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서늘한 눈빛으로 손에 든 비수를 꽉 쥐었다.“감금된 채 평생을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이렇게 된 이상, 왕야와 저는 이제 원수입니다.”“그러니 명령하는 어투로 이래라저래라하지 마십시오.”“저 낙청연은, 이제 당신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란 말입니다!”말을 마친 낙청연은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비수로 잘려버려 공중에 내던졌다.“제가 직접 우리를 이어놓은 선을 잘랐으니, 이제부터는 남남입니다.”“계속 저를 괴롭힌다면, 망설임 없이 죽여버릴 겁니다.”어두운 밤, 낙청연의 눈빛은 유난히 차가워 보였다.그 낯선 눈빛은 마치 남남을 보는 듯했으며, 그때의 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낙청연은 이 검으로 모든 미련을 끊어버린 것이다.앞으로는 절대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발걸음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앞으로 달려들어 낙청연의 어깨를 덥석 잡으며 목을 조르려고 했다.맹렬한 기세에 낙청연은 긴장하며 모든 힘을 다해 피했다.지금의 몸으로는 부진환의 상대가 아니니 꾀를 부릴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뒤로 물러서며 긴장한 마음으로 부진환의 공격을 피했다.그렇게 낙청연은 노점 자리 뒤쪽에 몸을 숨겼다.둘의 싸우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거리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피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피해 들어가 거리 전체가 텅 비었다.낙청연에게 더 많은 공간을 벌어준 셈이다.하지만 지금 낙청연의 몸은 허약했다. 커다란 검정 도포 아래 연약한 몸을 숨겼으니, 딱 봐도 부진환의 상대가 아니었다.몇 번 피하고 나니, 낙청연은 결국 부진환에게 잡히고 말았다.“그만하고, 어서 돌아가자.” 부진환은 목소리를 낮추어 달래는 듯했다.하지만 낙청연도 더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너무 아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그만……”“따라가겠습니다.”낙청연은 입술을 꽉 깨물며 꾹 참고 억울한 어투로 말했다.부진환은 그제야 낙청연을 풀어주더니 팔을 잡고 앞으
그러고는 낙정 앞을 막아선 채, 낙정과 싸우기 시작했다.여러 차례 싸운 결과, 조금은 뒤처졌지만 낙정을 막을 순 있었다.낙청연은 천명 나침반을 들고 초경의 위치를 찾았다.격렬한 교전을 본 낙청연은 깜짝 놀라 곧바로 달려갔다.그러고는 진법을 파괴해 초경을 풀어줬다.낙정은 낙청연을 보자 정신이 팔려 낙운희의 공격에 멀리 밀려났다.낙정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말했다.“낙청연, 당신!”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낙정을 바라보았다.“네 진법은, 아직 좀 약하구나.”“내가 한 수 가르쳐주겠다.”낙청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천명 나침반을 꺼내며 말했다.“팔방혈살!”금빛 진법이 나타나 공중에 퍼지더니 점점 커져 낙정을 감쌌다.이제 낙정은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가 없다.낙정은 손을 펼쳐 가늘고 긴 핏발이 머리 위의 진법에 흡수되는 모습을 보았다.그리고 이 핏발이 자신의 혈액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낙정은 깜짝 놀랐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낙정을 바라보았다.“7일 뒤면, 넌 마른 시체가 되어 있을 거다.”“동문의 정을 생각해 살려주려 했지만, 네가 계속 쫓아다니며 괴롭힌 것이다.”“천명 나침반을 가지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천명 나침반의 진법에 죽으면 네 소원을 이룰 수 있겠구나.”팔방혈살, 이건 살인의 진법이으로금기의 진법인데 그 이유는 자신에게도 피해가 크게 돌아오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미 허약해진 몸, 피해가 크더라도 낙청연은 상관없었다.이 진법은 매우 잔인했다.7일 동안, 진법은 사람의 피와 정기를 빨아들여 마른 시체로 만든다.지나가는 사람은 낙정을 볼 수 있지만, 진법을 볼 수는 없다.그러기에 낙정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낙청연! 풀어주십시오!”낙청연은 경멸의 눈빛으로 낙정을 바라보았다.“풀어달라고 명령하는 것이냐? 지금은 무릎을 꿇고 빌어도 소용없다.”낙청연의 눈길은 죽음으로 가득했다.말을 마친 낙청연은 차갑게 몸을 돌려 떠났다.마침 지초가 물건을 가득 들고 찾
