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의가 청루에 잡혀갔어!”“랑랑, 제발 훤의를 살려줘!”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저도 몰래 눈썹을 들썩이었다.이렇게 빨리 효험을 본 것인가?하지만 낙랑랑은 듣더니 매우 놀라 하며 물었다: “왜 청루에 잡혀간 겁니까? 청루에 잡혀갔으면, 관부에 찾아가야지, 왜 저를 찾아온 겁니까?”범산화는 절망적인 어투로 말했다: “진훤의가 예전에 밉보였던 사람들이 좀 있거든, 그들에게 빚을 좀 졌어. 일이 터지고 그 사람들이 찾아와서 돈을 갚으라고 핍박했어.”“훤의는 이제 아무것도 없어, 우리에게 그 빚을 갚을 돈이 어디 있겠어?”“모든 가산을 팔았지만, 돈을 갚지 못했어. 그러자 그들은 훤의를 청루에 팔아 버렸어.”이 말을 들은 낙랑랑은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빚이 얼마입니까?”범산화는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아직 7만 냥이 부족해.”“7만 냥? 이렇게 큰돈을 랑랑 언니더러 대신 갚아 달라는 겁니까?”낙청연은 차갑게 웃었다.“그러고 보니 진훤의는 그 사람에게 밉보인 게 아니라, 사기를 친 것 같구먼. 그자들이 진훤의만 팔아넘기고, 당신은 건드리지 않은 걸 보니, 일을 관대하게 처리한 것 같소.”낙청연의 몇 마디에, 범산화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수치심을 느꼈다.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그는 낙랑랑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외에, 찾아갈 사람이 없었다.“랑랑, 너는 항상 마음이 착하고 성격이 온화한 걸 나는 다 알고 있어, 나를 꼭 도와줄 거지? 그렇지?”“일일부처백일은(壹日夫妻百日恩), 제발 나를 좀 도와주거라.”범산화는 말을 하더니, 무릎을 꿇은 채로 두 걸음 앞으로 다가가, 낙랑랑의 치맛자락을 잡으며, 애걸복걸했다.보고 있던 낙청연은 낙랑랑의 마음이 약해질까 봐, 말리려고 했다.하지만 낙랑랑이 먼저 말했다.“당신들이 진 빚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나의 마음이 곱다고 하여 내가 당신들의 빚을 갚아 줄 이유는 없습니다.”“다시는 일일 부처 백일은 같은 소리는 하지 마세요. 우리 사이에는,
낙랑랑은 미소를 짓더니, 겸손하게 말했다: “가끔 흥미가 생기면 만들어 보는 겁니다. 능통한 편은 아닙니다.”세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낙랑랑이 그녀들을 데리고 계양 성을 구경시켰다.계양 성의 변화는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다. 풍도 상회는 여전히 온 계양 성의 대부분 점포를 운영하고 있었다. 다만 예전처럼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지는 않았다.어느새 저녁이 되었다.낙운희는 한밤중에 조용히 후원으로 들어왔다. 낮에 나타나는 건 좀 불편했기 때문이다. 필경 세상 사람들은 낙운희가 이미 죽은 줄로 알고 있다.낙운희는 한밤중에 낙랑랑의 거처에 찾아와, 낙랑랑을 재회했다.저녁 밥을 먹은 뒤, 그녀들은 후원에서 한가로이 잡담도 나눴다.한참 후, 각자 휴식하러 가자, 낙랑랑은 낙청연을 방으로 불렀다.“이건 최근 풍도 상회의 일부 장부다.”“마침 네가 왔으니, 너와 상의해야 할 일이 좀 있다.”낙랑랑도 이렇게 큰 장사는 처음이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일이 많아, 낙청연과 상의해야 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장부를 함께 봐주었다.무심코 한 페이지를 펼쳐 보면서 낙랑랑과 상의했다.다른 한 페이지를 펼쳤을 때, 위에 네 글자를 보고 낙청연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기산 송무!한창 말을 하고 있던 낙랑랑은 낙청연의 표정을 보더니, 약간 놀라서 물었다: “왜 그러느냐?”낙청연은 장부를 가리키며 물었다: “상대(商隊)들이 운반해온 일부 약재들 속에 기산 송무가 들어있습니까?”낙랑랑은 기산 송무가 무엇인지 몰랐다. 그녀는 장부를 가져와 보더니 말했다: “이건 아마 우리가 인수하기 전에 있었던 장부인 것 같다.”“그러나 이 물건은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물건들이라, 두 달 이상은 걸려.”“한 번 보자꾸나……”“만약 이변이 없다면, 아마 5일 뒤에 계양 성에 도착할 거야.”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마음속으로 무척 기뻤다.5일!시간이 딱 맞다!낙청연은 다시 장부를 가져가더니, 자세히 살펴보았다. 낙청연의 생각이 맞는다면 이 약재들은 아마 여국에서 운반
