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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Author: 조십일
점점 더 굳어지는 강한서의 얼굴에 신미정이 다급히 호통치며 말했다. "너 그 입 닥치지 못해!"

그러고는 머리를 돌려 강한서에게 말했다. "한서야. 나도 얘기 들었어. 이번에 민서가 심했어. 아까 돌아오는 길에 사돈한테 연락했더니 병원에서 뇌전증이라고 연락이 왔었대. 이미 좋아졌고 이 일은 사고야. 민서도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민서도 많이 놀랐어."

뇌전증이라는 말에 강민서는 또다시 큰소리로 떠들어대며 말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나 별로 힘도 안 썼거든. 그리고 날 잡지 않았다면 내가 밀었겠어? 마침 뇌전증이 발작한 거 가지고, 재수 없게! 죽지 않았으니 말이지 죽기라도 해봐. 누가 내 말 믿어줬겠어!"

강한서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강민서, 너 혹시 목격자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강민서는 흠칫하면서도 계속 뻔뻔스럽게 말했다. "내가 뭐 어쨌는데. 난 그냥 약 가져다주려고 한 것뿐이야. 못 들어가게 하니까 내가 살짝 민 거 가지고."

사고 당시 강한서와 유현진은 다 집에 없었고 도우미도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나왔으니 강민서는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뗐다.

강민서가 여전히 뻔뻔하게 굴자 강한서는 민경하에게 휴대폰으로 사건 당시 영상을 켜라고 했다. 민경하는 음량을 제일 높게 조절했다.

"한 집안사람이라… 그쪽 집안은 원래 이렇게 뻔뻔스러워요?"

"큰 집에서 지내는 게 시골의 개집 같은 곳보다는 편하죠?"

"다행히 임신 안 해서 그렇지. 만약 임신이라도 했어봐, 유씨 집안 사람들처럼 못나고 역겨울걸요."

강민서의 한마디 한마디에 강한서는 표정이 점점 더 굳어졌다.

강민서는 자기가 한 말이 전부 감시카메라에 그대로 찍혔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강한서는 쌀쌀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선택해. 지금 당장 나와 함께 병원으로 가서 용서해 달라고 싹싹 빌던가, 아니면 영상 경찰에 넘겨서 고의 상해죄로 감방 가던가. 우리 집안에서 아무도 널 상관하지 못한다면 다른 곳에 넘기는 수밖에!"

강민서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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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32화

    "이 연세에 이렇게 다치시면 얼마나 위험한데요.""그런데 강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도 안 보이네요. 그 집에서 사고가 났는데 왜 코빼기도 안 보인대요?"사람들은 너도나도 한마디 하며 유현진이 어르신을 잘 보살피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 같았다.유현진은 머리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끄러워 죽겠어!"어르신은 그들이 가증스러운 관심에 눈살을 찌푸리며 호통쳤다. "다들 썩 나가!"모두 순식간에 입을 꾹 다물었다.이내 하나둘 병실을 나가기 시작했다.유현진도 병실을 나가려는 순간, 어르신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현진아, 나 물 한 잔 다오."유현진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친척들은 그 모습에 서로 눈길을 주고받더니 입술을 오므리며 병실 문을 닫았다.유현진은 물에 빨대를 꽂아 어르신의 입가에 가져갔다. 어르신은 힘겹게 물 두 모금을 마시고 침대에 도로 누웠다.그러고는 이불을 툭툭 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로 와서 앉아."유현진은 컵을 내려놓고 어르신 옆에 앉았다."강한서 이놈은?"어르신이 살며시 물었다.유현진은 머리를 푹 숙이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까만 해도 있었는데 급한 일 있는지 자리 비웠어요."어르신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현진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어르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왜 미안해. 네 잘못도 아닌데."유현진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집에 있었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예요.""아니야. 내가 욱해서 그래. 다 늙어서 어린애랑 싸워 보겠다고. 말하게 내버려 뒀으면 됐을걸."어르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사돈들과 한번 만났으면 싶었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말이야.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만났네." 어르신은 유현진의 손등을 토닥이며 계속 말했다. "내가 미리 생각했어야 했는데."유현진은 의아했다. 이내 어르신은 자주 입는 옷 주머니에서 통장 하나를 꺼내 유현진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몇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33화

