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낙청연에게 속았습니다! 이 천박한 계집!”분노한 고묘묘는 앞으로 달려와 낙청연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그러나 고묘묘의 손이 떨어지기도 전에 침서에게 덥석 잡히고 말았다.침서는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묘묘를 쳐다보더니, 오히려 고묘묘의 뺨을 후려갈겼다.“네가 무슨 상관이야, 당장 꺼지거라!”침서의 어투는 날카로웠고, 붉어진 두 눈은 살기가 가득했다.고묘묘는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침서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를 때렸습니까?”말이 떨어지자, 고묘묘는 매섭게 침서의 뺨을 후려갈겼다.고묘묘는 몹시 분노했다.“낙청연이 사람들 앞에서 당신이 난처하게 뺨을 때려 제가 대신 화풀이한 건데, 어떻게 저를 때릴 수 있습니까?”“침서, 당신은 이런 사람을 좋아합니까! 어찌 그리 천박합니까!”어젯밤에 낙청연에게 당해 그렇게 많은 돈을 썼다.낙청연에게 속은 고묘묘는 이미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은데 하필 침서는 여전히 낙청연만 바라본다!이에 고묘묘는 더욱 화가 나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침서의 두 눈은 붉어졌고, 피에 굶주린 눈빛은 보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했다.그 순간, 낙청연은 침서의 눈에서 이성을 잃은 광기를 보았다.과연, 다음 순간, 침서는 갑자기 고묘묘의 목을 꽉 졸랐다.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묘묘를 똑바로 바라보며 살의에 찬 어투로 일구일자 말했다. “내가 꺼지라고 하지 않았느냐?”“너와 상관없는 일이다.”이 말을 끝내고, 침서는 바로 고묘묘를 사정없이 내팽개쳤다.그 모습에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경계하기 시작했다.침서가 미쳐서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다 죽일까 봐 두려웠다.곧이어, 침서는 몸을 돌려 낙청연을 쳐다보았다.벙어리는 무의식적으로 낙청연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지금 침서의 눈빛은 너무 섬뜩했기 때문이다.그러나 낙청연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바로 벙어리를 밀어냈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침서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뭘 하려는 겁니까?”그런데 침서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
우홍은 기세가 넘쳐흘렀다.고묘묘는 채찍을 꽉 움켜쥐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노려보며, 얼굴에 살기가 가득했다.“낙청연, 능력 있으면 한평생 이곳에 숨어 사시오!”이 말을 끝내고, 고묘묘는 화를 꾹 참으며 돌아서 가버렸다.고묘묘가 떠난 후, 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우홍을 쳐다보며 말했다. “성주, 고맙습니다.”“다만 이렇게 되면 당신들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습니까?”우홍은 덤덤한 어투로 말했다. “암시장은 암시장만의 규율이 있소. 오랫동안, 이 세상에서 생존해 나갈 수 있었으니, 이 규율은 당연히 쓸모가 있는 게 아니겠소?”“낙 낭자, 염려하지 마시오.”“공주가 낭자에 대한 살의가 충만하니, 지금 하산하면, 어쩌면 산밑에 매복하고 있을지도 모르오.”“그러니 차라리 이곳에서 며칠 더 지내다가, 공주의 화가 좀 풀리고 나면 하산하시는 게 어떻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성주께 며칠만 폐를 더 끼치겠습니다.”“마침 부모님의 병세가 엄중하던데, 제가 치료해 보겠습니다. 혹시 좀이라도 나아질 수 있으니까요.”우홍은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아주 잘 됐소.”뒤이어 낙청연은 우홍을 따라 돌아갔다.어두운 골목 입구에서 온심동은 조용히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눈동자는 차가웠다.이번에 고묘묘가 있어서 당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도 하마터면 함정에 빠질 뻔했다. 그녀는 이 때문에 20만 냥 은자까지 모았다.만약 어젯밤에 충동적으로 행동했다면, 낙청연에게 이 돈을 그냥 다 내주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든 그녀는 더욱 화가 치밀어올랐다.이 여인은 어떻게 또 암시장과 관계를 맺었을까!--집으로 돌아오자, 우화응이 문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매우 친절하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괜찮습니까?”우홍은 가면을 벗더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방안으로 걸어가며 위로했다.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시오.”우화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별일 없다니 다행입니다.”우화응의 이토록 긴장한 모습을 보고
