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서는 부끄러운듯 앙탈을 부렸다."어머니, 무슨 말씀하시는거예요?"주강운은 눈썹을 찌푸리며 강민서의 손을 뿌리쳤다."엄마, 이상한 농담 하지 마세요, 민서랑 저랑 나이차가 얼만데, 얘는 그냥 제 여동생일뿐이예요."강민서는 이에 급히"그래도 친동생은 아닌데......""민서야!"신미정은 이에 호통을 치며 말했다."가서 네 할머니한테 안겨."강민서는 원래 주강운을 보내주기 싫었지만 신미정의 어두운 안색을 확인하고는 이를 악물고 놓아줄수밖에 없었다.강민서가 떠난후에야 신미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직도 애야."예쁜 아주머니의 정체는 주강운의 어머니였다. 유현진은 면식이 있었다. 비록 보기엔 약간 뚱뚱했지만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가 있었다.주강운의 엄마와 신미정은 사이가 아주 좋았다. 아니면 강민서를 자신의 수양딸로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둘 다 이 혼사에 대해 찬성하는 눈치였지만 정작 주강운은 그럴 마음이 없는듯했다.신미정은 이에 대해 낱낱히 알고있었기에 딸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둘을 떼어놓았던 것이였다.비록 다 자신의 자식이였지만 유현진은 신미정이 강민서에게 더 큰 관심을 쏟고있음을 느꼈다. 반대로 강한서와는 뭔가 격식을 차리는듯한 거리감이 느껴졌다."젊은애들이 그렇지 뭐, 그렇게 엄격하게 몰아붙이지 마."주강운의 어머니가 한마디 거들고는 강한서한테로 눈길을 돌렸다. "아들 딸 모두 있는게 정말 부러워."이에 신미정은"무슨 소용이야, 정작 중요할 때 어느하나 내 말 듣는 애가 없는데."주강운의 어머니도 이 말뜻을 알아챘다. 신미정은 줄곧 며느리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었다.하지만 주강운의 어머니는 이에 맞장구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다른 집의 문제였었기 때문에 그녀가 옆에서 말할 권리는 없었다. 그녀는 그냥 웃으면서 말했다."자식들은 알아서 하겠지, 언제까지나 참견할순 없는법이야."유현진은 눈을 감았다. 신미정의 웃음속에 칼을 품은 대화는 이미 여러번 들었어서 익숙해져 있었다.두사람이 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을즈음 백여사
"저도 그 구슬을 엄청 좋아하는데 현기도사님이 이 구슬은 알아서 자기 주인을 찾는다고 저랑은 맞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래서 한가지 숫자를 정해 그 숫자에 부합되는 사람이 낙찰했을 경우 그 집안은 오래도록 풍요롭고 건강하고 자신이 원하는것을 이룰수 있다고 해요."이 말을 들은 여사님들은 흥분을 금치 못했다.현기도사가 직접 점쳐준 사람이라, 오늘밤 낙찰된 사람은 행복 체면뿐만 아니라 모두의 부러움을 사게될것이 분명했다.이 여사는 웃으며 말했다."먼저 가격을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엄두도 못낼걸요?"주시윤은 가볍게 웃으며"잠시후에 공개할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얘 좀봐, 왤케 사람을 애태우는 거야."뒤에서 할머니의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다들 자리를 비켜주었다. 할머니의 굳건한 모습이 보이고 그 뒤에는 강민서가 따라오고 있었다."빨리 공개하렴, 더 기다리다간 손님들도 다 돌아가겠어."주시윤은 재빨리 할머니를 부축해드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알겠습니다, 제가 지금 바로 준비하라고 시킬게요."그리곤 고개를 돌려 옆의 남자한테 말했다."현아, 가서 전달해줘."남자는 이에 대답하고 자리를 떠났다.주시윤은 누구한테나 약간의 거리를 뒀었다, 아무리 인망이 두터운 신미정의 앞이라고 할지라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고 무덤덤하게 대화를 이어 나갔지만 유독 할머니한테는 싹싹하고 살갑게 대했다.주강운은 그녀의 의문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이 옆에서 낮은 소리로 설명했다."고모가 어릴때 잠시 강씨 가문에서 생활했던적이 있었어, 할머니는 고모를 친 딸처럼 대했고 그때 당시 백부님하고도 혼사를 맺었었고."유현진은 뜻밖의 정보에 엄청 놀랐다.주시윤이 어릴때 시아버지하고 혼사를 맺었었다고, 그럼 신미정하고는 연적이 아닌가?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어릴때 했던 약속이라 지켜지기 힘들게 분명했었다.이렇게 생각하던 와중 한 여사님의 목소리가 귀를 타고 들어왔다."어떤 팔찌예요?"(또 팔찌야?)유현진이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눈길을 돌리니 야명주의 옆엔
