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서는 못 들은 척 몸을 돌렸다. “갈게.”유현진이 그를 따라나서며 말했다.“다시 말해 봐.”강한서는 여전히 못 들은 척하고 있었다. 유현진이 그의 팔에 매달려 칭얼거렸다. “한 번만 다시 불러줘, 한 번만.”강한서는 이렇게 닭살 돋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특히 커플 사이에 하는 닭살스러운 호칭은 더더욱.예를 들어 그는 절대 유현진을 “여보”라고 부르지 않았다. 제일 다정한 호칭이라고 해봐야 “현진이”거나 “현진아”정도였다. “자기”,“애기” 이런 호칭은 단 한 번도 부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유현진이 생전 들은 적 없던 호칭을 들으니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예전에 유튜브에서 한 남자 인플루언서가 카메라를 향해 듣기 좋은 목소리로 “자기”라고 했을 때 소름이 쫙 돋았었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에게 주방용 세제를 보내 기름기 좀 제거하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 호칭을 강한서에게서 들으니 전혀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 설레기까지 했다. 특히 무심코 그 호칭을 들으니 그녀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느끼한지 아닌지는, 역시나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뭐라고 하든, 강한서의 입은 봉인된 것처럼 다시는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말 안 해?”유현진이 화난 척 연기했다. “너 안 하면 인턴 기간 지금 바로 끝이야, 해고할 거야!”강한서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나 그날 많이 말했어.”유현진이 의아해했다. “어느 날?”‘강한서가 말했었다고?’‘왜 아무 기억이 없지?’유현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의심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 속이는 거지?”강한서가 다가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호텔에서, 우리 여러 번 했던 그날. 내가 너한테 많이 불러줬어. 기억 안 나?”유현진: ...그는 강한서를 밀어내고 귀를 붉힌 채 그를 째려보았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닥쳐!”그러더니 그녀는 씩씩거리며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강한서는 작게 웃더니 성큼
강한서도 그녀를 따라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 한성우는 자신보다 키가 작은 사람을 누른 채 오랫동안 입을 맞추고 나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차미주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렸다. 유현진이 알고 있는 차미주라면, 그녀는 이 따귀에 전부의 힘을 쏟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차미주의 힘이라면 한성우가 피가 나지는 않더라도 아파서 소리라도 질렀어야 했다. 옆으로 고개가 돌아간 한성우는 혀로 방금 맞은 뺨 안쪽을 훑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차미주를 보더니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네 입술도 건드렸으니, 그것도 잘라 버릴 거야?”차미주가 팔뚝으로 입술을 벅벅 문질렀다. 그녀는 눈을 붉히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 개자식아! 난 널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넌 날 장난감 취급을 해? 그래서 네 멋대로 갖고 놀고 싶으면 갖고 놀고 그런 거야?”“친구?”한성우가 코웃음을 쳤다. “네가 날 역신 보듯 피해 다녔으면서, 그게 날 친구로 대한 거야? 내 도움은 받고 싶고, 날 미워도 하면서. 너야말로 앞뒤가 너무 다른 거 아니야?”차미주가 몸을 굳히며 이를 악물었다. “내가 언제 널 미워했어?”“네 팔만 잡아도 멀리 떨어져 나가려고 했잖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벽에만 붙어있고. 넌 내가 눈이라도 멀었는 줄 알아?”한성우는 말을 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특히 그녀가 조준과 함께 자기 앞에 나타났던 것만 떠올리면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극에 달했다. “네가 필요할 때만 난 성우 오빠고, 너한테 필요 없어지면 화장실에 있는 돌보다도 못한 취급 하잖아. 왜, 조준을 꼬셨으니까 이젠 너한테 난 쓸모없는 사람이 된 거야? 조준이 정말 너한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 내가 알려줄게. 조준이 너한테 조금의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냥 너랑 자고 싶—”“짝—”차미주는 이번에야말로 온 힘을 손에 온 힘을 실었다. 한성우의 얼굴은 바로 저릿해졌다. 그는 머리끝까지 화가 올라왔다. 성인이 된 후, 아무도 감히 그의 뺨을 때린
