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희는 단지 둘째네의 태도를 분명히 밝혔을 뿐, 신미정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말을 마치더니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신미정이 강씨 가문에서 쫓겨나다니... 세상에 이렇게 좋은 소식이!’그녀가 미치지 않고서야 강단해에게 신미정을 도와주라고 할 리가 없었다!강단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휴대폰을 가로채 굳은 얼굴로 물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제가 왜요? 제 말이 사실이잖아요?”송민희가 화를 냈다. “민서가 사고 쳐서 우리 집에 왔고 한서는 걔를 잡겠다고 우리 집 문을 부수고 당신 아들을 다치게 만들었어요! 그 집안 일에 우리가 왜 끼어들어요? 해결은커녕 우리만 피해를 봤잖아요. 아무도 우리가 도와준 건 기억하지 않는다고요.”강단해가 입술을 짓이기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안 돼.”“전 이미 충분히 좋게 얘기했어요. 당신 형이 살아계셨으면 형님이 저희를 이렇게 대했겠어요? 제가 왜 미운 놈에게 떡까지 줘야 해요? 이 일이 만약 강씨 가문에 도움이 된다면, 당신이 어떻게 돕든 뭐라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건 그 사람들 일이잖아요. 저희가 왜 그 흙탕물에 뛰어들어야 해요?”“그리고 며칠 전, 이미 가람이와 차나 한 잔 하기로 해금 씨와 약속을 잡았었어요. 애들한테 자리를 마련해주려고요. 하지만 형님이 동창 모임을 하겠다는 한마디에 물거품이 됐어요!”“형님이 거기 아는 분이 몇이나 있어서요? 그냥 한서와 송가람을 이어주려고 그러는 것뿐이잖아요. 당신이 지금 형님 도와줘봤자, 좀 살 만해지면 저희부터 내칠 거예요!”강단해는 할 말이 없었다. 송민희의 말이 전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신미정의 속셈은,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강한서의 세력은 이미 무시할 수 없었다. 거기에 송씨 가문과의 결혼까지 성사된다면, 회사에서 강단해의 위치는 더 위태로워질 것이다. 잠시 생각하던 강단해가 입술을 달싹였다. “현우한테 송가람 양이랑 데이트 좀 하라고 해.”그의 말에 송민희
생각해 보니 정인월이 옷을 선물할 때가 된 듯했다. 다만...“조 매니저님, 혹시 모르세요?”유현진이 소개를 하는 남자의 말을 끊었다.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모른다는 말씀이신지?”유현진이 말했다. “전 이제 강씨 가문 사람이 아니에요. 이 옷들, 저한테 보내실 필요 없어요.”조 매니저가 말했다. “저희는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유현진은 이건 아마 정인월의 뜻일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조 매니저가 이곳으로 옷을 보낼 리가 없으니 말이다. 이혼하기 전에는 받아도 상관이 없었다. 그저 정인월의 마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이혼했고, 선물을 받기엔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때문에 유현진은 조 매니저에게 말했다. “조 매니저님, 잠시만요. 전화 좀 할게요.”조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유현진은 펜션에 있는 정인월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인월은 진씨와 낚시를 하고 있었다. 진씨가 유현진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하자 정인월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할머니, 저예요.”정인월이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 보고 싶었어?”유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보고 싶죠. 언제 돌아오세요?”“며칠 더 있으려고.”적어도 강민서가 나온 후여야 했다. 아니면 누군가가 기대를 버리지 못할 테니까. 정인월이 물었다. “나한테 무슨 볼일 있니?”“아, 네. 조금요.”유현진이 할 말을 정리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할머니, 조 매니저님께서 저한테 옷을 보내려고 오셨어요. 할머니께서 가게에 연락해서 가져가라고 해주세요. 저 옷 많아요. 그리고 오랫동안 촬영도 해야 하고, 옷 입을 시간도 없어요. 집에만 두다가 못 입게 되면 너무 아깝잖아요.”그녀의 말에 잠시 멍해졌던 정인월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부탁은 아마 사람을 잘못 찾은 것 같은데.”“네?”“옷은 내가 보낸 게 아니야.”유현진이 멈칫했다. “예전엔 조 매니저님 통해서 보내셨잖아요.”“예전에도 내가 조 매니저를 시켜서
