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화

나는 차가운 눈길로 하연을 바라보았다.

“절 사모님이라고 불러야죠.”

“아, 잊어버렸네요.”

하연은 귀여운 척하며 비꼬았다.

“사모님께서 곧 이혼하시는데, 지혜 씨라고 불러도 괜찮겠죠?”

하연은 그저 권재 그룹의 직원일 뿐이었지만 내 앞에서 하나도 기죽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연은 내 자리가 지금은 그저 껍데기일 뿐이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 비서, 얼른 목걸이 가져와.”

하연이 고개를 돌려 상훈에게 말했다.

“재욱 오빠가 비행기에서 내렸대. 저 목걸이 하는 내 모습 보고 싶을 거야. 조금 있다가 나 데리러 온다니까 얼른 가져와!”

나는 하연의 으쓱한 표정을 보고 어머니의 목걸이를 저런 사람이 하는 것을 생각하니 속이 울렁거렸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를 위해 참았다.

“하연 씨, 가격 부르는 대로 드릴 테니까, 이 목걸이 저한테 파세요. 제가 할부로 드릴게요.”

“근데 저 재욱 오빠한테 이 목걸이 하고 저녁 식사하러 가기로 했는데요?”

하연은 일부러 날 불편하게 했다.

“아니면 저랑 재욱 오빠 만나러 같이 가서 직접 말씀하실래요?”

“만나긴 뭘 만나!”

아버지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는 성큼성큼 다가와 내 팔을 잡았다.

“당장 이혼해!”

“아빠!”

나는 다급하게 아버지를 막았다.

“목걸이 아직 저 여자한테 있어요.”

“목걸이 필요 없으니까 당장 나랑 나가자!”

아버지는 나를 잡아끌었다. 그러나 나는 가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는 화가 나서 나를 바라봤다.

“재욱이 널 이렇게 대하는데, 나까지 존중하지 않는데, 넌 재욱이랑 이렇게 계속 지낼 거니?”

“아빠, 저 아직 재욱이랑 할 얘기 많아요.”

나는 아버지의 실망한 표정을 보기 무서웠다.

“너!”

아버지의 손이 떨리더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 남자가 이렇게 많은데, 넌 꼭 재욱이여야만 하니?”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세상에 수많은 남자가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남자는 재욱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나의 팔을 놓아버렸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해! 앞으로 후회하든 말든 난 상관 안 하마!”

아버지는 화가 나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하연은 비웃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때 마침 상훈이 목걸이를 들고 오자, 하연이 나한테 말했다.

“저랑 가시죠.”

나는 하연의 뒤를 따라 경매장에서 나갔다. 그러자 문 앞에 익숙한 차가 세워져 있었다.

이 차는 나랑 재욱이 같이 골랐던 차다. 내가 하얀색을 좋아했지만, 재욱이 검은색을 좋아해서 마지막에 재욱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좋아하는 흰색으로 골랐었다.

내가 그때 재욱에게 이 차는 분명 재욱이 많이 타고 다니는데, 왜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골랐냐고 물었었다. 그러자 재욱이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차를 사는 이유는 너랑 네가 가고 싶은 곳에 가려고 그러는 거지. 그러니까 지혜야, 난 네가 뭘 좋아하면 뭘 살 거야.”

그러나 나는 지금 하연이 재욱의 옆에, 재욱이 나를 위해 고른 차에 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저 차 밖에 서서 재욱이 창문을 내리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하연을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이때 재욱이 차가운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재욱 오빠, 저도 힘들게 이 목걸이 가졌는데, 지혜 씨도 갖고 싶대요. 저보고 팔래요.”

하연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재욱에게 말했다.

“재욱 오빠, 어떡하죠?”

“이거 우리 엄마 유품이야.”

나는 재욱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재욱이 나랑 15년을 함께 하면서, 내가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그저 차 사고가 난 뒤, 다른 사람이 가져간 목걸이만 남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