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끝낸 성주 어르신은 상 위의 비수를 들어 자결하려고 했다.기옥이 다급히 제지했다.“성주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이 모든 건 다 허서화가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뛴 탓입니다. 할아버지도 고충이 있었습니다.”누구에게나 신경 쓰이는 일과 사람이 있다.성주 어르신의 이 세 자녀 중 유일하게 그에게 위안이 되는 사람은 군한이다.허군한은 상우산과 혼인하여,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낳은 세 자녀 또한 착하고 효성이 지극하다.성주 어르신은 이렇게 화목하고 원만한 가족이 상처받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성주 어르신은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저었다.“너에게서 할아버지 소리를 들으니 참 부끄럽구나. 나는 자격이 없다.”기옥이 위로했다. “오늘 밤 저는 본래 할아버지께 허서화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뢰러 왔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가 절 원망할 줄 알았습니다.”“부모님의 원수는 이미 갚았습니다. 제가 할아버지의 딸을 죽였다고 절 원망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성주 어르신은 감동하여 눈물이 핑 돌았다.그는 애절한 마음으로 기옥을 품에 끌어안고 그녀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그래 아가야, 서화는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으니 벌을 받아도 마땅하다. 어찌 너를 탓할 수 있겠느냐? 네가 마음의 그 응어리를 풀어서 다행이구나!”“네가 괜찮다면, 앞으로 할아버지와 함께 살자꾸나.”이제 보니 성주 어르신은 사리가 밝은 분이었고 기옥이 자기 딸을 죽인 것도 탓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기옥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그러니 기옥이 성주 어르신과 함께 사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기옥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럼, 할아버지도 제때 약 드시고, 밥도 잘 드셔서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으셔야 합니다.”“이 성주부는 할아버지가 나서서 관리해야 합니다.”“저는 못 합니다.”성주 어르신은 눈물을 흘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알겠다.”“할아버지가 네 말을 잘 들을게.”상황을 지켜보던 낙요는 바로 약 처방을 내리러 나갔다.방안을 나설
곧이어 낙요는 사람을 시켜 재료를 준비했다.그리고 방안에서 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기옥도 성주부를 재정비했다.곧 사람들은 각자 위치로 돌아가 바삐 돌아쳤다.성주부 내에서 허서화의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류 관사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거의 연루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기옥은 사람을 시켜 약을 달여 직접 성주 어르신께 갖다주었다.방에서 나왔을 때 낙요도 이미 물건을 다 만들었다.방안에서.낙요는 기옥에게 등불과 부적 몇 장을 주었다.“여해는 이 등에 있으면 혼백이 날아가는 걸 막을 수 있다.”“이 부적은 여해가 너의 몸에 들어가도 의식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만약 문제가 생기면, 이 부적을 사용하거라. 이건 그녀를 너의 몸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다.”“그리고 이건 허서화의 검인데, 위에 사귀를 쫓는 부적을 녹여 넣었어. 이것을 호신용으로 쓸 수 있다.”“여해를 상대하기엔 충분하다.”기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그리고 낙요는 또 허서화의 방을 수색했다.그곳에서 허서화의 개인 재산과 금은보화를 찾아냈다.허서화는 설진재와 협력하여 재물을 취하려고 사람을 죽이는 짓을 수도 없이 했다.허서화가 모은 돈은 도주성 하나를 더 사고도 남았다.그리고 허서화와 왕생방이 왕래한 서신들도 있었다.낙요는 모든 서신을 다 훑어보았지만, 약인을 만드는 사람과 연락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허서화는 그들과 전혀 왕래가 없었다.허서화는 심지어 이 일을 모르고 있었다.류축이 그 사람들을 도와 기지를 찾아주고, 약재를 운송한 것을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류축이 왕생방 몰래 장사를 받은 게 확실했다.정말 신기한 일이었다.이 허서화와 허계지 두 남매는 서로 제각기 움직였다.“언니, 뭘 찾고 있습니까?”기옥이 궁금해하며 물었다.낙요는 고개를 돌려 기옥을 쳐다보았다. “옥아. 한 가지 의논할 일이 있다.”“네가 도주성에 남아있겠다고 하니, 날 도와 약인을 만드는 사람을 유념해 줄 수 있겠느냐?”“상대방은 아
