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심동은 놀란 표정으로 눈앞의 사람을 바라봤다.온몸이 굳어졌다.“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것이냐...”낙청연은 차가워진 눈빛으로 말했다.“들어가서 얘기하자꾸나.”온심동은 당황했고 낙청연의 목을 조르고 있던 손에 천천히 힘을 뺐다.그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고 낙청연도 일어났다.옆에 있던 하령은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 그는 온심동을 바라봤다.“대제사장!”그는 마음 약해져서는 안 된다고 일깨워 주고 싶었다.온심동은 차갑게 말했다.“이자와 할 말이 있으니 다들 따라오지 말거라.”말을 마친 뒤 낙청연을 데리고 단둘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문을 닫은 뒤 온심동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아동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안 것이지?”그것은 사저가 지어준 이름이었고 오직 사저와 사부님만이 그녀를 아동이라고 불렀다.낙청연은 그녀의 아명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낙청연은 그 이름을 입 밖에 꺼내는 순간 이미 결정을 내렸다.낙청연은 온심동을 가르칠 수는 없지만 낙요라면 가능했다.오늘 온심동은 낙청연을 죽이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고 심지어 먼저 두 사람의 목숨을 해치려 했다.그러나 낙청연은 죽을 수도 없을뿐더러 제홍(齊鴻), 모원원과 약속했던 일을 완성해야 했기에 온심동과 담판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온심동을 자리에 앉힌 뒤 담판할 방법은 이것 하나뿐이었다.“난 낙요다!”낙청연의 말에 온심동은 당황했고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낙요라고? 사저?”낙청연은 덤덤히 말했다.“내가 여국에 온 뒤로부터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 너도 내가 낙요와 무척 닮았다는 걸 아마 느꼈을 것이다.”“평범한 천궐국인이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우리가 함께 겪었던 일에 대해 마음껏 묻거라. 모두 대답할 수 있다.”낙청연은 오히려 그녀가 많이 묻기를 바랐다.예전 일을 그녀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온심동이 묻는다면 믿게 할 자신이 있었다.온심동은 경악과 의심으로 물들어진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 말입니까?”낙청연은 본론으로 들어갔다.“모씨 가문의 일은 대외적으로 네가 해결했다고 하거라. 천궁도도 마찬가지다. 난 너랑 공로를 다툴 생각이 없다.”“진실을 밝힐 생각도 없고.”그 말에 온심동은 깜짝 놀란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봤다.낙청연이 계속해 말했다.“하지만 네가 날 도와줘야 한다.”“난 모원원을 도성에서, 모씨 가문에서 떠날 수 있게 도와줄 생각이다.”“난 모원원과 약속했다.”“네 도움이 필요하다.”그 말에 온심동은 더더욱 놀랐다. 그녀가 물었다.“그것이 천궁도를 해결하는 방법입니까? 진실을 알아낸 겁니까?”그것은 사저의 수법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온심동은 사저처럼 막강한 능력이 없었고 그만한 배짱도 없었다.“그래.”낙청연은 숨기지 않았다.“무력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누구도 자신이 지지 않고 이기기만 할 거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 말이다.”“특히 천궁도 같은 막강한 존재라면 그들과 얽히는 순간 평생을 견뎌야 한다. 그걸 해결하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지.”낙청연은 온심동이 그녀의 말을 듣기를 바라며 진지하게 당부했다.그러면 적어도 예전보다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온심동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사저와 똑같았다.“모원원이 떠나게 도와줄 생각이지만 모 영감이 이 사실을 몰랐으면 한다는 겁니까?”똑똑한 온심동은 낙청연의 의도를 알아챘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난 앞으로 모원원이 아무런 위협도 받지 않고 자유로웠으면 좋겠다.”온심동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제가 돕겠습니다.”“하지만 어떻게 그녀가 도망치게 할 겁니까?”낙청연은 고민했다.“가짜 죽음은 안 된다. 그녀가 죽는다면 천궁도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다. 그러면 대제사장인 네가 임무에 실패했다는 걸 의미하지.”“그러니 모원원 스스로 떠나게 해야 한다.”“넌 그저 미리 모 영감에게 모원원을 남길 수 없다고 얘기해주면 된다.”“그렇게 하면 대제사장인 네 명성을 해치
