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아직 작은 고모부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모부와는 말할 기회도 거의 없어요. 그러다 보니 잘 알지도 못하고요."이제 와 보니 주강운의 작은 고모부는 가족의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더 알아낼 수 있는 정보도 없었다."이 상황에 지금 그런 거 물을 때야?"주강운에 대한 유현진의 부드러운 태도를 보자 강한서는 열받았다. "조금 있다가 의사 선생님이 도착할 텐데, 어떻게 대처할 거야?"그러자 유현진이 말했다."뭘 어떻게 대처해? 내가 임신했다고 말한 것도 아니고, 다 사람들의 상상이잖아. 의사 선생님이 오면 그냥 음식 잘못 먹어서 탈 났다고 하면 되지.""의사 선생님이 바본 줄 알아?""안 되면 돈으로라도 입막음하면 되지."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 '이건 어디서 튀어나온 가치관이지?'그러자 주강운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조금 있다가 오게 될 의사는 제 친구예요. 제가 미리 말하면 알아서 입을 맞출 거예요."유현진은 환하게 눈웃음을 보이면서 말했다."강운 씨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강한서가 노기등등한 눈빛으로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인월과 그 일행은 휴게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가 휴게실에서 나왔다.유상수가 다급하게 물었다."의사 선생님, 어떻게 됐어요?"의사가 답했다."큰 문제 아니에요. 식중독 증상인 것 같은데, 그렇게 심한 거 아니에요."의사의 말이 떨어지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수상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정인월은 멍해졌다. 정인월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유상수가 다급하게 물었다."식중독이요? 임신 아니고요?""임신이 아니에요. 맥을 짚어 보았는데 임신은 아니었어요. 만약 믿기 어려우시면 병원에 가셔서 한번 검사해 보세요."주씨 가문의 전문의가 이걸 잘못 진단할 리가 없다.정인월은 실망에 찬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안부를 묻는 걸 잊지 않았다."식중독은 괜찮은 거예요? 건강에는 크게 영향이 없고요?""큰 문제는 아
----여러 사람이 휴게실에 들어섰을 때, 유현진은 창백한 얼굴로 소파에 누워있었다. 유현진은 인기척에 몸을 일으켜 앉으려고 애썼다.그러자 정인월이 얼른 말렸다."얘야, 앉을 필요 없으니까 누워 있어.""할머니~"정인월은 한없이 자애로운 표정으로 물었다."어때? 지금 좀 괜찮아졌어?""여전히 구역질이 나기는 하는데, 아까보다는 좋아졌어요.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괜찮아. 난 또......"정인월은 하려던 말을 끊고 잠깐 멈칫하다가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됐다. 우선 몸부터 잘 추스르렴."정인월이 유현진과 작은 소리고 대화하고 있을 때, 신미정의 휴대폰에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문자를 읽던 신미정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휴대폰 화면을 끄고 정인월에게 다가가 말했다."어머님, 우리 우선 현진이를 집에 바래다줄까요? 여기 행사도 거의 끝날 시간이고 어머님도 너무 오래 서 계셨잖아요. 집에 돌아가 푹 쉬셔야죠."정인월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강한서에게 분부했다."현진이를 내 차에 태워. 차에 침대가 있으니 누워 가면 조금 편할 거야."주시윤은 행사 주체자로서 안부를 몇 마디 묻고는 주강운에게 자신을 대신해 사람들을 배웅하라고 하였다.정인월은 연세가 있는 데다가 다리가 안 좋아서 그의 전용차는 엄청 편하게 설계되었다. 하지만 유현진은 이를 편히 누릴 수가 없었다.정인월이 다정한 어투로 관심을 해줄 때마다 유현진의 죄책감은 더해졌다. 그래서 그는 정인월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에 정인월이 그에게 사탕을 건네주면서 물었다."현진아,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사탕 한 알 먹어보렴. 그럼, 덜 힘들 수도 있어. 이 맛이 별로면 여기 매실이랑 진피 맛도 있어. 어떤 맛으로 줄까?"이때 진씨가 운전석에서 말을 건넸다."큰 사모님, 작은 사모님께서 임신하신 게 아니라서 신맛 나는 사탕은 큰 도움이 안 될 거예요. 그 앞에 박하맛 사탕이 있을 텐데, 그거 먹으면
