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한이 거절했다.“전 혼자가 좋습니다.”두 사람은 살짝 놀랐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러면 내가 음식을 네 방까지 가져다주라고 하마.”“네가 드디어 집에 돌아왔으니 내일 강화로 가서 형님에게 제를 올려야겠다. 내친김에 네 물건도 전부 가져오고.”김량은 세심하게 모든 걸 계획했다.그러나 김옥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마음대로 하세요. 전 혼자 있고 싶습니다.”“그래, 그래.”김량은 김옥한의 말에 그대로 따랐다. 그는 이내 김죽을 데리고 마당을 나섰다.그러나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는 안색이 달라져서 김죽에게 분부했다.“김옥한을 잘 감시하고 있어라.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내일 우리는 강화로 가서 반드시 지도를 찾아야 한다.”김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아버지, 이번에 저희 돈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까요?”김량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돈은 무슨, 우리가 얻을 것이 겨우 그뿐이겠느냐?”“이번에 지도를 찾는다면 우리 김씨 가문은 단번에 8대 가문 중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김죽은 매우 흥분했다.“네, 네!”김량은 다시 뒤를 돌아보며 당부했다.“잘 감시하거라.”“난 가서 사람을 모아야겠다. 지도를 찾는다면 그것을 옮기는 것이 힘들 테니 말이다.”김죽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그렇게 김량은 떠났다.밤이 되자 김옥한은 불안한 마음으로 방 안에 앉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김씨 가문의 속셈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그들은 원하는 걸 얻는다면 곧바로 그녀를 버릴 것이다.그래서 김옥한은 우선 가짜 지도를 만들어서 줄까 하는 생각을 했다.그래서 그들이 그녀와 관계를 끊을 테니 말이다.그렇게 되면 그들은 두 번 다시 혈육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김옥한은 종이와 붓을 들고 그리기 시작했다.그러다가 갑자기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김옥한은 황급히 종이를 자신의 옷소매 안으로 쑤셔 넣었다
낙요가 들어온 걸 본 김옥한은 안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대제사장님...”김죽도 안색이 달라졌다. 노기등등한 대제사장의 모습은 본 그는 황급히 뒷걸음질쳤다.“함부로 하면 아니 되오!”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낙요가 그를 벽 쪽으로 걷어찼고 김죽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그는 가슴께를 움켜쥐고 기침했다.낙요는 호된 목소리로 그를 위협했다.“잘 들으시오! 김옥한은 우리 대제사장 저택의 사람이오. 감히 그녀에게 손을 댄다면 죽을 줄 아시오!”재앙으로 둘러싸인 김죽의 모습에 낙요는 미간을 구겼다.“불의를 많이 행하면 반드시 자멸할 것이오. 좋은 일을 해서 덕을 쌓는 것이 좋을 것이오.”말을 마친 뒤 낙요는 김옥한을 일으켜 세운 뒤 곧바로 김씨 저택을 나섰다.김옥한은 여전히 제정신이 아닌 건지 안색이 창백했다.그녀는 낙요에게 이끌려 마차에 오른 뒤에야 긴장한 듯 물었다.“대제사장님, 이러다가 대제사장님께 성가신 일이 생기면 어떡합니까?”낙요는 안타까운 얼굴로 김옥한을 바라보았다.“내가 대제사장인데 무슨 성가신 일이 있겠소?”“내가 당신을 대제사장 저택에서 머물게 했으니 당연히 당신을 지킬 수 있소.”“김씨 가문은 두렵지 않소.”“그리고 김량이 퍼뜨린 그 헛소문들은 신경 쓰지 마시오. 그 소문들은 우리에게 손해를 끼치지 못하오.”“백성들도 며칠 지나면 잊을 것이오.”“그들은 그저 소동을 벌이고 싶은 것이었겠지.”“게다가 김량이 나와 세자를 모함하고 다녔으니 우리는 그를 잡을 수 있소.”낙요의 말에 김옥한은 안도했다.그러나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는 않았다.그녀는 잠깐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대제사장님...”“사실... 김씨 가문이 절 억지로 데려가려고 하는 건 다른 목적이 있어서입니다.”“그동안 그들은 줄곧 목적이 있었습니다.”“그래서 그들은 아마 초조해져서 무슨 짓이든 하려고 할 겁니다.”김옥한은 낙요에게 김씨 부자가 이렇게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거라고, 쉽게 그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말했으나 낙요는 놀라지
