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조가 곧 증거다! 만약 모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침서도 날 막을 수 없을 거다!”낙청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즉시 조인하고 화압했다.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온심동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둘의 내기라고 치지.”“내가 지면, 내가 죽겠다.”“하지만 네가 지면, 앞으로 날 간섭하지 말아라!”낙청연이 조건을 내걸자, 온심동은 의아했다.그저 간섭하지 말라는 건가?온심동은 낙청연이 이 틈을 타 대제사장의 자리를 뺏으려는 줄 알았다.이러한 조건에 온심동은 망설임 없이 승낙하며 약조를 거두었다.“그럼 지켜보겠다.”말을 마친 온심동은 차갑게 몸을 돌려 떠났다.온심동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낙청연은 그제야 마음이 약해졌다는 걸 깨달았다.낙청연은 아직도 소사매가 대제사장이라는 자리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위장을 한 것이라고 믿었다.필경 이런 잔혹한 환경에서, 대제사장이라는 자리를 굳히려면 전처럼 천진난만해서는 안 된다.그래서 낙청연도 너무 독하게 굴지 않았다.비록 이게 불공평한 내기여도 말이다.온심동은 곧바로 노기등등하게 모가를 떠났다. 모 영감이 몇 걸음이나 쫓아가며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온심동을 잡지 못했다.모 영감은 초조하고 걱정으로 가득했다.결국 정원에 있는 낙청연을 찾아와 물었다.“대제사장은 어찌 된 것이오? 우리 집 일을 도와주는 것이오?”낙청연은 위로하며 말했다.“모가의 일은 제가 해결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모 영감은 말을 하려다 다시 입을 다물었다.낙청연의 실력이 의심됐지만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낙청연에게 밉보였다가 떠나버리면 정말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말을 꺼내기도 전에 낙청연은 방으로 들어가 부적 몇 개를 그렸다.그러고는 방문을 나서며 모 영감에게 건넸다.“오늘 저녁, 베갯머리와 붕문에 붙이십시오. 저녁에는 어떤 소리가 들려도 문을 열지 마시고, 나오지도 마십시오.”“그리고 부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집으로 보내고, 사흘 후에 다시 불러오십시오.”모 영감은 부적을
순간, 모원원은 긴장하며 숨을 죽였다.낙청연은 모원원의 어깨를 토닥이며 무서워하지 말라 하고 살금살금 창문으로 나가 정원에 발을 디뎠다.그러자 또다시 검을 든 그 사내가 보였다.사내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시뻘게진 눈을 한 채 문틈을 통해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즉시 진을 배치하며 이번에는 절대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 사내도 위험을 감지했는지 몸을 홱하고 돌렸다. 그러고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낙청연을 보았다.사내는 곧바로 긴 검을 들어 낙청연의 머리를 향해 찔렀다.낙청연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법을 채 배치하지 못해 피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하여 낙청연은 나침반을 들고 팔을 올려 검을 막으려 했다.바로 그때, 모원원이 긴장하며 방문 밖으로 나오더니 주위를 둘러보며 외쳤다.“제홍(齊鴻)!”“나오십시오!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요! 시키는 대로 할 테니 부디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마십시오!”순간, 그 사내의 팔은 멈췄다.날카로운 검은 바로 낙청연의 머리 위에 있었지만, 찌르지 않았다.낙청연은 눈앞 사내의 시뻘건 두 눈이 맑아진 것을 발견했다.온몸을 감돌던 살기도 많이 사라졌다.갑자기 멈추는 사내의 모습에 낙청연은 의아했다.제홍이 나타났단 말인가?모원원도 주위를 둘러봤지만 바람 소리만 들릴 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낙청연의 의아해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확실히 아무도 없었다. 왜 제홍은 나타나지 않는 걸까?사내를 멈추게 했으니 제홍은 바라는 게 있을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던 낙청연은 사내가 몸을 돌려 지붕 아래에 서 있는 모원원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모원원은 아직도 주위를 둘러보며 제홍이 나타나길 기다렸다.그러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어서 나오십시오. 쭉 저희 집에 있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제 잘못입니다. 무슨 짓을 하려면 저에게 하십시오! 부디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마십시오!”“제발…”모원원은 자책하는 어투로 말하며 제홍이 나타나길 간절히 바랐다.모원원
