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이빨과 발톱을 전혀 뽑지 않은 늑대는 안 된다.언제든지 고묘묘를 찢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고묘묘가 말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이건 저의 선택이니, 설령 고난이 닥치더라도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침서에게 시집갈 수만 있다면 저는 다 괜찮습니다!”“이건 제가 어렵게 얻은 것이니,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그녀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고집스러운 고묘묘를 보더니, 황후는 갑자기 피를 왈칵 토했다.그녀는 힘없이 담벼락에 기대었다.“모후!” 고묘묘는 즉시 앞으로 다가가 부축했다.하지만 황후는 사정없이 그녀를 밀쳐버렸다.“내가 널 법과 천리를 거스르는 아이로 키웠구나! 이젠 내 명령도 감히 거역하다니! 또한 나 몰래 낙요를 없애고 대신 침서에게 시집까지 갈 생각을 다 하다니!”“나는 너 같은 딸은 없다. 앞으로 모후라고 부르지 말거라!”“당장 내 앞에서 사라지거라!”황후는 몹시 화가 났다.고묘묘는 황후의 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더니 털썩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모후, 제가 철이 없어서 모후를 해쳤습니다.”“하지만 저는 이 공주의 신분을 버리고서라도 침서에게 시집갈 겁니다.”“저는 괜찮을 겁니다. 모후께서 걱정하지 마시고, 안심하고 몸조리하십시오.”이 말을 끝내고 고묘묘는 일어나 가버렸다.떠나는 고묘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황후는 눈시울을 붉혔으며,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황궁에서 나온 후.마차에 앉은 낙요의 안색은 초췌했다. 침서는 긴장한 표정으로 걱정하며 물었다.“아요, 다친 곳은 없느냐?”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없습니다.”“그럼, 당행이구나.”침서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너를 해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낙요는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걸 보더니, 침서는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잠시 후, 마차는 대제사장 저택을 지났지만 계속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낙요는 즉시 멈추라고 했다.“저는 그만 내리겠습
낙요는 평온하게 침서를 바라보았다.“약속을 어기다니요? 이렇게 된 이상, 우리가 혼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장군부에 가서 첩 노릇을 하라는 말은 아니지요?”침서는 급히 입을 열었다.“고묘묘에게 휴서를 보내면 그만이다. 대신 혼인한 것은 고묘묘의 잘못이 아니냐!”낙요는 어쩔 수 없다는 어투로 답했다.“휴서를 보낼 수 없지 않습니까!”“이렇게 된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피곤해서 쉬어야겠습니다. 어서 돌아가세요.”침서는 고집을 부리며 낙요의 손목을 잡고 흥분한 어투로 말했다.“아요, 나와 혼인을 하고 싶다면 무슨 수를 쓰든 할 수 있다!”“난 고묘묘가 싫다. 그러니 우리 사이에서 완전히 없애버리겠다!”침서는 낙요의 손목을 꽉 잡았다. 낙요는 아픈 나머지 미간을 찌푸리며 뿌리치려고 했지만, 침서는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바로 그때, 뒤쪽의 마차에서 누군가가 내려와 침서를 밀었다.“뭐 하는 겁니까, 누이에게서 손 떼십시오!”랑목은 즉시 낙요의 앞을 막아섰다.침서는 뒤로 몇 발짝 물러서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화난 듯했다.그러나 낙요의 얼굴을 봐서 꾹 참고 말았다.“아요, 그렇다면 푹 쉬면서 잘 생각해 보아라. 나도 해결 방법을 찾아볼 테니.”말을 마친 침서는 등을 돌려 마차에 올라타 장군부로 떠났다.낙요와 랑목도 대제사장부에 돌아갔다.대제사장부의 하인들은 낙요를 보더니 매우 기뻐했다.“대제사장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저는 목욕물을 받으러 가겠습니다!”월규가 기뻐하며 말했다.원 주방장도 웃으며 말했다.“반찬 몇 가지 할 테니 함께 축하합시다!”모두 각자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랑목은 낙요를 부축하고 정원에 앉아 복잡한 표정으로 물었다.“누이, 정말 돌아가신 줄 알았소…”“부진환의 말로는 잠시 기억을 잃었다고 하던데, 정말이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제 막 원래 몸으로 돌아와 많은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하지만 얼마 전 도주에서 그제야 기억을 회복했구나.”“랑목,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구나. 누이