설마 그 신비한 사람이 풍도 상회를 탐하고 있는 건가?낙랑랑은 풍도 상회에 있고, 낙청연은 지금 풍도 상회 배후의 회장이다. 이 신비한 사람은 왜 계양으로 갔을까? 어쨌든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부진환은 즉시 일어나더니 말했다: “사람을 소집하거라, 오늘 밤 바로 계양으로 출발한다!”“예!”--하루 또 하루, 낙청연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기다리고 있었다.드디어, 닷새가 되었다.밤이 되자, 봉화 상대가 계양 성에 도착했다고 누군가 와서 보고했다.낙청연은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그들이 물건을 풍도 상회로 운반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송천초도 함께 낙청연과 함께 신경을 곤두세우고 기다렸다. “설마 길에서 강탈당한 건 아니겠지요?”낙청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기산 송무는 다른 약재들과 함께 운반되어 왔어, 만약 도중에 강탈하면 아예 끌고 갈 수가 없어. 그리고 천천히 기산 송무를 찾아낼 시간도 없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너무 커.”“게다가 그건 예전의 장부에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야, 우리가 새로 풍도 상회를 인수하고, 우리가 기산 송무를 발견했다는 것도, 그리고 우리가 기산 송무를 노리고 있다는 것도 그녀는 모를 것이다.”“낙정은 물건이 들어온 후에 조용히 찾으러 올 것이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발 모든 것이 순조롭기를 바랍니다.”기산 송무와, 그녀 손에 있는 벽수한엽만 있으면 낙청연은 무공을 회복할 수 있다!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상대가 드디어 도착했다.그들은 대문을 두드렸다.송천초가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주니, 그들은 약재 상자를 연이어 들여왔다.송천초가 그들에게 돈을 계산해주자, 그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바로 떠나갔다.그들이 떠나자, 송천초는 즉시 방문을 닫았다.낙청연은 상자를 열어 한 상자씩 뒤지기 시작했다.그러나 여덟 상자나 되는 약재 속에서 기산 송무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바로 이때, 그 음산한 기운이 과연 나타났다.낙청연의 미간이 흔들렸다. “왔다.”낙청연은 커다란 상자 몇
그 때문에 낙정은 지금 감히 낙청연을 놓아줄 엄두가 나지 않았다.“나를 보내 줘.” 낙정은 차가운 목소리로 협박했다.부진환의 미간이 구겨지더니, 주먹을 불끈 쥐었다.“다시 한번 말한다. 나를 보내줘. 아니면 이 여인을 죽여 버릴 것이다.” 낙정은 점점 손에 힘을 주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부진환의 망설이는 모습을 보니, 설마 그녀를 살려주기 싫은 것인가?“길을 내주어라.” 부진환은 끝내 명령했다.길을 내주자, 낙정은 낙청연을 붙잡고 바로 날아가 버렸다.부진환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즉시 소소더러 사람을 거느리고 몰래 뒤를 쫓아가라고 명령했다.낙정은 경계하며 뒤를 슬쩍 돌아보더니, 감히 멈추지 못하고 경공으로 곧바로 계양 성을 빠져나가 교외에 있는 아주 큰 숲속으로 들어갔다.착지하려고 할 때, 낙정은 낙청연을 잡았던 손을 놓았다.낙청연은 호되게 땅바닥에 넘어졌고, 두 바퀴 구르기까지 했다.극심한 통증으로 낙청연은 일어나지도 못했다.낙정은 가볍게 착지했다. 그녀는 낙청연을 쳐다보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무공이 이 정도로 약하지는 않던데, 지금은 폐인이 되었구나.”그럼, 마침 잘 됐다. 시간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겠구나!낙정은 바로 비수를 꺼내더니, 허리를 굽혀 낙청연의 가슴을 향해 사정없이 내리 찌르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이때.한줄기 강렬한 살기가 엄습해오더니, 날카로운 검 빛과 함께 호되게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낙정의 미간이 흔들렸다. 그 순간 강렬한 살기가 느껴져, 공포가 극에 달했다.낙정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부진환도 사람을 거느리고 자신을 쫓고 있으니,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어차피 기산 송무도 손에 넣었으니, 다른 건 이후에 다시 생각하면 된다.낙운희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단 일검에 낙정은 놀라 황급히 도망가버렸다.낙운희가 쫓아가려고 했지만, 낙청연이 낙운희를 불렀다.“쫓지 마라, 낙정이 너를 알아보면 안 되니까.”“너는 엄가네 내부까지 잠입해
