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는 갇혀 있는 동안, 대체 어떤 나날을 보낸 건가?밥을 먹고 나서, 낙청연은 약재를 지초에게 주면서, 주방으로 가서 약을 달여오라고 했다.그리고 낙청연은 침상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어렴풋이 낙청연은 아래층에서 몇 명 사내들이 전쟁에 대해 의논하는 소리를 들었다.낙청연은 얼핏 여국 대군과 서릉을 들은 것 같았다.그녀는 일어나 방문을 열고 복도에 나가 잠깐 들어보았다.“이렇게 오랫동안 싸웠는데, 아직도 결과가 없는 걸 보니, 섭정왕은 이번에 지는 거 아니요?”“그럴 리가 있겠소. 이건 대국사가 추산해낸 건데, 이번에 섭정왕이 무조건 승리한다고 했소!”“다만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를 뿐이요.”“말하고 보니, 이 대국사의 능력을 믿어도 되는 거요? 당초 섭정왕비와 비교도 안 되는구먼.”낙청연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알고 보니, 여국 대군은 아직도 퇴각하지 않았다.부진환은 뜻밖에 직접 서릉에 여국 대군을 대항하러 갔다. 보아하니 진심으로 낙정을 도와 조정의 지위를 확고 시켜려는 것 같다.그 둘은 어떻게 적에서 친구로 되었는지 모르겠다.설마 그 둘 사이에 그녀라는 공동의 원수가 있었기 때문인가?지초가 약을 달여 가져왔다. 낙청연은 약을 마신 후, 창가의 의자에 누워, 바깥에서 쏟아지는 햇빛을 느끼고 있었다.지초는 얇은 담요를 덮어주며 말했다. “왕비 마마, 요즘 날씨가 여전히 약간 추우니, 감기를 조심해야 합니다.”“알겠다.” 낙청연은 눈을 감고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바로 직시하지 않았지만, 그 밝은 광선은 여전히 낙청연의 눈을 약간 불편하게 했다.가슴과 복부에 은은한 통증이 몰려왔다.암흑천지인 밀실에서 나온 뒤로, 낙청연은 온몸에 크고 작은 잔병들이 많이 생긴 걸 느꼈다. 특히 진법이 파괴된 후, 반서도 따라왔다.낙청연도 자신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왕비 마마, 제가 근처에 가서 물건을 좀 사 오겠습니다. 저희 가는 길에 필요할 겁니다.” 지초는 더 잘 넘어가는 건
낙청연은 소매에서 부적을 꺼내 손끝으로 집어 들었다. 그렇게 부적은 순식간에 타오르며 짙은 서늘한 기운을 몰고 왔다.낙정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러자 타오르던 부적 사이에서 공간이 생겨나더니, 커다란 뱀 한 마리가 그 공간 사이에서 나타났다.커다란 뱀은 낙정을 향해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다.울부짖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낙정은 다급한 나머지 천명 나침반을 꺼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낙정은 방 밖으로 튕겨 나갔고, 들고 있던 천명 나침반도 바닥에 떨어졌다.낙정은 2층 밖으로 튕겨 나가 아래의 대청에 떨어져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분노하며 고개를 들고 방을 바라보다 입술을 꽉 깨물고 몸을 돌려 떠났다.낙청연이 그 뱀의 보호를 받고 있다니!하지만 마침 잘 됐다. 천명 나침반과 사담, 두 가지 모두 가져야 하니 말이다!방의 문은 다시 닫혔다.낙청연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천명 나침반을 주웠다. 드디어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천명 나침반은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낙정이 반드시 따라올 거라 예상하고 일부러 이곳에서 쉬며 낙정에게 손을 쓸 기회를 준 것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초와 초경이 돌아왔고, 낙청연은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즉시 그들을 불러 서릉으로 길을 떠났다.마차에서, 초경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있는데, 뭐가 무섭다고 이렇게 급히 길을 떠나느냐. 몸은 괜찮겠느냐?”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천명 나침반은 낙정이 어렵게 얻은 것이다. 낙정은 대국사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이기도 하지.”“그러니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서둘러 길을 떠나 될수록 낙정을 피하는 것이 좋겠구나. 사달이 나지 않게 말이다.”초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그렇게 가는 길 내내, 그들은 길을 재촉하며 저녁에만 멈춰 야외에서 쉬어갔다.천명 나침반을 가졌으니 낙청연은 이제 천명 나침반으로 수련하여 일월정화를 흡수해 몸을 회복할 수 있다