강민서는 어제 그가 먹고 휴지통에 버렸던 피임약 통을 들고 있었다.'어제 아줌마가 청소했을 텐데, 어째서 약통이 아직도 쓰레기통에 있는 거지?'유현진이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신미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강민서의 손에서 약통을 건네받은 후 설명서를 훑어보는 신미정의 안색은 점점 더 굳어졌다."현진아, 이게 뭐니? 왜 이런 게 네 방에 있어?"유현진은 이번에 연기가 아니라 너무 놀라서 안색이 창백해졌다.정인월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다가가서 물었다."왜? 이게 뭔데?"신미정이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어머님, 이거 피임약이에요. 어째서 여태껏 소식이 없나 했더니 얘네 피임하고 있었어요."정인월이 깜짝 놀랐다."피임?"정인월은 약통을 보다가 다시 유현진한테 시선을 돌리더니 결국은 강한서를 향해 물었다."한서야, 네가 현진이한테 이 약을 먹으라고 한 거냐?"이 말에 강민서는 불만을 터뜨렸다."일이 이렇게 됐는데도 할머니는 여전히 새언니 편만 드네요. 새언니가 거절했으면 오빠가 어떻게 억지로 먹여요?"정인월은 지팡이로 바닥을 몇 번 두드리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넌 입 닥쳐! 누가 너더러 말하라고 했어?"강민서는 화가 났지만 더는 아무 말도 못했다.유현진의 죄책감은 한층 더 깊어졌다. 이 순간에도 할머니는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을 꽉 잡고 강한서가 대답하기 전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 한서 씨는 몰라요. 제가 먹은 거예요."이 말에 정인월은 끝내 실망하고 말았다. 정인월은 애써 화를 참으면서 물었다."왜 그랬어?""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유현진은 고개를 떨어뜨린 채 정인월과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을 향해 실망으로 가득 찬 눈길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하지만 정인월은 유현진을 혼내지 않았다. 그저 복잡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그녀를 지켜보다가 가볍게 한마디 하고 돌아섰다."다들 집에 돌아가자."신미정은 유현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한마디 뱉었다. "너희들 정
"그래도 완전히 피임된다는 보장이 없어. 어쨌든 이혼할 사인데, 생명을 희생시킬 수는 없어. 만약에 임신이라도 하면 또 병원 가서 지워야 하는데 나 아픈 거 무서워."강한서는 불편한 마음에 침을 꼴깍 삼키고는 말했다. "아무도 지우라고 안 해. 임신하면 낳아야지."유현진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진지하게 말했다. "강한서, 내 아이는 절대 다른 누구와 아빠를 공유할 수 없어. 진짜 임신하더라도 그 아이를 이 세상에 데려오지 않을 거야." 유현진은 자기가 낳은 아이가 자기와 같은 상황에 놓이는 걸 원하지 않았다.강한서의 마음이 조여왔다.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러길 바라. 나도 당신이랑 이혼할 때 짐이 생기는 건 원하지 않아."말을 끝낸 강한서는 굳은 얼굴로 뒤돌아서 발걸음을 옮겼다. 이때 프리지아 화분이 강한서의 팔 끝에 맞히더니 바닥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유현진은 강한서가 나가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허리를 굽혀 깨진 화분을 정리했다.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강한서가 지나간 자리에 몇 방울의 피가 떨어져 있었다.강한서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의 연기를 돕기 위해 다친 팔로 그녀를 들다 보니 아마도 상처가 다시 찢어진 듯했다.유현진은 마음이 조여와 이내 강한서를 찾아 내려가려 했지만, 밖에서 차 시동 소리가 들려왔다.강한서는 차를 몰고 가버렸다.유현진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결국 따라나서지 않았다.이날 밤, 강한서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유현진도 밤새 뒤척였다. 다음 날 아침, 인기척에 그녀는 잠에서 깼다.집에 들어 온 강한서는 유현진을 보더니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녀를 지나쳐 냉장고로 가 생수 한 병을 꺼냈다.유현진은 강한서의 옷차림을 보았다. 어제 나갈 때의 옷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호텔에서 잔 건 아닌 듯싶었다.유현진은 낮은 소리로 물었다. "밥은 먹었어? 먹고 싶은 건 없어? 다친 데는 어때? 약은 바른 거야?"강한서는 병뚜껑을 닫으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남도
