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열심히 적은 그 몇 글자를 보고 낙청연은 약간 감동했다.낙청연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으며 물었다. “이렇게 많은 돈을 어떻게 모을 생각이요?”“사실 당신은 이 일을 진익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되오.”“그리고 겸사겸사…… 고묘묘의 귀에 들어가게 하면 되오.”이 말을 들은 벙어리는 의혹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 의심하며 몇 글자를 썼다: 확실하오?낙청연은 확고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었다. “아주 확실하오!”“이 일은 당신에게 부탁하겠소!”벙어리는 여전히 그녀의 생각을 알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었다.낙청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럼, 우리 3일 뒤에 만나기오.”“오시에 성 밖에서 기다리겠소.”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일어나 방에서 나갔다.잠깐 후, 구십칠이 걸어 들어왔다. “밖에서 들었는데, 암시장에 가신다고, 돈을 모으신다면서요?’“그런데 왜 고묘묘에게 이 일을 누설하라고 하셨습니까?”낙청연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나만의 계획이 있다.”“그럼, 우리 돈을 모을 필요 있습니까?” 구십칠이 물었다.낙청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필요 없다. 돈이 자기 발로 찾아올 거다.”“예?” 구십칠은 멍해졌다.“준비하거라. 우리는 암시장에 간다. 돈은 한 푼도 가져갈 필요 없다. 그러나 어떤 물건은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상자를 많이 준비하거라.”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부진환은 돌아가서 이 일은 진익에게 알렸다.멀리서 고묘묘가 보고 있었다. 부진환은 재빨리 자리를 떴다.고묘묘는 도도한 발걸음으로 걸어오며, 냉랭하게 물었다. “무슨 얘기를 나누셨습니까?”“저 사람은 왜 저를 보고 저렇게 빨리 자리를 피한답니까? 본공주가 무서우면 얼른 본공주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 것이지?”진익은 약간 놀라더니, 다급히 해명했다. “묘묘, 오늘 일은 이미 다 들었다. 그가……”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묘묘는 그의 말을 냉정하게 끊어버렸다. “저 자는 낙청연과 무슨 사
가느다랗게 뜬 침서의 두 눈에 약간 위험한 빛이 스쳤다.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침서는 맞은편에 앉은 벙어리의 목을 덥석 잡더니, 음산한 어투로 말했다. “이 자가 가자고 한 것이냐?”“내가 너 대신 죽여주마!”침서의 이 동작에 낙청연은 깜짝 놀라 다급히 큰 소리로 질책했다. “멈추세요!”“침서, 허튼짓할 거면 당장 내려가세요!”침서는 즉시 벙어리의 목에서 손을 내렸다.침서는 웃으며 말했다. “농이다. 뭘 그리 긴장해하느냐?”말을 하며 그는 마차 벽에 기대어, 다리를 꼬고는 맞은편에 앉은 벙어리를 훑어보더니, 범연한 태도로 말했다. “네가 만일 벙어리 시위가 좋다면, 그럼, 내 시위의 혀를 잘라버린 후 너에게 선물할 수 있다.”“실력이 저 자보다 강할 뿐만 아니라, 또한 일편단심일 것이다.”낙청연은 냉랭한 어투로 말했다. “필요 없습니다!”이 말을 하더니, 즉시 구십칠에게 분부했다. “자, 출발하자꾸나!”가는 길 내내, 침서는 쉴 새 없이 지껄였으며, 각종 방법으로 낙청연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부진환은 그저 빤히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침서가 몹시 미웠다.만일 침서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낙청연은 여국에 오지 않았을 것이며, 또한 이렇게 많은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언젠가 그는 반드시 침서를 죽이고, 청연을 데리고 돌아갈 것이다!가는 길에, 낙청연은 침서를 별로 상대하지 않았지만, 그가 낙청연에게 아첨하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침서가 말했다. “이번에 네가 암시장에 간다고 해서, 나도 돈을 좀 준비했다.”“저번에 불전연을 얻지 못했지만, 이번에 네가 원하는 물건은, 내가 반드시 사주마!”낙청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목적지에 이르렀을 때,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반귀성에 들어갈 수 없었다.그리하여 그들은 도중에 객잔에 들려, 음식을 좀 먹으며, 날이 어두워지면 산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그리고 구십칠은 가져온 물건들을 안배해야 했기 때문에, 그들과 동행하지 않
