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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아니면 재욱이 고정된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나한테 관심이 없어졌나?’

그때가 되면 하연이 아니어도 다른 여자를 좋아했을 것이 분명했다.

“지혜!”

재욱이 날 발견하고 구세주를 만난 듯이 날 불렀다.

그러나 나는 재욱을 못 본 척 옆으로 지나갔고 곁눈질로 재욱의 굳어버린 얼굴을 보았다.

그 뒤로 며칠 동안 나는 계속해서 재욱을 모르는 사람 취급했다.

내가 너무 무시하자, 재욱도 참을 수 없었는지,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날 막아섰다.

“지혜야, 너 왜 갑자기 이렇게 차가워졌어?”

재욱이 눈시울이 빨개져서 날 바라보았다.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것을 보면 요즘 제대로 못 잔 것 같았다.

“어제 후배가 나한테 고백해서?”

재욱이 나한테 다가오며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

“나 거절했어! 나...!”

“난 지금 그냥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

나는 재욱의 말을 끊어버렸다.

재욱이 잠시 굳었더니, 곧바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 그런 거였구나. 그럼 내가 너랑 같이 공부할게. 대학교 가면 우리 다시...!”

“대학교 간 뒤의 일은 그때 다시 보자.”

재욱의 입술이 움직였다.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눈치였다.

대학 입시 시험까지 반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고 그 시간 동안 나는 재욱과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 재욱은 예전처럼 매일 날 따라 학교에 오고 갔다. 그저 날 방해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대학 입시 시험이 끝나고 나는 전생보다 100점 정도 많이 맞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게 되었지만, 재욱은 전생보다 잘 못 쳐 좋은 대학에는 갈 수 없었다. 특히 전생에 갔던 그 좋은 대학과는 인연이 없었다.

대학교 지원서를 작성할 때, 재욱은 전생과 같이 나한테 어디 학교를 갈지 물었고 나는 전생과 마찬가지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거라고 했다.

그러나 난 본 지방의 좋은 대학을 썼다.

입학 통지서가 나온 날, 재욱이 우리 집에 와서 문을 두드렸다.

아버지도 집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를 걱정시키게 하기 싫어서 집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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