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요는 불쾌한 어투로 답했다.“난 그렇게 여린 여인이 아니오.”그러자 부진환이 답했다.“여린 게 아니라 대제사장을 지키는 건 제 책임입니다.”“제 목숨도 대제사장의 것인데, 그깟 아픔도 참지 못하겠습니까.”“대제사장께서 무사하면 뭐든 할 것입니다.”낙요는 시끄럽다는 듯이 그의 말을 끊었다.“그만하시오, 그리하면 될 것 아니오.”부진환의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그럼 이제 출발합시다.”낙요는 손바닥을 펴고 망설이다 부진환의 발목을 잡았다.발에 힘까지 더해지면 뾰족한 돌에 걸려 얼마나 아플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부진환이 입을 열었다.“제 속도로 따라오십시오.”“알겠소.”부진환은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낙요는 부진환의 발목을 잡고 그를 따라 천천히 올라갔다.그렇게 또 반 시진이 흘렀다.앞에 드디어 빛이 보였고, 그들은 마침내 동굴에서 나왔다.동굴 밖은 서늘한 바람이 몰아쳤고, 앞은 절벽이었다.등을 돌려 절벽 위를 보니 눈에 덮인 덩굴이 있었다. 부진환은 이를 당겨보더니 입을 열었다.“튼튼하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올라가기 시작했다.차가운 바람이 부진환의 옷자락을 날렸고, 낙요는 그의 발목에 피가 새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옷에서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심지어 타고 올라간 덩굴에도 피가 가득했다.낙요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보며 마모된 천을 풀었다.손의 껍질은 하나도 벗겨지지 않았다.순간 기분이 복잡했다.절벽에 차가운 바람이 몰아쳤지만, 낙요는 하나도 춥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이 따뜻했다.“대제사장!”부진환은 이미 절벽 위로 올라갔고, 낙요를 향해 소리쳤다.낙요는 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 덩굴을 잡고 위로 올라갔다.부진환은 힘을 주며 덩굴을 끌어올렸다.그렇게 곧바로 낙요는 위로 올라왔다.구십칠과 봉시 두 사람도 올라왔다.“드디어 나왔습니다.”구십칠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랜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낙요도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으로 뒤덮인 데
이 말을 들은 구십칠과 봉시는 깜짝 놀랐다.보았다고?그들은…구십칠은 어색한 나머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쿨럭… 저는 주위에서 먹을 것을 좀 찾아보겠습니다.”“대제사장은 이곳에서 쉬십시오.”“알겠소.”구십칠이 떠나자 봉시도 어색한 얼굴로 몸을 일으키고 바지를 털며 말했다.“그렇다면 나도 가야겠소.”말을 마친 봉시는 구십칠을 따라갔다.그렇게 낙요와 부진환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낙요는 부진환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결국 부진환은 할 수 없이 신발을 벗고 약을 발랐다.낙요는 그의 발을 살펴보았다. 상처는 무릎까지 이어져 있어 아주 심각했다.낙요는 약병을 가져오며 말했다.“내가 해주겠소.”낙요는 곧바로 부진환에게 약을 발라주고 손수건을 꺼내 감싸주었다.“외상일 뿐이니 괜찮습니다.”부진환은 낙요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상처를 치료한 후 낙요는 미간을 찌푸렸다.안색이 안 좋아 보이자 부진환은 걱정스레 물었다.“대제사장, 어찌 안색이 안 좋으십니까?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습니까?”낙요는 정색하며 부진환을 바라보았다.“왜 나에게 이리 잘해주는 것이오?”“이건 부하가 해야할 일이 아니오.”“나와 힘을 모아 낙청연의 복수를 하고 싶어도 이럴 필요는 없소.”“계속 이러면 낙청연은 그저 핑계라고 생각되오.”부진환은 의아했다.“대제사장, 어찌 이렇게 느끼시는 겁니까?”낙요는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낙청연이 당신에게 그리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말이오.”“그들은 당신이 낙청연을 얼마나 연모했는지 내게 알려주었소. 당신은 그 복수를 하기 위해 나에게 무릎까지 꿇었고.”“그건 연모가 맞지만, 나에게 이리 잘해주는 것은 부하의 선을 넘은 것이오. 이렇게 하면 낙청연에게 미안하지도 않소?”“내게 한 말 중 대체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 것이오?”낙요만 원한다면 충분히 다른 방법으로 부진환 마음속의 기억을 알아볼 수 있었다.하지만 낙요는 그런 수단을 쓰고 싶지 않았다.부진환은 흠칫했다.그러고는 곧바로
