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완은 순결을 빼앗기지 않았고, 자결도 하지 않았소.”“다만 스스로 기회를 찾아 도망갔소.”“그러나 아래 사람들은 처벌받을까 두려워, 이 일을 감히 보고하지 못하고, 시완이 괴롭힘을 당해 죽었다고 보고했소.”“우리 쪽 친구가 이미 주위의 길을 따라 찾으러 갔소. 시완은 아마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 거요. 분명 근처에 숨어 있을 거고, 무사할 거요.”이 말을 들은 봉시는 망설이더니, 그 약재를 건네받아 꽉 움켜쥐었다.“시완이 아직 살아있다고… “봉시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낙요 역시 놀라웠다. 보아하니 부진환은 어제 협상이 끝난 즉시 진영으로 가서 이 일을 조사한 모양이다.그리고 시완의 행방까지 알아냈다.낙요는 기회를 놓칠세라 봉시와 협상했다. “이제 당신은 우리와 협력하는 수밖에 없소.”“석칠은 나뿐만이 아니라, 당신들도 죽이려고 하오.”“내가 무고한 사람들에게 자유를 준다고 약조했으니, 이 약속은 꼭 지키겠소!”“하지만 지금은 급히 금혼부를 깰 시기가 아니오. 당장 급한 일은 이곳을 떠나는 것이오.”“이번에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건, 누군가 기필코 나를 죽이려는 마음을 품어서인 것 같소. 그래서 석칠은 노예곡 전체를 갈아엎어서라도 나를 죽이려고 할 거요.”“그는 곧 공격해 올 거요.”봉시는 미간을 찌푸리고 잠깐 생각하더니, 곧 말했다. “그럼, 무슨 계획이라도 있소?”낙요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이 말은 즉 협력한다는 뜻이오?”봉시는 침묵했으며, 부인하지 않았다.낙요는 이어서 말했다. “내일 석칠을 찾아, 나를 내주겠다고 협상하시오.”“하지만 당신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나에게 잠시 내력을 잃는 약을 먹이시오.”“석칠과 협상을 진행하는 기회를 빌려, 일단 일부 사람들을 노예곡에서 내보내시오.”“그리고 즉시 북쪽 절벽을 점령하시오. 그쪽은 어지러운 돌들이 많고, 산길이 험난하여, 산길을 폭파하면 그들은 건너오지 못할 것이오.”“이렇게 하면, 아래 사람들도 모두 올라갈 수 있소.”봉시는 잠
부진환은 순간 굳어 버렸다.낙요는 남은 상약을 들고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서.”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상의를 벗었다.또 한 번 상처투성이인 부진환의 몸을 보고, 낙요의 가슴은 또 한 번 철렁 내려앉았다.부진환의 팔을 보니, 상처는 이미 스스로 처치했지만, 약은 바르지 않았고, 헝겊으로 대충 감겨있었다.낙요는 헝겊을 풀고, 그의 팔에 난 상처를 보았다. 비록 화살은 맞았지만, 다행히 찰과상이었다.상처는 깊지 않았고, 그다지 길지도 않았다.낙요는 상처 주위의 피를 닦은 후, 약을 발라주고, 잘 싸매 주었다.부진환은 옷을 입고 말했다. “대제사장, 먼저 쉬십시오.”“제가 지키겠습니다.”낙요는 대답하더니, 바로 누워 잠에 들었다.봉시는 그들을 한 방에 가두었지만, 침상은 그다지 넓지 않았다.부진환은 걸상에 앉아, 조용히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몸을 뒤척였다. 하지만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이 노예곡에, 우리 행동에 협조하지 않는 사람도 아직 많을 거요. 예를 들면 도궁 비견 두 형제 같은 사람들 말이오.”“내일은 반드시 그들을 경계해야 하오.”부진환은 살짝 멍해 있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대제사장은 어서 쉬십시오.”낙요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눈을 감고 휴식을 청했다.--한밤중에 노예곡의 수비가 방어 임무를 교대했다.도궁 비견 두 형제는 가파른 벼랑 끝의 수비 지점으로 교대되었다.곧이어 두 사람은 어둠을 타고, 절벽으로 기어 올라왔다.절벽에 올라온 후, 한 무리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두 사람을 체포했다.그중 한 사람이 영패를 꺼냈다.상대방은 잠깐 멍해 있더니, 곧이어 두 사람을 끌고 숨겨진 막사로 갔다.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막사 밖의 사람들은 모두 철수했다.“낙요는 죽었소?” 막사 안에서 여인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비견이 냉랭하게 말했다. “아직이요”이 말을 듣던 서소청은 순간 화를 내며 말했다. “어찌 아직도 안 죽었단 말이오? 낙요가 노예곡에 들어오지 않았