    어르신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을 비치는 거울과 같이 뭐든 다 보아낼 수 있었다.어르신은 곧 아흔 살의 장수 노인이다. 하지만 근 몇 년동안 어르신의 자식들은 다 이 세상을 떠났으며 마지막 남은 자식도 반신불수로 병상에 누워있다.자식들을 먼저 보내고 나니 손주들과의 감정도 점점 멀어지면서 어르신은 고향 집에서 외롭게 지냈다. 하지만 고향 집의 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효자"들이 나타나 효자 노릇을 하려고 했다.그러니 어르신은 그들의 생각을 다 꿰뚫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어르신의 철거 보상금을 노리고 있다.어르신은 이미 돈을 중요시하는 나이가 아니다.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돈을 나누어주고 나면 정작 아프다고 해도 보러와 줄 이는 없을 것이다.나이를 먹어가니 자식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망정 짐만 되었다.이 돈이라도 손에 쥐고 있으니 한주시에 오겠다고 했을 때 그나마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고 어르신의 뜻에 따라 행동했다. 하지만 그들의 신경은 전부 그 돈에 있었다.병실에서 환우들과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사람들은 전부 프로그램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지만 어르신은 스크린에 비친 유현진을 보며 문득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증손녀가 보고 싶어졌다.유현진은 다른 사람과 달랐다. 그녀는 어르신이 달콤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내버려 두지 않았으며 담배와 술도 공제했다. 게다가 한밤중에 감기라도 걸릴까 봐 에어컨의 따뜻한 바람도 틀어주었다.그녀는 여전히 어렸을 때처럼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사탕을 입에 넣고서도 어르신이 속상해할까 봐 맛있다고 말해주던 아이였다.그녀는 누구보다 착했다.유현진은 눈물을 참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꼭 강씨 가문 사람들이 사과하게 할게요."어르신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교양 없는 어린애랑 뭔 말을 한다고."어르신은 유현진의 손을 잡더니 통장을 쥐여주며 말했다. "어서 숨겨. 아무도 못 보게."병실 밖에서 둘째 작은어머니가 뒤꿈치를 들고 병실을 염탐했다.하지만 칸막이 커튼 때문에 두 사람의 행동을 볼 수 없어 속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34화

    넷째 삼촌이 넷째 작은어머니의 옷소매를 끌어당기며 그만 말하라는 눈치를 주었다.유상수의 공장에서 출근하는 처지에 이런 거로 서로 책임을 밀며 시시콜콜 따지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유상수는 이 못난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며 쌀쌀하게 말했다. "병원비 내라는 말은 안 할 테니 걱정하지 마!""아주버님, 그 말이 아니라요. 병원비가 얼마나 한다고요? 할아버지 연세도 많으시고 게다가 이렇게 다치기까지 했으니 건강이 점점 더 안 좋아질게 뻔하잖아요. 이렇게 두는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퇴원한 뒤에 누구랑 같이 살아야 할지 의논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맞는 말이다.어르신이 쌩쌩할 때도 그들은 이 문제로 몇 번이고 의논한 적 있었다.다들 어르신의 철거 보상비를 노리고 있으니 누구나 열정적이었다.하지만 어르신이 고집을 부려 아무 데도 안 가겠다고 하니 당시 이 일은 잠시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병상에 누워있게 되었으니 이 말은 다시 한번 칼도마에 오르게 되었다.유상수는 그 돈은 성에 차지 않았지만 고향 집에 있는 땅이 욕심났다. 하지만 어르신은 여태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유상수는 마침 이번 사건을 기회로 해서 어르신과 감정을 배양한 뒤에 빼앗아 내려고 했다.다들 어르신의 부양권을 얻기 위해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유현진은 병실 문 앞에 서서 이 사람들의 연극을 지켜본 뒤에야 어르신이 왜 통장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유현진은 병실 문 앞에서 한참 동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사람들이 한창 얼굴을 붉혀가며 의논하고 있을 때, 유현진이 문을 열고 나왔다.사람들은 유현진을 보더니 이내 하던 말을 끝냈다.둘째 작은어머니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떠나지 않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어 물었다. "현진아. 할아버지 뭐라 하셔?"유현진은 쌀쌀하게 말했다. "별말 없으셨어요. 물 한 잔 마시고 쉬고 계셔요."둘째 작은어머니가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 "물 한 잔 마시는 게 이렇게나 오래 걸렸어? 다른 말씀은 없었고?"유현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35화

