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오빠, 지금 어떻게 됐어?]바다는 곧 대답했다.[나 보고 싶었어?]양다인은 구역질을 참으며 그에게 대답했다.[그래, 보고 싶었지.][나 아직 못 돌아와, 말해봐, 또 나한테 뭘 부탁하고 싶은 거야?]양다인은 참을성 있게 말했다.[별일 없으니 오빠 푹 쉬어. 난 오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얼굴 바꿔서 너랑 자면 짜릿하겠지?]양다인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나 몰라.]……다음날.강하영은 잠에서 깨자마자 이메일을 받았다.그녀가 클릭해보니 ‘G’ 라는 사람이 보낸 메일이었다.내용은 모두 영어로 되어 있는데, 강하영에게 의상 디자인 대회에서 순위를 딴 후 Y국으로 연수를 가는 것에 관심이 있냐고 물었다.메일의 마지막에는 대회 주최자의 인장이 있었다.강하영은 놀랐다. ‘Y국에 가서 연수하다니?!’그녀는 얼른 영어로 답장했다.[안녕하세요, 어떤 순위를 받아야 참가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상대방은 30분 만에 답장을 보냈다.[대회 1~3위, 다시 말해서 나머지 100여 명의 우수한 디자이너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기회가 있어요.3라운드 대회는 보름 밖에 안 남았어요. 강하영 씨, 난 당신이 해내리라 믿어요.]강하영은 ‘감사합니다’라는 답장을 한 뒤 소파에 앉아 멍해졌다.G는 누구일까?Y국에는 조슨이란 국제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가 있었다.설마 그 사람일까?그러나 잠시 생각하자 강하영은 바로 이 황당한 생각을 부인했다.이 경기는 국내외에 같이 열렸지만 조슨더러 주목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그리고 조슨은 또 어떻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의 디자인 작품을 마음에 들 수 있었을까?경기 도장은 가짜일 수 없었는데, 전에 그녀가 진급한 후 메일로 보내온 것과 똑같은 도장이었다.조슨이 없어도 이런 얻기 힘든 기회를 그녀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당장 비서가 되고 싶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었다.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갈망해온 일이었다.……오후, 소씨
소씨 집안을 떠난 후, 양다인은 어떻게 강하영의 머리카락을 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핸드폰에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바다 오빠: [나 돈 부족해. 좀 입금해줘.]양다인은 휴대전화를 꽉 쥐었다.[지난달에 금방 2000만 원 줬잖아!][성형에 많은 돈을 썼어, 너 정유준의 곁을 따라다니면서 돈이 없다고?!]양다인은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나는 정유준에게 한 푼도 달라고 하지 않았어.][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너 그의 사무실에 출입할 수 있잖아? 기밀 좀 훔쳐서 팔면 돈이 생기는 거 아니겠어!][너 미쳤어! 정유준이 알면 나 죽어?!][뭐가 무서워, 방법을 생각해서 강하영을 범인으로 만들면 끝이잖아?! 넌 그녀를 매우 미워하는 거 아니었어?1억, 두 주일 안으로 꼭 줘! 그렇지 않으면 난 우리 두 사람의 일을 정유준에게 말할 거야!]1억이란 숫자를 보며 양다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MK의 기밀은 아무거나 팔아도 1억이 넘는다!!‘하지만 정말 손에 넣고 팔 수 있다면, 바다 쪽은 요즘 뒤탈이 없을 거야!’양다인은 은행카드 잔액이 10억밖에 안 남은 것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금요일 밤.강하영과 우인나는 시내 백화점에서 밥을 먹은 후 함께 신생아 용품 가게로 갔다.우인나는 각양각색의 아기 침대를 보면서 눈이 꼿꼿해졌다.“하영아, 네가 사는 그 집은 이런 초대형 아기 침대를 놓을 수 없겠지?”이 문제에 대해 강하영도 머리가 아팠다.“아마도 집을 사야 할걸? 아이가 있으면 세들어 사는 건 불편하지.”“너 지금 돈이 얼마나 남았는데? 김제에서 집을 사는 건 정말 힘들지.”강하영은 입술을 벌리더니 갑자기 점심에 받은 그 이메일이 생각났다.그녀는 잠시 침묵했다.“인나야, 나 연수 가고 싶어.”“연수?” 우인나는 영문을 몰랐다.“무슨 연수?”강하영은 일을 대체로 우인나에게 한 번 말했고, 우인나는 천천히 눈을 크게 떴다.“하영아, 연수는 좋은 일이야, 나도 매우 응원하지만 이건 적지 않은 비용이잖아, 잘
