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조가 곧 증거다! 만약 모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침서도 날 막을 수 없을 거다!”낙청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즉시 조인하고 화압했다.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온심동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둘의 내기라고 치지.”“내가 지면, 내가 죽겠다.”“하지만 네가 지면, 앞으로 날 간섭하지 말아라!”낙청연이 조건을 내걸자, 온심동은 의아했다.그저 간섭하지 말라는 건가?온심동은 낙청연이 이 틈을 타 대제사장의 자리를 뺏으려는 줄 알았다.이러한 조건에 온심동은 망설임 없이 승낙하며 약조를 거두었다.“그럼 지켜보겠다.”말을 마친 온심동은 차갑게 몸을 돌려 떠났다.온심동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낙청연은 그제야 마음이 약해졌다는 걸 깨달았다.낙청연은 아직도 소사매가 대제사장이라는 자리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위장을 한 것이라고 믿었다.필경 이런 잔혹한 환경에서, 대제사장이라는 자리를 굳히려면 전처럼 천진난만해서는 안 된다.그래서 낙청연도 너무 독하게 굴지 않았다.비록 이게 불공평한 내기여도 말이다.온심동은 곧바로 노기등등하게 모가를 떠났다. 모 영감이 몇 걸음이나 쫓아가며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온심동을 잡지 못했다.모 영감은 초조하고 걱정으로 가득했다.결국 정원에 있는 낙청연을 찾아와 물었다.“대제사장은 어찌 된 것이오? 우리 집 일을 도와주는 것이오?”낙청연은 위로하며 말했다.“모가의 일은 제가 해결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모 영감은 말을 하려다 다시 입을 다물었다.낙청연의 실력이 의심됐지만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낙청연에게 밉보였다가 떠나버리면 정말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말을 꺼내기도 전에 낙청연은 방으로 들어가 부적 몇 개를 그렸다.그러고는 방문을 나서며 모 영감에게 건넸다.“오늘 저녁, 베갯머리와 붕문에 붙이십시오. 저녁에는 어떤 소리가 들려도 문을 열지 마시고, 나오지도 마십시오.”“그리고 부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집으로 보내고, 사흘 후에 다시 불러오십시오.”모 영감은 부적을
순간, 모원원은 긴장하며 숨을 죽였다.낙청연은 모원원의 어깨를 토닥이며 무서워하지 말라 하고 살금살금 창문으로 나가 정원에 발을 디뎠다.그러자 또다시 검을 든 그 사내가 보였다.사내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시뻘게진 눈을 한 채 문틈을 통해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즉시 진을 배치하며 이번에는 절대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 사내도 위험을 감지했는지 몸을 홱하고 돌렸다. 그러고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낙청연을 보았다.사내는 곧바로 긴 검을 들어 낙청연의 머리를 향해 찔렀다.낙청연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법을 채 배치하지 못해 피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하여 낙청연은 나침반을 들고 팔을 올려 검을 막으려 했다.바로 그때, 모원원이 긴장하며 방문 밖으로 나오더니 주위를 둘러보며 외쳤다.“제홍(齊鴻)!”“나오십시오!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요! 시키는 대로 할 테니 부디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마십시오!”순간, 그 사내의 팔은 멈췄다.날카로운 검은 바로 낙청연의 머리 위에 있었지만, 찌르지 않았다.낙청연은 눈앞 사내의 시뻘건 두 눈이 맑아진 것을 발견했다.온몸을 감돌던 살기도 많이 사라졌다.갑자기 멈추는 사내의 모습에 낙청연은 의아했다.제홍이 나타났단 말인가?모원원도 주위를 둘러봤지만 바람 소리만 들릴 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낙청연의 의아해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확실히 아무도 없었다. 왜 제홍은 나타나지 않는 걸까?사내를 멈추게 했으니 제홍은 바라는 게 있을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던 낙청연은 사내가 몸을 돌려 지붕 아래에 서 있는 모원원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모원원은 아직도 주위를 둘러보며 제홍이 나타나길 기다렸다.그러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어서 나오십시오. 쭉 저희 집에 있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제 잘못입니다. 무슨 짓을 하려면 저에게 하십시오! 부디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마십시오!”“제발…”모원원은 자책하는 어투로 말하며 제홍이 나타나길 간절히 바랐다.모원원
