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07화

작가: 조십일
전 여사가 한마디 했다.

"이 여사, 말수가 적으면 그만큼 실수가 줄어드는 법이에요."

그러고는 이 여사의 말을 듣지도 않고 몸을 돌려 인파와 함께 멀어졌다.

----

휴게실에 도착한 강한서는 유현진을 소파 위에 눕혔다.

힘없이 소파에 누워있는 유현진은 안색이 전보다 더 창백해져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강한서는 소파에 앉아 티슈로 유현진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이때 주강운이 따듯한 물 한 컵을 받아왔다.

그는 잠깐 멈칫하다가 강한서에게 다가가 컵을 건넸다.

"한서야, 우선 물 좀 마시게 해."

컵을 받아 쥔 강한서는 유현진을 힐끔 보더니 오히려 자기가 한 모금 마시고는 유현진의 입술을 향해 다가갔다.

이때 유현진이 손바닥으로 강한서를 확 밀치고는 앉아서 그를 노려보았다.

"뭐 하는 거야? 더럽게!"

'로맨스 드라마도 아니고, 입으로 물 먹여주는 게 말이 돼?'

유현진의 반응 속도와 동작을 보아서는 허약한 상태가 전혀 아니다.

강한서는 입 안에 넣은 물을 삼키고는 담담하게 물었다.

"연기 끝났어?"

유현진은 순간 목이 메었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주강운을 힐끗 쳐다보더니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음, 완전 연기는 아니야."

그녀는 궁금해서 강한서에게 물었다.

"내가 그렇게 감쪽같이 연기했는데, 어떻게 안 거야?"

강한서가 컵을 옆에 놓고 유현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만한 재주로 남은 속여도 난 못 속이지."

유현진......

강한서는 조롱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연기해도 하필 임신 연기를 해? 의사가 오면 바로 들통나게 될 텐데."

유현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대꾸했다.

"내가 임신인 척하고 싶어서 했어?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따로 없었으니까 그렇지. 그렇다고 쓰러지는 척해서 할머니를 놀라게 할 수는 없잖아."

강한서는 유현진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럼 임신인 척한 것에 대해서는 효심이 하늘을 찌른다고 칭찬해야겠네."

유현진은 다시 대꾸했다.

"그럴 말 할 자격 있어? 누가 제 마음대로 나 대신 대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8화

    "할아버지가 아직 작은 고모부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모부와는 말할 기회도 거의 없어요. 그러다 보니 잘 알지도 못하고요."이제 와 보니 주강운의 작은 고모부는 가족의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더 알아낼 수 있는 정보도 없었다."이 상황에 지금 그런 거 물을 때야?"주강운에 대한 유현진의 부드러운 태도를 보자 강한서는 열받았다. "조금 있다가 의사 선생님이 도착할 텐데, 어떻게 대처할 거야?"그러자 유현진이 말했다."뭘 어떻게 대처해? 내가 임신했다고 말한 것도 아니고, 다 사람들의 상상이잖아. 의사 선생님이 오면 그냥 음식 잘못 먹어서 탈 났다고 하면 되지.""의사 선생님이 바본 줄 알아?""안 되면 돈으로라도 입막음하면 되지."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 '이건 어디서 튀어나온 가치관이지?'그러자 주강운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조금 있다가 오게 될 의사는 제 친구예요. 제가 미리 말하면 알아서 입을 맞출 거예요."유현진은 환하게 눈웃음을 보이면서 말했다."강운 씨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강한서가 노기등등한 눈빛으로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인월과 그 일행은 휴게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가 휴게실에서 나왔다.유상수가 다급하게 물었다."의사 선생님, 어떻게 됐어요?"의사가 답했다."큰 문제 아니에요. 식중독 증상인 것 같은데, 그렇게 심한 거 아니에요."의사의 말이 떨어지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수상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정인월은 멍해졌다. 정인월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유상수가 다급하게 물었다."식중독이요? 임신 아니고요?""임신이 아니에요. 맥을 짚어 보았는데 임신은 아니었어요. 만약 믿기 어려우시면 병원에 가셔서 한번 검사해 보세요."주씨 가문의 전문의가 이걸 잘못 진단할 리가 없다.정인월은 실망에 찬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안부를 묻는 걸 잊지 않았다."식중독은 괜찮은 거예요? 건강에는 크게 영향이 없고요?""큰 문제는 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9화