차미주가 코를 훌쩍이며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는 울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사정?”한성우가 머뭇거렸다. 아마 얘기하기 어려운 일인 듯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전에 사귀던 모델 여자친구가 있었어. 걔가 날 따라다녔고, 예쁘장하게 생겨서 잠깐 만났었지.”차미주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 “잠깐 자기만 했겠지.”한성우: ...“안 잤어!”한성우가 그녀를 째려보았다. “난 연애할 때는 연애하는 과정을 즐긴다고. 누가 너한테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잔다고 그래? 그리고 걔가 먼저 따라다닌 거야. 예쁘게 생겼고, 성격도 잘 맞아서 사귄 거였어. 누가 알았겠어—”그의 말투가 확 변하더니 이를 갈았다. “그게 신하리 전여친인 줄 누가 알았겠어! 신하리 이게 내가 지 여친을 뺏은 줄 알고 먼저 와서 날 꼬셨어. 내가 자기 전여친을 차면 나한테 복수도 하고 피해도 입힐 수 있으니까.”차미주: ???!!!차미주는 상황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신하리 전 여친? 신하리 여자잖아? 신하리 여자친구... 신하리, 신하리가...”차미주가 두 눈을 크게 떴다. 한성우가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차미주: ...그녀는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이 이미 충분히 막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것보다 더 한 막장이었다. 한성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 일에 대해 아는 사람 몇 없어. 난 널 내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말한 거니까, 넌 다른 데 가서 얘기하면 안 돼. 국내도 아직 그렇게 개방적이지 않으니까.”“알아.”차미주도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내가 멍청이도 아니고.”그러더니 그녀가 또 물었다. “그럼 네가 꽃을 들고 가서 고백한 건 어떻게 된 거야?”한성우가 말했다. “걔가 날 쫓아다녔잖아. 그때 난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리고 걔한테는 전혀 그런 마음이 없어서 대꾸도 하지 않았는데, 계속 포켓볼 클럽에 찾아오잖아. 꺼지라고 해도 꿈쩍도 안 하고 굳이 게임을 해서 내가 이기면 다시는 내 앞에 나
차미주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신경 쓰이긴 하지.”한성우는 조금 실망하고 말았다. “하지만...”실망이 다시 희망으로 불타오르고, 한성우가 귀를 쫑긋 세웠다. “하지만 난 두 사람이 진심으로 좋아하면 상관없다고 생각해. 내가 원하는 건 그 사람과의 현재와 미래니까. 과거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전여친과 애매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지만 않다면 괜찮아. 사람이 별로라면, 연애 경험이 없어도 쓰레기일 뿐이야!”한성우가 호기심에 물었다. “모쏠한테 당했어?”“친구가 당했어!”강한서는 괜히 찔리는 마음에 고개를 숙여 진지하게 구경하고 있는 유현진을 바라보았다. ‘설마 얘가 입이 가볍게 내 흉을 본 건 아니겠지?’사실상 그건 강한서의 착각이었다. 차미주가 말한 친구는 유현진이 아니었다. “내 친구 남편이 모쏠이었거든. 걔랑은 첫사랑이었고. 학교에서 만나서 결혼까지 했지만 결국 결혼 2년 만에 회사 여상사랑 바람이 났어. 내 친구는 임신 6개월이었고. 그 쓰레기 같은 새끼가 이혼하려고 한 덕에 유산했어.”“그 자식, 내 친구랑 만나기 전엔 연애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바람이든 쓰레기 같은 짓이든 하나도 빠짐없이 다 했잖아. 걔 일을 겪고 나서 난 남자가 믿을 수 있는 놈인지 아닌지는 연애 경험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한성우가 그녀의 말에 무조건 찬성했다. “역시 우린 생각이 비슷해.”차미주는 한성우의 리액션이 마음에 들자 쉬지 않고 계속 떠들어댔다. “어떤 모쏠은 정말 별 볼 일 없다니까. 내 친구 남편만 봐도 그래. 잠자리 경험이 없으니까, 빨리 끝나는 건 물론이고, 아프게만 한대. 관건은 그럼에도 좋은 척 연기를 하면서 그 남자를 맞춰줘야 한다는 거야. 그 인간 자존심을 지켜주려고. 이런 인간한테 뭘 바라겠어? 정말 쓸모라고는 없다니까.”한성우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신나서 수다를 떠는 누군가를 보며 그는 마른기침을 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남자가 경험이 있어야 둘 다 좋
