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의 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갑자기 굵어졌다. 빗방울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살기를 띠었다.침서와 다른 이들을 몰아냈다.침서가 데리고 온 부하들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고, 침서도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주위의 변화를 경계하며 지켜보았다.곧 그는 분사검을 꺼내 허공에 휘둘렀다.날카로운 칼의 기운이 바로 빗속의 음풍을 무너뜨렸다.그다음, 폭우가 긴용을 휘감고 기세등등하게 침서를 향해 달려들었다.침서는 분사검을 휘둘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긴 용에게 격파당했고, 침서를 향해 돌진했다.한바탕 실랑이를 벌였지만 침서는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바로 그때, 밖에서 격렬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많은 사람들이 도망치는 듯했다.침서는 두 걸음 뒤로 물러서 몸을 날려 도망쳤다.부하들도 일제히 그를 따라 도망쳤다.곧 밖에 사람들이 달려왔다.진익이 사람을 데리고 온 것이다. 김옥한도 긴장한 표정으로 뛰어들어왔다."괜찮습니까?"낙요가 고개를 저으며 진익이 데리고 온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거요?"진익이 대답했다. "현령부에 침입한 사람이 있다고 여기 아씨께서 부탁해서 급히 왔습니다.침입한 자가 누굽니까?"낙요가 눈썹을 찌푸리며 침서가 도망친 방향을 바라보았다. "침서 말고 누가 또 있겠습니까?""그럴줄 알았습니다." 진익은 화가 난 것 같았다."곧 일손을 더 파견해 현령부에 보안을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비록 침입을 막을 수 없었지만, 약간의 시간을 끌 수 있었다.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진익은 다른 일이 있었기에 먼저 갔다.김옥한이 얼른 다가와 말했다. "대제사장님, 괜찮으십니까? 세자 저하도 괜찮으십니까?""우린 괜찮소, 고맙소.""천만에요, 늦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김옥한이 한숨을 돌리더니 말했다. "참, 오는 길에 어떤 여자와 마주쳤는데 대제사장님을 뵈러 왔다고 했습니다. 대제사장님의 친구라고 하더군요."낙요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한창 상대를 추측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녀의 시야로 들어왔다.
낙요가 황급히 그를 부축해 침대에 앉혔다.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나왔어요? 침서가 당신 목숨 앗아가려고 작정했어요."부진환은 고통을 참으며 낙요에게 미소를 지었다. "당신을 해칠까 봐 두려웠소.어떻게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겠소."송천초가 다가와 부진환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안색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의원이었던 그녀는 부진환의 얼굴을 살피더니 그가 안색이 나쁘고 숨결이 약한 것을 단번에 알아냈다.낙요가 곧이어 설명했다. "강화현에서 홍수가 나는 바람에, 사람을 구하기 위해 물속에 뛰어들었다가 침서가 공격하는 화살에 맞았어.그리고 워낙 좋지 않았던 몸 상태로 그걸 견디다 보니..지금으로썬 용삼만이 그의 목숨을 구할 수 있어. 약욕으로 목숨은 부지했지만, 다리가 고쳐지고, 비가 멎으면 도성으로 가야 할 거야."말을 끝낸 낙요가 뭐가 떠오른 듯 황급히 송천초를 바라보았다."여긴 어떻게 온 거야?다리가 분명 끊어졌을 텐데."송천초가 대답했다. "초경이와 함께 와서 강을 건넜어.그 다리는 수리 중이긴 하지만, 보아하니 닷새 정도는 더 걸릴 것 같아."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급해 났다, 약욕으로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갑자기 송천초가 화색을 띠며 말했다. "내가 여기까지 온 게 신께서 정한 일 같구나."그녀는 곧 약재 주머니에서 비단 함을 꺼냈다.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낙요가 밝은 눈빛으로 비단 함을 바라보았다.안에 든 물건을 확인한 그녀가 흥분에 차서 말했다. "이건 용삼이잖아!"이 말에 방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환호했다.송천초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전에 세자 저하의 몸이 안 좋다는 얘기를 듣고 여국으로 올 때 선물로 약재를 준비했어.""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네."낙요가 감격스러운 듯 송천초을 와락 끌어안았다. "딱 맞춰 왔어!"송천초는 목이 졸려 숨이 막힌 듯 낙요를 살짝 밀어냈다."어서 약부터 드시게 해."주락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물을 끓이도록 하겠