    만약 유현진이 강민서에게 손을 댄다면 일은 더 복잡해질 것이 뻔하니 강한서는 유현진을 이 일에 얽히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유현진은 강한서가 강민서를 두둔하는 줄로 알고 마음이 차가워졌다."강 대표 일 처리가 별로네. 증조할아버지가 어떻게 해결해?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리실까? 그 나이에 똑같이 돌려주기라도 할까? 이거 놔!"강한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꼭 잡은 채로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당신이 하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 유현진, 너 진정하고 생각 좀 해봐. 너 여기서 얘 따귀 때리면 뒷수습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봤어?"유현진은 손을 움찔하더니 입술을 깨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한서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계속 말했다. "증조할아버지 아직도 누워계시는데 당신이 이 일로 우리 집안과 등진 거 알게 되면 마음이 편하실까?"유현진은 쌀쌀한 눈빛으로 강한서를 노려보며 말했다. "강민서만 아니면 증조할아버지 저렇게 안 됐어.""그래서 사과시키려고 데려왔어. 직접 사과드리게 할게. 증조할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다 해드릴 거야."유현진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강한서, 모든 일이 돈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야. 난 그냥 못 지나가."말을 끝낸 유현진은 강한서의 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한 발 옮겼다.유현진은 충동적으로 손을 휘두르지 않고 그저 쌀쌀하게 서 있었다.유상수는 신미정이 집안사람을 대동해 어르신의 병문안을 온 일에 대해 너무 고마워서 꼬리를 흔들며 어르신이 휴식하든 말든 상관 안 하고 병실로 모셨다.어르신은 잠에 들지 않았다. 어르신은 강한서를 보더니 표정을 가다듬고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강한서, 이놈."강한서는 입꼬리를 내렸다. 어르신의 목소리는 많이 허약해졌다.강한서는 어르신의 허약한 목소리에 마음이 아팠다. 그는 머리를 돌려 강민서에게 말했다. "앞으로 와."두 경호원은 억지로 강민서를 앞으로 끌어왔다. 강민서는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앞으로 다가와 대충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죄송해요. 고의는 아니었어요."강한서는 미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36화

    유상수는 흠칫하더니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그럼."모두의 눈길은 어르신에게로 향했다. 어르신은 평온한 눈길로 유상수를 향해 말했다. "카드 돌려드려."신미정이 다급히 말했다. "이 일에 대한 보상이에요."둘째 작은어머니도 다급히 말했다. "저 집안 딸이 아니면 이렇게 다치지도 않으셨을 테니 받아 마땅한 돈이에요. 병원비도 내야 하고요."어르신은 둘째 작은어머니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내가 넘어져 다친 것도 아니고 보상받을 이유가 없어. 받으면 잘못된 거야!" 어르신은 또다시 유상수에게 말했다. "당장 돌려드려."보는 이도 많고 어르신도 견결하니 유상수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드를 돌려주었다.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것 필요하시면 말씀하셔도 좋아요."어르신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사과도 받았으니 다들 돌아가시게."유상수는 신미정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나지막한 목소리로 어르신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사부인 금방 도착하셨어요."어르신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앉을 곳도 없고 다들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숨쉬기도 힘들어. 이건 뭐 숨 막혀 죽겠네."유상수는 어쩔 바를 몰라 했다.신미정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직접 사과드리러 왔건만 어르신은 그들을 반가워하지 않았을뿐더러 체면도 봐주지 않았다.신미정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이만 갈게요. 민서야, 가자."강민서는 경호원의 손을 뿌리치고 신미정을 따라나섰다.유상수는 다급히 뒤를 쫓아가 말했다. "사부인, 제가 바래다 드리지요."둘째 작은어머니도 아무도 자기를 못 봤으니 슬그머니 뒤쫓아갔다.병실의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고 강한서와 유현진만 남게 되었다.어르신은 유현진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현진아, 나 배고파. 내려가서 만두나 사 와."유현진은 강한서를 힐끗 보고는 이내 알아차렸다. 어르신은 강한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유현진은 입을 오므리며 말했다. "무슨 만두 드실 거예요?"어르신은 늘 그렇듯이 미소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37화

    유현진은 흠칫하더니 벌떡 몸을 돌리며 말했다. "뭐라고?"강민서는 그런 그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유씨 집안은 정말 흡혈귀 같은 존재야. 그러니까 한 가족이겠지. 둘째 작은어머니라는 사람이 너나 네 증조할아버지보다 훨씬 솔직하더라고."말을 끝낸 강민서는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저녁에 어디서 만난다고? 또 노을이야? 알았어. 이따 봐…"유현진은 멀어져가는 강민서의 뒷모습을 보며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강한서는 특별히 간호인을 고용해 어르신을 돌보았다.유현진은 병실에 있다가 촬영장에 볼일이 있다면서 먼저 자리를 떠났다.강한서는 병상 옆에 앉아 어르신에게 귤을 발라 드렸다.어르신은 식욕이 없는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돌아가. 현진이 오늘 기분 안 좋아 보이던데 일찍 가서 같이 있어 줘."유현진이 자기를 바라보던 눈빛을 떠올리니 강한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이것만 드시면 갈게요."어르신은 이내 강한서가 발라 준 귤을 입에 넣으며 강한서에게 얼른 가라고 손을 저었다. "어서 가, 어서 가. 나 잘 거야."강한서는 간호인에게 연락처를 남기고 병원을 나섰다.차에서 대기하던 민경하가 강한서를 보자마자 물었다. "대표님, 어디로 모실까요?"" '법역' 촬영장."민경하는 이내 차를 돌려 출발했다.촬영장으로 가는 길에서 강한서는 주머니에서 통장을 꺼냈다. 바로 어르신이 준 것이다.어르신은 유현진에게 주는 예단이라고 했다.어르신은 유현진이 많이 가지고 들어가야 시댁에서 만만하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같이 있은 지 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어르신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강한서는 감시카메라에 찍힌 강민서의 말이 떠올라 통장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강민서의 신용카드를 포함한 모든 카드 정지시켜요. 그리고 회사 재무팀에 정기 배당을 제외하고 두 사람에게 일전 한 푼 주지 말라고 알리세요."민경하는 깜짝 놀랐다.두 사람이란 강민서와 신미정이었다.두 사람은 처음에 회사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38화

