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섭정왕은 일전에 낙월영을 측비로 들였습니다. 낙월영은 엄평소와 그 짓거리를 하고 그렇게 소란스러웠는데, 섭정왕은 여전히 낙월영과 혼인했습니다.”“섭정왕은 그때 부끄러운 줄도 몰랐으면서, 어찌 섭정왕비가 그의 체면을 구겼다고 싫어하는 겁니까?”“그러니까요, 너무합니다!”“섭정왕비는 예전에 대국사였으며, 공주로 책봉까지 받으신 분입니다! 섭정왕은 간이 밖으로 튀어나왔나 봅니다. 어떻게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제멋대로 죽였단 말입니까!”“그러나 섭정왕도 정정당당하게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큰불에 왕비가 타 죽었다고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그 누구도 섭정왕이 죽였다는 증거를 내놓지 못합니다. 참……”“왕비도 참으로 불쌍한 사람입니다. 평생 억울한 인생을 살았습니다.”하루 사이에, 부진환의 명성은 매우 나빠졌다.지초는 폐허에 꿇어앉아 한참을 울다가, 바로 왕부를 떠나려고 생각했다.하지만 시위가 막아섰다. “당신은 왕부에서 나갈 수 없소.”“왜입니까? 왕비도 죽었으니, 저는 더 이상, 이 거지 같은 곳에 남지 않겠습니다!” 지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이유는 없소. 어쨌든 당신은 갈 수 없소.”말을 끝내고, 시위 두 명은 양쪽에서 지초의 팔을 잡고 들어가더니, 다른 정원에 가두었다.“이거 놔요! 이거 놔요!”“당신들 대체 뭘 하려는 겁니까?”정원 문을 잠그자, 지초는 온 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결국 화가 나서 땅에 쭈그리고 앉아 슬피 울었다.부진환은 서릉으로 여국 대군을 대처하러 갔다. 그는 왕부의 시위들도 많이 데리고 갔기 때문에 왕부의 방어는 한순간 많이 느슨해졌다.저녁 무렵.낙정은 슬그머니 왕부에 들어왔다.바깥소문에 따르면 낙청연은 이미 죽었다고 했지만, 그녀는 약간 의심됐다.부진환은 낙청연을 좀 일찍 죽이든지, 아니면 좀 늦게 죽이든지, 왜 하필 서릉으로 가기 전날 밤 죽였을까?설마 낙청연이 침서와 함께 떠날까 봐 두려워서인가?이렇게 생각하면 합리적이긴 하다.하지만 낙정은 여전
낙정은 즉시 왕부로 돌아가, 곳곳을 다 찾아보았지만, 여전히 낙청연을 찾아내지 못했다.낙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낙청연을 대체 어디에 숨겼을까?금선탈각(金蟬脫殼)의 이 계는, 낙청연의 뜻일까? 아니면 부진환이 조종한 것인가?만일 부진환이라면, 부진환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낙정은 노기등등해서 섭정왕부를 떠났다. 그리고 즉시 사람을 시켜 섭정왕부의 정문과 후문을 감시하게 했다.만일 낙청연이 나타나면 반드시 제일 먼저 그녀를 붙잡을 것이다!침서가 서릉으로 출발하여 부진환과 사생 결투를 벌이러 간 틈을 이용하여 낙청연을 붙잡아야 한다. 아니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낙청연은 뭔가에 물려 깨어났다.발목 통증은 낙청연을 화들짝 놀래서 깨어나게 했다. 어렴풋이 깨어나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았는데, 그 뱀이 보였다.뱀은 낙청연의 발 옆에 웅크리고 앉아, 그녀를 물기까지 했다.의식을 회복한 그 순간부터 낙청연은 복부의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낙청연은 머리를 숙이고, 어슴푸레한 광선으로부터 치맛자락에 묻은 피를 보고 아연실색했다.배를 어루만지던 그 순간, 낙청연은 눈물을 흘렸다.없어졌다!아이가 없어졌다!어떻게 이럴 수가?낙청연은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갇히기 전 그날 밤이 떠올랐다. 부진환이 그녀에게 억지로 약을 먹였다!부진환이다!그는 이 아이도 용납하지 못한다!낙청연은 손바닥을 꽉 움켜쥐었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었다.낙청연은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일어서려고 하니,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다. 복부의 쥐여 짜는 듯한 통증은 그녀를 더욱 똑바로 서지도 못하게 했다.낙청연은 갑자기 이 밀실에 물건이 좀 많아진 것을 발견했다.땅 위에는 많은 약병과, 옷가지들, 그리고 이불과 음식이 있었다.낙청연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모퉁이에 있는 그 뱀을 보며 물었다. “이 물건들은 네가 가져온 것이냐?”초경은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여기에 올 때부터 이것들은 이미