차미주의 눈가가 떨려왔다. ‘이 여자는 대체 예의가 뭔지, 염치가 뭔지 모르는 거야?’“남자친구 있으시잖아요. 남자친구가 있으면서 다른 남자를 잡고 놓지 않는다고요?”유현진이 속삭였다. “그냥 부축한 것뿐이에요. 차미주 씨가 오해하신 거예요. 그렇죠, 강한서 씨?”강한서는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네”라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장난을 좋아하는 아내이니, 뭐 어쩌겠는가? 맞춰주는 수밖에. 그의 반응에 차미주는 분노가 치밀어 미칠 지경이었다. 평소라면 그녀는 절대 강한서를 면전에 두고 면박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두려워할 겨를도 없이 다짜고짜 욕설을 내뱉었다. “강한서, 넌 눈이 삐었어? 저 여자가 너한테 꼬리치는 거 몰라? 너는 다른 남자랑 다르다고 생각했다니, 다르긴 개뿔! 다 쓰레기야! 예쁜 여자가 윙크라도 해주면 발도 못 떼지. 너 같은 인간이 현진이랑 잘 되고 싶어? 다음 생, 다다음 생도 너한테 기회— 읍—”차미주의 욕설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곧 뒤따라온 한성우에 의해 입을 틀어막힌 채 한쪽으로 끌려갔다. “술 많이 마셔서 헛소리를 다 하네. 편하게 해.”한성우는 자리를 피하기 전 강한서를 보며 또 말했다. “네가 알아서 잘 처리해. 난 쟤 입 못 막아.”말을 마친 그는 발버둥 치는 차미주를 안고 가버렸다. “이 자식아! 이거 놔!”차미주가 소란을 피운 덕에 한성우는 얼마 못 가 그녀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분노를 터뜨리며 말했다. “왜 날 잡아! 나 아직 그 년놈들 손 보지 못했는데!”한성우가 말했다. “그냥 부축한 것뿐이야. 어딜 봐서 네가 말한 것처럼 심각하다는 거야? 한서가 그렇게 사리 분별 못하는 녀석도 아니고. 걘 그냥 예의상 그런 거야.”“저렇게 흘리고 다니는 여자한테 예의는 무슨 예의? 그냥 둘이 눈 맞은 거잖아! 안 되겠어, 내가 지금 바로 현진이한테 전화해서 강한서 이 쓰레기 같은 놈을 멀리하라고 해야겠어!”한성우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한 번에 그녀를 원위치 시켰다. “너
“애초부터 네 탓이었어!”차미주는 ‘누가 너더러 말도 없이 입 맞추래.’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잠시 생각하고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왜냐면 말을 하든 안 하든, 그는 그녀에게 입 맞추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는 마음이 이상했다. 그녀는 어쩐지 자신이 화를 낸 포인트가 틀린 것 같다고 느껴졌다. 왜 그녀는 한성우가 자신에게 입 맞춘 것보다 그가 한 말에 더 화가 나 있는 걸까?차미주는 한성우를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가 입 맞춘 것을 아무렇지 않게 느끼는 걸까?차미주는 머리가 복잡했지만 기분은 이상하게 유쾌했다. 그녀는 아마도 한성우에게 여자친구가 없어서 더 이상 오해받을까 봐 피해 다니지 않고 편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다 내 탓이야.”기분이 좋아진 한성우의 말투가 다정해졌다. 차미주는 또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얼음이라도 가져와서 찜질하는 게 어때? 보기 흉한데.”한성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됐어, 네가 그랬잖아, 난 얼굴이 두껍다고.”차미주: ...그녀는 참지 못하고 소리 내 웃었다. 한성우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얘기 좀 할까, 도둑아?”차미주가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무슨 일인데?”“이번 주말에 나 삼계탕 먹고 싶어.”차미주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넌 내가 셰프인 줄 알아, 뭐든 다 할 줄 알게?”한성우가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너는 셰프보다된 능력 있는 사람이야. 네가 바로 실존해 있는 장금이자 요리의 신 그 자체지.”한성우의 아부에 차미주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잘난 척하며 말했다. “삼계탕은 조리 과정이 복잡해. 식재료도 많이 필요해서 만드는 데 며칠은 걸릴거야.”“그러니까 나도 당장 먹는다고 안 했잖아. 식재료는 내가 준비할게. 넌 하기만 해.”그는 자신의 볼을 내밀었다. “다친 것 좀 봐봐. 내가 너랑 친구 하면서 엎어치기도 당하고 따귀도 맞아야 해. 네가 제대로 몸보신 시
