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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작가: 조십일
하지만 그 일을 그는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그는 주강운의 할아버지가 다른 친구들처럼 그의 집안이 수산업을 하는 집안이라 하찮게 여기고 그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창업을 하면서 자신의 회사가 잘 나가게 되자 그는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주강운의 할아버지 주진철은 그의 출신을 꺼렸던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가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다 하더라도 주진철의 눈엔 여전히 혈통이 고귀하지 않고 낮은 하찮은 사람이었다.

주진철은 바로 전형적인 꽉 막힌 고물 같은 사람이었고 그와 다른 속물들과 달랐다. 속물들은 눈치를 보며 누가 잘 나가면 바로 곁에서 아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주진철은 그가 아무리 잘나가고, 잘살아가고 있어도 항상 혈통을 따지며 사람을 대하였다.

재벌 집안에서 태어난 강한서 같은 경우는 그의 눈에 아주 존귀한 존재로 보였고 중간에 갑자기 재벌가로 들어가게 된 한성우 같은 경우는 아무리 높은 위치에 있어도 그의 눈엔 여전히 비천한 존재였다.

그는 시대가 변한 지 언제인데 왜 아직도 옛날 방식에 꽉 막혀 사는 고물 같은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가 강한서와 친근한 사이가 되었지만 주강운과는 그런 사이가 되지 못했고, 그 원인의 대부분이 바로 주진철이었다.

어느 여름날, 그는 주강운의 집으로 찾아가 같이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놀자고 한 적이 있었다.

주강운은 그때 당시 아주 많은 학원에 다녔고 매일매일 집에서 선생님이 내준 숙제만 했었다.

한성우의 공부에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고 그도 다른 사람의 기대를 바라지 않았었다. 고등학교로 가기 전까지 그는 줄곧 하위권 성적을 차지했었다.

그는 주강운에게 수업을 빼먹자며 부추겼고 두 사람은 그렇게 오후 동안 물고기를 잡으면서 놀았다.

다시 주씨 저택으로 돌아왔을 땐 주진철이 두 사람을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작은 칼을 손에 쥐여주며 '물고기가 그렇게 좋으면 안까지 똑똑히 보아라'라고 말했다.

그는 주강운에게 칼을 쥐여주며 잡아 온 물고기의 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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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현진은 순간 주혁에게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던 주혁은 글을 잘 썼다. 정신질환이 있는 아내와 청력장애가 있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그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유일한 사람이었지만 아들을 국화와 서예 학원을 보낼 수 있었다. 아들의 인공 달팽이관을 마련하기 위해 급히 돈이 필요하다던 그는 한현진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다 걸려 직장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에게 들어가는 지출을 줄이지는 않았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본인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자식에게는 제일 좋은 것만 주길 원하는 부모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혁의 가정형편으론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이상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대체 어떤 면에서 이상하다고 해야 할지, 콕 짚어 얘기하기는 어려웠다. 강한서를 만나고 나서도 한현진의 찌푸린 미간은 펴지지 않았다. 원율이 퇴근하고 민경하가 운전을 인계받았다. 조수석에 외투를 벗어던진 강한서는 뒤로 돌아가 한현진과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 “왜 그래? 고민 있어?”강한서가 안전벨트를 하며 물었다. 한현진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별 일 아냐.”“손에 그건 뭐야?”강한서가 물었다. 한현진이 그림을 강한서에게 펼쳐보였다. “기사님 아드님이 나에게 선물로 준 거야. 초콜릿을 준 적이 있는데 고맙다고 그려줬어.”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또 어린애에게 작업 걸었어?”한현진이 입가를 파르르 떨며 말했다. “기사님 아들은 이제 고작1 4살인데 무슨 작업을 걸어. 게다가 심지어 만난 적도 없다고. 전에 생일이라고 해서 기사님께 초콜릿을 가져가라고 했었어. 인사성이 좋은 아이라 답례를 준 거고.”강한서가 큼,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래?”한현진이 어이없다는 듯 흥, 콧소리를 냈다. 그림을 들고 한참을 자세히 살피던 강한서가 평가했다. “꽤 잘 그렸는데? 14살에 이 정도 수준이면 엄청난 거지.”한현진은 눈앞의 질투쟁이의 말을 무시했다. 강한서가 말을 이었다. “너도 국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5화

