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낙요는 부진환을 바라보았다.“이따 서신을 줄 테니 몰래 영지에 잠입해 진익에게 건네시오.”“진익은 철갑 근위군 천여 명을 데리고 왔소. 수는 주둔군에 미치지 못하지만 맞서볼 수는 있소.”봉시는 걱정스레 물었다.“진익이 한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소?”“이번에 함께 노예곡에 왔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당신을 죽이려고 했다면 둘은 한 패일 수도 있소.”낙요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오, 진익은 절대 한패가 아니오.”석칠은 황후의 명을 받았을 것이다. 석칠은 역소천의 부하이고, 서소청은 또 황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진익은 절대 황후와 한패가 아닐 것이다.황후는 그를 안중에도 두지 않기 때문이다.“내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진익도 연루되어 책임을 묻게 될 것이오. 그러면 대황자의 자리도 지키지 못할 것이오.”“나를 해치려는 자와 한패라면 나와 함께 오지도 않았을 것이오.”“이자는 비록 무능하지만 수중의 철갑 근위군은 쓸만하오.”이 말을 들은 봉시는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었다.낙요는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구십칠도 영지에 몰래 잠입하시오. 다른 사람도 이곳에 온 것 같소.”“나를 죽이려고 한다면, 두 눈으로 직접 봐야 시름이 놓이지 않겠소.”“지금 석칠은 사람을 데리고 노예곡을 수색할 것이니 병사들은 다 노예곡에 있을 것이오.”“구십칠은 이 틈을 타 영지를 수색하시오. 되도록 중요한 곳이지만 호위가 적은 곳을 찾아보시오.”“영지의 병사가 아닌 사람이 있다면 즉시 보고해 주시오.”구십칠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낙요가 급히 구십칠을 불러세웠다.“잠깐!”“우선 그대의 벗에게 연락해 시완을 찾았는지 물어보시오.”이 말을 듣자 봉시는 한시름 놓았다.낙요가 이 일을 잊었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기억하고 있었다니.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경공으로 뛰어올라 가장 높은 비탈길에 올라가 나무에 붉은 띠를 매었다.눈으로 덮인 곳에
낙요는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그럼 당신과 시완은…”봉시는 산비탈의 나무에 묶인 붉은 띠를 보며 천천히 그와 시완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우리 가문의 식구는 모두 죽었소. 강풍산 같은 무기 때문에 그자들은 우리 식구를 모두 죽였소.”“나는 피비린내를 맡으며 자랐고, 그 물건들은 부모님께서 남겨주신 보물이오.”“나도 한때는 평온한 나날을 보냈소.”“나는 사람을 완전히 신뢰하는 게 어렵소. 허나 오랜 시간 끝에 한 사람을 믿게 되었고, 그에게 나의 모든 비밀을 알려주었소.”“기다림의 끝은 그녀의 진심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건 배신이었소.”“그녀는 사람을 보내 나를 수년간 쫓아다녔고, 피하다 못해 결국 노예곡에 들어왔소.”“처음 노예곡에 왔을 때는 아무도 믿을 수 없었소. 상처투성이인 몸을 이끌고 겨우 살아가며 평생 이렇겠지 싶었소.”“하지만 그때, 시완을 만났소.”“시완은 의술에 능하지만 사람에게 속아 모든 가치를 이용당한 후 노예곡에 들여보내졌소.”“나는 내가 가장 비참한 줄 알았지만 그녀의 사정을 듣고 나니 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소.”“그런 상처를 받았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마음을 품고 사람들의 아픔을 가엽게 여기며 치료해 줬소.”“나는 절대 그녀처럼 할 수 없소, 그래서 아주 존경스러웠소.”“그녀가 나를 어둠 속에서 끌어내 줬소.”“그녀는 모든 힘을 쏟아부었고, 나도 갖은 힘을 다해 그녀를 보답했소.”“알고 지낸 지 삼 년이 되어서야 난 내 이름을 알려주었소.”이 말을 들은 낙요는 마음이 복잡했다.시완도 사람에게 해를 입어 노예곡에 보내진 것이었다니.“그래서 이름이 봉시인 이유는, 시완을 만나기를 기다린다는 것이오?”봉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붉은 띠를 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를 만나고 나는 다시 태어났소.”“허나 이런 말을 그녀에게 들려주지도 못했는데, 그녀는 변을 당하고 말았소.”봉시는 안타까운 듯 고개를 떨구었다.낙요는 저도 모르게