유현진이 강한서의 뺨을 살짝 때렸다. “나 강운 씨랑 같이 왔어. 최소한 들어가서 인사는 해야지.”강한서는 전혀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따라 결혼식장으로 들어갔다. 계획은 좋았으나, 들어왔다가 다시 간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날 밤 결혼식 피로연이 준비되어 있었고 친구들이 신랑 신부와 함께 게임을 하도록 미리 얘기가 되어 있었다. 강한서는 자리를 비울 수 없고, 그렇다고 혼자 가면 재미도 없으니 그녀는 아예 함께 피로연에 참석했다. 방금 주강운이 불려 나간 것도 신랑의 친구들과 피로연 게임에 사용할 도구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전혀 흥미가 없어 보이는 유현진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게임을 재밌게 만들어서 그렇게 지루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정말 가고 싶지 않으면, 제가 진성 씨한테 얘기하고 데려다 드릴게요.”“괜찮아요.”유현진이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도와드린다고 약속했는데, 이 정도는 괜찮아요. 같이 가요.”주강운은 웃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두드리려고 하자 그녀는 갑자기 컵을 들고 물을 마셨다. 멈칫거린 주강운이 손을 거두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고마워요.”그 장면을 응시하고 있던 강한서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차미주만이 호시탐탐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마치 그들이 무슨 선을 넘는 행동이라도 하면 바로 친구를 대신해 그 현장을 잡을 준비를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피로연은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사람들도 모두 술을 마셨고, 호텔에서 피로연을 하는 편이 나았다. 게임은 전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진실게임이었고, 다른 하나는 예능에서 자주 나오는 마피아 게임이었다. 유현진은 이 신혼부부가 너무 센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신혼 첫날 밤에 진실게임이라니, 어떤 사생활을 물을 줄 알고. 부부관계가 틀어질까 두렵지도 않은 걸까?하지만 현실은, 그런 생각은 그녀의 착각이었다는 것이다. 진실게임은 신혼부부가 아닌,
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더 흥분했다. 한성우가 웃으며 말했다. “차라리 아까 내가 한 질문에 대답하지 그랬어.”강한서는 눈을 내리깔며 천천히 종이를 찢었다. 기대하는 눈빛을 잔뜩 받으며 그가 입을 열었다. “벌칙주 마실게.”주위에는 실망하는 야유소리가 들려왔다. ‘대단한 프라이버시라도 듣게 되는 줄 알았는데, 겨우 이거야?’유현진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녀는 두 사람의 사생활을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남자든, 여자든 그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강한서 이 재수 없는 자식 세 번째에도 걸리고 말았다. 그러자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침묵했다. 운이 나쁜 사람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나쁜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 신우도 옆에서 강한서를 부추겼다. “아니면 벌칙을 선택해. 질문을 뽑으면 너 또 술 마셔야 해.”강한서는 고집스럽게 질문을 뽑았다. 그가 세 번째 질문을 뽑아 펼치자 한성우가 질문 내용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렇게까지 똥손인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차미주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라 얼른 한성우에게 물었다. “뭘 뽑았어?”한성우가 강한서가 펼치고 있는 종이를 가져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넌 18 이상이야, 아니면 18 이하야?”차미주가 질문을 파악하지 못하고 물었다. “뭐가 이상, 이하라는 거야? 나이? 아니면 키?”한성우가 다가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자 차미주는 동공 지진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얼굴을 붉혔다. 자리에는 전부 성인이라, 당연히 질문의 뜻을 파악하고 속으로 웃으며 강한서의 대답을 기다렸다. 유현진은 옆에서 말없이 술잔을 채웠다. 강한서는 유현진의 뜻을 알아듣고 말했다. “술 마실게.”한성우가 말했다. “네 선택은 무효야. 두 번 연속 질문을 패스할 수 없다는 게 게임 규칙이야. 그러니까 똑바로 대답해.”강한서: …그는 유현진을 쳐다보았다. 유현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