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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강한서는 못 들은 척 몸을 돌렸다.

“갈게.”

유현진이 그를 따라나서며 말했다.

“다시 말해 봐.”

강한서는 여전히 못 들은 척하고 있었다.

유현진이 그의 팔에 매달려 칭얼거렸다.

“한 번만 다시 불러줘, 한 번만.”

강한서는 이렇게 닭살 돋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특히 커플 사이에 하는 닭살스러운 호칭은 더더욱.

예를 들어 그는 절대 유현진을 “여보”라고 부르지 않았다. 제일 다정한 호칭이라고 해봐야 “현진이”거나 “현진아”정도였다. “자기”,“애기” 이런 호칭은 단 한 번도 부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유현진이 생전 들은 적 없던 호칭을 들으니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예전에 유튜브에서 한 남자 인플루언서가 카메라를 향해 듣기 좋은 목소리로 “자기”라고 했을 때 소름이 쫙 돋았었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에게 주방용 세제를 보내 기름기 좀 제거하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 호칭을 강한서에게서 들으니 전혀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 설레기까지 했다.

특히 무심코 그 호칭을 들으니 그녀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느끼한지 아닌지는, 역시나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뭐라고 하든, 강한서의 입은 봉인된 것처럼 다시는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말 안 해?”

유현진이 화난 척 연기했다.

“너 안 하면 인턴 기간 지금 바로 끝이야, 해고할 거야!”

강한서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나 그날 많이 말했어.”

유현진이 의아해했다.

“어느 날?”

‘강한서가 말했었다고?’

‘왜 아무 기억이 없지?’

유현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의심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 속이는 거지?”

강한서가 다가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호텔에서, 우리 여러 번 했던 그날. 내가 너한테 많이 불러줬어. 기억 안 나?”

유현진: ...

그는 강한서를 밀어내고 귀를 붉힌 채 그를 째려보았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닥쳐!”

그러더니 그녀는 씩씩거리며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강한서는 작게 웃더니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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