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난처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마...... 이런 모양인 거 같은데. 일단 먹어보거라. 괜찮을 거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싫은 눈빛으로 의심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본왕이 방금 먹어보니 맛이 괜찮았다. 너도 한번 맛보거라.” 부진환은 포기하지 않고 수병을 하나 집어 낙청연에게 내밀었다.낙청연은 반신반의하며 앞으로 다가가 한입 베어 물었다.그 순간, 입술이 그의 손가락을 스쳤다.두 사람은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괜찮은 거…… 같습니다……” 낙청연은 나머지 반을 다 먹었다.왠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부진환은 자기 손가락에 묻어 있는 수병 부스러기를 귀신에게 흘린 듯이 핥았다.순간 부진환의 가슴이 뜨끔했다.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는 낙청연의 매력적인 자태에 침을 삼켰다.낙청연이 고개를 드는 순간, 커다란 손이 뻗어와, 그녀의 뒤통수를 잡았다.그 준수하고 설레는 얼굴이 바짝 다가와, 갑자기 그녀의 입술에 묻은 수병 부스러기를 핥았다.손을 떼는 순간, 서로를 마주 보았다. 낙청연은 긴장해서 그녀의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고요한 주위는 서로의 가쁜 숨소리와 미친 듯이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두 사람은 서로 참고 참았지만 결국 서로에게 빠져들었다.뜨거운 입맞춤을 한 후, 부진환은 그녀를 번쩍 안고 침상으로 갔다.침상 휘장이 내리고, 촛불이 꺼졌다.얼굴이 귀밑까지 빨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어둠 속에서, 낙청연이 부진환의 옷을 벗기려고 하자, 그는 한 손으로 낙청연의 손을 누르더니, 뜨거운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다.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움직이지 마, 본왕이 할게.”……얼마나 지났을까! 날이 밝을 무렵에 낙청연은 땀에 흠뻑 젖어 잠이 들었다.날이 밝자, 부진환은 일어났다.지초가 물을 들고 문밖에 왔다.부진환이 방문을 열었다.“왕야……”“쉿” 부진환은 급히 손짓하며 고개를 돌려 한번 쳐다보았다.“좀 더 자게 놔두거라.”지초는 기쁨을 참을
“왕야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초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 정원으로 나가보니 부진환이 뒷짐을 지고 낙청연을 기다리고 있었다.“소유, 이만 출발하자고 하거라. 왕부를 부탁하겠다.”소유가 답했다.“왕야, 걱정하지 마십시오.”“출발이라고 하였습니까?” 낙청연은 의문스러웠다.부진환은 자연스레 낙청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계양에 가자고 하지 않았느냐.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계양의 등회(燈會)에 늦겠구나.”낙청연은 잠에 덜 깬 채 얼떨떨한 정신으로 마차에 올랐다.출발하고 나서야 낙청연은 한 사람이 빠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잠깐, 운희가 빠졌습니다!”그러나 부진환은 낙청연을 끌어당겼다.힘에 못 이긴 낙청연은 부진환의 다리에 주저앉았지만, 부진환은 이 기회를 틈타 낙청연을 품에 안았다.“계양에서 만나자고 이미 말해주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대체 언제 일어나신 겁니까? 일을 다 처리하신 걸 보니…”부진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보다는 일찍 일어났다.”말을 마친 부진환은 갑자기 다가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아프냐?”낙청연은 귀가 빨개진 채 대답했다 “당, 당연한 말씀을…”부진환은 낙청연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그럼 다음에는 좀 천천히 해야겠구나.”말을 마친 부진환은 혹시라도 낙청연이 불편할까 봐 마부에게 속도를 줄이라고 했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계양의 등회에 늦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속도로 언제 도착하겠습니까?”부진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 늦을 일은 없을 거다.”“잠이 덜 깬 것 같으니 내 품에서 좀 더 자거라.”부진환은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그렇게 낙청연은 팔로 부진환의 감싸고 어깨에 기댄 채 편히 잠에 들었다.날이 어두워져서야 낙청연은 깨어났다.마차는 이미 멈춰 섰고, 낙청연은 부진환의 품에 기대어 있었다.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문발을 거두려 했다.“언제 도착한 겁니까?”그러나 부진환은 또다시 낙청연을