“다 돌아가셨습니까?”우화응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부모님은 제가 어릴 적에 돌아가셨고, 오라버니가 저를 키우셨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오라버니?“그럼, 오라버니는요?” 낙청연이 캐물었다.우화응은 천천히 말했다. “우리는 아주 위험한 곳에서 돈 한 푼 없이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때 우리는 몹시 가난했고, 만두 하나로 세끼를 때워야 했습니다.”“오라버니는 늘 음식을 뺏느라 다른 사람과 싸우곤 했습니다.”“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우리의 상황은 좀 나아졌고, 서서히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오라버니는 무덤안의 보물을 훔쳐서 암시장에 가져다 팔곤 하였습니다.”“또한 그 때문에 제가 암시장에 오게 되었습니다.”“그러나 훗날, 오라버니는 떠났습니다.”“갑자기 떠났고, 그 뒤로 감감무소식입니다. 저도 오라버니가 어디로 갔는지 모릅니다.”“다만 여태껏 나타나지 않으니, 저는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우화응의 얘기를 듣고 나서, 낙청연은 약간 놀랐다.그러나 자세히 생각해 보니, 우경성의 상황과 잘 맞는 것 같았다.그들은 노예곡에서 도망쳐 나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훗날 암시장에 오게 되었고, 돈 때문에 우경성이 우단봉을 노린 것 같다.그 뒤, 우단봉은 집을 나가 귀도를 세웠다.그래서 우경성도 함께 귀도에 갔고, 우화응의 시선에서 사라진 것이다.다만 낙청연이 확신할 수 없는 건, 우경성의 음모에 대해 우화응은 정말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렇게 공교롭게 그녀도 우씨 집안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었는가?“실종되었습니까? 그럼, 우단봉과 같은 상황 아닙니까?” 낙청연은 일부로 놀란 척했다.우화응이 이 말을 듣고 난 후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그러나 우화응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런 셈입니다.”“하지만 우단봉은 부모님께 서신이라도 남기고 갔지만, 오라버니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습니다.”“그러니 어디로 가서 찾아봐야 할지조차 모르겠습니다.”우화응은 말을 하며 한숨
또한 한나절 얘기를 나눈 후, 두 사람의 관계는 좀 더 가까워졌다.우화응은 낙청연을 매우 친절하게 대했다.점심을 먹고 나서, 우화응은 낙청연을 데리고 시장을 구경하러 갔다.안전을 위해, 구십칠과 벙어리가 뒤에서 동행했다.우화응이 낙청연에게 소개했다. “이곳이 바로 밤이면 암시장이 됩니다. 낮에는 그냥 성입니다.”“지금은 일상용품만 팔고 있습니다.”“날이 어두워지면, 저 사람들의 점포는 모두 변합니다.”거리의 점포는, 지금 보기에 확실히 매우 정상이었다.일반 도시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구십칠이 갑자기 귀띔했다. “저쪽에 약포가 있습니다. 들어가 봅시다.”낙청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이어 우화응을 보며 말했다. “약포에 들어가 볼 건데, 부인도 함께 가시겠습니까?’우화응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녁에 우 오라버니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채소 파는 곳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 팔리고 없을 겁니다.”“약포에 들렸다가, 채소 파는 곳으로 저를 찾으러 오십시오.”“알겠습니다.”그리하여 두 사람은 이곳에서 갈라졌다.낙청연, 세 사람은 약포로 들어갔다. 구십칠은 즉시 물었다. “주인장, 혹시 불전연이 있소?”상대방은 듣더니 즉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여기는 없소.”“다른 곳에 가보시오.”이 말을 들은 구십칠은 은자 한 닢을 꺼내며 물었다. “확실한 길을 좀 가르쳐 주십시오.”상대방은 돈을 받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전에 불전연을 40만 냥의 고가에 사 갔으니, 지금 손에 불전연이 있다고 해도 그 누구도 쉽게 내놓고 팔지 않을 것이요.”구십칠이 다급히 또 물었다. “그럼, 누구 손에 있는지 아십니까? 우리는 고가에 사들일 수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상대방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있어도 감히 팔지 못하오.”“왜입니까?” 낙청연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 장궤는 팔장을 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들은 아마 모르실 거요. 그전에 어떤 약장수가 불전연을 경매에 내놓았소.”“결국 그날 밤,