침서는 잔뜩 화가 난 듯 난희를 밀쳤다.난희는 고통을 참고 일어나 침서 앞에 무릎을 꿇었다.“다 제 잘못입니다. 장군, 저를 벌하십시오!”침서는 분노하며 검을 뽑아 난희를 향해 겨눴다.그러나 검이 난희를 찌르려던 그때, 침서는 검을 거두고 호통쳤다.“꺼져라!”난희는 즉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한참이 지나서도 난희는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침서는 곧바로 분노하며 하인들에게 명을 내렸다.“부진환은 아직도 찾지 못한 것이냐?!”“오시 전까지 소식이 없으면 몽땅 죽은 목숨인 줄 알아라!”침서의 분노로 가득 찬 장군부는 매우 고요했으며,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보고하러 온 시위도 두려움에 떨며 입을 열었다.“장… 장군. 부진환의 종적을 발견했습니다.”“궁문으로 가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침서의 서늘한 눈빛에는 살기가 스쳤다. 곧바로 침서는 장검을 꽉 쥐고 방문을 나섰다.“그렇다면 왜 잡아 오지 않은 것이냐?!”침서의 눈빛은 매우 음흉했다.시위는 긴장하며 답했다.“대, 대황자와 동행하고 있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침서는 깜짝 놀랐다.“진익…”침서는 살기등등하게 검을 들고 출발했다.그렇게 병사들은 침서의 뒤를 따랐다.거리에 말의 발굽 소리가 소란스럽게 울리자, 행인들은 모두 깜짝 놀라 옆으로 피했다.침서는 병사를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궁문 앞까지 쫓아가 진익 일행을 둘러쌌다.부진환도 진익의 대오에 있었다.침서는 부진환을 보자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발을 들이는 것이오?”낙요가 혼약을 거부하는 것은 고묘묘 때문일 뿐만 아니라, 부진환의 원인도 있을 것이다!그러니 낙요를 포기하게 하려면 반드시 부진환을 죽여야 한다!진익은 서늘한 어투로 답했다.“침서 장군, 이게 뭐 하는 짓이오?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데리고 와 궁문 앞에서 나를 포위하다니. 반역이라도 하려는 것이오?”침서는 검을 부진환에게 겨누며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당신은 됐고, 저자를 내놓으시오!”진익은 입꼬리를 올리고
침서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어서방의 방문이 닫혔다.어서방에서, 황제는 고묘묘의 일 때문에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들고 진익과 부진환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 “네가 부진환을 도성에 남기고 싶은데, 왜 짐을 찾아온 것이냐?”“짐은 그 이유를 듣고 싶구나. 만약 나를 설득할 수 없다면 짐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진익도 부황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채고, 다급히 말했다.“부황, 부진환은 여철(黎澈) 공주의 아들입니다!”이 말을 들은 황제는 깜짝 놀랐다.그는 놀라운 표정으로 부진환으로 쳐다보았다.“뭣이라? 당신이 여철의 아들이라고?”“그럴 리가!”“천궐국은 여국의 사술을 증오하여 여철을 화형에 처했는데, 어찌 그녀의 아들을 살려뒀단 말이오?”“그리고 그 아들을 섭정왕 자리에 앉힐 리는 더더욱 없소!”황제의 어투는 확고했고, 심지어 강렬한 증오와 분노까지 섞여 있었다.부진환의 명성은 자자했다.그는 천궐국의 섭정왕일 뿐만 아니라, 전장에서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하는 전신이기도 했다.여국은 그 이름에 대해 전혀 낯설지 않다.이런 사람이 어떻게 여국의 혈통이란 말인가?천궐국이 어찌 여국의 혈통을 가진 자를 그들의 조정에서 그토록 높은 권세와 지위에 있는 걸 허락하겠는가?부진환이 대답했다. “저는 여철의 아들이 확실합니다. 그해 모비는 모함당하고 이궁의 난의 주범으로 몰려 화형에 처했습니다.”“저는 그때 바보인 척 연기하여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궁의 난과 저, 그리고 모비를 더 이상 언급하는 사람이 없고 이 일이 잠잠해진 후, 저는 비로소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황제는 성격이 연약하고 중임을 견디지 못했으며, 엄가의 손에 휘둘렸습니다.그래서 태상황께서 저를 섭정왕으로 봉하고 세력을 키운 것입니다. 목적은 바로 엄가를 견제하기 위해서였습니다.”이 말을 들은, 황제는 약간 놀랐다.“알고 보니 말이었구먼. 그럼, 전혀 이상하지 않소.”하지만 황제는 이내 또 물었다.