부진환은 고개를 숙이더니 낙청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승상부고 뭐고 상관없다. 반드시 널 아끼며 절대 섭섭하게 하지 않을 테다!”낙청연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 절대 대신 혼인을 하지 않을 겁니다!”부진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본왕이 직접 찾아가 혼담을 꺼내겠다! 어쨌든 이번 생에는 넌 본왕의 것이다!”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가볍게 웃었다.“그렇습니까? 하지만 그때의 저는 뚱뚱하고 못생겼습니다. 정말 혼담을 꺼낼 수 있다는 말입니까? 믿음이 안 갑니다.”“지금 이 얼굴 때문에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부진환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름다운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확실히 지금의 네 모습이 더 좋지만…”낙청연은 다음 말이 궁금했다.“좋지만?”부진환이 낙청연의 허리를 꽉 껴안자 둘은 풀숲에 누워버렸다.낙청연의 귓가에는 부진환의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본왕은 예전의 너를 먼저 좋아하게 된 것이다.”낙청연의 콩닥거리는 심장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둘은 날이 밝아서야 하산하여 마차에 타 다시 길을 떠났다.낙청연의 예상 밖인 건, 계양으로 가는 길 내내 전에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는 것이다.전에 갔던 길은 맞지만, 어떤 곳에 머물든 처음 보는 풍경으로 가득했다.낙청연은 궁금한 표정으로 마차에 앉은 부진환에게 물었다.“대체 언제 이런 곳을 찾은 겁니까? 부하를 보내 찾은 겁니까?”부진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네가 좋다면 된 것이다.”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감언이설이지만 참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며칠을 길에서 보내다 중추절도 다 지났는데, 어찌 급해하지 않는 겁니까?’부진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 계양 등회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끝나지 않는다고 하면 끝나지 않는 겁니까?”부진환은 확고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한 길 여행을 하며 오다 보니
낙청연은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낙랑랑은 웃었다.“가족이 있다면 중추(中秋)든 아니든 우리는 항상 모일 수 있습니다.”낙운희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가족이 있다면 언제라든 중추를 보낼 수 있지요!”“넋 놓지 말고 얼른 음식을 집으세요.”낙운희가 젓가락을 움직이려던 때 부진환이 말했다.“기다리시오. 아직 손님 몇 분이 도착하지 않았소.”그 말에 세 사람은 살짝 놀랐다.“또 누가 있습니까?”낙청연이 궁금한 듯 물었고 부진환이 대답했다.“사람이 많을수록 떠들썩한 법이지.”“조금만 더 기다리거라. 이제 곧 올 것이다.”잠시 뒤 도착한 사람을 보자 낙청연은 무척 반가워했다.“천초!”송천초와 진소한이 함께 찾아왔고 7황자 부경리, 계양에서 온 손님인 범영현도 있었다.범영현의 출현에 낙랑랑은 살짝 놀랐다.낙운희는 그를 보자 다급히 범영현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그로 인해 낙랑랑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갑자기 사람이 많아져 아주 떠들썩하긴 했다.낙청연은 복잡한 심경으로 부진환을 보았다.“미리 계획한 것입니까?”부진환이 웃었다.“마음에 들지 않느냐?”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술잔을 들었다.“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부진환은 씩 웃으며 낙청연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녀의 잔에 담긴 술을 마셨다.바로 그때, 밖에서 ‘펑’ 소리가 들렸다.폭죽이 터지면서 환한 빛이 잠깐 반짝이더니 이내 폭죽들이 하나둘 터졌다.“우와, 참 아름답습니다.”거리가 더욱더 떠들썩해졌다.낙청연도 불꽃놀이에 매료되었다. 그녀는 그들이 있는 곳이 불꽃놀이를 감상할 최고의 장소라는 걸 깨달았다.심지어 위치마저 아주 적절했다.사실 낙청연은 궁중의 중추 연회에 참석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계양으로 와서 기분전환을 하고 싶었을 뿐 뭔가를 준비하려고 한 적은 없다.그런데 부진환이 이렇게 많이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자자자, 중추가 지났지만 이런 경치가 있으니 다들 한잔하시지요!”사람들은 저마다 술잔을 들고 고개를 젖혀 술을 마셨다.분위기는 아주