그러고는 서서히 정원으로 다가가며 눈물을 주르륵 떨궜다.모원원은 당연히 낙청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곳에 왔지만 보지 못하니, 이미 죽은 것이었다.“대체 왜입니까? 저를 죽이고 싶으면 제가 죽겠습니다.”“왜 이런 방법을 쓴 겁니까?”모원원은 앞에 있는 공기를 향해 말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제홍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눈앞의 여인에게 입을 벌려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다시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낙청연은 조용히 이 모습을 지켜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모원원을 죽이고 싶은 게 아니구나?”이 말을 들은 제홍은 낙청연을 바라보더니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래, 내가 죽이려는 사람은 너다!”“너희 모두 말이다!”제홍은 다시 검을 들어 힘껏 진법을 가르며 뛰쳐나오려 했다.그 살기등등한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두려움에 떨게 했다.낙청연은 실눈을 뜨며 드디어 입을 여는 구나 생각했다.낙청연은 서서히 모원원의 등 뒤에 다가가더니 비수를 모원원의 목에 겨눴다.그러고는 고개를 들고 제홍을 바라보았다.“나를 죽인다면, 모원원부터 죽이겠다!”모원원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낙청연은 지금, 제홍과 말하는 것인가?이 모습을 본 제홍은 시뻘건 두 눈으로 화를 내며 말했다.“놓아라!”낙청연의 행동에 제홍의 검은 분노에 차올라 진법을 부숴버렸다.장검은 낙청연을 향해 날아갔다.모원원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러고는 바짝 긴장한 채 낙청연 앞을 막아섰다.역시나 제홍은 곧바로 멈췄다. 장검은 그들의 머리 위에서 멈췄다.“제홍, 저를 죽이려면 죽이십시오. 하지만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지는 마십시오!”제홍은 분노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고한 사람은 없다!”하지만 모원원은 듣지 못했다.모원원은 확고한 태도로 제홍을 설득하려 했다.“당신의 사랑을 저버려서 제가 미운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린 어쩌면 인연이 아니었
“난 원원을 차지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명성을 신경 쓰지 않은 채 함께 도망친 것도 아니고.”“궁에 있는 그 황귀비는, 이미 살수를 보내 그녀를 암살하려 했다.”“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내가 살수의 증거를 보여줬음에도 나를 믿지 않았다. 죽음을 무릅쓰고 가문의 헛된 명예를 쟁취하려 했단 말이다!”낙청연은 제홍의 말을 모두 종이에 적으며 모원원에게 보여주는 동시에 입을 열고 물어보았다.“넌 천궁도 사람이냐?”제홍이 답했다.“아니다.”“나도 어쩔 수 없이 천궁도에 가입한 것이다. 그렇게 해야 원원을 지킬 수 있었다.”“내가 죽인 자들 중, 무고한 사람은 없었다.”“그들은 헛된 소문을 퍼뜨리고 원원과 나를 속였다.”“진법이 배치되고 원원이 나가지 못하자 그들은 온갖 방법을 다해 원원을 빼내 궁으로 들여보내려 했다.”“하여 난 모가네 사람들을 모두 죽여야 원원에게 자유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대제사장을 불러올 줄은 몰랐다.”“대제사장은 능력이 없었지만, 네가 위장을 간파할 줄이야!”말을 마친 제홍은 다시 협박하는 어투로 입을 열었다.“원원을 데리고 입궁하겠다면, 죽여버릴 것이다!”낙청연은 제홍의 말을 모두 적었다.이를 본 모원원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어찌… 이럴 수가…”“그래서 저를 죽이려는 게 아니고, 복수를 하려는 것도 아니란 말입니까?”모원원을 말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이 모습에 제홍은 분노하며 말했다“다 그들의 짓이다!”“난 처음부터 입궁하는 걸 막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걸 막으려 했다. 궁에 위험이 있다는 걸 아는데, 어찌 들여보낼 수 있겠냐!”“하지만 내 모든 행동은 원원에게 증오와 복수심에 미쳐 날뛰는 것으로 전해졌다.”“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너무 많았다. 다 모 영감이 한 짓이지.”“하여 난 천궁도에 도움을 청해 내 목적을 이룰 수밖에 없었다.”제홍도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고통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게 지키려는 마음이 더 컸다.이 말을 들은 낙
