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뭘 하려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안 됩니까?”낙청연은 말하면서 또 기침하기 시작했다.부운주는 그녀의 기침 소리에 마음이 아파 그녀의 등을 두드려줬다.“상처가 낫지 않은 것 같군. 고뿔에 걸린 건가? 형님이 수세를 써줬으니 당분간 궁에서 몸조리하지.”낙청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쳐냈다.“가식 떨지 마십시오.”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떴다.바로 궁을 나설 생각이었지만 궁문에 다다랐을 때 태상황의 곁을 지키는 진 공공(陳公公)이 찾아왔다.“공주마마, 태상황께서 공주마마가 입궁하신 걸 알고 오라고 하십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호칭마저 달라지다니.태상황은 부진환이 그녀에게 수세를 써준 일을 알고 있는 듯했다.“태상황께서는 최근 몸이 괜찮으신 듯하군. 난 일이 있어 다음에 가보겠네.”진 공공이 웃으며 말했다.“공주마마께서는 심하게 앓고 있는 것 같군요. 추운 겨울 버티기 힘드실 텐데 공주마마께서는 궁에서 몸조리하시지요. 태상황께서는 공주마마를 무척 걱정하고 계십니다.”낙청연은 망설이다가 결국 승낙했다. 태상황에게 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을 생각이었다.다른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고 해도 태상황은 반드시 알고 있을 것 같았다.낙청연은 진 공공을 따라 태상황의 침궁에 도착했고 옷을 갈아입은 뒤 방 안으로 들어갔다.태상황은 의자에 앉아 부러운 눈빛으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낙청연은 태상황의 등 뒤에 섰다.“태상황께서는 밖에 나가 걷고 싶으신 겁니까?”태상황은 천천히 말했다.“짐은 눈과 바람 속에서 거닐던 감각이 그립다.”“짐이 밖에 나가 걸을 수 있겠느냐?”그는 고개를 돌려 낙청연에게 물었고 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밖은 너무 춥습니다. 갑갑하시면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쐴 수는 있지만 외출할 수는 없습니다.”“몸에 좋지 않습니다.”태상황은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돌려 한숨을 쉬었다.“그렇다면 너도 얌전히 이곳에 있거라. 밖에 나가지
태상황은 움직임이 느렸고 장기를 둘 때 생각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낙청연은 무료하게 기다렸다.진 공공이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태상황, 5황자께서 즉위식에 참석하시겠냐고 물으셨습니다.”낙청연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즉위식?부운주가 황제가 된다는 말인가?태상황이 대답했다.“가지 않겠다. 짐의 이 팔과 다리로는 걸을 수 없다.”“네, 그럼 그렇게 전하겠습니다.”진 공공이 떠나고 태상황은 계속해 장기를 두었지만 낙청연은 움직이지 않았다.부진환은 부운주가 황위에 오르는 걸 막지 않았다. 부운주는 부경한을 죽였는데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부진환이 그녀에게 수세를 써주게 했다.부운주는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낙청연은 불쾌한 얼굴로 태상황을 바라보았다.“태상황께서는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5황자가 그런 짓을 했는데 그냥 내버려 두는 겁니까?”“부경한도 태상황의 아들이지 않습니까?”낙청연의 어조에서 불만이 느껴졌다.태상황은 그녀의 말에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며칠 내내 그 말을 참고 있었겠구나.”“이제야 짐에게 불만을 털어놓는구나. 그동안 힘들었겠다.”말을 마친 뒤 그는 한숨을 쉬었다.“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제는 짐이 말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내게 그럴 마음이 있다고 해도 이젠 능력이 없다.”“짐은 다만 천궐국이 평화롭고 백성들이 평안하길 바랄 뿐이다.”“다섯째는 오랫동안 인내했다. 용기도 있고 계략도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아이다. 황제의 자리에 잘 어울리지.”“짐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낙청연은 그 말을 듣고 놀랐다.“부경한이 어떻게 죽은 건지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겁니까?”태상황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부경한이 죽지 않는다면 부운주는 그저 대리로 정무를 돌볼 뿐이다. 부경한이 죽어야 부운주가 정정당당하게 황위에 오를 수 있다.”“피할 수 없는 일이다.”더없이 차갑고 무정한 말이었다.낙청연은 놀란 표정으로 태상황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태