”어머니…… 다시는 저를 버리시면 안 됩니다. 앞으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마다 저는 따라다닐 겁니다!”이 말을 듣고, 지초는 경악했다.초경은 의아한 듯 눈썹을 들썩이었다.“언제 이렇게 큰아들이 있었느냐?”이 목소리는 낙청연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였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냥…… 갑자기 생겼다……”말을 끝내고, 낙청연은 낙운희를 쳐다보았다. “지금 너의 무공 실력은 어떠하냐? 철추가 필요 없느냐?”낙운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이미 많이 강해졌습니다. 언니를 지키기에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철추는 이제 당신을 따라가도 될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응했다. “알겠다. 그럼, 서릉에 도착한 후 내가 방법을 생각하여 그를 빼내겠다.”--낙정은 진법속에 갇혀, 필사적으로 밖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도망갈 수 없었다.이 진법은 낙정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가두었다.온몸의 핏줄기가 줄줄이 이 진법에 흡수되어 가는 것을 보며 낙정은 강렬한 공포를 느꼈다.이곳에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그녀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드디어 날이 어슴푸레 밝을 때, 어떤 사람이 이곳을 지나가고 있었다.낙정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힘없이 땅에 엎드려 손을 뻗으며 말했다. “살, 살, 살려주세요……”괭이를 둘러메고 가던 남자는 살짝 놀라 하며, 몸을 쭈그리고 앉아 물었다. “낭자, 괜찮소? 의원이 필요하오?”낙정은 그 사내가 이미 진법 범위내에 들어선 걸 보고 몹시 격동 되어 다급히 말했다. “오라버니, 저를 좀 부축해주세요.”남자는 괭이를 내려놓고, 낙정을 땅 위에서 부축하여 일으키더니, 그녀를 데리고 마을 의원에게 찾아가려고 했다.그러나 진법 범위를 지나갈 때, 낙정은 진법에 호되게 부딪혀 되돌아갔다.그는 호되게 땅에 넘어졌다.남자는 깜짝 놀랐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갑자기 날라가다니!남자는 순간 갑자기 무서웠다. 그는 다급히 말했다. “낭자, 걸을 수 있으니, 혼자 마을 의관에 찾아가시오. 나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소.”
양측 군대의 교전은 중단되었고 대치 상태가 지속됐다.침서는 부진환을 죽이고 싶었지만 자기 사람들을 그냥 죽게 놔둘 생각은 없었다.작전 전략으로 말하자면 침서조차도 부진환이 강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부진환을 죽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래서 일단 휴전한 뒤 방법을 찾아 볼 생각이었다.최근 그는 변장한 모습으로 서릉에 침투해 이것저것 알아봤고 서릉의 방어 병력을 관찰했다.하지만 서릉 전체의 방어 병력 배치는 아주 괴상했다. 사람이 어디 있는지, 어디 병력이 강한지, 어디 병력이 약한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부진환의 종적도 찾기 힘들었다.침서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서릉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처럼 높은 실력을 갖춘 사람은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는 부진환이 어느 곳에 숨어있는지조차 알아낼 수 없었다.주둔하고 있는 진영은 적지 않지만 침서는 그것이 모두 허상이라는 걸 간파했다. 그것들은 전부 그를 현혹하기 위한 허상이었다.그날 침서는 평소처럼 서릉을 누비며 이곳저곳 살피다가 서신 한 통을 받았다.서신에 적힌 내용을 확인한 순간 침서의 안색이 돌변했다.그는 이내 말을 타고 떠났다.-꽃샘추위로 낙청연은 가는 길 내내 기침했고 그로 인해 대열은 여러 차례 멈춰야 했다.낙운희는 그녀를 위해 특별히 먼 곳으로 가서 현지의 명의를 데려와 낙청연을 진맥하게 했다.낙청연의 맥을 짚은 의원은 흐려진 안색으로 연신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낙운희는 바짝 긴장했다.“우리 아씨 상태는 어떻소? 약 좀 처방해 주시오. 약재가 없다면 내가 가서 찾겠소.”의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이젠 무슨 약을 쓰든 소용없소.”“이 낭자는 몸이 아주 허약하오. 마치 얇은 종잇장처럼 언제든 찢어질 수 있소. 무슨 일을 겪었길래 몸이 이 지경이 된 건지, 참.”“유산한 적도 있겠지? 그때 왜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오? 병이 뿌리를 내려 이제는 완치가 어렵게 됐소.”의원은 침상 위에 창백한 얼굴로