“그리고 천궁도는 좋은 게 아니다. 모원원이 천궁도를 건드린다면 어떻게 될지 너도 잘생각해야 한다.”낙청연도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다.하지만 제홍의 상황으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제홍은 자신의 몸을 바쳐 진법과 한 몸이 되었다. 그러니 이 환경을 벗어나면 힘이 아주 많이 약해진다.모원원은 웃으며 말했다.“저는 저를 잘 지킬 수 있습니다.”“제홍도 잘 지켜줄 겁니다.”모원원의 확고하고 기대에 찬 눈빛을 보니 낙청연은 마음이 흔들렸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고난과 역경도 두렵지 않겠지.이런 생각을 하자 낙청연은 가슴이 아팠다.저도 모르게 부진환이 생각났기 때문이다.결국엔 둘 다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했으니,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운명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같이 있게 하지도 못하면서, 다시 만나게 하다니.정신을 차린 낙청연은 아픈 가슴을 참으며 제홍에게 말했다.“우선 이틀 동안 모가를 떠나야 한다. 이곳에 어떤 사악한 물건도 없게 말이다.”“내가 사람을 보내 마차와 음식을 준비하겠다. 이틀 후, 모원원을 성 밖으로 내보내겠다.”“그럼 앞으로의 길은, 스스로 가야 할 것이다.”제홍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다, 한 번만 믿어보겠다.”모원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사합니다.”“제홍말고 저를 이렇게 도와준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기회가 된다면, 당신과 벗으로 지내고 싶습니다.”낙청연은 웃으며 답했다.“좋소. 하지만 우린 다시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소. 도성을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마시오.”제홍은 해가 뜨기 전, 모가를 떠났다.낙청연이 부에 남은 진안 몇 개를 깨끗하게 처리하자 모가는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햇살이 구름을 가르고 첫 줄기의 빛을 내뿜었다.그러자 모 영감이 급히 찾아왔다.“대인, 어떻게 됐소? 해결되었소?”“어젯밤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소!”모 영감의 눈 밑에는 청색 빛이 돌며 매우 초췌해 보였다. 아마도 온 저녁 눈을 붙이지
낙청연은 구십칠을 찾았다. 구십칠에게 마차와 이동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게 했다.그리고 도성에서 나간 후 어디로 가면 모씨 집안의 추적을 벗어날 수 있는지 노선도 모두 계획했다.준비를 마치 고, 낙청연은 모가로 돌아왔다.지금 정원에는 온심동과 하령 그리고 수십 명의 시위가 기다리고 있었다.온심동은 의자에 앉아 충만한 기세로 차갑게 말했다. “이젠 내기한 약속을 실천해야지.”낙청연은 잠시 멍해졌다. 온심동의 뜻을 약간 이해하지 못했다.낙청연은 차갑게 말했다. “대제사장, 네가 이곳에 온 이상, 모씨 집안의 문제도 이미 해결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으냐?”“천궁도는 이미 사라졌다.”“내기한 약속을 실천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대제사장인 네가 아닌가?”“어찌하여 오히려 나에게 죄를 묻는 태도를 취하고 있느냐?”온심동은 의자에서 일어나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천궁도는 이미 사라졌다.”“그러나 그건 내가 한 것인데,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온심동은 차갑게 입꼬리를 올리며 쌀쌀하게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눈빛은 심지어 약간 웃음을 띠고 있었다.이 말이 나오자, 낙청연은 놀라서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온심동이 천궁도를 자기가 해결했다고 말할 줄은 낙청연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대제사장? 넌 이런 사람이었어?” 낙청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온심동을 쳐다보았다.하지만 온심동은 몹시 태연했고 전혀 찔리는 구석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정말 자신이 대단한 줄 알았느냐? 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해결했다고 생각하였느냐?”“스스로 천궁도를 해결했다고 생각하고 모 영감에게 말하다니, 결국 관저에서 두 사람이 죽었다.”“다행히 내가 제때 왔기에 천궁도를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내기한 약속에 의하면, 너는 이미 졌다!”낙청연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확 변했다.그럴 리가 없다!제홍과 이미 얘기가 다 되었는데 그는 왜 번복을 하는가?“믿을 수 없다! 절대 믿을 수 없다!” 낙청연의 태도는 매우 확고했다.온심동의