낙청연은 긴장했다.정신을 차린 송천초는 잠깐 넋을 놓고 있다가 해명했다.“저 말입니다. 저 신산과 꽤 오래 있었으니 저도 조금 배웠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낙랑랑을 보며 말했다.“제가 믿음직스럽지 않다면 제가 대신 저 신산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저 신산은 점을 아주 잘 봅니다!”적절한 해명이었다.“다들 뭐 하십니까? 괜히 떠밀지 마시고 본인의 일은 본인이 알아서 결정하게 놔두세요.”“다들 술을 드시지요.”낙청연이 곧바로 화제를 돌렸고 낙랑랑은 그녀를 향해 감격의 눈빛을 보냈다.그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식사를 했고 배가 부르고 나서는 잡담을 나눴다.낙청연은 거리에서 당인(糖人)을 파는 점포를 보고 충동적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거리로 나가 바람을 쐬었고 부진환도 몸을 일으켜 그녀와 함께 내려갔다.깊은 밤이라 거리에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등불이 쭉 늘어져 여전히 환했다.“낭자, 당인을 사겠소? 어떤 걸 원하시오? 여기 다 있소.”때마침 부진환이 걸어왔고 낙청연이 웃었다.“이런 걸 사고 싶은데 만들 수 있겠습니까?”노인은 고개를 들어 부진환을 한 번 보고는 웃었다.“당연하오.”“두 사람은 선남선녀인 듯하니 한 쌍을 그려주겠소!”그렇게 노인은 서로 어깨를 맞닿은 채로 서 있는 남녀 한 쌍을 그렸다.낙청연은 당인을 손에 들었지만 어디서부터 먹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너무 예뻐서 먹기가 아깝군요.”“네가 먹지 않는다면 내가 먹겠다.”부진환이 그녀의 손에서 당인을 빼앗아 갔다.바로 그때, 공기 중에서 갑자기 살기가 느껴졌다.몸을 돌리자 날카로운 장검이 낙청연의 등을 향해 날아왔다.검을 든 자는 낯설지 않았다. 익숙한 눈빛과 기운,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랑심이었다!부진환은 곧바로 낙청연의 앞을 막아서면서 다급히 움직였다.긴박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들고 있던 당인이 바닥에 떨어져 실수로 밟혀 부서졌다.몇 번 공격을 주고받다가 낙청연은 부진환을 뒤로 당기며 그의 앞을 막아선 뒤 호통을 쳤다.“랑심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나온 지 꽤 됐으니 아주 바쁘겠지.”“참, 우리가 가보았던 그 풍경은 누가 찾은 것이냐?”낙청연이 궁금한 듯 물었다.소서가 대답했다.“모두 왕야께서 찾은 겁니다.”“사실 왕비 마마께서 계양으로 오겠다고 하기 전에 이미 준비하셨습니다.”“그동안 왕야께서는 정말 바삐 뛰어다니셨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흠칫했다.부진환은 일찍 준비하고 있었다.이렇게 많은 일을 한 건 전부 그녀를 기쁘게 만들기 위해서였을까?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송천초가 방문 앞에 다다랐다.“청연, 아직 잠이 들지 않았군요.”송천초의 긴장한 기색에 낙청연은 살짝 놀라며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왜 그러느냐?”낙청연은 밖을 내다보았다. 어쩐지 사군의 기운이 느껴졌다.“그가 또 온 것이냐? 내가 널 도와 그를 내쫓으마!”송천초가 낙청연의 손을 잡았다.“그러지 마십시오.”“조금 전 우리는 주루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많아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을 겁니다. 홀로 있었던 걸 생각하면 조금 불쌍하기도 하네요.”송천초는 당시 초경을 보았다.낙청연은 살짝 의아했다.“너...”송천초는 한숨을 쉬었다.“이미 그에게 사과했습니다. 전 예전에 그가 부도덕한 짓을 했다고 오해했습니다.”“제가 그에게 편견을 품고 있었던 것이지요.”“제가 술 두 병을 가져왔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면 저와 함께 정자에서 한잔하시렵니까?”송천초가 술병을 들고 말했고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좋다.”낙청연은 하인에게 음식 몇 가지를 시켰다.송천초의 근심 가득한 모습을 보니 고민이 있는 듯했다.“고민이 있는 것이냐? 진소한 때문이냐?”낙청연이 떠보듯 물었고 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몇 번이나 재촉했습니다. 사실 시간을 끄는 것은 그가 아니라 저입니다.”“제 상황은 조금 특별합니다. 저 뱀은 평생 절 따라다닐 겁니다. 게다가 그는 이미 인간의 형태를 갖추었으니...”“그건 앞으로 세 명이 함께 평생을 보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까?”“전 도저