“괜히 그리워하지 말고.”그 말에 낙운희는 마음이 아렸다.가면 아래 낙운희의 눈시울은 붉었고 눈동자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그녀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입을 뻐끔거리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뒤이어 낙운희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방에서 나갔다.그리고 아무도 없을 때 벽에 기댄 채로 울음을 터뜨렸다.왜 그녀의 가족은 다들 한 명 한 명 떠나는 걸까?침상에 기댄 낙청연은 생각이 복잡했다. 그녀는 본인의 말이 잔인했음을 알지만 길게 아플 바에야 짧게 아픈 게 나았다.어쩌면 앞으로 목숨을 건질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때 가서 얘기하면 그만이었다. 어쩌면 뜻밖의 기쁨이 될지도 모른다.약을 마신 뒤 낙청연은 반나절을 쉬었고 그 뒤에야 다시 서릉으로 떠나는 길에 올랐다.그들의 속도는 아주 느렸다. 낙청연의 몸은 장거리 이동을 견딜 수 없었기에 자주 쉬어야 했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달빛이 좋을 때 가끔 천명 나침반으로 수련하기도 했다. 그녀에게 흡수된 힘은 몸의 피로를 말끔히 씻겨줬다.그들은 거의 보름 만에 서릉에 도착할 수 있었다.그리고 침서는 이미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서릉에 도착하는 그날, 낙청연 일행은 잠시 객잔에 머물렀다. 그리고 초경은 즉시 송천초를 찾으러 갔다.그래서 그들은 헤어지게 됐다.낙청연은 낙운희도 돌아갈 때가 됐다고 생각해 지초에게 물건을 사 오라고 했고 직접 옥패를 조각했다.그녀는 철추의 혼백을 옥패 안에 넣어두었다.모든 걸 마치니 낙운희는 오히려 기분이 가라앉았다.“앞으로 무슨 소식이 생긴다면 저희에게 서신을 써주세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돌아가거라. 갈 길이 멀 테니 꼭 조심하고.”낙청연은 말하면서 약병 하나를 낙운희에게 건넸다.“엄씨 가문은 사라졌으니 넌 앞으로 가면을 벗고 떳떳하게 지낼 수 있다. 이건 네 목소리를 치료하는 약이다.”“3일에 한 알씩, 보름 동안 먹으면 회복될 것이다.”낙운희는 살짝 감동했다. 그녀는 약을 건네받았다. 낙청연은 본인 몸도 좋지 않은데 그녀를
그가 죽이려는 건 부진환 한 명뿐이다.-모 지하실.지하실 안에는 지도가 걸려 있었고 탁자 위에는 무지막지하게 큰 모래로 만든 지형 모형이 있었다. 그곳은 일을 논하는 곳이었다.부진환은 창백한 안색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콜록콜록...”소소가 재빨리 그의 등을 두드렸다.“왕야, 몸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더는 지하실에 계시면 안 됩니다. 이곳은 너무 음산합니다.”부진환은 기침을 멈춘 뒤 손을 저었다.“나가면 침서에게 발각될 것이다.”“그는 여국인이기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를 찾을 수 있다.”“오직 이곳만이 음기가 양기를 덮어 들키지 않을 수 있다.”소소는 어쩔 수 없었다.“왕야만이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겁니다.”그곳은 시묘살이의 지하실이었다.정확히 말하면 시묘살이가 식량을 저장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지하실 위는 온통 무덤이었다.지하실은 음기가 강하고 무척 추웠다. 아무리 옷을 두껍게 껴입어도 싸늘하고 음산한 기운을 막을 수는 없었다.부진환은 거의 두 달 가까이 그곳에서 머물며 침서의 추격을 피했다.그는 비밀리에 서릉을 관리하면서 전략을 세워 국면을 장악하고 있었다.부진환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그는 여국 군대가 서릉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삼십 리 가까이 몰아냈다.국면은 좋았다.하지만 부진환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허약해져 갔다.바로 그때, 부장이 다급히 지하실로 내려와 선전포고서를 건넸다.“왕야, 이건 침서가 화살로 쏘아서 보낸 겁니다. 왕비 마마를 잡았다고 합니다!”그 말에 부진환의 안색이 급격히 달라졌다.그는 다급히 그것을 열어보았다. 그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부진환, 낙청연은 이미 내 손안에 들어왔소. 당신은 나와 목숨을 걸고 한판 싸워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낙청연을 내 병사들에게 넘겨 그들을 섬기게 할 것이오. 나는 낙청연이 죽도록 괴롭길 바라오. 그리고 난 섭정왕의 명성이 온 세상에 알려지게 할 것이오!”부진환은 그 글을