하지만 낙요는 잡힌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아직도 살아있다.아래 사람이 그녀를 죽일 생각이 없으니,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지금 즉시 준비시키겠소! 날이 밝는 대로, 움직일 터이니, 당신들도 서두르시오.”“알겠소, 내일 반드시 낙요의 시신을 당신 앞에 갖다주겠소.”바로 뒤에, 도궁 비견 두 형제는 노예곡으로 돌아왔다.--낙요는 침상에 누워 이리저리 밤새 뒤척였다.“대제사장, 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겁니까?”의자에 앉은 부진환이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낙요는 몸을 굴려 일어나 앉더니, 막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런데 고요함 속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그 발걸음 소리는 수상쩍었고, 애써 낮추려 했으며, 자세히 듣지 않으면 그녀도 알아차리기 어려웠다.부진환도 단번에 알아차렸다.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더니, 낙요가 쉿 하며 손짓하고는 이내 침상에 누워 눈을 감았다.부진환도 책상 위에 엎드려, 이미 잠든 척했다.뒤이어, 그 발걸음 소리는 문밖에서 멈췄다.하지만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이때, 한 쌍의 두 눈이 천천히 창가로 접근해 오더니, 안을 들여다보았다.방 안의 두 사람이 잠든 모습을 보고서야, 그 사람은 조용히 사라졌다.문밖의 사람이 이미 사라지자, 낙요와 부진환은 눈을 떴다.낙요는 침상에서 내려와 창가로 다가와 몸을 웅크렸다.부진환도 몸을 웅크리고, 두 사람은 조용히 밖을 살폈다.어떤 사람이 방문을 두드리더니, 방 안으로 들어가서 그 사람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더니 나오는 거였다.이상한 건, 그 사람은 계속해서 다른 방의 문도 두드렸다.다 들어가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나왔다.어둠 속에서, 낙요는 관찰하며 물었다. “저 사람은 비견 같지 않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저 사람들이 뭐 하는 걸까요?”낙요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말했다. “우리에게 불리한 일을 의논하는 거 같소.”이 외에, 낙요는 다른 이유는 생각나지 않았다.비견은 모든 방문을 다 두드리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걸어 다닐 때, 동작
“또다시 이런 음험한 수단을 쓰면, 나도 결코 가만있지 않겠소!”부진환은 바깥 상황을 주시하며, 방문을 닫았다.낙요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정말 이 수단을 쓰면, 겁먹을 사람은 당신뿐만이 아니오.”“당신과 상의할 중요한 일이 있소.”봉시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또 무슨 조건이요?”“얘기는 이미 끝난 거 아니었소?”봉시는 지금 낙요가 이랬다저랬다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낙요는 쉿 하더니, 말했다. “내가 당신을 찾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으니, 목소리를 낮추시오.”“방금 도궁 비견 두 사람이 사람들의 방문을 두드리더니, 방 안으로 들어가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나오는 것을 보았소.”“보기에 몹시 수상쩍었단 말이오.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하오.”봉시는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 낙요의 말을 믿지 않는 듯했다.낙요는 일어나 창가로 걸어가더니, 봉시를 불러, 맞은쪽 옆집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기에 사는 사람은 누구요?”“맹산전(孟山全).)“저쪽은?” 낙요는 계속해서 가리켰다.“류금풍(劉擒風).낙요는 연이어 여러 집을 가리켰으며, 봉시는 일일이 대답했다.봉시의 말을 듣고 난 후, 낙요는 미간을 찌푸렸다. “보시오. 이 사람들은 모두 극악무도한 사람들이오.”“도궁 비견 두 사람은 이미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소.”“나는 무고한 사람들의 금혼부만 풀어줄 뿐, 그들의 금혼부는 절대 풀어줄 수 없소. 도궁 비견 두 사람은 이미 그 악인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소.”“아마 당신이 석칠과 협상하기 전에, 그들이 움직일 것 같소.”봉시는 이 말을 듣더니, 여전히 쉽게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당신과 협의한 조건을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소.”“그것만으로 어떻게 당신에게 불리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소?”낙요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일구일자 말했다. “첫째, 당신이 잊었나 본데, 나는 길흉을 계산할 수 있는 대제사장이요.”“둘째, 그들은 결코 나 한 사람에게만 불리한 게 아니오.