그 말에 부진환이 미간을 구겼다.그는 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유인했음을 깨달았다.“난 관심 없소.”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고 낙정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진짜 관심 없습니까?”“오늘 낙정의 모습이 아주 익숙하지 않습니까?”부진환의 발걸음이 멈칫했다.낙정은 그가 걸음을 멈추자 그가 이 일에 관심이 없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낙청연이 만족 진영에 한 번 갔다가 돌아온 뒤로 랑심이 저렇게 됐지요. 그래서 전 일부러 만족 진영에 가서 조사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발견했습니다.”“왕야의 모비가 여국 공주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왕야께서는 낙청연의 어머니가 여국 대제사장이라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부진환은 그 말에 흠칫하면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낙정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낙청연이 그 사실을 왕야께 알리지 않은 모양이군요.”“두 분 겉보기에는 서로 은애하지만 서로에게 감추는 것이 아주 많은듯하군요.”“사람을 조종하는 물건은 낙청연의 어머니가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낙청연의 어머니와 만족 왕은 과거가 있습니다. 그들은 모든 비밀을 만족 진영에 숨겨두었지요.”“그래서 낙청연이 만족 왕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왕야, 이제 아시겠지요?”“낙청연이 천궐국으로 돌아온 건 왕야의 독을 해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독을 계속해 연구하기 위해서입니다.”“랑심은 그녀의 실험품입니다.”“그리고 왕야 또한 마찬가지지요.”“또 한 가지 있습니다. 낙청연의 어머니와 탁성은 아주 친한 사이입니다.”“한때 왕야의 모비와 낙청연의 어머니께서도 왕래가 잦았습니다. 동족이니까요.”“왕야께서는 낙청연의 어머니가 왕야의 모비를 해쳤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습니까?”“왕야께서 독에 조종당하는 것도 어쩌면 낙청연의 어머니가 한 짓일지 모릅니다.”일련의 말에 부진환은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그는 두 주먹을 꽉 쥐고 노발대발했다.“닥치시오!”“내게 이런 것들을 알려주는 건 본왕과 낙청연의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해서겠지.”“
부운주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낙청연에게서 멀리 떨어지는 게 좋을 것이오.”엄내심은 웃었다. 그녀는 갑자기 어떠한 생각이 들었다.“5황자는 낙청연을 아주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낙청연이 마음에 둔 사람은 섭정왕이군요.”“5황자가 이렇게 자신을 숨기는 건 뭔가 목적이 있는 거겠지요. 저와 연합하는 것이 어떻습니까?”“권력을 손에 넣게 된다면 전 제가 원하는 것을 얻고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어떻습니까?”그녀가 원하는 건 당연하게도 지고지상의 권력과 지위다.엄내심은 어릴 때부터 통제당하는 삶을 살았고 태어날 때부터 가문의 도구로 살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이 전혀 달갑지 않았다.태후와 그녀의 아버지가 죽기를 기다린다면 그녀의 청춘이 다 지나갈 것이니 의미가 없었다.그동안 참았던 걸로 충분했다. 앞으로 그녀는 다른 이들에게 통제당하지 않고 반대로 다른 이들을 통제하는 삶을 살 생각이다.엄내심은 타인의 생명을 통제하는 감각을 즐겼다.부운주는 미간을 구기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관심 없소.”“아니, 관심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참아왔는데 억울하지 않습니까?”“분명 당신이 먼저 낙청연을 좋아하게 됐는데 왜 낙청연은 부진환과 함께 평생을 살아야 합니까? 그렇지 않습니까?”“낙청연이 부진환과 은애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지 않습니까? 저였으면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그리고 만약 부진환이 또 낙청연을 이용하는 거면 어찌합니까?”“다들 알다시피 부진환은 낙월영을 몹시 사랑합니다.”엄내심의 말은 부운주가 오랫동안 억누르고 있던 화를 불러일으켰다.“그만!”