    은서하는 말없이 서류철을 품에 안고 돌아서 자리를 벗어났다. 회사에서 나온 한현진은 주혁과 마주쳤다. 그는 지금 회사의 경비로 일하고 있었다. 평소엔 회사의 보안을 책임졌고 가끔은 고객이나 임원의 주차를 돕기도 했다. 한현진이 주혁을 발견했을 때,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누군가 가까워오자 그는 경계하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한현진의 삭막한 눈빛과 눈이 마주쳤다. 멈칫하던 주혁이 어색하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안녕하세요.”한현진이 인사를 받으며 말을 이었다. “인사팀에서 보안팀으로 전근시켜줬어요?”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현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은 했는지, 일은 할 만한지도 묻지 않았다. 강한서가 말한 것처럼, 쓸데없는 동정심은 내려놓았다. 모두에겐 각자의 인생이 있었고 그녀는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 한현진은 가방을 메고 두 손은 트렌치코트 주머니에 꽂은 채 원율이 주차장에서 차를 가져와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 가만히 옆에 서서 손가락을 꽉 움켜쥐던 주혁이 한참이 지나서야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대표님, 이거 제 아들이 그린 그림이에요. 대표님께 전해드리라고 해서요.”멈칫한 한현진은 고개를 돌리자 주혁이 품에서 깨끗한 편지 봉투를 꺼내 두 손 가지런히 한현진 앞에 내밀었다.입술을 짓이긴 한현진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현진은 입을 꾹 닫고 침묵을 지켰다. 그 사이 원율은 정문에 도착해 한현진 앞에 차를 세웠다. 혹여나 한현진이 그림을 받지 않을까, 주혁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제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도 달게 받을 거예요. 하지만 이건 아이가 대표님께 전하는 조그만 마음이에요. 대표님께서 생일 선물로 주신 초콜릿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처음으로 받는 생일 선물이었거든요. 생일이 지나도 몇 번이고 그 초콜릿을 곱씹었어요. 그래서 대표님께 그림 선물로 고마움을 표현한 거라면서 저에게 꼭 전해달라고 했어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4화

    주현의 손을 잡은 것은 이시연이었다. 일을 마치고 나온 이시연이 마침 그 장면을 목격했다. “회사에서 이게 지금 뭐하는 거예요?”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주현이 이시연을 밀쳤다. “이 팀장님은 상관하지 마세요. 한 대표님을 대신해 이 배은망덕한 X를 혼내고 있는 중이니까.”은서하가 그에 질세라 입을 열었다. “한 대표님 핑계 대지 마세요. 대표님 라인에 붙으려다 대표님께서 선을 그으시니까 저에게 화풀이 하시는 거잖아요.”혹여 그 말이 송가람 귀에 들어가기라도 할까 겁이 난 주현이 당황한 얼굴로 날뛰며 말했다. “누가 대표님 라인에 붙으려 했다는 거예요! 은혜를 갚을 줄도 모르면서 모함 좀 그만해요. 한 대표님께 돈을 받고도 서 대표님에게 붙은 건 은서하 씨 아니었어요?”은서하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전 한 대표님 돈 받은 적 없어요. 계속 루머를 퍼뜨리시면 경찰에 신고하겠어요.”이시연이 얼른 상황을 수습했다. “됐어요, 그만해요. 두 사람 다 적당히 해요. 매일 얼굴 마주칠 동료끼리,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주현은 고모인 성월이 서해금의 오른팔이라는 것을 등에 업고 평소 회사에서 동료들을 괴롭혔었다. 은서하처럼 나약한 성격의 직원은 전부 주현의 직장 내 괴롭힘이 대상이 되었다. 그러니 그런 은서하가 주현에게 맞서는 것은 주현에겐 모욕을 당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었다. 주현이 비꼬며 말했다. “이 팀장님, 말리지 마세요. 신고하라고 해요. 제가 무서워할 것 같아요? 배신이나 때리는 배은망덕한 인간과 대체 누가 친하게 지내려고 하겠어요? 언제 배신당할 지도 모르는데.”분노로 은서하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더는 입씨름을 하지 않고 바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 이시연이 곧바로 은서하의 행동을 제지하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만해요! 회사가 두 사람 소란 피우는 곳인 줄 알아요?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다면 대표님께 찾아가요. 사무실에 계시니까!”그 말에 두 사람은 드디어 흥분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3화

    한현진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전 송 팀장님이 아녜요. 아부 같은 건 저한텐 안 통해요. 그러니 괜히 제 심기를 건드려서 혼났다고 불평하지나 마세요.”주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입술로 한 마디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7층에 도착했다. 은서하와 주현을 비롯한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나서자 한현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닫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히고 나서야 주현은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 드리운 증오를 숨기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부모를 잘 만난 것이 전부인 주제에, 다들 대표님이라고 불러주니까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그 말을 듣고 있던 동료가 조용히 눈치를 줬다. “듣겠어요. 그만해요.”주현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했다. “들으라고 해요. 깔린느 전체가 서 대표님 거라는 걸 회사에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다들 대표님이라고 부르며 비위나 맞춰주니까 정말 대표라도 된 줄 아나 보죠. 은서하 씨 같은 사람도 상황 파악 할 정도인데, 눈치가 없대요?”서로 눈을 마주친 직원들은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급여명세서가 공개되었다. 한현진이 관리하는 부서 직원들의 급여는 평소보다 더 높았다. 심지어 한현진의 부서는 다른 부서보다 늘 더 빨리 퇴근했음에도 말이다. 이건 전부 한현진이 보너스 지급 방식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엔 부서에 지급된 보너스 중 담당 대표의 인센티브를 따로 계산한 후 나머지를 부서 직원들이 균등하게 나누는 방식으로 지급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현진이 본인의 인센티브를 따로 계산하지 않고 보너스 전부를 부서 전 직원에게 균등하게 지급했다. 비록 한현진이 받을 보너스는 줄어들었지만 그 덕에 부서의 전 직원은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어떤 큰 포부가 있든, 출근은 결국 돈을 벌어먹고 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니 한현진이 조향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는 그들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한현진이 실제로 그들의 월급을 올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2화