    몇몇 사람이 차에 올라타 문을 닫더니 이내 차가 출발했다.송민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송가람에게 말했다. "나 여기 급한 일 생겼으니 이따가 전화할게. 먼저 끊는다."전화를 끊고 송민준은 다급히 박해서에게 말했다. "앞에 차 따라가. 눈치 못 채게 너무 바싹 따라붙지 말고."박해서는 시동을 걸고 검은색 밴을 따라갔다.검은색 밴은 아주 조심성 있게 CCTV를 피해서 작은 길로 들어갔다.박해서는 이 길에 대해 아주 익숙했는지라 다른 길로 에돌아 작은 길의 길 어구로 바로 갔다.하지만 길 어구에서 한참 기다렸지만 하얀색 밴만 지나갔을 뿐 검은색 밴은 보이지 않았다.박해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이 길은 1킬로미터도 안 되고 중간에 빠져나갈 길도 없어서 이렇게 오래 걸릴 리가 없어요."송민준은 흠칫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트리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를 따돌린 거네.""어떻게…" 박해서도 흠칫했다. "설마 아까 하얀색 밴 말씀하시는 거예요?"이 길은 고작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너비다. 그런데 하얀색 밴만 나왔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이 중간에서 차를 바꾼 것이 틀림없다.박해서는 놀라웠다. "눈치 못 채게 거리 유지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요?"송민준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뭔가 알아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조심스러웠던 것일 수도 있어. 꽤 총명하네.""대표님, 어떻게 할까요?"하얀색 밴은 이미 떠난 지 오래라 지금 따라가기에는 늦었다.송민준은 의자를 툭툭 치더니 입을 열었다. "CCTV가 없는 길이 어느 쪽이지?""서쪽 길에 CCTV 없어요.""그럼 그쪽으로 가."같은 시각, 혼미 상태의 강민서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눈앞은 무언가에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입은 테이프로 막혀 있었으며 손발은 꽁꽁 묶여 있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강민서는 점점 더 커지는 두려움에 온 힘을 다해 바둥거렸지만 입도 가려져 있어서 거친 숨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유현진은 무표정으로 그녀 앞에 서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39화

    그녀는 눈을 찌푸리고 손으로 불빛을 가렸다.차는 이내 전조등을 껐다. 벤틀리 한 대가 그녀의 앞에 차를 세우더니 차창을 내렸다. 차 안에서 송민준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현진 씨. 여기서 보네요."유현진은 멈칫하더니 경계심을 드러내며 입술을 오므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송 대표님."송민준은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 시간에 혼자 여기서 걷고 있었어요?""차가 고장 나서 택시 기다리고 있었어요." 유현진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여기 택시 없는데. 타세요, 태워다 드릴게요.""사양할게요. 저 콜택시 불렀어요."송민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한서한테 연락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까요? 이 시간에 여자 혼자는 위험해요. 봤는데 모르는 척하기도 그렇고."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 "한서는 야근 중이에요." 유현진은 멈칫하다가 다시 말했다. "그럼 송 대표님이 저 좀 태워주세요."차에 탄 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얼굴색이 창백했으며 손가락에는 핏줄이 생생하게 보였다.밖은 추웠고 그녀는 다소 얇은 옷을 입고 있었다.송민준이 말했다. "해서야, 히터 틀어."유현진은 머리를 돌려 고맙다고 인사했다.송민준은 조용히 그녀를 훑어보다가 시선을 그녀의 귀에 있는 점에서 멈추었다.유현진은 송민준의 눈길을 느꼈는지 뒤돌아보았다.송민준은 이내 물 한 병을 넘겨주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현진 씨, 물 마실래요?"송민준은 여전히 자연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착각했다고 생각했다.유현진은 물을 받지 않고 말했다. "괜찮아요, 고마워요."송민준은 그녀의 긴장한 표정을 알아챈 듯 말했다. "아름드리 펜션으로 가."유현진이 말했다. "아름드리 펜션 말고 병원으로 갈게요."송민준은 그녀를 훑어보며 물었다. "현진 씨 어디 아파요?""아니요." 유현진은 멈칫하다가 다시 말했다. "가족이 병원에 있어서요."송민준은 더는 묻지 않고 박해서에게 병원으로 가라고 말했다.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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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82화

