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서방을 뒤져 고 신의의 배경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한참 찾다 보니 드디어 찾았다!고홍갑, 여국 사람!그 글귀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고홍갑은 여국 사람이었고 여비가 그를 구한 적이 있어 줄곧 여비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고홍갑은 궁으로 들어온 뒤 여비의 곁에서 일을 봤다.의술이 고명한 것 외에 그는 점괘와 풍수에 능했고 여비 신변의 유능한 부하였다.그러나 이궁의난 전에 고홍갑은 약을 찾으러 궁을 나섰고 이궁의난에 연루되지 않았다.이궁의난 뒤에 고홍갑은 3개월 동안 실종됐고 3개월 뒤에 상처를 안고 돌아왔다.그는 그사이 청거현(清渠縣)에 약초를 구하러 갔다가 실종됐었다.낙청연은 책자를 내려놓고 떠나려 했다.무영은 이미 파견했기에 낙청연은 직접 청거현에 가볼 생각이었다.떠날 때 그녀는 부진환을 깨우지 않았다. 어차피 왕부에 있으면 안전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낙청연이 떠난 뒤 누군가 몰래 서방 안으로 들어갔다....낙청연은 변장한 뒤 왕부를 떠났다. 그녀는 가면을 쓰고 남장을 한 뒤 남몰래 성에서 빠져나왔다.청거현에서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낙청연은 우선 홀로 가볼 생각이었다.그렇게 낙청연은 말을 채찍질하며 하루 종일 달려 이튿날 아침 날이 밝을 때쯤에야 청거현에 도착했다.그곳은 산과 강을 끼고 있는 작은 마을이었고 풍경이 아름다웠다. 마을 밖에는 드문드문 집과 마을이 보였다.낙청연은 고홍갑이라는 세 글자를 들고 마을 노인들에게 수소문하기 시작했다.십 년이나 넘는 시간이 지났으니 젊은이 중 고홍갑을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런데 바로 그때, 섭정왕부에서 큰일이 벌어졌다.“왕부의 호위들은 전부 출동한다. 반드시 낙청연을 찾아야 할 것이다!”부진환은 화가 난 음성으로 말했고 고 신의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왕야, 이 일은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제가 사람을 데리고 왕비 마마를 찾겠습니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다들 나뉘어서 행동하거라. 반드시 낙청연을 찾아 물건을 가져와야 한다!”
관을 제작하는 일을 하다 보니 모든 것을 적어두었다.오랫동안 펼치지 않은 책자를 펼친 늙은 목공은 고홍갑의 이름을 찾고 말했다.“청개울(清水溝) 뒷산 중턱이군!”“감사합니다!”낙청연은 은냥을 내려놓은 뒤 다급히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곧장 청개울 뒷산 중턱에 도착했다. 그곳은 도처가 밀림이라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밀림 속에는 여러 가지 약재가 숨겨져 있었다.낙청연은 깊은 산속에서 반 시진 동안 찾았으나 집을 찾지는 못했다. 날이 차츰 어두워지면서 포기하려고 할 때 잡초 무더기 속에서 비석이 보였다.잡초를 옆으로 치우고 비석에 적힌 글자를 보는 순간 낙청연은 안색이 달라졌다.그 위에는 형님 고홍갑의 묘라고 적혀 있었다.고홍갑의 무덤이라니?그가 이미 죽었단 말인가?머리털이 쭈뼛 선 낙청연은 곧장 비수를 빼 들어 주위의 잡초들을 베었고 그 속에 숨겨진 무덤을 찾아냈다.오랫동안 사람이 들르지 않은 듯한 모양새였고 바닥에는 붉은색 초의 흔적이 조금 남겨 있었다.냉정을 되찾은 낙청연은 추측할 수 있었다.그녀는 곧장 산 중턱에 있는 집들을 찾았다.마치 미궁에 깊이 들어간 것처럼 이리저리 헤매다가 겨우겨우 죽림 깊은 곳에 숨어있는 집을 찾아냈다.대나무 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닥에 선명한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누군가 온 적이 있었다.그것도 최근에 말이다!구석에 놓인 관 위에는 빨간색으로 부문이 적혀 있었고 관 주위의 바닥에도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 또한 관 크기만 한 크기였는데 관을 옮긴 듯했다.세 개의 관 중 단 하나만 남았다.낙청연은 문득 깨달았다.관을 열어 보니 그 안에도 빨간색의 부문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자세히 살펴보니 그다지 심오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여국에서의 환생진(轉生陣)이었다.일반적으로 비명횡사하거나 고달픈 운명을 가진 사람이 내세에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길 바라며 이런 혈제 진법(血祭陣法)을 사용한다.시신을 이러한 관 안에 넣어 매장하는데 일부러 시신 위에 상처를 남겨 피가 관에 있는