이 여자가 바로 차미주가 추천해 준 매니저이다.유현진은 손을 내밀며 악수를 건넸다. "반가워요."진희연은 평온한 말투로 유현진의 손을 맞잡았다. "반가워요, 유현진 씨. 제 상황은 미주한테 들으셨죠?"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들이 있어 주말에는 애를 봐야 한다고 들었어요."진희연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조금은 걱정 섞인 말투로 말했다. "혹시 불편하시면 주말에 아이를 다른 곳에 맡길게요. 집도 가깝고 저 이 일이 꼭 필요해요."유현진은 대답 대신 간단한 질문을 했다.확실히 매니저를 해 본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그녀는 유현진의 질문에 물 흐르듯 대답했다. 더군다나 그녀는 잘 나가는 연예인의 매니저였다.그녀는 열아홉의 나이에 이 바닥에 들어온 뒤로 스물일곱에 퇴사하며 8년 동안 커리어를 쌓았다.퇴사 사유는 결혼과 출산이었다. 매니저라는 직업은 항상 몸을 움직이는 직업이기에 집에 있는 시간이 적었다. 전남편도 지방 사람이라 누구 손을 빌릴 수 없다 보니 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없고 시터를 고용하려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두 사람은 이 일로 자주 다투게 되었다. 그러다 결국 아이의 성장과 교육을 위해 진희연은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그러다 그녀는 집과 가까운 곳에서 사무직을 찾아 출근하게 되었다. 월급은 높지 않았지만 일도 쉽고 시간도 자유로웠으며 속박이 없었다. 그러니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수도 있어 아주 편리했다.그렇게 몇 년을 버티다 보니 전남편도 승진하고 월급도 많이 인상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전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었다.그녀는 깔끔하게 바로 이혼을 제기했다.경제적인 부분에서 밀리다 보니 결국 전남편에게 양육권을 빼앗기고 그녀는 매주 주말에만 아이를 데려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그녀의 가족들은 그녀의 이혼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아예 그녀와의 연락 자체를 거부하기 시작했다.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취직에 성공해 돈을 벌고 싶었다.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기
그녀는 속으로는 흥분했지만, 겉으로는 차분하게 말했다. "그렇게 하죠. 지금 바로 계약할게요."유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계약서는 아직 준비 안 됐어요. 준비해서 미주한테 보내면 사인하세요. 오늘 스케줄있으니 바로 출근하셔야겠어요."차미주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뭔 스케줄인데?"이동하는 길에서 유현진은 그녀에게 어제 고여정이 부탁한 일을 말해주었다."공익 숏폼이라 페이는 없어."유현진의 말을 들은 차미주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은 일이네. 숏폼은 워낙에 페이가 높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이런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건데. 너 이제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네 과거를 캐다가 이런 영상을 봤을 때는 너한테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머 이미지 메이킹은 아니지만 이 바닥에 들어오면 이 바닥 룰을 따라야지, 어쩌겠어. 다른 사람을 밟지 않아도 밟히면 안 되니까 항상 정신 바짝 차려야 해."유명해지는 순간 과거가 털리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심지어 아주 사소한 일도 소문에 소문을 타고 결국 근거 없는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된다. 이런 루머는 한창 상승세를 타는 연예인들에게는 치명적이다.진희연도 말했다. "그러고 또 한 가지는, 공중파 방송은 대본의 질량과 가치도 중요하지만, 배우도 중요하게 생각하죠. 이렇게 공익 방송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방송국에서도 인기가 많기에 앞으로 상관 된 방송이 있다면 공익 방송에 출연했던, 즉 이미지가 깨끗한 배우들을 우선순위에 놓겠죠."'도와준다고 하길 잘했어.'"그럼 '보이스'라는 예능은 나갈거야?""안 나가. 차이현 씨와 계약한 거 잊었어? 촬영 기간에는 선셋 스타라는 타이틀로 다른 상업성을 띤 방송은 출연 못 해."더군다나 이 예능 방송의 대본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연기에 가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차미주는 아쉬웠지만 그녀의 선택을 존중했다.그러다가 차미주는 회사로 가고 진희연은 유현진과 함께 촬영장으로 향했다.도착한 뒤에야 그녀는 촬영 예산이 생각보다 더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작진은 한 아파트