낙청연에게 들키자, 문밖에 있던 그 사람은 재빨리 도망쳤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방문을 열어보았지만, 그 사람은 온데간데없었다.그러나 낙청연은 그 두 눈을 알아보았다.온심동이였다!온심동도 이곳에 오다니!오늘 밤, 경매장은 재미있게 생겼군!때가 되자, 모든 등불이 켜지고 건물은 대낮같이 훤했다.경매사가 밑에서 소개했다. “오늘 경매할 보물은 모두 30점이며, 모두 세상에서 둘도 없는 진귀한 보물입니다. 여러분은 기회를 잘 보고 착수하시고, 절대 망설이지 마십시오.”그리하여, 첫 번째 보물을 올려왔다.경매사가 아직 소개도 하기 전에 침서가 바로 값을 말했다. “5천 냥!”옆방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1만 냥!”오기가 생긴 침서는 바로 외쳤다. “2만 냥!”그런데 상대방은 반드시 물건을 손에 넣고야 말 기세였다. 바로 4만 냥을 불렀다.그리고 결국 가격을 8만 냥까지 올렸다.침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가격은 분명 더 올릴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돈은 아예 부족하다.낙청연은 침착하게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 “8만 냥은 너무 비쌉니다. 다음 물건을 봅시다.”그리하여 두 번째 보물이 올라왔다.그런데 옆방에서 바로 8만 냥을 부를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심지어 가격을 부를 기회도 그들에게 주지 않고, 바로 물건을 낙찰해 갔다.세 번째 보물이 올라왔을 때, 낙청연은 드디어 온심동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3만 냥을 불렀다.침서는 즉각 4만 냥을 불렀다.그런데 옆방에서 또 8만 냥을 불렀다.그리하여 이 보물을 또 낙찰해 갔다.연속 여덟 점을 이렇게 깔끔하게 옆방에서 낙찰해 갔다.구십칠이 걱정스레 말했다. “이미 여덟 점을 가져갔습니다.”“모두 30점밖에 안 되는데, 우리는 적어도 20점을 낙찰해야 합니다.”“옆방에 저 사람은 대체 언제까지 살 건가요?”낙청연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급하지 않다.”이 말을 들은 침서는 미간을 찌푸렸다.곧이어 아홉 번째 보물이 올라왔을 때, 침서는 전혀 망설임 없이
고묘묘는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고,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 “당신이 올 줄 알고 있었습니다.”“왜 그러십니까? 저와 상의하고 싶은 겁니까?”말을 하며 고묘묘는 수행 시녀를 물러가라고 했다.방안에 오직 고묘묘와 침서 두 사람만 남았다.고묘묘는 느긋하게 앞으로 걸어가더니, 침서의 목을 휘감으며 말했다. “저 보물들은 낙청연이 원하는 겁니다. 당신은 그렇게 낙청연을 총애합니까?”“낙청연이 하늘의 별을 따다 달라고 해도, 당신은 그녀에게 따다 줄 겁니까?”고묘묘는 강렬한 질투가 섞인 어투로 말했다.침서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고묘묘를 밀쳐내며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뭐 하려는 것이냐?”아요가 원하는 건 그것만 제외하곤, 다른 건, 그녀가 원하면 다 주고 싶었다!오늘, 이 경매장의 보물도 예외가 아니다!고묘묘는 득의양양해서 웃더니 말했다. “저는 낙청연이 성주를 만나기 위해 20점 보물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그러나 침서, 당신은 내가 공주인 걸 모릅니까?”“저도 원하는 물건은, 아무리 비싸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합니다!”“저는 오늘 낙청연이 절대 20점의 보물을 모을 수 없게 할 겁니다.”이 말을 하는 고묘묘의 눈빛은 더없이 흉악했다.분통이 터진 침서는 하마터면 공주와 싸울 뻔했지만, 억지로 화를 가라앉히고, 나가려고 했다.그러나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아요의 소원을 들어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단지 20점 보물일 뿐이다.그것도 들어주지 못하면 그는 정말 쓸모없는 인간에 불과하다.이런 생각이 든 침서는 고묘묘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조건이 있느냐?”“나머지 보물을 전부 나에게 양보하거라.”이 말을 들은 고묘묘의 눈동자가 반짝이더니,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왔다.고묘묘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의 조건은 매우 가혹합니다.”이 말을 하며 고묘묘는 손가락으로 침서의 옷깃을 움켜쥐며 말했다. “침서, 당신은 받아들일 확신이 있습니까?”--옆방.침서가 나간 후, 낙청연은 수량을