우화응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경계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이 말을 끝내고 그녀는 돌아서 가려고 했다.온심동은 냉랭하게 말했다. “낙청연!”“낙청연은 목적이 있어서 당신들을 접근한 것입니다!”“저는 부인을 속이지 않습니다. 저는 대제사장입니다.”온심동은 단호하게 말했다.우화응은 걸음을 멈췄다. 대제사장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곧이어 우화응이 말했다. “낙청연이 목적이 있는지 없는지는 성주가 판단할 겁니다.”“우리는 대제상과 아무런 원한이 없으니, 대제사장께서 관대히 봐주십시오.”이 말을 끝내고 우화응은 가려고 했다.“정말 멍청하고 꽉 막혔군!” 온심동의 어투는 불쾌했다.온심동은 곧바로 앞으로 다가가 우화응을 일장으로 기절시켰다.그리고 마대를 꺼내, 몸을 웅크리고 우화응을 담았다.“네가 실종되면, 낙청연이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구나!”마대에 담은 후, 온심동은 우화응을 힘겹게 어깨에 둘러맸다.그리고 골목에서 재빨리 사라졌다.온심동은 우화응을 어느 외진 작은 정원에 숨겼다.그리고 또 서신을 쓰더니, 사람을 시켜 성주의 집으로 가져갔다.--세 사람은 약포에서 나간 후, 채소 파는 곳으로 우화응을 찾으러 갔다.그러나 시장 곳곳을 다 돌아보았지만, 우화응을 찾지 못했다.어느덧 날이 저물었다.시장은 이미 노점을 접기 시작했고, 모두 각양각색의 희귀한 보물로 바꾸었다. 암시장의 거래가 곧 시작될 것이다.구십칠이 말했다. “혹시 우리가 오지 않으니, 급히 밥하러 집으로 돌아간 게 아닐까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럼, 일단 돌아가자꾸나.”이곳은 암시장이니, 우화응은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그리하여 세 사람은 성주의 저택으로 돌아왔다.그런데 입구에 도착하자, 호위들이 즉시 달려 나와, 그들을 겹겹이 둘러섰다.이어서 성주가 걸어 나왔다. 그는 화난 표정으로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 “감히 돌아오다니!”낙청연은 어리둥절했다. “무슨 일입니까?”우홍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대오는 곧바로 출발해 우화응을 찾기 시작했다.낙청연 3인도 함께 우홍을 데리고 그들이 오늘 가봤던 곳으로 향했고, 그 근처에서 단속을 강화했다.그들은 근처 골목 몇 군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주변 가게와 마당도 샅샅이 뒤졌다.대낮에 사람을 잡는 것이니 이곳저곳 돌아다닐 리가 없었다. 그녀는 분명 이 근처에 있을 것이다.낙청연 3인도 근처를 수색했다.한참 뒤, 낙청연은 한 마당에서 포댓자루 하나를 발견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고 구십칠은 곧바로 주위를 뒤져보기 시작했지만 다른 단서는 찾지 못했다.“이곳이 부인이 잡힌 곳일까? 그런데 왜 포댓자루만 남아있는 것이지? 부인은?”낙청연은 곧바로 호위를 부르러 가서 마당을 샅샅이 수색하게 했다.다들 애타게 우화응을 찾고 있었다.낙청연은 생각에 잠겨 말했다.“설마 누군가 이때 우화응을 잡아서 돈을 바꾼 걸까?”“분명 날 겨냥했을 것이다.”“하지만 고묘묘가 그랬는지, 온심동이 그랬는지는 모르겠군.”이번에 암시장까지 따라온 사람들 중 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그 두 명뿐이었다.침서는 아마 화가 나서 암시장을 떠났을 것이고, 고묘묘는 떠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그리고 온심동은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분석하고 있는데 밖에서 갑자기 호위의 목소리가 들렸다.“성주님, 성주님! 부인의 소식이 있습니다!”낙청연은 그 소리를 듣고 다급히 달려갔다.호위가 말했다.“부인께서 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집으로 돌아왔다고?”우홍은 경악했다. 그는 성큼성큼 집으로 향했고 낙청연도 빠른 걸음으로 뒤따랐다.돌아간 뒤 우홍은 곧장 내원으로 향해 방 안으로 쳐들어갔다. 역시나 우화응이 있었다.“화응아!”“돌아왔구나!”“네가 무사하니 정말 다행이다!”낙청연은 안으로 들어가기 불편해 마당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우화응을 보았다.확실히 그녀였다.우화응은 그냥 겁을 먹은 듯했는데 오히려 우홍을 위로했다.“전 괜찮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그들은 두말없이 낙청연을 잡았다.굵은 밧줄이 몸을 묶자 낙청연은 버둥거리면서 마당에 있는 우홍을 바라봤다.“성주, 지금 이게 무슨 뜻입니까?”