지초가 잡혀간 뒤 등 어멈은 감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다급히 왕야를 찾으러 갔으나 왕야는 왕부에 없었다.등 어멈은 하는 수 없이 남몰래 왕부를 떠나 왕비를 찾으려 했다.-낙청연은 수도로 돌아왔다.그녀는 여산에서 돌아온 무영을 일취향에서 기다렸다.“진짜 찾았습니다!”부랴부랴 쉬지도 않고 달려온 무영은 매우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낙청연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시체를 찾은 것입니까?”무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잔해만 남은 유골이 아니라 시체가 온전히 매장당했더군요. 비석까지 세웠습니다.”“비석에는 고홍을(顧鴻乙)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산 전체를 뒤져봤는데 그 무덤이 유일했습니다. 게다가 새것이더군요. 시간이 부족해 파헤치지는 못했으나 당신이 찾는 사람이 맞을 겁니다!”낙청연은 깜짝 놀라더니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면서 차갑게 웃어 보였다.“내가 찾으려던 사람이 맞긴 합니다.”“고홍갑, 고홍을. 그러면 지금 그자는 아마 고홍병(顧鴻丙)이겠군요.”“사실은 삼 형제였군요.”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똑같이 생긴 세 형제가 같은 신분을 쓰고 의술과 생활 습관까지 동일하며 서로에게 있은 일들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세 사람의 출현은 아마 누군가 설계해놓은 걸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고 신의가 때마침 여비 신변의 믿을 만한 사람이 될 우연이 있을 리가 없었다.낙청연은 심지어 고 신의가 이궁의난을 부채질한 건 아닐까 의심했다.그런 생각이 들자 낙청연은 곧장 왕부로 돌아가려 했다.그런데 왕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다급히 마차에 올라타는 등 어멈이 보였다.낙청연은 곧바로 마차를 가로막았다.등 어멈은 낙청연을 보자 흥분한 얼굴로 그녀의 팔뚝을 잡았다.“왕비 마마, 큰일 났습니다! 왕비 마마께서 떠나신 뒤 서방의 기밀이 도둑 맞혔고 왕야께서 사람을 보내 왕비 마마를 붙잡으려 하고 있습니다!”“왕비 마마의 행방을 묻기 위해 고 신의는 지초를 옥에 가두고 고문하려 합니다!”그 말에 낙청연의
고 신의는 그 순간 대경실색하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는 낙청연이 휘두른 채찍을 맞고 그대로 나동그라졌다.지초는 숨이 간당간당해서 말했다.“왕비 마마...”옆에 있던 호위는 일찍 손을 멈추고 밖으로 나갔다.고 신의는 몸을 지탱하며 일어섰고 날이 선 눈매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그걸 조사해 내다니!낙청연이 그의 진짜 신분을 조사해 내다니!낙청연은 역시 독 있는 뱀처럼 사냥감을 물면 죽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성정인 듯했다.그들 삼 형제가 십 년 넘게 지켜온 비밀을 낙청연이 단번에 파헤친 것이다!역시나, 낙청연은 절대 남겨둘 수 없다!고 신의의 눈동자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반드시 왕야가 돌아오기 전에 낙청연을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장난다!“죽어라!”고 신의는 돌연 허리춤에서 비수를 꺼내 들더니 낙청연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낙청연은 곧바로 몸을 비틀며 옥에서 나왔다. 혹시나 지초가 다칠까 걱정돼서였다.고 신의는 그녀를 따라 나왔고 낙청연은 곧바로 옥의 문을 닫은 뒤 고 신의를 공격했다.고 신의와의 싸움은 매우 치열했다. 낙청연은 고홍병의 실력이 고홍을만큼 강하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그러나 그들의 무공 초식은 똑같았다.그것은 낙청연에게 커다란 우세였다. 고홍을과 싸우면서 낙청연은 상대의 초식을 파악해 그것에 익숙해졌고 적이 어디서 공격해올지 예측하고 판단할 수 있었다.그렇게 몇십 번 공격을 주고받자 고홍병은 힘에 부쳤다. 그러나 그는 목숨을 건 듯이 낙청연을 죽이려 했다.그렇게 싸우던 와중에 낙청연은 고홍병의 팔뚝을 잡아 그를 벽에 눌렀고 그의 손에 들려있던 비수를 빼앗았다.“당신의 둘째 형도 내 손에 죽었는데 겨우 당신이 날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것인가?”낙청연은 눈빛이 서늘해지면서 고홍병을 향해 비수를 휘둘렀다.고홍병은 재빨리 반응해 그녀의 가슴팍을 때렸고 그의 저질스러운 행위에 낙청연은 몸을 비키며 피했다. 그렇게 고홍병을 기회를 틈타 다시 한번 반격하기 시작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고 신의는 본왕의 모비와 함께 했고 그 뒤로는 날 따랐다. 본왕이 그의 성정과 품행을 모를 것 같으냐? 