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가 몇 명의 수상한 인물들이 진성에 들어와 롱주 객잔에 투숙했다고 전해왔다.그들이 수상하다고 여긴 이유는 몸에서 느껴지는 강한 살기 때문이었다. 이는 일반적인 무림의 사람들과는 확연히 달랐다.탐지자들은 피에 굶주린 듯한 기운에 매우 민감해 그들이 진성에 들어오자마자 교대로 추적을 시작했다. 그들은 롱주 객잔에 투숙한 후, 밖으로 나오지 않아 보고를 올리자 시만자는 곧바로 송석석을 찾아갔다.이야기를 들은 송석석은 미간을 찌푸렸다.“진성은 상국의 가장 번화하고 번영하는 곳이라, 많은 상인들이 오가고 무림의 사람들도 자주 들어오곤 하지. 하지만 일반적인 무림의 사람들과 다르다니... 살기가 너무 강한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누구인지 파악해야 해.”시만자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홍시는 그들이 황제를 암살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어.”잠시 생각에 잠기던 송석석은 고개를 저었다.“황제를 암살하려거든 반드시 황제가 궁 밖으로 나왔을 때를 노려야 해. 궁으로 들어가 암살을 시도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지. 그리고 몇 명밖에 되지 않는다면, 궁에 내통자가 있지 않은 한 궁에서 암살을 시도할 수 없을 것이야.”시만자는 제안하듯 물었다. “필명에게 금군을 조사하도록 하는 건 어때?”하지만 송석석은 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그녀는 창밖의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름이 되면 비가 잦아진다. 그러나 진성은 북쪽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름이 되면 비가 많이 내린다. 그녀는 서경의 신태자에 관한 일을 떠올렸다. “홍시가 그들이 상국 사람이거나, 서경 사람처럼 보인다고 말한 적은 없어?”“진성에 무사히 들어온 것을 보면, 상국 사람인게 틀림없지.”“꼭 그렇지만은 않아. 그들이 상국에서 오래 활동했다면, 입경 허가서를 얻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야.”“그렇다면 그들이 서경 사람일 수도 있다는 말이느냐?”시만자가 물었다.“그럴 가능성도 있고, 연왕이 보낸 사람일 가능성도 있어. 허나 연왕
시만자는 송석석을 바라보았다.“그... 이방을 노린 것이 아니라면, 혹시 북명왕부를 노리는 걸까?”송석석은 고개를 저었다.“잘 모르겠어.”지금으로선 단지 살기가 가득한 사람들 몇 명이 진성에 들어왔다는 정보뿐이다.“몽동이에게 북명왕부의 방어를 강화하도록 해야겠어. 내일은 서우를 서원에 보내면 그들이 진성을 떠날 때까지 몽동이에게 외부를 지키게 해야겠어.”상황이 불확실할 때는 항상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남편인 사여묵과 염 선생도 왕부를 비운 상태라 송석석은 더욱 신중을 할 필요가 있었다.그날 몽동이는 즉시 방어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천자 밑에 있는 부병 500명은 황제를 조금 두렵게 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매우 유용했기에 지금처럼 방어를 준비하는 일도 아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세 시간마다 교대 근무를 설 수 있었고 인원도 충분했다.진성에는 야간 통금이 없었기에 몽둥이가 밤에 직접 방어를 책임졌다.달이 없는 밤은 도적질을 하기 좋은 때였기 때문이고 대낮에 몇 명이서 왕부를 침입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다음 날 아침, 마차가 준비되었고 송석석과 시만자는 서우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서원에 처음으로 가는 서우는 입으로는 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얼굴은 잔뜩 경직되었다.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파란색 옷을 입은 그는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서동은 국공부 진복이 추천 한 인물로, 그의 이름은 진소설이었다. 그해 작은 설에 태어나 소설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는 서우와 동갑이었고 함께 서원을 다니게 되었다.진도균은 붓과 먹이 든 가방을 메고 있었다.서우는 아직 걸음걸이가 어색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거지로 살았던 세월은 그를 매우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시만자는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가 올 것 같으니 서두르자. 늦으면 서원 앞이 마차로 가득찰 거야.”마차 옆에 서서 주변을 살펴보던 송석석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는 치마를 들어 올