“이궁의 난 때문이지요.”“하지만 이궁의 난에서 모함당한 건 여비입니다. 전부 태후 마마의 짓이었지요! 태후 마마는 여비를 없애기 위해 그녀에게 죄를 뒤집어씌웠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습니다.”“태후 마마는 순수한 혈통을 가진 천궐국인이고 배경 또한 대단하지요. 하지만 태후 마마가 태상황께 안정을 가져다주었습니까?”“결국에는 왕야에게 섭정왕의 자리를 내어줘 엄씨 가문의 세력을 억제하려 하지 않았습니까?”낙청연의 말에 태상황은 흠칫했다.그는 심장이 철렁했다.잠깐이지만 어떻게 반박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낙청연의 말은 정확했고 그는 하마터면 그녀의 말에 설득될 뻔했다.하지만 그날 부진환은 그를 찾아와 상처를 보여주며 이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었다.천궐국은 언제든 죽을 수 있는 황제를 둘 수 없었다.그렇기에 부진환은 섭정왕이 되어 부운주의 황위를 안정시키고 천궐국을 영원히 평안하게 해야 했다.그리고 그의 유일한 소망은 낙청연의 발목을 잡지 않는 것이었다.태상황은 곧바로 마음을 먹었다.낙청연도 알고 있었다. 태상황의 뜻을 바꾼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는 걸 말이다. 태상황의 말처럼 그렇게 하고 싶어도 이젠 그럴 능력이 없었다.그는 죽은 사람처럼 몇 년 동안 병상에 누워있었기에 예전처럼 권력이 대단하지 않았다.게다가 즉위식 준비가 끝났다. 부운주 본인이 황제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들려가야 했다.-섭정왕부.마당에 눈이 두껍게 쌓였지만 치우는 사람이 없었다.소유가 탕약을 들고 왔다.“왕야, 조금 나아지셨습니까?”“이제 곧 즉위식입니다. 왕야께서도 입궁할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부진환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그는 얇은 옷차림으로 벽에 기대어 앉아있었고 그의 옷과 바닥에는 핏자국이 낭자했다.소유의 목소리가 들리자 부진환은 그제야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알겠다.”그는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었고 소유는 약을 들고 들어왔다.소유는 부진환의 안색을 보고 걱정스레 물었다.“
엄내심은 웃었다.“난 원하는 바는 모두 이루는 사람이다.”“내가 이 모든 걸 얻을 수 있었던 건 당시 네가 날 여러 번 거절한 덕분이지.”낙청연은 덤덤히 웃었다.“고마워하지 않아도 됩니다.”“하지만 황후의 자리는 그렇게 쉬운 자리가 아닙니다.”엄내심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난 정도 사랑도 없는 사람이다. 당연히 그것에 목맬 일도 없지. 황후의 자리가 뭐가 그리 어렵겠느냐?”“난 사랑에 푹 빠진 너와는 다르다.”낙청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는 법입니다. 당신은 황후의 자리를 얻었으니 원하는 것이 더욱 많아질 겁니다.”“당신의 무자비함과 수단은 저도 탄복하는 바입니다. 그러면 당신이 말한 것처럼 황후의 자리에 잘 앉아있길 바랍니다.”“부진환은 황위에 욕심이 없으니 부디 아량을 베풀어 그를 놓아주시지요.”엄내심은 웃었다.“이런 상황에서도 그를 걱정하는 것이냐?”“부운주는 이제 막 황위에 올랐다. 그는 조정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고 천궐국은 전란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할 일이 많지.”“천궐국은 지금 부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내가 오늘 이곳에 온 것은 널 위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내 약속을 지키러 온 것이지.”그 말에 낙청연은 의아한 듯 미간을 구겼다.“무슨 약속 말입니까?”엄내심은 소매에서 성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부운주는 널 귀비로 책봉할 것이다.”그 말에 낙청연의 안색이 돌변했다.성지를 열어보니 귀비로 책봉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전 동의하지 않습니다!”낙청연의 태도는 결연했다.엄내심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내가 해야 할 일은 이걸 너에게 건네주는 것뿐이다. 네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나랑은 상관없다.”말을 마친 뒤 엄내심은 자리를 떴다.사실 그녀도 낙청연이 입궁하길 바라지 않았다.낙청연의 말대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황후의 자리에 앉은 그녀는 누군가 그녀의 자리를 위협하길 바라지 않았다.그리고 낙청연은 그녀