너의 그 황당한 거짓말로 본왕을 속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냐?”“우습구나!”“넌 본왕이 정신을 잃게 만든 뒤 서방의 기밀을 도둑질했다. 그런데 이제는 고 신의까지 모함하려 하는 것이냐?”“네가 물건을 온전히 돌려준다면 본왕은 네 목숨을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부진환의 어조에서 살기가 느껴졌다.낙청연은 넋이 나갔다.“왕야, 사람을 시켜 저와 함께 보내 확인해도 됩니다! 그렇다면 제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있겠지요!”부진환은 그녀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고 오히려 화를 내며 그녀를 추궁했다.“본왕의 물건을 꺼내거라!”낙청연은 서늘한 한기가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그녀는 단호히 말했다.“전 왕야의 물건을 훔친 적이 없습니다!”부진환은 싸늘한 시선으로 말했다.“물건을 이미 남에게 줬나 보구나.”“그래.”부진환은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여봐라, 낙청연을 옥에 가두거라! 본왕의 명령이 없다면 아무도 그녀를 만날 수 없다! 특히 부운주 말이다!”말을 마친 뒤 부진환은 씩씩거리면서 소매를 펄럭이며 떠나갔다.고 신의는 낙청연을 힐끔 보더니 냉소를 흘렸다.그의 미소에서 우쭐한 기색이 보였다.마치 이젠 아무도 그녀를 구할 수 없으리라 말하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다음 순간, 낙청연은 옆에 있는 옥에 갇혔고 옥 문이 닫혔다.낙청연은 초조한 목소리로 외쳤다.“지초야? 지초야? 괜찮으냐?”지초는 허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왕비 마마, 저는 괜찮습니다.”“그런데 왕비 마마께서는 이제 어떻게 나가십니까?”낙청연의 눈빛이 서늘해졌다.“등 어멈을 기다려야겠다.”낙청연은 밖으로 나갈 수 없었으니 등 어멈이 안으로 들어올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등 어멈에게 부탁해 무영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할 것이다. 그에게 청거현과 여산의 두 관을 파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평온하게 낙청연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며 그를 보았다.“왜 저를 믿지 않는 것입니까? 제가 정말 기밀을 훔쳤다면 왜 다시 돌아왔겠습니까?”“사람을 시켜 청거현과 여산을 조사하면 되지 않습니까?”부진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유에게 물건을 가져오라고 눈치를 줬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을 기회를 주겠다.”“섭정왕부는 첩자를 남기지 않는다.”“네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것이니 남 탓을 하지 말거라.”곧이어 소서는 몇 명의 호위를 불러 낙청연의 어깨를 눌렀다. 낙청연은 힘껏 반항했으나 혼자서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낙청연은 억지로 약을 먹게 됐다.잠시 뒤, 낙청연은 더 이상 버둥거리지 않았고 옥 안도 고요해졌다.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난 뒤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깨끗이 처리하거라.”“네.”묶여 있던 지초는 큰 소리로 외쳤다.“왕비 마마? 왕비 마마?”그러나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소서가 호위와 함께 누군가를 끌고 옥 앞을 지나치자 지초는 대경실색하면서 목청이 찢어지라고 외쳤다.“왕비 마마! 왕비 마마!”낙청연의 시체는 옥 밖으로 옮겨졌다.멀지 않은 곳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낙월영은 속이 통쾌했다.낙청연이 드디어 죽었다!그렇게 오랫동안 미워했는데 드디어 분이 풀리는 듯했다.죽은 자와 따질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낙청연의 시체가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낙월영은 상쾌한 기분으로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갔다. 오늘 밤은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신의도 시체를 보더니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였다.봄 사냥 때 낙청연을 죽이지 못했는데 그녀가 부진환의 손에 죽을 줄은 몰랐다.부진환이야말로 낙청연의 천적이었다.-다음 날 밤.왕부는 평소와 다른 점이 없었다.고 신의는 옷을 갈아입은 뒤 몰래 왕부를 떠났다.조용한 거리에 오직 그의 발걸음 소리만 들렸다.작은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강렬