부인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비에 젖은 머리카락과 옷이 그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이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듯 소매로 재빨리 얼굴을 가린 채 송석석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러자 송석석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감사 인사는 괜찮습니다. 다친 곳은 어떠십니까, 아프진 않으시지요?”“그다지... 아야!” 발을 약간 움직이던 부인은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져 그만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발목을 삐신 것 같군요.” 송석석이 그녀를 부축하자, 시녀가 급히 다가왔다. 시녀의 손에는 피로 가득했다. 아마도 방금 넘어질 때 거친 바닥에 쓸려 상처가 난 것 같았다.송석석은 걱정되어 얼굴을 찌푸렸다. “바로 앞에 저희 마차가 있습니다. 그곳에 약과 연고가 있으니, 괜찮다면 나와 함께 가서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어떻습니까?”부인은 잠시 머뭇거렸다.“이것은... 너무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아직 부인이 누구신지도...”송석석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이석 부인, 나는 송석석입니다. 전에 만난 적이 있지요.”그 부인은 바로 금경루에서 왕청여를 도우려 했던 이석이었다. 송석석이 매산에서 돌아온 후, 어머니와 함께 선평후부를 방문한 적이 있었고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었다.이석은 그제야 얼굴을 가린 소매를 내리고 송석석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아, 왕비님이셨군요. 제가 실례를 범하였습니다.”“뒤에 마차가 오고 있으니 일단 제 마차로 갑시다.”이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폐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처치를 잘 알고 있었다. 과부로서 가장 두려운 것은 구설수이다. 만약 누군가가 이 초라한 모습을 본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알 수 없었다.시만자도 함께 와서 이석을 부축하는 것을 도와줬다. 시만자는 이석을 안아 들어 마차에 태웠다. 그러자 이석은 얼굴이 붉어지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정말 죄송합니다. 폐를 끼쳐드려서...”시녀도 송석석의 도움으로 마
마차는 명록서원 북쪽 모퉁이에 멈췄고, 선평후부의 마차가 길이 막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 뒤를 따랐다.. 비는 점점 굵어지고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다. 이석이 발이 다친 상태라 지금 마차에서 내릴 수 없었기에, 아이들을 서원에 보내러 온 마차들이 점차 떠나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송석석은 이석이 아들을 입양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들의 나이는 잘 몰랐다. “아드님을 서원에 보내러 오신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오늘이 그의 첫 수업 날이기에 제가 그를 데려다주러 왔습니다.”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이석의 얼굴에 비로소 옅은 미소가 번지며 훨씬자연스러워졌다. “몇 살입니까? 이름은 무엇인지요?” “이제 막 일곱 살이 되었고, 이름은 장위국이라 합니다.” 그러자 시만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름을 듣자마자 장군의 자손임을 알 수 있군요.” 이석의 얼굴에 잠시 그리움이 스쳤고, 눈에는 쓰라림이 담겼다.그러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남편께서 아들이 생긴다면 나라를 지키는 이름을 짓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군요.” 시만자는 그 주제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하고 화제를 돌렸다. “부인 시녀 손이 다쳤군요. 제가 대신 머리카락을 정리해 드릴까요?” “아니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송구스럽습니다.” 이석 부인은 급히 손사래를 쳤지만, 시만자는 이미 그녀의 머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러자 그녀는 웃음 띠고 말했다. “제가 대충 행동하는 것처럼 보여도, 머리 손질은 꽤 잘한답니다.” 이석 부인은 더 이상 막을 수 없어서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을 반복했다. 송석석은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집안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은 저도 조카를 서원에 보내러 왔습니다. 그 아이도 오늘이 첫 수업 날이에요.” 명록서원은 매년 입학 인원이 제한되어 있었기에 새로 들어온 학생들은 한 반에 배정될 것이다.“송서우 말씀이시군요?” 이석은 서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참 잘됐습니다.” 송석석은