    사실 그건 조금은 선을 넘는 질문이었다. 특히 한현진의 등에 칼을 꽂은 이 타이밍엔 더 그랬다. 한현진은 자신이 은서하의 편을 들어주었음에도 그녀가 더 이상 송가람의 죄를 추궁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무런 배경도 없이 집엔 아픈 노모까지 있는 여자 아이에게 직장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서해금이 주는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그건 은서하가 처사를 제대로 못하는 일이 되었고 어쩌면 회사에서도 점점 더 어려운 처지에 내몰릴 수 있었다. 한현진은 은서하의 고충을 이해했지만 그럼에도 서운한 마음을 어쩔 수는 없었다. “은서하 씨와는 상관없는 일이예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고개를 들어 눈치를 보는 눈빛을 마주한 한현진은 저도 모르게 외할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화장실에 몰래 숨죽여 울던 은서하의 모습을 떠올렸다. 한현진 역시 그런 무력한 순간은 경험했었기에 같은 처지에 놓인 은서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쉽게 은서하를 용서할 수도 없었던 그녀는 결국 냉담한 말투로 “네.”라는 짧은 대답을 내놓았다. 은서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한현진에게 말을 더 붙이고 싶었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주연과 다른 동료들이 들어오자 은서하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주현이 한현진에게 인사를 건네곤 고개를 돌려 은서하를 보며 장난 섞인 말투로 말했다. “서하 씨, 월급을 추가 지급 받으셨다면서요. 대표님께서도 따로 위로금까지 챙겨주셨다고 하던데, 이 정도면 전화위복 아닌가?”멈칫, 몸을 떤 한현진이 고개를 들어 은서하를 쳐다보았다. 은서하는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을 꼭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현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이어갔다. “송 팀장님은 그저 서하 씨에게 농담을 좀 한 것뿐인데 하필이면 한 대표님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을 만나서 상황이 이상하게 됐네요. 그대로 한 대표님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신 덕에 서하 씨는 위로금까지 받았잖아요. 서하 씨는 한 대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1화

    “난 없어도 민 실장은 아는 사람이 많잖아. 형님 소개팅도 민 실장이 주선해준 거였어. 교사, 의사, 공무원 할 것 없이 인기가 많은 직종은 민 실장이 다 꾀고 있다고.”한현진이 눈을 반짝였다. “그럼 민 실장님께 부탁 좀 해 봐. 나이는 25살에서 35살 사이, 초혼에 직업은 안정적이고 반듯한 외모를 가진 사람으로. 몇 명이든 상관없이 전부 소개해 달라고 해. 미남계로 혼을 쏙 빼서 전부 내 사람으로 만들고 나면 민 실장님 보너스 두둑이 챙겨줘야지.”강한서가 웃음기 가득한 눈빛으로 한현진을 보며 말했다. “그럼 내가 이따 민 실장한테 얘기할게.”강민서의 보고서를 수정해주며 멘탈이 붕괴된 민경하는 연이어 몇 번이나 재채기를 했다. 이유 모를 불안감에 등골이 오싹해진 민경하는 순간 휴가를 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시간을 확인한 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 퇴근하고 나 좀 기다려. 갈 데가 있어.”강한서가 물었다. “나 생일 파티 해주러 가는 거야?”에이, 감탄사를 내뱉은 한현진이 화난 척 말했다. “사람이 무드 없긴. 알아도 모른 척 해야지. 눈치가 없어. 기대감이 완전 사라졌잖아.”강한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가 잘못했어. 처음부터 다시 해. 이번엔 내가 제대로 대답할게.”한현진이 말했다. “오늘 퇴근하고 나 좀 기다려. 갈 데가 있어.”강한서가 말했다. “어딜? 완전 좋아. 너무 기대된다.”한현진: ...“그냥 닥쳐.”강한서가 푸스스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뭘 할지 알아도 기대가 되는 건 똑같아.”말하며 잠시 멈칫하던 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번 생일은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야. 다음은 둘이 아니라 넷일 테니까. 마지막이니까 소중하게 여겨야지.”한현진이 눈웃음 지었다. “괜찮아. 내년에도 아이들은 집에 두고 우리 둘이 보내면 돼.”한현진의 말에 웃음을 터뜨린 강한서가 한참만에야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 “이젠 가서 일 봐. 좀 이따 만나, 여보.”전화를 끊은 한현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20화