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손을 뻗어 그 구멍으로 힘겹게 주머니를 끌어당겨, 안에 있는 약병을 하나씩 안으로 가져왔다.약을 전부 검사한 후, 낙청연은 알약 한 알을 먹었다.초경에게 어디서 이 약들을 구해왔는지 물어보려고 모퉁이를 쳐다보니, 초경은 이미 똬리를 틀고 잠들어버렸다.낙청연은 이불을 끌어당겨 초경에게 덮어주었다.초경은 겨울만 되면 힘이 약해지고, 졸리기 때문에 겨울잠을 자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신이 맑을 때가 거의 없다.나가서 약을 찾아온 건 아마도 온 힘을 다해 버텼을 것이다.초경이 가져온 이 약들은, 그들이 한동안은 쓸 수 있다. 오직 겨울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암담하기 그지없는 밀실 안에서, 낙청연은 자는 것 빼면 먹는 것이다. 햇빛을 볼 수 없었으며, 오직 끝없는 어둠뿐이었다.기나긴 시간은 더없이 견디기 어려웠다.건량은 얼어서 돌덩이가 됐고, 마르고 단단하여 잘 넘어가지 않아, 그대로 삼켜버렸다. 마치 칼을 먹는 것처럼 목구멍은 아팠다.온몸의 상처도 씻을 수 없었다. 매일 깨끗한 천 조각을 찢어 상처 주변을 닦고, 약을 바르고 싸맬 수밖에 없었다.비록 대부분 상처는 더 악화하지는 않았지만, 더 좋아지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밀실은 매우 추웠다. 이불 두 채를 감싸고 있어도 여전히 추웠다.피부는 말라서 쩍쩍 갈라졌으며, 상처도 가끔 가렵고 아팠다.암담한 생활에 시달린 낙청연은 곧 무너질 것 같았다.낙청연은 매일 그 창문을 들여다보곤 한다. 누구 잠깐이라도 이 창문을 열어줬으면 좋을 것 같았다.바깥 공기를 마시고, 빛을 볼 수 있게 말이다.그러나 없었다.이곳은 마치 사람들로부터 잊혀진 곳 같았다. 누구도 이곳에 사람이 갇혀 있다는 걸 기억하지 못했다.아니, 이미 사람이 아니다. 어찌나 시달림을 당했는지 사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낙청연은 늘 생각했다. 부진환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혹시 잠깐이라도 그녀를 생각한 적은 있는지?또 태상황의 건강은 어떠한지? 혹시 그녀의 처지를 아직 모르고 있는지?그러나 아무
“따라오너라.” 소유가 분부했다.지초는 잠깐 망설이더니, 소유를 따라갔다.소유 방에 도착하자, 소유는 서신 한 봉을 꺼내, 지초에게 주었다.지초는 의혹스러웠다. “이것은……”“이건 예전에, 왕야께서 너에게 분부한 일이다. 이 서신은, 왕야가 왕비께 쓴 것이다.”지초는 편지를 받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왕비 마마는 이미……”소유는 쉿 하더니 말했다. “왕비는 죽지 않았다.”“이 모든 건 왕야의 계획이다.”“내가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하였으니, 내일 아침 일찍, 왕비님을 모시고 왕부에서 나가 경도를 뜨거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거라.”“또한 이 서신은 반년이 지난 후 왕비 마마께 드리거라.”“할 수 있겠느냐?”지초는 몹시 놀랐으며, 또한 의혹을 느꼈다. “왕야는 무엇을 계획한 겁니까?”“그건 알 거 없고, 그저 분부대로 하면 된다. 넌 그저 이렇게 해야만 왕비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내가 말한 건 왕비에게 말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저 반년 후에 이 서신을 왕비께 드리면 된다.”“이것은 너희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알겠느냐?”지초는 귀담아들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리고 서신을 품속에 쑤셔서 넣었다.“그럼, 왕비 마마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내일 아침에 제가 어디로 가서 왕비 마마를 찾으면 됩니까?”소유가 손을 흔들자, 지초는 귀를 가까이 갖다 댔다.소유의 말을 들은 후, 지초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왕비가 줄곧 왕부에 계셨다니!“알겠습니다. 꼭 잘 처리하겠습니다.” 지초는 몹시 감격스러웠다.왕비께서 아직 살아 계시다니, 정말 너무 다행이다!지초는 즉시 정원으로 돌아와, 조용히 내일이 오기를 기다렸다.--깊은 밤.낙청연은 정신없이 잠을 자다가, 갑자기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낙청연은 벌떡 놀라서 깨어나 손을 내밀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찾아보니, 그 벽에 난 구멍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있었다.낙청연은 자리를 옮겨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구멍을 쳐다보았다.캄