송석석은 시만자를 불러 이석을 등에 업은 후, 빠르게 마차로 돌아갔다. “여기서 기다리세요. 반드시 찾아드리겠습니다.” 이석은 온몸을 떨며 눈물인지 비인지 모를 물기로 얼굴을 적신 채 입술을 떨며 더 간절히 부탁했다. “제발, 제발 꼭 찾아주세요.” 그러자 송석석은 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내려오지 마세요! 당신의 몸부터 돌봐야 합니다. 안 그러면 그분의 영혼이 편치 않으실 겁니다.” 이석은 얼굴을 가리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송석석은 마부에게 그녀를 잘 돌보라고 부탁한 후, 다시 귀걸이를 찾으러 갔다.반 시간이 흐르고 마차들이 하나둘씩 떠나갔지만,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고, 하늘은 음산하게 어두워졌다. 선평후부의 마부를 포함한 네 명이 허리가 아플 정도로 찾아봤지만, 귀걸이는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포기하려던 그때, 송석석이 서원 문 가까이에 빛나고 있는 물체를 발견했다.바로 이석의 진주 귀걸이였다! 귀걸이는 이미 훼손되어 있었고, 귀걸이를 지탱하던 금선과 금잎은 사라진 채 진주만 남아 있었다.귀걸이를 발견한 곳은 이석이 넘어졌던 장소가 아니었다. 아마 마차에 깔린 후 사람들에 의해 여기로 차여 진 것 같았다. 근처를 조금 더 찾아보던 송석석이 얇은 금잎 하나를 발견했지만 나머지는 끝내 찾지 못했다. 모두가 흠뻑 젖은 채로 마차에 돌아왔고 송석석은 진주와 금잎을 이석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손에 꼭 쥔 이석은 송석석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 송석석은 이석을 일으키며 그녀가 자신의 어깨에 기댈 수 있도록 했다. 그녀의 뜨거운 눈물이 송석석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잠시 후 울음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이석은 이미 감정을 억누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았다. 빠르게 평정을 되찾은 그녀는 눈물을 닦은 뒤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눈에는 아직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입술은 애써 미소를 띠려 노력하고 있었다.“저는 그의 흔적마저도 찾지 못할까 두려웠습니다… 이제 찾게
전북망은 금비녀 하나를 사서 상자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인들에게 전소환이 어머니 방에 있다는 것을 알고 곧장 어머니 방으로 향했다.전소환은 여전히 보석 상자를 안고 있었고, 전북망이 들어오자마자 경계심을 드러내며 물었다."오라버니는 오늘 당직이 아닙니까? 왜 돌아오셨습니까?"전북망은 상자를 건네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거 받아라. 사 온 비녀다."전소환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상자를 받아 들고 물었다. "왜 저에게 비녀를 주시는 겁니까? 무슨 의도입니까?"그녀는 최근 며칠간 전북망이 그녀에게 그 머리 장식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던 것이 떠올라 두려워져 보석 상자를 더욱 꽉 쥐었다. 그런데 왜 지금 와서 비녀를 선물한다니?“혼수에 보태거라. 그리고 요즘 어머니를 돌보느라 수고하지 않았더냐?... 그러니 어서 받거라.”전북망은 몸을 돌려 침상에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물었다."어머니, 오늘은 좀 어떠십니까?"전노부인은 아들의 행동에 다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네 동생이 나를 잘 돌봐주긴 했다. 오늘은 몸이 조금 나아진 것 같구나. 내일쯤이면 일어나 걸을 수 있을 것 같다."그러자 전북망은 어머니를 부축했다."어머니, 제가 부축해 드릴 테니 일어나서 한번 걸어보시지요."전소환은 그제야 안심한 듯 비녀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금비녀가 들어 있었고, 제법 묵직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금경루의 비녀가 아니었고 금루의 물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약간 실망했지만, 금으로 만든 것이라 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받아들였다.그리고 얼굴을 들어 전북망에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오라버니.""어울리는지 한 번 보게, 어서 써 보거라."그는 어머니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런데 전소환이 어머니의 화장대 앞으로 다가간 순간, 전노부인이 놀라며 소리쳤다. “둘째야, 이게 대체 무슨 짓이느냐?"전소환이 돌아보니, 전북망은 어머니를 부축하는 대신, 그녀의 홍보석 머리 장식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