침서는 고묘묘를 밀치고 다시 한번 외쳤으나 난희는 오지 않았다.고묘묘도 난희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침서는 예민한 감각으로 뭔가를 의식했다.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고묘묘를 바라보며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난희는?”고묘묘는 황급히 침서에게 옷을 걸쳐주며 일부러 허약한 모습으로 기침하며 대답했다.“난희 일은 제가 천천히 설명할 테니 일단 앉으세요.”“아직 몸이 다 낫지 않으셨습니다.”그러나 침서는 곧바로 눈빛이 차가워지며 고묘묘의 목을 졸랐다.그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거라. 난희는 어디 있는지 물었다!”고묘묘는 목이 졸려서 얼굴이 빨개졌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침서는 손에 힘을 풀었고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여봐라! 난희를 데려오너라!”호위가 난처한 얼굴로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난희 낭자는... 저택에 계시지 않습니다.”“저택에 있지 않으면 어디 있단 말이냐?”침서의 음산한 목소리에 등골이 섬뜩해질 정도였다.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호위는 덜덜 떨면서 대답해다.“난희 낭자가 공주를 찔러서 청루에 팔렸습니다.”호위의 대답은 고묘묘를 고자질한 건 아니었다. 난희가 먼저 공주를 찔렀다는 걸 말했으니 고묘묘에게 밉보이는 건 아니었다.그러나 침서는 난희가 고묘묘 때문에 청루에 팔렸다는 소리만 들렸다. 고묘묘가 찔린 사실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고묘묘!”침서는 이를 갈면서 고묘묘를 노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넘실거렸다.고묘묘는 더는 숨기지 않았다.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 제가 청루에 팔았습니다.”“당신이 다 낫지 않은 틈을 타서 당신의 몸을 해치려고 하길래 일주일간 방에 가둬두려고 했는데 몇 번이나 사람들을 다치게 해서 도망쳐 나오더군요.”“제가 그녀를 잡았다는 것에 불만을 품고 사람들 앞에서 절 찌르기까지 했습니다.”“전 공주이고 금지옥엽으로 자랐습니다. 폐하나 모후께서 오셨어도 똑같이 그 천박한 것을 팔았을 겁니다.”
그들은 후문에서 말을 타고 떠나 장군 저택으로 돌아왔다.고묘묘는 침서가 돌아온 걸 알고 곧바로 가보았는데 저 멀리서 침서가 난희를 품에 안고 그의 마당으로 부랴부랴 들어가는 게 보였다.고묘묘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역시나 난희를 데려왔어! 저 천박한 것이 뭐가 그리 좋아서!”무희에 불과하지만 침서는 난희를 중요시했다. 공주인 그녀보다 더 말이다.침서는 난희를 안고 방으로 들어간 뒤 사람을 시켜 문밖을 지키게 했다.침서는 연탑에 앉아 난희를 감쌌던 옷을 치운 뒤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몸을 보았다.난희는 눈물범벅인 얼굴로 몸을 웅크리고 침서의 품에 안겨 있었다.그녀는 덜덜 떨면서 입을 열었다.“장군...”“제 손이...”난희가 손을 들었다.그녀의 손을 감싼 붕대를 푼 침서는 안색이 돌변했다.손바닥 전체가 짓무르고 추위 때문에 피가 굳었다.몸도 너무 뜨거웠고 머리도 어지러웠으며 호흡 또한 약했다.침서는 본능적으로 난희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난희를 구할 방법은 없었다.그녀는 독에 당했고 그 독이 이미 폐까지 침투했다.“손이 왜 이렇게 된 것이냐?”난희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공주가 준 약이...”침서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아무런 얘기도 할 수 없었다.청루에서 억지로 버티고, 상처가 있는 몸으로 억지로 버텼던 것도 모두 침서의 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였다.이제 드디어 돌아왔으니 팽팽히 당겨졌던 그 현도 마침내 끊어졌다.침서는 살기 가득한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그는 살짝 차가워진 눈동자로 난희를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천천히 난희의 목을 졸랐다.난희는 그가 뭘 하려는 건지 알았다. 그녀는 이미 더러워진 몸이니 장군의 곁에 있을 자격이 없었다.그러나 침서가 손에 더 힘을 쓰려고 할 때 난희가 물었다.“장군, 저를... 좋아하신 적이 있습니까?”“조금이라도 말입니다.”침서는 흠칫했다. 그는 그 순간 손을 쓸 수 없었다.