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도?세상에 천궁도라니?지는 것을 싫어하는 침서는 곧바로 손을 써 그를 죽이려 했지만 낙청연이 잽싸게 그를 막았다.“검을 거두세요!”그녀는 아직 천궁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당분간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더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침서는 검을 거두었다.사내는 싱긋 웃으며 낙청연을 바라보았다.“낙 낭자가 우리 천궁도에 가입한다면 불전연을 공짜로 줄 수도 있소!”낙청연은 살짝 놀랐다.천궁도에 가입하라니 웃기는 소리였다.제사 일족은 천궁도와 완전히 달랐고 어떻게 보면 적대적인 관계라고도 할 수 있었다.한때 대제사장이었던 그녀가 천궁도에 가입할 리 없었다.그런데 천궁도가 벌써 그녀의 존재를 알 줄은 몰랐다.설마 모씨 가문 일 때문에 천궁도의 주의를 끌게 된 걸까?“난 천궁도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오.”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침서와 우유를 데리고 경매장을 떠났다.침서는 떠나는 길 내내 볼멘소리했다.“날 막지 말고 그냥 죽이게 놔뒀어야 했다!”“천궁도가 두려운 것이냐?”“얼마나 오랫동안 찾은 불전연인데, 겨우 암시장에서 발견했는데 이렇게 놓치다니.”한참을 걷다가 낙청연은 무언가 떠올렸다.“아닙니다.”침서는 살짝 놀랐다.“뭐가 아니란 말이냐?”낙청연은 몸을 돌려 다시 경매장으로 향했고 돈을 주고 수소문한 끝에 이번에 불전연을 판 사람을 찾아냈다.그는 은표를 세고 있었다.낙청연 일행이 기세등등하게 걸어오자 그는 다급히 돈을 상자 안에 넣어두었다.“당신들은...”낙청연이 정중하게 소개했다.“우리는 경매장 사람들에게 물어 당신의 처소를 알아냈소.”“이번에 경매장에 불전연을 내놓은 것이 당신 맞소?”“당신 손에 남은 불전연이 있소?”“가격은 문제가 아니오.”그 사람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을 빛냈다.“당신도 불전연이 필요하시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어쩌면 그자에게 불전연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있었다.그 사내가 말했다.“지금 당장은
침서는 다시 말을 타고 성을 나가 암시장으로 향했다.어두운 밤, 숲속.사내는 은표가 담긴 큰 상자를 들고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기분 좋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그런데 고개를 드는 순간 어둠 속에서 누군가 보였고 그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그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다른 방향으로 가려 했다.그러나 두 걸음 정도 내디뎠는데 상대가 곧바로 그의 앞에 섰다.침서는 음산한 눈빛으로 사내의 목을 졸랐다.“30만 냥이라, 내 체면을 생각해 5만 냥을 깎아줘서 고맙군.”사내는 겁을 먹어 상자를 떨어뜨렸다.목이 졸리자 숨을 쉴 수 없어 말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돈은 필요 없습니다...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공짜로 찾아드리겠습니다.”그러나 침서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늦었다.”가벼운 말과 함께 침서는 곧바로 손에 힘을 주었고 이내 남자의 머리가 무기력하게 아래로 처졌다.침서 때문에 목뼈가 부러진 탓이었다.침서는 대수롭지 않게 그를 내던진 뒤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냉담하게 몸을 돌렸다.-아침.온심동은 방 안에 오래도록 앉아있으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불전연을 상자 안에 넣었다.때마침 하령이 다가와 그 광경을 보았다.온심동이 상자를 들고 일어나려 하자 하령이 의아한 듯 물었다.“불전연을 들고 어딜 가려는 것이냐?”“당신이랑은 상관없습니다.”말을 마친 뒤 온심동은 하령을 밀치고 떠났다.하령은 살짝 놀라며 미간을 구겼다. 그는 달려가 온심동을 막아섰다.“설마 낙청연에게 불전연을 주려는 것이냐?”그날 온심동이 낙청연을 죽이지 않은 것도 아주 이상했다. 그가 한참을 캐물었으나 온심동은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지금 침서는 불전연을 찾기 위해 애를 썼고 누구라도 그가 낙청연을 위해 불전연을 찾는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온심동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힐끗 바라보았지만 부정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제 일이니 상관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뒤 온심동은 하령을 밀쳤다.그런데 하령이
