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는 갇혀 있는 동안, 대체 어떤 나날을 보낸 건가?밥을 먹고 나서, 낙청연은 약재를 지초에게 주면서, 주방으로 가서 약을 달여오라고 했다.그리고 낙청연은 침상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어렴풋이 낙청연은 아래층에서 몇 명 사내들이 전쟁에 대해 의논하는 소리를 들었다.낙청연은 얼핏 여국 대군과 서릉을 들은 것 같았다.그녀는 일어나 방문을 열고 복도에 나가 잠깐 들어보았다.“이렇게 오랫동안 싸웠는데, 아직도 결과가 없는 걸 보니, 섭정왕은 이번에 지는 거 아니요?”“그럴 리가 있겠소. 이건 대국사가 추산해낸 건데, 이번에 섭정왕이 무조건 승리한다고 했소!”“다만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를 뿐이요.”“말하고 보니, 이 대국사의 능력을 믿어도 되는 거요? 당초 섭정왕비와 비교도 안 되는구먼.”낙청연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알고 보니, 여국 대군은 아직도 퇴각하지 않았다.부진환은 뜻밖에 직접 서릉에 여국 대군을 대항하러 갔다. 보아하니 진심으로 낙정을 도와 조정의 지위를 확고 시켜려는 것 같다.그 둘은 어떻게 적에서 친구로 되었는지 모르겠다.설마 그 둘 사이에 그녀라는 공동의 원수가 있었기 때문인가?지초가 약을 달여 가져왔다. 낙청연은 약을 마신 후, 창가의 의자에 누워, 바깥에서 쏟아지는 햇빛을 느끼고 있었다.지초는 얇은 담요를 덮어주며 말했다. “왕비 마마, 요즘 날씨가 여전히 약간 추우니, 감기를 조심해야 합니다.”“알겠다.” 낙청연은 눈을 감고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바로 직시하지 않았지만, 그 밝은 광선은 여전히 낙청연의 눈을 약간 불편하게 했다.가슴과 복부에 은은한 통증이 몰려왔다.암흑천지인 밀실에서 나온 뒤로, 낙청연은 온몸에 크고 작은 잔병들이 많이 생긴 걸 느꼈다. 특히 진법이 파괴된 후, 반서도 따라왔다.낙청연도 자신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왕비 마마, 제가 근처에 가서 물건을 좀 사 오겠습니다. 저희 가는 길에 필요할 겁니다.” 지초는 더 잘 넘어가는 건
낙청연은 소매에서 부적을 꺼내 손끝으로 집어 들었다. 그렇게 부적은 순식간에 타오르며 짙은 서늘한 기운을 몰고 왔다.낙정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러자 타오르던 부적 사이에서 공간이 생겨나더니, 커다란 뱀 한 마리가 그 공간 사이에서 나타났다.커다란 뱀은 낙정을 향해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다.울부짖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낙정은 다급한 나머지 천명 나침반을 꺼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낙정은 방 밖으로 튕겨 나갔고, 들고 있던 천명 나침반도 바닥에 떨어졌다.낙정은 2층 밖으로 튕겨 나가 아래의 대청에 떨어져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분노하며 고개를 들고 방을 바라보다 입술을 꽉 깨물고 몸을 돌려 떠났다.낙청연이 그 뱀의 보호를 받고 있다니!하지만 마침 잘 됐다. 천명 나침반과 사담, 두 가지 모두 가져야 하니 말이다!방의 문은 다시 닫혔다.낙청연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천명 나침반을 주웠다. 드디어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천명 나침반은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낙정이 반드시 따라올 거라 예상하고 일부러 이곳에서 쉬며 낙정에게 손을 쓸 기회를 준 것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초와 초경이 돌아왔고, 낙청연은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즉시 그들을 불러 서릉으로 길을 떠났다.마차에서, 초경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있는데, 뭐가 무섭다고 이렇게 급히 길을 떠나느냐. 몸은 괜찮겠느냐?”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천명 나침반은 낙정이 어렵게 얻은 것이다. 낙정은 대국사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이기도 하지.”“그러니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서둘러 길을 떠나 될수록 낙정을 피하는 것이 좋겠구나. 사달이 나지 않게 말이다.”초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그렇게 가는 길 내내, 그들은 길을 재촉하며 저녁에만 멈춰 야외에서 쉬어갔다.천명 나침반을 가졌으니 낙청연은 이제 천명 나침반으로 수련하여 일월정화를 흡수해 몸을 회복할 수 있다
