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매니저 일행을 돌려보낸 유현진은 피곤함이 몰려와 소파에 주저앉았다. 차미주는 에너지가 넘쳐 휴드폰을 들고 옷들을 찍어댔다. 그녀는 사진을 찍으면서 말했다. “현진아, 강한서가 어쩌다 사람 노릇 좀 하는데, 왜 전화해서 욕해?”유현진이 태양혈을 꾹꾹 누르다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나도 욕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참을 수가 없었는걸.”“선물을 보내면서 자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낸 거라고 하는 사람 본 적 있어?”차미주가 말했다. “한성우 그 개자식이 나한테 거북이를 보냈거든, 내가 밥을 해줬다고 조 선생님이 내게주는 감사의 선물이라면서. 내가 힘들게 일주일을 기르고 나서야 그게 개자식이 조 선생님 이름으로 나에게 장난한 거라는 걸 알았어. 지금 생각해보면 날 멍청이라고 놀리는 거였을 거야!”유현진: ...“상황이 다르잖아.”유현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강한서 이 자식은 입이 없어. 좋은 일을 하고도 얘기를 안 하거나, 아니면 대충 얼버무리고 말아. 자기 좋은 모습은 다른 사람이 기억도 못 하게.”지금 생각해 보니 결혼생활 중 강한서가 양보한 것이 꽤 많았다. 다만 그 당시 유현진은 강한서가 좋아하는 사람이 송민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많은 일들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다. 게다가 강한서는 입이 무겁기가 벙어리와 다를 바가 없는 사람이었으니, 오해는 쌓여만 갔고 실망도 점점 커졌다. 그들의 결혼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강한서의 무거운 입이 시초였고, 그녀의 의심과 누군가의 이간질에 의해 오해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강한서를 욕한 것은 예전의 자신도 함께 욕하는 것이다. 만약 조금만 더 견디고, 조금만 더 얘기를 나눴더라면, 그들은 이혼까지는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차미주가 멈칫하더니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 “현진아, 나 한 가지 너한테 말 못 했던 거 있어.”“응?”“그러니까, 너랑 강한서가 이혼한다고 난리였을 때 말이야. 넌 우리 집에 있었고, 강한서가 내가 반지를 훔쳤다고 신고했었잖아.”“나중에 네가
유현진이 침묵했다. 확실히 강한서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장난으로 108개의 다이아몬드가 달린 목걸이를 갖고 싶다고 말을 해도 강한서는 정말 그녀에게 그런 목걸이를 찾아 선물해 주었다. 유현진은 마음이 널뛰고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나지막이 말했다. “왜 이렇게 바보 같아.”차미주는 오히려 또 다른 문제에 관심을 돌렸다. “전남친이 정말 강 대표보다 잘생겼어?”유현진: ...루나가 다가와 차를 따랐다. 유현진은 컵을 옆으로 밀며 태연하게 말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한 명 사귀었는데 2주 만에 헤어지고 진작 연락 안 했지.”‘그리고 누가 강한서 얼굴이랑 비교가 되겠어?’ 한성에 있는 강한서는 휴대폰으로 피드백 데이터를 보며 우울해하고 있었다. ‘첫사랑이 있었다니!’민경하는 어두워진 강한서의 얼굴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 차라리 데이터 피드백 끄세요.”민경하는 당시에도 강한서에서 데이터 피드백을 끌 것을 제안했다. 개인 사찰은 둘째치고 유현진의 입은 필터를 걸치지 않고 말을 내뱉으니 그녀의 얘기를 오래 들었다간 강한서의 혈압이 올라갈지도 모를 일이었다.‘이것 봐, 업보가 얼마나 빨리 왔어.’다행히 루나의 피드백 시스템은 하루 종일 모든 것을 감청하지는 않았다. 루나가 유현진과 반경 2M 내에 있을 때만 유현진의 말을 들을 수 있었고 평소에는 피드백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강한서는 아마 하루 종일 화가 날 수도 있었다. 강한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현진이 안전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그래요, 계속 아무렇지 않은 척하세요. 전 이미 익숙해졌거든요.’오후가 되자 안창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한열의 상처가 이제 거의 다 나았으니 제작진이 내일 아침 병문안을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유현진에게 일정을 알려주며 그녀더러 알아서 선물을 가져오라고 했고 사진을 찍어야 하니 적당히 준비하면 된다고 했다. 유현진은 차미주와 병문안할 때 무엇을 가져가면 좋을지