“사모님, 안녕하세요.”유현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강한서 바꿔주세요!”민경하는 옆에 앉아있는 어떤 대표를 흘끗 쳐다보더니 거짓말을 했다. “대표님 회의 중이세요. 무슨 일 있으시면 저한테 얘기하세요. 전해 드릴게요.”유현진이 성질을 부렸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면 멋있어 보이는 줄 아냐고 물어봐요.”“멋있긴 개뿔! 순도 100%, 멍청이!”“순애보인 척하기는! 네가 얼마나 개자식인지 내가 모를 줄 알아?!”“병 주고 약 주면 다인 줄 알아? 꿈도 꾸지 마!”“강한서 이 바보, 멍청이!”...민경하는 유현진이 욕을 시작할 때부터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이혼 후 사모님이 어쩌다 대표님께 “친절한 안부”를 전하는데, 강한서가 못 들어서는 안 되니까. 강한서는 어두운 얼굴로 유현진이 평생토록 할 욕을 다 퍼붓는 것을 들었다. 회의 중인 척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억울함을 못 이기고 반박했을 것이다. 욕을 다 퍼부은 유현진은 꽉 막혔던 마음이 그제야 좀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됐어요. 전하지 마세요. 앞으로 더 이상 옷은 보내지 말라고만 전해줘요. 다 못 입는다고.”강한서의 굳었던 얼굴이 금세 풀렸다. ‘그런 말은 듣게 하고 싶지는 않나 봐. 아직 나한테 마음 있어.’민경하는 그의 옆에서 못 볼 꼴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팔불출 인증 완료.’전화를 끊은 유현진이 고개를 돌리니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큼” 헛기침을 하며 목을 풀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저 평소엔 안 그래요.”사람들이 전부 침묵했다. ‘됐어. 고객은 왕이야.’비록 그 왕이 조금 다혈질이더라도. 조 매니저가 말했다. “현진 씨, 일단 피팅해보세요. 안 맞는 옷은 바로 바꾸겠습니다.”유현진이 말했다. “아니면 다 가져가시겠어요?”‘2, 30벌은 될 텐데, 저걸 언제 다 입어봐?’“이 옷들은 전부 현진 씨 사이즈에 맞게 제작된 겁니다.
조 매니저 일행을 돌려보낸 유현진은 피곤함이 몰려와 소파에 주저앉았다. 차미주는 에너지가 넘쳐 휴드폰을 들고 옷들을 찍어댔다. 그녀는 사진을 찍으면서 말했다. “현진아, 강한서가 어쩌다 사람 노릇 좀 하는데, 왜 전화해서 욕해?”유현진이 태양혈을 꾹꾹 누르다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나도 욕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참을 수가 없었는걸.”“선물을 보내면서 자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낸 거라고 하는 사람 본 적 있어?”차미주가 말했다. “한성우 그 개자식이 나한테 거북이를 보냈거든, 내가 밥을 해줬다고 조 선생님이 내게주는 감사의 선물이라면서. 내가 힘들게 일주일을 기르고 나서야 그게 개자식이 조 선생님 이름으로 나에게 장난한 거라는 걸 알았어. 지금 생각해보면 날 멍청이라고 놀리는 거였을 거야!”유현진: ...“상황이 다르잖아.”유현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강한서 이 자식은 입이 없어. 좋은 일을 하고도 얘기를 안 하거나, 아니면 대충 얼버무리고 말아. 자기 좋은 모습은 다른 사람이 기억도 못 하게.”지금 생각해 보니 결혼생활 중 강한서가 양보한 것이 꽤 많았다. 다만 그 당시 유현진은 강한서가 좋아하는 사람이 송민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많은 일들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다. 게다가 강한서는 입이 무겁기가 벙어리와 다를 바가 없는 사람이었으니, 오해는 쌓여만 갔고 실망도 점점 커졌다. 그들의 결혼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강한서의 무거운 입이 시초였고, 그녀의 의심과 누군가의 이간질에 의해 오해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강한서를 욕한 것은 예전의 자신도 함께 욕하는 것이다. 만약 조금만 더 견디고, 조금만 더 얘기를 나눴더라면, 그들은 이혼까지는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차미주가 멈칫하더니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 “현진아, 나 한 가지 너한테 말 못 했던 거 있어.”“응?”“그러니까, 너랑 강한서가 이혼한다고 난리였을 때 말이야. 넌 우리 집에 있었고, 강한서가 내가 반지를 훔쳤다고 신고했었잖아.”“나중에 네가