장군 저택.난희는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침서는 늦은 시각 돌아왔고 계단에 앉아있던 난희는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침서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끗 보더니 아무 말 하지 않고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난희는 조급한 마음에 그에게 다가갔다.“장군님!”침서는 걸음을 멈출 생각이 없는 건지 계속해 앞으로 걸어갔다.난희는 애타는 마음을 안고 그를 뒤쫓다가 뒤에서 침서를 끌어안았다.“장군님, 요즘 들어 왜 제게 이렇게 냉담하신 겁니까?”“난희를 버리실 생각인 겁니까?”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침서는 예전에 그녀를 무척이나 아꼈고 진심으로 대했다.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가 있단 말인가?침서는 귀찮은 듯 그녀를 떼려 했다.그런데 그 순간 바람이 불어오자 난꽃 향이 풍겼다.그 순간, 침서의 눈빛이 차갑게 돌변하며 한기가 풍겼다.그는 난희를 단호히 떼어낸 뒤 화를 냈다.“누가 너더러 난꽃 향을 쓰라고 한 것이냐?”“내가 얘기하지 않았느냐? 난꽃 향을 쓰지 말라고!”침서의 화내는 모습에 난희는 심장이 철렁했다.그러나 그녀는 용기를 내 침서의 옷자락을 잡았다.“장군님, 이 향은 장군님이 제게 선물해 준 겁니다.”“난희는... 난희는 그저 장군님을 기쁘게 만들고 싶었을 뿐입니다.”“장군님 마음속에 아직 난희가 있습니까?”난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침서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버림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었다.침서는 불같이 화를 내며 난희의 턱을 틀어쥐었다. 힘이 얼마나 센지 얼굴이 변형될 정도였다.겁을 먹은 난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울먹였다.“멍청한 것! 내가 좋아하는 여인은 차고 넘쳤다. 네가 무어라고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내가 난꽃 향을 쓰지 말라고 했으면 그 뜻을 알아차려야지. 계속해 내 신경을 긁어? 내가 정말 널 죽이지 못할 것 같으냐?”난희는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가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장군님...”“저희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잊은
그들은 화상 속 사람을 따라 하고 있었다.난희는 충격을 받았다.침서의 차가운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보았느냐? 넌 나에게 있어 그저 저들 중 하나일 뿐이다.”“내 저택에 오랫동안 있었으니 넌 저들보다 훨씬 더 운이 좋다.”“저들은 심지어 나랑 접촉할 기회가 없다.”“그런데도 넌 만족하지 못하는구나.”난희는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흘러내렸다.“저들과 저 모두 대체품에 불과합니까?”“저들이 따라 하는 사람이 제가 닮은 그 사람입니까?”난희는 첫 만남 때 오랫동안 사랑한 사람을 보듯 그녀를 바라보던 침서의 눈빛을 기억했다.그 눈빛 때문에 침서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지금까지 그를 사랑했다.그러나 오늘 깨달았다.침서가 그녀를 만났을 때 본 건 그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침서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그래.”“네가 여기 있는 자들과 다른 점은, 흉내 내지 않아도 조금 닮았다는 점이다.”“하지만 진짜 그녀와 비교했을 때는 거리가 멀지.”“가짜는 가짜일 뿐이다.”침서는 다시 그때를 떠올렸다. 천궐국에서 처음 낙청연을 만났을 때를 말이다.그는 익숙한 기분이 들었고 심지어 그녀에게 푹 빠졌다.역시나, 낙청연은 그의 낙요가 맞았다!이 세상에 낙요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침서가 가볍게 내뱉은 말은 칼이 되어 난희의 심장에 꽂혔다.“왜! 왜입니까!”난희는 무너졌다.침서는 그녀를 전혀 동정하지 않고 오히려 코웃음 쳤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항상 같은 일을 반복한다. 바로 그녀를 흉내 내는 것이지.”“그녀의 표정을 흉내 내고 그녀의 성격을 흉내 내고 그녀가 말하는 방식까지 흉내 낸다.”“가장 비슷한 자만이 내 곁에 올 자격이 있지.”“그래도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꺼지거라.”침서는 덤덤히 말했다.난희는 무기력하게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침서가 몸을 돌려 떠나려 하자 난희는 갑자기 당황하며 다급히 침서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절 버리지