카이엔의 가격은 2억 원 정도였다. 송민영 정도의 연예인에게는 눈에 차지 않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갓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에게 카이엔은 꽤 사치스러운 차였다. 방이진 본인은 아우디 A7을 갖고 있었다. 도석문이 사준 것이었다. 그녀의 수입만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었지만 정기 차량 정비 등 관리를 하기엔 버거웠다. 그러니 유현진의 카이엔을 본 그녀는 당연히 유현진의 스폰서가 사준 차이리라 생각했다. 은근히 비꼬면서도 방이진은 유현진을 질투했다. 전에 그녀가 유현진과 그녀의 스폰서 사진을 퍼뜨렸을 때, 한성이 나서서 해명해 준 덕에 유현진이 루머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방이진은 여전히 그날 밤 유현진을 데리고 나간 사람이 그녀의 스폰서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누가 그 저녁에 비즈니스를 해?’‘그 비즈니스가 제대로 된 비즈니스이기나 하겠어?’방이진이 유현진에게 더 적의를 보이는 것은, 그녀가 방이진의 역할을 가로챘을 뿐만 아니라 송민영 알레르기 사건 때문이기도 했다. 방이진은 송민영에게 커피를 전해주었다는 이유로 송민영 팬들의 악플에 시달렸었다. 다행히 송민영이 나서서 해명해 주어 조용히 넘어갔다. 만약 송민영이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아마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그 누명을 벗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지, 그 덕에 송민영은 요즘 그녀와 자주 연락했다.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송민영을 섭외했는데 송민영이 방이진을 PD에게 추천했다. 그리고 오늘 한열의 병문안도 송민영이 먼저 데리러 오겠다고 했고, 오는 길에 송민영은 방이진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방이진의 팔로워 수가 급증가하게 되었다. 하긴, 유명 연예인에게 빌붙을 기회를 누구 마다하겠는가?잔뜩 비꼬는 방이진을 유현진은 그저 가볍게 쓱 훑어볼 뿐이었다. 방이진은 유현진이 당연히 자신의 말에 반박할 줄 알았다. 하지만 유현진은 꽃다발과 과일바구니를 들고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방이진의 곁은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심지어 방이진의 멍청한 말에 대답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안창수: ???“부끄럽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아시죠?”안창수는 한열과 촬영을 한 적이 있었다. 시크해 보이지만 부끄러움이라고는 모르는 캐릭터였다. 지난번 촬영장에서 욕조신을 찍을 때, 안창수는 한열에게 극소수의 인원만 남겨두고 촬영장을 비울 건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한열이 안창수에게 데뷔 이래 첫 누드신을 선사하면 되냐고 물었었다. 그는 촬영을 위해서라면 엉덩이 노출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면서. ‘그게 낯을 가리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인가?’매니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부끄러움을 타는 건, 누구 앞이냐에 따라 다르죠.’그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안 감독님, 먼저 차 한잔하시면서 둘러보고 계세요. 제가 올라가 볼게요.”안창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매니저는 곧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 시각 드레스 룸.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매니저는 알몸으로 엉덩이를 쳐들고 옷을 찾고 있는 한열을 발견했다. 매니저는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아침 8시부터 옷을 고르더니, 이젠 10시 30분이 다 되어가! 왜 아직도 아무것도 안 입고 있는 거야?!”한열이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어떤 걸 입어도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좀 더 골라보려고요.”“고르긴 뭘 골라. 더 고르다간 네 여신님 가!”한열이 그제야 조급해했다. “아직 날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가요?”“네가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는데, 너라면 안 갈 것 같아?”한열이 입술을 삐죽였다. “좀 제대로 차려입고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그러죠.”“이렇게 많은 사람이 왔는데, 네가 뭘 입든 그분은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그냥 네 평소 스타일대로 입어.”“그래요?”한열이 불신이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매니저가 그를 거울 앞으로 끌어당겼다.“봐봐.”한열이 알 수가 없다는 듯 물었다. “뭘요?”“네 얼굴을 봐. 굳이 옷을 고를 필요가 있어? 네 얼굴이라면 마대를 뒤집어써도 예뻐.”한열의 기분이 순식간에 좋아졌다. 그는 자신의 잘생긴 얼굴을 매만지며 매니저의