낙요가 황급히 설명했다. "아닙니다, 용삼을 전부 가져다 달라는 게 아니라, 몇 자루만 필요합니다."그녀는 단지 부진환이 조금 더 오래 살기를 원할 뿐이다. 다음에 또 이런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유비무환이다.이때, 송천초가 고개를 돌려 초경를 바라보았다. "좀 도와주세요. 함께 갈게요."난감해하던 초경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러지."낙요는 송천초 한 마디로 초경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그녀는 둘 사이가 좋아 보여 기뻤다. 초경이 송천초를 보호하고 있으니, 이 세상에서 그녀를 해칠 위험은 없을 것이다. 곧 약이 준비되었다.낙요는 얼른 약을 그릇에 담아 부진환에게 건넸다."어서 마셔요."부진환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없어 보였다, 비틀거리기까지 했다.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낙요는 약 한 숟가락을 떠서 그의 입에 넣었다."마시고 푹 쉬어요, 그럼 내일 좋아질 거예요."부진환은 머리를 끄덕였다.약을 먹자, 김옥한이 준비한 식사를 들여왔다.사람을 시켜 송천초에게 방을 주었으나, 두 사람은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낙요의 곁을 지켰다.초경은 옆의 침대에 누워 쉬었다.어느덧 날이 밝았고 부진환이 깨어났다.기운이 훨씬 좋아진 것 같았다, 얼굴빛도 불그스름해졌다."어때요? 느낌이 어때요?"부진환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입꼬리를 올렸다. "괜찮아, 전보다 많이 좋아졌어."그는 자기가 살아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낙요는 그의 맥박을 짚어주더니 미소를 지었다.계진과 주락은 이 소식을 듣고 환희에 차서 왔다.낙요는 그들에게 송천초와 초경을 소개했다, 그들은 초경의 진짜 정체를 알지 못했다.많은 사람이 기뻐했다.김옥한은 빠른 걸음으로 근심스럽게 다가왔다. "대제사장님, 어제 왔던 침서 장군님께서 다시 찾아왔습니다. 대제사장님을 뵙기를 청합니다."낙요는 살짝 당황했다. 미소를 짓던 사람들의 얼굴이 서서히 굳었다.계진이 손에 든 장검에 힘을 가했다. "아직도 단념하지 않다니!제가 가서 막겠습니
침서가 깜짝 놀라 말했다."그를 구하고 싶지 않은 건가?"낙요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와 난 생사를 함께 할 겁니다. 아무리 용삼이라도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침서가 격분한 듯 두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지로 참았다."그렇게 그를 사랑하는 건가! 내가 널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을 했는데, 어떻게 부진환을 선택할 수 있어? 그와 생사를 함께하면, 나는?"낙요가 진지한 얼굴로 침서를 바라보았다. "우린 결코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어렸을 땐 나도 마음이 움직였겠지만, 그때는 철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우린 친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적이었습니다. 나와 부진환은 생사를 함께 하는 사이겠지만, 당신과 나는 어떤 사이도 아니고 당신이 날 책임질 필요는 없습니다."그녀와 침서는 아무런 감정의 고리가 없었다. 그때 기억을 잃어, 침서에게 속은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침서와 함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 없었다.낙요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침서의 가슴에 칼처럼 박히는 것 같았다.그는 애틋한 눈빛으로 낙요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전에 했던 일들은 모두 널 위해 한 거야. 너한테 설명했잖아, 왜 믿지 않는 거지?""아요, 이 세상에서 너만큼 나한테 중요한 사람 없어. 내가 널 어떻게 해칠 수 있어!"낙요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됐습니다. 지난 일은 언급하고 싶지 않고 다시 듣고 싶지도 않습니다.""용삼은 갖고 싶지 않습니다, 부진환을 죽이면 나도 같이 죽을 겁니다.""그러니까 그만 돌아가세요."말을 마친 낙요가 차갑게 몸을 돌렸다."아요!" 침서가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그러나 낙요는 돌아보지 않았다.침서는 차갑게 돌아선 낙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손을 움켜쥐었다.현령부의 대문 이 닫히고 침서는 실의에 빠져 몸을 돌려 그곳을 나왔다.낙요는 부진환과 함께 죽을 생각이다.믿기지 않았다.자기가 구한 그녀가 다른 남자와 죽으려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객사에 들어오자마자 그녀에 관한 질