낙청연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소리를 내지 않았다. 낙정은 한참 밖에 서 있더니, 발걸음을 옮겼다.그러나 방문은 열려 있었고, 낙청연은 바깥 하늘이 약간 밝아진 것을 보았다. 드디어 촛불의 불빛과 완전히 다른 한 줄기 빛이 보였다.그런데 이때, 낙청연은 뭔가 훨훨 타는 듯한 냄새를 맡았다.밖에서 가옥이 불에 훨훨 타오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불길은 아주 빠르게 번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낙청연은 짙은 연기 냄새를 맡았다.큰불은 이 건물을 집어삼키고 있었다.낙청연은 급히 이불을 적셔, 그 틈새들을 막아 짙은 연기가 밀려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부진환은 그녀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정원에 불이 나면 끄지 않을 수 없다.조금만 더 버티자! 큰불이 여기까지 번지지만 않는다면, 잠깐이면 이 불은 꺼질 것이다.그러나 이 불은 점점 더 맹렬 해졌다.왕부의 사람들이 곧 발견하고 즉시 불을 끄러 달려왔다.지초도 소식을 듣고 황급히 달려와, 정원에 이전과 똑같이 불이 난 것을 보고 당황했다.왕비가 아직 안에 계신다!그는 즉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물을 길어 불을 끄러 갔다.혼잡한 가운데, 낙정은 이미 몰래 숨어있었다. 누구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낙정은 낙청연이 나오기를 지키고 있었다.이번에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낙청연이 또 도망가게 두지 않을 것이다!“콜록, 콜록, 콜록……” 낙청연은 벽에 기대어 있었다. 틈새로 밀려 들어온 연기 냄새에 낙청연은 매우 괴로웠다.그러나 지금은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었다.이곳은 사면이 꽉 막힌 벽이었다. 목판으로 된 창구는 너무 작아서 아예 나갈 수가 없었다.낙청연은 다급히 아직도 잠을 자는 초경을 툭툭 쳤다. “일어나봐! 또 불이 났어. 지금 빨리 가거라, 아직 늦지 않다!”초경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혀를 늘름늘름하더니, 불이 난 것을 보고, 약간 화가 나서 말했다. “또 누구 내 꿈을 방해하는 거야?”밖에 불길이 좀 꺼지자, 지초는 과감하게 옷을 젖히고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통증은 물밀듯이 밀려왔다. 피비린 냄새가 또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다.“왜 그러느냐?” 초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괜찮다.” 낙청연은 억지로 몸을 지탱하여 일어났다. 더 괴로운 건 지금 눈부신 햇빛이었다.눈이 시려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왕비 마마, 왕비 마마!” 지초는 낙청연의 품속으로 달려가 눈물범벅이 되어 말했다. “왕비 마마, 괜찮으십니까?”“혼잡한 틈을 타 우리 빨리 이곳을 뜹시다.” 지초는 낙청연을 끌고 황급히 후문으로 도망쳤다.지초는 소유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았으니, 더 큰 일이 생기기 전에 왕비를 데리고 도망가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다들 왕비가 죽지 않은 걸 알게 되면, 왕비는 정말 도망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낙청연은 지초에게 끌려 후문으로 나갔다. 햇빛 때문에 낙청연은 눈이 시려 앞길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마차에 올라서야 조금 완화됐다.“왕비 마마, 어찌 우는 겁니까?” 지초는 다급히 손수건을 꺼냈다.곧바로 초경이 따라서 마차에 올랐다. “너희 집 왕비는 밀실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있어, 한순간 바깥의 빛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러는 거다.”이 말을 들은 지초는 다급히 상자 속에서 보따리를 꺼내더니, 검은색 넓은 두봉을 꺼내 낙청연에게 걸쳐주고 모자를 씌워주었다.여위고 허약한 그 모습은 넓은 두봉에 싸여, 더욱 수척해 보였다.“이렇게 빈틈없이 준비한 거야?” 낙청연은 상자 안의 물건을 보고 말했다.지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는 왕비 마마께서 이곳에 갇혀 있는 걸 알고, 줄곧 왕비 마마를 구해낼 기회를 기다렸습니다.”“우리 이번에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낙청연은 잠시 멍해 있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문발을 걷어 올리고 마지막으로 멀리서 다시 한번 섭정왕부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은 이미 전혀 미련이 남지 않았다.만회도 시도해보았고, 할 수 있는 건 이미 다 해봤다. 다만 이곳을 영원히 떠나려니, 마음은 약간 복잡했다.“어디로 갈 생각이냐?” 초경이
