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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7화

말을 끝낸 성주 어르신은 상 위의 비수를 들어 자결하려고 했다.

기옥이 다급히 제지했다.

“성주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건 다 허서화가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뛴 탓입니다. 할아버지도 고충이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신경 쓰이는 일과 사람이 있다.

성주 어르신의 이 세 자녀 중 유일하게 그에게 위안이 되는 사람은 군한이다.

허군한은 상우산과 혼인하여,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낳은 세 자녀 또한 착하고 효성이 지극하다.

성주 어르신은 이렇게 화목하고 원만한 가족이 상처받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

성주 어르신은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에게서 할아버지 소리를 들으니 참 부끄럽구나. 나는 자격이 없다.”

기옥이 위로했다.

“오늘 밤 저는 본래 할아버지께 허서화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뢰러 왔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가 절 원망할 줄 알았습니다.”

“부모님의 원수는 이미 갚았습니다. 제가 할아버지의 딸을 죽였다고 절 원망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성주 어르신은 감동하여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애절한 마음으로 기옥을 품에 끌어안고 그녀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그래 아가야, 서화는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으니 벌을 받아도 마땅하다. 어찌 너를 탓할 수 있겠느냐? 네가 마음의 그 응어리를 풀어서 다행이구나!”

“네가 괜찮다면, 앞으로 할아버지와 함께 살자꾸나.”

이제 보니 성주 어르신은 사리가 밝은 분이었고 기옥이 자기 딸을 죽인 것도 탓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기옥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러니 기옥이 성주 어르신과 함께 사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

기옥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럼, 할아버지도 제때 약 드시고, 밥도 잘 드셔서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으셔야 합니다.”

“이 성주부는 할아버지가 나서서 관리해야 합니다.”

“저는 못 합니다.”

성주 어르신은 눈물을 흘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알겠다.”

“할아버지가 네 말을 잘 들을게.”

상황을 지켜보던 낙요는 바로 약 처방을 내리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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