    한현진은 그녀의 호적지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이시연은 오래 기다렸고 그 사이 네 명이 더 끼어든 후에야 은서하가 비로소 돌아왔다. 그녀는 땀에 젖어 얼굴이 여전히 창백했고 얼굴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이시연은 그녀를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아직도 괜찮지 않은 거예요? 의사한테 같이 가줄까요?”은서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화장실 갔다 오니까 많이 나아졌어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이시연은 결과지를 건네며 웃으면서 말했다. “미안하면 승진하고 나 좀 잘 챙겨줘요.”은서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일자리만 지킬 수 있어도 감사하죠. 승진은 꿈도 안 꿔요.”잠시 멈추고선 덧붙였다. “대회 준비는 어떻게 돼가요?”“그냥 그럭저럭이죠. 서 대표님이 이번에 강력한 카드를 데려왔으니까 우리는 그저 배경일 뿐이죠.” 이시연의 자조 섞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친선 경기라고 보면 되죠 뭐.”은서하는 향료 조향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그래도 좀 더 열심히 해봐야죠. 안 그러면 너무 아쉬울 거 같아요.”이시연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 차례가 되었기 때문이다.클라우드 아파트 902.“현진아, 이건 어때?”차미주는 흰 티에 청바지 오버롤을 입고 한현진 앞에서 빙그르르 돌며 물었다. “어때?”한현진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 듯 여유 있게 대답했다. “나쁘지 않아.”“그럼 아까 그 꽃무늬 원피스는?”“그것도 괜찮아.”차미주는 눈꺼플이 살짝 뛰었다. “그럼 이 노란 운동복은?”“비슷해.”차미주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너 지금 뭐야? 그냥 대충 말하는 거지? 다 비슷하면 난 도대체 뭘 입어야 해?”한현진은 웃으며 그녀를 달래듯 말했다. “내가 너 대충 대하는 게 아니야. 오면서 계속 생각했어. 너한테 좀 더 격식을 차린 옷을 입힐지 아니면 너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입힐지 말이야. 평소에 이렇게 캐주얼한 옷을 입고 다니니까 갑자기 정장 스타일을 입으면 길도 제대로 못 걸을 거고 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81화

    한현진은 잠시 동작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서해금 옆에 있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 벌써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법을 배우셨군요.”은서하의 얼굴이 잠시 창백해졌지만 이내 급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한 대표님, 저를 싫어하시든 미워하시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주혁이라는 사람. 그 사람만큼은 정말 조심하셔야 해요. 단순한 사람이 아니에요.”“주혁 씨가 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냥 운전기사일 뿐인데? 당신 말대로라면 그 사람이 다른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건가요?”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난 당신이 정말로 걱정해서 경고해 주는 건지 아니면 고의로 우리 사이를 흔들려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은서하는 더 조급해졌다. “저는 이간질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 사람만큼은 가까이 하지 말고 멀리 하세요. 한 대표님, 당신이 저를 도와주셨어요. 제가 아무리 배은망덕한 사람이라도 당신에게 해가 되는 일은 절대 안 할 거예요.”초조해하는 은서하와는 달리 한현진은 차분한 태도를 유지한 채 단호하게 물었다. “내가 그때 당신을 도와줬을 때 당신은 어떻게 했죠? 갑자기 등을 돌리지 않았나요? 은서하 씨, 내가 당신을 믿을 수 있을까요?”은서하는 갑자기 몸을 움츠리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한 대표님, 저는 겁이 많고 피할 줄 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알아요. 최소한 저를 도와주셨던 대표님을 해칠 수 없다는거요.” 그녀의 진지한 말투에 한현진은 마음이 흔들렸다. 침묵을 지키며 그녀를 바라보다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럼 주혁 씨를 멀리하라는 이유라고 말해보세요. 내가 믿을 수 있도록 설득 될 만한 이유요.”은서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손을 움켜잡은 채 잠시 입을 다물었다.한현진은 지칠 대로 지쳐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이유가 없다면 더 이상 여기서 나를 걱정한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 말고 그냥 가세요.”은서하는 급히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말하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80화