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손에 비수를 꽉 쥔 채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고 신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역시나 죽지 않았군!”“우리 형제 중 두 사람이 네 손에 죽었다. 이 복수는 다음 생에라도 할 것이다!”서늘한 눈빛을 한 고 신의는 이를 악물어 독을 먹으려 했다.그러나 이미 준비하고 있던 낙청연이 몸을 날려 그를 걷어찼고 이빨이 빠지면서 독약 또한 사라졌다.“죽으려고? 그렇게 쉽게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바닥에 쓰러진 고 신의는 그녀를 노려보더니 혀를 깨물어 자결하려 했다.낙청연은 그의 뺨을 잡으며 그를 내려다보았다.“다음 생을 바란다면 제대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과 당신의 두 형까지 무덤에서 파내 좌골양회(挫骨揚灰:뼈를 가루로 만들어 날려 버리는 것)할 것이니!”“그러면 다음 생 또한 없겠지!”고 신의 세 형제의 관은 특별히 짜인 것이다. 그들 모두 다음 생에 좋은 운명을 바라고 있었기에 이번 생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었다.낙청연의 말에 고 신의는 숨통이 조여오는 걸 느꼈다. 그는 몸을 움찔 떨더니 낙청연을 죽어라 노려보았다.“낙청연!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것이냐!”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냉소했다.“더욱 잔인한 것도 있지.”“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사람의 영혼을 통제해 영원히 가둬두고 평생 고통에 시달리게 만들 수 있는 사악한 술법이 있어.”“시험해 보고 싶지 않은가?”고 신의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서 놀란 얼굴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현재 고 신의는 더는 죽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죽는 것보다 영원히 고통에 시달리는 것이 더욱 괴로웠기 때문이다.이젠 죽음을 바라는 것마저 사치가 되어버렸다.고 신의는 더는 죽으려 하지 않았고 삶에 미련이 없는 듯한 그의 표정을 본 낙청연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소서에게 분부했다.“데려가거라.”“네.”소서는 곧장 앞에 나서며 직접 고 신의를 묶어 왕부로 끌고 갔다.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부진환은
부진환은 정신을 차린 뒤 뒤따라 왕부로 돌아갔다.늦은 시각, 왕부에서 큰 소란이 벌어지자 낙월영도 마당에 나왔다.낙청연과 부진환이 함께 돌아온 걸 본 낙월영은 안색이 창백해졌다.“언니!”낙청연은 싸늘한 시선으로 힐끔 보더니 낙월영을 무시하고 곧장 옥으로 향했다.낙월영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다. 사람일까 귀신일까?낙청연이 설마 아직 죽지 않은 것일까?“왕야, 저...”낙월영은 황급한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부진환이 그녀를 위로했다.“네 언니는 죽지 않았다.”“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밤이 깊으니 얼른 돌아가 쉬거라.”말을 마친 뒤 부진환은 사람을 시켜 낙월영을 처소로 돌려보냈다.큰 충격을 받은 낙월영은 너무 화가 나서 방으로 돌아오자 피를 토했다.-옥 안.낙청연은 일부러 모든 호위들을 물렸고 굳이 고문할 필요도 없어 단독으로 고홍병을 심문했다.그리고 부진환은 옆 옥에서 차를 마시며 조용히 들었다.“청거현에 있는 관을 보았다. 당신이 뭘 하고 싶은 건지 알고 있어. 당신네 삼 형제는 아마 힘든 나날들을 보냈을 거야. 세 사람이 같은 신분을 사용해야 하니 셋 다 죽게 될 운명이지.”“평생을 살면서 이름 하나 가지지 못했으니 참으로 비통했을 거야.”“모든 일을 얘기해준다면 시신만은 온전히 남겨둬 당신이 준비해 둔 관에 넣어줄 것이다.”“때마침 내가 풍수가 좋은 곳을 알고 있는데 세 사람 모두 그곳으로 묘지를 옮겨주겠다. 그렇게 한다면 다음 생에는 좋은 운명을 타고나겠지.”고홍병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서히 얘기를 시작했다.“큰형님 고홍갑은 이궁의난 뒤에 죽었다.”“사실 계획대로라면 부진환도 이궁에 남아야 했어. 그 또한 이궁의난에서 죽어야 했지.”“그런데 형님은 마음이 약해졌다. 그는 여비의 은혜를 입어 우리를 배신했고 이궁의난이 있을 때 부진환을 구했다.”“그래서 주인이 그를 죽였지.”“둘째 형님 고홍을은 큰형님의 신분을 이용해 부진환의 곁에 남아 그의 믿음을 얻었다. 몇 년 동안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