봉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나 금방 돌아올 거야.”“일이 끝나면, 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자. 알았지? 우리만의 자유를 찾아 떠나자꾸나.”시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었다. “예! 좋습니다.”곧이어 세 사람은 즉시 출발했다. 봉시는 할 말이 너무 많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란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세 사람은 붉은 리본이 묶여 있는 나무 아래에 이르렀다.낙요는 상황을 주락에게 간단하게 설명했고, 주락은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만약 순조롭다면, 그들은 곧 돌아올 겁니다.”세 사람은 저녁때까지 기다렸고, 두 사람은 그제야 돌아왔다.그리고 이번에, 돌아온 사람은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진익도 있었다.진익은 낙요를 보더니,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천지신명께 감사합니다. 당신이 살아있어서 다행이요.”“내가 어찌 그렇게 쉽게 죽겠소?”진익은 한시름 놓더니, 곧이어 봉시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노예곡의 대장 아니요?”“당신들은 어떻게 노예곡에서 나왔소?”낙요는 냉랭하게 말했다. “해명할 시간이 없소. 진익, 이번에 나를 죽이려던 사람은 석칠이요.”“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당신은 지금부터 내 계획을 따라야 하오.”“돌아간 후, 당신은 석칠에게 압력을 가해야 하오. 그들에게 사람을 더 많이 보내, 반드시 나를 구출해 내라고 명령하시오.”“그리고, 당신의 철갑 금위군을 조용히 진영에서 철수시키고, 그들의 병기고를 습격한 다음, 그들의 진영 전체를 포위하시오.”진익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겠소. 지금 바로 가겠소.”곧이어 진익은 즉시 출발해 진영으로 돌아갔다.부진환이 말했다. “제가 진영에서 서소청을 찾았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의 눈동자가 돌연 차가워지더니, 유유히 말했다. “역소천이 아니었다니!”역소천은 이 일과 도대체 관련이 있을까?“준비하시오. 진영으로 돌아간다!”일행은 즉시 출발했다. 진영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이었다.진익은 이미 철갑 금위군을 움직였고, 이미 몰래 진영 전체를 포위했다.낙요와 그들
서소청은 더욱 놀라 실색했다.심지어 발악조차 못 했다.그녀의 반응을 보고, 낙요는 이미 답을 얻었다.“노예곡의 폭동도 너희들이 계획한 거겠구나. 목적은 나를 유인하여 죽이기 위한 것인가?”낙요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자, 이유가 무엇이냐!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급하게 나를 꼭 죽여야 했을까?”“내가 노예영에서 제멋대로 사람을 잡는 걸 조사해 냈기 때문인가?”“그렇다면 왜? 왜 사람을 제멋대로 잡은 것이냐?”서소청은 낙요의 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낙요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낙요가 구십칠에게 눈짓하자, 구십칠이 서소청의 입 속 헝겊을 꺼냈다.그러자 서소청이 고함치려고 했다.갑자기 구십칠 손에 든 비수가 튀어나와 바로 서소청의 눈앞에 날카로운 빛이 번뜩이었다.서소청은 긴장해서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그는 겁에 질려 낙요를 쳐다보았다. “대제사장, 무슨 뜻입니까?”“저는 단지… 단지 석칠을 독촉하러 온 것뿐입니다.”“장군께서 저를 보냈습니다.”낙요는 차갑게 웃더니 말했다. “뭐라고 하였냐? 역소천이 석칠을 독촉하라고 보냈다고?”“희한하네, 네가 역소천의 무슨 사람인데?”“역소천은 이제 쓸만한 부하가 없는 것이냐? 어떻게 너 같은 여인을 이곳에 보낸단 말이냐?”“내가 세 살배기 어린아이인 줄 아느냐?”서소청은 이미 긴장한 나머지 벌벌 떨고 있었다.낙요의 눈빛은 날카로웠다.“보아하니 수단을 좀 쓰지 않으면, 네가 실토하지 않을 모양이구나.”말이 끝나자, 구십칠은 비수를 들고 휙 흔들어 단칼에 베어버렸다.동시에 서소청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아--! 내 얼굴! 내 얼굴!” 서소청은 억장이 무너져 고함쳤다.선혈은 그녀의 뺨을 타고 방울방울 흘러내렸다.낙요의 표정은 날카로웠다.“노예곡에서 요 몇 년 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을 잡은 이유가 뭐야?”“말하지 않으면, 역소천도 너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그래도 말하지 않으면 이 칼은 네 몸에 무수한 구멍을 낼 것이고, 죽기보다 못한 고