유현진이 침묵했다. 확실히 강한서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장난으로 108개의 다이아몬드가 달린 목걸이를 갖고 싶다고 말을 해도 강한서는 정말 그녀에게 그런 목걸이를 찾아 선물해 주었다. 유현진은 마음이 널뛰고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나지막이 말했다. “왜 이렇게 바보 같아.”차미주는 오히려 또 다른 문제에 관심을 돌렸다. “전남친이 정말 강 대표보다 잘생겼어?”유현진: ...루나가 다가와 차를 따랐다. 유현진은 컵을 옆으로 밀며 태연하게 말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한 명 사귀었는데 2주 만에 헤어지고 진작 연락 안 했지.”‘그리고 누가 강한서 얼굴이랑 비교가 되겠어?’ 한성에 있는 강한서는 휴대폰으로 피드백 데이터를 보며 우울해하고 있었다. ‘첫사랑이 있었다니!’민경하는 어두워진 강한서의 얼굴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 차라리 데이터 피드백 끄세요.”민경하는 당시에도 강한서에서 데이터 피드백을 끌 것을 제안했다. 개인 사찰은 둘째치고 유현진의 입은 필터를 걸치지 않고 말을 내뱉으니 그녀의 얘기를 오래 들었다간 강한서의 혈압이 올라갈지도 모를 일이었다.‘이것 봐, 업보가 얼마나 빨리 왔어.’다행히 루나의 피드백 시스템은 하루 종일 모든 것을 감청하지는 않았다. 루나가 유현진과 반경 2M 내에 있을 때만 유현진의 말을 들을 수 있었고 평소에는 피드백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강한서는 아마 하루 종일 화가 날 수도 있었다. 강한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현진이 안전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그래요, 계속 아무렇지 않은 척하세요. 전 이미 익숙해졌거든요.’오후가 되자 안창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한열의 상처가 이제 거의 다 나았으니 제작진이 내일 아침 병문안을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유현진에게 일정을 알려주며 그녀더러 알아서 선물을 가져오라고 했고 사진을 찍어야 하니 적당히 준비하면 된다고 했다. 유현진은 차미주와 병문안할 때 무엇을 가져가면 좋을지
카이엔의 가격은 2억 원 정도였다. 송민영 정도의 연예인에게는 눈에 차지 않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갓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에게 카이엔은 꽤 사치스러운 차였다. 방이진 본인은 아우디 A7을 갖고 있었다. 도석문이 사준 것이었다. 그녀의 수입만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었지만 정기 차량 정비 등 관리를 하기엔 버거웠다. 그러니 유현진의 카이엔을 본 그녀는 당연히 유현진의 스폰서가 사준 차이리라 생각했다. 은근히 비꼬면서도 방이진은 유현진을 질투했다. 전에 그녀가 유현진과 그녀의 스폰서 사진을 퍼뜨렸을 때, 한성이 나서서 해명해 준 덕에 유현진이 루머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방이진은 여전히 그날 밤 유현진을 데리고 나간 사람이 그녀의 스폰서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누가 그 저녁에 비즈니스를 해?’‘그 비즈니스가 제대로 된 비즈니스이기나 하겠어?’방이진이 유현진에게 더 적의를 보이는 것은, 그녀가 방이진의 역할을 가로챘을 뿐만 아니라 송민영 알레르기 사건 때문이기도 했다. 방이진은 송민영에게 커피를 전해주었다는 이유로 송민영 팬들의 악플에 시달렸었다. 다행히 송민영이 나서서 해명해 주어 조용히 넘어갔다. 만약 송민영이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아마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그 누명을 벗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지, 그 덕에 송민영은 요즘 그녀와 자주 연락했다.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송민영을 섭외했는데 송민영이 방이진을 PD에게 추천했다. 그리고 오늘 한열의 병문안도 송민영이 먼저 데리러 오겠다고 했고, 오는 길에 송민영은 방이진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방이진의 팔로워 수가 급증가하게 되었다. 하긴, 유명 연예인에게 빌붙을 기회를 누구 마다하겠는가?잔뜩 비꼬는 방이진을 유현진은 그저 가볍게 쓱 훑어볼 뿐이었다. 방이진은 유현진이 당연히 자신의 말에 반박할 줄 알았다. 하지만 유현진은 꽃다발과 과일바구니를 들고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방이진의 곁은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심지어 방이진의 멍청한 말에 대답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안창수: ???“부끄럽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아시죠?”안창수는 한열과 촬영을 한 적이 있었다. 시크해 보이지만 부끄러움이라고는 모르는 캐릭터였다. 지난번 촬영장에서 욕조신을 찍을 때, 안창수는 한열에게 극소수의 인원만 남겨두고 촬영장을 비울 건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한열이 안창수에게 데뷔 이래 첫 누드신을 선사하면 되냐고 물었었다. 