이때 진익이 입을 열었다.“부황, 부진환이 부황의 조카라면 부진환을 세자로 봉하여 사람들이 부진환의 신분을 알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러면 침서에게 조금이라도 압력이 가해지지 않을까요?”“그렇게 하면 침서는 아마 부진환을 죽이려 하지 못할 겁니다.”그 말에 황제는 잠깐 고민했다. 그러나 겨우 세자라는 명분일 뿐이다.“그래. 네 뜻대로 하거라.”곧이어 그는 부진환을 바라보았다.“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부진환은 동의했다.“좋습니다.”“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이 물건은 제가 보관하겠습니다.”“언젠가 여국에 큰 위험이 생긴다면 전 이것을 꺼낼 것입니다.”그 말을 들은 황제는 잠깐 주저하다가 말했다.“그래도 된다. 하지만 우선 짐에게 보여줘야 한다. 설마 네가 정말 그 물건이 갖고 있는 것이냐?”황제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듯했다.이때 부진환이 품 안에서 목함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일월쇄로 잠겨진 목함이었다.그가 그것을 탁자 위에 내려놓자 황제는 눈을 빛내며 손을 뻗어 그것을 만지려 했다.그러나 부진환이 그를 제지했다.“폐하!”“이 목함 겉면에는 독이 있습니다. 전대 대제사장이신 낙영이 만들어 낸 독이라 오직 해독약을 먹은 사람만이 이것을 만질 수 있습니다.”“이 독은 해독약이 한 알뿐인데 이미 제가 먹었습니다.”“폐하께서 그걸 만지시려면 우선 해독약이 있어야 합니다.”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손을 댈 수 있을 리가 없었다.황제는 눈살을 찌푸리고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이 물건은 너만 만질 수 있나 보구나.”“그것을 열어서 내게 보여주거라.”곧이어 부진환은 잠금을 열어 황제에게 안을 보여줬다.그 안에는 아주 작은, 특이한 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구리거울이 들어있었다.그러나 황제는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여국에 진국지보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만 오직 황제만이 여국의 진국지보가 거울이라는 걸 알았다.이 거울로 사람의 전생과 현생,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부진환은 절대 여국의 진국지보가 뭔지 모를 것이다.
곧이어 황제가 바로 조서를 내렸다. 그는 부진환을 세자부(世子府)로 책봉했고 그에게 비단과 각종 보물, 약재들을 선물했다.그것들을 들고 나갈 때, 침서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침서가 그들을 막았다.“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지?”황제가 왜 부진환을 본단 말인가?진익이 웃으며 말했다.“침서 장군, 말씀을 주의하시오. 이분은 오늘부터 세자요. 그러니 장군은 앞으로 정중하게 대해야 할 것이오.”진익은 뒷짐을 진 채로 득의양양하게 말했다.부진환에게 그런 신분이 있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면 그를 하루라도 빨리 신분 상승시켜 그와 함께 침서를 상대했을 텐데 말이다.침서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확 달라졌다.“뭐라? 세자?”침서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부진환은 차갑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조서를 쳐들었다.“침서 장군, 한 번 보겠소?”침서는 화를 냈다.“그럴 리가 없소!”말을 마친 뒤 그는 어서방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폐하, 부진환은 천궐국의 섭정왕입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여국의 세자가 된단 말입니까?”“그에게 무슨 자격이 있단 말입니까?”’그러나 황제는 들이닥친 그 때문에 불쾌한 표정으로 버럭 화를 냈다.“침서! 점점 더 예의가 없어지는군!”부진환과 진익은 안의 소리를 들었다. 진익은 의기양양하게 웃었고 두 사람은 이내 걸음을 옮겼다.돌아가는 길에 진익은 부진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세자, 예전에는 내가 당신이 신분을 몰라서 많은 무례를 저질렀소.”“이번에는 내가 한 번 도운 것이니 날 너무 질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세자.”“앞으로 우리 둘이 서로 협력한다면 틀림없이 침서를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오!”“그때 가서 우리가 반씩 병권을 나누면 아주 좋지 않겠소?”부진환은 덤덤히 웃을 뿐 그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황자는 야망이 크구려. 하지만 침서는 오랫동안 병권을 틀어쥐고 있었기에 그것을 빼앗기란 쉽지 않을 것이오.”“황자는 우선 침서가 반격하지 않을지