그러고는 서서히 정원으로 다가가며 눈물을 주르륵 떨궜다.모원원은 당연히 낙청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곳에 왔지만 보지 못하니, 이미 죽은 것이었다.“대체 왜입니까? 저를 죽이고 싶으면 제가 죽겠습니다.”“왜 이런 방법을 쓴 겁니까?”모원원은 앞에 있는 공기를 향해 말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제홍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눈앞의 여인에게 입을 벌려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다시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낙청연은 조용히 이 모습을 지켜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모원원을 죽이고 싶은 게 아니구나?”이 말을 들은 제홍은 낙청연을 바라보더니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래, 내가 죽이려는 사람은 너다!”“너희 모두 말이다!”제홍은 다시 검을 들어 힘껏 진법을 가르며 뛰쳐나오려 했다.그 살기등등한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두려움에 떨게 했다.낙청연은 실눈을 뜨며 드디어 입을 여는 구나 생각했다.낙청연은 서서히 모원원의 등 뒤에 다가가더니 비수를 모원원의 목에 겨눴다.그러고는 고개를 들고 제홍을 바라보았다.“나를 죽인다면, 모원원부터 죽이겠다!”모원원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낙청연은 지금, 제홍과 말하는 것인가?이 모습을 본 제홍은 시뻘건 두 눈으로 화를 내며 말했다.“놓아라!”낙청연의 행동에 제홍의 검은 분노에 차올라 진법을 부숴버렸다.장검은 낙청연을 향해 날아갔다.모원원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러고는 바짝 긴장한 채 낙청연 앞을 막아섰다.역시나 제홍은 곧바로 멈췄다. 장검은 그들의 머리 위에서 멈췄다.“제홍, 저를 죽이려면 죽이십시오. 하지만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지는 마십시오!”제홍은 분노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고한 사람은 없다!”하지만 모원원은 듣지 못했다.모원원은 확고한 태도로 제홍을 설득하려 했다.“당신의 사랑을 저버려서 제가 미운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린 어쩌면 인연이 아니었
“난 원원을 차지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명성을 신경 쓰지 않은 채 함께 도망친 것도 아니고.”“궁에 있는 그 황귀비는, 이미 살수를 보내 그녀를 암살하려 했다.”“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내가 살수의 증거를 보여줬음에도 나를 믿지 않았다. 죽음을 무릅쓰고 가문의 헛된 명예를 쟁취하려 했단 말이다!”낙청연은 제홍의 말을 모두 종이에 적으며 모원원에게 보여주는 동시에 입을 열고 물어보았다.“넌 천궁도 사람이냐?”제홍이 답했다.“아니다.”“나도 어쩔 수 없이 천궁도에 가입한 것이다. 그렇게 해야 원원을 지킬 수 있었다.”“내가 죽인 자들 중, 무고한 사람은 없었다.”“그들은 헛된 소문을 퍼뜨리고 원원과 나를 속였다.”“진법이 배치되고 원원이 나가지 못하자 그들은 온갖 방법을 다해 원원을 빼내 궁으로 들여보내려 했다.”“하여 난 모가네 사람들을 모두 죽여야 원원에게 자유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대제사장을 불러올 줄은 몰랐다.”“대제사장은 능력이 없었지만, 네가 위장을 간파할 줄이야!”말을 마친 제홍은 다시 협박하는 어투로 입을 열었다.“원원을 데리고 입궁하겠다면, 죽여버릴 것이다!”낙청연은 제홍의 말을 모두 적었다.이를 본 모원원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어찌… 이럴 수가…”“그래서 저를 죽이려는 게 아니고, 복수를 하려는 것도 아니란 말입니까?”모원원을 말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이 모습에 제홍은 분노하며 말했다“다 그들의 짓이다!”“난 처음부터 입궁하는 걸 막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걸 막으려 했다. 궁에 위험이 있다는 걸 아는데, 어찌 들여보낼 수 있겠냐!”“하지만 내 모든 행동은 원원에게 증오와 복수심에 미쳐 날뛰는 것으로 전해졌다.”“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너무 많았다. 다 모 영감이 한 짓이지.”“하여 난 천궁도에 도움을 청해 내 목적을 이룰 수밖에 없었다.”제홍도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고통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게 지키려는 마음이 더 컸다.이 말을 들은 낙