“경고하는데 낙청연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을 것이오.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다면 죽여버리겠소!”말을 마친 뒤 부운주는 화를 내면서 떠났다.그러나 엄내심은 전혀 화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끌어당겼다.낙청연의 뒤를 밟으면서 뜻밖의 수확이 있을 줄은 몰랐다.그렇게 생각하면서 엄내심은 곧바로 그를 따라갔다.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정말인 것이냐? 동하국에는 나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없다.”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동하국 사람들이 워낙 적으니, 그럴만하다.”고옥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정말 단호하구나.”말을 마치고 고옥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입었다.부 태사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인내심이 없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부진환이 천천히 몸을 돌려 불쾌한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고옥서는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내 동생을 구하러 왔다.”“동하국 왕자, 고강해.”“너에게 잡힌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것이냐?”부진환은 놀라지 않았다.“얼마 전에 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다들 실패했는데, 너라고 성공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고옥서가 가볍게 웃었다.“확신이 없다면 어찌 왔겠느냐? 청주성에서 순찰하는 청주군도 많지 않은 듯한데, 다들 바닷가로 갔나 보구나.”“동하국의 배가 부담을 준 것이냐?”부진환이 담담하게 그녀를 힐긋 보고 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구나.”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다.부진환의 반응을 본 고옥서는 전쟁의 상황이 부 태사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막사마저 사라졌을 것이라 추측했다.그렇지 않으면 부 태사가 어찌 안색을 바꾸었겠는가?그렇게 생각한 고옥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철문을 바라보았다.감옥에서 나간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부소가 와서 그를 부른 것도 듣지 못할 정도였다.부소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왜 그리 넋을 놓고 있소? 여러 번 불러도 도통 반응이 없었소.”“심문하러 간 동하국 여인은 어떻게 되었소? 안색이 좋지 않소.”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청주성에 들어와 동하국 왕자이자 그녀의 동생 고강해를 구하러 왔다고 순순히 말했소.”부소가 깜짝 놀랐다.“고강해 말이오?”“그런 뜻으로 말했소. 하지만 고옥서라는 이름을 들으니, 고옥언과의 관계가 궁금해졌소.”“나이를 보니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소식을 누설한 지 3일이 지나자 동하국에서 다시 대거 공격을 퍼부었다.그들은 배를 타고 해안가로 접근해 막사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소식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단숨에 청주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명을 따르라. 청주군의 주의를 끌면, 내가 작은 배를 타고 사람을 구하러 갈 것이다!”고옥서는 매서운 눈빛으로 막사를 바라보았다.“예!”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국의 배는 점점 해안가에 가까워졌고 청주를 단번에 공격하려는 기세로 다가왔다.적군이 가까이 오자 몰래 숨어있는 청주군은 저도 몰래 손에 든 무기를 꽉 틀어잡고 장군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부진환은 조급해 하지 않고 암암리에서 관찰하고 있었다.이내 적군이 폭발을 일으켰고 막사에 이따금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막사는 공격을 받아 폭파되었고 허공에는 날아가는 돌멩이와 먼지가 자욱했다.막사에 남아 있던 일부 병사들이 황급히 도망쳤다. 그들은 적군의 배가 해안가에 곧 도착한 것을 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돌려 도망쳤다.