낙정은 팔을 들어 약가루를 초경의 얼굴에 뿌렸다.순간, 초경은 눈앞이 어지러워졌다.“너!” 초경은 품에 안고 있던 낙정을 내팽개쳤다.낙정은 경공으로 가볍게 착지하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초경을 바라보았다.“역시 이 계집의 모습을 해야 널 속일 수 있구나.”“진소한은 분명 송천초로 널 위협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내 계획을 계속 망쳤지. 멍청하긴!”“그러니 오늘, 내가 직접 네 사담을 뽑아낼 것이다!”“널 해결하고, 낙청연을 해결하면 되겠구나.”이 말을 들은 초경은 안색이 어두워졌다.낙청연이 위험한 모양이다!초경은 더는 상대하지 않고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땅에 은은한 금빛이 스쳐 지나갔고, 금빛의 진법이 초경 발밑에 있었다.초경은 진법에 갇힌 것이다!낙정은 천천히 다가오며 서늘하게 웃었다.“내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 것 같으냐?”“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낙정은 피에 굶주린 듯한 눈빛으로 긴 검을 들고 다가왔다.낙정은 초경의 사담을 뽑아내려는 것이다!그러면 상처가 회복될 뿐만 아니라, 공력도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같은 시각.낙청연은 거리를 거닐며 진법의 근원을 찾고 있었다. 은은한 느낌을 보니, 이 마을에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주위에 사람이 너무 많아 그 기운을 뒤덮은 것 같았다.바로 그때.앞쪽의 인파 속에서 익숙한 그림자가 다가왔다.낙청연은 숨이 탁 막히더니 깜짝 놀라 제자리에 멈춰 섰다.부진환!부진환은 낙청연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고는 낙청연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본왕과 함께 돌아가자!”낙청연은 그렇게 부진환에게 끌려갔다.몇 걸음 지나지 않아, 낙청연은 부진환의 손을 뿌리치며 서늘한 눈빛으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또 가두려시려고 그럽니까? 죽을 때까지?”부진환은 어두운 눈빛으로 서늘하게 말했다.“낙청연, 넌 네 어머니의 죗값을 치러야 한다. 목숨을 살려두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말이다!”그 서늘한 어투에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
낙청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서늘한 눈빛으로 손에 든 비수를 꽉 쥐었다.“감금된 채 평생을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이렇게 된 이상, 왕야와 저는 이제 원수입니다.”“그러니 명령하는 어투로 이래라저래라하지 마십시오.”“저 낙청연은, 이제 당신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란 말입니다!”말을 마친 낙청연은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비수로 잘려버려 공중에 내던졌다.“제가 직접 우리를 이어놓은 선을 잘랐으니, 이제부터는 남남입니다.”“계속 저를 괴롭힌다면, 망설임 없이 죽여버릴 겁니다.”어두운 밤, 낙청연의 눈빛은 유난히 차가워 보였다.그 낯선 눈빛은 마치 남남을 보는 듯했으며, 그때의 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낙청연은 이 검으로 모든 미련을 끊어버린 것이다.앞으로는 절대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발걸음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앞으로 달려들어 낙청연의 어깨를 덥석 잡으며 목을 조르려고 했다.맹렬한 기세에 낙청연은 긴장하며 모든 힘을 다해 피했다.지금의 몸으로는 부진환의 상대가 아니니 꾀를 부릴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뒤로 물러서며 긴장한 마음으로 부진환의 공격을 피했다.그렇게 낙청연은 노점 자리 뒤쪽에 몸을 숨겼다.둘의 싸우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거리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피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피해 들어가 거리 전체가 텅 비었다.낙청연에게 더 많은 공간을 벌어준 셈이다.하지만 지금 낙청연의 몸은 허약했다. 커다란 검정 도포 아래 연약한 몸을 숨겼으니, 딱 봐도 부진환의 상대가 아니었다.몇 번 피하고 나니, 낙청연은 결국 부진환에게 잡히고 말았다.“그만하고, 어서 돌아가자.” 부진환은 목소리를 낮추어 달래는 듯했다.하지만 낙청연도 더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너무 아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그만……”“따라가겠습니다.”낙청연은 입술을 꽉 깨물며 꾹 참고 억울한 어투로 말했다.부진환은 그제야 낙청연을 풀어주더니 팔을 잡고 앞으
