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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방이진은 빠질 타이밍을 잘 알고 빠져주는 유현진을 보며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자기 여신님이 눈앞에 있는 요사스러운 여자에게 밀려나자, 한열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디서 나타난 촌닭이야?’

한열의 기분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방이진이 또 물었다.

“열이 씨가 추가할래요, 아니면 내가 할까요?”

한열이 방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대본 봤어요?”

“당연히 봤죠.”

“대본도 보셨으면서… 저희 대사는 네 마디밖에 없는 것도 모르세요? 네 마디도 리허설이 필요한 거면, 연기력이 좀 달리는 거 아닌가?”

방이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리허설은 무슨, 그녀는 단지 한열의 전화번호를 따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녀처럼 틈새에 겨우 비집고 있는, 실력도 인기도 없는 배우에게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유명인들에게 빌붙는 것이 그들만의 생존 방식이었다.

한열의 인기는 송민영도 빌붙고 싶게 만드는 수준이었으니, 방이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유현진이 한열과 연락처를 교환하는 것을 보고 이때다 싶어 그의 전화번호를 따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 단칼에 거절당하고 말았다.

방이진은 화를 참으며 핑곗거리를 찾았다.

“꼭 리허설 때문은 아니에요. 영화 홍보도 그렇고, 계속 연락은 주고받아야 하니까요. 연락처가 있으면 좋잖아요.”

한열이 더 매정하게 말했다.

“홍보는 주연 배우의 몫이죠. 주연 배우도 아닌데, 굳이 연락할 필요가 있을까요?”

방이진의 미소가 점점 어색해졌다.

자신을 조연급이라고 하는 것은 방이진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높여 말하는 것이었다.

주연 배우는 제외하고 다른 배우들의 출연분은 모두 비슷했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의 경력이 모두 방이진보다 적었기 때문에 그녀를 마주치면 모두 선배라고 불러주었다.

방이진은 한열보다도 선배였다. 후배인 한열은 다른 신인 배우들과 달리 방이진의 체면따위는 생각해 주지 않았다.

한열이 말을 이었다.

“좀 멀리 떨어져 주시죠. 냄새가 역해서요.”

모욕을 주려던 의도는 아니었다. 그는 단지 사실을 서술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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