다음 날 밤, 낙청연은 모씨 저택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제때 마차를 세웠고 구십칠에게 마차를 잘 지켜보고 있으라고 당부했다.뒤이어 그녀는 몰래 모씨 가문에 들어가 모원원을 찾았다.모원원은 이미 서신 하나를 남겨뒀다. 그녀는 서신에 더는 집에 있기 싫고 입궁하기도 싫다고 썼다. 그러고는 몰래 벽 구석 쪽으로 가서 낙청연을 기다렸다.온심동이 모씨 어르신에게 그 말을 전한 뒤로 모씨 어르신은 그 말을 중요시하기 시작했고 모원원의 처소 밖에 호위들을 많이 뒀다.낙청연은 모원원의 처소 밖 구석까지 잠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왔습니까?”모원원은 무척 흥분했다.낙청연은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한 뒤 그녀에게 사내 옷을 건넸다.“입으시오. 내가 데리고 나가겠소.”모원원은 즉시 옷을 겉에 걸쳤다.낙청연은 그녀를 데리고 벽을 넘었고 어두운 밤, 순찰하는 호위를 피해 모씨 저택에서 탈출했다.그들은 함께 길모퉁이에 이르러 마차에 올랐다.모원원은 두려움에 고개를 돌려 보았다. 마차가 성문을 향해 나아갔고 모원원은 마음속에 기대가 생겼다.“이렇게 쉽게 떠나게 됐군요.”낙청연은 경계 어린 눈길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아직 마음을 놓을 수는 없소. 당신이 방에 있지 않으니 당신 아버지가 이내 알아차릴 것이오.”“구십칠, 얼른 성을 벗어나자!”성을 벗어나기도 전에 발각된다면 정말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알겠습니다.”구십칠은 마차를 몰고 빠르게 성문으로 향했다.모원원은 무척 긴장했다.왠지 모르게 낙청연은 그녀의 기뻐하는 얼굴에서 검은 기운을 보았다.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낙청연은 잠깐 주저했다. 모원원을 데리고 떠나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바로 그때, 제홍이 나타났고 경계하며 말했다.“그들이 쫓아왔다!”그 말에 모원원의 안색이 변했다.고개를 돌린 낙청연은 호위가 말을 타고 그들을 뒤쫓고 있는 걸 보았다.이렇게 빨리 발각될 줄은 몰랐다.“어떡합니까?”모원원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말했고 제홍이 답했다.“내게 맡기
소문이 퍼지고 도성이 떠들썩해졌다.하지만 모씨 어르신은 대제사장을 탓하지 않았다. 모원원은 서신을 남기고 홀로 떠난 것이기 때문이다.그날 우유는 때마침 출궁했고 두 사람은 주루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우유는 무심코 탁자 위에 현상금이 걸린 공지가 놓여 있는 걸 보았다.“10만 냥, 모씨 어르신은 참으로 통이 크군.”우유는 내용을 보고 놀랐다.낙청연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10만 냥이나 낼 수 있으면서 왜 모원원을 입궁시키려 한 건지 모르겠다. 궁에 보낸다고 해도 10만 냥은 받지 못할 텐데.”우유는 웃으며 말했다.“모 영감은 명예와 이익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8대 가문이 되어도 꼴찌를 하는 것이 달갑지 않은 거지.”우유는 말하다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모 영감은 모원원이 그에게 명예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이지?”낙청연도 살짝 당황했다.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었다.어쩌면 모씨 가문에 다른 비밀이 있는 걸지도 몰랐다.“잠시 뒤 밥을 다 먹으면 불전연을 찾으러 가자. 누군가 불전연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그런데 대놓고 팔지 않고 암시장에서 비싸게 판다고 들었다.”낙청연은 그 말에 눈을 빛냈다.“좋다.”가격이 비싼 건 두렵지 않았지만 물건이 없는 게 두려웠다.불전연이 왜 갑자기 자취를 감춘 건지 알 수 없었다.저녁에 암시장에서 불전연을 판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당연히 준비를 충분히 해서 가야 했다.낙청연은 여국에서 일전 한 푼 없었기에 침서를 찾아야 했다.낙청연이 장군 저택 앞에 나타났을 때 침서는 무척 기뻐했다. 그는 부리나케 달려와 애매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보고 싶어서 왔느냐?”“네가 웬일로 날 먼저 찾아왔느냐?”낙청연은 걸음을 옮겨 거리를 벌렸다.“저녁에 암시장에서 불전연을 팔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저랑 같이 가시지요.”침서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좋다.”“돈을 충분히 챙겨야 합니다!”침서는 아주 통쾌하게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가서 30만 냥을 준비하거라!