그러고는 낙정 앞을 막아선 채, 낙정과 싸우기 시작했다.여러 차례 싸운 결과, 조금은 뒤처졌지만 낙정을 막을 순 있었다.낙청연은 천명 나침반을 들고 초경의 위치를 찾았다.격렬한 교전을 본 낙청연은 깜짝 놀라 곧바로 달려갔다.그러고는 진법을 파괴해 초경을 풀어줬다.낙정은 낙청연을 보자 정신이 팔려 낙운희의 공격에 멀리 밀려났다.낙정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말했다.“낙청연, 당신!”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낙정을 바라보았다.“네 진법은, 아직 좀 약하구나.”“내가 한 수 가르쳐주겠다.”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천명 나침반을 꺼내며 말했다.“팔방혈살!”금빛 진법이 나타나 공중에 퍼지더니 점점 커져 낙정을 감쌌다.이제 낙정은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가 없다.낙정은 손을 펼쳐 가늘고 긴 핏발이 머리 위의 진법에 흡수되는 모습을 보았다.그리고 이 핏발이 자신의 혈액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낙정은 깜짝 놀랐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낙정을 바라보았다.“7일 뒤면, 넌 마른 시체가 되어 있을 거다.”“동문의 정을 생각해 살려주려 했지만, 네가 계속 쫓아다니며 괴롭힌 것이다.”“천명 나침반을 가지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천명 나침반의 진법에 죽으면 네 소원을 이룰 수 있겠구나.”팔방혈살, 이건 살인의 진법이으로금기의 진법인데 그 이유는 자신에게도 피해가 크게 돌아오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미 허약해진 몸, 피해가 크더라도 낙청연은 상관없었다.이 진법은 매우 잔인했다.7일 동안, 진법은 사람의 피와 정기를 빨아들여 마른 시체로 만든다.지나가는 사람은 낙정을 볼 수 있지만, 진법을 볼 수는 없다.그러기에 낙정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낙청연! 풀어주십시오!”낙청연은 경멸의 눈빛으로 낙정을 바라보았다.“풀어달라고 명령하는 것이냐? 지금은 무릎을 꿇고 빌어도 소용없다.”낙청연의 눈길은 죽음으로 가득했다.말을 마친 낙청연은 차갑게 몸을 돌려 떠났다.마침 지초가 물건을 가득 들고 찾
”어머니…… 다시는 저를 버리시면 안 됩니다. 앞으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마다 저는 따라다닐 겁니다!”이 말을 듣고, 지초는 경악했다.초경은 의아한 듯 눈썹을 들썩이었다.“언제 이렇게 큰아들이 있었느냐?”이 목소리는 낙청연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였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냥…… 갑자기 생겼다……”말을 끝내고, 낙청연은 낙운희를 쳐다보았다. “지금 너의 무공 실력은 어떠하냐? 철추가 필요 없느냐?”낙운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이미 많이 강해졌습니다. 언니를 지키기에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철추는 이제 당신을 따라가도 될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응했다. “알겠다. 그럼, 서릉에 도착한 후 내가 방법을 생각하여 그를 빼내겠다.”--낙정은 진법속에 갇혀, 필사적으로 밖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도망갈 수 없었다.이 진법은 낙정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가두었다.온몸의 핏줄기가 줄줄이 이 진법에 흡수되어 가는 것을 보며 낙정은 강렬한 공포를 느꼈다.이곳에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그녀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드디어 날이 어슴푸레 밝을 때, 어떤 사람이 이곳을 지나가고 있었다.낙정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힘없이 땅에 엎드려 손을 뻗으며 말했다. “살, 살, 살려주세요……”괭이를 둘러메고 가던 남자는 살짝 놀라 하며, 몸을 쭈그리고 앉아 물었다. “낭자, 괜찮소? 의원이 필요하오?”낙정은 그 사내가 이미 진법 범위내에 들어선 걸 보고 몹시 격동 되어 다급히 말했다. “오라버니, 저를 좀 부축해주세요.”남자는 괭이를 내려놓고, 낙정을 땅 위에서 부축하여 일으키더니, 그녀를 데리고 마을 의원에게 찾아가려고 했다.그러나 진법 범위를 지나갈 때, 낙정은 진법에 호되게 부딪혀 되돌아갔다.그는 호되게 땅에 넘어졌다.남자는 깜짝 놀랐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갑자기 날라가다니!남자는 순간 갑자기 무서웠다. 그는 다급히 말했다. “낭자, 걸을 수 있으니, 혼자 마을 의관에 찾아가시오. 나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소.”