“그리고 천궁도는 좋은 게 아니다. 모원원이 천궁도를 건드린다면 어떻게 될지 너도 잘생각해야 한다.”낙청연도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다.하지만 제홍의 상황으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제홍은 자신의 몸을 바쳐 진법과 한 몸이 되었다. 그러니 이 환경을 벗어나면 힘이 아주 많이 약해진다.모원원은 웃으며 말했다.“저는 저를 잘 지킬 수 있습니다.”“제홍도 잘 지켜줄 겁니다.”모원원의 확고하고 기대에 찬 눈빛을 보니 낙청연은 마음이 흔들렸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고난과 역경도 두렵지 않겠지.이런 생각을 하자 낙청연은 가슴이 아팠다.저도 모르게 부진환이 생각났기 때문이다.결국엔 둘 다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했으니,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운명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같이 있게 하지도 못하면서, 다시 만나게 하다니.정신을 차린 낙청연은 아픈 가슴을 참으며 제홍에게 말했다.“우선 이틀 동안 모가를 떠나야 한다. 이곳에 어떤 사악한 물건도 없게 말이다.”“내가 사람을 보내 마차와 음식을 준비하겠다. 이틀 후, 모원원을 성 밖으로 내보내겠다.”“그럼 앞으로의 길은, 스스로 가야 할 것이다.”제홍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다, 한 번만 믿어보겠다.”모원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사합니다.”“제홍말고 저를 이렇게 도와준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기회가 된다면, 당신과 벗으로 지내고 싶습니다.”낙청연은 웃으며 답했다.“좋소. 하지만 우린 다시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소. 도성을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마시오.”제홍은 해가 뜨기 전, 모가를 떠났다.낙청연이 부에 남은 진안 몇 개를 깨끗하게 처리하자 모가는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햇살이 구름을 가르고 첫 줄기의 빛을 내뿜었다.그러자 모 영감이 급히 찾아왔다.“대인, 어떻게 됐소? 해결되었소?”“어젯밤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소!”모 영감의 눈 밑에는 청색 빛이 돌며 매우 초췌해 보였다. 아마도 온 저녁 눈을 붙이지
낙청연은 구십칠을 찾았다. 구십칠에게 마차와 이동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게 했다.그리고 도성에서 나간 후 어디로 가면 모씨 집안의 추적을 벗어날 수 있는지 노선도 모두 계획했다.준비를 마치 고, 낙청연은 모가로 돌아왔다.지금 정원에는 온심동과 하령 그리고 수십 명의 시위가 기다리고 있었다.온심동은 의자에 앉아 충만한 기세로 차갑게 말했다. “이젠 내기한 약속을 실천해야지.”낙청연은 잠시 멍해졌다. 온심동의 뜻을 약간 이해하지 못했다.낙청연은 차갑게 말했다. “대제사장, 네가 이곳에 온 이상, 모씨 집안의 문제도 이미 해결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으냐?”“천궁도는 이미 사라졌다.”“내기한 약속을 실천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대제사장인 네가 아닌가?”“어찌하여 오히려 나에게 죄를 묻는 태도를 취하고 있느냐?”온심동은 의자에서 일어나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천궁도는 이미 사라졌다.”“그러나 그건 내가 한 것인데,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온심동은 차갑게 입꼬리를 올리며 쌀쌀하게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눈빛은 심지어 약간 웃음을 띠고 있었다.이 말이 나오자, 낙청연은 놀라서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온심동이 천궁도를 자기가 해결했다고 말할 줄은 낙청연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대제사장? 넌 이런 사람이었어?” 낙청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온심동을 쳐다보았다.하지만 온심동은 몹시 태연했고 전혀 찔리는 구석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정말 자신이 대단한 줄 알았느냐? 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해결했다고 생각하였느냐?”“스스로 천궁도를 해결했다고 생각하고 모 영감에게 말하다니, 결국 관저에서 두 사람이 죽었다.”“다행히 내가 제때 왔기에 천궁도를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내기한 약속에 의하면, 너는 이미 졌다!”낙청연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확 변했다.그럴 리가 없다!제홍과 이미 얘기가 다 되었는데 그는 왜 번복을 하는가?“믿을 수 없다! 절대 믿을 수 없다!” 낙청연의 태도는 매우 확고했다.온심동의
