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요는 생각하며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김죽처럼 대단한 인물이 김죽과 어떤 원한이 있겠습니까?”“그렇게 큰 김씨 저택에서 아무도 기척을 눈치채거나 사람을 본 자가 없다는 건 말도 안 되지요.”“저택 하인들에게 자세히 물어보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그 말에 김옥한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그들이 마당에 돌아와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관청의 사람들이 찾아왔다.“대제사장님, 고 대인께서 아문으로 한 번 오시랍니다.”김옥한이 다급히 말했다.“제가 같이 갈까요?”낙요는 고개를 저었다.“괜찮다. 큰일도 아니니 나 혼자 가면 된다.”말을 마친 뒤 낙요는 부진환을 바라보았다.“따라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자가 매일 저만 쫓아다닌다고 괜한 소문만 돌 수 있으니 말입니다.”부진환은 태연하게 대꾸했다.“내가 원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무슨 상관이냐?”그는 말하면서 낙요의 모자에 쌓인 눈을 털어주고 모자를 씌워줬다.“먼저 가거라. 난 김씨 저택에 가봐야겠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인 뒤 관청의 사람들과 함께 떠났다.관청에 도착하니 밖에 사람들이 꽤 많았다.그건 전부 김량 덕분이었다. 어딜 가나 울고 다녔으니 말이다.아주 통곡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구경하러 왔다.낙요가 도착했을 때 김량은 고 대인 앞에서 울고 있었다.“제 아들이 무슨 잘못을 했든 대제사장이 저희 아들을 그렇게 비참하게 죽여서는 안 되오!”낙요가 다가가서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당신 아들은 죽기 전에 학대를 받은 적이 없고 오히려 단칼에 죽었소. 아주 빨리 죽어서 고통 따위는 느끼지 못했을 것이오.”그 말을 들은 김량은 분통을 터뜨리며 그녀를 손가락질했다.“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것이오? 당신이 죽였지!”낙요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솔직히 얘기하겠소. 당신 아들을 죽여 내 칼을 더럽히는 일인데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소?”같잖다는 어조에 김량은 모욕감을 느꼈다.“낙요! 당신이 대제사장이라고 해서 멋대로 굴 수
김죽은 침서의 검에 죽은 것이었다.그건 낙요의 추측과 같았다.전에는 침서가 왜 김죽을 죽인 건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 수 있었다.낙요는 손을 거두어들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대인, 김죽은 침서의 손에 죽었소.”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대경실색했다.김량은 안색이 창백했다.“뭐라고? 말도 안 되오! 낙요, 당신의 죄를 덮기 위해 침서를 모함하는 것이지!”“우리는 침서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그가 왜 내 아들을 죽인단 말이오?”낙요는 김량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건 당신 아들이 호색한이라 화를 불러들인 것이오.”김량의 안색이 달라졌다.그는 곧바로 반박했다.“헛소리하지 마시오! 내 아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오. 그런데 호색한이라니?”낙요가 차갑게 말했다.“김죽의 품행이 어떻든 나랑은 상관없소. 어제저녁 내가 당신 저택에 갔었으니 내가 떠난 걸 본 사람도 있겠지.”“당신 저택의 하인들을 불러와서 하나하나 물어보면 될 것을.”고 대인은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사람을 시켜 김씨 저택의 하인들을 불러올 생각이었다.그런데 김량이 화를 내며 말했다.“왜 당신 말대로 해야 하오? 당신의 혐의가 가장 큰데 당연히 당신을 옥에 가둬야지!”“대인! 공정하게 처리해 주시오!”고 대인은 짜증이 나서 호통을 쳤다.“김량! 관청의 사건 처리를 방해하지 마시오!”“여봐라, 김씨 저택의 하인들을 전부 데려와서 하나하나 물어 보아라!”이때 밖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럴 필요 없소. 내가 사람을 데려왔소.”곧이어 부진환이 하인 몇 명을 데려왔다.“말하거라.”부진환이 옆으로 물러났고 하인들은 무릎을 꿇었다.그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어젯밤 대제사장께서 저택에 오셨습니다. 그 이유는... 도련님이 김옥한 낭자를 희롱해서였습니다. 방 안에서 김옥한 낭자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 들렸고 곧이어 대제사장님께서 문을 박차고 들어가 김옥한 낭자를 데리고 나왔습니다.”“대제사장은 김옥한 낭자를 데리고 저택을 떠나셨고 전 도련님이 욕지거리를 하