왕비는 갇혀 있는 동안, 대체 어떤 나날을 보낸 건가?밥을 먹고 나서, 낙청연은 약재를 지초에게 주면서, 주방으로 가서 약을 달여오라고 했다.그리고 낙청연은 침상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어렴풋이 낙청연은 아래층에서 몇 명 사내들이 전쟁에 대해 의논하는 소리를 들었다.낙청연은 얼핏 여국 대군과 서릉을 들은 것 같았다.그녀는 일어나 방문을 열고 복도에 나가 잠깐 들어보았다.“이렇게 오랫동안 싸웠는데, 아직도 결과가 없는 걸 보니, 섭정왕은 이번에 지는 거 아니요?”“그럴 리가 있겠소. 이건 대국사가 추산해낸 건데, 이번에 섭정왕이 무조건 승리한다고 했소!”“다만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를 뿐이요.”“말하고 보니, 이 대국사의 능력을 믿어도 되는 거요? 당초 섭정왕비와 비교도 안 되는구먼.”낙청연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알고 보니, 여국 대군은 아직도 퇴각하지 않았다.부진환은 뜻밖에 직접 서릉에 여국 대군을 대항하러 갔다. 보아하니 진심으로 낙정을 도와 조정의 지위를 확고 시켜려는 것 같다.그 둘은 어떻게 적에서 친구로 되었는지 모르겠다.설마 그 둘 사이에 그녀라는 공동의 원수가 있었기 때문인가?지초가 약을 달여 가져왔다. 낙청연은 약을 마신 후, 창가의 의자에 누워, 바깥에서 쏟아지는 햇빛을 느끼고 있었다.지초는 얇은 담요를 덮어주며 말했다. “왕비 마마, 요즘 날씨가 여전히 약간 추우니, 감기를 조심해야 합니다.”“알겠다.” 낙청연은 눈을 감고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바로 직시하지 않았지만, 그 밝은 광선은 여전히 낙청연의 눈을 약간 불편하게 했다.가슴과 복부에 은은한 통증이 몰려왔다.암흑천지인 밀실에서 나온 뒤로, 낙청연은 온몸에 크고 작은 잔병들이 많이 생긴 걸 느꼈다. 특히 진법이 파괴된 후, 반서도 따라왔다.낙청연도 자신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왕비 마마, 제가 근처에 가서 물건을 좀 사 오겠습니다. 저희 가는 길에 필요할 겁니다.” 지초는 더 잘 넘어가는 건
낙청연은 소매에서 부적을 꺼내 손끝으로 집어 들었다. 그렇게 부적은 순식간에 타오르며 짙은 서늘한 기운을 몰고 왔다.낙정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러자 타오르던 부적 사이에서 공간이 생겨나더니, 커다란 뱀 한 마리가 그 공간 사이에서 나타났다.커다란 뱀은 낙정을 향해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다.울부짖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낙정은 다급한 나머지 천명 나침반을 꺼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낙정은 방 밖으로 튕겨 나갔고, 들고 있던 천명 나침반도 바닥에 떨어졌다.낙정은 2층 밖으로 튕겨 나가 아래의 대청에 떨어져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분노하며 고개를 들고 방을 바라보다 입술을 꽉 깨물고 몸을 돌려 떠났다.낙청연이 그 뱀의 보호를 받고 있다니!하지만 마침 잘 됐다. 천명 나침반과 사담, 두 가지 모두 가져야 하니 말이다!방의 문은 다시 닫혔다.낙청연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천명 나침반을 주웠다. 드디어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천명 나침반은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낙정이 반드시 따라올 거라 예상하고 일부러 이곳에서 쉬며 낙정에게 손을 쓸 기회를 준 것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초와 초경이 돌아왔고, 낙청연은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즉시 그들을 불러 서릉으로 길을 떠났다.마차에서, 초경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있는데, 뭐가 무섭다고 이렇게 급히 길을 떠나느냐. 몸은 괜찮겠느냐?”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천명 나침반은 낙정이 어렵게 얻은 것이다. 낙정은 대국사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이기도 하지.”“그러니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서둘러 길을 떠나 될수록 낙정을 피하는 것이 좋겠구나. 사달이 나지 않게 말이다.”초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그렇게 가는 길 내내, 그들은 길을 재촉하며 저녁에만 멈춰 야외에서 쉬어갔다.천명 나침반을 가졌으니 낙청연은 이제 천명 나침반으로 수련하여 일월정화를 흡수해 몸을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