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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8화

낙요는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럼 당신과 시완은…”

봉시는 산비탈의 나무에 묶인 붉은 띠를 보며 천천히 그와 시완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우리 가문의 식구는 모두 죽었소. 강풍산 같은 무기 때문에 그자들은 우리 식구를 모두 죽였소.”

“나는 피비린내를 맡으며 자랐고, 그 물건들은 부모님께서 남겨주신 보물이오.”

“나도 한때는 평온한 나날을 보냈소.”

“나는 사람을 완전히 신뢰하는 게 어렵소. 허나 오랜 시간 끝에 한 사람을 믿게 되었고, 그에게 나의 모든 비밀을 알려주었소.”

“기다림의 끝은 그녀의 진심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건 배신이었소.”

“그녀는 사람을 보내 나를 수년간 쫓아다녔고, 피하다 못해 결국 노예곡에 들어왔소.”

“처음 노예곡에 왔을 때는 아무도 믿을 수 없었소. 상처투성이인 몸을 이끌고 겨우 살아가며 평생 이렇겠지 싶었소.”

“하지만 그때, 시완을 만났소.”

“시완은 의술에 능하지만 사람에게 속아 모든 가치를 이용당한 후 노예곡에 들여보내졌소.”

“나는 내가 가장 비참한 줄 알았지만 그녀의 사정을 듣고 나니 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소.”

“그런 상처를 받았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마음을 품고 사람들의 아픔을 가엽게 여기며 치료해 줬소.”

“나는 절대 그녀처럼 할 수 없소, 그래서 아주 존경스러웠소.”

“그녀가 나를 어둠 속에서 끌어내 줬소.”

“그녀는 모든 힘을 쏟아부었고, 나도 갖은 힘을 다해 그녀를 보답했소.”

“알고 지낸 지 삼 년이 되어서야 난 내 이름을 알려주었소.”

이 말을 들은 낙요는 마음이 복잡했다.

시완도 사람에게 해를 입어 노예곡에 보내진 것이었다니.

“그래서 이름이 봉시인 이유는, 시완을 만나기를 기다린다는 것이오?”

봉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붉은 띠를 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를 만나고 나는 다시 태어났소.”

“허나 이런 말을 그녀에게 들려주지도 못했는데, 그녀는 변을 당하고 말았소.”

봉시는 안타까운 듯 고개를 떨구었다.

낙요는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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