    ----여러 사람이 휴게실에 들어섰을 때, 유현진은 창백한 얼굴로 소파에 누워있었다. 유현진은 인기척에 몸을 일으켜 앉으려고 애썼다.그러자 정인월이 얼른 말렸다."얘야, 앉을 필요 없으니까 누워 있어.""할머니~"정인월은 한없이 자애로운 표정으로 물었다."어때? 지금 좀 괜찮아졌어?""여전히 구역질이 나기는 하는데, 아까보다는 좋아졌어요.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괜찮아. 난 또......"정인월은 하려던 말을 끊고 잠깐 멈칫하다가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됐다. 우선 몸부터 잘 추스르렴."정인월이 유현진과 작은 소리고 대화하고 있을 때, 신미정의 휴대폰에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문자를 읽던 신미정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휴대폰 화면을 끄고 정인월에게 다가가 말했다."어머님, 우리 우선 현진이를 집에 바래다줄까요? 여기 행사도 거의 끝날 시간이고 어머님도 너무 오래 서 계셨잖아요. 집에 돌아가 푹 쉬셔야죠."정인월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강한서에게 분부했다."현진이를 내 차에 태워. 차에 침대가 있으니 누워 가면 조금 편할 거야."주시윤은 행사 주체자로서 안부를 몇 마디 묻고는 주강운에게 자신을 대신해 사람들을 배웅하라고 하였다.정인월은 연세가 있는 데다가 다리가 안 좋아서 그의 전용차는 엄청 편하게 설계되었다. 하지만 유현진은 이를 편히 누릴 수가 없었다.정인월이 다정한 어투로 관심을 해줄 때마다 유현진의 죄책감은 더해졌다. 그래서 그는 정인월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에 정인월이 그에게 사탕을 건네주면서 물었다."현진아,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사탕 한 알 먹어보렴. 그럼, 덜 힘들 수도 있어. 이 맛이 별로면 여기 매실이랑 진피 맛도 있어. 어떤 맛으로 줄까?"이때 진씨가 운전석에서 말을 건넸다."큰 사모님, 작은 사모님께서 임신하신 게 아니라서 신맛 나는 사탕은 큰 도움이 안 될 거예요. 그 앞에 박하맛 사탕이 있을 텐데, 그거 먹으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0화

    강민서는 어제 그가 먹고 휴지통에 버렸던 피임약 통을 들고 있었다.'어제 아줌마가 청소했을 텐데, 어째서 약통이 아직도 쓰레기통에 있는 거지?'유현진이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신미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강민서의 손에서 약통을 건네받은 후 설명서를 훑어보는 신미정의 안색은 점점 더 굳어졌다."현진아, 이게 뭐니? 왜 이런 게 네 방에 있어?"유현진은 이번에 연기가 아니라 너무 놀라서 안색이 창백해졌다.정인월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다가가서 물었다."왜? 이게 뭔데?"신미정이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어머님, 이거 피임약이에요. 어째서 여태껏 소식이 없나 했더니 얘네 피임하고 있었어요."정인월이 깜짝 놀랐다."피임?"정인월은 약통을 보다가 다시 유현진한테 시선을 돌리더니 결국은 강한서를 향해 물었다."한서야, 네가 현진이한테 이 약을 먹으라고 한 거냐?"이 말에 강민서는 불만을 터뜨렸다."일이 이렇게 됐는데도 할머니는 여전히 새언니 편만 드네요. 새언니가 거절했으면 오빠가 어떻게 억지로 먹여요?"정인월은 지팡이로 바닥을 몇 번 두드리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넌 입 닥쳐! 누가 너더러 말하라고 했어?"강민서는 화가 났지만 더는 아무 말도 못했다.유현진의 죄책감은 한층 더 깊어졌다. 이 순간에도 할머니는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을 꽉 잡고 강한서가 대답하기 전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 한서 씨는 몰라요. 제가 먹은 거예요."이 말에 정인월은 끝내 실망하고 말았다. 정인월은 애써 화를 참으면서 물었다."왜 그랬어?""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유현진은 고개를 떨어뜨린 채 정인월과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을 향해 실망으로 가득 찬 눈길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하지만 정인월은 유현진을 혼내지 않았다. 그저 복잡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그녀를 지켜보다가 가볍게 한마디 하고 돌아섰다."다들 집에 돌아가자."신미정은 유현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한마디 뱉었다. "너희들 정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1화