    [서해금이 나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나를 회사에서 쫓아내려고 하고 있어. 만약 네가 은서하고 우연히 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걸 이용해서 서대금이 나를 잠시라도 회사에서 밀어낼 수 있게 할 수 있어. 그리고 넌 그 기회를 통해 승진하고 월급도 올리고 사장 앞에서 좋은 이미지도 쌓을 수 있어. 그 상황에서 너라면 그걸 참을 수 있겠어?]차미주는 그 말에 감탄하며 말했다. [임신한 채로도 이렇게 계산적이네? 너 아이 낳으면 두 명의 도깨비가 나올까 봐 걱정돼.]한현진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럴 리 없을 거야. 강한서가 매일 내 옆에서 를 읽어주고 있어. 맨날 애들한테도 읽어주니까 조금은 성품이 좋을 거야.][강한서 진짜 대단하다. 넌 그걸 듣고 있어?][안 듣지.] 한현진이 대답했다. [난 이어폰 끼고 드라마 봐. 강한서가 애들한테 읽어주고.]차미주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결국 는 아무 소용없다는 거네.][왜?] 한현진이 물었다.차미주가 익살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우리 엄마가 항상 그러셨어. 아이는 유전이 중요하다고.] [옛말에 그런 말 있잖아. 용은 용을 낳고 봉항은 봉황이 낳는다고. 네가 도덕이 없다면 강한서이 아무리 를 많이 읽어줘도 소용없어.”[너 진짜!] 한현진이 이빨을 갈며 말했다. [한성우 씨랑 있더닌 이제는 입만 잘 돌아가네.][오래 배운 거 이럴 때 써먹어야지.]한현진은 코웃음을 쳤다. [나랑 연습하면 뭐 해. 능력 있으면 너희 사장한테 가서 연습해.]차미주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건 안 돼. 사장한테서 월급 받아야 해.]차미주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있잖아.그 사람이 나를 자기 집에 초대해서 밥을 먹자고 하는데 네가 봤을 때 첫 만남에 뭘 입고 어떤 선물을 가져가야 할까? 정말 고민돼.]한현진은 답했다. [내가 경험이 많아 보여?][두 번이나 결혼했잖아. 너가 없으면 누가 경험 있겠어.]한현진은 담담하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79화

    은서하는 빠르게 시선을 거두고 건강검진표를 꽉 쥔 채 한현진의 뒤로 갔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레 한현진의 배로 향했다. 한현진은 회사에 와서부터 항상 허리 라인이 보이지 않는 넉넉한 옷만 입었다. 뒷모습으로 보면 여전히 날씬해 보였고 이상한 점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한현진이 특정 동작을 할 때 배가 살짝 불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에 한현진의 차에 탔을 때 그 모습을 잠깐 본 적이 있었다. 처음엔 그저 살이 찐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임신한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은서하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왜 한현진은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까?’ ‘혹시 서해금 때문일까?’은서하는 복잡한 마음을 안고 있었지만 한현진은 마치 그녀의 발견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잠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전화를 받고 몇 마디를 나누고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줄을 빠져나갔다.은서하는 잠시 멈칫하며 물었다. “한 대표님, 검사 안 하세요?”한현진은 천천히 돌아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일이 생겨서 나중에 다시 올려구요.” 그리고는 아무런 표정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한현진이 떠난 뒤 이시연이 나타났다. “한 대표님 어디 가셨어요?” 이시연은 주위를 살펴보며 물었다.은서하가 대답했다. “전화를 받으시더니 일이 생겼다며 먼저 가셨어요. 나중에 다시 오신다고 했어요.”“그렇군요.” 이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한 대표님과 얘기 해봤어요? 예전에 그 분의 옷을 받고 따돌림 당하고 급여도 깎였다고 했을 때 한 대표님이 굉장히 마음 아파했어요.” “그때 한 대표님이 먼저 도와주겠다고 했었죠. 후에 그렇게 된 건 어쩔 수 없지만 한 대표님은 정말 착한 분이세요. 잘 사과하면 한 대표님이 이해해줄 거예요.”은서하는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 대표님이 신경 쓰지 않으셔도 저는 그런 얘길 꺼낼 입장이 아니에요. 그리고 저는 그냥 작은 직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78화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서 이시연과 은서하가 진단서를 들고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이시연이 은서하의 손을 이끌고 다가오며 말했다. “한 대표님, 여기서 뵙네요. 건강검진 받으러 오신 거예요?” 한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은서하를 가볍게 훑어본 뒤 다시 이사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두 분도 오늘입니까?” 이시연이 웃으며 말했다. “원래는 어제가 제 날짜였는데 어제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른 분이랑 바꿨어요. 서하 씨랑 같이 오려고요.” “가족은 안 데리고 왔어요?” 이시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부모님은 직장에서 추가 의료보험을 들어두셔서 제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서하 씨 외할머니의 병은 보험으로는 혜택을 받을 수가 없어서요.”은서하는 내내 말이 없었다. 이시연이 얘기하는 동안 그녀의 시선은 자꾸만 주혁에게로 흘러갔다. 주혁은 예민하게 그 시선을 포착했다. 둘의 눈이 맞닿자 은서하는 움켜쥔 손에 힘을 주며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혁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답하고는 별다른 말 없이 시선을 돌렸다. 마침 건강검진 순서가 불리기 시작했다. 주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한 대표님, 얘기 나누세요. 전 애들 데리고 먼저 검진 받으러 가겠습니다.” 그가 주상욱와 함께 자리를 떠나자 이시연이 한현진에게 조용히 제안했다. “한 대표님, 같이 가실래요? 먼저 채혈하고 나서 초음파 검사하면 순서가 빨라요. 그러면 금방 검사 끝내고 식사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한현진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채혈은 이미 했어요. 먼저 가요. 난 초음파실 앞에서 번호표 뽑아둘게요.” 한현진은 애초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게 아니었다. 주혁이 진짜 주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고 난 뒤부터 직접 그를 만나보고 싶었다. 방금까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녀는 내내 무심한 척 주혁을 은근히 살폈다. 주혁의 외모는 평범했다. 사람들 사이에 섞이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흐릿한 얼굴이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77화

