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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이것은 나랑 아버지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나는 재욱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곧이어 재욱은 하연의 어깨를 감싸며 담담히 말했다.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면 왜 경매에서 가지지 못했어?”

나는 재욱이 하연의 어깨에 놓인 손의 네 번째 손가락에 옅어진 반지 자국을 보았다.

“나 돈 그렇게 많지 않아.”

“그건 네 문제지.”

재욱은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나랑 이혼하는 거 조금만 빨리 동의해 줬다면, 내가 너한테 배상금 줬을 텐데, 그럼 이거 살 수 있잖아?”

재욱의 말은 비수처럼 내 가슴에 와서 꽂혔다.

“그래서 네가 하연 씨에게 이 목걸이 사준 이유가 나랑 이혼하기 위해서야?”

나는 말을 하는 것조차 마음이 아팠다.

“권재욱,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나 너한테 아무 감정 안 남았어. 지혜야, 넌 왜 날 놓아주려고 하지 않는 거야?”

그날, 나는 결국 하연의 손에서 목걸이를 가져오지 못했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 내 머릿속에 재욱이 했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나는 멍하니 소파에 앉아 거실에 걸려있는 그림을 바라봤다. 이 그림과 배치는 모두 나와 재욱이 함께 한 것이다.

‘우리 전에 함께 할 미래를 그려왔는데, 너 어떻게 그렇게 한순간에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어?’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재욱이 하연을 데리고 모든 사람 앞에서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얘기했어도 난 이혼하기 싫었다. 나는 재욱을 놓을 수 없었다.

나는 탁자 위에 놓인 우리의 사진을 보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나랑 재욱은 고등학교 때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우등생이었고 재욱은 장난만 치면서 공부하기 싫어하던 학생이었다. 재욱은 내 뒤에 앉아 내 머리로 장난쳤다.

내가 고개를 돌려 재욱과 화를 내자, 재욱이 나한테 글이 적힌 메모장을 건네주었다.

“지혜야, 나 너 좋아해, 나랑 만나지 않을래?”

그날부터 재욱은 매일 일찍 일어나 내 집 앞에서 날 기다리면서 같이 등, 하교했다.

후에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재욱을 알게 되었고 재욱의 아버지, 어머니도 날 알게 되었다.

우리 두 집안은 함께 식사도 했었다.

“너희 아직 학생이니까 연애하면 안 돼.”

재욱의 어머니가 귀띔했다.

“공부 잘하는 지혜 건드리지 마.”

재욱은 그러겠다고 했지만, 책상 밑에서는 내 손을 잡았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우리 어머니가 갑작스러운 차 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하룻밤 사이에 폭삭 늙으셨다. 사업도 갑자기 하행선을 긋게 되면서 난 너무 울어서 학교로 갈 수 없었고 우울증 판정까지 받았다.

재욱이 휴가를 내고 내 옆에 있어 주었다.

“지혜야, 너무 슬퍼하지 마. 나도 있고 아버지도 계시잖아.”

재욱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날 안아주었다.

재욱의 보살핌에 난 점차 상태가 좋아져 수능에도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일 때문에 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었다.

재욱은 나랑 떨어지기 싫어서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랑 같은 도시에 있는 다른 대학에 진학하기로 했다.

나는 재욱에게 이런 결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재욱은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우리 지혜, 이렇게 예쁜데,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면 학교에서 다른 남자가 우리 지혜 좋다고 따라다니면 어떡해?”

그때 재욱이 처음으로 날 그렇게 불러줘서 내 가슴이 뛰게 했다.

나는 용기를 내서 재욱에게 물었다.

“넌 날 뭐라고 생각하는데?”

재욱이 깜짝 놀랐다. 재욱의 귀가 빨개지면서 부끄러워했다.

“내가 한 행동이 그렇게 한 선명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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