“양 부장님, 방금 시키신 일, 다 했는데요, 그 돈은…….”[고생했어. 내가 먼저 200만 원 줄게. 월요일에 출근하면 어떻게 하는지 내가 가르쳐 줄게.]비서는 돈을 받고 어두운 표정으로 가게 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비록 양 부장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지 몰랐지만, 할머니의 병원비를 위해서 그녀는 강하영을 배신할 수밖에 없었다!……이틀 동안 강하영은 조금도 쉬지 않았다.설계 원고의 디테일을 처리하고, 설계 이념을 다듬고, 또 우인나와 함께 집을 보러 갔다.그녀는 우인나와 이 문제를 자세히 의논한 적이 있었다.일정 기간 연수를 하고 돌아오면 그래도 지낼 곳이 있어야 했다.세 아이가 있으니 주택에 합리적인 계획이 필요했다.집이 너무 작아서는 안 되고 또 너무 크면 그녀는 살 수가 없었다.조수석에 앉아 강하영은 앞에 있는 주택을 보고 초조해했다.“하영아! 나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우인나는 강하영의 팔을 연달아 두드리며 흥분해했다.강하영은 그녀를 보며 어쩔 수 없이 팔을 비볐다.“뭔데?”“지난번에 네가 나에게 말했잖아, 정 사장님이 양다인에게 집 한 채를 사준 후 또 너에게 하나 사줬다고.”강하영은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난 부동산 서류를 난원에 두고 가져오지 않았어.앞으로 그에게 잡혀서 그가 여러 가지 핑계로 나와 아이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을 원하지 않거든.”우인나는 화가 난 눈알을 부릅떴다.“너 정말 바보구나! 양다인 따라서 뻔뻔스러운 것을 좀 배우면 안 돼?”강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양다인을 언급하니, 그녀는 그동안 줄곧 바다 오빠란 사람에 대한 소식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강하영이 물었다.“양다인의 그 남자,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니?”“이 사람은 마치 지구에서 사라진 것 같아. 소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잘 검증한 후에 너에게 말하고 싶어서 그래.”강하영은 앉은 자세를 조절했다.“말해봐, 무슨 소식이야?”“지난번에 네가 나한테 이 사람 언급했을 때부터 궁금했어.내 사람이 양다인을 미
강하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그녀가 하는 공연을 보고 있었다.정유준이 강하영의 앞에 나타나서야 그녀는 정유준을 발견하고 말했다.“저 올라가도 될까요? 아니면 여자 주인님의 동의가 필요하나요?”강하영의 날카로운 말에 정유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좀 예쁘게 말할 수 없어?”양다인은 이 말을 듣고 낯색이 하얗게 변했다.‘쟤 어떻게 유준씨 말속의 뜻을 모를 수 있겠어? 강하영이 뭐라고 유쥰씨가 내 체면은 하나도 고려 안하지? 그리고 이 나쁜 사람은 도대체 여기와서 무엇을 하려고 그러지?’양다인의 얼굴색이 점차 안 좋아지는 것을 본 강하영은 속으로 내심 통쾌했다.강하영은 잘생긴 정유준을 바라보고는 말했다.“당연히 된다면 저는 이만 올라가 정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강하영은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몇 발자국 못가 강하영은 갑자기 계단에 넘어지고 말았다그녀는 순간적으로 손으로 배를 감싸 안고 무릎이 아팠지만 미간을 찌푸리고 참았다.계단에서 큰 소리가 나자 정유준은 순식간에 강하영쪽으로 왔다. 그녀가 넘어진 것을 본 정유준은 낯빛이 좋지 않았다.정유준은 큰 보폭으로 그녀에게 다가가 한 손으로 그녀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강하영의 빨간 무릎을 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너는 앞을 안 보고 다니니? 그렇게 오랜 시간 올라갔던 계단에서 어떻게 넘어질 수 있어?”강하영은 정유준의 손에서 벗어났다.“고맙습니다. 정 사장님. 저 머리가 좀 어지러워서 그런 겁니다. 괜찮습니다.”넘어진 것도 가짜고 어지러운 것도 가짜였다.양다인이 연기를 할 줄 아는 것처럼 그녀도 할 줄 알았다.여기에 남아있을 수만 있다면 그까짓 체면 깎여도 괜찮았다.정유준이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무슨 일이야?”강하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저 괜찮아요!”대답한 후, 그녀는 정유준의 손에서 벗어나 옆의 손잡이를 잡고 절뚝절뚝 계단을 올라갔다.정유준의 얼굴은 얼어 있었고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바로 강하영을 안고 계단을 올라갔다.이 광경을 본 양
