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뭘 하려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안 됩니까?”낙청연은 말하면서 또 기침하기 시작했다.부운주는 그녀의 기침 소리에 마음이 아파 그녀의 등을 두드려줬다.“상처가 낫지 않은 것 같군. 고뿔에 걸린 건가? 형님이 수세를 써줬으니 당분간 궁에서 몸조리하지.”낙청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쳐냈다.“가식 떨지 마십시오.”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떴다.바로 궁을 나설 생각이었지만 궁문에 다다랐을 때 태상황의 곁을 지키는 진 공공(陳公公)이 찾아왔다.“공주마마, 태상황께서 공주마마가 입궁하신 걸 알고 오라고 하십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호칭마저 달라지다니.태상황은 부진환이 그녀에게 수세를 써준 일을 알고 있는 듯했다.“태상황께서는 최근 몸이 괜찮으신 듯하군. 난 일이 있어 다음에 가보겠네.”진 공공이 웃으며 말했다.“공주마마께서는 심하게 앓고 있는 것 같군요. 추운 겨울 버티기 힘드실 텐데 공주마마께서는 궁에서 몸조리하시지요. 태상황께서는 공주마마를 무척 걱정하고 계십니다.”낙청연은 망설이다가 결국 승낙했다. 태상황에게 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을 생각이었다.다른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고 해도 태상황은 반드시 알고 있을 것 같았다.낙청연은 진 공공을 따라 태상황의 침궁에 도착했고 옷을 갈아입은 뒤 방 안으로 들어갔다.태상황은 의자에 앉아 부러운 눈빛으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낙청연은 태상황의 등 뒤에 섰다.“태상황께서는 밖에 나가 걷고 싶으신 겁니까?”태상황은 천천히 말했다.“짐은 눈과 바람 속에서 거닐던 감각이 그립다.”“짐이 밖에 나가 걸을 수 있겠느냐?”그는 고개를 돌려 낙청연에게 물었고 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밖은 너무 춥습니다. 갑갑하시면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쐴 수는 있지만 외출할 수는 없습니다.”“몸에 좋지 않습니다.”태상황은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돌려 한숨을 쉬었다.“그렇다면 너도 얌전히 이곳에 있거라. 밖에 나가지
태상황은 움직임이 느렸고 장기를 둘 때 생각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낙청연은 무료하게 기다렸다.진 공공이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태상황, 5황자께서 즉위식에 참석하시겠냐고 물으셨습니다.”낙청연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즉위식?부운주가 황제가 된다는 말인가?태상황이 대답했다.“가지 않겠다. 짐의 이 팔과 다리로는 걸을 수 없다.”“네, 그럼 그렇게 전하겠습니다.”진 공공이 떠나고 태상황은 계속해 장기를 두었지만 낙청연은 움직이지 않았다.부진환은 부운주가 황위에 오르는 걸 막지 않았다. 부운주는 부경한을 죽였는데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부진환이 그녀에게 수세를 써주게 했다.부운주는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낙청연은 불쾌한 얼굴로 태상황을 바라보았다.“태상황께서는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5황자가 그런 짓을 했는데 그냥 내버려 두는 겁니까?”“부경한도 태상황의 아들이지 않습니까?”낙청연의 어조에서 불만이 느껴졌다.태상황은 그녀의 말에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며칠 내내 그 말을 참고 있었겠구나.”“이제야 짐에게 불만을 털어놓는구나. 그동안 힘들었겠다.”말을 마친 뒤 그는 한숨을 쉬었다.“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제는 짐이 말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내게 그럴 마음이 있다고 해도 이젠 능력이 없다.”“짐은 다만 천궐국이 평화롭고 백성들이 평안하길 바랄 뿐이다.”“다섯째는 오랫동안 인내했다. 용기도 있고 계략도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아이다. 황제의 자리에 잘 어울리지.”“짐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낙청연은 그 말을 듣고 놀랐다.“부경한이 어떻게 죽은 건지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겁니까?”태상황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부경한이 죽지 않는다면 부운주는 그저 대리로 정무를 돌볼 뿐이다. 부경한이 죽어야 부운주가 정정당당하게 황위에 오를 수 있다.”“피할 수 없는 일이다.”더없이 차갑고 무정한 말이었다.낙청연은 놀란 표정으로 태상황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태
