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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난 대학교 간 다음의 일은 그때 얘기하자고 했지.”

내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 그때가 되면 우리 만나자고 말 안 했어.”

재욱의 몸이 휘청였고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재욱의 마음속에는 나랑 재욱이 곧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모양이다.

재욱은 한 번도 자신 없는 싸움은 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앞으로도.

재욱이 그렇게 대범하게 하연과 만난 것도 내가 재욱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재욱의 곁에서 떠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평생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의 지혜도 그렇고 앞으로의 지혜도 다시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재욱을 보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재욱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방학 내내 우리 집 앞에 와서 나한테 계속 전화를 걸었고 마지막에는 아버지까지 재욱이 왜 저러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내가 재욱을 전에 좋아했는데 지금은 거절했다는 것을 보아냈다.

나는 아버지한테 이제는 재욱을 안 좋아한다고 얘기했다.

재욱이 다시 나타나 날 방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나는 해가 뜨기도 전에 학교에 가서 수속을 밟고 기숙사에 들어갔다. 그 뒤로 나는 핸드폰 번호도 바꾸고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만 알려줬다.

전생에 내가 재욱을 무척 좋아했을 때, 이 친구들이 내 옆에서 날 말렸었는데, 그때는 귀에 말이 들어오지 않아, 결국 친구들이 하나, 둘씩 내 곁을 떠났었다.

이번 생에 나는 그 친구들을 아주 아꼈고 친구들도 나에 관한 모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재욱은 내가 핸드폰 번호를 바꾼 것을 알고 학교에 찾아왔지만, 학교에서 외부인은 출입 금지라고 해서 재욱은 학교 정문에서 날 기다렸다.

재욱이 다니는 학교는 여기랑 멀리 떨어져 있어 KTX를 타고 세 시간 가야 했다. 이렇게 갔다 왔다 하는 바람에 수업을 많이 빼먹어 학교에서 경고하였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재욱을 못 본 척했다. 그런데 재욱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미쳐있었다.

어느 한번 내가 학교 밖에서 먹을 것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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