어두운 곳, 줄곧 뒤를 밟고 있던 하령은 지붕 위에 엎드린 채 그곳의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는 깜짝 놀랐다.침서가 이곳에 낙요를 흉내 내는 여인들을 이렇게나 많이 두고 있다니!침서는 말을 타고 아주 오래 달린 뒤에야 고개를 돌렸다.그는 지붕 위에 엎드리고 있는 하령을 보고 있었다.침서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그날, 온심동은 하령에게 불려 청산별원으로 향하게 됐다.저택 안에 여인들이 가득한 걸 본 온심동은 깜짝 놀랐다.“보았느냐? 침서는 줄곧 이런 짓을 하고 있었다. 낙요를 흉내 내는 사람들을 아주 많이 양성하고 있다.”“낙청연도 이들 중 한 명이다!”“침서의 목적은 너의 대제사장 자리를 빼앗는 것이다. 그런데 낙청연의 말을 믿다니?”온심동은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낙청연은 저와 사저 사이의 일을 아주 많이 알고 있습니다.”하령은 그녀를 끌고 와 얼굴을 마주 보고 말했다.“안다고 해서 낙청연이 낙요라는 걸 증명할 수는 없다!”“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너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침서가 다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그리고 침서의 수단이라면 알고 싶은 건 다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 말을 듣자 온심동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뜻입니까?”“진국지보를 기억하느냐?”“일월경 말입니까?”온심동은 놀라웠다.“행방을 찾은 겁니까?”하령은 고개를 저었다.“일월경이 천궐국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한 적이 있다. 낙청연도 천궐국에서 왔으니 어쩌면 낙청연에게 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그 비밀들을 알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그 말에 온심동은 대경실색했다.온심동은 그 여인들이 그녀의 사저를 흉내 내자 울컥 화가 치밀어올라 주먹을 움켜쥐었다.그녀는 이를 악물었다.“침서!”온심동은 화를 내며 몸을 돌렸다.-낙청연과 우유는 객잔에서 며칠 동안 머물렀다. 지금 도성 전체가 불전연을 찾고 있었다.암시장에서의 가격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 사실을 믿지 못했다.불전연이 이렇게 높은 가격
마당에서는 향긋한 술향기가 풍겼고 온심동은 자리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낙청연은 살짝 의아했다.온심동은 낙청연이 오자 살짝 긴장했다.“대제사장.”낙청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온심동의 표정은 한껏 누그러졌다. 예전처럼 차갑지는 않았다.“앉으시지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 앉았고 온심동은 술 두 잔을 따라 그녀에게 건넸다.온심동은 진지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정말 제 사저입니까?”“그렇다면 당시 사저가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왜 갑자기 사라진 겁니까? 시체까지 말입니다.”“누가 사저를 해쳤습니까?”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흠칫했다.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나도 누가 날 죽였는지 모른다. 그 사람의 얼굴을 잘 보지 못했다.”낙청연은 진심이 담긴 눈길로 온심동을 바라보았다.“또 무슨 의문이 있느냐?”“사실 내게 물건 하나가 더 있다. 이걸 본다면 너도 믿을 것이다.”낙청연은 미소를 띠었다.그 말에 온심동은 의아한 듯 미간을 구겼다.“무엇입니까?”낙청연은 살짝 긴장햇다.여국에서 온 뒤로 그녀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 앞에서 그 물건을 꺼낸 적이 없었다.나침반을 꺼내는 순간, 온심동의 눈이 빛났다.이어진 건 놀라움이었다.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나침반을 보다가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사저!”“정말 제 사저였군요!”천명나침반은 낙요가 어릴 때부터 지니고 있던 것이었다.온심동은 그 물건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천명 나침반이 어떻게 생긴 건지도 잘 알고 있었다.그것은 천명나침반이 맞았다.사저의 나침반이었다!낙청연은 싱긋 웃었다.“드디어 믿는구나.”온심동은 낙청연을 보자 코끝이 찡해졌고 이내 눈물이 차올라 시야가 흐릿해졌다.“사저...”온심동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억울한 듯 낙청연에게 안겼다.그 순간, 낙청연도 심장이 저릿해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낙청연은 온심동을 꽉 끌어안았다.“사저, 죽지 않았으면서 왜 일찍 돌아