그의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전 공주입니다... 제게 계집종 하나 처벌할 권력이 없단 말입니까?”고묘묘는 승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자신의 목을 조르는 침서의 손을 잡고 반격을 시도했다.그러나 침서가 그녀의 팔을 심하게 비틀었고 이윽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아!”고묘묘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침서는 고묘묘를 내려다보았다.“네겐 내 저택의 개 한 마리, 개미 한 마리도 처벌할 자격이 없다.”고묘묘는 팔을 끌어안고 통증 때문에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팔이 부러지다니!“침서, 당신이 아무리 대단해도 결국엔 여국의 신하일 뿐입니다. 전 공주이고 당신보다 지위가 높은데 제가 왜 당신 저택의 것들을 처벌하지 못합니까?”“겨우 난희 한 명을 위해서 황제, 황후와 맞서려는 겁니까?”고묘묘는 자신의 신분을 믿고 침서를 위협했다.침서의 이마에 핏줄이 솟구쳤다. 그는 음산한 눈빛으로 화를 참다가 호통을 쳤다.“꺼지거라!”고묘묘는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으며 바닥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그런 뒤 그녀는 곧바로 사람을 찾아 팔뼈를 이어 붙였다.그녀는 깊은 밤이 되어서야 고묘묘에 관해 물었다.“난희의 시체는 버렸느냐?”계집종은 괘를 저었다.“아직 장군의 방 안에 있습니다.”“장군께서 호위 여럿을 처벌했습니다. 그리고...”고묘묘는 미간을 구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뭐? 우물쭈물하지 말아라.”계집종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장군께서 난희의 일을 조사하는 것 같았습니다.”고묘묘는 살짝 놀랐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덤덤히 대꾸했다.“조사하면 하라지. 난 잘못한 게 없다. 난희가 먼저 잘못했지.”“겨우 노비일 뿐인데 침서가 노비 때문에 날 죽이겠느냐?”고묘묘가 경멸에 찬 어조로 말했다.그러나 침상에 누운 그녀는 불안했다.그녀가 원하는 건 침서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침서의 마음을 얻는 것이었기 때문이다.그의 무희 한 명을 죽여서 언짢아하니 무희 여럿을 선물로 주면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 거라고, 고
마당에 나와 보니 다들 매우 즐겁게 놀고 있었다.눈이 크게 오지는 않았지만 바닥에 작은 눈 뭉치가 쌓여 있었다.마당에 가만히 서서 보고 있자니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청연아.”갑자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낙요는 깜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정면으로 눈을 맞았다. 차가운 눈송이는 곧 녹았고, 얼음 때문에 낙요는 목을 움츠렸다.멀지 않은 곳에서 부진환이 그녀를 향해 눈을 던지고 있었다.낙요는 바닥에서 눈 한 움큼을 움켜쥐고 부진환을 향해 던졌다. “감히 저를 습격하신 겁니까?”부진환은 곧바로 도망갔고 두 사람은 바닥의 눈을 잡아 서로 공격했다.낙요는 풍향과 반대되었기에 그녀가 던진 눈 뭉치는 대부분은 바람에 의해 그녀의 얼굴에 떨어졌다.그래서 그녀는 힘껏 앞으로 달려들어 부진환을 땅에 쓰러뜨리고 자신의 차가운 손을 그의 옷깃에 넣었다.부진환은 너무 차가워서 펄쩍 뛰었다.낙요는 웃음을 터뜨렸고 듣기 좋은 웃음소리가 마당에 퍼지자 춥던 마당이 순식간에 온기로 가득 찼다.“내가 잘못했다.”부진환은 사정하면서도 손을 뻗어 낙요의 다리를 잡았다. 혹여나 그녀가 넘어질까 봐 말이다.두 사람이 다투고 있을 때 그들의 맞은편에서 여단청이 부랴부랴 뛰어왔다.“큰일 났습니다!”부진환은 곧바로 멈추고 물었다.“무슨 일이지?”여단청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김씨 가문! 김씨 가문의 도련님이 죽었습니다! 시체가 바로 우리 대문 밖에 있습니다!”그 말에 낙요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부진환의 등에서 내려와 밖으로 향했다.이내 마당 밖에서 욕지거리가 들렸다.김량의 목소리였다.“대제사장이 밤늦게 우리 집에 침입하여 내 아들의 목을 베었소! 집안의 모든 하인이 증언할 수 있소!”“대제사장은 사람의 목숨을 같잖게 생각하고 암암리에 우리에게 복수했소. 그리고 그 수단이 잔인하기 짝이 없소!”김량은 밖에서 서글피 울면서 욕지거리했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낙요가 밖으로 나가려는데 여단청이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대제사장