부운주는 전혀 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태상황도 깜짝 놀랐다. 부운주는 부경한보다 황제의 자리에 더 잘 어울렸다. 그는 기세도 있고 박력도 있었다.부운주는 그의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고집하면서 지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낙청연의 일은 절대 그의 뜻대로 되게 할 수 없었다.태상황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낙청연이 불만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폐하께서 원한다고 해도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꼭 성지를 내려야겠다면 당신이 얻는 건 시체뿐일 겁니다.”낙청연은 태상황도 부운주를 설득하지 못하자 단호하게 말했다.부운주는 깜짝 놀라더니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왜 내게 기회를 주려 하지 않는 것이냐? 너는 형님에게 그렇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았느냐?”“난 단 한 번 잘못했을 뿐인데 만회할 기회가 없단 말이냐? 낙청연, 왜 날 공평하게 대해주지 않는 것이냐?”부운주는 두 눈이 빨갛게 되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낙청연은 당황스러웠다.그녀는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이건 잘못을 저지른 것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전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을 그저 친구라고 여겼습니다.”“저희가 예전처럼 친구였다고 해도 전 동의하지 않았을 겁니다.”“그건 서로 다른 일입니다.”부운주는 마음 아픈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그러면... 형님에 대한 마음을 내게 조금만 나눠줄 수 없겠느냐?”그는 다소 비굴하게 말했다.낙청연은 답답했다.“폐하, 절 난처하게 만들지 마십시오.”부운주는 주먹을 움켜쥐었다가 결국 이를 악물었다.“알겠다.”“성지는 태워버리면 그만이지.”부운주는 말을 마친 뒤 태상황을 향해 예를 갖춘 뒤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그제야 안도했다.태상황은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답답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입궁했다는 걸 알고 곧바로 궁문으로 향해 그를 기다렸다.두꺼운 망토를 걸친 채 눈보라 속에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부진환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그러나 그는 마치 낙청연
그 방법으로는 낙정을 다치게 할 수 없었다.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낙청연을 멀리 떨어뜨려야만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었다.낙청연은 그렇게 섭정왕부 대문까지 그를 뒤쫓았다.그러나 부진환은 안으로 들어간 뒤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문을 걸어 잠갔다.낙청연은 초췌한 얼굴로 그 모습을 보았고 너무 괴로워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부진환은 그녀가 뒤쫓고 있다는 걸 분명 알고 있었다.낙청연은 포기하지 않고 후문으로 왕부에 들어가 서방으로 향했다.지나가던 계집종과 호위들은 그녀를 보고 살짝 놀랐지만 아무도 막아서지 않았다.서방 앞에 도착한 뒤 낙청연은 입을 열었다.“저를 피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는 거라면 제 얼굴을 보고 똑똑히 얘기해주세요!”부진환은 놀라서 방문을 열었다.그는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본왕을 따라 왕부까지 들어온 것이냐?”“낙청연, 본왕은 이미 똑똑히 얘기했다. 본왕은 너에게 수세를 주었다. 다시는 널 만나고 싶지 않다!”말을 마친 뒤 그는 호통을 쳤다.“여봐라!”“당장 낙청연을 내쫓거라! 낙청연의 물건까지 전부 내다 버리거라!”“낙청연을 또 왕부 안으로 들여보낸다면 너희들을 절대 쉬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호위가 앞으로 나서더니 낙청연에게 손짓해 보였다.“이만 가시지요.”낙청연은 포기하지 않고 부진환을 보았다.“정말 절 밀어내실 겁니까?”“왕야, 분명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호위가 그녀를 왕부 밖까지 끌고 나왔다.곧이어 지초도 따라 나왔다. 짐 한 꾸러미가 낙청연의 발치에 내동댕이쳐졌다.그녀를 내쫓는 것이었다.“왕비 마마.”지초는 다급히 바닥에 떨어진 짐을 주우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낙청연은 찬 바람을 맞으며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겨울이 이렇게 춥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마음속까지 추웠다.“콜록콜록...”찬 바람을 너무 많이 맞은 탓에 낙청연은 다시 기침하기 시작했다.“왕비 마마, 우선 객잔으로