    "그래도 완전히 피임된다는 보장이 없어. 어쨌든 이혼할 사인데, 생명을 희생시킬 수는 없어. 만약에 임신이라도 하면 또 병원 가서 지워야 하는데 나 아픈 거 무서워."강한서는 불편한 마음에 침을 꼴깍 삼키고는 말했다. "아무도 지우라고 안 해. 임신하면 낳아야지."유현진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진지하게 말했다. "강한서, 내 아이는 절대 다른 누구와 아빠를 공유할 수 없어. 진짜 임신하더라도 그 아이를 이 세상에 데려오지 않을 거야." 유현진은 자기가 낳은 아이가 자기와 같은 상황에 놓이는 걸 원하지 않았다.강한서의 마음이 조여왔다.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러길 바라. 나도 당신이랑 이혼할 때 짐이 생기는 건 원하지 않아."말을 끝낸 강한서는 굳은 얼굴로 뒤돌아서 발걸음을 옮겼다. 이때 프리지아 화분이 강한서의 팔 끝에 맞히더니 바닥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유현진은 강한서가 나가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허리를 굽혀 깨진 화분을 정리했다.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강한서가 지나간 자리에 몇 방울의 피가 떨어져 있었다.강한서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의 연기를 돕기 위해 다친 팔로 그녀를 들다 보니 아마도 상처가 다시 찢어진 듯했다.유현진은 마음이 조여와 이내 강한서를 찾아 내려가려 했지만, 밖에서 차 시동 소리가 들려왔다.강한서는 차를 몰고 가버렸다.유현진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결국 따라나서지 않았다.이날 밤, 강한서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유현진도 밤새 뒤척였다. 다음 날 아침, 인기척에 그녀는 잠에서 깼다.집에 들어 온 강한서는 유현진을 보더니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녀를 지나쳐 냉장고로 가 생수 한 병을 꺼냈다.유현진은 강한서의 옷차림을 보았다. 어제 나갈 때의 옷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호텔에서 잔 건 아닌 듯싶었다.유현진은 낮은 소리로 물었다. "밥은 먹었어? 먹고 싶은 건 없어? 다친 데는 어때? 약은 바른 거야?"강한서는 병뚜껑을 닫으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남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2화

    이 여자가 바로 차미주가 추천해 준 매니저이다.유현진은 손을 내밀며 악수를 건넸다. "반가워요."진희연은 평온한 말투로 유현진의 손을 맞잡았다. "반가워요, 유현진 씨. 제 상황은 미주한테 들으셨죠?"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들이 있어 주말에는 애를 봐야 한다고 들었어요."진희연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조금은 걱정 섞인 말투로 말했다. "혹시 불편하시면 주말에 아이를 다른 곳에 맡길게요. 집도 가깝고 저 이 일이 꼭 필요해요."유현진은 대답 대신 간단한 질문을 했다.확실히 매니저를 해 본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그녀는 유현진의 질문에 물 흐르듯 대답했다. 더군다나 그녀는 잘 나가는 연예인의 매니저였다.그녀는 열아홉의 나이에 이 바닥에 들어온 뒤로 스물일곱에 퇴사하며 8년 동안 커리어를 쌓았다.퇴사 사유는 결혼과 출산이었다. 매니저라는 직업은 항상 몸을 움직이는 직업이기에 집에 있는 시간이 적었다. 전남편도 지방 사람이라 누구 손을 빌릴 수 없다 보니 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없고 시터를 고용하려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두 사람은 이 일로 자주 다투게 되었다. 그러다 결국 아이의 성장과 교육을 위해 진희연은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그러다 그녀는 집과 가까운 곳에서 사무직을 찾아 출근하게 되었다. 월급은 높지 않았지만 일도 쉽고 시간도 자유로웠으며 속박이 없었다. 그러니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수도 있어 아주 편리했다.그렇게 몇 년을 버티다 보니 전남편도 승진하고 월급도 많이 인상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전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었다.그녀는 깔끔하게 바로 이혼을 제기했다.경제적인 부분에서 밀리다 보니 결국 전남편에게 양육권을 빼앗기고 그녀는 매주 주말에만 아이를 데려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그녀의 가족들은 그녀의 이혼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아예 그녀와의 연락 자체를 거부하기 시작했다.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취직에 성공해 돈을 벌고 싶었다.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3화