모든 약재 상자가 다 열려 있었고, 약재가 바닥에 널려 있었다.낙청연은 급히 소소의 등에서 뛰어내려 그 약재들을 향해 달려갔다. “당신들, 뭐 하는 겁니까?”낙청연은 몸을 쭈그리고 다급히 기산 송무를 찾았다.기산 송무는 지금 그녀의 목숨과 같다.그러나 부진환이 낙청연의 급한 행동을 보더니 화난 표정으로 낙청연을 확 끌어당겼다.그는 눈살을 찡그리며 낙청연을 쳐다보더니, 면전에 대고 한바탕 질문을 퍼부었다.“너 왜 계양에 있는 것이냐?”“본왕은 그 신비한 사람을 추적해 여기까지 왔는데, 너는 왜 이곳에 있는 것이냐?”“너는 본왕 몰래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오늘 거의 그 사람을 잡을 뻔했다!”그동안 부진환은 비록 드러내 놓고 그 신비한 사람을 쫓지 않았지만, 줄곧 사람을 보내 암암리에 조사하고, 추적했으며,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해서, 오늘날의 그 기회를 찾아냈다.하지만 부진환은 이곳에서 낙청연을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게다가 낙청연은 하마터면 그 신비한 사람 손에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낙청연은 계양에 와서 도대체 무슨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야? 왜 아무 말도 없이 혼자 계양에 왔을까?낙청연은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부진환을 쳐다보며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지금 제가 당신의 계획을 망쳐서, 그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을 놓쳤다고 원망하는 겁니까?”“그러나 만약 당신이 나의 무공을 없애지 않았다면, 제가 어찌 그녀의 손에 잡혔겠습니까?”그 분노의 어투는, 마침내 며칠 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원한을 다 털어 놓았다.부진환은 순간 온몸이 흠칫 떨렸다.갑자기 마음이 쥐여 짜는 듯 아파 났고. 더없이 괴로웠다.지금 그때의 일을 돌이켜보아도, 그는 믿을 수 없었다. 그때의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낙청연은 부진환이 아무 말이 없자, 다시 바닥에 널린 약재들을 뒤지며 기산 송무를 찾아보았다.하지만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기산 송무,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이때, 시위가
풍도 상회에서 나와 낙청연과 송천초는 거리를 거닐며, 송천초가 말했다: “이 기산 송무는 골목에 없었습니다.”“어쩌면 처음부터 그들은 보내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그것도 아니라면, 중도에서 다른 사람에게 강탈당했을 겁니다.”“필경 기산 송무 같은 진귀한 약재는 조금이라도 소문이 새어 나가면 약재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를 노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물론 그들이 약상자를 연 뒤에 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사람을 보내 상회 안에서 다시 찾아보는 게 어떻습니까?”낙청연은 무거운 심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힘없는 손목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 약재 속에서 내가 기산 송무의 냄새를 맡았다.”“그중 냄새가 가장 짙게 벤 약재를 가져왔으니, 일단 돌아가서 기산 송무의 위치를 한번 계산해보자.”기산 송무와 관련된 물건만 있다면 기산 송무의 위치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송천초는 경악하며 물었다: “이것도 계산할 수 있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체력을 많이 소비해야 한다.”이 말을 들은 송천초는 망설이더니 물었다: “그럼, 당신 몸은 괜찮습니까?”낙청연의 눈빛이 약간 싸늘해지더니 말했다: “다른 방법이 없다. 이미 이렇게 된 이상, 한번 걸어봐야지.”“아니면 이 경맥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내가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죽임을 당할까 봐 두렵다.”태후와 엄가는 그녀를 죽이는 것을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낙정 같은 고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지금 낙정은 중상 단계이니 망정이지 만약 낙정이 회복되면 그녀는 정말 쥐처럼 숨어 생활해야 할 것이다.두 사람은 낙랑랑의 집으로 돌아가 하룻밤 묵었다.하지만 다음 날 아침 뜻밖의 일이 생겼다.부진환이 낙랑랑의 집 밖에 나타났다.낙청연은 소식을 듣고 대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수도로 돌아간다. 어서 가자꾸나.” 부진환의 어투는 약간 무거웠다.이 말을 듣던 낙청연은 미간을 찡그리며 냉랭하게 말했다: “함께 돌아가겠다고