강하영이 누워있은지 십여 분이 지난 뒤 임씨 아주머니가 먹을 것을 들고 들어왔다.강하영을 본 아주머니는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아가씨, 드디어 돌아오셨네요.”강하영은 몸을 일으켜 세우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이모님, 저는 그냥 물건을 가지러 왔어요.”아주머니는 먹을 것을 침대 옆 테이블에 올려놓고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아가씨가 만약 안 가면 얼마나 좋을 가요.”강하영은 잠시 머뭇거렸다.“양다인 챙기기 어려워요?”아주머니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흰 목이 나무 버섯탕을 저어주고는 강하영에게 건네주었다.“왜 이렇게 약해지셨어요. 요 며칠은 여기서 몸 잘 챙기다가 가세요.”아주머니가 말했다.강하영은 버섯탕을 받아 쥐고는 잠시 머뭇거렸다.“이모님,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양다인이 힘들게 했죠?”“어쩔 수 없어요.”아주머니는 한숨을 쉬고는 이어서 말했다.“가끔 아가씨가 돌아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었어요.”강하영은 버섯탕을 한술 떠서 먹었다.“이모님, 제가 돌아올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제가 양다인을 난원에서 쫓아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이모님이 저를 도와주셔야 해요.”말을 다 하고 나서 그녀는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맑은 눈동자에는 결심이 가득했다.아주머니는 놀라 눈이 커졌다.“아가씨, 이렇게 하는 이유가…….”강하영은 들이 숨을 크게 쉬더니 양다인이 양운희에게 한 일을 알려주었다.경과를 다 들은 아주머니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아가씨, 저 할 수 있어요. 조금 있다가 돌아가서 어떻게 할지 잘 생각해 볼게요.”강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말했다.“감사합니다.”……새벽 한시.방문이 열리고 강하영이 핸드폰을 보다가 걸어들어오는 양다인을 바라보았다.양다인은 눈이 빨개서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강하영! 너 얼굴이 왜 이렇게 두꺼워!”강하영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너도 두꺼우면서 나는 두꺼우면 안 되니?”양다인은 주먹을 꽉
아침을 다 먹고 강하영은 2층으로 돌아왔다.정유준의 방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양다인이 방문을 열고 강하영의 앞에 나타났다. 그러고는 그녀의 배를 한눈 보더니 말했다.“거의 4개월 되지?”강하영은 경계심을 세우고 양다인을 보았다.“너 뭘 말하고 싶은 거야?”양다인은 슬쩍 웃으며 물었다.“너 유준씨한테 계속 비밀로 하는 이유가 아이를 지우라고 할까 봐 그러지? 아니면 유준씨 몰래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진 거야?”“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너처럼 그런 줄 알아?”강하영은 차갑게 웃었다.양다인은 얼굴이 굳더니 말했다.“그러면 왜 유준씨한테 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니?”“지금 말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니? 나는 그냥 수시로 너에게 경고하고 싶었을 뿐이야.”강하영은 양다인 쪽으로 한발 다가갔다.‘네가 고통 속에서 살면 나는 너의 불안하고 무섭고 화가 나는 표정을 보면 기분이 좋아. 양다인, 너 내 배속의 아이가 정유준의 것이라고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너의 미래는 나보다도 못할 거야.’강하영은 말을 다하고 나서 방으로 돌아갔다.양다인은 매서운 눈길로 닫치는 문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강하영, 앞으로 좋은 일 없을 거야!’그러고는 정유준의 서재로 들어갔다.정유준의 서재에는 금고가 있었는데 우에는 3개의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양다인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생각했다.‘예전에 바다 오빠가 얘기한 걸 들었는데 어떤 금고는 전문적으로 제작한 것이라고’3개의 자물쇠 중 하나의 자물쇠만 사용할 수 있었다. 진실을 모르는 사람이 다른 2개의 자물쇠에 손을 댓다가는 경보음이 울릴 것이었다.양다인은 입술을 깨물고 보니 정유준의 사무실에는 이런 물건은 없었다.아마 회사에 있는 듯싶었다.양다인은 한 권의 책을 들고 서재를 나왔다. 그러고는 방에 돌아와 비서에게 문자를 보냈다.“기회를 타서 강하영을 회사로 불러내.”비서는 문자를 보고는 급하게 강하영을 찾았다.비서: [하영 언니, 지금 시간 돼요?]강하영은 뉴스를 보고 있다가 문자를 보고 답장을