청주군이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고옥서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녀는 줄곧 이 독이 여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말했었다.곧 막사는 텅 비었고 동하국 사람도 배를 세운 후 잇달아 배에서 내렸다.고옥서는 작은 배를 타고 아무도 없는 바닷가로 향해 조용히 뭍으로 올라갔다.그녀의 계획에 따라 7일 후 누군가 이곳에 데리러 올 것이다. 오늘 청주를 공격하지 못하더라도 먼저 사람을 구해야 한다.그녀는 배도 암초 뒤에 숨기고 조심스레 육지로 올라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고옥서는 육지로 올라온 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일반 백성 차림으로 가장해 청주성으로 들어갔다.청주성에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잡히고 말았다.많은 동하국 사람이 배에서 내리자,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청주군은 부진환의 명에 따라 어두운 곳에서 뛰쳐나와 살기를 내뿜으며 적을 찔렀다.이미 7~8척의
“청주로 가는 동안 풍경을 구경할 수도 있으니, 급해하지 마시오.”“어쩌다 여국으로 왔는데 여국의 여제로서 잘 챙겨줘야지 않겠소? 어찌 오자부터 전쟁터로 내민다는 말이오?”“일단 궁에 며칠 묵으시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저희도 오랜만에 얘기를 나누어야지 않겠습니까? 하고 싶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아주 많습니다.”-청주.병사들은 모두 해독하였지만 동하국은 또 바다에 새로운 독을 넣기 시작했다.바다에 갑작스레 떠다니는 시체가 늘어났고 해안가로 떠밀려와 악취를 풍겼다.시체 주위의 바닷물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끈적끈적한 액체도 묻어 있었다.그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바다 위의 참혹한 광경에 다들 마음이 무겁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바로 동하국을 없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태사, 공격합시다! 저 자식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더 비열한 짓을 할 것입니다!”부진환은 사색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동안 맑던 하늘에도 이날 밤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쳤다.방 안의 촛불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부진환은 문과 창문을 굳게 닫고 다시 촛불을 켜서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비추었다.“하늘이 노하고 백성들이 노하니, 동하국은 분명 죽음을 자초할 것이오.”부진환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이번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계속 독을 쓰는 것으로 보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분명하오.”“이미 해독한 일을 오랫동안 숨겼으니, 이젠 이 점을 이용해야 할 때오.”“다시 독을 썼으니, 중독으로 인해 전투력을 잃었다고 상대를 속여 전력을 다해 공격하도록 유도해야 하오.”“박가는 기관선을 이끌고 인근 해역에 기관을 설치하시오. 일단 그들이 오기만 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해야 하오.”“그와 동시에 부소는 천궁도와 제사장족 제자를 데리고 여국 대진을 찾아 대진을 복구할수 있는지 확인하시오.”“부 대인은 향 장군과 함께 사람을 데리고 지도의 길에 따라 동하국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으십시오.”“주로 적
또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서월 일행은 독약과 해독약을 만들어 바닷가 막사에 있던 청주군이 먼저 복용하게 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바로 궁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중요한 일이니, 절대 누설될 수 없기에 낙요에게만 편지를 전했다.겨울이 추워지자, 낙요는 푹신푹신한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편지를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우유가 상황을 보고 궁금한 듯 물었다.“부 태사의 편지냐?”“청주에서 좋은 소식이 온 것이냐?”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다의 독을 억제할 법을 찾았다.”