신미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예전엔 팔찌가 불편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옥석 하나 있는게 건강에도 도움되고 좋겠더라, 하지만 이건 내가 원해도 가질수 있는게 아니라서."전 여사는 이에"이 팔찌가 40억이나 되는데 아무리 갖고싶어도 돈 주고 살사람은 몇 안될껄? 그래도 확률 높은거 아닌가?"전 여사의 수준 높은 한마디가 장안의 있는 사람들을 일깨워주었다.여사님들도 바보가 아니였다. 이 팔찌의 색갈로 보아할때 현기도사의 명성이 없었어도 시가는 적어도 40억원은 족히 될것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현기도사의 기까지 받은 상태라 가격은 적어도 60-80억은 돼보였다, 그리하여 사기만 해도 이득이 엄청났다, 게다가 모두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건 덤이였다.하지만 지금은 신미정이 이미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기에 만약 그들이 선수친다면 필히 신미정의 노여움을 살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였다.강씨 가문이 관리하는 사업범위가 너무 넓어서 누구하나 강씨 가문 회사와 연결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같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은 몇십억짜리가 아니였다. 팔찌 하나 때문에 신미정과 척을 질 필요는 없었다.신미정은 웃기만 했다, 하지만 눈빛에서 큰 확률로 자신의 것이 되리라 확신하는 자신감이 돋보였다.주시윤은 할머니와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리고는 낮은 소리로"어떻습니까, 마음에 드세요?"강 할머니는 자비로운 목소리 입을 열었다."네가 엄청 신경많이 쓴 물건인데 안 좋을수 있겠니?"주시윤은 웃으며"저도 그냥 친구 부탁들어준거예요, 이 팔찌를 급하게 팔 곳이 필요하대서. 마침 저희가 주얼리 전시회를 열잖아요, 그래서 받은거예요. 저는 그냥 전시비만 가질려고요."유현진은 옆에서 듣고 있었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 팔찌는 당시에 안하윤이 60억에 산거였었는데 이렇게 큰 무대를 만들고 40억에 판다니, 아마도 주시윤이 중간에서 가격을 낮춘듯 했다.유현진은 이 행동의 의미를 알수없었다. 그녀가 안씨 가문을 도와 팔찌를 판다면 왜서 고의로 가격을 낮춘거지?사
말하면서 방금 유상수에게서 받은 팔찌를 건네주었다.이 팔찌도 사실은 엄청 예뻤지만 2억좌우 되는 물건을 40억에 달하는 팔찌에 비하면 초라했었다.하지만 유현진은 그런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기에 어쨌든 신미정이 그 팔찌경매에 참가하는것만은 말려야했다."어머니, 한번 차 보세요, 만약 맘에 안드시면 다른걸로 바꿔드릴게요."심미정은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유현진은 언제라도 그 팔찌를 선물해줄수 있었는데 하필 경매에 참가하려는 순간에 선물했기에, 만약 그녀가 받지 않는다면 필히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에 불화설이 돌것이였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강 할머니도 있었기에 만약 며느리의 마음을 받지 않는다면 할머니도 그녀가 예절을 모르는 사람일거라고 생각할것이였다.그리고 그녀가 선물을 받든지 받지 않든지 유현진이 먼저 팔찌를 넘겨준후에 그녀가 경매에 참가한다면 그 누구라도 그녀가 유현진이 선물한 팔찌가 맘에 안 들어서 경매에 참가했다고 생각할것이였다.과연 유현진이 선물하자마자 할머니가 말을 이었다."며느리가 선물까지 했는데 한번 차 보거라."신미정은 할 말이 많은듯 했지만 억지로 웃으며 팔찌를 건네받았다.우연이였지만 그 팔찌의 사이즈는 딱 맞아떨어졌기에 신미정을 위해 준비한 선물같아 보였다.할머니는 칭찬했다."현진이가 보는눈이 있네, 정말 너한테 딱이구나."신미정은 불편한 웃음을 짓고는 이에 답했다."며느리의 안목은 언제나 괜찮았죠, 이 팔찌 아주 마음에 드네요."할머니뿐만아니라 옆에 있던 여사님들까지 합세했다."강 여사님, 며느리를 정말 잘 두셨네요, 이렇게 효도까지하고, 안목까지 좋아서 이 팔찌도 아주 예쁘네요.""저희집 며느리는 시집온지 5년이나 됐는데, 맨날 친정에만 보낼줄 알지 한번도 맘에 드는 선물을 받아본적이 없어요. 강 여사님은 정말로 며느리복이 많네요."......할머니는 이런 찬미의 말들에 너무나도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신미정의 미소는 딱딱하기 그지없었다.유현진은 알고 있었다. 그의 시어머니가 지금 얼마나 그녀를 증
강한서는 밤샘을 밥 먹듯이 하다가 두통을 앓게 된 것이다.하지만 두 사람이 결혼하고 나서는 유현진이 밤샘이라면 질색했던 터라 강한서도 밤샘을 거의 안 했고, 그러면서 두통도 자연스레 사라졌다.현기도사에 대해 정인월이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유현진은 그의 신앙을 존중해야 했다. 그래서 한참 후에야 한마디 했다. "할머니, 그건 저랑 상관없어요. 한서 씨가 워낙에 체질이 좋아서죠.""당연히 네 공로도 있어. 가서 한번 해보려무나."애가 타는 유현진은 계속해서 다른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 저 진짜 안 돼요. 저같이 덤벙대는 성격에 저렇게 비싼 팔찌는 어울리지 않아요."정인월은 유현진의 생각을 알아챈 것 같아 계속해서 설득했다. "얘 좀 봐. 혹시 당첨되면 한서가 사주기 아까워할까 봐 그러냐? 그런 건 걱정하지도 말아. 네가 만약 당첨되면 이 할미가 너한테 선물할 테니. 혹시 당첨되지 않더라도 여기에서 네가 좋아하는 거 있으면 할머니가 사줄게. 그냥 재미 삼아 해보는 거지."유현진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그는 지금 당첨되지 않을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당첨될까 봐 두려운 것인데.정인월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유현진은 현장에 있는 모든 여인의 부러움을 샀다. 