    그녀는 속으로는 흥분했지만, 겉으로는 차분하게 말했다. "그렇게 하죠. 지금 바로 계약할게요."유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계약서는 아직 준비 안 됐어요. 준비해서 미주한테 보내면 사인하세요. 오늘 스케줄있으니 바로 출근하셔야겠어요."차미주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뭔 스케줄인데?"이동하는 길에서 유현진은 그녀에게 어제 고여정이 부탁한 일을 말해주었다."공익 숏폼이라 페이는 없어."유현진의 말을 들은 차미주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은 일이네. 숏폼은 워낙에 페이가 높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이런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건데. 너 이제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네 과거를 캐다가 이런 영상을 봤을 때는 너한테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머 이미지 메이킹은 아니지만 이 바닥에 들어오면 이 바닥 룰을 따라야지, 어쩌겠어. 다른 사람을 밟지 않아도 밟히면 안 되니까 항상 정신 바짝 차려야 해."유명해지는 순간 과거가 털리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심지어 아주 사소한 일도 소문에 소문을 타고 결국 근거 없는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된다. 이런 루머는 한창 상승세를 타는 연예인들에게는 치명적이다.진희연도 말했다. "그러고 또 한 가지는, 공중파 방송은 대본의 질량과 가치도 중요하지만, 배우도 중요하게 생각하죠. 이렇게 공익 방송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방송국에서도 인기가 많기에 앞으로 상관 된 방송이 있다면 공익 방송에 출연했던, 즉 이미지가 깨끗한 배우들을 우선순위에 놓겠죠."'도와준다고 하길 잘했어.'"그럼 '보이스'라는 예능은 나갈거야?""안 나가. 차이현 씨와 계약한 거 잊었어? 촬영 기간에는 선셋 스타라는 타이틀로 다른 상업성을 띤 방송은 출연 못 해."더군다나 이 예능 방송의 대본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연기에 가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차미주는 아쉬웠지만 그녀의 선택을 존중했다.그러다가 차미주는 회사로 가고 진희연은 유현진과 함께 촬영장으로 향했다.도착한 뒤에야 그녀는 촬영 예산이 생각보다 더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작진은 한 아파트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4화

    유현진은 외투를 걸치더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 두 주일 정도는 시간 괜찮아요. 필요하실 때 연락하시면 돼요."고여정은 고마운 마음에 오늘 일정이 끝난 뒤 유현진에게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했다.하지만 유현진은 거절했다.비록 도와주러 온 건 맞지만 자기를 위해서 온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두 사람 사이는 친한 사이가 아니다 보니 마주 앉아 식사하는 것 자체가 어색할 게 뻔했다.유현진은 진희연을 집까지 태워준 뒤, 차를 몰고 강씨 저택으로 갔다.강씨 저택에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쌓였다두 사람이 결혼하고 몇 년 동안, 정인월의 보호가 없었더라면 강씨 가문에서 유현진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제일 아껴주는 사람에게 제일 큰 실망을 안겨드렸으니, 유현진은 사과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신미정이 그들의 아이 소식을 기다리는 것은 자기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지만 정인월은 그저 아이를 예뻐하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그러니 이런 거짓말은 그녀의 마음을 가장 괴롭게 했다.유현진의 차는 강씨 저택의 부근에서 한참을 맴돌다가 결국 뒤돌아섰다.강씨 저택.진씨가 노크했다. "큰 사모님, 작은 사모님 가셨어요."정인월은 바둑을 두던 손을 멈추고 말했다. "꾀병을 부릴 담력은 되고 인정할 용기는 없는 거로구나."진씨는 웃으며 말했다. "다 알고 계셨으면서 보고만 있었네요. 안 뽑으려 하니 큰 사모님 얼굴이 깎일 테고 뽑으려니 사모님의 기분이 언짢으실 테니 양측 누구도 건드릴 수 없어 작은 사모님은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하신 거죠. 큰 사모님도 깜짝 놀라셨잖아요?"정인월은 피식했다. "난 그 아이가 임신한 것도 모르고 그럴까 봐 걱정됐던 걸세. 그런데 피임까지 해가며 나까지 속일 줄 생각도 못 했어! 내가 그 아이와 함께 그 장소에 간 건 모두에게 그 아이의 뒤에는 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지."진씨 아주머니는 간식을 들고 들어오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는 웃음을 보였다. "사모님에게는 며느리니 무서운 것 없잖아요. 그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5화

    '촤르륵' 소리와 함께 여섯 장의 테이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간병인은 다급히 허리를 굽혀 테이프를 주었다. 머리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던 유현진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건드리지 마요!"간병인은 깜짝 놀라 몸이 굳어져 긴장한 어조로 말했다. "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망가지지 않았겠죠?"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현진이 다가와 허리를 굽히고 앉아 테이프를 확인했다.테이프의 리스트에는 숫자들이 표기되어 있는데 전부 다르게 표기되어있었다.그녀는 테이프를 줍고는 몸을 일으켜 다른 테이프를 찾아보았다. 200장도 넘는 테이프 중에 이 여섯 장의 테이프에만 숫자가 표기되어 있었다.'우연은 아니겠지?'간병인은 그녀의 무거운 표정에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현진 씨, 고장 났는지 한번 확인해봐요. 고장 났으면 배상할게요."유현진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언니. 휴대폰은 다 됐어요. 다운받으셔도 돼요."간병인은 깊은숨을 내쉬고는 연신 고맙다고 했다.유현진은 무거운 표정으로 테이프를 들고 서 있었다.'이 숫자들은 대체 뭘 의미하는 거지? 왜 엄마는 이 테이프들을 돌리면 반응이 생기는 걸까?혹시 무언가를 알려주는 건 아닐까?6개의 숫자, 설마 비번 같은 거 아니야?집에 금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고 해도 비번을 이렇게 기록하진 않을 텐데.더군다나 이렇게까지 깊게 숨겼어. 간병인 언니가 떨어뜨리지 않았더라면 발견 못 했을 거야.엄마가 이곳에 숫자를 기록한 건 아마 누구도 알지 못하길 바랐기 때문이겠지.대체 뭐길래 숨기는 걸까?'한참 생각하던 유현진은 여섯 장의 테이프를 휴대폰에 찍어둔 뒤 표기를 지워버리고 원래 자리에 다시 올려놓았다.아름드리 펜션.한밤중에 거실 전등을 켠 장씨 아주머니는 소파에 검은 그림자를 보고 깜짝 놀라서 온 집안의 전등을 다 켰다.그제야 소파에 앉아있는 강한서의 모습이 보였다.강한서가 소파에 기대앉아 잠들려던 순간, 밝은 불빛은 그를 정신 차리게 번쩍 만들었다."대표님, 왜 여기