“다만 동하국에서 알게 되면 대응을 할 수도 있으니, 일단 이 소식은 발설하지 않았다.”그 말을 듣고 우유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정말 다행이구나.”“지난번 동하국에서 전쟁에서 패한 후, 여태껏 잠잠한 것으로 보아 제사장족의 술법을 두려워하는 것 같구나. 보아하니 동하국은 겨울이 지난 후 다시 공격하려는 것 같구나.”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겨울에 전쟁하는 것은 본디 우리의 열세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세가 되었다.”우유가 웃으며 말했다.“그 아이들이 이번에 큰 공을 세웠구나.”낙요가 웃으며 답했다.“아이들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 의외였다.”“그들이 돌아오면 상을 줘야겠구나.”-시간이 흘러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더니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날씨가 따뜻해지자, 낙요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옛 벗을 만났다.송천초와 초경이 여국에 찾아왔다.게다가 특별히 많은 약재를 갖고 왔다.“동하국과 싸운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께서 아프셔서 산장의 일로 바빠 줄곧 올 수 없었습니다.”“요즘 한가해지자마자 이렇게 약재를 주러 왔습니다. 이 약재는 제가 오랫동안 모은 약재로, 전부 해독에 좋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약재들입니다. 아주 넉넉히 준비했습니다!”송천초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낙요가 관심 어리게 물었다.“아버지의 건강은 어떻소? 무슨 병인 것이오? 심각하오?”송천초가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오래된 병입니다.”
책자에는 이미 그녀가 복용한 수백 가지가 넘는 해독 약재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부진환은 못내 그 내용을 보고 감탄했다.“백여 종의 독이 있는 것이냐?”서월이 설명했다.“짧은 시일 내에 만들어낸 독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독인 듯하옵니다.”“독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잔여물들을 모아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독은 흔히 볼 수 있는 경증을 동반하고 있고 치명적이지 않지만, 전투력을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게다가 해독에 필요한 시일도 오래 걸려 완쾌하기 어렵습니다. 보아하니 동하국에 독을 쓰는 고수가 있는 듯합니다.”“하지만 독에 강한 고수가 있는 데에 불과하고 왜 치명적인 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독을 섞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부진환이 미간을 찌푸렸다.“이 일은 동하국을 공격한 후에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정신을 차린 후 부진환이 물었다.“그러면 지금 얼마나 걸려야 해독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냐?”서월은 대답할 수 없었다.“이미 수백 가지가 되는 해독약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해독법으로는 해독약을 만들어낼 가망이 없을 것입니다.”“저에게 위험한 생각이 있습니다.”“바로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것입니다.”“저는 항상 독을 만들며 독을 다루기 때문에 이미 저에게 효능을 잃은 독도 많습니다. 그런 독은 저에게 영향을 그다지 미치지 않고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만약 더 강한 독을 복용한 후 일정량의 해독약으로 통제한다면 동하국의 독을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서월이 자세히 설명했다.담 신의는 옆에서 그 말을 듣고 다소 의아했다.“그렇습니다.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방법은 저도 생각한 적 있지만 독에 정통하지 않으니,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아가씨의 방법은 아마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담 신의도 그 말에 동의하는 것을 듣고 부진환이 답했다.“좋다. 일단 네가 말한 대로 작은 범위에서 시도해 보거라.”서월은