이른 아침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고묘묘는 스며오는 한기에 화들짝 놀라서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닫으라고 계집종을 불렀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반응이 없었다.어렴풋이 눈을 떴는데, 침상 맞은편에 누군가 앉아있었다.고묘묘는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침서를 본 고묘묘는 놀라 굳어 버렸다. “침서, 뭐 하는 겁니까?”“여기에 얼마나 계셨습니까?”어둡고 차가운 표정으로 이곳에 앉아 잠든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았을 침서를 생각하니, 정말 등골이 오싹했다.고묘묘는 다급히 옷을 입고 다가갔다.하지만 밖에 내리는 눈을 보고 순간 기뻐하며 말했다. “밖에 눈이 내려요. 함께 눈 구경 가자고 오신 겁니까?”침서는 음흉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그래, 밖으로 가서 무릎을 꿇거라.”고묘묘는 온몸이 흠칫 떨렸다.미소도 점차 사라졌다.“뭐라고 했습니까?”침서는 실눈을 뜨고 그녀를 쳐다보며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말을 못 알아들은 것이냐? 밖에 나가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고묘묘는 순간 억울하면서도 화가 났다. “난희 때문입니까? 난희 때문에 저에게 벌을 주시는 겁니까?”“당신이 난희를 목 졸라 죽인 겁니다!”“제가 죽인 게 아닙니다!”인내를 잃은 침서는 벌떡 일어나 고묘묘를 덥석 잡더니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가 한발로 그녀의 무릎을 걷어찼다.침서에게 걷어차인 고묘묘는 무릎을 털썩 꿇었다.눈밭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묘묘는 아픈 나머지 눈밭에 쓰러지고 말았다.무릎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침서의 손에는 긴 채찍이 들려 있었다.그는 채찍을 휘둘러 고묘묘의 목을 휘감았다.고묘묘는 벗어날 새도 없이 침서 앞에 끌려갔다.침서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희는 내가 죽인 게 맞고 그녀의 생사도 중요하지 않다.”“하지만 너의 잘못은 내 말을 듣지 않고 함부로 내 사람을 건드린 죄다.”그 음산한 목소리에 고묘묘는 등골이 오싹했다.“오늘은 단지 너에게 교훈을 주는 것뿐이니, 더 많은 고통을 겪기
다만 혼자 온 것이 아니라, 고묘묘도 함께 왔다.고 대인의 질문에 침서는 군말 없이 인정했다. “그렇소. 김죽은 내가 죽였소!”덤덤한 그 한마디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발칵 뒤집어졌다.이 말을 들은 김량도 아연실색했다. “당신이었소?”“왜 내 아들을 죽였소? 왜?”김량은 격분하여 침서에게 달려들었다. “내 아들을 살려내시오.”그러나 침서는 김량을 확 밀쳐냈다.“당신 아들은 죽어 마땅하오.”고 대인이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침서가 대답했다. “어젯밤, 나는 공주를 구하기 위해서 김씨 댁에 쳐들어가서 김죽을 죽였소.”이 말이 나오자, 주위는 순간 소란스러워졌다.곧이어 고묘묘가 말했다. “어제 나는 습격당해 상처 입고 기절했소. 그런데 누군가에게 끌려갔는데 깨어나 보니 김씨 댁에 있더군요. 김죽은 나를 유린까지 하려고 했소.”“당행이 침서 장군이 때마침 도착해서 나를 구했소.”고 대인은 깜짝 놀라서 말했다. “뭐라고요? 김죽이 감히… “고묘묘는 냉랭하게 말했다. “이 사람은 색마요. 그러니 죽어 마땅하오!”“고 대인께서 공정하게 처리해 주기 바라오.”고 대인은 노하여 말했다. “이는 김씨 집안 하인의 증언과 일치하니, 김죽의 소행이 확실하오. 그러니 김죽은 확실히 죽어 마땅하오.”“김량, 당신은 일단 돌아가시오.”“사건은 종결되었소!”이 말을 들은 김량은 대경실색하며 말했다. “대인, 제 아들이 그런 비참한 죽임을 당했는데 너무 억울합니다! 김죽이 설령 정말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해도 율법으로 다스려야지 어찌 이렇게 잔인하게 죽인단 말입니까?”하지만 김량이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아무도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어쨌든 김죽은 공주를 납치했기 때문에 침서에게 참살당한 것이다.비록 율법에 어긋나지만, 도리는 있다.게다가 공주와 침서가 관련되어 있으니, 고 대인은 이 사건을 처리할 수 없다.그래서 바로 사건을 종결해 버렸다.하지만 이 사건의 실제 기록을 여전히 황제에게 올렸다.침서의 행위가 벌을 받