이 말을 들은 성주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우단동? 혹시 우단봉을 알고 있소? 아니면 만난 적이 있소?”성주의 어투는 다급해졌다.그의 반응을 보고 낙청연은 그가 아마도 우단봉의 가족일 거로 생각했다.그래서 물었다. “성주는 우단봉의……”“나는 우단봉의 오라버니 우홍(虞泓)이요!”성주는 급히 물었다. “낭자, 혹시 우단봉을 만난 적이 있소? 단봉은 지금 어디에 있소? 혹시 단서라도 있소?”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낙청연은 우홍의 급한 어투에서 그들은 우단봉을 찾는 것을 포기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단서는 있습니다. 다만 우단봉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이 말을 들은 우홍은 갑자기 놀라서 뒷걸음쳤다.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낙청연은 가져온 그 서신들을 꺼내며 말했다. “그러나 우단봉은 가족을 잊은 적 없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가족과 연락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이 서신들은 우단봉이 쓴 것입니다.”우홍은 서신을 건네받아 열어보더니, 내용을 보고 손을 떨었다.그는 서신을 꽉 쥐었다.“이렇게 우리를 그리워하면서, 왜 한 번도 돌아온 적이 없소?”“이 일은…… 말하자면 깁니다.” 낙청연은 한숨을 내쉬었다.천천히 진실을 우홍에게 말해주려고 할 때였다.밖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수수한 차림이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은 부인이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낙청연을 보고 약간 놀라 하며 말했다. “손님이 계셨군요.”“그렇소. 이 낭자가 누이동생의 소식을 가져왔소.”우홍은 서신을 다 보고 한 편씩 다시 봉투에 넣으면서 말했다. “이 서신을 부모님께 보여드려야겠소.”막 떠나려고 하는데 그는 또 낙청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낭자, 더 자세하게 물어볼 게 있소. 이곳에 잠시 머무르면 안 되겠소?”“또한 감사의 인사도 하고 싶소.”오랫동안 찾았지만, 우단봉에 대한 소식은 전혀 없었다.그런데 오늘, 우단봉의 소식과 서신을 받았다.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다. 하
구십칠이 경악했다. “저 여인이 자기 이름이 우화응이랍니다!”낙청연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나도 들었다.”“우경성이랑 무슨 사이일까?”“보아하니, 우단봉의 사인을 일단 말하면 안 될 거 같구나.”일단 우화응과 우경성의 관계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다.이런 우연이 있다니!우단봉은 우경성의 손에 죽었다.그런데 우단봉의 오라버니가 우씨 성을 가진 여인과 혼인했다.그 가운데 어떤 속사정이 있을지 모른다.그러니 낙청연은 잠시 이 비밀을 말할 수 없다.우단봉은 귀도를 그녀에게 선물했다. 그러니 우단봉의 가족이 위험하다면, 그녀는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잠깐 후, 누군가 음식을 가져왔다.낙청연이 음식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 세 사람은 먹었다.그리고 각자 방으로 휴식하러 갔다.구십칠과 벙어리는 교대로 잠을 잤다. 깨어 있는 사람은 시시각각 바깥 동정을 살펴 안전을 확보했다.어느덧 날이 밝았다.낙청연 등 세 사람은 정청으로 초대되어 아침 식사하러 갔다.낙청연은 이제야 우홍의 본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우단봉의 부모도 만났다.그들은 연세도 많고, 게다가 병에 시달려 몹시 피곤해 보였지만, 안색은 의외로 좋았다.아마도 어젯밤에 드렸던 그 서신이 노부부의 근심을 조금이라도 턴 모양이다.적어도 우단봉은 그때 매정하게 가족과 인연을 끊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어젯밤에 미처 낭자의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소.” 우홍은 감격해서 물었다.“낙청연입니다.”“아, 낙 낭자군요.” 우홍은 또 물었다. “어젯밤에 급하게 떠나느라, 누이동생의 사인을 여쭤보지 못했소.”“이 몇 년 동안, 단봉은 어디에 있었소?”“우리에게 서신을 썼는데, 왜 보내지 않았단 말이요?”물어보는 우홍의 어투는 점점 흥분됐다.낙청연은 질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곁에 있는 우화응을 힐끔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어떤 일은 말하기가 좀 곤란합니다.”이 말을 들은 우홍은 약간 실망했다.그는 체념하지 않고 물었다. “사인도 말해주기 곤란하단 말이요?”“나는
