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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부용항에 돌아온 량소는 먼저 입안의 피를 헹구었다. 연유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부용항에서 그를 시중드는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다. 한 명은 주방에 있고, 다른 한 명은 아마 지금 연유를 시중들고 있을 것이다.

그는 차방에서 식은 차로 입을 헹구었다. 그러자 머리가 지끈거렸고 입안 왼쪽이 갈라지듯 아파왔다.

그는 새어 나오는 눈물을 겨우 참아냈다.

란이는 참으로 독한 년이다. 세 번이나 사람을 시켜 남편을 두들겨 패다니 말이다.

그녀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품에 속아 넘어간 자신이 너무 어리석었다. 그녀도 그녀의 사촌 북명왕비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가 맞았다는 것을 할머니와 아버지도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화가 나 집을 떠난 것이기에 좋은 핑계가 될 수 있었다. 만약 다시 돌아오라고 한다면 그때는 쉽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백주야, 당장 손수건을 가져오너라..."

아무 대답이 없자 그는 그제서야 백주가 승은백부에 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의 계약서는 어머니 손에 있었고, 어머니는 그를 보내지 않았다.

이제껏 부유한 가문의 자제로 살아왔던 그가 이렇게 처참하고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니!

그는 순간 과거에 탐화랑이 되었을 때를 떠올렸다. 군주의 남편이 된 그는 막 벼슬길에 올랐지만, 모든 이들이 그의 앞날이 창창하다고 입을 모았었다.

영광스러웠던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나도 처량했다.

입을 헹구고 얼굴을 깨끗이 닦은 후, 그는 월식거로 향했다.

방에 들어서자, 책상 위에는 보자기가 놓여 있었고 연유는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옷차림은 단정했고 머리에는 비녀와 장신구들이 꽂혀 있었다.

그녀는 몸값을 치르고 풀려났을 때 입었던 노란색 자수가 새겨진 치마를 입고 있었다.

"연유!"

량소는 뒤에서 그녀를 켜안으며 볼에 입을 맞췄다.

"이 짐은 누구 것이오?"

고청우는 천천히 그를 밀어내며 더 이상 온화하고 매혹적인 얼굴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다.

"저는 더 이상 연유가 아닙니다. 제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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