강민서도 질투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여태 할머니는 강민서에서 이렇게 비싼 액세서리를 사준 적이 없었다. 일개 벼락부자 집안 딸을 할머니는 어째서 자신보다 더 잘 대해주는지 알 수가 없었다.강민서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할머니, 저 팔찌는 저도 갖고 싶어요. 새언니가 싫다고 하는데, 제가 뽑으면 안 돼요?"정인월은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어린 게 뭘 한다고 그러느냐. 아직 졸업도 안 했으면서. 나중에 네가 결혼하면 그때 가서 보자."강민서가 포기하지 않고 말을 덧붙이려 하자 신민정이 입을 열었다. “현진아, 가서 해봐. 만약 그 인연이 너라면 그 또한 우리 한씨 집안의 복이 아니겠니. 그럼, 팔찌는 당연히 이 시어머니가 선물해야지.”유현진의
유현진은 허약한 몸으로 강한서의 품에 기댄 채 답했다. "할머니, 저 괜찮아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구역질이......"그녀는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또 다시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정인월은 마음이 조급해졌다."알았어. 알았어. 말하지 말아. 얼른! 얼른 의사 불러."주시윤이 정인월을 위로했다."이미 부르러 갔어요. 너무 급해 말아요."주시윤은 침착하게 사태에 대처했다. "강운아, 우선 이분들 모시고 휴게실로 가 있어. 조금 있으면 의사 선생님이 올 거야."주강운은 간단하게 응하고는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향해 말했다. "따라와."정인월은 걱정되어 같이 가려 했다."나도 같이 가자."이때 주시윤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우선 같이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 구역질을 저렇게 심하게 하고 있고, 말도 못 하는 데다가 휴게실 공간이 크지 않아서 사람이 많아지면 공기 유통이 어려울 거예요. 더구나 이러시다가 몸이 불편해지기라도 하면 돌 볼 사람도 없어요."정인월은 그제야 냉정을 되찾았다."그 말이 맞아."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신미정에게 분부했다."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진씨한테 전화해서 병원 차 두 대를 대기시키라고 해.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게."강한서가 유현진을 안고 자리를 뜨자마자 유상수가 소식을 듣고 초조한 표정으로 찾아와 물었다."사돈 할머니, 사부인, 우리 현진이 어떻게 된 겁니까? 멀쩡하던 애가 왜 갑자기 구역질해요?"정인월은 걱정이 태산 같았지만 그래도 유상수를 위로했다."사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의사를 불렀으니 곧 원인을 알 수 있을 거예요."사람들은 저마다 귓속말로 속삭였다."헛구역질하는 모습이 내가 입덧하던 때랑 너무 비슷한데, 혹시 임신 아닐까요?""듣고 보니 그러네요. 시집간 지 삼 년 됐으니 임신할 때도 됐죠.""임신까지 하면 큰 사모님이 아주 입이 귀에 걸리겠는데요.""아까 큰 사모님이 하는 말씀 못 들었어요? 여기에서 아무거나
전 여사가 한마디 했다."이 여사, 말수가 적으면 그만큼 실수가 줄어드는 법이에요."그러고는 이 여사의 말을 듣지도 않고 몸을 돌려 인파와 함께 멀어졌다.----휴게실에 도착한 강한서는 유현진을 소파 위에 눕혔다.힘없이 소파에 누워있는 유현진은 안색이 전보다 더 창백해져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강한서는 소파에 앉아 티슈로 유현진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이때 주강운이 따듯한 물 한 컵을 받아왔다. 그는 잠깐 멈칫하다가 강한서에게 다가가 컵을 건넸다."한서야, 우선 물 좀 마시게 해."컵을 받아 쥔 강한서는 유현진을 힐끔 보더니 오히려 자기가 한 모금 마시고는 유현진의 입술을 향해 다가갔다.이때 유현진이 손바닥으로 강한서를 확 밀치고는 앉아서 그를 노려보았다. "뭐 하는 거야? 더럽게!"'로맨스 드라마도 아니고, 입으로 물 먹여주는 게 말이 돼?'유현진의 반응 속도와 동작을 보아서는 허약한 상태가 전혀 아니다.강한서는 입 안에 넣은 물을 삼키고는 담담하게 물었다. "연기 끝났어?"유현진은 순간 목이 메었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주강운을 힐끗 쳐다보더니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음, 완전 연기는 아니야."그녀는 궁금해서 강한서에게 물었다."내가 그렇게 감쪽같이 연기했는데, 어떻게 안 거야?"강한서가 컵을 옆에 놓고 유현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그만한 재주로 남은 속여도 난 못 속이지."유현진......강한서는 조롱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연기해도 하필 임신 연기를 해? 의사가 오면 바로 들통나게 될 텐데."유현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대꾸했다."내가 임신인 척하고 싶어서 했어?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따로 없었으니까 그렇지. 그렇다고 쓰러지는 척해서 할머니를 놀라게 할 수는 없잖아."강한서는 유현진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그럼 임신인 척한 것에 대해서는 효심이 하늘을 찌른다고 칭찬해야겠네."유현진은 다시 대꾸했다."그럴 말 할 자격 있어? 누가 제 마음대로 나 대신 대