낙청연은 넋이 나갔다.두렵냐고?두려운 적이 있긴 했다.하지만 이젠 두려워한들 아무 소용 없었다.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예전에는 두려웠지만 지금은 두렵지 않다.”“무엇 때문이냐?”우유는 궁금했다.“정말 순수하게 미친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침서는 무슨 일을 하든 항상 목적이 있다.”“내가 그에게 쓸모있으므로 날 참아주는 것이다.”우유는 사색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하지만... 내가 알기로 침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데 어떻게 한 사람에게 저렇게 굽신거리는 것이지?”“넌 분명 그에게 조금 남다른 사람일 것이다.”낙청연은 웃었다.“그럴지도 모르지.”그녀는 그 남다른 점이 사상환일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사상환이 침서에게 작용하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작용하는 것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듯했다.예전에 부진환 같은 상황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상황이 아니었다.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그들은 암시장에 도착했다.그곳은 도성 밖 황량한 절벽에 있었다.마차가 들어갈 수 없었기에 사람들은 모두 걸어가야 했다.주위는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심지어 으스스하기도 했다.하지만 절벽을 지나자 반짝이는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산 위에 성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고 모든 집이 등불을 밝히고 있는 것처럼 더없이 환하고 떠들썩했다.그곳이 바로 암시장이었다.성문 쪽에서 사람들은 가면을 썼고, 성안에 들어서면 서로 알지 못했다.거리마다 노점과 점포가 가득했고 온갖 해괴한 물건을 다 구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곳 물건은 가격이 조금 비쌌다.일반적으로는 시장에서는 유통할 수 없는 물건들이거나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은 것들을 암시장 경매에 부쳐졌다.낙청연은 불전연을 위해 온 것이었기에 곧바로 성 중앙의 경매장으로 향했다.저녁의 경매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듣자 하니 많은 사람이 불전연을 위해 이곳에 온 듯했다.“정말 이상하
침서의 말에 주위 사람들은 소란스러워졌다.“10만 냥이라니? 세상에, 그렇게 비싸다고?”낙청연이 반드시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을 때,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15만 냥!”낙청연은 심장이 철렁했다.고개를 돌려 보니 어디서 들려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다들 앉아있었고 평범해 보였기 때문이다.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다들 가격에 놀란 듯했다.예전에 100냥에 하나였던 불전연이 이제는 15만 냥이 되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침서는 싸늘해진 눈빛으로 곧바로 말했다.“30만!”주위가 조용해졌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35만!”낙청연은 마음이 무거워졌다.이미 매우 높은 가격인데 상대는 5만 냥을 더했다.고작 약재 하나를 얻기 위해 이런 값을 치르다니, 그럴 가치가 없었다.이렇게 통이 큰 걸 보면 불전연이 그에게 무척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이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란 걸 의미했다.침서는 머리가 아팠다. 돈이 얼마 없었다.암시장은 외상을 받지 않았고 전부 은이나 은표로 현장에서 거래해야 했다.결국 침서는 검을 빼 들고 그곳으로 향했다.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겁을 먹어 도망쳤다.앉아있는 사람들은 전부 멀리 도망쳤고 그중 무명옷을 입은 한 사내만이 꼼짝하지 않고 그곳에 앉아있었다.침서는 들고 있던 장검을 그의 목에 겨누었다.“굳이 나와 이 불전연을 다투어야겠소?”사내는 전혀 두렵지 않은 얼굴로 평온하게 말했다.“경매장이니 당연히 가격을 높게 부른 사람이 가져가야지.”침서의 미간에 노여움이 깃들었다. 그는 살벌하게 말했다.“그러려면 목숨이 붙어있어야겠지!”우유는 긴장한 얼굴로 낙청연의 팔을 잡았다.“정말 사람을 죽인다면 우리는 이 암시장에서 나갈 수 없을 것이다.”낙청연은 그 점이 걱정되지 않았지만 침서를 막으려 나섰다.“사람을 죽이지 마세요!”침서는 노여움을 억지로 참았다.“하지만 겨우 찾은 불전연이 아니냐!”“이것으로 네 목숨을 구할 수 있다!”낙청연은 앉아