김량은 낙요가 전혀 당황하지 않자 오히려 초조해했다.“당신!”낙요가 말을 이어가며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그리고 내가 당신 아들을 죽일 생각이었다면 아무도 보지 못하게 했겠지.”“그렇게 대놓고 정문으로 들어갔겠소?”“내가 당신 집에 간 적이 있다는 이유로 내가 당신 아들을 죽였다고 누명을 씌우려는 것이오? 김 영감은 아들의 죽음을 이용해 내게서 돈을 떼먹으려는 심산이겠지!”김량은 버럭 화를 내며 낙요를 손가락질했다.“그 교활한 혀로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오?”“어제 내가 김옥한을 데려갈 때 당신 욕을 좀 했다고 그 일로 앙심을 품고, 내가 없는 틈을 타서 내 아들을 죽였으면서. 증거가 없다고 해서 내가 당신을 어쩌지 못할 것 같소?”낙요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김 영감은 증거도 없으면서 내게 누명을 씌우려는 것이오?”“참 어이가 없구려.”“아무런 증거도 없으면서 시체를 우리 저택 앞까지 끌고 오다니.”“퉤, 재수 없긴!”어제저녁 김씨 저택에 김옥한을 찾으러 갔을 때, 낙요는 김죽이 재수가 없으리라는 걸 보아냈다. 그래서 김죽이 이렇게 비참하게 죽은 것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두 부자 모두 나쁜 인간들이었으니 죽어 마땅했다.김량은 너무 화가 났지만 낙요를 어쩔 수는 없었다. 말로는 그녀를 이길 수가 없었다.김량은 시체 옆에 앉아 통곡했다.“아들아, 아버지가 무능하다. 아버지가 권력도, 세력도 없어 대제사장을 이기지 못하여 네 복수를 해줄 수 없겠구나.”“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아들이 아버지보다 더 빨리 죽게 하다니.”“내겐 아들이 하나뿐인데 이렇게 참혹하게 죽다니, 차라리 나도 죽고 말지...”김량은 괴로운 듯 엉엉 울어댔다.주위 백성은 의논이 분분했다.많은 사람이 김량을 불쌍히 여기기 시작했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냈으니 어찌 괴롭지 않을 수 있을까.김옥한은 마음이 급해져서 나서려 했는데 낙요가 그녀를 붙잡고 침착하게 그녀의 손등을 토닥였다.“괜찮다. 내가 나서마.”말을 마친 뒤 낙요는 여단청에게 분부했다.“관청
낙요는 생각하며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김죽처럼 대단한 인물이 김죽과 어떤 원한이 있겠습니까?”“그렇게 큰 김씨 저택에서 아무도 기척을 눈치채거나 사람을 본 자가 없다는 건 말도 안 되지요.”“저택 하인들에게 자세히 물어보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그 말에 김옥한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그들이 마당에 돌아와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관청의 사람들이 찾아왔다.“대제사장님, 고 대인께서 아문으로 한 번 오시랍니다.”김옥한이 다급히 말했다.“제가 같이 갈까요?”낙요는 고개를 저었다.“괜찮다. 큰일도 아니니 나 혼자 가면 된다.”말을 마친 뒤 낙요는 부진환을 바라보았다.“따라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자가 매일 저만 쫓아다닌다고 괜한 소문만 돌 수 있으니 말입니다.”부진환은 태연하게 대꾸했다.“내가 원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무슨 상관이냐?”그는 말하면서 낙요의 모자에 쌓인 눈을 털어주고 모자를 씌워줬다.“먼저 가거라. 난 김씨 저택에 가봐야겠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인 뒤 관청의 사람들과 함께 떠났다.관청에 도착하니 밖에 사람들이 꽤 많았다.그건 전부 김량 덕분이었다. 어딜 가나 울고 다녔으니 말이다.아주 통곡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구경하러 왔다.낙요가 도착했을 때 김량은 고 대인 앞에서 울고 있었다.“제 아들이 무슨 잘못을 했든 대제사장이 저희 아들을 그렇게 비참하게 죽여서는 안 되오!”낙요가 다가가서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당신 아들은 죽기 전에 학대를 받은 적이 없고 오히려 단칼에 죽었소. 아주 빨리 죽어서 고통 따위는 느끼지 못했을 것이오.”그 말을 들은 김량은 분통을 터뜨리며 그녀를 손가락질했다.“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것이오? 당신이 죽였지!”낙요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솔직히 얘기하겠소. 당신 아들을 죽여 내 칼을 더럽히는 일인데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소?”같잖다는 어조에 김량은 모욕감을 느꼈다.“낙요! 당신이 대제사장이라고 해서 멋대로 굴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