    주혁이 설명했다. “상욱이가 자신이 보낸 그림 잘 받았는지 물어봐요. 마음에 드는지 궁금해해요.”한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주혁에게 물었다. “마음에 든다는 걸 수화로 어떻게 하면 돼요?”주혁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말하면 돼요. 상욱이는 들을 수는 있지만 말하는 게 서툴러요.”사실 주상욱은 말을 못 하는 건 아니었다. 그는 납치 사건에서 구출된 후 청력을 잃었다. 오랫동안 그는 청각장애인처럼 생활했으며 오랜 시간동안 소리를 못 들은 것도 있지만 또한 납치 당시 겪은 충격 때문에 사람과 접촉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언어 능력도 점차 떨어졌고 말을 꺼내는 것조차 원하지 않았다. 이후 보청기를 장착한 뒤 청력은 조금씩 회복되었지만 언어 능력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과 소통할 때 수화를 사용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꼈다.한현진은 주상욱에게 미소 지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정말 마음에 들어.”주상욱은 눈이 반짝이며 수화를 하려다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꺼내 글을 한 문장 써서 한현진에게 건넸다.“나 보라고?” 한현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주상욱은 고개를 끄덕였다.한현진은 고개를 숙여서 화면을 읽었다. [누나, 아빠에게 휴가를 주셔서 고마워요. 덕분에 아빠와 함께 생일을 보낼 수 있었어요. 아빠가 잘못한 일이 있어서 이제 누나 옆에서 일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빠를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아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저와 엄마를 위해 많은 고생을 했어요. 우리가 아빠를 힘들게 한 거예요. 아빠 대신 사과하고 싶어요. 아빠를 용서해 주실 수 있나요?]한현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아이의 말은 서툴고 순수했지만 그 마음은 진심에서 우러나왔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그가 입에 담은 ‘아빠’가 진짜 아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한현진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핸드폰에 글 한 줄을 적었다. [다 지나간 일이야. 이제 네 아빠를 탓하지 않아.]주혁은 이제 그녀 곁에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76화

    대장은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건 물론이죠. 이미 먼저 주혁 씨에게 연락했어요. 집에서 가족들과 상의한 후 곧바로 답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의 집안 사정으로 회사가 이렇게 좋은 혜택을 주는데 그가 신청하지 않겠어요? 절대 그럴 리 없죠.”원율은 잠시 담배를 피운 뒤 담배 끝을 비벼 끄며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부서에도 더 전해야 하니까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대장님, 일 보세요.”원율을 보내고 나서 대장은 다시 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혁 씨, 가족이 두 명이니까 연간 십만 원도 안 되게 더 내면 돼. 한 달에 만 원도 안 되고 가족이 병원 갈 때 드는 비용은 전부 보장돼. 이 작은 돈 아끼려고 하지 말고 큰 기회를 놓치지 마.”주혁은 돈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싫어한 건 그 돈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족을 위한 보험에 가입하면 이번 주 금요일에 반드시 그들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다. 설령 병원이 서대금이 손수 준비한 곳이라 해도 그에게는 그 사실이 부담스럽고 꺼려지는 일이었다.대장은 계속해서 재촉하며 보험 가입 후의 이점을 설명했다. 결국 주혁은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럼 내 아내와 아들도 함께 가입시켜줘. 나중에 주민등록증 사진 보내줄게.”“알겠어. 잘 쉬고 빨리 회복해. 듣자 하니 곧 송가람 씨 밑에서 일하게 된다면서? 잘 됐어. 정해지면 꼭 한턱 쏴.”주혁은 송가람 밑에서 일하게 될 생각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빛에 부드러운 감정이 스며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확정되면 한 번 쏠게.”최종적으로 제출된 명단에 주혁의 가족이 포함된 것을 확인한 한현진은 비로소 안심했다. 체크업은 금요일과 토요일로 이틀에 걸쳐 나뉘어 진행되었고 한현진은 주혁이 토요일에 가는 것을 일부러 확인한 후 같은 날에 병원을 가기로 했다.주혁은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왔다. 그의 아내는 평범한 주부였고 깔끔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한현진이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주혁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75화