우홍은 뒷짐을 진 채로 차가운 표정으로 싸늘하게 그녀를 바라봤다.“나한테 무슨 뜻이냐고 물은 것이오?”“당신은 감히 내 부인을 납치했소. 당신은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소. 당신이 한 일을 사람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한 것이오?”낙청연은 이해할 수 없었다.“성주, 말을 똑바로 하시지요. 제가 뭘 했다고 하셨습니까? 제가 부인을 납치했다고요?”“설마 부인께서 그러셨습니까?”낙청연은 눈살을 찌푸렸고 우홍은 대답하지 않았다.곧이어 벙어리와 구십칠도 밧줄에 묶인 채 끌려 나왔다.“저 세 명을 헛간에 가둬두고 감시하거라!”세 명은 헛간으로 끌려갔고 각각 구석에 묶여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우홍은 천천히 들어와 차가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으니 솔직히 말하시오. 내 여동생을 어떻게 죽인 것이오?”“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 당신을 갈가리 찢어 죽일 것이오.”그 말에 낙청연은 흠칫했다. 이번에는 우단봉을 죽였다고?낙청연이 다급히 설명했다.“성주, 뭔가 오해하신 것 아닙니까? 전 우단봉을 죽이지 않았습니다!”우홍이 화가 난 얼굴로 손을 내젓자 두 명의 호위가 안으로 들어와 안고 있던 상자를 열었다.“이것은 당신이 경매장에서 팔았던 물건이 맞소?”“이건 우리 집안의 것이오!”우홍은 화를 감추지 못했다.“이건 내 여동생이 생전에 가져갔던 것이오!”“내 여동생이 어떻게 죽었냐고 물었을 때 당신이 대답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소. 그건 내 여동생이 당신의 손에 죽었기 때문이었소!”“그런데 우리 집안을 속이려 한 것이오?”“우리 우씨 집안의 가산을 탐나서 그러오?”“내가 오늘 기회를 주겠소. 내 여동생의 시신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면 살려주겠소!”“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죽여달라고 할 정도로 괴롭게 만들어 주겠소!”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다.우홍은 왜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많
벙어리는 당황했고 낙청연도 당황했다.“그렇게 하면 풀 수 있는 것이냐?”낙청연은 의아했다.구십칠은 웃었다.“제가 무슨 기술로 먹고살았는지 잊지 마세요.”벙어리는 온 힘을 다해 몸을 움직여 최대한 등 뒤의 밧줄을 구십칠에게 보여줬다.구십칠은 밧줄을 탁 잡더니 발가락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낙청연은 경악한 표정으로 그가 조금씩 밧줄을 푸는 걸 지켜봤다.낙청연은 견문을 넓혔다. 그녀는 살면서 발가락이 손가락만큼 유연한 사람은 처음 봤다.날카로운 감각으로 발소리를 들은 낙청연은 다급히 구십칠을 막았다.“누군가 왔으니 양말과 신발을 잘 숨기거라!”구십칠은 곧바로 발을 거두어들인 뒤 양말과 신발을 옆에 놓고 책상다리를 해서 막았다.잠시 뒤 방문이 몰래 열렸다.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봤을 때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그는 우홍의 아버지였다.우홍의 아버지는 천천히 들어와 낙청연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얘야, 내게 솔직히 얘기해 보거라. 우단봉의 죽음이 너랑 관련이 있느냐?”낙청연은 단호히 말했다.“없습니다! 저랑은 아무 관련도 없습니다!”우홍의 아버지는 한숨을 쉬었다.“네가 없다고 했으니 난 널 믿는다.”“내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정성을 다한 걸 보면 넌 마음이 착한 아이다. 난 느낄 수 있다.”“이번에는 분명 무슨 오해가 있었을 것이다.”“내가 풀어줄 테니 너희는 기회를 틈타 도망치거라.”우홍의 아버지 또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우홍을 설득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그래서 그는 곧바로 낙청연의 밧줄을 풀어주려 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우화응이 들어왔다.“아버님, 뭐 하시는 겁니까?”“왜 여기에 계시는 겁니까?”우화응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강제로 우홍의 아버지를 일으켰다.“아버님, 이자들이 뭐 하는 사람인지 아십니까? 이자들을 놓아준다면 저희 집안이 재수 없어질 겁니다!”낙청연은 우화응의 말을 듣자 눈살을 찌푸렸다.우화응의 말투와 표정을 보니 사람이 달라진 듯했다.그녀는 우화응을 훑어보