그 찻잔 밑에 작은 벌레가 꿈틀거리고 있었다.헛구역질을 꾹 참으며, 낙청연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하지만 부진환이 막 찻잔을 들고 차를 마시려고 했다.곁에서 장궤와 점원이 모두 그들을 몰래 주시하고 있었다.낙청연은 즉시 배를 움켜쥐며 소리쳤다: “앗, 배가 너무 아픕니다……”부진환의 안색이 삽시에 변하더니 찻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왜 그러느냐?”낙청연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스스로 목을 조르며, 마치 숨을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부진환은 그녀를 번쩍 안더니, 객잔 밖으로 나와 큰 나무 아래의 돌의자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왜 이러는 것이요? 송 낭자, 이건 무슨 증상이요?”소소도 사람을 거느리고 객잔에서 나와 에워쌌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낙청연은 기침을 멈추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차에는 고충이 있었습니다.”“안 마셨지요?”이 말을 들은 소소 등 사람들은 순간 구역질이 났다.급히 서로 마셨는지 물어보았다.다행히 모두 낙청연이 배가 아프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모두 찻잔을 내려놓았다.부진환은 역전을 한번 돌아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이곳은 오래 머물 곳이 아니니, 어서 출발하자꾸나.”모두 감히 더 머무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행렬은 계속해서 출발했다.그러나 낮에는 날씨가 더운데다, 계속 길을 재촉하다 보니, 가져온 물도 거의 다 마셨다. 낙청연은 목이 말라 입술이 갈라졌다.목구멍은 더욱 불에 타는 것 같았다.저녁 무렵이 되자, 그들은 마침내 숲을 지나 계곡을 하나 찾았다.“왕야, 이곳에 물이 있습니다. 자, 모두 어서 내려서 물을 길어 오너라.”소소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신속하게 말에서 내려 계곡으로 달려갔다. 모두 목이 너무 말라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낙청연은 숲속에서 전해오는 이상한 향기를 맡았다. 그녀는 급히 달려가 말했다: “일단 기다리세요. 모두 마시지 마세요!”모두 개울가에서 막 뛰어 들어가려고 하다가 낙청연의 목소리를 듣더니 잠시 동작을 멈추고 기다렸다.낙청연은 개울가로 달려
낙청연은 의문의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부진환은 또 말했다: “계양에서 가져온 물이다.”낙청연은 다시 눈을 감더니 말했다: “저는 목이 마르지 않으니, 혼자 마시세요.”“나는 이미 마셨다.”낙청연은 눈을 뜨고 그를 슬쩍 쳐다보았다. 입술은 피가 날 정도로 갈라 터졌는데, 분명 마신 모습이 아니었다.낙청연은 몸을 잠깐 움직이더니, 부진환을 등지고 앉아 냉랭하게 말했다: “가식 떨지 마십시오. 저는 필요 없습니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그 신비한 사람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녀의 목표는 너이다.”“만약 네가 힘이 빠져서 그녀에게 잡히면, 본왕은 또 힘을 들여 너를 구해내야 하지 않느냐?”낙청연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안 마신다고 했습니다.”“병 주고 약 주면, 제가 다시 당신 말을 들을 것 같습니까?”“변덕스럽게 굴지 마세요. 한결같은 태도로 저를 대해주세요. 계속 반복되다 보니 저도 이제 지긋지긋합니다.”“작은 선심으로 당신이 저에게 준 상처를 보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이런 의미 없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마십시오.”낙청연은 눈을 감더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그 말들은 칼날처럼 부진환의 가슴에 날아와 꽂혔다.그날 그녀의 무공을 없앨 때의 모습을 생각하니, 그의 가슴은 천만 개의 칼날이 날아와 찌르는 거처럼 아팠고, 몹시 후회됐다.하지만 그는 그 당시 왜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래서 그는 괴로운 마음에 저낙을 찾아갔던 것이다. 이 세상에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그 어떤 물건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지금의 그는 마치 어떤 큰 거물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를 덮어버렸고, 그물 안에 가둬버려서 아무리 애를 써도 벗어날 수 없다.부진환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한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것이다.”낙청연은 얼떨결에 옆 사람의 말을 들었지만, 또 똑바로 듣지 못했다.부진환은 곁에 앉자, 밤새 낙청연 곁을 지켰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