곧이어 침서의 음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부터 이 여인들은 장군부에 머물 것이다. 어서 이들에게 머물 곳을 준비해 주어라.”이 말을 마치고, 침서는 나가 버렸다.고묘묘는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한 무리의 여인들은 일제히 인사를 올렸다. “부인, 부탁합니다.”그래도 이 여인들은 난희 그 천박한 계집보다 철이 들었다.하지만 꽃보다 어여쁜 그녀들의 얼굴을 보니, 확 찢어버리고 싶었다.고묘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침서는 낙요를 가질 수 없으니, 낙요와 닮은 여인을 한가득 찾아왔다.난희도 그랬다.이 여인들도 그렇다.고묘묘는 이를 갈며, 이 여인들에게 방을 마련해주었다.하지만 그날 밤부터 침서는 다시 폐관에 들어갔고 여인 한 명이 그에게 음식을 배달해 주었다.그리고 고묘묘가 그의 정원에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특별히 명령을 내렸다.이토록 고묘묘를 경계하니, 고묘묘는 더욱 불쾌했다.그래서 그날 두 여인의 음식에 약을 탔다.다음날, 그녀들은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았고 몹시 가려웠으며 통증은 참기 어려울 정도였다.고묘묘는 그녀들에게 이것은 물갈이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 몸조리하라고 설득했다.하지만 그녀들은 침서의 명령 없이는 함부로 떠날 수 없다면서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고묘묘는 듣고 속으로 몹시 분노했으며, 살심이 일었다.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식사할 때, 고묘묘가 계집종에게 물었다. “난희의 시신은 찾았느냐?”지금 생각해 보니, 침서가 난희를 죽인 건, 오히려 그녀를 해방한 것이다.계집종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못 찾았습니다.”“시위들에게 여쭤봤지만, 시신을 들어내 간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아마… 시신은 아직 집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이 말을 들은 고묘묘는 안색이 확 변하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집 안에 있다고?”“어서 가서 찾아보아라!”하지만 장군부의 구석구석 모두 찾아보았지만, 시신을 보관한 곳을 찾지 못했다.순간 고묘묘는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난희의 시신은 아직 침
“그럼, 혼을 바꾼 후 그 사람을 바로 죽일 방법은 없습니까?”상대방은 놀라서 제자리에 굳어버렸다.뒤이어 그는 대답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환혼하는 과정에 착오가 생기면 혼을 바꾼 후 바로 사망하는 상황이 초래됩니다. ““두 번째 방법은 환혼하는 몸이 모든 생명력이 빨려 고목처럼 된다면 환혼이 성공해도 얼마 살지 못합니다.”고묘묘의 눈동자가 반짝이었다.“두 번째 방법을 원합니다!”“만약 몰래 손을 쓰면,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을까요?’상대방은 신비한 웃음을 지었다. “저만의 비술이 있으니, 낭자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다만 환혼 자의 사주가 필요합니다.”고묘묘는 즉시 대답했다. “문제없습니다!”“다만 여덟 명입니다.”상대방은 또다시 깜짝 놀랐다. “여덟 명? 여덟 명이면 그 가격이 아닙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만약 성공하면, 큰상을 드리겠습니다.”상대방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계약금 백은 오천 냥입니다. 나머지 오천 냥 황금입니다.”“좋습니다!” 고묘묘는 곧바로 은표 한 묶음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상대방은 은표를 받을 생각이 없었지만, 은표의 금액이 오천 냥을 넘는 것을 보고 바로 받았다.돌아간 후, 고묘묘는 새로운 낭자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하산한다는 이유로 그녀들의 사주를 물었다.다들 경계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뻐하며 사주를 알려주었다.이 낭자들은 별원에 있을 때처럼 다들 화목했다.다음날, 고묘묘는 이 여덟 명의 사주를 그 고인에게 가져다주었다.고인은 그들이 사는 주소를 묻더니 말했다. “이제부터 소식을 기다리시면 됩니다. 다른 건 상관하지 마십시오.”고묘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깊은 밤.또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등롱의 밝은 불빛 아래, 사뿐히 내리는 눈꽃은 저마다의 선명한 형태를 갖추었다.고묘묘는 긴 복도 끝에 이르러, 마당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내심이 복잡했다.그녀는 간식과 찻물을 가져