하지만 모두 본 적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곧 다른 사람들도 달려왔다.그들은 담화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다.상녕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실종이라니요? 부진환이 왜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겁니까?”주락이 즉시 대답했다. “대제사장이 허서화에게 잡혔는데, 허서화는 유인하는 계략으로 부진환을 따돌렸소.”“그래서 어제 나와 부진환은 두 갈래로 나뉘어, 나는 성주부로 향했고, 그는 당신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다고 했소.”“한데 왜 오지 않았단 말이오?”동정을 듣고 달려온 침서가 마침 이 말을 들었다.순간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뭣이라? 허서화가 대제사장을 잡았다고?”침서는 다급히 앞으로 걸어오더니, 낙요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은 게냐?”낙요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당신은 부진환을 본 적이 있습니까?”침서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 “본 적이 없다.”다들 몹시 곤혹스러웠다. 부진환이 대체 어디로 간 걸까?상녕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혹시 도주성으로 간 게 아닐까요? 도주성은 찾아보셨습니까?”낙요가 대답했다. “거긴 찾아보지 않았습니다.”“만약 부진환이 도주성에 있다면, 그는 분명 곧바로 성주부에 나를 찾으러 왔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무슨 일이 생긴 겁니다.”낙요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때, 주락이 생각하더니 다급히 말했다. “아참, 그때 우리에게 소식을 전하러 왔던 사람은 도주영의 병사였소.”“상 낭자가 부진환을 찾아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였소.”“뭐라더라? 아, 황폐된 그 주둔지로 오라고 하였소.”이 말이 나오자, 침서의 눈빛이 돌연 차가워졌다.상녕이 놀라서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사람을 시켜 당신들을 찾아간 적은 더욱 없고요.”“큰일 났습니다. 틀림없이 누군가 내 사람으로 가장하여 그를 유인해 갔습니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황폐된 주둔지?”“상안의 그 주둔지를 말하는 겁니까?”이 말이 나오자, 침서의 안색은 확
일행은 즉시 시신을 검사했다.상안이 말했다. “왕생방의 살수들인 것 같습니다.”“그래서 왕생방의 살수들이 부진환을 죽이려고 한 것이란 말입니까?”낙요는 무거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즉시 흩어져 찾기 시작했다.곧이어, 낙요와 주락이 먼저 그 막사 밖까지 찾아왔다. 다른 사람들도 신속하게 달려와서, 온 사방에 널려 있는 시신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사람들은… “침서의 시위들이잖아!모든 사람은 놀라서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상우산도 달려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땅바닥의 시신을 쳐다보았다.설마 침서가 부진환을 죽이려고 했단 말인가?“왕생방의 살수들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찌하여 침서의 시위들도 이곳에 있습니까?” 상녕은 어리둥절했다.곧 침서가 달려왔다.그는 온 사방에 널려있는 시신을 보더니, 안색이 확 변했다.또한 시위가 미처 내보내지 못한 신호를 보더니 동공이 흔들렸다.이 사람들은 변을 당한 지 이미 오래됐다.그러나 침서가 놀랄 겨를도 없이, 낙요의 날카로운 시선은 이미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침서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순간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낙요가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이 사람들이 왜 여기에 나타난 겁니까?”침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요… “낙요의 어투는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제가 묻지 않습니까? 이 시위들이 왜 여기에 나타난 겁니까? 제가 설마 당신 부하들을 몰라볼 줄 알았습니까?”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침서를 쳐다보았다. 다만 아무도 감히 입을 뻥긋하지 못했다.침서가 해명했다. “아요, 내 말 좀 들어봐!”“난 단지 부하들에게 가서 상황을 보고 오라고 했을 뿐이야, 그들도 아마 왕생방의 살수들에게 죽임을 당한 모양이구나.”일이 너무 갑작스레 터져서 모든 것이 예상과 정반대로 돌아갔다.그의 거짓말은 너무 서툴렀다.낙요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그 말을 당신은 믿습니까?”이 말을 하며 낙요는 막사 안을 뒤졌고, 그곳에 비