말을 마친 낙요는 부진환을 바라보았다.“이따 서신을 줄 테니 몰래 영지에 잠입해 진익에게 건네시오.”“진익은 철갑 근위군 천여 명을 데리고 왔소. 수는 주둔군에 미치지 못하지만 맞서볼 수는 있소.”봉시는 걱정스레 물었다.“진익이 한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소?”“이번에 함께 노예곡에 왔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당신을 죽이려고 했다면 둘은 한 패일 수도 있소.”낙요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오, 진익은 절대 한패가 아니오.”석칠은 황후의 명을 받았을 것이다. 석칠은 역소천의 부하이고, 서소청은 또 황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진익은 절대 황후와 한패가 아닐 것이다.황후는 그를 안중에도 두지 않기 때문이다.“내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진익도 연루되어 책임을 묻게 될 것이오. 그러면 대황자의 자리도 지키지 못할 것이오.”“나를 해치려는 자와 한패라면 나와 함께 오지도 않았을 것이오.”“이자는 비록 무능하지만 수중의 철갑 근위군은 쓸만하오.”이 말을 들은 봉시는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었다.낙요는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구십칠도 영지에 몰래 잠입하시오. 다른 사람도 이곳에 온 것 같소.”“나를 죽이려고 한다면, 두 눈으로 직접 봐야 시름이 놓이지 않겠소.”“지금 석칠은 사람을 데리고 노예곡을 수색할 것이니 병사들은 다 노예곡에 있을 것이오.”“구십칠은 이 틈을 타 영지를 수색하시오. 되도록 중요한 곳이지만 호위가 적은 곳을 찾아보시오.”“영지의 병사가 아닌 사람이 있다면 즉시 보고해 주시오.”구십칠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낙요가 급히 구십칠을 불러세웠다.“잠깐!”“우선 그대의 벗에게 연락해 시완을 찾았는지 물어보시오.”이 말을 듣자 봉시는 한시름 놓았다.낙요가 이 일을 잊었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기억하고 있었다니.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경공으로 뛰어올라 가장 높은 비탈길에 올라가 나무에 붉은 띠를 매었다.눈으로 덮인 곳에
낙요는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그럼 당신과 시완은…”봉시는 산비탈의 나무에 묶인 붉은 띠를 보며 천천히 그와 시완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우리 가문의 식구는 모두 죽었소. 강풍산 같은 무기 때문에 그자들은 우리 식구를 모두 죽였소.”“나는 피비린내를 맡으며 자랐고, 그 물건들은 부모님께서 남겨주신 보물이오.”“나도 한때는 평온한 나날을 보냈소.”“나는 사람을 완전히 신뢰하는 게 어렵소. 허나 오랜 시간 끝에 한 사람을 믿게 되었고, 그에게 나의 모든 비밀을 알려주었소.”“기다림의 끝은 그녀의 진심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건 배신이었소.”“그녀는 사람을 보내 나를 수년간 쫓아다녔고, 피하다 못해 결국 노예곡에 들어왔소.”“처음 노예곡에 왔을 때는 아무도 믿을 수 없었소. 상처투성이인 몸을 이끌고 겨우 살아가며 평생 이렇겠지 싶었소.”“하지만 그때, 시완을 만났소.”“시완은 의술에 능하지만 사람에게 속아 모든 가치를 이용당한 후 노예곡에 들여보내졌소.”“나는 내가 가장 비참한 줄 알았지만 그녀의 사정을 듣고 나니 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소.”“그런 상처를 받았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마음을 품고 사람들의 아픔을 가엽게 여기며 치료해 줬소.”“나는 절대 그녀처럼 할 수 없소, 그래서 아주 존경스러웠소.”“그녀가 나를 어둠 속에서 끌어내 줬소.”“그녀는 모든 힘을 쏟아부었고, 나도 갖은 힘을 다해 그녀를 보답했소.”“알고 지낸 지 삼 년이 되어서야 난 내 이름을 알려주었소.”이 말을 들은 낙요는 마음이 복잡했다.시완도 사람에게 해를 입어 노예곡에 보내진 것이었다니.“그래서 이름이 봉시인 이유는, 시완을 만나기를 기다린다는 것이오?”봉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붉은 띠를 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를 만나고 나는 다시 태어났소.”“허나 이런 말을 그녀에게 들려주지도 못했는데, 그녀는 변을 당하고 말았소.”봉시는 안타까운 듯 고개를 떨구었다.낙요는 저도 모르게