“콜록, 콜록, 콜록…… “우단봉의 아버지가 갑자기 심하게 기침했다.우홍은 다급히 일어나 몹시 긴장해하며 말했다. “아버지!”우단봉의 아버지가 갑자기 심하게 기침하는 바람에 그는 약간 숨이 찼다.낙청연이 다급히 다가가 침을 놓으니, 증상이 약간 완화됐다.그제야 우홍은 약간 마음을 놓으며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 “낭자가 의술에 능할 줄은 몰랐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좀 할 줄 압니다.”“두 분의 몸이 아주 편찮으신 것 같습니다.”우홍은 어두운 표정으로 걱정하며 말했다. “그렇소. 이미 아픈지 오래됐소. 주로 마음의 병인 것 같소.”“점점 더 심해지고 있소.”“의원도 많이 불러 봤고, 약도 많이 썼지만, 이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소.”우단봉의 아버지는 탄식하며 말했다. “죽기 전에, 딸아이의 소식을 알았으니, 지금 죽어도 원이 없소.”“마침 잘 됐소. 나도 내려가서 딸아이 곁에 있어 줄 수 있으니, 단봉은 이제 그렇게 외롭지 않을 것이요.”우홍은 쭈그리고 앉더니 말했다. “아버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시고, 약만 열심히 잘 드시면 건강을 되찾으실 수 있습니다.”“누이동생이 서신에서 부모님께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앉으시 길 바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가시면, 동생은 분명 기뻐하지 않을 겁니다.”이 말을 하며 그는 고개를 돌려 우화응에게 분부했다. “화응, 먼저 아버지를 방에 모셔드리고, 약을 드리시오.”우화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즉시 두 분을 모시고 자리를 떴다.--경매장의 어느 방.낙청연이 떠난 지 두 시진 후, 침서는 옷을 입으며 방안에서 걸어 나왔다.그런데 침서가 옆방에 와보니, 놀랍게도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침서 오라버니, 어찌 그리 서두르시는 겁니까?” 등 뒤의 고묘묘도 옷을 입더니, 예전과 사뭇 다른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 호칭을 듣자, 침서는 오히려 더욱 짜증 났다. “닥쳐!”그는 되는 대로 한 점원을 붙잡고 냉랭하게 물었다. “이 방 안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느냐?”점원은
우화응이 부모님을 모시고 방으로 돌아가자, 우홍은 낙청연에게 물었다. “낙 낭자, 내 누이동생의 죽음에 혹시 말 못 할 사연이라도 있는 것이오?”“만약 그래서 우리 부모님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 나에게만이라도 말해주면 안 되겠소?”우홍은 우단봉의 진정한 사인을 여전히 알고 싶어 했다.낙청연의 표정은 무거워졌다. 그녀가 말하기 싫은 게 아니라, 우화응만 생각하면 말할 수가 없었다.낙청연은 아예 말머리를 돌려 물었다. “성주, 혹시 당신 부인은 형제자매가 있습니까?”이 물음에 우홍은 매우 의아해했다. 낙청연이 왜 이걸 묻는지 알 수 없었다.“이것이 내 동생 일과 관련이 있소?”낙청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우홍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에게 매우 중요합니다.”우홍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대답했다. “화응에게 오라버니가 한 명 있소. 이름이…… “낙청연은 긴장한 마음으로 듣고 있었다.하필 이때, 밖에서 갑자기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주! 큰일 났습니다! 침서가 성주를 만나 뵙겠다고 소란을 피웁니다! 이미 우리 형제들을 많이 다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들은 우홍은 깜짝 놀랐다. “침서? 우리는 침서와 아무런 원한도 없고 전혀 상관이 없는데, 왜 그러는 거야?”낙청연도 깜짝 놀라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제가 성주에게 폐를 끼친 것 같습니다.”뒤이어 그들은 함께 밖으로 달려갔다.그들은 거리에서 침서를 만났다.그리고 주위에 수많은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우홍은 이미 가면을 썼다. 그는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물었다. “침서 장군, 이게 무슨 뜻이요?”침서의 시선은 낙청연에게 떨어졌다.낙청연과 반귀성의 성주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본 침서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눈가에 슬픈 빛이 스쳐 지나갔다.“넌 분명 방법이 있으면서 나를 속인 것이냐?” 침서는 놀라운 어투로 말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낙청연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너무 성급하게 떠났습니다.”“그러나 너는 처음부터 나에게 성주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하지 않
