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16화

하인들에게 구출되어 깨어난 량소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마당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마음은 텅 비어 아무리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부용항을 고부진의 부하들이 계속 감시하고 있었는데, 이 상황을 보고받은 고부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청우가 잘 정리한다고 하지 않았나? 됐다. 어쨌든 쓸모없는 자이고 승은백부의 명성도 이미 바닥에 떨어졌으니 상관하지 말도록 하자.”

량소는 그렇게 부용항에서 이틀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지냈다.

고청우가 떠났다는 것이 그를 충격에 빠뜨린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그녀가 떠나기 전에 했던 그 말들이었다.

그는 하늘보다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젊은 나이에 탐화랑에 오른 인물이었다. 진성의 많은 명문가 여인들이 그를 사랑하고 동경했다.

그는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했고, 세상에 특별한 존재로 태어났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남들과는 다르게 행동하며,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심지어 그는 만민이 존경하는 정신적인 표본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연유를 위해 관직을 잃게 되었지만,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세속과는 다른 존재임을 증명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억압을 뚫고 홍루의 여인과 사랑을 나누었고, 비록 당장은 비난을 받을지라도, 훗날 역사가 그를 기록할 때 후손들은 그와 연유의 세속을 초월한 사랑을 존경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세자 자리를 잃고 나서부터 그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비록 관직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작위를 물려받아 부유하고 존귀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용항의 일은 홍시가 시만자에게 전했고 시만자는 다시 송석석에게 전해주었다. 석소 사저도 며칠 전에 와서 란이가 량소와 크게 다투었다고 말했다.

송석석은 석소 사저에게 란이를 천천히 이끌어주라고 했다.

란이는 군주의 신분이니, 그녀가 스스로 일어설 수만 있다면, 승은백부 전체가 그녀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고 량소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부부 사이에 정이 사라지면 결국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