봉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나 금방 돌아올 거야.”“일이 끝나면, 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자. 알았지? 우리만의 자유를 찾아 떠나자꾸나.”시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었다. “예! 좋습니다.”곧이어 세 사람은 즉시 출발했다. 봉시는 할 말이 너무 많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란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세 사람은 붉은 리본이 묶여 있는 나무 아래에 이르렀다.낙요는 상황을 주락에게 간단하게 설명했고, 주락은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만약 순조롭다면, 그들은 곧 돌아올 겁니다.”세 사람은 저녁때까지 기다렸고, 두 사람은 그제야 돌아왔다.그리고 이번에, 돌아온 사람은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진익도 있었다.진익은 낙요를 보더니,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천지신명께 감사합니다. 당신이 살아있어서 다행이요.”“내가 어찌 그렇게 쉽게 죽겠소?”진익은 한시름 놓더니, 곧이어 봉시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노예곡의 대장 아니요?”“당신들은 어떻게 노예곡에서 나왔소?”낙요는 냉랭하게 말했다. “해명할 시간이 없소. 진익, 이번에 나를 죽이려던 사람은 석칠이요.”“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당신은 지금부터 내 계획을 따라야 하오.”“돌아간 후, 당신은 석칠에게 압력을 가해야 하오. 그들에게 사람을 더 많이 보내, 반드시 나를 구출해 내라고 명령하시오.”“그리고, 당신의 철갑 금위군을 조용히 진영에서 철수시키고, 그들의 병기고를 습격한 다음, 그들의 진영 전체를 포위하시오.”진익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겠소. 지금 바로 가겠소.”곧이어 진익은 즉시 출발해 진영으로 돌아갔다.부진환이 말했다. “제가 진영에서 서소청을 찾았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의 눈동자가 돌연 차가워지더니, 유유히 말했다. “역소천이 아니었다니!”역소천은 이 일과 도대체 관련이 있을까?“준비하시오. 진영으로 돌아간다!”일행은 즉시 출발했다. 진영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이었다.진익은 이미 철갑 금위군을 움직였고, 이미 몰래 진영 전체를 포위했다.낙요와 그들
서소청은 더욱 놀라 실색했다.심지어 발악조차 못 했다.그녀의 반응을 보고, 낙요는 이미 답을 얻었다.“노예곡의 폭동도 너희들이 계획한 거겠구나. 목적은 나를 유인하여 죽이기 위한 것인가?”낙요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자, 이유가 무엇이냐!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급하게 나를 꼭 죽여야 했을까?”“내가 노예영에서 제멋대로 사람을 잡는 걸 조사해 냈기 때문인가?”“그렇다면 왜? 왜 사람을 제멋대로 잡은 것이냐?”서소청은 낙요의 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낙요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낙요가 구십칠에게 눈짓하자, 구십칠이 서소청의 입 속 헝겊을 꺼냈다.그러자 서소청이 고함치려고 했다.갑자기 구십칠 손에 든 비수가 튀어나와 바로 서소청의 눈앞에 날카로운 빛이 번뜩이었다.서소청은 긴장해서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그는 겁에 질려 낙요를 쳐다보았다. “대제사장, 무슨 뜻입니까?”“저는 단지… 단지 석칠을 독촉하러 온 것뿐입니다.”“장군께서 저를 보냈습니다.”낙요는 차갑게 웃더니 말했다. “뭐라고 하였냐? 역소천이 석칠을 독촉하라고 보냈다고?”“희한하네, 네가 역소천의 무슨 사람인데?”“역소천은 이제 쓸만한 부하가 없는 것이냐? 어떻게 너 같은 여인을 이곳에 보낸단 말이냐?”“내가 세 살배기 어린아이인 줄 아느냐?”서소청은 이미 긴장한 나머지 벌벌 떨고 있었다.낙요의 눈빛은 날카로웠다.“보아하니 수단을 좀 쓰지 않으면, 네가 실토하지 않을 모양이구나.”말이 끝나자, 구십칠은 비수를 들고 휙 흔들어 단칼에 베어버렸다.동시에 서소청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아--! 내 얼굴! 내 얼굴!” 서소청은 억장이 무너져 고함쳤다.선혈은 그녀의 뺨을 타고 방울방울 흘러내렸다.낙요의 표정은 날카로웠다.“노예곡에서 요 몇 년 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을 잡은 이유가 뭐야?”“말하지 않으면, 역소천도 너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그래도 말하지 않으면 이 칼은 네 몸에 무수한 구멍을 낼 것이고, 죽기보다 못한 고