“이궁의 난 때문이지요.”“하지만 이궁의 난에서 모함당한 건 여비입니다. 전부 태후 마마의 짓이었지요! 태후 마마는 여비를 없애기 위해 그녀에게 죄를 뒤집어씌웠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습니다.”“태후 마마는 순수한 혈통을 가진 천궐국인이고 배경 또한 대단하지요. 하지만 태후 마마가 태상황께 안정을 가져다주었습니까?”“결국에는 왕야에게 섭정왕의 자리를 내어줘 엄씨 가문의 세력을 억제하려 하지 않았습니까?”낙청연의 말에 태상황은 흠칫했다.그는 심장이 철렁했다.잠깐이지만 어떻게 반박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낙청연의 말은 정확했고 그는 하마터면 그녀의 말에 설득될 뻔했다.하지만 그날 부진환은 그를 찾아와 상처를 보여주며 이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었다.천궐국은 언제든 죽을 수 있는 황제를 둘 수 없었다.그렇기에 부진환은 섭정왕이 되어 부운주의 황위를 안정시키고 천궐국을 영원히 평안하게 해야 했다.그리고 그의 유일한 소망은 낙청연의 발목을 잡지 않는 것이었다.태상황은 곧바로 마음을 먹었다.낙청연도 알고 있었다. 태상황의 뜻을 바꾼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는 걸 말이다. 태상황의 말처럼 그렇게 하고 싶어도 이젠 그럴 능력이 없었다.그는 죽은 사람처럼 몇 년 동안 병상에 누워있었기에 예전처럼 권력이 대단하지 않았다.게다가 즉위식 준비가 끝났다. 부운주 본인이 황제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들려가야 했다.-섭정왕부.마당에 눈이 두껍게 쌓였지만 치우는 사람이 없었다.소유가 탕약을 들고 왔다.“왕야, 조금 나아지셨습니까?”“이제 곧 즉위식입니다. 왕야께서도 입궁할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부진환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그는 얇은 옷차림으로 벽에 기대어 앉아있었고 그의 옷과 바닥에는 핏자국이 낭자했다.소유의 목소리가 들리자 부진환은 그제야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알겠다.”그는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었고 소유는 약을 들고 들어왔다.소유는 부진환의 안색을 보고 걱정스레 물었다.“
엄내심은 웃었다.“난 원하는 바는 모두 이루는 사람이다.”“내가 이 모든 걸 얻을 수 있었던 건 당시 네가 날 여러 번 거절한 덕분이지.”낙청연은 덤덤히 웃었다.“고마워하지 않아도 됩니다.”“하지만 황후의 자리는 그렇게 쉬운 자리가 아닙니다.”엄내심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난 정도 사랑도 없는 사람이다. 당연히 그것에 목맬 일도 없지. 황후의 자리가 뭐가 그리 어렵겠느냐?”“난 사랑에 푹 빠진 너와는 다르다.”낙청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는 법입니다. 당신은 황후의 자리를 얻었으니 원하는 것이 더욱 많아질 겁니다.”“당신의 무자비함과 수단은 저도 탄복하는 바입니다. 그러면 당신이 말한 것처럼 황후의 자리에 잘 앉아있길 바랍니다.”“부진환은 황위에 욕심이 없으니 부디 아량을 베풀어 그를 놓아주시지요.”엄내심은 웃었다.“이런 상황에서도 그를 걱정하는 것이냐?”“부운주는 이제 막 황위에 올랐다. 그는 조정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고 천궐국은 전란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할 일이 많지.”“천궐국은 지금 부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내가 오늘 이곳에 온 것은 널 위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내 약속을 지키러 온 것이지.”그 말에 낙청연은 의아한 듯 미간을 구겼다.“무슨 약속 말입니까?”엄내심은 소매에서 성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부운주는 널 귀비로 책봉할 것이다.”그 말에 낙청연의 안색이 돌변했다.성지를 열어보니 귀비로 책봉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전 동의하지 않습니다!”낙청연의 태도는 결연했다.엄내심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내가 해야 할 일은 이걸 너에게 건네주는 것뿐이다. 네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나랑은 상관없다.”말을 마친 뒤 엄내심은 자리를 떴다.사실 그녀도 낙청연이 입궁하길 바라지 않았다.낙청연의 말대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황후의 자리에 앉은 그녀는 누군가 그녀의 자리를 위협하길 바라지 않았다.그리고 낙청연은 그녀