"할아버지가 아직 작은 고모부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모부와는 말할 기회도 거의 없어요. 그러다 보니 잘 알지도 못하고요."이제 와 보니 주강운의 작은 고모부는 가족의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더 알아낼 수 있는 정보도 없었다."이 상황에 지금 그런 거 물을 때야?"주강운에 대한 유현진의 부드러운 태도를 보자 강한서는 열받았다. "조금 있다가 의사 선생님이 도착할 텐데, 어떻게 대처할 거야?"그러자 유현진이 말했다."뭘 어떻게 대처해? 내가 임신했다고 말한 것도 아니고, 다 사람들의 상상이잖아. 의사 선생님이 오면 그냥 음식 잘못 먹어서 탈 났다고 하면 되지.""의사 선생님이 바본 줄 알아?""안 되면 돈으로라도 입막음하면 되지."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 '이건 어디서 튀어나온 가치관이지?'그러자 주강운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조금 있다가 오게 될 의사는 제 친구예요. 제가 미리 말하면 알아서 입을 맞출 거예요."유현진은 환하게 눈웃음을 보이면서 말했다."강운 씨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강한서가 노기등등한 눈빛으로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인월과 그 일행은 휴게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가 휴게실에서 나왔다.유상수가 다급하게 물었다."의사 선생님, 어떻게 됐어요?"의사가 답했다."큰 문제 아니에요. 식중독 증상인 것 같은데, 그렇게 심한 거 아니에요."의사의 말이 떨어지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수상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정인월은 멍해졌다. 정인월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유상수가 다급하게 물었다."식중독이요? 임신 아니고요?""임신이 아니에요. 맥을 짚어 보았는데 임신은 아니었어요. 만약 믿기 어려우시면 병원에 가셔서 한번 검사해 보세요."주씨 가문의 전문의가 이걸 잘못 진단할 리가 없다.정인월은 실망에 찬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안부를 묻는 걸 잊지 않았다."식중독은 괜찮은 거예요? 건강에는 크게 영향이 없고요?""큰 문제는 아
이틀 후 깔린느 정기 회의에서 서해금은 직원들의 건강검진을 언급하며 각 부서가 직원들의 시간을 조율하고 차례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말했다. 말을 마친 후 시간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그럼 특별한 사항 없으면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잠깐만요.” 한현진이 서해금의 말을 가로막았다. 모두가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서해금도 눈을 들어 한현진을 응시하며 여유 있게 말했다. “현진 씨, 더 지시할 거라도 있어요?” 한현진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지시라뇨. 이 자리에 계신 분들 모두 제 선배님들이세요. 업무적인 부분은 앞으로도 많이 배우고 의지해야 할 분들입니다. 다만 서 대표님께서 직원 건강검진에 대해 언급하신 걸 듣고 마침 오늘 회사 고위층 분들도 다 계셔서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어서요.” “서 대표님, 괜찮으실까요?”모두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한현진이 아마도 회사 관리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회사에 온 지 몇 달이 되었고 비록 진씨 가문 사모님 홍혜림을 중심으로 몇몇 고객을 끌어들였지만 서해금의 기반은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가 매우 컸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큰 진전이 없었으니 한현진은 분명히 조급할 것이다.서해금은 두 손을 가볍게 포개어 테이블에 놓고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정기 회의는 원래 경영진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어떤 의견이라도 편하게 말씀하세요. 좋은 제안이라면 우리는 반드시 적극적으로 채택할 겁니다.” 그녀는 매우 너그러운 태도로 민주적인 자세를 보여주었고 이것이 바로 서해금이 이렇게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는 이유였다. 회의에서 나온 의견과 제안은 결코 당면에서 거절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뒤에서는 다른 수단을 써서 상대를 밀어내는 법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다루는 데 그녀는 능숙했다.한현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 대표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직설적을 말