유현진은 외투를 걸치더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 두 주일 정도는 시간 괜찮아요. 필요하실 때 연락하시면 돼요."고여정은 고마운 마음에 오늘 일정이 끝난 뒤 유현진에게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했다.하지만 유현진은 거절했다.비록 도와주러 온 건 맞지만 자기를 위해서 온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두 사람 사이는 친한 사이가 아니다 보니 마주 앉아 식사하는 것 자체가 어색할 게 뻔했다.유현진은 진희연을 집까지 태워준 뒤, 차를 몰고 강씨 저택으로 갔다.강씨 저택에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쌓였다두 사람이 결혼하고 몇 년 동안, 정인월의 보호가 없었더라면 강씨 가문에서 유현진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제일 아껴주는 사람에게 제일 큰 실망을 안겨드렸으니, 유현진은 사과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신미정이 그들의 아이 소식을 기다리는 것은 자기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지만 정인월은 그저 아이를 예뻐하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그러니 이런 거짓말은 그녀의 마음을 가장 괴롭게 했다.유현진의 차는 강씨 저택의 부근에서 한참을 맴돌다가 결국 뒤돌아섰다.강씨 저택.진씨가 노크했다. "큰 사모님, 작은 사모님 가셨어요."정인월은 바둑을 두던 손을 멈추고 말했다. "꾀병을 부릴 담력은 되고 인정할 용기는 없는 거로구나."진씨는 웃으며 말했다. "다 알고 계셨으면서 보고만 있었네요. 안 뽑으려 하니 큰 사모님 얼굴이 깎일 테고 뽑으려니 사모님의 기분이 언짢으실 테니 양측 누구도 건드릴 수 없어 작은 사모님은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하신 거죠. 큰 사모님도 깜짝 놀라셨잖아요?"정인월은 피식했다. "난 그 아이가 임신한 것도 모르고 그럴까 봐 걱정됐던 걸세. 그런데 피임까지 해가며 나까지 속일 줄 생각도 못 했어! 내가 그 아이와 함께 그 장소에 간 건 모두에게 그 아이의 뒤에는 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지."진씨 아주머니는 간식을 들고 들어오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는 웃음을 보였다. "사모님에게는 며느리니 무서운 것 없잖아요. 그런
'촤르륵' 소리와 함께 여섯 장의 테이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간병인은 다급히 허리를 굽혀 테이프를 주었다. 머리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던 유현진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건드리지 마요!"간병인은 깜짝 놀라 몸이 굳어져 긴장한 어조로 말했다. "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망가지지 않았겠죠?"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현진이 다가와 허리를 굽히고 앉아 테이프를 확인했다.테이프의 리스트에는 숫자들이 표기되어 있는데 전부 다르게 표기되어있었다.그녀는 테이프를 줍고는 몸을 일으켜 다른 테이프를 찾아보았다. 200장도 넘는 테이프 중에 이 여섯 장의 테이프에만 숫자가 표기되어 있었다.'우연은 아니겠지?'간병인은 그녀의 무거운 표정에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현진 씨, 고장 났는지 한번 확인해봐요. 고장 났으면 배상할게요."유현진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언니. 휴대폰은 다 됐어요. 다운받으셔도 돼요."간병인은 깊은숨을 내쉬고는 연신 고맙다고 했다.유현진은 무거운 표정으로 테이프를 들고 서 있었다.'이 숫자들은 대체 뭘 의미하는 거지? 왜 엄마는 이 테이프들을 돌리면 반응이 생기는 걸까?혹시 무언가를 알려주는 건 아닐까?6개의 숫자, 설마 비번 같은 거 아니야?집에 금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고 해도 비번을 이렇게 기록하진 않을 텐데.더군다나 이렇게까지 깊게 숨겼어. 간병인 언니가 떨어뜨리지 않았더라면 발견 못 했을 거야.엄마가 이곳에 숫자를 기록한 건 아마 누구도 알지 못하길 바랐기 때문이겠지.대체 뭐길래 숨기는 걸까?'한참 생각하던 유현진은 여섯 장의 테이프를 휴대폰에 찍어둔 뒤 표기를 지워버리고 원래 자리에 다시 올려놓았다.아름드리 펜션.한밤중에 거실 전등을 켠 장씨 아주머니는 소파에 검은 그림자를 보고 깜짝 놀라서 온 집안의 전등을 다 켰다.그제야 소파에 앉아있는 강한서의 모습이 보였다.강한서가 소파에 기대앉아 잠들려던 순간, 밝은 불빛은 그를 정신 차리게 번쩍 만들었다."대표님, 왜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