낙정은 팔을 들어 약가루를 초경의 얼굴에 뿌렸다.순간, 초경은 눈앞이 어지러워졌다.“너!” 초경은 품에 안고 있던 낙정을 내팽개쳤다.낙정은 경공으로 가볍게 착지하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초경을 바라보았다.“역시 이 계집의 모습을 해야 널 속일 수 있구나.”“진소한은 분명 송천초로 널 위협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내 계획을 계속 망쳤지. 멍청하긴!”“그러니 오늘, 내가 직접 네 사담을 뽑아낼 것이다!”“널 해결하고, 낙청연을 해결하면 되겠구나.”이 말을 들은 초경은 안색이 어두워졌다.낙청연이 위험한 모양이다!초경은 더는 상대하지 않고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땅에 은은한 금빛이 스쳐 지나갔고, 금빛의 진법이 초경 발밑에 있었다.초경은 진법에 갇힌 것이다!낙정은 천천히 다가오며 서늘하게 웃었다.“내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 것 같으냐?”“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낙정은 피에 굶주린 듯한 눈빛으로 긴 검을 들고 다가왔다.낙정은 초경의 사담을 뽑아내려는 것이다!그러면 상처가 회복될 뿐만 아니라, 공력도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같은 시각.낙청연은 거리를 거닐며 진법의 근원을 찾고 있었다. 은은한 느낌을 보니, 이 마을에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주위에 사람이 너무 많아 그 기운을 뒤덮은 것 같았다.바로 그때.앞쪽의 인파 속에서 익숙한 그림자가 다가왔다.낙청연은 숨이 탁 막히더니 깜짝 놀라 제자리에 멈춰 섰다.부진환!부진환은 낙청연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고는 낙청연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본왕과 함께 돌아가자!”낙청연은 그렇게 부진환에게 끌려갔다.몇 걸음 지나지 않아, 낙청연은 부진환의 손을 뿌리치며 서늘한 눈빛으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또 가두려시려고 그럽니까? 죽을 때까지?”부진환은 어두운 눈빛으로 서늘하게 말했다.“낙청연, 넌 네 어머니의 죗값을 치러야 한다. 목숨을 살려두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말이다!”그 서늘한 어투에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
낙청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서늘한 눈빛으로 손에 든 비수를 꽉 쥐었다.“감금된 채 평생을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이렇게 된 이상, 왕야와 저는 이제 원수입니다.”“그러니 명령하는 어투로 이래라저래라하지 마십시오.”“저 낙청연은, 이제 당신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란 말입니다!”말을 마친 낙청연은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비수로 잘려버려 공중에 내던졌다.“제가 직접 우리를 이어놓은 선을 잘랐으니, 이제부터는 남남입니다.”“계속 저를 괴롭힌다면, 망설임 없이 죽여버릴 겁니다.”어두운 밤, 낙청연의 눈빛은 유난히 차가워 보였다.그 낯선 눈빛은 마치 남남을 보는 듯했으며, 그때의 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낙청연은 이 검으로 모든 미련을 끊어버린 것이다.앞으로는 절대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발걸음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앞으로 달려들어 낙청연의 어깨를 덥석 잡으며 목을 조르려고 했다.맹렬한 기세에 낙청연은 긴장하며 모든 힘을 다해 피했다.지금의 몸으로는 부진환의 상대가 아니니 꾀를 부릴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뒤로 물러서며 긴장한 마음으로 부진환의 공격을 피했다.그렇게 낙청연은 노점 자리 뒤쪽에 몸을 숨겼다.둘의 싸우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거리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피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피해 들어가 거리 전체가 텅 비었다.낙청연에게 더 많은 공간을 벌어준 셈이다.하지만 지금 낙청연의 몸은 허약했다. 커다란 검정 도포 아래 연약한 몸을 숨겼으니, 딱 봐도 부진환의 상대가 아니었다.몇 번 피하고 나니, 낙청연은 결국 부진환에게 잡히고 말았다.“그만하고, 어서 돌아가자.” 부진환은 목소리를 낮추어 달래는 듯했다.하지만 낙청연도 더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너무 아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그만……”“따라가겠습니다.”낙청연은 입술을 꽉 깨물며 꾹 참고 억울한 어투로 말했다.부진환은 그제야 낙청연을 풀어주더니 팔을 잡고 앞으