최신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73화

    이틀 후 깔린느 정기 회의에서 서해금은 직원들의 건강검진을 언급하며 각 부서가 직원들의 시간을 조율하고 차례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말했다. 말을 마친 후 시간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그럼 특별한 사항 없으면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잠깐만요.” 한현진이 서해금의 말을 가로막았다. 모두가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서해금도 눈을 들어 한현진을 응시하며 여유 있게 말했다. “현진 씨, 더 지시할 거라도 있어요?” 한현진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지시라뇨. 이 자리에 계신 분들 모두 제 선배님들이세요. 업무적인 부분은 앞으로도 많이 배우고 의지해야 할 분들입니다. 다만 서 대표님께서 직원 건강검진에 대해 언급하신 걸 듣고 마침 오늘 회사 고위층 분들도 다 계셔서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어서요.” “서 대표님, 괜찮으실까요?”모두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한현진이 아마도 회사 관리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회사에 온 지 몇 달이 되었고 비록 진씨 가문 사모님 홍혜림을 중심으로 몇몇 고객을 끌어들였지만 서해금의 기반은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가 매우 컸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큰 진전이 없었으니 한현진은 분명히 조급할 것이다.서해금은 두 손을 가볍게 포개어 테이블에 놓고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정기 회의는 원래 경영진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어떤 의견이라도 편하게 말씀하세요. 좋은 제안이라면 우리는 반드시 적극적으로 채택할 겁니다.” 그녀는 매우 너그러운 태도로 민주적인 자세를 보여주었고 이것이 바로 서해금이 이렇게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는 이유였다. 회의에서 나온 의견과 제안은 결코 당면에서 거절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뒤에서는 다른 수단을 써서 상대를 밀어내는 법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다루는 데 그녀는 능숙했다.한현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 대표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직설적을 말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72화

    송가람은 급히 말을 이었다. [지금 저도 정확히 알 수가 없어요.] 그녀는 강한서보다 더 초조해했다. 황 닥터는 금지된 물품을 소지하고 있던 이유로 출국 금지 명령을 받았고 당분간 국내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 그가 오지 않으면 강한서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는 분명히 모든 것을 기억해 낼 것이다. 송가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한서 오빠, 저랑 같이 외국에 가서 교수님한테 진료받으러 갈래요? 그쪽에서 꼭 잘 봐주실 거예요.] 송가람은 더 이상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강한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가람아, 평소 같았으면 바로 갔겠지만 지금은 안 될 것 같아. 너도 알잖아. 요즘 한주시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지. 난 지금 이곳을 떠날 수 없어. 정말 어쩔 수 없으면 여기서 다른 의사를 찾아서 진료를 받는 방법을 찾아볼게.][그럴 수는 없어요!] 송가람이 목소리를 높였다. 강한서는 잠시 멈칫했다. [왜 안 되지?] 송가람은 자신이 너무 지나치게 행동했다는 걸 깨닫고 잠시 말을 더듬으며 겨우 입을 열었다. [교수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뇌과학 전문가 중 한 분이세요. 국내 의사들하고는 비교도 안 되죠.]의사를 바꾸면 강한서가 예전에 사용한 약에 대해 물어볼 것이었고 그렇다면 그녀는 그것을 말해야 하므로 폭로될 위험이 있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었다. 강한서는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네.]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그 약은 효과가 좋았어. 매번 먹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잡생각들이 사라졌거든.] [그런데 지금은 그 약이 다 떨어져서 최근에 다시 두통이 찾아왔어. 그 약만 있으면 황 닥터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 텐데.]송가람의 눈이 번쩍였다. ‘맞다. 그 약이 있었지.’ 그녀는 속으로 들뜬 마음을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서 오빠,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71화