“황후께서 내게 사람을 막 잡으라고 했소. 그리고 그것은 일부일 뿐이오.”“많은 건장한 청년들은 노예곡에 잡혀 들어가지 않았소.”그 말에 낙요의 안색이 달라졌다.“뭐라고?”서소청은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내가 아는 것은 그것이 전부요. 다른 건 나도 모르오.”“노예영과 관청 쪽은 줄곧 소식을 주고받았소. 관청에서는 나와 협조하여 사람을 잡고, 노예영에서 그들을 길들이지. 그중 몸이 건장한 사내들은 선택받고 따로 갇히게 되오.”“남은 이들은 노예곡으로 보내지지.”“따로 갇힌 자들이 어디로 보내졌는지 나는 모르오.”“난 모르오. 난 정말 모르오.”그 말에 낙요는 큰 충격을 받았다.억울한 자들은 그들뿐만이 아니라 더 많았다. 그들은 어디로 잡혀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그것이 황후의 비밀이었다.그녀가 얼떨결에 그 비밀을 알게 되자 황후는 그녀를 죽이는 데 급급했다.지금 보니 이 배후에 많은 일들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황후는 그들을 어디로 데려갔는지 서소청에게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그녀와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바로 그때, 부진환이 막사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며 말했다.“진익과 석칠이 돌아왔습니다.”낙요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때마침 돌아왔군.”말을 마친 뒤 낙요는 분부했다.“서소청을 끌고 가서 가둬두시오.”막사 안에는 낙요, 부진환, 봉시 세 사람만 남았다.낙요는 의자에 앉아 무심히 다리를 꼬았다.석칠은 막사로 돌아와 진익을 상대한 뒤 곧바로 서소청을 만나러 갔다.온종일 파보았으나 결국 대제사장을 찾지 못했다.진익이 지금 그를 지켜보고 있으니 대제사장을 찾아낸다고 해도 손을 쓸 수 없었다.게다가 진익 쪽에는 철갑 금군 천 명이 있었다.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다 보니 석칠은 막사 밖이 이상할 정도로 고요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평소보다 훨씬 더 조용했다.그는 서소청의 막사 앞에 도착하여 밖에서 외쳤다.“들어가겠소.”말을 마친 뒤 그는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큰일이오! 온종일 파보았으나 대제사장을 아직
말을 마치자마자 막사 밖에서 누군가 들어왔다.이내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누구를 죽인다고?”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린 석칠은 진익이 걸어 들어오는 걸 보았다.막사 밖에 질서 정연히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철갑 금군들이었다.석칠은 화들짝 놀랐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밖을 두리번거렸다.진익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의 사람을 찾는 것이오?”“원래 막사에 있던 자들은 전부 약에 취해 있고 남은 이들은 아직 노예곡에 있지.”“누굴 찾는 것이오? 내가 사람을 시켜 찾아주겠소.”한없이 덤덤한 말이었지만 석칠은 마치 천 근짜리 바위가 몸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그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석칠은 믿고 싶지 않았다.이때 구십칠이 서소청을 끌고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서소청을 걷어차서 무릎 꿇렸고 석칠은 놀란 얼굴로 서소청을 바라봤다.“당신!”서소청은 눈빛이 암담해져서 저항하지도 않았다.석칠은 곧바로 끝장났다는 걸 인지했다.낙요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말해야 할 건 서소청이 다 말했소.”“당신은 이제부터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가치 있는 무언가가 없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오.”석칠은 그 말을 듣고 긴장한 얼굴로 침을 삼켰다.“내게는 시간이 많지 않소.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주지.”“서소청은 데려가시오.”서소청이 떠나자 석칠이 입을 열었다.“전 서소청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모릅니다.”“하지만 줄곧 서소청이 저와 연락했습니다.”“그것은...”석칠은 감히 이름을 말하지 못했다.낙요가 곧바로 대답했다.“황후의 명령이었겠지.”“알고 있소.”석칠은 순간 몸을 움찔 떨면서 경악한 듯 그녀를 바라봤다.그는 곧 바람 빠진 사람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저와 주고받았던 서신들은 제 막사 안에 숨겨져 있습니다.”부진환이 곧바로 말했다.“제가 가지러 가겠습니다.”곧 부진환은 상자 하나를 들고 왔다.상자를 열어 보니 안에 서신들이 한가득하였다.낙요는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