송가람은 급히 말을 이었다. [지금 저도 정확히 알 수가 없어요.] 그녀는 강한서보다 더 초조해했다. 황 닥터는 금지된 물품을 소지하고 있던 이유로 출국 금지 명령을 받았고 당분간 국내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 그가 오지 않으면 강한서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는 분명히 모든 것을 기억해 낼 것이다. 송가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한서 오빠, 저랑 같이 외국에 가서 교수님한테 진료받으러 갈래요? 그쪽에서 꼭 잘 봐주실 거예요.] 송가람은 더 이상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강한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가람아, 평소 같았으면 바로 갔겠지만 지금은 안 될 것 같아. 너도 알잖아. 요즘 한주시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지. 난 지금 이곳을 떠날 수 없어. 정말 어쩔 수 없으면 여기서 다른 의사를 찾아서 진료를 받는 방법을 찾아볼게.][그럴 수는 없어요!] 송가람이 목소리를 높였다. 강한서는 잠시 멈칫했다. [왜 안 되지?] 송가람은 자신이 너무 지나치게 행동했다는 걸 깨닫고 잠시 말을 더듬으며 겨우 입을 열었다. [교수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뇌과학 전문가 중 한 분이세요. 국내 의사들하고는 비교도 안 되죠.]의사를 바꾸면 강한서가 예전에 사용한 약에 대해 물어볼 것이었고 그렇다면 그녀는 그것을 말해야 하므로 폭로될 위험이 있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었다. 강한서는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네.]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그 약은 효과가 좋았어. 매번 먹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잡생각들이 사라졌거든.] [그런데 지금은 그 약이 다 떨어져서 최근에 다시 두통이 찾아왔어. 그 약만 있으면 황 닥터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 텐데.]송가람의 눈이 번쩍였다. ‘맞다. 그 약이 있었지.’ 그녀는 속으로 들뜬 마음을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서 오빠,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하지만 이 보험은 직원 개인에게만 해당되며 가족은 이 보험을 가입할 수 없다. 지금 강한서의 의도는 이 혜택을 직원의 가족에게까지 확장하려는 것이다. 주혁은 집에 두 명의 환자가 있고 약을 자주 복용해야 한다. 만약 그가 회사의 이 선의를 거절한다면 그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 예전에 아들을 위해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받을 돈을 마련하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직장을 잃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절대로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강한서의 개인적인 의도도 있었다. 이런 세심한 직원에 대한 배려는 점차 아래 직원들이 한현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위층은 작은 이익에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일반 직원들에게는 다르다. 대부분 사람들이 열심히 돈을 버는 이유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다. 그들 대부분은 삼십대에서 마흔다섯 사이로 이 나이대의 사람들은 부모님을 부양하고 자식들을 키워야 한다. 회사가 약속한 성과급 같은 허황한 말보다는 이런 쉽게 보상받을 수 있는 실비보험이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때문에 더욱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한현진은 마치 뭔가 깨달은 듯 강한서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이렇게 사람 마음을 얻는 거구나.” 강한서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사실 처음엔 이런 생각까지는 못 했어. 할머니가 병원에 갈 때는 항상 진씨 아저씨랑 같이 가서 내가 직접 겪을 일이 거의 없었거든. 이런 일도 거의 없었고.” “그런데 한 번은 민 실장이랑 같이 출장 가는 길이였어. 그때 민 실장 어머니께서 비를 맞으면서 우리를 마중 나왔는데 길이 미끄러워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셨어. 가벼운 사고가 나이었고 수술이 필요한 정도로 심했었지.”“그때 민 실장한테 병원에 남아서 어머니를 돌보라고 하고 혼자 고객을 만나러 갔어. 며칠 만에 일을 마치고 병원에 들렀더니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이었어.” “그런데 입원부터 치료까지 전부 합쳐서 거의 천만 원 가까이 들었더라. 민 실장은 보험 청구를 했