    하지만 이 보험은 직원 개인에게만 해당되며 가족은 이 보험을 가입할 수 없다. 지금 강한서의 의도는 이 혜택을 직원의 가족에게까지 확장하려는 것이다. 주혁은 집에 두 명의 환자가 있고 약을 자주 복용해야 한다. 만약 그가 회사의 이 선의를 거절한다면 그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 예전에 아들을 위해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받을 돈을 마련하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직장을 잃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절대로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강한서의 개인적인 의도도 있었다. 이런 세심한 직원에 대한 배려는 점차 아래 직원들이 한현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위층은 작은 이익에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일반 직원들에게는 다르다. 대부분 사람들이 열심히 돈을 버는 이유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다. 그들 대부분은 삼십대에서 마흔다섯 사이로 이 나이대의 사람들은 부모님을 부양하고 자식들을 키워야 한다. 회사가 약속한 성과급 같은 허황한 말보다는 이런 쉽게 보상받을 수 있는 실비보험이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때문에 더욱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한현진은 마치 뭔가 깨달은 듯 강한서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이렇게 사람 마음을 얻는 거구나.” 강한서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사실 처음엔 이런 생각까지는 못 했어. 할머니가 병원에 갈 때는 항상 진씨 아저씨랑 같이 가서 내가 직접 겪을 일이 거의 없었거든. 이런 일도 거의 없었고.” “그런데 한 번은 민 실장이랑 같이 출장 가는 길이였어. 그때 민 실장 어머니께서 비를 맞으면서 우리를 마중 나왔는데 길이 미끄러워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셨어. 가벼운 사고가 나이었고 수술이 필요한 정도로 심했었지.”“그때 민 실장한테 병원에 남아서 어머니를 돌보라고 하고 혼자 고객을 만나러 갔어. 며칠 만에 일을 마치고 병원에 들렀더니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이었어.” “그런데 입원부터 치료까지 전부 합쳐서 거의 천만 원 가까이 들었더라. 민 실장은 보험 청구를 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70화

    강한서가 가식적인 말투로 말했다. “부탁할게. 나중에 내가 너랑 여정 씨에게 크게 한 턱 쏠게.”강한서에게 등을 돌린 신우가 손을 들어 중지를 내밀었다. 한현진이 강한서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신우 씨가 널 꽤 귀찮아하는 것 같아. 전에 여정 씨에게 신우 씨는 욕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아닐 걸?”강한서가 헛소리를 지껄였다. “난 우리 사이가 좋다고 생각해. 봐봐, 지금 얼마나 열심히 우릴 도와주고 있어.”한현진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그래? 난 왜 신우 씨가 마지못해 하는 것 같지?’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이제 이런 일로 신우 씨 번거롭게 하지 말자. 우리 다른 방법 찾아보자. 언제까지 부탁할 순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계속 신우에게만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신우처럼 능력 있고 입도 무거운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현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언제까지 신우에게 부탁할 수는 없었다. 신우의 할아버지가 위독하시기 때문에 지금은 삼촌들의 후계자 싸움이 가장 치열한 시기였다. 수많은 눈이 서로의 약점을 노리고 있었기에 신우의 처지 역시 살얼음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그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신씨 가문에서 요즘 경쟁이 제일 치열한 것이 바로 제일 많은 계약금이 걸린 프로젝트였다. 강한서는 이 기회를 빌려 신우에게 투자금을 보태 그동안 진 신세를 갚을 생각이었다. 그날 오후, 지문 대조 결과가 나왔다. 편지 봉투와 그림에는 한현진과 강한서의 지문을 제외한 세 사람의 지문이 있었다. 그 세 사람 중 한 명은 주혁의 아내였고 또 다른 사람은 주혁의 아들인 주지호였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지문 대조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또 다른 사람의 지문이었다. 그 결과에 한현진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이 정보를 따라 뭔가를 캐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이렇게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는 결국 시스템에조차 등록되어 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9화