드디어 여신님의 눈을 당당하게 마주 볼 수 있다. 한열의 심장이 두근두근 세차게 뛰어댔다.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의 표정이 잔뜩 굳어있었다.유현진의 시야에서 보면 한열은 어쩐지… 조금 냉담해 보였다. 상대방이 친구 추가를 거절한 것을 떠올린 유현진은 그가 팬들이 싫어할까 봐 여배우와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팬들 덕에 먹고 사는 아이돌이니까, 어쨌든 팬들의 마음을 생각해야 했다. “이 꽃… 현진 씨가 산 거예요?”한열이 나지막이 물었다. 생각에 잠겼던 유현진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한 가지씩 다 골라봤어요.”한열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날 위해서 꽃을 골랐어.’그는 꽃다발을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 프리지어 좋아해요.”유현진: …우연히도 그녀가 선물한 꽃다발엔 프리지어가 한 송이도 없었다. ‘잘 알아보지도 않고 선물했다고 푸념하는 건가.’유현진도 한열이 좋아하는 선물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가 친구 추가를 수락하지 않은 걸 어쩌겠는가…유현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다음에, 다음에 제대로 고를게요.”유현진의 말에 한열은 더 기분이 좋아졌다. 꽃다발을 또 선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녀에게 자신의 연락처도 없었다. ‘다음에 꽃을 선물할 때, 만약 받지 못하면 어떡하지?’한열의 단순한 머리에서 반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작가님께서 저희 촬영신 대본을 조금 수정하신 거, 아세요?”유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감독님께서 말씀해 주셨어요.”한열이 말했다. “대사가 꽤 많아졌더라고요. 감독님께서 미리 맞춰보라고 하셨는데, 시간 돼요?”안창수가 그런 얘기는 한 적이 없었다. ‘꽤 열심히 하네.’예전에 차미주가 같이 일을 하던 어떤 아이돌들은 리허설은커녕 대사도 외우지 않고 후시 녹음에만 의지한다고 불만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 비겼을 때, 한열은 확실히 촬영에 진심
방이진은 빠질 타이밍을 잘 알고 빠져주는 유현진을 보며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자기 여신님이 눈앞에 있는 요사스러운 여자에게 밀려나자, 한열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디서 나타난 촌닭이야?’한열의 기분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방이진이 또 물었다. “열이 씨가 추가할래요, 아니면 내가 할까요?”한열이 방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대본 봤어요?”“당연히 봤죠.”“대본도 보셨으면서… 저희 대사는 네 마디밖에 없는 것도 모르세요? 네 마디도 리허설이 필요한 거면, 연기력이 좀 달리는 거 아닌가?”방이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리허설은 무슨, 그녀는 단지 한열의 전화번호를 따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녀처럼 틈새에 겨우 비집고 있는, 실력도 인기도 없는 배우에게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유명인들에게 빌붙는 것이 그들만의 생존 방식이었다. 한열의 인기는 송민영도 빌붙고 싶게 만드는 수준이었으니, 방이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유현진이 한열과 연락처를 교환하는 것을 보고 이때다 싶어 그의 전화번호를 따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 단칼에 거절당하고 말았다. 방이진은 화를 참으며 핑곗거리를 찾았다. “꼭 리허설 때문은 아니에요. 영화 홍보도 그렇고, 계속 연락은 주고받아야 하니까요. 연락처가 있으면 좋잖아요.”한열이 더 매정하게 말했다. “홍보는 주연 배우의 몫이죠. 주연 배우도 아닌데, 굳이 연락할 필요가 있을까요?”방이진의 미소가 점점 어색해졌다. 자신을 조연급이라고 하는 것은 방이진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높여 말하는 것이었다. 주연 배우는 제외하고 다른 배우들의 출연분은 모두 비슷했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의 경력이 모두 방이진보다 적었기 때문에 그녀를 마주치면 모두 선배라고 불러주었다. 방이진은 한열보다도 선배였다. 후배인 한열은 다른 신인 배우들과 달리 방이진의 체면따위는 생각해 주지 않았다. 한열이 말을 이었다. “좀 멀리 떨어져 주시죠. 냄새가 역해서요.”모욕을 주려던 의도는 아니었다. 그는 단지 사실을 서술했을
