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54화

낙청연은 몸이 경직되어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전...”

부진환은 의자에서 등을 떼며 취기 오른 눈빛으로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난 자네를 형제라고 생각했는데 나한테 그런 마음을 품고 있던 것이오?”

말을 마친 뒤 그는 딸꾹질까지 했다.

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며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손을 저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취해서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그녀는 곧바로 부진환의 손을 떨쳐내며 말했다.

“무슨 마음 말입니까? 술을 흘려 옷이 젖었길래 옷을 바꿔주려 한 것뿐입니다.”

부진환은 이마를 주무르면서 취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렇소?”

“네.”

하지만 부진환은 옷을 여몄고 다시 의자 위에 누우며 말했다.

“괜찮소. 난 조금 자겠소.”

낙청연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부진환은 취했어도 보통 사람보다 경계심이 강했다.

그의 옷을 벗길 때도 깨어나지 않았는데 소매 안의 물건에 손을 대자 깨어나다니, 그것을 아주 중요시한다는 게 확실했다.

낙청연은 낙해평이 대체 부진환에게 무슨 소리를 했는지 더욱더 궁금해졌다. 필시 이궁의난과 관련된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진환이 손수건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할 리 없었다.

그 손수건은 사부님의 것이었다.

부진환의 호흡이 안정되자 낙청연은 술잔을 들어 부진환의 옷소매와 몸에 술을 더 뿌렸다.

밤이 깊어지자 송천초는 부진환에게 이불 하나를 덮어주었고 낙청연은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

날이 밝았다.

낙청연이 깨어났을 때 부진환은 정원에 없었다.

오후가 되자 낙청연은 몰래 왕부로 돌아가 등 어멈의 상처를 보았다. 다행히 상처가 심각하지 않았고 그녀는 여전히 내원 관사였다.

지초가 말했다.

“어젯밤 왕야께서는 왕부에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낙월영은 밤새 계집종 여럿을 괴롭혔고요. 그런데 왕야는 오늘도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아마 낙월영이 싫증 난 모양입니다!”

그 말에 낙청연은 움찔했다. 부진환이 낙월영을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시비를 걸지만 않으면 된다. 기억하거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