    시원하게 욕을 날린 신우는 의리 있게 강한서의 부탁을 들어줬다.10여 년 전 주혁이 경찰서에 남겼던 지문을 받은 강한서는 곧 생체 인식 실험실에 보내 두 지문을 대조하도록 했다. 2시간도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 한지와 편지봉투에서는 주혁의 지문을 찾을 수 없었다. 그 결과에 한현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뭔가 착오가 있는 거 아냐? 그때 직접 손으로 나에게 건네줬었어. 심지어 장갑도 하지 않았는데, 지문이 안 나왔다고?”신우가 말했다. “여긴 여정이와 여정이 사수가 함께 만든 실험실이에요. 게다가 형사들과 자주 협력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지문 대조 시스템은 여길 따라올 곳이 없어요. 한 번도 틀린 적 없었어요.”신우의 말은 지문 대조 결과가 틀렸을 리가 없다는 얘기였다. 신우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냈다. 이제 막 담배 한 대를 꺼내려던 그때, 손에 들린 담배가 강한서의 손에 내쳐져 툭, 쓰레기통으로 떨어졌다. 신우: ???머리가 복잡했던 한현진은 두 사람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왜 없는 거지?”여전히 오리무중에 빠진 한현진과 달리 강한서는 이미 눈치 채고 있은 듯 말했다. “혹시... 지금 그 사람은 애초부터 주혁이 아니었던 거야. 그래서 경찰에게 지문이 남아있을까 봐 그런 방법의 자신의 모든 지문을 지워버린 거야. 자신의 진짜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강한서의 추측에 한현진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떻게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그건 너무 많이 앞서간 거 아냐? 기사님은 가족도 있고 아이도 있어. 만약 정말 사람이 바뀐 거라면 가족들은 눈치 채야 하는 거 아냐?”“데가 이 세상에는 그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어. 아무리 닮은 쌍둥이라고 해도 가족들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잖아.”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어쩌면 가족들은 원래 그 사람이 돌아오길 바라지 않을 수도 있지.”한현진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얼른 강한서에게 물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8화

    “얼른 다시 가져와. 급히 쓸데가 있어.”강한서: ?“왜 그래?”한현진이 말했다. “전화로 얘기하긴 복잡한 일이야. 아무튼 얼른 전화해서 그림 다시 가져오라고 해. 만약 안 건드렸으면 못 건드리게ㅔ 하고 만약 꺼냈으면 얼른 다시 포장하라고 해. 내가 금방 갈게. 만나서 더 자세하게 얘기해 줄게.”강항서가 대답했다. “알겠어. 지금 당장 다시 가져올게.”한현진은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향했다. 전화에서 한현진이 워낙 급하게 얘기한 탓에 강한서도 그녀가 걱정이라 손에 있던 일을 미리 마친 후 칼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만나자마자 강한서를 본 한현진이 물었다. “기사님 아직 그림 안 넣었지?”강한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네가 너무 일찍 얘기해서 넣지도 못한 상황이야. 네가 그림을 가진 후로 우리 두 사람을 제외하면 아무도 그림을 본 적이 없어.”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랍에서 일회용 장갑을 꺼내 낀 후 그림과 평지를 함께 꺼내 일회용 봉투에 넣었다. 한현진의 행동을 본 강한서의 눈가가 파를 뛰었다. “증거 수집해?”한현진은 봉토를 밀봉하며 말했다. “정말 증거가 될 수도 있어. 일단 가직해 둬.”“대체 무슨 일이야?”한현진이 장갑을 벗고 나서야 강한서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과 본인의 의심과 의혹을 얘기했다. “이번 주에 기사님께서 뭔가 사고를 친게 틀림없어. 그래서 재판장에서 지문 인식하는 걸 거부하는 거겠지. 만약 기사님이 전과범이고 회사에서 그 사람을 그대로 둔다면 기사님이 영향을 끼치는 것 나뿐만이 아니야. 그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내가 생각해봤는데 일단 지문을 수집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일단 고여정 씨께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아봐. 그래야 만일이 사태에 대비를 하지.”한현진의 말을 들은 강한서가 의문을 제기했다. “주혁 씨의 지문은 이미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어.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신상 조회를 하면 바로 나올 텐데 지문을 지우는 게 무슨 소용 있어?”한현진이 멈칫했다. “없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7화

    주현의 생각은 성월과 달랐다. 송가람은 사랑에 눈이 멀어 남자의 사랑을 바랐지만 주현은 아니었다. 그녀의 목표를 애초부터 매우 명확했다. 주현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신분과 지위를 노렸다. 그건 20년, 30년을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지금 주현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 눈앞에 놓였는데 그 기회를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주현은 성월의 성격을 잘 알았다. 성월은 반평생을 야심으로 가득 찬 서해금 곁을 지키며 진작 서해금의 충직한 개가 되었다. 성월에게 신분은 뛰어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거였고 자신의 미래는 스스로 기회를 잡아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해금 역시 자신의 두 손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송병천과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서민 출신에 남편을 잃고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 무슨 수로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웃기지 말라 그래.’하지만 그 말을 주현은 감히 성월 앞에선 할 수 없었다. 주현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이모, 도와줘요. 신씨 가문으로 돌아가든 아니든 저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송가람 씨와 조금이라도 가까이 할 수 있는 일로 부탁해요. 활동이든 파티든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자리로요. 그래야 신씨 가문에 호감을 살 수 있죠.”성월의 학창 시절, 그녀의 집안은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주현의 부모님이 빌려주신 돈으로 급한 불을 끈 덕에 성월은 늘 주현의 집안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주현의 애교에 견디지 못한 성월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송가람 씨 비서로 전근 보내볼게. 너, 네 남자친구한테 기본적인 건 잘 가르쳐. 묻는 말에 아무 것도 대답 못하면 안 돼.”주현이 순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성월에게 팔짱을 끼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이모! 역시 이모가 날 제일 예뻐할 줄 알았어. 주말에 집에 와서 식사해요. 안 가신지 꽤 됐잖아요...”한편, 사무실로 돌아온 한현진의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만약 어제 바로 세정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6화