이틀 후 부진환의 몸이 거의 회복되었다. 외상이 많아 아직 허약하긴 하지만 죽어가던 그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송천초과 초경은 현령부에 묶었다. 김옥한은 갑자기 나타난 초경을 보고 놀라지 않은 듯, 방 하나를 더 마련했다.아주 극진히 모셨다.부진환은 상태가 회전되었고 송천초는 밤이면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 항상 부진환과 낙요의 방에 있을 수 없었다.초경은 몸종의 손에 이끌려 자신의 객방으로 갔으나, 송천초의 방문을 두드렸다."무슨 일입니까?"초경이 얼굴을 찡그렸다. "잠이 안 와.""왜 안 오는데요? 집에서도 침대에서 자지 않았잖아요." 송천초가 이해하지 못한 듯 말했다.초경이 대답했다. "혼자 있으면 잠이 안 와.""만약 내가 자다가 죽어 진짜 모습을 들키면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도 되고."그 말을 들은 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자다가 진짜 모습을 드러내면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할지도 모르겠네요.그럼, 내 방에서 자요."이 말을 들은 초경의 입술을 슬며시 올라갔고 그는 방문을 밀고 들어가면서 대답했다. "좋아."이튿날, 김옥한은 초경이 기지개를 켜며 송천초의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송천초가 방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김옥한이 쑥스러워하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부셨군요, 제가 몰라봤습니다.""그것도 모르고 도련님께 가장 먼 방을 안배했으니, 제가 죄송합니다."송천초는 깜짝 놀라 얼른 해명했다. "그게 아니라..."초경이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송천초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다정하게 행동했다."우가 미리 알리지 않았으니 우리 탓이오."그가 한 말은 두 사람이 부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었다.송천초는 놀란 듯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선 넘지 마요!"초경이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만약 부부가 아니면, 성인 남녀가 한방에서 잔 걸 뭐라고 설명할 거야?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
낙요가 웃으면서 말했다. “반드시 무공이 뛰어나고 실력이 뛰어나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대황자님은 신분 자체가 다른 사람보다 존귀하십니다. 그런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진익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마음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내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해낼 줄 몰랐어."낙요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오랫동안 고묘묘의 그늘에 가려져 그런 겁니다.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셨으니...사실 고묘묘는 황태자님보다 못합니다.그녀는 황태자님처럼 최선을 다해 수해를 막으려 하지 않았을 겁니다. 백성들의 인정이나 찬사도 받지 못할 겁니다."이 말을 들은 진익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낙요가 오랫동안 침묵하는 것을 본 그가 먼저 말했다. "고맙다."고맙다는 말은 진익이 평생 누구에게도 한 적 없는 말이다.게다가 그를 어둠 속에서 끌어낸 사람이 낙요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앞에 있는 여자가 사람을 매혹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낙요가 눈을 가늘게 뜨고 강가를 바라보았다. "수위는 좀 낮아졌습니까?"진익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려갔어.""이틀간 비가 많이 잦아든 덕분이지, 폭우가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 뒤, 수해도 끝날 거다."진익이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오늘 한가한 가 보네, 세자는 상태가 어때?" 그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다, 낙요가 부진환을 보살피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냥 그렇습니다." 낙요는 부진환의 몸 상태를 밝히지 않았다.강화현을 떠나기 전에 부진환이 용삼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침서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또 다른 살인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진익에게 알리지 않았다.진익이 이 사실을 듣고 살짝 놀랐다. 부진환이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위로했다. "그의 몸 상태로 지금까지