천궁도?세상에 천궁도라니?지는 것을 싫어하는 침서는 곧바로 손을 써 그를 죽이려 했지만 낙청연이 잽싸게 그를 막았다.“검을 거두세요!”그녀는 아직 천궁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당분간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더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침서는 검을 거두었다.사내는 싱긋 웃으며 낙청연을 바라보았다.“낙 낭자가 우리 천궁도에 가입한다면 불전연을 공짜로 줄 수도 있소!”낙청연은 살짝 놀랐다.천궁도에 가입하라니 웃기는 소리였다.제사 일족은 천궁도와 완전히 달랐고 어떻게 보면 적대적인 관계라고도 할 수 있었다.한때 대제사장이었던 그녀가 천궁도에 가입할 리 없었다.그런데 천궁도가 벌써 그녀의 존재를 알 줄은 몰랐다.설마 모씨 가문 일 때문에 천궁도의 주의를 끌게 된 걸까?“난 천궁도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오.”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침서와 우유를 데리고 경매장을 떠났다.침서는 떠나는 길 내내 볼멘소리했다.“날 막지 말고 그냥 죽이게 놔뒀어야 했다!”“천궁도가 두려운 것이냐?”“얼마나 오랫동안 찾은 불전연인데, 겨우 암시장에서 발견했는데 이렇게 놓치다니.”한참을 걷다가 낙청연은 무언가 떠올렸다.“아닙니다.”침서는 살짝 놀랐다.“뭐가 아니란 말이냐?”낙청연은 몸을 돌려 다시 경매장으로 향했고 돈을 주고 수소문한 끝에 이번에 불전연을 판 사람을 찾아냈다.그는 은표를 세고 있었다.낙청연 일행이 기세등등하게 걸어오자 그는 다급히 돈을 상자 안에 넣어두었다.“당신들은...”낙청연이 정중하게 소개했다.“우리는 경매장 사람들에게 물어 당신의 처소를 알아냈소.”“이번에 경매장에 불전연을 내놓은 것이 당신 맞소?”“당신 손에 남은 불전연이 있소?”“가격은 문제가 아니오.”그 사람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을 빛냈다.“당신도 불전연이 필요하시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어쩌면 그자에게 불전연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있었다.그 사내가 말했다.“지금 당장은
침서는 다시 말을 타고 성을 나가 암시장으로 향했다.어두운 밤, 숲속.사내는 은표가 담긴 큰 상자를 들고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기분 좋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그런데 고개를 드는 순간 어둠 속에서 누군가 보였고 그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그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다른 방향으로 가려 했다.그러나 두 걸음 정도 내디뎠는데 상대가 곧바로 그의 앞에 섰다.침서는 음산한 눈빛으로 사내의 목을 졸랐다.“30만 냥이라, 내 체면을 생각해 5만 냥을 깎아줘서 고맙군.”사내는 겁을 먹어 상자를 떨어뜨렸다.목이 졸리자 숨을 쉴 수 없어 말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돈은 필요 없습니다...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공짜로 찾아드리겠습니다.”그러나 침서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늦었다.”가벼운 말과 함께 침서는 곧바로 손에 힘을 주었고 이내 남자의 머리가 무기력하게 아래로 처졌다.침서 때문에 목뼈가 부러진 탓이었다.침서는 대수롭지 않게 그를 내던진 뒤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냉담하게 몸을 돌렸다.-아침.온심동은 방 안에 오래도록 앉아있으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불전연을 상자 안에 넣었다.때마침 하령이 다가와 그 광경을 보았다.온심동이 상자를 들고 일어나려 하자 하령이 의아한 듯 물었다.“불전연을 들고 어딜 가려는 것이냐?”“당신이랑은 상관없습니다.”말을 마친 뒤 온심동은 하령을 밀치고 떠났다.하령은 살짝 놀라며 미간을 구겼다. 그는 달려가 온심동을 막아섰다.“설마 낙청연에게 불전연을 주려는 것이냐?”그날 온심동이 낙청연을 죽이지 않은 것도 아주 이상했다. 그가 한참을 캐물었으나 온심동은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지금 침서는 불전연을 찾기 위해 애를 썼고 누구라도 그가 낙청연을 위해 불전연을 찾는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온심동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힐끗 바라보았지만 부정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제 일이니 상관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뒤 온심동은 하령을 밀쳤다.그런데 하령이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