    서해금이 입술을 짓이기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냉정하다니, 한현진 답지 않아.”성월이 말했다. “사실 전 그렇게 냉담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오일을 깨뜨린 것도 주혁 씨였고 몰래 부업을 하다 한 대표님 얼굴에 먹칠한 것도 주혁 씨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원망하는 마음이 있을 거예요.”말이 없던 서해금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인사팀에 잠깐 다녀와요. 일단 주혁을 가람이 운전기사로 전근시켜요.”성월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대표님, 가람 아가씨에게 운전기사를 붙일 생각이시면 제가 다른 기사님을 찾을게요. 회사에는 지금 마침 새로 입사한 젊은 신입사원들이 많아요. 어리고 건강하고 운전 경력도 전부 5년이 넘었어요. 주혁 씨는 한현진 곁에서 한동안 일을 하신 분인데, 가람 아가씨 운전기사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요.”“전근시키라고 하면 시켜요. 제가 이렇게 하는 덴 이유가 있어요. 그러니 성 비서는 나서지 말아요.”성월이 다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성월이 사무실을 나서자 주현이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모, 어떻게 됐어요? 대표님께 말씀 드렸어요?”성월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대표님께서 이미 송가람 씨에게 다른 운전기사를 붙이셨어. 이미 결정된 일이야.”순간 주현은 조바심이 났다. “왜 갑자기 결정 난 거예요? 회사에서 요즘 새로 신입사원 모집했잖아요. 보안팀은 싫어할 거란 말이에요.”성월이 말했다. “대표님께서 주혁을 송가람 씨 운전기사로 전근시켰어. 지금 인사팀에 가서 그 일부터 처리해야 해.”그 말을 들은 주현이 투덜거렸다. “한현진 밑에 있던 사람이잖아요. 게다가 본인 상사를 배신까지 했고요. 대표님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람을 딸 운전기사로 쓰시겠다는 거예요?”순간 얼굴을 일그러뜨린 성월이 주현을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갔다. 성월은 주변을 확인하고 나서야 주혁의 팔을 내치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너 미쳤어? 여긴 회사야. 여기서 집인 줄 알고 그렇게 큰 소리로 대표님 뒷담화를 하는 거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5화

    직원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어떤 직원은 회사의 조치가 꽤 인간적이라며 칭찬했고 또 어떤 직원은 아무리 화장실 청소라도 그렇게 부식성이 강한 세제를 쓰진 말았어야 했다며 안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회사의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일은 단순히 청소 직원이 화상을 입은 것으로 그쳤지만 만약 누군가 범행을 저지르려고 한다면 부식성이 강한 세정제는 범죄자에게 칼을 준비해준 것과 다를 것이 없는 꼴이었다. 의문을 제기하던 직원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한현진과 눈을 마주쳤다. 그제야 실언했다는 것을 인지한 직원이 다급하게 말했다. “대표님, 전 회사에서 조치를 제대로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요. 단지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저도 모르게 제일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본 거예요.”한현진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위험 요소요?”그 직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못... 못 들으셨어요?”“죄송해요.”한현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 친구 문자에 답장하느라 못 들었어요.”직원이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직원이 얼른 말을 이었다. “회사에서 며칠 동안 청소하시는 직원분들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잖아요. 그 일 때문에 다들 마음이 뒤숭숭해요.”한현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직원이 말을 이었다. “아, 맞다. 대표님. 다치신 분 중에 대표님이 아는 사람도 있어요. 전에 대표님 운전 기사셨던 주혁 기사님이요. 그 분이 제일 심하게 다치셨어요.”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기사님이요? 확실해요? 어제 볼 일 보러 갔다가 기사님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셨는데. 언제 다치신 거예요?”한현진의 말에 직원이 멍해졌다.“그럴 리가요. 며칠 전에 이미 다치셨어요. 대표님과 비슷한 시기에 휴가를 내셨어요.”한현진이 곰곰이 생각했다. “그날 제가 급한 일 때문에 길게 얘기를 나누진 못했어요. 손에 붕대 같은 건 본 기억도 없고 기사님께서도 저한테 그런 얘기는 없으셨는데... 심하게 다치셨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