김씨 집안일은 이미 지난 지 며칠 되었고, 김옥한도 이미 남월거에서 안정을 찾았다.그리고 온연을 도와 많은 문제도 해결해주었다.김옥한이 대제사장 저택에서 살기 때문에, 남월거가 저녁에 문을 닫으면, 온연은 김옥한을 대제사장 저택으로 바래다준다.온연 부부는 자주 대제사장 저택에 자주 드나들지만, 매일 찾아와서 밥을 얻어먹기가 미안했다.그래서 풍옥건은 매일 많은 물건을 들고 대제사장부로 찾아왔기 때문에, 저녁때만 되면 고소한 향기가 사람을 군침 돌게 했다.저녁때, 낙요는 정원에서 검술을 연마했다.눈보라 속에서, 검기는 형태를 갖춘 것 같았다.부진환은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다가 낙요가 지치자, 그제야 두봉을 들고 그녀에게 걸쳐주었다.“갑자기 왜 검술을 연마하는 것이냐?”낙요는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요즘 온연이 매일 맛있는 음식을 가져오는 바람에 살이 찐 것 같습니다.”“오늘 보니, 옷이 꽉 끼는 것 같았습니다.”부진환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 “어디에 살이 쪘느냐? 많이 먹어야 힘을 쓰지.”“옷이 꽉 끼는 건 옷이 문제가 있는 것이니, 새 옷을 해 입으면 되는 것이다.”낙욘는 이 말을 듣고 약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앞으로 온연이 더 이상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월규가 활짝 웃는 얼굴로 달려왔다.월규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낙요는 이미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아차렸다.“온연이 또 물건을 가져왔느냐?”월규는 순간 멈칫하다니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오늘 온연 낭자는 야생 토끼 몇 마리와 뜨끈뜨끈한 간식을 가져왔습니다.”“대제사장, 어서 오십시오!”낙요는 그늘진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은 절대로 많이 먹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막상 밥상머리에 앉자, 이것저것 참지 못하고 다 먹게 되었다.송천초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와, 며칠 동안 매일 밖에 나갔지만, 이렇게 맛있는 건 본 적이 없습니다.”이때, 풍옥건이 어깨를
“감히 공주를 건드리다니요!”다들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하지만 낙요는 말이 없었다.그날 밤 난희에게 일이 생겼다.여기까지 생각하니, 낙요는 낙요의 상황이 몹시 궁금했다.하지만 침서가 난희를 구하러 갔으니, 그는 분명 난희 편을 들어줄 것이다.정신을 가다듬은 낙요는 물었다. “김량 손에 어떤 장사들이 있느냐?”온연이 대답했다. “김씨 집안은 장사를 거의 다 말아먹고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가게도 많이 팔았습니다.” “제 기억으론 이젠 주루 몇 개와 작은 가게 몇 개 남은 것 같았습니다.”낙요는 김옥한을 쳐다보더니 물었다.“예전에 네 어머니가 하던 가게는 아직 남아있느냐?”김옥한은 유감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해 김량은 단지 저의 어머니를 내쫓으려고 한 것뿐입니다. 그는 애초부터 어머니의 장사를 관리할 능력이 없었습니다.”“제가 알아본 바로는, 어머니의 가게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반년도 되지 않아 망했다고 합니다.”“지금 그 거리는 매우 스산하고, 가게도 오랫동안 비어 있었기 때문에 팔리지도 않습니다.”낙요는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요 며칠 온연과 함께 있는 걸 보니, 너도 장사에 흥미가 있는 것 같더구나.”“만약 원한다면 그 가게를 사서 장사를 좀 해보는 게 어떠하냐?”“어쨌든 그건 너의 어머니 물건 아니냐?”“김씨 집안은 원래부터 장사 능력이 없으므로 언젠간 8대 가문에게 먹힌다. 그럴 바엔 우리가 방법을 생각해서 그 장사를 뺏어오는 것이 낫다.”온연의 눈동자가 반짝이었다. “저도 그 생각이었습니다!하지만 저는 규모가 큰 것 같아서 감히 모험할 수가 없었습니다.”낙요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괜찮다. 내가 책임질 테니, 하고 싶은 건 마음껏 하여라.”온연은 듣더니 기뻐서 어쩔 줄 몰랐으며, 기옥한도 매우 기뻐했다.두 사람은 술잔을 들고, 낙요에게 술을 올렸다.--눈이 펑펑 쏟아지는 깊은 밤이었다.그 어두운 방 안에, 검은색 두봉을 걸친 손님이 찾아왔다.김량은 흰 눈이 뒤덮인 유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