“있었으면 벌써 도망치지 않았겠소?”부진환이 서늘한 어투로 답했다.“그때 구십칠은 노예곡에서 도망쳐 나왔소.”“10대 악인도 모두 이곳으로 도망쳐 나온 것이오.”그들은 그때 도망쳤던 길이 아직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그 길이 발각되었다면, 노예곡은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그러나 아직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갇혀 있으니 그 길은 발각되지 않았고, 막히지 않았다는 소리다.하여 봉시는 곧바로 구십칠을 데리고 왔다.구십칠은 사실대로 말했다.“이번에 내려오면서 봤는데 그 길은 아직 있었소.”“우린 그 길로 곧바로 떠날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길이 험난하여 추격병이라도 붙으면 나가지 못하니 너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내보낼 수는 없소.”낙요는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내일 계획에 불의의 사고라도 생기면 모든 사람들을 동굴에 숨겨놓고 동굴 입구를 막아 놓으시오.”“흩어져서 숨어있으면 도망치면 그 길은 발각되지 않을 것이오.”봉시가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러면 노예곡에 싸울 사람이 없어 그들이 쳐들어올 것이오.”낙요가 즉시 대답했다.“그러니 동굴의 입구를 막는 것이오!”“하루라도 시간을 끌어 우리가 노예곡에서 나가면 노예곡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오.”봉시는 아직도 망설였다.낙요는 봉시가 자신을 완전히 믿지 못한다는 것을 보아냈다.낙요가 노예곡을 빠져나간다면, 다시 돌아와서 다른 사람들을 구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지 않은가.필경 노예곡의 사람들은 벗도, 친인도 아닌데 어찌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들을 구할 것이란 말인가.낙요는 단호한 어투로 답했다.“난 반드시 돌아올 것이오!”“석칠 그들이 나를 죽이려 하니 내가 상대할 사람은 석칠 혼자가 아니오.”“노예곡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오.”“이러면 나를 믿을 수 있겠소?”이 말을 들은 봉시는 생각에 잠기다 입을 열었다.“좋소!”“한 번만 믿어주겠소!”“하지만 돌아오지 않는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오!”낙요는 창밖의 어두워진 날을 보더니 급히 재촉했다.“
날이 밝아왔다.갑자기 밖에서 무거운 물건이 무수히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비어있는 땅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노예곡의 사람들은 모두 그 소리에 놀라 밖으로 모여들었다.낙요는 실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작전이 시작되었구나.”그들에게 담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말이다.곧바로 봉시가 방문을 열고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바로 그 비밀 통로에 가시오!”“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서 말이오!”바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구십칠은 그들을 데리고 몰래 방을 빠져나와 몸을 숨기며 떠났다.봉시는 밖에서 사람들을 모으며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모두, 이곳으로 오시오. 어서!”하여 세 사람은 순조롭게 그 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이곳의 동굴은 나무 문이 있었고, 세 사람은 문을 닫아 암암리에 관찰하기 시작했다.그들은 무수한 땔감을 던진 후 기름을 마치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부었다.“석칠은 노예곡 전체를 태워버릴 속셈이었습니다.”구십칠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이번에는 충분한 준비를 한 모양이었다. 내리던진 땔감은 영지에서 한겨울을 날 수 있을 만큼의 양이었다.석칠은 갖은 힘을 쏟아부어 낙요를 노예곡에서 불태워 죽이려는 것이었다.안전을 위해 구십칠은 뒤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제가 길이 뚫려 있는지 살피겠습니다.”그렇게 구십칠은 곧바로 동굴의 깊은 곳으로 달려갔다.한편, 봉시는 모든 사람을 모아 분부했다.“형세를 보니 오늘은 맹공을 할 모양이오. 전례 없는 맹렬한 공격일 것이오!”“모두의 안전을 위해 지금부터 모든 사람들은 스무 개의 대오로 나뉘어 창고에서 화약과 음식을 가져갈 것이오.”“동굴에 숨어 있어야 하며, 입구를 폭발시켜 없애버려야 하오!”“절대 적의 손에 잡히면 안 되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누군가가 의문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입구를 폭발시키면 우리도 갇히는 게 아니오!”“여러분, 믿어주시오. 절대 오래 갇혀있게 하지 않겠소. 모두 많아야 이틀에서 사흘만 버티면 될 것이오!”“지금 곧