송천초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하지만 그녀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초경이 관심 어리게 물었다.“어디 아픈 것이냐?”송천초는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아직도 무서울 뿐입니다.”“제가 아니었다면 묵계가 당신의 약점을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돕지도 못하는데 짐이 되었습니다.”그들의 싸움에 그녀는 끼어들 수 없었다.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녀는 그것조차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자책하는 것을 보고 초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쓸데없는 생각이구나.”“네가 없어도 묵계는 다른 사람을 겨냥하고 나쁜 짓을 저지를 것이다.”“너를 데리고 여제의 도움을 청한 후 여제가 너를 구할 때 묵계는 여제의 몸까지 차지하려 했다.”“너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할 필요 없다.”“힘없는 사람들이야 많고 많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살짝 놀랐다. 그녀가 다급히 물었다.“청연은 어떻게 됐습니까?”“궁으로 들어가 만나봐야겠습니다.”송천초는 다급히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초경이 그녀를 붙잡았다.“치료부터 하고 가거라. 여제는 괜찮다.”“묵계도 죽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송천초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침대에 누웠다.그녀는 다리가 아픈 것을 발견하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렸다. 멍이 들고 상처는 검고 짓물렀다.“이미 약을 발랐지만 싸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독으로 인한 상처라 꽁꽁 싸매지 말아야 한다.”“아프면 진통제를 발라주마.”초경을 말을 하다 약병을 가지러 갔다.송천초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많이 아프지 않습니다.”“이 정도 상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그녀는 묵계에게 몸을 빼앗겼지만 정신은 있었다. 그녀는 묵계의 조종을 받고,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자기 몸이 통제를 받지 않는 느낌은 정말 무서웠다.만약 묵계가 성공했다면 이 세상에는 송천초라는 사람이 사라질 것이다.초경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다시 그 내단을 꺼냈다.
말을 마치자마자 초경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묵계의 기운이 사라졌습니다. 성공한 것입니까?”낙요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초경은 바로 문을 닫고 그녀에게 다가가 내단을 보고 한숨 돌렸다.“수위가 높아 다른 사람이었다면 정말 상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감사합니다!”낙요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다행히 저 녀석은 속이기 쉬웠습니다.”“수작을 조금 부리니 바로 넘어왔습니다.”방금 그녀는 일부러 묵계가 그녀의 몸에 들어오게 했다. 사실 묵계는 그녀의 몸에 들어갈 능력이 없었다.“천초의 뱀독이 심해졌으니, 어서 독을 없애십시오.”그 말을 듣고 초경이 얼른 그녀의 독을 없앴다.하지만 독이 심하게 퍼져서 물린 곳의 피부가 짓물러 빨리 낫지 않을 것이다.초경은 마음이 아팠다.낙요는 곰곰이 생각하다 내단을 초경에게 주었다.“이 내단을 천초에게 쓴다면 상처도 곧 나을 것이고 흉터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그리고 끝없이 긴 수명도 얻을 수 있습니다.”“천초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늙지 않고 죽지 않은 기회가 있습니다.”“두 사람은 오래도록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천초가 깨어나면 잘 상의하십시오. 천초가 원하다면 내단 흡수를 도울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초경은 살짝 멈칫했다.그는 낙요가 손에 들고 있는 내단을 보고 낙요를 바라보며 물었다.“이렇게 좋은 물건을 어찌 남겨두지 않습니까?”“여국의 여제로서 불로장생한다면 엄청난 권력을 누릴 수 있습니다. 좋지 않습니까?”초경은 인간 세상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많은 제왕이 불로장생을 연구하는 것을 본 적 있다.수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 낙요의 손에 쥐어져 있지만 낙요는 오히려 남에게 주려 했다.낙요가 웃었다.“들어보니 참 괜찮습니다.”“하지만 나라의 흥망은 모두 운명입니다. 왕조의 교체도 자연에 순응해야 합니다. 사리사욕을 위해 강제로 바꾼다면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제가 감당할 것이 아닙니다.”“제사장족 천벌만으로도 충분합니다.”“게다가 제왕이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