그는 촬영을 위해서라면 엉덩이 노출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면서. ‘그게 낯을 가리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인가?’매니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부끄러움을 타는 건, 누구 앞이냐에 따라 다르죠.’그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안 감독님, 먼저 차 한잔하시면서 둘러보고 계세요. 제가 올라가 볼게요.”안창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매니저는 곧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 시각 드레스 룸.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매니저는 알몸으로 엉덩이를 쳐들고 옷을 찾고 있는 한열을 발견했다. 매니저는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아침 8시부터 옷을 고르더니, 이젠 10시 30분이 다 되어가! 왜 아직도 아무것도 안 입고 있는 거야?!”한열이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어떤 걸 입어도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좀 더 골라보려고요.”“고르긴 뭘 골라. 더 고르다간 네 여신님 가!”한열이 그제야 조급해했다. “아직 날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가요?”“네가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는데, 너라면 안 갈 것 같아?”한열이 입술을 삐죽였다. “좀 제대로 차려입고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그러죠.”“이렇게 많은 사람이 왔는데, 네가 뭘 입든 그분은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그냥 네 평소 스타일대로 입어.”“그래요?”한열이 불신이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매니저가 그를 거울 앞으로 끌어당겼다.“봐봐.”한열이 알 수가 없다는 듯 물었다. “뭘요?”“네 얼굴을 봐. 굳이 옷을 고를 필요가 있어? 네 얼굴이라면 마대를 뒤집어써도 예뻐.”한열의 기분이 순식간에 좋아졌다. 그는 자신의 잘생긴 얼굴을 매만지며 매니저의
드디어 여신님의 눈을 당당하게 마주 볼 수 있다. 한열의 심장이 두근두근 세차게 뛰어댔다.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의 표정이 잔뜩 굳어있었다.유현진의 시야에서 보면 한열은 어쩐지… 조금 냉담해 보였다. 상대방이 친구 추가를 거절한 것을 떠올린 유현진은 그가 팬들이 싫어할까 봐 여배우와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팬들 덕에 먹고 사는 아이돌이니까, 어쨌든 팬들의 마음을 생각해야 했다. “이 꽃… 현진 씨가 산 거예요?”한열이 나지막이 물었다. 생각에 잠겼던 유현진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한 가지씩 다 골라봤어요.”한열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날 위해서 꽃을 골랐어.’그는 꽃다발을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 프리지어 좋아해요.”유현진: …우연히도 그녀가 선물한 꽃다발엔 프리지어가 한 송이도 없었다. ‘잘 알아보지도 않고 선물했다고 푸념하는 건가.’유현진도 한열이 좋아하는 선물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가 친구 추가를 수락하지 않은 걸 어쩌겠는가…유현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다음에, 다음에 제대로 고를게요.”유현진의 말에 한열은 더 기분이 좋아졌다. 꽃다발을 또 선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녀에게 자신의 연락처도 없었다. ‘다음에 꽃을 선물할 때, 만약 받지 못하면 어떡하지?’한열의 단순한 머리에서 반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작가님께서 저희 촬영신 대본을 조금 수정하신 거, 아세요?”유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감독님께서 말씀해 주셨어요.”한열이 말했다. “대사가 꽤 많아졌더라고요. 감독님께서 미리 맞춰보라고 하셨는데, 시간 돼요?”안창수가 그런 얘기는 한 적이 없었다. ‘꽤 열심히 하네.’예전에 차미주가 같이 일을 하던 어떤 아이돌들은 리허설은커녕 대사도 외우지 않고 후시 녹음에만 의지한다고 불만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 비겼을 때, 한열은 확실히 촬영에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