“황후께서 내게 사람을 막 잡으라고 했소. 그리고 그것은 일부일 뿐이오.”“많은 건장한 청년들은 노예곡에 잡혀 들어가지 않았소.”그 말에 낙요의 안색이 달라졌다.“뭐라고?”서소청은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내가 아는 것은 그것이 전부요. 다른 건 나도 모르오.”“노예영과 관청 쪽은 줄곧 소식을 주고받았소. 관청에서는 나와 협조하여 사람을 잡고, 노예영에서 그들을 길들이지. 그중 몸이 건장한 사내들은 선택받고 따로 갇히게 되오.”“남은 이들은 노예곡으로 보내지지.”“따로 갇힌 자들이 어디로 보내졌는지 나는 모르오.”“난 모르오. 난 정말 모르오.”그 말에 낙요는 큰 충격을 받았다.억울한 자들은 그들뿐만이 아니라 더 많았다. 그들은 어디로 잡혀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그것이 황후의 비밀이었다.그녀가 얼떨결에 그 비밀을 알게 되자 황후는 그녀를 죽이는 데 급급했다.지금 보니 이 배후에 많은 일들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황후는 그들을 어디로 데려갔는지 서소청에게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그녀와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바로 그때, 부진환이 막사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며 말했다.“진익과 석칠이 돌아왔습니다.”낙요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때마침 돌아왔군.”말을 마친 뒤 낙요는 분부했다.“서소청을 끌고 가서 가둬두시오.”막사 안에는 낙요, 부진환, 봉시 세 사람만 남았다.낙요는 의자에 앉아 무심히 다리를 꼬았다.석칠은 막사로 돌아와 진익을 상대한 뒤 곧바로 서소청을 만나러 갔다.온종일 파보았으나 결국 대제사장을 찾지 못했다.진익이 지금 그를 지켜보고 있으니 대제사장을 찾아낸다고 해도 손을 쓸 수 없었다.게다가 진익 쪽에는 철갑 금군 천 명이 있었다.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다 보니 석칠은 막사 밖이 이상할 정도로 고요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평소보다 훨씬 더 조용했다.그는 서소청의 막사 앞에 도착하여 밖에서 외쳤다.“들어가겠소.”말을 마친 뒤 그는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큰일이오! 온종일 파보았으나 대제사장을 아직
말을 마치자마자 막사 밖에서 누군가 들어왔다.이내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누구를 죽인다고?”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린 석칠은 진익이 걸어 들어오는 걸 보았다.막사 밖에 질서 정연히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철갑 금군들이었다.석칠은 화들짝 놀랐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밖을 두리번거렸다.진익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의 사람을 찾는 것이오?”“원래 막사에 있던 자들은 전부 약에 취해 있고 남은 이들은 아직 노예곡에 있지.”“누굴 찾는 것이오? 내가 사람을 시켜 찾아주겠소.”한없이 덤덤한 말이었지만 석칠은 마치 천 근짜리 바위가 몸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그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석칠은 믿고 싶지 않았다.이때 구십칠이 서소청을 끌고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서소청을 걷어차서 무릎 꿇렸고 석칠은 놀란 얼굴로 서소청을 바라봤다.“당신!”서소청은 눈빛이 암담해져서 저항하지도 않았다.석칠은 곧바로 끝장났다는 걸 인지했다.낙요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말해야 할 건 서소청이 다 말했소.”“당신은 이제부터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가치 있는 무언가가 없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오.”석칠은 그 말을 듣고 긴장한 얼굴로 침을 삼켰다.“내게는 시간이 많지 않소.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주지.”“서소청은 데려가시오.”서소청이 떠나자 석칠이 입을 열었다.“전 서소청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모릅니다.”“하지만 줄곧 서소청이 저와 연락했습니다.”“그것은...”석칠은 감히 이름을 말하지 못했다.낙요가 곧바로 대답했다.“황후의 명령이었겠지.”“알고 있소.”석칠은 순간 몸을 움찔 떨면서 경악한 듯 그녀를 바라봤다.그는 곧 바람 빠진 사람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저와 주고받았던 서신들은 제 막사 안에 숨겨져 있습니다.”부진환이 곧바로 말했다.“제가 가지러 가겠습니다.”곧 부진환은 상자 하나를 들고 왔다.상자를 열어 보니 안에 서신들이 한가득하였다.낙요는 그것