낙청연은 온심동의 표정을 보자 마음이 살짝 움직였다.“난 천기당에서 죽었다. 그곳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어쩌면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그게 아니더라도 내 기억을 되짚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언가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하지만 그곳은 오직 대제사장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 날 데려가 줄 수 있겠느냐?”온심동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이번 달에 아직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3일 뒤 함께 들어가시지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좋다.”곧이어 온심동은 신난 얼굴로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줬다.“얼른 드세요, 사저.”“이번에는 절대 절 떠나지 못하게 할 겁니다.”“사저를 죽인 범인을 찾아낸다면 대제사장의 자리를 돌려드리겠습니다.”“제게는 이 자리에 앉아있는 매일이 고통입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그릇을 들었다.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낙청연은 푹 빠졌다.온심동은 대제사장이 되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고생도 많이 했을 것이다.“네가 예전에 자꾸 게으름을 부려서 그런 것이지. 이번에 내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네가 이렇게 대제사장을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온심동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사저가 침서와 같이 돌아왔는데 어찌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그것보다 왜 침서와 같이 있는 겁니까?”낙청연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말하자면 길다.”“침서가 아니었다면 당분간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온심동은 깜짝 놀랐다.“설마 침서랑 친우가 된 겁니까? 예전에는 그를 가장 미워하지 않았습니까?”“그럴 리는 없다. 우리는 영원히 친우가 되지 못할 것이다.”낙청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히 말했다.온심동은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다행입니다.”“저도 침서와 같은 편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야망이 너무 큰 사람입니다.”“저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불안해집니다.”낙청연도 사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침서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원수가 적은 건 아니었지만 그녀를 죽도록 미워할 사람은 없는 듯했다.범위가 너무 넓어서 아무것도 조사해 낼 수 없었다.낙청연은 천기당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온심동이 물었다.“뭘 하시는 겁니까?”“이곳에 기관이나 밀실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싶다. 당시 시체를 그곳에 숨긴 뒤 시간이 지나서 시체를 옮겼을 수도 있다.”온심동은 살짝 놀랐다.“그럴 수도 있겠습니다.”온심동의 눈빛이 가라앉았다.“하지만 저도 사저도 천기당에 밀실도, 기관도 없다는 걸 알고 있지 않습니까?”“이곳은 사저에게 가장 익숙한 곳입니다.”낙청연은 온심동의 눈빛이 변한 걸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진지하게 벽과 탁자, 궤를 살펴볼 뿐이었다.“우리가 대제사장이 되기 전에 천기당은 이미 존재했다.”“기관이 있는데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낙청연은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 자세히 살펴볼 생각이었다. 온심동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알겠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찾고 계세요. 전 옆방에 가서 찾아보겠습니다.”낙청연은 열심히 찾을 뿐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래.”곧이어 온심동은 방에서 나와 방문을 닫았다.낙청연은 한 바퀴 쭉 둘러보았지만 기관을 찾지 못했다.대신 탁자 위의 바둑판이 그녀의 관심을 끌었다.그 위에 놓인 바둑판은 그녀가 기억하던 그것이 아니었다.이곳은 일반적으로 대제사장 한 사람만 왔다.낙청연은 혼자 바둑을 둔 적이 없었으니 판을 바꾼 적이 없었다.그것이 인상 깊었다.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판이 달랐다.온심동이 누군가와 이곳에서 바둑을 둔 것일까?낙청연은 고민하면서 바둑을 두기 시작했고 그것이 몹시 어려운 형국이라는 걸 눈치챘다.그녀가 아는 온심동은 이렇게 바둑 수준이 높지 않았다.그것을 한번 깨보고 싶었던 낙청연은 거기에 깊이 빠져들었다.그렇게 낙청연은 온종일 바둑을 뒀다.도중에 온심동이 음식을 가져왔고 두 사람은 낮은 탁자 앞에 앉아 같이 밥을 먹었다.온심동은 그리운 듯 말했다.“예전에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