부운주는 전혀 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태상황도 깜짝 놀랐다. 부운주는 부경한보다 황제의 자리에 더 잘 어울렸다. 그는 기세도 있고 박력도 있었다.부운주는 그의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고집하면서 지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낙청연의 일은 절대 그의 뜻대로 되게 할 수 없었다.태상황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낙청연이 불만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폐하께서 원한다고 해도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꼭 성지를 내려야겠다면 당신이 얻는 건 시체뿐일 겁니다.”낙청연은 태상황도 부운주를 설득하지 못하자 단호하게 말했다.부운주는 깜짝 놀라더니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왜 내게 기회를 주려 하지 않는 것이냐? 너는 형님에게 그렇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았느냐?”“난 단 한 번 잘못했을 뿐인데 만회할 기회가 없단 말이냐? 낙청연, 왜 날 공평하게 대해주지 않는 것이냐?”부운주는 두 눈이 빨갛게 되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낙청연은 당황스러웠다.그녀는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이건 잘못을 저지른 것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전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을 그저 친구라고 여겼습니다.”“저희가 예전처럼 친구였다고 해도 전 동의하지 않았을 겁니다.”“그건 서로 다른 일입니다.”부운주는 마음 아픈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그러면... 형님에 대한 마음을 내게 조금만 나눠줄 수 없겠느냐?”그는 다소 비굴하게 말했다.낙청연은 답답했다.“폐하, 절 난처하게 만들지 마십시오.”부운주는 주먹을 움켜쥐었다가 결국 이를 악물었다.“알겠다.”“성지는 태워버리면 그만이지.”부운주는 말을 마친 뒤 태상황을 향해 예를 갖춘 뒤 자리를 떴다.낙청연은 그제야 안도했다.태상황은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답답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입궁했다는 걸 알고 곧바로 궁문으로 향해 그를 기다렸다.두꺼운 망토를 걸친 채 눈보라 속에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부진환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그러나 그는 마치 낙청연
그 방법으로는 낙정을 다치게 할 수 없었다.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낙청연을 멀리 떨어뜨려야만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었다.낙청연은 그렇게 섭정왕부 대문까지 그를 뒤쫓았다.그러나 부진환은 안으로 들어간 뒤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문을 걸어 잠갔다.낙청연은 초췌한 얼굴로 그 모습을 보았고 너무 괴로워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부진환은 그녀가 뒤쫓고 있다는 걸 분명 알고 있었다.낙청연은 포기하지 않고 후문으로 왕부에 들어가 서방으로 향했다.지나가던 계집종과 호위들은 그녀를 보고 살짝 놀랐지만 아무도 막아서지 않았다.서방 앞에 도착한 뒤 낙청연은 입을 열었다.“저를 피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는 거라면 제 얼굴을 보고 똑똑히 얘기해주세요!”부진환은 놀라서 방문을 열었다.그는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본왕을 따라 왕부까지 들어온 것이냐?”“낙청연, 본왕은 이미 똑똑히 얘기했다. 본왕은 너에게 수세를 주었다. 다시는 널 만나고 싶지 않다!”말을 마친 뒤 그는 호통을 쳤다.“여봐라!”“당장 낙청연을 내쫓거라! 낙청연의 물건까지 전부 내다 버리거라!”“낙청연을 또 왕부 안으로 들여보낸다면 너희들을 절대 쉬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호위가 앞으로 나서더니 낙청연에게 손짓해 보였다.“이만 가시지요.”낙청연은 포기하지 않고 부진환을 보았다.“정말 절 밀어내실 겁니까?”“왕야, 분명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호위가 그녀를 왕부 밖까지 끌고 나왔다.곧이어 지초도 따라 나왔다. 짐 한 꾸러미가 낙청연의 발치에 내동댕이쳐졌다.그녀를 내쫓는 것이었다.“왕비 마마.”지초는 다급히 바닥에 떨어진 짐을 주우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낙청연은 찬 바람을 맞으며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겨울이 이렇게 춥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마음속까지 추웠다.“콜록콜록...”찬 바람을 너무 많이 맞은 탓에 낙청연은 다시 기침하기 시작했다.“왕비 마마, 우선 객잔으로