낙요는 살짝 놀라더니 곧장 대답했다.“잠시 뒤에 다 나가 있으세요. 강압적으로 절 끌고 온 척 연기해야 합니다. 이 기관이 아주 위험한 척해야 합니다.”“절대 침서가 제가 이렇게 쉽게 이곳에 온 걸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상녕 일행은 그녀가 그러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그러나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꺼이 그녀를 도우려 했다.“그러면 올라가시지요.”낙요가 말했다.상녕이 의아한 듯 물었다.“부진환은 찾지 않을 겁니까?”낙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기회가 생긴다면 천천히 얘기해 드리겠습니다.”“아주 복잡하거든요.”상녕은 더는 캐묻지 않고 낙요와 함께 돌아갔다.그들은 겨우 주둔지로 돌아왔다.침서는 뒤를 빤히 바라보았고 그들이 다 와도 부진환이 보이지 않는 걸 발견했다.“낙요야...”침서가 다급히 다가갔다.그러나 낙요는 그를 밀어내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녀는 걸음을 옮겨 주둔지를 벗어났다.상우산이 딸에게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냐?”상녕이 대답했다.“아래에 있는 기관이 너무 위험해서 저희가 억지로 낙 낭자를 데려왔습니다.”“하지만 아래 시체들과 이미 촉발된 기관과 암기들이 있는 걸로 봐서는 부진환이 정말 아래 있다면 이미 죽었을 겁니다.”그 말에 침서는 살짝 놀라며 눈빛이 어두워졌다.“부진환을 찾지 못한 것인가?”상녕은 고개를 저었다.“찾지 못했습니다.”“아래 있는 기관은 너무 위험합니다. 낙 낭자는 안으로 들어가 보려 했지만 저희가 끌고 나왔습니다.”“낙 낭자와 주락이 여러 번 시험해 보았으나 모두 실패했습니다.”침서는 사색에 잠겼다.낙요와 주락도 해결하지 못한 기관이라면 확실히 위험하다. 그렇다면 부진환은 어떻게 들어간 것일까?아니면 부진환은 이미 안에서 죽은 것일까?그렇다면 주둔지의 호위들은 누가 죽인 것일까?침서는 잠깐 생각한 뒤 상우산을 바라봤다.“아래 기관을 끌 수 있겠소?”상우산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그러면 사람을 데리고 아래로 내려가 기관을 전부 꺼버리시오. 내가 사
“침서, 당신은 내 기분 따위 안중에도 없지요.”“당신이 날 가만 놔둔 건, 그리고 당신이 날 위해 했던 모든 일도, 그저 때마침 당신의 이익을 해치지 않은 것뿐입니다.”“그래서 당신은 생각 없이 실행에 옮길 수 있던 것이지요.”“그러고 보면 당신이 한 모든 일은 결국 당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였습니다.”“전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니지요.”낙요는 매서운 어조로 사정없이 몰아붙였다.그 말을 들은 침서는 표정이 다급해졌다.“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낙요야!”“너와 약조한 일은 전부 지킬 것이다.”“주락 등은 절대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부진환은 안 된다.”“나와 그는 입장이 반대된다. 내가 그를 죽이지 않는다면 그가 나를 죽일 것이다!”“그때가 돼도 지금 그를 감싸듯이 날 감싸줄 것이냐?”낙요는 차갑게 웃었다.“부진환이 여국에서 무슨 짓을 당했는지 저보다 당신이 더 잘 알 겁니다. 그런데 그가 무슨 능력으로 당신을 적으로 둔단 말입니까?”“그의 몸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 것 같습니까?”“당신을 죽인다는 건 말도 안 되지요.”“그리고 당신에게 이런 말을 처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부진환은 제 사람이고 전 당신이 그를 죽이길 바라지 않습니다.”“그걸 똑똑히 알고 있으면서 제가 없는 틈을 타서 부진환을 죽이려 하지 않았습니까?”침서는 계속 몰아붙였다.“낙요야, 그게 아니라...”낙요는 차갑게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더는 말하지 마십시오.”“듣고 싶지 않습니다.”말을 마친 낙요는 몸을 돌려 떠났다.그녀는 침서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침서는 낙요의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어찌 됐든 다시 낙요를 잃어버릴 수는 없었다.낙요는 돌아갔고 상우산은 이미 사람들을 데리고 아래로 내려갔다.사람들은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렸다.그렇게 한참 뒤 상우산이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말했다.“없습니다.”“부진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그 말에 침서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부진환이 도망친