낙요는 순간 마음이 놓였다.여단청이 다급히 말했다.“정말 좋은 일이네요. 우리는 또 예전처럼 지낼 수 있습니다.”“원 주방장에게 맛있는 걸 만들어달라고 해야겠어요. 오늘 우리 함께 축하합시다!”낙요는 다급히 부진환을 안으로 맞이했다.“저한테 얘기해 보세요. 대체 무슨 방법을 쓴 것입니까?”멀지 않은 곳, 백서가 소식을 전해 듣고 빠르게 그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녀는 부진환과 대제사장이 미소 가득한 얼굴로 마당을 가로질러 가는 걸 보았다.랑목도 낙요를 따라 방 안에 들어갔다.부진환은 차를 한 모금 마셔서 목을 축인 뒤 입을 열었다.“내가 여철 공주의 아들이라고 했다.”그 말에 낙요는 살짝 놀랐다.“그...”“그것 때문에 폐하께서 남으라고 하셨다고요?”그녀는 그들이 어떤 관계인지는 잘 알지 못했지만, 여철이 황제의 친여동생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만약 겨우 그것으로 부진환에게 남게 했다면 오히려 부진환이 위험하다는 걸 설명했다. 황제가 그를 죽이려 할지도 몰랐다.“이것이 있다.”부진환이 상자를 꺼냈다.낙요는 그것을 건네받은 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 일월쇄는... 당신이 위조한 것입니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고 낙요는 감탄했다.“정말 진짜 같이 만들었군요.”상자를 열어 안에 든 물건을 본 낙요는 더욱 놀라워했다.“일월경.”낙요의 안색이 달라졌다.랑목이 다가왔다.“일월경이 무엇이오?”낙요는 곧바로 상자를 닫았다.“넌 보면 안 된다.”“랑목, 넌 일단 나가거라. 난 부진환과 단둘이 할 얘기가 있다.”랑목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일이길래 내가 들으면 안 된다는 것이오? 누이, 이건 편애요.”낙요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달랬다.“잠시 뒤에 누이가 널 이 성안에서 가장 맛 좋은 술을 파는 곳에 데려가마. 어떠냐?”“알겠소. 그러면 방해하지 않겠소.”말을 마친 뒤 랑목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마당으로 향했을 뿐 떠나지는 않고 마당을 지켰다.그는 지금 누이에게서 한 발짝도 떨어지
“그래서 어릴 때 자주 괴롭힘을 당했었다. 그 황제는 자식이 많았고 내 모비는 가장 눈에 띄지 않는 한 명이었거든.”“모비께서 말씀하시길 어릴 때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들킬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몰래 만나고, 사람이 많을 때면 친하지 않은 척했다지.”“누군가에게 들킨다면 상대 또한 괴롭힘당할 테니.”“예전에 난 그 사람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 네가 떠난 뒤 부황은 내게 모비와 네 어머니의 사이를 얘기했었지. 난 그제야 내 모비의 어릴 적 친우가 바로 네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들의 관계는 그들과 아주 가까운 사람들만 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그들은 친하지 않고, 심지어 적이지.”“그것 또한 그들이 서로를 지키는 방식 중 하나겠지.”그 말에 낙요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그때 제 어머니가 당신의 모비를 해친 사람이 아니란 걸 확신한 겁니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의문스러웠다. 그런데 부황의 말을 듣고 더욱 확신했다.”낙요는 생각에 잠겨서 말했다.“사실 우리 어머니가 바로 여국의 전대 대제사장 낙영입니다.”“낙요의 스승님이기도 하시지요.”그 말에 부진환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네 스승님의 딸의 몸에 들어갔던 것이냐?”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그런 우연이 있다니.”낙요는 고민했다.“저도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르지요.”낙요가 또 물었다.“모비께서 또 뭐라고 하셨습니까?”부진환이 대답했다.“모비께서 내게 제일 많이 했던 얘기는, 황제 일가는 가족으로서의 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가끔은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더욱 친근하고 믿음직스럽다고 하셨지.”“난 비록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모비와 여국 황족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래서 난 원래 여철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밝힐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래서 모험을 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