그러고는 낙정 앞을 막아선 채, 낙정과 싸우기 시작했다.여러 차례 싸운 결과, 조금은 뒤처졌지만 낙정을 막을 순 있었다.낙청연은 천명 나침반을 들고 초경의 위치를 찾았다.격렬한 교전을 본 낙청연은 깜짝 놀라 곧바로 달려갔다.그러고는 진법을 파괴해 초경을 풀어줬다.낙정은 낙청연을 보자 정신이 팔려 낙운희의 공격에 멀리 밀려났다.낙정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말했다.“낙청연, 당신!”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낙정을 바라보았다.“네 진법은, 아직 좀 약하구나.”“내가 한 수 가르쳐주겠다.”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천명 나침반을 꺼내며 말했다.“팔방혈살!”금빛 진법이 나타나 공중에 퍼지더니 점점 커져 낙정을 감쌌다.이제 낙정은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가 없다.낙정은 손을 펼쳐 가늘고 긴 핏발이 머리 위의 진법에 흡수되는 모습을 보았다.그리고 이 핏발이 자신의 혈액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낙정은 깜짝 놀랐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낙정을 바라보았다.“7일 뒤면, 넌 마른 시체가 되어 있을 거다.”“동문의 정을 생각해 살려주려 했지만, 네가 계속 쫓아다니며 괴롭힌 것이다.”“천명 나침반을 가지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천명 나침반의 진법에 죽으면 네 소원을 이룰 수 있겠구나.”팔방혈살, 이건 살인의 진법이으로금기의 진법인데 그 이유는 자신에게도 피해가 크게 돌아오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미 허약해진 몸, 피해가 크더라도 낙청연은 상관없었다.이 진법은 매우 잔인했다.7일 동안, 진법은 사람의 피와 정기를 빨아들여 마른 시체로 만든다.지나가는 사람은 낙정을 볼 수 있지만, 진법을 볼 수는 없다.그러기에 낙정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낙청연! 풀어주십시오!”낙청연은 경멸의 눈빛으로 낙정을 바라보았다.“풀어달라고 명령하는 것이냐? 지금은 무릎을 꿇고 빌어도 소용없다.”낙청연의 눈길은 죽음으로 가득했다.말을 마친 낙청연은 차갑게 몸을 돌려 떠났다.마침 지초가 물건을 가득 들고 찾
”어머니…… 다시는 저를 버리시면 안 됩니다. 앞으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마다 저는 따라다닐 겁니다!”이 말을 듣고, 지초는 경악했다.초경은 의아한 듯 눈썹을 들썩이었다.“언제 이렇게 큰아들이 있었느냐?”이 목소리는 낙청연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였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냥…… 갑자기 생겼다……”말을 끝내고, 낙청연은 낙운희를 쳐다보았다. “지금 너의 무공 실력은 어떠하냐? 철추가 필요 없느냐?”낙운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이미 많이 강해졌습니다. 언니를 지키기에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철추는 이제 당신을 따라가도 될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응했다. “알겠다. 그럼, 서릉에 도착한 후 내가 방법을 생각하여 그를 빼내겠다.”--낙정은 진법속에 갇혀, 필사적으로 밖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도망갈 수 없었다.이 진법은 낙정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가두었다.온몸의 핏줄기가 줄줄이 이 진법에 흡수되어 가는 것을 보며 낙정은 강렬한 공포를 느꼈다.이곳에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그녀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드디어 날이 어슴푸레 밝을 때, 어떤 사람이 이곳을 지나가고 있었다.낙정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힘없이 땅에 엎드려 손을 뻗으며 말했다. “살, 살, 살려주세요……”괭이를 둘러메고 가던 남자는 살짝 놀라 하며, 몸을 쭈그리고 앉아 물었다. “낭자, 괜찮소? 의원이 필요하오?”낙정은 그 사내가 이미 진법 범위내에 들어선 걸 보고 몹시 격동 되어 다급히 말했다. “오라버니, 저를 좀 부축해주세요.”남자는 괭이를 내려놓고, 낙정을 땅 위에서 부축하여 일으키더니, 그녀를 데리고 마을 의원에게 찾아가려고 했다.그러나 진법 범위를 지나갈 때, 낙정은 진법에 호되게 부딪혀 되돌아갔다.그는 호되게 땅에 넘어졌다.남자는 깜짝 놀랐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갑자기 날라가다니!남자는 순간 갑자기 무서웠다. 그는 다급히 말했다. “낭자, 걸을 수 있으니, 혼자 마을 의관에 찾아가시오. 나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소.”