“그래서 그들은 그 대가로 제게 돈을 줍니다.”낙요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시완도 그런 사람 때문에 들어온 것이겠지?”석칠은 살짝 놀랐다.“시완이 누굽니까?”낙요는 매서운 눈빛으로 살기등등하게 그를 노려봤다.석칠은 두려움에 목을 움츠렸다.“여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봉시는 옆에서 두 주먹을 꽉 움켜쥐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양심이라고는 없는 짐승 같은 놈들!”“이렇게 많은 사람의 목숨을 지푸라기만도 못하게 여기다니!”“천번 만번 죽여도 한이 풀리지 않겠다!”낙요도 오늘에야 노예곡의 존재가 이런 자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줬음을 알게 되었다.마음 씀씀이가 바르지 못한 이들은 허점을 파고들며 기회를 틈탔다. 그들은 돈만 쓰면 자신의 원수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냥 눈에 거슬리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들은 그리했을 것이다.석칠은 사람을 죽일 듯한 낙요의 눈빛에 두려운 마음이 들어 황급히 말했다.“대제사장님,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대제사장님이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 사람들의 혼백은 취혼산으로 들어갑니다. 제사 일족은 매년 산으로 들어가 시련을 겪는데 그때 얼마나 많은 혼백을 죽입니까?”“저희는 매년 소식을 전달받습니다. 만약 취혼산에 혼백이 부족하면 이곳에서 사람들을 죽이지요.”“그리고 그 혼백을 취혼산에 보내 제사 일족의 시련에 사용하는 겁니다.”“전 이곳에 온 지 삼 년이 됩니다. 제 전임 역시 그렇게 했습니다.”“취혼산은 매년 수요가 아주 많습니다. 극악무도한 자들의 혼백만으로는 너무 부족합니다.”“또한 수십 년간 취혼산으로 보내진 사람 중 무고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억울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낙요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마치 큰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듯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그녀는 노예곡이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가 기억이 있을 때부터 노예곡은 이미 존재했다.그동안 노예곡이 존재하는 건 당
겁을 먹은 석칠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낙요의 눈빛은 차가웠다.“끌고 가서 가둬두게나.”주락이 앞으로 나서더니 석칠을 단단히 묶어놓은 뒤 그를 끌고 갔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익에게 말했다.“황자께서는 구십칠과 함께 석칠의 주요한 장부를 찾아보십시오. 어쩌면 다른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전 서소청 쪽에 또 단서가 없는지 찾아보겠습니다.”진익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구십칠을 데리고 석칠의 막사로 향했다.낙요와 부진환은 계속해 그 막사 안을 뒤져보았다.바로 그때, 밖에서 조용한 발소리가 들렸다.낙요와 부진환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고 소리를 통해 그들이 아군이 아님을 발견했다.게다가 밖에는 적어도 4, 50명 정도 있는 듯했다.그들은 일부러 소리를 죽이고 막사를 포위했다.두 사람은 막사 양쪽으로 몸을 숨겼다.곧이어 장검을 든 사람이 안으로 불쑥 쳐들어왔고 부진환은 곧바로 손을 써서 그와 싸우기 시작했다.낙요는 상대방의 옷차림을 보고 그가 석칠의 부장군일 거로 추측했다.“여봐라, 이자들을 잡거라!”상대방은 곧바로 밖을 향해 크게 소리 질렀다.밖에 있던 병사들은 당장 들이닥치려 했는데 낙요가 밖으로 걸어 나가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훑어보았다.“감히 대제사장을 공격하려 해?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그들은 흠칫했다.검을 들고 있음에도 앞에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곧 안에 있던 사람도 부진환에게 제압당했다.그 사람은 필사적으로 외쳤다.“다들 뭘 넋 놓고 있는 것이냐? 얼른 공격하거라! 이자들이 석 장군을 잡았다!”낙요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너희는 석 장군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는 모양이구나. 그는 노예곡의 악인과 결탁하여 날 죽이려 했다.”“그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알고 있느냐?”“게다가 그가 뇌물을 받고 일반인들을 노예로 판 정황도 밝혀졌다. 이곳에 있는 사람 중 이 일에 연루된 자들은 전부 죽을 것이다.”“죽고 싶지 않다면, 이 일에 연루되고 싶지 않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