“낙청연!”온심동은 몹시 분노했고 손을 들어 낙청연을 공격했다.낙청연은 곧바로 후퇴하며 손을 들어서 막았고 온심동과 여러 차례 공격을 주고받았다.바로 그때, 하령이 달려들었고 호위들도 낙청연을 에워싸고 공격했다.낙청연은 사력을 다해 저항하며 한참 동안 싸웠지만 끝내 온심동에게 어깨를 짓눌려 제압당했다.“오늘 반드시 널 죽이겠다! 침서가 와도 소용없다!”“하령, 손쓰세요!”온심동이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낙청연은 코웃음 쳤다.“대제사장, 침서가 두렵지 않다면서 왜 하령에게 손을 쓰라고 하는 것이지? 내가 죽으면 네가 아니라 하령에게 침서가 복수할 것 같아 그러냐?”그 말에 온심동과 하령의 안색이 달라졌다.속셈을 간파당한 온심동은 화가 치밀어 낙청연의 목을 졸랐다.“그래, 내 손에 죽고 싶다면 그렇게 만들어 주겠다!”온심동은 낙청연의 목을 힘껏 졸랐다.낙청연의 이마에 핏줄이 섰고 숨이 막히는 기분에 두 눈이 벌게졌다.낙청연은 온심동의 손을 필사적으로 잡더니 이를 악물고 힘을 주어 온심동을 바닥에 세게 밀쳐 넘어뜨렸다.낙청연은 주저 없이 달려들어 온심동을 바닥에 깔고 그녀의 목을 졸랐다.“너는 대단한 대제사장이니 천궁도가 왜 모원원(慕元元)을 죽였는지 알려주겠느냐?”“천궁도는 무엇 때문에 모원원에게 들러붙은 것이냐?”“그건 알아냈느냐?”그 광경을 본 하령은 화들짝 놀라면서 부랴부랴 달려들어 막으려 했다.그런데 낙청연이 온심동을 잡고 뒹굴었고 온심동이 그녀를 깔고 앉은 모양새가 됐다. 하령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낙청연의 손은 여전히 온심동의 목을 잡고 있었고 온심동도 이에 질세라 낙청연의 목을 조르려 버둥거렸다.두 사람 모두 무술을 익혔지만 지금의 그들의 싸움은 거칠고 고상하지 않았다.“예전에 네가 제자였을 때 사부님께서 가르쳐준 적 없는 것이냐? 사악한 물건이 나타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말이다.”“그들의 목적을 알아내야만 진실을 알 수 있고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낙청연은 분노
온심동은 놀란 표정으로 눈앞의 사람을 바라봤다.온몸이 굳어졌다.“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것이냐...”낙청연은 차가워진 눈빛으로 말했다.“들어가서 얘기하자꾸나.”온심동은 당황했고 낙청연의 목을 조르고 있던 손에 천천히 힘을 뺐다.그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고 낙청연도 일어났다.옆에 있던 하령은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 그는 온심동을 바라봤다.“대제사장!”그는 마음 약해져서는 안 된다고 일깨워 주고 싶었다.온심동은 차갑게 말했다.“이자와 할 말이 있으니 다들 따라오지 말거라.”말을 마친 뒤 낙청연을 데리고 단둘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문을 닫은 뒤 온심동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아동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안 것이지?”그것은 사저가 지어준 이름이었고 오직 사저와 사부님만이 그녀를 아동이라고 불렀다.낙청연은 그녀의 아명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낙청연은 그 이름을 입 밖에 꺼내는 순간 이미 결정을 내렸다.낙청연은 온심동을 가르칠 수는 없지만 낙요라면 가능했다.오늘 온심동은 낙청연을 죽이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고 심지어 먼저 두 사람의 목숨을 해치려 했다.그러나 낙청연은 죽을 수도 없을뿐더러 제홍(齊鴻), 모원원과 약속했던 일을 완성해야 했기에 온심동과 담판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온심동을 자리에 앉힌 뒤 담판할 방법은 이것 하나뿐이었다.“난 낙요다!”낙청연의 말에 온심동은 당황했고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낙요라고? 사저?”낙청연은 덤덤히 말했다.“내가 여국에 온 뒤로부터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 너도 내가 낙요와 무척 닮았다는 걸 아마 느꼈을 것이다.”“평범한 천궐국인이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우리가 함께 겪었던 일에 대해 마음껏 묻거라. 모두 대답할 수 있다.”낙청연은 오히려 그녀가 많이 묻기를 바랐다.예전 일을 그녀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온심동이 묻는다면 믿게 할 자신이 있었다.온심동은 경악과 의심으로 물들어진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