강한서가 가식적인 말투로 말했다. “부탁할게. 나중에 내가 너랑 여정 씨에게 크게 한 턱 쏠게.”강한서에게 등을 돌린 신우가 손을 들어 중지를 내밀었다. 한현진이 강한서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신우 씨가 널 꽤 귀찮아하는 것 같아. 전에 여정 씨에게 신우 씨는 욕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아닐 걸?”강한서가 헛소리를 지껄였다. “난 우리 사이가 좋다고 생각해. 봐봐, 지금 얼마나 열심히 우릴 도와주고 있어.”한현진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그래? 난 왜 신우 씨가 마지못해 하는 것 같지?’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이제 이런 일로 신우 씨 번거롭게 하지 말자. 우리 다른 방법 찾아보자. 언제까지 부탁할 순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계속 신우에게만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신우처럼 능력 있고 입도 무거운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현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언제까지 신우에게 부탁할 수는 없었다. 신우의 할아버지가 위독하시기 때문에 지금은 삼촌들의 후계자 싸움이 가장 치열한 시기였다. 수많은 눈이 서로의 약점을 노리고 있었기에 신우의 처지 역시 살얼음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그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신씨 가문에서 요즘 경쟁이 제일 치열한 것이 바로 제일 많은 계약금이 걸린 프로젝트였다. 강한서는 이 기회를 빌려 신우에게 투자금을 보태 그동안 진 신세를 갚을 생각이었다. 그날 오후, 지문 대조 결과가 나왔다. 편지 봉투와 그림에는 한현진과 강한서의 지문을 제외한 세 사람의 지문이 있었다. 그 세 사람 중 한 명은 주혁의 아내였고 또 다른 사람은 주혁의 아들인 주지호였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지문 대조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또 다른 사람의 지문이었다. 그 결과에 한현진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이 정보를 따라 뭔가를 캐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이렇게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는 결국 시스템에조차 등록되어 있
시원하게 욕을 날린 신우는 의리 있게 강한서의 부탁을 들어줬다.10여 년 전 주혁이 경찰서에 남겼던 지문을 받은 강한서는 곧 생체 인식 실험실에 보내 두 지문을 대조하도록 했다. 2시간도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 한지와 편지봉투에서는 주혁의 지문을 찾을 수 없었다. 그 결과에 한현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뭔가 착오가 있는 거 아냐? 그때 직접 손으로 나에게 건네줬었어. 심지어 장갑도 하지 않았는데, 지문이 안 나왔다고?”신우가 말했다. “여긴 여정이와 여정이 사수가 함께 만든 실험실이에요. 게다가 형사들과 자주 협력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지문 대조 시스템은 여길 따라올 곳이 없어요. 한 번도 틀린 적 없었어요.”신우의 말은 지문 대조 결과가 틀렸을 리가 없다는 얘기였다. 신우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냈다. 이제 막 담배 한 대를 꺼내려던 그때, 손에 들린 담배가 강한서의 손에 내쳐져 툭, 쓰레기통으로 떨어졌다. 신우: ???머리가 복잡했던 한현진은 두 사람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왜 없는 거지?”여전히 오리무중에 빠진 한현진과 달리 강한서는 이미 눈치 채고 있은 듯 말했다. “혹시... 지금 그 사람은 애초부터 주혁이 아니었던 거야. 그래서 경찰에게 지문이 남아있을까 봐 그런 방법의 자신의 모든 지문을 지워버린 거야. 자신의 진짜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강한서의 추측에 한현진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떻게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그건 너무 많이 앞서간 거 아냐? 기사님은 가족도 있고 아이도 있어. 만약 정말 사람이 바뀐 거라면 가족들은 눈치 채야 하는 거 아냐?”“데가 이 세상에는 그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어. 아무리 닮은 쌍둥이라고 해도 가족들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잖아.”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어쩌면 가족들은 원래 그 사람이 돌아오길 바라지 않을 수도 있지.”한현진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얼른 강한서에게 물었다.