“네가 잘생기긴 했지. 하지만 넌 나이가 있잖아. 어린애의 활기찬 모습이 넌 없으니까. 한열은 얼마나 어려. 피부도 탱탱하고, 꼬집이면 물처럼 흘러내릴 것 같잖아. 한열 팬들 슬로건이 바로 ‘한열과 자지 않은 인생은 의미 없어’ 야. 이것만 봐도 한열이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알겠지.”강한서: …강한서의 어두워진 얼굴을 보며 한성우의 장난기가 더욱 불타올랐다. “한열이 영화에서 형수님이랑 커플 연기를 한다며. 배드신이 있는지 모르겠네. 선남선녀의 달달한 모습을 보면 팬들이 아마 미칠걸?”팬들이 미치든 말든 그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는 단지 강한서가 미쳐 날뛰는 꼴은 보고 싶을 뿐이었다. 강한서는 자신을 골탕 먹이려는 한성우의 표정을 보더니 갑자기 말했다. “차미주가 한 달 동안 해주던 밥, 맛있었어?”한성우가 멈칫 행동을 멈추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밥?”강한서는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차미주가 너한테 백혜주를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잖아. 내가 노력한 성과를 가로채 얻어먹으니까, 행복해?”한성우: …그는 마른기침을 해댔다. “우린 친구잖아. 네 것 내 것이 어딨어?”강한서가 콧방귀를 뀌며 그의 말을 녹음했다. 한성우가 호기심에 못 이겨 물었다. “네가 어떻게 알았어?”강한서가 한성우는 힐끗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지.”한성우: …강한서가 어떻게 알았냐고? 그건 전부 루나 덕분이었다. 차미주는 루나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그녀는 틈만 나면 루나에게 이것저것 물었고, 주변 사람이나 일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한성우가 그녀에게 한 달째 밥을 얻어먹으면서도 아무런 단서도 주지 않자 그녀는 루나에게 한성우가 쓸모없는 인간이라며 욕을 해댔다. 루나는 차미주가 하는 말이 유현진과 관련이 있자 데이터를 바로 강한서에게 전송했다. 그러니 강한서가 당연히 한성우가 한 짓을 알게 된 것이다. 사실 한성우가 한 짓을 알게 됐어도 그는 특별한 감흥이 없었다. 한성우가 얼
그녀는 아무런 명분도 없이 유상수만 오랫동안 따라다녔다. 비록 지금은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듣게 되었지만, 뒤에서 그녀를 욕하는 소리가 여전히 들려왔고 돼지처럼 멍청한 유상수는 계략 방면에서나 두뇌 방면에서나 백혜주보다 많이 뒤떨어졌다. 그리고 백혜주는 절대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갖은 계략을 꾸며가며 본인의 힘으로 지금 자리에 올라왔고 아들과 딸을 낳았다.나이가 50대를 넘어선 유상수는 남존여비 사상이 강했고 아들을 더 중시했다.백혜주는 그에게 아들과 딸을 낳아줬고 그가 사망하게 되면 유씨 가문의 재산은 당연히 두 아이의 것으로 되기에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꽃길을 깔아주고 있었다.한성우도 한주시의 재벌가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지만, 백혜주 같은 사람은 그도 처음이었다.20년간 참고 살며 자신의 딸을 유씨 가문 본처에게 맡겨 키우면서 밖에서는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며 자신의 동생인 것처럼 꾸며 같이 밤을 보냈고,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앞날을 위해 길을 닦아주고 있었다. 이 수법과 계략은 그가 살면서 목격했던 불륜녀들보다 더 뛰어났다.다만...“그 가짜 동생 백현석은 왜 그 여자 말을 고분고분 듣고 있었던 거지?”“아마 백혜주가 백현석의 약점을 손에 쥐고 있거나 아니면…”강한서는 뜸을 들여 말했다.“아니면 두 사람의 목표가 같은 거겠지.”“목적이라...”머리가 아주 좋았던 한성우는 바로 깨닫게 되었다.“그러니까 백혜주의 아이가 백현석의 아이란 말이야?!”강한서가 답했다.“아직은 추측일 뿐이야. 일단 증거를 찾게 되면 다시 알려줄게.”“그럼, 사실을 확인한 후에 바로 백현석의 정체를 밝힐 생각이야?”한성우는 살짝 흥분한 어투로 말했다.“아니.”강한서가 담담하게 말했다.“유상수 스스로 알아차리게 만들 거야. 그럼 더 재밌어지지 않겠냐?”유현진은 아마 백혜주보다 유상수를 더욱 증오하고 있을 것이었다. 유상수가 바로 하현주를 비극의 인생으로 살게 만든 장본인이었고 이혼하자마자 유현진을 가문에서 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