낙요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주락은 알고 있습니다.”“알겠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상녕은 곧바로 그녀를 데리고 몰래 방을 나섰다. 그들은 뒤로 돌아갔다.그들은 가는 길에 상승을 만났고 상녕은 상승에게 도와달라고 했다.상녕은 낙요를 데리고 주둔지를 떠났다.말에 올라탄 낙요는 뒤를 돌아보더니 이내 말을 타고 떠났다.상녕은 곧바로 돌아가 연기를 계속할 생각이었다.낙요는 곧장 우홍이 준 주소로 달렸다. 가는 길 내내 그녀는 일부러 작은 길을 골라 다니며 도주를 떠났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목적지에 도착했다.숲속에서 낙요는 산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다행히도 우홍이 산에서 내려왔다.“청연, 왔구나.”“이렇게 빨리 오다니, 침서는 떨쳤느냐?”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떨쳤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이 근처에 마을도 있던데 떠날 때 꼭 조심하셔야 합니다. 절대 누군가에게 행적을 들켜서는 안 됩니다.’“침서는 비록 제가 부진환을 구한 걸 모르지만 부진환이 죽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분명 계속해 부진환의 행방을 찾을 겁니다. 이제 곧 오라버니를 노릴지도 모릅니다.”우홍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날이 어두워진 뒤에 떠나마.”“우선 널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겠다.”“부진환의 상태가 좋지 않다.”그 말에 낙요는 마음이 무거워졌다.우홍은 그녀를 데리고 가시넝쿨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들은 뒤쪽으로 에둘러 가다가 작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이곳의 산길은 아주 험하다.”“예전에 한 번 온 적이 있는데 그때 사람을 시켜 동굴을 파두었다.”“아주 은밀하게 말이다.”동굴을 지나 산 안으로 들어오자 시야가 확 트였다. 그러나 여전히 나무와 관목들이 가득했다.우홍은 그녀를 데리고 산을 올랐다.숲속으로 들어가자 오두막이 하나 보였다.우홍이 말했다.“이곳은 다른 사람이 온 적이 없다. 걱정하지 말거라.”“집 안에 약재와 먹을 것이 있으니 밥을 해먹을 수 있다. 숲속에 동물이 있어 사냥도 할 수 있지
부진환은 그제야 이것이 꿈이 아님을 자각했다.낙요가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그녀는 약그릇을 들고 약을 한 술, 한술 떠서 그에게 먹였다.부진환은 아주 협조적으로 약을 전부 마셨다.그는 낙요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절 구한 겁니까?”그는 당시 자신이 살아 나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낙요는 약그릇을 내려놓았다.“다행히 그때 당신이 총명했소. 기관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몸을 숨겼지.”“그래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소.”“다행히 이번에 당신을 구한 걸 침서에게 발각당하지 않았소.”“그렇지 않았더라면 당신을 구해서 그곳을 빠져나왔어도 당신은 살지 못했을 것이오.”낙요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부진환이 살아있음에 감개했다.하지만 지금 부진환을 보니 그의 몸에 있던 용의 기운이 사라졌다.어쩌면 이번 위험에서 용의 기운을 전부 소진한 듯했다.그로 인해 낙요는 위기감을 느꼈다. 부진환이 다시 한번 이런 일을 겪는다면 그는 분명 죽을 것이다.매번 운이 좋게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낙요는 순식간에 냉정해졌다.“이번에는 내가 어영부영 넘어갈 방법을 생각해야 하오. 당신은 여기서 상처를 다 치료한 뒤 떠나시오.”“곁에서 날 지킬 필요 없소.”말을 마친 뒤 낙요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향하려고 했다.부진환은 화들짝 놀라며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청연...”“절 내쫓으려는 겁니까?”“내가 떠나면 침서는 내가 당신을 놓아준 걸 알게 될 것이오. 그가 당신을 또 죽이려 한다면 어쩔 것이오?”낙요는 차갑게 그의 손에서 자기 손목을 빼냈다.“난 그와 혼인할 것이오. 그러니 그는 날 어쩌지 못할 것이오.”“하지만 당신이라는 존재는 나와 침서 사이에서 가시 같은 존재가 될 것이오.”“난 매번 당신을 구하느라 내 온 신경을 쏟아붓고 싶지 않소.”“침서가 당신을 죽이는 모습 또한 보고 싶지 않소.”“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이 떠나는 것이오.”마음에도 없는 독한 말을 내뱉은 낙요는 마음이 쿡쿡 쑤셨다. 그러나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