의는 그 사람에게 밉보인 게 아니라, 사기를 친 것 같구먼. 그자들이 진훤의만 팔아넘기고, 당신은 건드리지 않은 걸 보니, 일을 관대하게 처리한 것 같소.”낙청연의 몇 마디에, 범산화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수치심을 느꼈다.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그는 낙랑랑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외에, 찾아갈 사람이 없었다.“랑랑, 너는 항상 마음이 착하고 성격이 온화한 걸 나는 다 알고 있어, 나를 꼭 도와줄 거지? 그렇지?”“일일부처백일은(壹日夫妻百日恩), 제발 나를 좀 도와주거라.”범산화는 말을 하더니, 무릎을 꿇은 채로 두 걸음 앞으로 다가가, 낙랑랑의 치맛자락을 잡으며, 애걸복걸했다.보고 있던 낙청연은 낙랑랑의 마음이 약해질까 봐, 말리려고 했다.하지만 낙랑랑이 먼저 말했다.“당신들이 진 빚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나의 마음이 곱다고 하여 내가 당신들의 빚을 갚아 줄 이유는 없습니다.”“다시는 일일 부처 백일은 같은 소리는 하지 마세요. 우리 사이에는,
낙랑랑은 미소를 짓더니, 겸손하게 말했다: “가끔 흥미가 생기면 만들어 보는 겁니다. 능통한 편은 아닙니다.”세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낙랑랑이 그녀들을 데리고 계양 성을 구경시켰다.계양 성의 변화는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다. 풍도 상회는 여전히 온 계양 성의 대부분 점포를 운영하고 있었다. 다만 예전처럼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지는 않았다.어느새 저녁이 되었다.낙운희는 한밤중에 조용히 후원으로 들어왔다. 낮에 나타나는 건 좀 불편했기 때문이다. 필경 세상 사람들은 낙운희가 이미 죽은 줄로 알고 있다.낙운희는 한밤중에 낙랑랑의 거처에 찾아와, 낙랑랑을 재회했다.저녁 밥을 먹은 뒤, 그녀들은 후원에서 한가로이 잡담도 나눴다.한참 후, 각자 휴식하러 가자, 낙랑랑은 낙청연을 방으로 불렀다.“이건 최근 풍도 상회의 일부 장부다.”“마침 네가 왔으니, 너와 상의해야 할 일이 좀 있다.”낙랑랑도 이렇게 큰 장사는 처음이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일이 많아, 낙청연과 상의해야 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장부를 함께 봐주었다.무심코 한 페이지를 펼쳐 보면서 낙랑랑과 상의했다.다른 한 페이지를 펼쳤을 때, 위에 네 글자를 보고 낙청연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기산 송무!한창 말을 하고 있던 낙랑랑은 낙청연의 표정을 보더니, 약간 놀라서 물었다: “왜 그러느냐?”낙청연은 장부를 가리키며 물었다: “상대(商隊)들이 운반해온 일부 약재들 속에 기산 송무가 들어있습니까?”낙랑랑은 기산 송무가 무엇인지 몰랐다. 그녀는 장부를 가져와 보더니 말했다: “이건 아마 우리가 인수하기 전에 있었던 장부인 것 같다.”“그러나 이 물건은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물건들이라, 두 달 이상은 걸려.”“한 번 보자꾸나……”“만약 이변이 없다면, 아마 5일 뒤에 계양 성에 도착할 거야.”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마음속으로 무척 기뻤다.5일!시간이 딱 맞다!낙청연은 다시 장부를 가져가더니, 자세히 살펴보았다. 낙청연의 생각이 맞는다면 이 약재들은 아마 여국에서 운반
설마 그 신비한 사람이 풍도 상회를 탐하고 있는 건가?낙랑랑은 풍도 상회에 있고, 낙청연은 지금 풍도 상회 배후의 회장이다. 이 신비한 사람은 왜 계양으로 갔을까? 어쨌든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부진환은 즉시 일어나더니 말했다: “사람을 소집하거라, 오늘 밤 바로 계양으로 출발한다!”“예!”--하루 또 하루, 낙청연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기다리고 있었다.드디어, 닷새가 되었다.밤이 되자, 봉화 상대가 계양 성에 도착했다고 누군가 와서 보고했다.낙청연은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그들이 물건을 풍도 상회로 운반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송천초도 함께 낙청연과 함께 신경을 곤두세우고 기다렸다. “설마 길에서 강탈당한 건 아니겠지요?”낙청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기산 송무는 다른 약재들과 함께 운반되어 왔어, 만약 도중에 강탈하면 아예 끌고 갈 수가 없어. 그리고 천천히 기산 송무를 찾아낼 시간도 없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너무 커.”“게다가 그건 예전의 장부에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야, 우리가 새로 풍도 상회를 인수하고, 우리가 기산 송무를 발견했다는 것도, 그리고 우리가 기산 송무를 노리고 있다는 것도 그녀는 모를 것이다.”“낙정은 물건이 들어온 후에 조용히 찾으러 올 것이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발 모든 것이 순조롭기를 바랍니다.”기산 송무와, 그녀 손에 있는 벽수한엽만 있으면 낙청연은 무공을 회복할 수 있다!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상대가 드디어 도착했다.그들은 대문을 두드렸다.송천초가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주니, 그들은 약재 상자를 연이어 들여왔다.송천초가 그들에게 돈을 계산해주자, 그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바로 떠나갔다.그들이 떠나자, 송천초는 즉시 방문을 닫았다.낙청연은 상자를 열어 한 상자씩 뒤지기 시작했다.그러나 여덟 상자나 되는 약재 속에서 기산 송무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바로 이때, 그 음산한 기운이 과연 나타났다.낙청연의 미간이 흔들렸다. “왔다.”낙청연은 커다란 상자 몇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