“얼른 다시 가져와. 급히 쓸데가 있어.”강한서: ?“왜 그래?”한현진이 말했다. “전화로 얘기하긴 복잡한 일이야. 아무튼 얼른 전화해서 그림 다시 가져오라고 해. 만약 안 건드렸으면 못 건드리게ㅔ 하고 만약 꺼냈으면 얼른 다시 포장하라고 해. 내가 금방 갈게. 만나서 더 자세하게 얘기해 줄게.”강항서가 대답했다. “알겠어. 지금 당장 다시 가져올게.”한현진은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향했다. 전화에서 한현진이 워낙 급하게 얘기한 탓에 강한서도 그녀가 걱정이라 손에 있던 일을 미리 마친 후 칼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만나자마자 강한서를 본 한현진이 물었다. “기사님 아직 그림 안 넣었지?”강한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네가 너무 일찍 얘기해서 넣지도 못한 상황이야. 네가 그림을 가진 후로 우리 두 사람을 제외하면 아무도 그림을 본 적이 없어.”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랍에서 일회용 장갑을 꺼내 낀 후 그림과 평지를 함께 꺼내 일회용 봉투에 넣었다. 한현진의 행동을 본 강한서의 눈가가 파를 뛰었다. “증거 수집해?”한현진은 봉토를 밀봉하며 말했다. “정말 증거가 될 수도 있어. 일단 가직해 둬.”“대체 무슨 일이야?”한현진이 장갑을 벗고 나서야 강한서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과 본인의 의심과 의혹을 얘기했다. “이번 주에 기사님께서 뭔가 사고를 친게 틀림없어. 그래서 재판장에서 지문 인식하는 걸 거부하는 거겠지. 만약 기사님이 전과범이고 회사에서 그 사람을 그대로 둔다면 기사님이 영향을 끼치는 것 나뿐만이 아니야. 그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내가 생각해봤는데 일단 지문을 수집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일단 고여정 씨께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아봐. 그래야 만일이 사태에 대비를 하지.”한현진의 말을 들은 강한서가 의문을 제기했다. “주혁 씨의 지문은 이미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어.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신상 조회를 하면 바로 나올 텐데 지문을 지우는 게 무슨 소용 있어?”한현진이 멈칫했다. “없을
주현의 생각은 성월과 달랐다. 송가람은 사랑에 눈이 멀어 남자의 사랑을 바랐지만 주현은 아니었다. 그녀의 목표를 애초부터 매우 명확했다. 주현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신분과 지위를 노렸다. 그건 20년, 30년을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지금 주현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 눈앞에 놓였는데 그 기회를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주현은 성월의 성격을 잘 알았다. 성월은 반평생을 야심으로 가득 찬 서해금 곁을 지키며 진작 서해금의 충직한 개가 되었다. 성월에게 신분은 뛰어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거였고 자신의 미래는 스스로 기회를 잡아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해금 역시 자신의 두 손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송병천과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서민 출신에 남편을 잃고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 무슨 수로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웃기지 말라 그래.’하지만 그 말을 주현은 감히 성월 앞에선 할 수 없었다. 주현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이모, 도와줘요. 신씨 가문으로 돌아가든 아니든 저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송가람 씨와 조금이라도 가까이 할 수 있는 일로 부탁해요. 활동이든 파티든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자리로요. 그래야 신씨 가문에 호감을 살 수 있죠.”성월의 학창 시절, 그녀의 집안은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주현의 부모님이 빌려주신 돈으로 급한 불을 끈 덕에 성월은 늘 주현의 집안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주현의 애교에 견디지 못한 성월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송가람 씨 비서로 전근 보내볼게. 너, 네 남자친구한테 기본적인 건 잘 가르쳐. 묻는 말에 아무 것도 대답 못하면 안 돼.”주현이 순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성월에게 팔짱을 끼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이모! 역시 이모가 날 제일 예뻐할 줄 알았어. 주말에 집에 와서 식사해요. 안 가신지 꽤 됐잖아요...”한편, 사무실로 돌아온 한현진의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만약 어제 바로 세정제