    회의실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자 한현진은 물건을 정리한 뒤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 서해금을 향해 파일을 들고 다가갔다. “아주머니, 방금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해금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네가 직원들을 생각해서 한 거니까 당연히 지지해야지. 우리 모두 같은 회사에 있는 한 하나의 팀이니까.” 한현진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주머니가 제가 먼저 조사를 했다고 문제 삼지 않으셔서 다행이에요. 그리고 집에 보내주신 곤약도 가람 씨 통해 잘 받았어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서해금은 여유 있게 말했다. “가족끼리 서로 아끼는 거지. 너무 예의 차리지 마.”한현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 제가 회사에 온 이래로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게 해드렸어요. 제가 성격이 직설적이고 고집도 세서 가끔 말이 거칠어질 때도 있어요. 그런데도 아주머니께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아빠한테 들었어요. 아주머니가 아빠한테 저를 칭찬해 주셨다고요. 그 말을 들으니 저도 마음이 무겁고 어쩌면 제가 너무 어리석게 행동했나 싶어요.”“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서해금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얘가 무슨 말이야. 어른이 아이와 다툴 일이 뭐가 있겠어? 현진아, 아주머니는 네 친엄마는 아니지만 너희 어머니와는 정말 소중한 친구였어. 네가 송씨 가문에 돌아올 수 있게 되어 아주머니는 그 누구보다 기뻐.” “지금 네가 집안에서 가람이랑 함께 지내는 걸 보니 젊은 시절 너희 어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가끔 떠올라. 우리가 반평생을 함께 지냈고 너희는 진짜 자매가 된 거지. 이것도 하나의 인연이란 거야.”한현진은 속으로 토할 뻔했다. ‘정말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고?’만약 당시 아이를 바꾼 일과 그녀 어머니의 죽음이 모두 바로 눈앞에 있는 이 온화하고 친절한 여자과 관련이 있었다는 여러 가지 증거들이 없다면 이렇게 진심 어린 말투를 들었을 때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74화

    하지만 이 제안이 실행되면 소문이 돌아 사람들이 그것을 한현진 덕분이라고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서해금은 아마도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서해금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안은 나쁘지 않지만 실비보험은 본래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기본적인 보장이기에 만약 직원들에게 요금을 부과하게 되면 일부 사람들은 이를 회사가 급여를 삭감하려는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직원들의 가족은 병원을 거의 가지 않아 이 비용이 꼭 필요한 지출은 아닐 수 있어요. 그런데 전액을 회사가 부담하게 된다면 일부 직원들이 가족을 허위로 신고해 다른 사람의 보험을 대신 받으려 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을 겁니다.”한현진은 그녀가 이렇게 말할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말하는 방식에 약간의 여유를 두었다. 서해금이 자신의 의문을 제기하자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직원들이 가족을 위한 보험을 구매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자발적입니다. 회사는 강제로 요구하지 않아요. 다만 구매의 문턱을 낮춰놓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원하는 사람은 구입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은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서 대표님 생각은 어떠신가요?”서해금은 입술을 꽉 다물고 잠시 침묵한 후 말문을 열었다. “현진 씨, 구입을 개방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쪽은 괜찮지만 보험사와의 협상이 필요해요. 어떤 보험사도 손해 보려고 하진 않잖아요.” 한현진이 살짝 웃으며 답했다. “보험사와의 협상은 제가 맡을게요. 지금 여쭤보는 건 서 대표님 개인의 의견이에요. 동의하시는지요?” 서해금은 당연히 반대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회의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반대한다고 말하면 그 소문이 바로 회사 전체에 퍼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녀가 그동안 쌓아온 직원들을 위하는 좋은 상사의 이미지가 무너질 게 뻔했다. 서해금은 절대 자기를 망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서해금은 잠시 침묵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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