송천초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하지만 그녀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초경이 관심 어리게 물었다.“어디 아픈 것이냐?”송천초는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아직도 무서울 뿐입니다.”“제가 아니었다면 묵계가 당신의 약점을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돕지도 못하는데 짐이 되었습니다.”그들의 싸움에 그녀는 끼어들 수 없었다.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녀는 그것조차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자책하는 것을 보고 초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쓸데없는 생각이구나.”“네가 없어도 묵계는 다른 사람을 겨냥하고 나쁜 짓을 저지를 것이다.”“너를 데리고 여제의 도움을 청한 후 여제가 너를 구할 때 묵계는 여제의 몸까지 차지하려 했다.”“너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할 필요 없다.”“힘없는 사람들이야 많고 많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살짝 놀랐다. 그녀가 다급히 물었다.“청연은 어떻게 됐습니까?”“궁으로 들어가 만나봐야겠습니다.”송천초는 다급히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초경이 그녀를 붙잡았다.“치료부터 하고 가거라. 여제는 괜찮다.”“묵계도 죽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송천초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침대에 누웠다.그녀는 다리가 아픈 것을 발견하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렸다. 멍이 들고 상처는 검고 짓물렀다.“이미 약을 발랐지만 싸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독으로 인한 상처라 꽁꽁 싸매지 말아야 한다.”“아프면 진통제를 발라주마.”초경을 말을 하다 약병을 가지러 갔다.송천초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많이 아프지 않습니다.”“이 정도 상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그녀는 묵계에게 몸을 빼앗겼지만 정신은 있었다. 그녀는 묵계의 조종을 받고,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자기 몸이 통제를 받지 않는 느낌은 정말 무서웠다.만약 묵계가 성공했다면 이 세상에는 송천초라는 사람이 사라질 것이다.초경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다시 그 내단을 꺼냈다.
말을 마치자마자 초경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묵계의 기운이 사라졌습니다. 성공한 것입니까?”낙요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초경은 바로 문을 닫고 그녀에게 다가가 내단을 보고 한숨 돌렸다.“수위가 높아 다른 사람이었다면 정말 상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감사합니다!”낙요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다행히 저 녀석은 속이기 쉬웠습니다.”“수작을 조금 부리니 바로 넘어왔습니다.”방금 그녀는 일부러 묵계가 그녀의 몸에 들어오게 했다. 사실 묵계는 그녀의 몸에 들어갈 능력이 없었다.“천초의 뱀독이 심해졌으니, 어서 독을 없애십시오.”그 말을 듣고 초경이 얼른 그녀의 독을 없앴다.하지만 독이 심하게 퍼져서 물린 곳의 피부가 짓물러 빨리 낫지 않을 것이다.초경은 마음이 아팠다.낙요는 곰곰이 생각하다 내단을 초경에게 주었다.“이 내단을 천초에게 쓴다면 상처도 곧 나을 것이고 흉터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그리고 끝없이 긴 수명도 얻을 수 있습니다.”“천초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늙지 않고 죽지 않은 기회가 있습니다.”“두 사람은 오래도록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천초가 깨어나면 잘 상의하십시오. 천초가 원하다면 내단 흡수를 도울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초경은 살짝 멈칫했다.그는 낙요가 손에 들고 있는 내단을 보고 낙요를 바라보며 물었다.“이렇게 좋은 물건을 어찌 남겨두지 않습니까?”“여국의 여제로서 불로장생한다면 엄청난 권력을 누릴 수 있습니다. 좋지 않습니까?”초경은 인간 세상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많은 제왕이 불로장생을 연구하는 것을 본 적 있다.수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 낙요의 손에 쥐어져 있지만 낙요는 오히려 남에게 주려 했다.낙요가 웃었다.“들어보니 참 괜찮습니다.”“하지만 나라의 흥망은 모두 운명입니다. 왕조의 교체도 자연에 순응해야 합니다. 사리사욕을 위해 강제로 바꾼다면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제가 감당할 것이 아닙니다.”“제사장족 천벌만으로도 충분합니다.”“게다가 제왕이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