“낙청연!”온심동은 몹시 분노했고 손을 들어 낙청연을 공격했다.낙청연은 곧바로 후퇴하며 손을 들어서 막았고 온심동과 여러 차례 공격을 주고받았다.바로 그때, 하령이 달려들었고 호위들도 낙청연을 에워싸고 공격했다.낙청연은 사력을 다해 저항하며 한참 동안 싸웠지만 끝내 온심동에게 어깨를 짓눌려 제압당했다.“오늘 반드시 널 죽이겠다! 침서가 와도 소용없다!”“하령, 손쓰세요!”온심동이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낙청연은 코웃음 쳤다.“대제사장, 침서가 두렵지 않다면서 왜 하령에게 손을 쓰라고 하는 것이지? 내가 죽으면 네가 아니라 하령에게 침서가 복수할 것 같아 그러냐?”그 말에 온심동과 하령의 안색이 달라졌다.속셈을 간파당한 온심동은 화가 치밀어 낙청연의 목을 졸랐다.“그래, 내 손에 죽고 싶다면 그렇게 만들어 주겠다!”온심동은 낙청연의 목을 힘껏 졸랐다.낙청연의 이마에 핏줄이 섰고 숨이 막히는 기분에 두 눈이 벌게졌다.낙청연은 온심동의 손을 필사적으로 잡더니 이를 악물고 힘을 주어 온심동을 바닥에 세게 밀쳐 넘어뜨렸다.낙청연은 주저 없이 달려들어 온심동을 바닥에 깔고 그녀의 목을 졸랐다.“너는 대단한 대제사장이니 천궁도가 왜 모원원(慕元元)을 죽였는지 알려주겠느냐?”“천궁도는 무엇 때문에 모원원에게 들러붙은 것이냐?”“그건 알아냈느냐?”그 광경을 본 하령은 화들짝 놀라면서 부랴부랴 달려들어 막으려 했다.그런데 낙청연이 온심동을 잡고 뒹굴었고 온심동이 그녀를 깔고 앉은 모양새가 됐다. 하령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낙청연의 손은 여전히 온심동의 목을 잡고 있었고 온심동도 이에 질세라 낙청연의 목을 조르려 버둥거렸다.두 사람 모두 무술을 익혔지만 지금의 그들의 싸움은 거칠고 고상하지 않았다.“예전에 네가 제자였을 때 사부님께서 가르쳐준 적 없는 것이냐? 사악한 물건이 나타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말이다.”“그들의 목적을 알아내야만 진실을 알 수 있고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낙청연은 분노
온심동은 놀란 표정으로 눈앞의 사람을 바라봤다.온몸이 굳어졌다.“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것이냐...”낙청연은 차가워진 눈빛으로 말했다.“들어가서 얘기하자꾸나.”온심동은 당황했고 낙청연의 목을 조르고 있던 손에 천천히 힘을 뺐다.그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고 낙청연도 일어났다.옆에 있던 하령은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 그는 온심동을 바라봤다.“대제사장!”그는 마음 약해져서는 안 된다고 일깨워 주고 싶었다.온심동은 차갑게 말했다.“이자와 할 말이 있으니 다들 따라오지 말거라.”말을 마친 뒤 낙청연을 데리고 단둘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문을 닫은 뒤 온심동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아동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안 것이지?”그것은 사저가 지어준 이름이었고 오직 사저와 사부님만이 그녀를 아동이라고 불렀다.낙청연은 그녀의 아명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낙청연은 그 이름을 입 밖에 꺼내는 순간 이미 결정을 내렸다.낙청연은 온심동을 가르칠 수는 없지만 낙요라면 가능했다.오늘 온심동은 낙청연을 죽이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고 심지어 먼저 두 사람의 목숨을 해치려 했다.그러나 낙청연은 죽을 수도 없을뿐더러 제홍(齊鴻), 모원원과 약속했던 일을 완성해야 했기에 온심동과 담판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온심동을 자리에 앉힌 뒤 담판할 방법은 이것 하나뿐이었다.“난 낙요다!”낙청연의 말에 온심동은 당황했고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낙요라고? 사저?”낙청연은 덤덤히 말했다.“내가 여국에 온 뒤로부터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 너도 내가 낙요와 무척 닮았다는 걸 아마 느꼈을 것이다.”“평범한 천궐국인이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우리가 함께 겪었던 일에 대해 마음껏 묻거라. 모두 대답할 수 있다.”낙청연은 오히려 그녀가 많이 묻기를 바랐다.예전 일을 그녀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온심동이 묻는다면 믿게 할 자신이 있었다.온심동은 경악과 의심으로 물들어진 표정으로 물었다.“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