앞으로 며칠 동안 동하국은 아주 잠잠했다.차강남은 의관에서 거의 한 달을 머물렀다. 이한도 제자 박소의 상처도 이미 대부분 회복되었다. 지금 사람도 깨어났고 통증도 많이 감소하여 부상 회복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차강남은 그동안 고통을 겪으며 많이 초췌해졌다.강여는 특별히 그를 위해 삼계탕을 끓여주었다.삼계탕을 마신 후 차강남이 말했다.“동하국에서 공격을 했다고 들었다. 나도 도우러 가겠다.”강여는 단번에 차강남을 의자에 앉히고 말했다.“적은 이미 지고 물러갔습니다. 지금 도우러 가도 죽일 적이 없습니다.”“그냥 박소와 함께 치료하십시오.”“제사장족과 현학서원에서 도우러 왔으니, 일손은 부족하지 않습니다.”“담 신의를 찾으러 가야 하니,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리고 강여는 담 신의가 지내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아주 큰 진전이 있었다.서월은 독을 복용한 후 책자에 수십종의 독을 적었다. 그리고 수십종의 해독약을 복용해 보았고 모두 효과가 있었다.담 신의가 감탄했다.“아가씨, 그렇게 약을 마시니 몸이 걱정되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해독약을 먹으면 몸이 견딜 수 없을 것이오. 천천히 하시오.”서월은 몸이 불편한 것을 애써 참으며 독약과 해독약을 적는 붓을 내려놓지 않았다.“이 독은 강한 독은 아니지만 종류가 다양합니다. 증상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제때 기록하지 않으면 해독약 약재를 놓쳐 해독약의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줄곧 독을 쓰던 터라 이미 습관 되었습니다. 괜찮습니다.”강여도 그 말을 듣고 감탄하며 방해하지 않으려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았다.-막사에서 부진환은 낙요의 서신을 받았다.편지에는 일상적인 문안도 있었고 대제사장이 알아낸 동하국의 위치와 지도도 첨부되어 있었다.편지를 다 읽자마자 강소풍이 빠르게 달려왔다.“태사! 방금 서신을 전하는 비둘기 한 마리를 쐈습니다!”강소풍은 감격에 겨워 전서를 들고 왔다.부진환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비둘기를 건네받았다. 역시 편지 하나가 있었다.편지
상황을 보고 고옥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명을 내렸다.“공격하거라!”“어서 광풍이 몰아친 곳에서 벗어나거라!”고옥서는 비록 술법을 쓸 줄 모르지만, 알아본 적 있었다. 사람의 힘은 어디까지나 제한이 있으니, 비바람을 잠시 조종할 순 있어도 오랫동안 술법을 쓸 수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공격은 멈출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배에 탄 사람이 두 배로 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동하국 배가 애써 광풍이 몰아치는 구역을 벗어나면 청주 배들이 다시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 그들을 광풍 구역으로 들어가도록 통제했다.폭탄과 화살의 공격으로 여러 척의 배가 빠르게 파괴되었다.배가 부서지자 다들 저도 몰래 바다로 뛰어들어 살길을 도모하려 했다.하지만 바닥에 뛰어들자마자 바다가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바다에 뛰어든 동하국 사람은 수면 위로 떠올라 숨을 쉬지 못해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그 모습을 보고 고옥서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어찌...”제사장족 제자와 천궁도 제자의 호흡은 아주 잘 맞았다. 그들이 함께 힘을 쓰니, 그만큼 공격도 어마어마했다.다른 배들도 최선을 다해 그들이 타고 있는 기관선을 지켜주었다. 비록 적군의 공격을 받았지만 다치거나 죽은 자는 없었다. 그들은 빠르게 전술을 바꾸고 상황을 역전시켰다.부진환은 해안에 가까운 배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수시로 진형과 전술을 바꾸게 지휘했다.날이 어슴푸레 밝았을 때 동하국은 이미 공격을 버텨내지 못했다.바다 위에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했다.고옥서는 이렇게 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부하가 철수해야 한다고 거듭 제안했지만, 고옥서는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조금 더 버티거라. 그들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시간을 끌면 분명 우리가 이길 것이다!”하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시간을 끌다 보니 동하국은 십여 척의 배를 잃었다. 배에 탄 사람들은 바다에 빠진 후 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