서해금이 입술을 짓이기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냉정하다니, 한현진 답지 않아.”성월이 말했다. “사실 전 그렇게 냉담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오일을 깨뜨린 것도 주혁 씨였고 몰래 부업을 하다 한 대표님 얼굴에 먹칠한 것도 주혁 씨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원망하는 마음이 있을 거예요.”말이 없던 서해금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인사팀에 잠깐 다녀와요. 일단 주혁을 가람이 운전기사로 전근시켜요.”성월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대표님, 가람 아가씨에게 운전기사를 붙일 생각이시면 제가 다른 기사님을 찾을게요. 회사에는 지금 마침 새로 입사한 젊은 신입사원들이 많아요. 어리고 건강하고 운전 경력도 전부 5년이 넘었어요. 주혁 씨는 한현진 곁에서 한동안 일을 하신 분인데, 가람 아가씨 운전기사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요.”“전근시키라고 하면 시켜요. 제가 이렇게 하는 덴 이유가 있어요. 그러니 성 비서는 나서지 말아요.”성월이 다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성월이 사무실을 나서자 주현이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모, 어떻게 됐어요? 대표님께 말씀 드렸어요?”성월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대표님께서 이미 송가람 씨에게 다른 운전기사를 붙이셨어. 이미 결정된 일이야.”순간 주현은 조바심이 났다. “왜 갑자기 결정 난 거예요? 회사에서 요즘 새로 신입사원 모집했잖아요. 보안팀은 싫어할 거란 말이에요.”성월이 말했다. “대표님께서 주혁을 송가람 씨 운전기사로 전근시켰어. 지금 인사팀에 가서 그 일부터 처리해야 해.”그 말을 들은 주현이 투덜거렸다. “한현진 밑에 있던 사람이잖아요. 게다가 본인 상사를 배신까지 했고요. 대표님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람을 딸 운전기사로 쓰시겠다는 거예요?”순간 얼굴을 일그러뜨린 성월이 주현을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갔다. 성월은 주변을 확인하고 나서야 주혁의 팔을 내치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너 미쳤어? 여긴 회사야. 여기서 집인 줄 알고 그렇게 큰 소리로 대표님 뒷담화를 하는 거야?
직원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어떤 직원은 회사의 조치가 꽤 인간적이라며 칭찬했고 또 어떤 직원은 아무리 화장실 청소라도 그렇게 부식성이 강한 세제를 쓰진 말았어야 했다며 안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회사의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일은 단순히 청소 직원이 화상을 입은 것으로 그쳤지만 만약 누군가 범행을 저지르려고 한다면 부식성이 강한 세정제는 범죄자에게 칼을 준비해준 것과 다를 것이 없는 꼴이었다. 의문을 제기하던 직원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한현진과 눈을 마주쳤다. 그제야 실언했다는 것을 인지한 직원이 다급하게 말했다. “대표님, 전 회사에서 조치를 제대로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요. 단지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저도 모르게 제일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본 거예요.”한현진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위험 요소요?”그 직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못... 못 들으셨어요?”“죄송해요.”한현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 친구 문자에 답장하느라 못 들었어요.”직원이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직원이 얼른 말을 이었다. “회사에서 며칠 동안 청소하시는 직원분들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잖아요. 그 일 때문에 다들 마음이 뒤숭숭해요.”한현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직원이 말을 이었다. “아, 맞다. 대표님. 다치신 분 중에 대표님이 아는 사람도 있어요. 전에 대표님 운전 기사셨던 주혁 기사님이요. 그 분이 제일 심하게 다치셨어요.”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기사님이요? 확실해요? 어제 볼 일 보러 갔다가 기사님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셨는데. 언제 다치신 거예요?”한현진의 말에 직원이 멍해졌다.“그럴 리가요. 며칠 전에 이미 다치셨어요. 대표님과 비슷한 시기에 휴가를 내셨어요.”한현진이 곰곰이 생각했다. “그날 제가 급한 일 때문에 길게 얘기를 나누진 못했어요. 손에 붕대 같은 건 본 기억도 없고 기사님께서도 저한테 그런 얘기는 없으셨는데... 심하게 다치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