절벽 아래의 광경을 본 진익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진익은 화가 치밀어 올라 석칠을 발로 걷어차며 호통쳤다.“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이오!”“대제사장이 그들의 손에 잡혀 있는 걸 모르는 것이오?!”진익은 걱정스레 노예곡을 바라보았다. 지금의 거센 불길은 언제든지 모든 사람을 집어삼킬 수 있었다.이 높이에서도 뜨거운 불길이 느껴졌으니 말이다.석칠은 바닥에 쓰러져 가슴을 움켜쥐며 일어서더니 다급히 말했다.“대황자, 대제사장이 그들의 수중에 있는 걸 어찌 모르겠습니까!”“저도 급합니다!”“허나 시간을 오래 끌수록 대제사장은 고통만 받을 것입니다! 위험해도 이런 방법으로 대제사장을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대황자, 대제사장이 누굽니까. 기회만 준다면 살아남을 것입니다!”“대황자, 대제사장을 믿으십시오!”진익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이런 말을 위로라고 하는 것인가?진익은 고개를 돌리고 호통쳤다.“방법을 생각하랬더니, 겨우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오!”하지만 불길이 이렇게나 거세졌으니 무슨 말을 해도 늦은 것이었다.진익은 그저 속으로 낙요가 아직 살아있기를 기도할 뿐이었다.아니면 이번에는 진익도 죽은 목숨이기 때문이다!“대황자, 방법이 없습니다!”석칠은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교섭을 시도하며 담판을 하자고 했으나 듣지도 않았습니다.”“그들은 대제사장을 괴롭혀 복수할 마음뿐입니다.”“이런 공격 말고는 대제사장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석칠은 갖은 힘을 다해 진익을 안정시켰다.진익은 미간을 찌푸린 채 절벽 끝에 서서 불길이 약해지길 기다렸다.곧바로 진익은 석칠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당신, 지금 당장 사람을 이끌고 내려가시오!”“반드시 낙요를 구해오시오!”석칠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오를 소집했다.“노예곡으로 내려가 대제사장을 구해라!”곧바로 그들은 노예곡으로 내려갔다.진익은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렸다.한 무리의 병사들이 노예곡으로 향하자 도궁과 비견 두 형제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앞으로 덮쳤다.그리고 한편,
고개를 들자 바위에 나 있는 커다란 구멍이 보였다.하지만 매우 높았다.구십칠은 즉시 웅크려 앉아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올라오시오.”부진환은 그의 어깨를 밟고 그 힘을 빌려 뛰어올라 입구를 잡고 기어 올라갔다.하지만 동굴의 위쪽은 넓지 않았으며, 위로 기울어진 비밀 통로가 있었다.통로는 매우 협소했다.부진환은 두 발을 벌려 바위를 밟고 허리를 숙여 손을 내밀었다.“대제사장.”낙요는 구십칠의 어깨를 밟고 뛰어올라 부진환의 손을 덥석 잡았다.부진환은 힘을 써 낙요를 끌어올렸다.이제 봉시 차례였다.봉시는 올라온 후, 곧바로 구십칠을 끌어올렸다.부진환은 비밀 통로를 따라 기어 올라가며 낙요에게 주의를 줬다.“대제사장, 조심하십시오. 길이 험난합니다.”“알겠소.”그러자 구십칠이 입을 열었다.“이 길은 길지 않아 곧 끝이 보일 것이오.”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비밀 통로에서 나올 수 있었다.하지만 이 공간도 넓은 것은 아니었으며, 그들 네 사람만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정도였다.옆에 있는 커다란 바위의 뒤에는 매우 긴 쇠사슬이 이어져 있었다.구십칠은 바위를 동굴 입구에 옮긴 다음 바위를 비밀 통로에 따라 굴렸다.이 바위는 그 동굴의 입구와 딱 맞아떨어졌다.그렇게 떨어지다 마침 땅에 걸린 쇠사슬이 바위를 구멍에 딱 맞게 잡아주었다.구십칠의 말대로 길은 아주 험난했다.기어 올라와야 할 뿐만 아니라 바위까지 밀고 와야 했다.봉시도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이 통로는 대체 누가 판 것이오? 이리도 빈틈이 없다니.”“난 이런 비밀 통로가 있는 줄도 몰랐소.”구십칠은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누가 판 것인지는 모르오. 허나 이 비밀 통로는 한 사람이 판 게 아니오.”“10대 악인에서 홍해가 제일 처음으로 이 통로를 발견했으나 통로가 뚫리지 않아 그가 혼자서 남은 길을 판 것이오.”바로 그때, 밑에서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왔다.누군가가 이 동굴에 들어온 것이다.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그들의 밑에 온 것이었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