양측 군대의 교전은 중단되었고 대치 상태가 지속됐다.침서는 부진환을 죽이고 싶었지만 자기 사람들을 그냥 죽게 놔둘 생각은 없었다.작전 전략으로 말하자면 침서조차도 부진환이 강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부진환을 죽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래서 일단 휴전한 뒤 방법을 찾아 볼 생각이었다.최근 그는 변장한 모습으로 서릉에 침투해 이것저것 알아봤고 서릉의 방어 병력을 관찰했다.하지만 서릉 전체의 방어 병력 배치는 아주 괴상했다. 사람이 어디 있는지, 어디 병력이 강한지, 어디 병력이 약한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부진환의 종적도 찾기 힘들었다.침서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서릉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처럼 높은 실력을 갖춘 사람은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는 부진환이 어느 곳에 숨어있는지조차 알아낼 수 없었다.주둔하고 있는 진영은 적지 않지만 침서는 그것이 모두 허상이라는 걸 간파했다. 그것들은 전부 그를 현혹하기 위한 허상이었다.그날 침서는 평소처럼 서릉을 누비며 이곳저곳 살피다가 서신 한 통을 받았다.서신에 적힌 내용을 확인한 순간 침서의 안색이 돌변했다.그는 이내 말을 타고 떠났다.-꽃샘추위로 낙청연은 가는 길 내내 기침했고 그로 인해 대열은 여러 차례 멈춰야 했다.낙운희는 그녀를 위해 특별히 먼 곳으로 가서 현지의 명의를 데려와 낙청연을 진맥하게 했다.낙청연의 맥을 짚은 의원은 흐려진 안색으로 연신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낙운희는 바짝 긴장했다.“우리 아씨 상태는 어떻소? 약 좀 처방해 주시오. 약재가 없다면 내가 가서 찾겠소.”의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이젠 무슨 약을 쓰든 소용없소.”“이 낭자는 몸이 아주 허약하오. 마치 얇은 종잇장처럼 언제든 찢어질 수 있소. 무슨 일을 겪었길래 몸이 이 지경이 된 건지, 참.”“유산한 적도 있겠지? 그때 왜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오? 병이 뿌리를 내려 이제는 완치가 어렵게 됐소.”의원은 침상 위에 창백한 얼굴로
“괜히 그리워하지 말고.”그 말에 낙운희는 마음이 아렸다.가면 아래 낙운희의 눈시울은 붉었고 눈동자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그녀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입을 뻐끔거리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뒤이어 낙운희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방에서 나갔다.그리고 아무도 없을 때 벽에 기댄 채로 울음을 터뜨렸다.왜 그녀의 가족은 다들 한 명 한 명 떠나는 걸까?침상에 기댄 낙청연은 생각이 복잡했다. 그녀는 본인의 말이 잔인했음을 알지만 길게 아플 바에야 짧게 아픈 게 나았다.어쩌면 앞으로 목숨을 건질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때 가서 얘기하면 그만이었다. 어쩌면 뜻밖의 기쁨이 될지도 모른다.약을 마신 뒤 낙청연은 반나절을 쉬었고 그 뒤에야 다시 서릉으로 떠나는 길에 올랐다.그들의 속도는 아주 느렸다. 낙청연의 몸은 장거리 이동을 견딜 수 없었기에 자주 쉬어야 했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달빛이 좋을 때 가끔 천명 나침반으로 수련하기도 했다. 그녀에게 흡수된 힘은 몸의 피로를 말끔히 씻겨줬다.그들은 거의 보름 만에 서릉에 도착할 수 있었다.그리고 침서는 이미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서릉에 도착하는 그날, 낙청연 일행은 잠시 객잔에 머물렀다. 그리고 초경은 즉시 송천초를 찾으러 갔다.그래서 그들은 헤어지게 됐다.낙청연은 낙운희도 돌아갈 때가 됐다고 생각해 지초에게 물건을 사 오라고 했고 직접 옥패를 조각했다.그녀는 철추의 혼백을 옥패 안에 넣어두었다.모든 걸 마치니 낙운희는 오히려 기분이 가라앉았다.“앞으로 무슨 소식이 생긴다면 저희에게 서신을 써주세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돌아가거라. 갈 길이 멀 테니 꼭 조심하고.”낙청연은 말하면서 약병 하나를 낙운희에게 건넸다.“엄씨 가문은 사라졌으니 넌 앞으로 가면을 벗고 떳떳하게 지낼 수 있다. 이건 네 목소리를 치료하는 약이다.”“3일에 한 알씩, 보름 동안 먹으면 회복될 것이다.”낙운희는 살짝 감동했다. 그녀는 약을 건네받았다. 낙청연은 본인 몸도 좋지 않은데 그녀를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