    강한서는 저돌적인 여자들의 모습에 잔뜩 겁을 먹었지만 그렇다고 거짓말로 한현진을 화나게 할 수도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한현진에게 사건의 전말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한현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넌 내가 너 몰래 선을 본다고 생각해서 부계정으로 날 추가해 불륜의 증거라도 잡으려고 했던 거야?”강한서가 곧바로 부정했다. “당연히 아니지! 내가 어떻게 널 믿지 않을 수 있겠어?”“그럼 왜 부계정으로 날 속인 거야?!”강한서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그 아주머니께서 네가 7, 8명의 연락처를 가져갔다고 하니까 네가 뭘 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어.”한현진이 불퉁하게 말했다. “연락처를 왜 교환했겠어? 너도 봤잖아! 널 바꿔버릴까, 고민하고 있었어.”본인의 잘못임을 잘 알고 있던 강한서는 나지막이 반성했다. “현진아, 정말 내가 널 못 믿어서 그런게 아니야. 난 그냥 질투가 조금 나서 그랬어. 외삼촌과 숙모님께서 너에게 그렇게 많은 맞선 상대를 소개해 주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에야 난 어른들이 날 이렇게까지 안 좋아하시는 건지 알게 돼서 속상했어.”그 말 한 마디는 한현진의 화를 삭이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렇게까지 날 안 좋아한다는 말에 한현진은 심지어 마음이 아려왔다. 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외삼촌과 숙모는 아직 네가 기억을 회복한 걸 모르시잖아. 두 분은 우리가 이미 끝난 사이라고 생각하고 계셔. 다들 널 안 좋아하는 게 아냐. 게다가 그 사람들은 외삼촌과 숙모가 먼저 소개해 주겠다고 하신게 아니야. 내가 좋은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한 거야.”강한서는 어리둥절했다. “네가 먼저 좋은 사람 소개해 달라고 했다고?”한현진이 말했다. “너한테 보여줄 거 있어.”잠시 후, 한현진은 강한서에게 영상 하나를 보냈다. 강한서는 그 영상으로 한현진의 카톡에는 조금 전과 같은 [친목 모임] 그룹 채팅방이 7 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모든 그룹 채팅방에는 남자 한 명이 있었다. 나머지 멤버는 조금 전 채팅방에 있던 멤버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19화

    한현진이 말했다. [허연석 씨, 저에게 솔로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들어오실래요? 다들 젊은 분들이고 개인 정보를 솔직하게 공개하셔서 채팅방에서 마음 놓고 얘기를 나누셔도 돼요. 나중에 친목회가 있을 때면 참석하셔도 되고요.]강한서: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강한서가 대답했다. [좋아요.]그렇게 한현진은 강한서를 [친목 다짐 7번 방]이라는 이름의 그룹 채팅방에 초대되었다. 강한서가 채팅방에 초대되자 사람들은 하나둘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열정적인 반응에 당황한 강한서는 이모티콘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곧이어 그의 말괄량이 아내인 한현진이 그룹 공지를 올렸다. 공지엔 강한서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개인 프로필이 적혀 있었다.강한서가 공지를 대충 훑어보았다. 이 그룹 채팅방은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 강한서는 유일한 남자 멤버였고 나머지는 전부 여자였다. 게다가 채팅방에 있는 전원이 깔린느의 직원이었다. 어리둥절한 강한서가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쯤, 채팅방에서는 이미 한 여자 아이가 먼저 다가와 강한서에게 말을 걸었다. A: [허연석 씨는 한주가 고향이세요?]강한서가 예의상 그렇다고 대답했다. A: [실례지만 키가 몇이세요?]강한서: 187B: [완전 크시네요!]C: [여자친구가 160cm여도 괜찮으세요?]D: [1살 연상도 괜찮아요?]E: [가영언니(D)가 이렇게 남자 분께 먼저 말 거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요.]C: [이번 남자 분은 조건이 너무 좋잖아요. 조건 좋은 사람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어요.]D: [한평생 착하게 살았으니 조건 좋은 사람을 만날 때도 됐어.]A: [언니들, 동생들에게 양보 좀 해요. 지금까지 모태솔로라고요. 연애 좀 하게 해줘요!]강한서는 마치 자신이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남자인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여자들에게 무차별적인 유혹을 당하고 있자니 왠지 모를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것 같았다. ‘젠장, 대체 여긴 뭐하는 곳이야.’강한서는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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