양측 군대의 교전은 중단되었고 대치 상태가 지속됐다.침서는 부진환을 죽이고 싶었지만 자기 사람들을 그냥 죽게 놔둘 생각은 없었다.작전 전략으로 말하자면 침서조차도 부진환이 강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부진환을 죽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래서 일단 휴전한 뒤 방법을 찾아 볼 생각이었다.최근 그는 변장한 모습으로 서릉에 침투해 이것저것 알아봤고 서릉의 방어 병력을 관찰했다.하지만 서릉 전체의 방어 병력 배치는 아주 괴상했다. 사람이 어디 있는지, 어디 병력이 강한지, 어디 병력이 약한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부진환의 종적도 찾기 힘들었다.침서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서릉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처럼 높은 실력을 갖춘 사람은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는 부진환이 어느 곳에 숨어있는지조차 알아낼 수 없었다.주둔하고 있는 진영은 적지 않지만 침서는 그것이 모두 허상이라는 걸 간파했다. 그것들은 전부 그를 현혹하기 위한 허상이었다.그날 침서는 평소처럼 서릉을 누비며 이곳저곳 살피다가 서신 한 통을 받았다.서신에 적힌 내용을 확인한 순간 침서의 안색이 돌변했다.그는 이내 말을 타고 떠났다.-꽃샘추위로 낙청연은 가는 길 내내 기침했고 그로 인해 대열은 여러 차례 멈춰야 했다.낙운희는 그녀를 위해 특별히 먼 곳으로 가서 현지의 명의를 데려와 낙청연을 진맥하게 했다.낙청연의 맥을 짚은 의원은 흐려진 안색으로 연신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낙운희는 바짝 긴장했다.“우리 아씨 상태는 어떻소? 약 좀 처방해 주시오. 약재가 없다면 내가 가서 찾겠소.”의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이젠 무슨 약을 쓰든 소용없소.”“이 낭자는 몸이 아주 허약하오. 마치 얇은 종잇장처럼 언제든 찢어질 수 있소. 무슨 일을 겪었길래 몸이 이 지경이 된 건지, 참.”“유산한 적도 있겠지? 그때 왜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오? 병이 뿌리를 내려 이제는 완치가 어렵게 됐소.”의원은 침상 위에 창백한 얼굴로
“괜히 그리워하지 말고.”그 말에 낙운희는 마음이 아렸다.가면 아래 낙운희의 눈시울은 붉었고 눈동자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그녀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입을 뻐끔거리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뒤이어 낙운희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방에서 나갔다.그리고 아무도 없을 때 벽에 기댄 채로 울음을 터뜨렸다.왜 그녀의 가족은 다들 한 명 한 명 떠나는 걸까?침상에 기댄 낙청연은 생각이 복잡했다. 그녀는 본인의 말이 잔인했음을 알지만 길게 아플 바에야 짧게 아픈 게 나았다.어쩌면 앞으로 목숨을 건질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때 가서 얘기하면 그만이었다. 어쩌면 뜻밖의 기쁨이 될지도 모른다.약을 마신 뒤 낙청연은 반나절을 쉬었고 그 뒤에야 다시 서릉으로 떠나는 길에 올랐다.그들의 속도는 아주 느렸다. 낙청연의 몸은 장거리 이동을 견딜 수 없었기에 자주 쉬어야 했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달빛이 좋을 때 가끔 천명 나침반으로 수련하기도 했다. 그녀에게 흡수된 힘은 몸의 피로를 말끔히 씻겨줬다.그들은 거의 보름 만에 서릉에 도착할 수 있었다.그리고 침서는 이미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서릉에 도착하는 그날, 낙청연 일행은 잠시 객잔에 머물렀다. 그리고 초경은 즉시 송천초를 찾으러 갔다.그래서 그들은 헤어지게 됐다.낙청연은 낙운희도 돌아갈 때가 됐다고 생각해 지초에게 물건을 사 오라고 했고 직접 옥패를 조각했다.그녀는 철추의 혼백을 옥패 안에 넣어두었다.모든 걸 마치니 낙운희는 오히려 기분이 가라앉았다.“앞으로 무슨 소식이 생긴다면 저희에게 서신을 써주세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돌아가거라. 갈 길이 멀 테니 꼭 조심하고.”낙청연은 말하면서 약병 하나를 낙운희에게 건넸다.“엄씨 가문은 사라졌으니 넌 앞으로 가면을 벗고 떳떳하게 지낼 수 있다. 이건 네 목소리를 치료하는 약이다.”“3일에 한 알씩, 보름 동안 먹으면 회복될 것이다.”낙운희는 살짝 감동했다. 그녀는 약을 건네받았다. 낙청연은 본인 몸도 좋지 않은데 그녀를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