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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넷째 삼촌이 넷째 작은어머니의 옷소매를 끌어당기며 그만 말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유상수의 공장에서 출근하는 처지에 이런 거로 서로 책임을 밀며 시시콜콜 따지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

유상수는 이 못난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며 쌀쌀하게 말했다. "병원비 내라는 말은 안 할 테니 걱정하지 마!"

"아주버님, 그 말이 아니라요. 병원비가 얼마나 한다고요? 할아버지 연세도 많으시고 게다가 이렇게 다치기까지 했으니 건강이 점점 더 안 좋아질게 뻔하잖아요. 이렇게 두는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퇴원한 뒤에 누구랑 같이 살아야 할지 의논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맞는 말이다.

어르신이 쌩쌩할 때도 그들은 이 문제로 몇 번이고 의논한 적 있었다.

다들 어르신의 철거 보상비를 노리고 있으니 누구나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어르신이 고집을 부려 아무 데도 안 가겠다고 하니 당시 이 일은 잠시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병상에 누워있게 되었으니 이 말은 다시 한번 칼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유상수는 그 돈은 성에 차지 않았지만 고향 집에 있는 땅이 욕심났다. 하지만 어르신은 여태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유상수는 마침 이번 사건을 기회로 해서 어르신과 감정을 배양한 뒤에 빼앗아 내려고 했다.

다들 어르신의 부양권을 얻기 위해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유현진은 병실 문 앞에 서서 이 사람들의 연극을 지켜본 뒤에야 어르신이 왜 통장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유현진은 병실 문 앞에서 한참 동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사람들이 한창 얼굴을 붉혀가며 의논하고 있을 때, 유현진이 문을 열고 나왔다.

사람들은 유현진을 보더니 이내 하던 말을 끝냈다.

둘째 작은어머니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떠나지 않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어 물었다. "현진아. 할아버지 뭐라 하셔?"

유현진은 쌀쌀하게 말했다. "별말 없으셨어요. 물 한 잔 마시고 쉬고 계셔요."

둘째 작은어머니가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 "물 한 잔 마시는 게 이렇게나 오래 걸렸어? 다른 말씀은 없었고?"

유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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