낙요가 태연하게 인정했다. "네."침서가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다시 손을 뻗었다. "용삼은 아무 문제가 없어.""난 단지 네가 죽는 게 싫을 뿐이야.""그게 다야.""부진환이 죽는 건 상관이 없다. 난 널 구하고 싶은 거야, 널 그렇게 오랫동안 지켰는데, 어떻게 죽는 걸 보고만 있겠어."침서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다,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하지만 낙요는 침서를 꿰고 있었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침서는 쉽게 패배를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다.그는 낙요가 죽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녀가 구하고자 하는 사람을 살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를 쉽게 놔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침서로부터 무언갈 얻기 위해선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한다.그는 결코 사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부진환은 이미 용삼을 복용했기 때문에 침서가 준 용삼은 필요 없었다."필요 없습니다." 낙요는 그것을 받지 않았다.그녀는 침서를 스쳐 지났다.침서는 지나가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아 세우며 다급하게 말했다. "아무 조건도 없다는데, 왜 안 받는 거지?""정말 부진환과 함께 죽음을 맞이할 생각이냐!"낙요는 침서의 얼굴에 상처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하지만 그것에 대해 묻지 않았다. 다만 침서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죽든지 살든지 당신이 상관할 문제가 아닙니다."낙요는 이 말을 남기고 홀연히 멀어졌다.송천초와 초경도 천천히 따라갔다.침서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송천초와 송천초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침서의 날카로운 눈빛을 느낀 송천초는 긴장한 듯 초경의 옷소매를 움켜쥐었다.초경도 그것을 눈치챘다.그래서 침서를 향해 옷깃을 흔들었다.한줄기 흰 연기가 침서를 향해 날아갔고 그것을 흡수한 침서는 이내 두 사람을 낯선 사람으로 인지했다.송천초와 초경의 얼굴을 완전히 잊었다.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초경이 자연스럽게 송천초를 껴안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니까 걱정하지 마."송천초는 고
현령부로 돌아오자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점원 몇 명이 물건을 들고 찾아왔다.낙요에게 줘야 할 물건들이다.낙요는 대문 밖으로 나왔고, 상대는 두 손으로 비단 함을 공손하게 건넸다. "어떤 도련님께서 부탁한 물건입니다.""이게 무엇이오?" 낙요가 비단 함을 힐끗 쳐다보더니 받지 않았다."쇤네는 아무것도 모릅니다."낙요는 은냥 몇 개를 꺼내 그 사람에게 건넸다. "수고스럽지만 이 물건을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시오."침서가 보낸 용삼인 것을 알아차린 그녀가 거절했다.점원은 살짝 놀라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비단 함을 들고 돌아갔다.멀지 않은 골목 어귀에서 침서가 이 장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결국 비단 함은 다시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낙요는 그가 주는 용삼을 받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객사로 돌아왔을 땐, 이미 밤이 늦은 뒤였지만 방 안은 어두웠다.걸상에 앉은 그의 뒷모습은 차가운 기운이 풍겼다.그는 다시 돌아온 비단 함을 힐끗 쳐다보았다. 눈빛이 싸늘했다."안 받겠다고 하더냐."침서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걸상 위에 앉은 남자가 탁자 위에 놓인 막대기를 잡았다.침서에게 천천히 다가갔다.침서는 자기가 앞으로 겪을 일이 어떤 것인지 눈치채고 있었지만, 피하지 않았다.막대기가 그의 어깨를 강타했다.거센 고통에 침서는 몸이 휘청거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곧이어 막대기 하나가 또 날아왔고, 그는 결국 바닥에 털썩 꿇어앉았다.계속해서 그를 향한 매가 쏟아졌다.침서의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었다.그는 통증을 애써 참으며 벽에 기대에 힘겹게 일어났다.상대도 때리는 것이 지쳤는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가서 알아봐.""부진환 상태가 어떤지."침서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침서는 매일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현령부로 용삼을 보냈다.하지만 낙요가 외부에서 오는 물건은 아무것도 받지 말라고 김옥한에게 통보를 했기에 용삼을 전할 수 없었다.침서는 며칠째 용삼을 건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