낙청연이 비몽사몽인 와중에 흐릿한 인영을 보았다. 누군가 몸을 숙여 그녀를 안아 들었다.“왕야... 드디어 저를 만나주시는군요...”그러나 다음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낙청연의 마음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난 부경리오!”부경리는 심각한 얼굴로 낙청연을 안아 들고 다급히 마차에 올랐다.마차에 누운 뒤 낙청연은 힘없이 입을 열었다.“여기는 왜 오셨습니까?”“내가 오지 않았다면 왕부 문 앞에서 얼어 죽을 생각이었소?”부경리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이내 차부에게 분부했다.“당장 입궁한다!”낙청연은 버둥거리며 마차에서 내리려 했다.“제 일에 관여치 마십시오! 제가 왕부 문 앞에서 얼어 죽는 모습을 왕야가 지켜보고만 있을 리가 없습니다!”“전 설명이 필요한 것뿐입니다!”부경리가 그녀를 잡아당겼다.“형님께서 결정을 내리셨다면 절대 미련을 두지 않을 것이오. 형님은 항상 단호하셨소. 왜 자꾸 본인을 힘들게 하는 것이오?”“궁에서 사는 것도 좋지 않소?”부경리 또한 답답한 심정이었다.낙청연은 마음이 무거웠다. 그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낙청연은 부진환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어떻게 해야 부진환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마차는 입궁했고 낙청연은 또다시 태상황에게 보내졌다.침상에 누워있는데 태상황이 눈보라를 무릅쓰고 직접 그녀를 찾아왔다. 태상황은 지팡이를 짚은 채로 심각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너도 참... 왜 고생을 찾아서 하는 것이냐?”“얌전히 몸조리나 하거라.”“목 태의는 나이가 많다. 안 그래도 짐의 건강 때문에 흰 머리가 많이 났는데 이젠 너까지 신경 써야 하지 않느냐? 목 태의가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게 할 생각은 없느냐?”낙청연은 말하고 싶지 않아 등을 돌렸다.눈물이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렸다.“허, 이젠 짐의 잔소리도 듣기 싫다는 뜻이냐?”태상황은 침상 맡에 앉아 구구절절 말하기 시작했다.“네가 싫다고 해도 짐은 말해야겠다.”“세상은 넓
“공주마마, 저는 김소(金昭)라고 합니다. 저는 장기를 둘 줄 알고 투호를 할 줄 알며 말을 탈 줄도 알고 활도 쏠 줄 압니다. 공주마마께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실 생각이라면 제가 함께 할 수 있습니다!”세 사람은 분위기가 각기 달랐지만 용모는 전부 빼어났다.려묵은 온화한 도련님처럼 보였는데 미소가 부드럽고 문인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려제는 자유로운 협객처럼 보였다. 외모는 살짝 차가워 보였고 무공이 꽤 뛰어난 듯했다.김소는 제멋대로인 소년처럼 방탕해 보였다.낙청연은 그들을 훑어보더니 놀란 얼굴로 말했다.“설마 태상황께서 자네들을 보낸 것이오?”이곳은 황궁이다. 신하가 아니라면 사내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그것도 그녀의 방에 말이다.태상황의 허락이 아니라면 세 사람은 절대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맞습니다. 태상황께서 공주마마를 모시라고 저희를 보냈습니다.”“태상황께서 저희에게 입궁하면 호위처럼 꾸미라고 당부하셨습니다.”“앞으로 저희는 공주마마의 신변을 지키는 호위가 될 것입니다.”낙청연은 깜짝 놀라면서 연신 손사래를 쳤다.“아니, 아니. 난 필요 없소! 당장 나가시오!”려묵이 웃으며 말했다.“공주마마, 저희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태상황께서 공주마마의 곁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공주마마께서는 저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입니까?”낙청연은 골치가 아팠다.그녀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온 뒤 태상황의 거처로 향했다.그곳에 도착하니 태상황이 홀로 창가에 앉아 장기를 두고 있었다.“태상황, 이 세 명은 어디서 찾은 겁니까?”태상황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웃었다.“어떠냐? 짐의 안목이 꽤 높지!”낙청연은 자리에 앉았다.“예전에 황제였을 적에도 이렇게 방탕하셨습니까?”태상황은 화난 척하면서 탁자를 내리쳤다.“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짐이 너를 위해 특별히 저 세 명을 골랐다. 다들 부진환과 조금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지 않으냐?”“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 짐이 사람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