전고(戰鼓)가 울렸고 여국 대군은 다시 국경에 다다랐다.이번에는 부진환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전투에 나섰다.여국 군대의 선두에 사람은 침서였다.부진환을 보는 순간, 침서는 차갑게 웃었다.“드디어 숨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군! 보기 드문 일이오!”부진환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낙청연은 어디 있소?”침서는 차가워진 눈빛으로 득의양양하게 입꼬리를 당겼다.“죽였소.”부진환의 눈동자에 살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어떻소? 나랑 생사를 걸고 마지막 승부를 겨루겠소?”침서의 눈동자에서 뜨거운 빛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손을 쓰고 싶었다.부진환이 검을 들고 다가갔고 그 순간 소서는 심장이 철렁했다.침서는 거만한 미소를 짓더니 검을 빼 들고 뛰어내렸다. 그는 오늘 자신의 두 손으로 부진환을 죽일 셈이었다.두 사람은 상대방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두 사람이 맞붙는 순간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살기등등했다.공격을 주고받으며 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침서, 우리 중 누가 이길 거로 생각하오?”“쓸데없는 소리, 당연히 나 아니겠소? 난 평생 진 적이 없소!”침서는 차갑게 웃으며 거만하게 말했다.부진환은 사력을 다해 침서의 공격을 막으며 차갑게 대꾸했다.“두 군대가 있는 이 자리에서 모든 이들이 당신이 천궐국 섭정왕을 죽이는 걸 본다면 어떤 결과가 있을 것 같소?”침서는 냉소했다.“당신을 죽이면 뭐 어떻소?”“난 지금 황위에 앉아있는 부운주가 당신과 원한이 있다는 걸 알고 있소. 당신이 죽는다고 해서 그가 나라의 힘을 다하여 여국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오.”“오히려 당신을 죽여줘서 내게 고마워할지도 모르지!”침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부진환의 심장을 사정없이 찔렀다.부진환은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해 침서의 검에 찔렸고 체내의 골정 두 개가 날아갔다.그러나 부진환은 웃었다.“기억하시오. 나 하나 죽인다면 천궐국 황제는 당신에게 고마워하겠지.”“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죽인다면 당신은 천궐국 전체의 적
“침서, 당신과 함께 돌아갈 테니 지금 당장 철수하세요.”낙청연이 서늘한 음성으로 말했다.침서는 곧바로 손을 들었고 여국 대군은 전진을 멈췄다.침서는 낙청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진짜 나와 함께 돌아가겠느냐?”낙청연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단호히 손을 내밀었다.침서는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당겼다. 그는 다소 흥분한 듯 보였다. 침서는 낙청연을 자신의 말에 앉히고는 선뜻 몸을 돌렸다.여국 대군은 결국 철수했다.소소는 그 장면을 보고 중얼거렸다.“여국이 물러났습니다. 왕비 마마께서 이 전쟁을 멈춘 겁니다...”부진환은 주먹을 꽉 움켜쥐며 흐릿한 시야 속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초조함을 안고 몸을 일으키려 했는데 결국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었다.“왕야!”-흥분한 침서는 말을 채찍질하며 빠르게 달렸다.낙청연의 귓가에는 거친 바람 소리와 침서의 환희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낙요야, 이건 네가 처음으로 나와 말을 타고 싶어 한 것이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덤덤히 말했다.“천천히 가는 게 좋겠습니다. 귀가 아픕니다.”침서는 속도를 늦췄다.낙청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이곳에 오기 전 사상환을 먹었고 침서에게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아직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전 당분간 몸조리를 해야 합니다.”침서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대답했다.“그래. 네가 원하는 만큼 쉬자꾸나. 나와 함께 내가 검을 만들던 곳으로 가겠느냐?”낙청연은 덤덤히 그러자고 대답했다.낙청연의 냉담한 반응에도 침서는 뛸 듯이 기뻐했다.여국 대군은 여국 국경으로 후퇴했고 낙청연은 다시 한번 산에 올랐다.산에 오를 때는 말을 탈 수 없었고, 낙청연은 몸이 너무 허약해 산에 오를 수 없었다. 그래서 침서는 기꺼이 그녀를 업고 산에 올랐다.산기슭에서부터 산꼭대기까지 침서는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낙청연은 침서가 그녀를 가두었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왔다.산속은 아직 추웠고 낙청연은 기침하면서 옷을 여몄다.“춥습니다.”침서는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