낙청연이 비몽사몽인 와중에 흐릿한 인영을 보았다. 누군가 몸을 숙여 그녀를 안아 들었다.“왕야... 드디어 저를 만나주시는군요...”그러나 다음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낙청연의 마음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난 부경리오!”부경리는 심각한 얼굴로 낙청연을 안아 들고 다급히 마차에 올랐다.마차에 누운 뒤 낙청연은 힘없이 입을 열었다.“여기는 왜 오셨습니까?”“내가 오지 않았다면 왕부 문 앞에서 얼어 죽을 생각이었소?”부경리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이내 차부에게 분부했다.“당장 입궁한다!”낙청연은 버둥거리며 마차에서 내리려 했다.“제 일에 관여치 마십시오! 제가 왕부 문 앞에서 얼어 죽는 모습을 왕야가 지켜보고만 있을 리가 없습니다!”“전 설명이 필요한 것뿐입니다!”부경리가 그녀를 잡아당겼다.“형님께서 결정을 내리셨다면 절대 미련을 두지 않을 것이오. 형님은 항상 단호하셨소. 왜 자꾸 본인을 힘들게 하는 것이오?”“궁에서 사는 것도 좋지 않소?”부경리 또한 답답한 심정이었다.낙청연은 마음이 무거웠다. 그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낙청연은 부진환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어떻게 해야 부진환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마차는 입궁했고 낙청연은 또다시 태상황에게 보내졌다.침상에 누워있는데 태상황이 눈보라를 무릅쓰고 직접 그녀를 찾아왔다. 태상황은 지팡이를 짚은 채로 심각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너도 참... 왜 고생을 찾아서 하는 것이냐?”“얌전히 몸조리나 하거라.”“목 태의는 나이가 많다. 안 그래도 짐의 건강 때문에 흰 머리가 많이 났는데 이젠 너까지 신경 써야 하지 않느냐? 목 태의가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게 할 생각은 없느냐?”낙청연은 말하고 싶지 않아 등을 돌렸다.눈물이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렸다.“허, 이젠 짐의 잔소리도 듣기 싫다는 뜻이냐?”태상황은 침상 맡에 앉아 구구절절 말하기 시작했다.“네가 싫다고 해도 짐은 말해야겠다.”“세상은 넓
“공주마마, 저는 김소(金昭)라고 합니다. 저는 장기를 둘 줄 알고 투호를 할 줄 알며 말을 탈 줄도 알고 활도 쏠 줄 압니다. 공주마마께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실 생각이라면 제가 함께 할 수 있습니다!”세 사람은 분위기가 각기 달랐지만 용모는 전부 빼어났다.려묵은 온화한 도련님처럼 보였는데 미소가 부드럽고 문인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려제는 자유로운 협객처럼 보였다. 외모는 살짝 차가워 보였고 무공이 꽤 뛰어난 듯했다.김소는 제멋대로인 소년처럼 방탕해 보였다.낙청연은 그들을 훑어보더니 놀란 얼굴로 말했다.“설마 태상황께서 자네들을 보낸 것이오?”이곳은 황궁이다. 신하가 아니라면 사내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그것도 그녀의 방에 말이다.태상황의 허락이 아니라면 세 사람은 절대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맞습니다. 태상황께서 공주마마를 모시라고 저희를 보냈습니다.”“태상황께서 저희에게 입궁하면 호위처럼 꾸미라고 당부하셨습니다.”“앞으로 저희는 공주마마의 신변을 지키는 호위가 될 것입니다.”낙청연은 깜짝 놀라면서 연신 손사래를 쳤다.“아니, 아니. 난 필요 없소! 당장 나가시오!”려묵이 웃으며 말했다.“공주마마, 저희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태상황께서 공주마마의 곁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공주마마께서는 저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입니까?”낙청연은 골치가 아팠다.그녀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온 뒤 태상황의 거처로 향했다.그곳에 도착하니 태상황이 홀로 창가에 앉아 장기를 두고 있었다.“태상황, 이 세 명은 어디서 찾은 겁니까?”태상황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웃었다.“어떠냐? 짐의 안목이 꽤 높지!”낙청연은 자리에 앉았다.“예전에 황제였을 적에도 이렇게 방탕하셨습니까?”태상황은 화난 척하면서 탁자를 내리쳤다.“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짐이 너를 위해 특별히 저 세 명을 골랐다. 다들 부진환과 조금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지 않으냐?”“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 짐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