강하영은 웃으며 말했다.“정 사장님은 정말 대범하신데요. 내가 양다인을 보고 그녀와 충돌할까 봐 두려운 거죠?”정유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시선은 강하영의 붉고 윤택한 입술에 떨어 졌다.“강하영, 내가 너의 입을 막도록 강요하지 마라.”“…….”무지막지한 남자앞에서는 그래도 입을 다무는것이 좋다.정유준이 사무실을 떠난 후 강하영은 원래의 위치로 걸어 갔다.그녀는 손을 뻗어 그녀가 사용했던 사무용구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머릿속에 나타난 것은 모두 이 3년 동안 부지런히 일하는 화면이었다.양다인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때 그녀는 여전히 순진하게 정유준과 함께 오래 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유치한 생각은 현실에 의해 부서졌다.강하영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며 감정을 가다듬은 뒤 문을 열고 비서실로 향했다.그러나 그녀의 그림자가 사라지자 복도에 양다인이 나타났다.그녀는 정유준의 사무실 입구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시선은 문에 떨어졌지만 주위는 복도에 높이 걸린 카메라에 쏠렸다.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그제야 문을 밀고 들어 갔다.정유준의 일정을 그녀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을 골라 온 것이다.사무실 책상 앞으로 걸어 간 양다인은 정교한 과자를 꺼내 정유준의 책상 위에 놓았다.뒤이어 옆에 있는 자료함을 보고 긴장해서 입술을 핥고 지나갔다.비서실.……강하영이 나타나자 나이 어린 비서들이 감격에 겨워 달려와 인사를 나눴다.심지어 그녀에게 사장의 비인간성을 원망하기도 했다.강하영은 웃으며 일일이 대답했고 멀지 않은 곳에서 왕 비서와 백 비서가 대화하는 게 보였다.왕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싸구려 같은게. 사무실에 그 물건이 없으면 뭐 돌아가지 못하기라도 한 대?”백 비서는 강하영의 출현에 충격을 받았다.“그녀가 출근한다?!”왕 비서가 말했다. “너 입 닥쳐! 그녀가 돌아오면 내가 어떻게 승진해?!”백 비서는 입을 삐죽거렸다.“그만하면 됐어, 정확히 따지면 우리는 모두 그녀를 질투하는거야.
강하영은 말을 마치고 희미하게 시선을 거두고 정유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사무실에서 떠났다.두 사람이 침대 시트를 굴리던 장면을 생각하면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밥을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녀는 마음이 평온하게 그와 함께 밥을 먹을 수 없었다.양다인이 발작하고 싶지만 감히 발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회사를 나선 강하영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나서야 자신을 진정시켰다.그녀는 손목시계의 시간을 보았는데 지금 돌아간다면 아직 늦지 않을 것이다.택시를 타고 난원으로 돌아오니 가정도우미 임씨 아주머니가 얼른 나와서 맞이했다.“아가씨, 양양은 지금 목욕하러 갔어요. 핸드폰을 책상 위에 놓고요.”강하영은 안색이 침울해졌다.“알았어요, 아주머니가 그녀를 좀 지체시켜요.”양다인이 자는 객실에는 욕실이 없었고 그녀는 물건을 손에 넣을 기회가 있다.임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 한 장을 강하영에게 건네주었다.“위에는 양양의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있어요. 내가 훔쳐본 거예요.”강하영은 감동적인 대답을 했다.“아줌마 정말 고마워요.”말이 끝나자 강하영은 비밀번호를 쥐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황급히 양다인방으로 걸어갔다.방에 들어서자 양다인의 휴대전화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강하영은 긴장을 억누르고 리더기를 꺼내 양다인의 휴대전화에 꽂았다.두 포트가 연결되자 양다인의 휴대전화 화면은 일련의 데이터로 변했다.맨 아래 완성도를 보면서 강하영은 긴장한 채 침을 삼키며 바깥의 동정을 자세히 듣고 있다.50% 가 되자 옆집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임씨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양, 목욕수건은 아직 말리고 있어요! 오늘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서요, 내가 바로 가져다 줄게요.”“임씨 아주머니! 왜 이러세요?! 이제 이 정도 일도 못 하겠어요?!”아래층에서 차의 엔진소리가 들려왔다.강하영은 더욱 긴장되였다. 정유준이 돌아왔다!임씨 아주머니는 문 앞으로 다가가 걱정하며 강하영에게 물었다.“아가씨, 다 됐는가요? 선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