전북망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하인들과 시녀들이 겨우 그녀들을 떼어놓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매우 처참한 상태였다. 머리는 흐트러져 있고, 옷은 찢어졌으며 얼굴에는 손톱자국과 뺨 자국이 가득했다. 그 모습은 마치 시장바닥의 닭싸움을 보는 것과도 같았다.전노부인은 의자에 앉아 헐떡이며 왕청여를 노려보았다. "소환이는 곧 출가할 몸인데, 이렇게 얼굴을 상처를 입혔으니 어떻게 사람들 앞에 서란 말이냐?!"왕청여는 바닥에 앉아 울부짖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전북망은 빠르게 들어가 왕청여를 일으켜 세우고 은표 한 묶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홍보석 머리 장식은 환불받았으니 이 은표를 받으시오.""둘째야, 너 드디어 미친 것이냐?" 전노부인은 분노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구입한 보석을 다시 환불받으며 우리 장군부의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돌려주세요. 저는 물리고 싶지 않단 말입니다." 전소환은 울부짖으며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모습은 보기 흉할 정도였다.전북망은 그녀의 주먹질을 묵묵히 받아낼 뿐 미동도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냉담한 표정이 서려 있었고, 이런 날들이 너무 지긋지긋했다.은표를 들고 멍하니 서 있는 왕청여는 울음마저 잊어버린 뒤였다.전북망을 때리던 전소환은 왕청여에게 달려들어 은표를 빼앗으려 했다.왕청여는 급히 은표를 숨기며 뒤로 물러났다. "대체 뭐 하는 것이냐?!""그건 네가 나에게 사준 거잖아! 네가 원해서 산 건데 대체 왜 그래." 전소환이 울부짖으며 악을 썼다."이제 생각이 바뀌었어." 왕청여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가 홍보석 머리 장식을 산 것을 후회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후회하는 건지, 그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가 원했던 것은 이런 삶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장군부는 썩어 문드러진 채소 단지와 같았고, 그녀는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러나 이 혼인은 그녀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당시 목 씨 부인이 중매를 섰고 그 속에
전북망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는 정말 당신이 녹분성에서 그런 일들을 하지 않았다고 말해주기를 바라고 있소."그러자 이방이 냉소하며 대꾸했다. "당신이 저를 싫어하는 이유가 녹분성 때문입니까? 아니, 당신은 내가 시몬에 포로로 잡혀 얼굴이 망가져서 저를 거부하는 겁니다. 내가 더럽다고 여기는 거겠지요. 하지만 나는 깨끗합니다."전북망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시몬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픈 것뿐이오. 그래서 내가 대신 벌을 받았던 거요.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신이 녹분성에서 저지른 행동들이오.""자기 자신을 속이려 하지 마세요.”이방은 여전히 말투가 차갑고 냉정했다. “제가 녹분성에서 한 일들이 정말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까?""당신은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소?" 전북망이 숨을 깊게 들이쉬며 물었다. "어떻게 지금까지도 당산은 잘못을 뉘우치지 않을 수 있소?"얼굴을 가리지 않은 이방은 등잔불 아래 더욱 흉측하게 보였다. 그녀의 눈에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그 속에 섬뜩한 야망이 드러나 있었다."전북망, 당신만 공을 세우고 싶어 하는 게 아닙니다. 저도 미치도록 원하고 있지요. 저는 이 나라 최초의 여장군이고 비록 송석석이 남강에서 공적을 세웠다 해도 제 위치는 대신할 수 없지요. 그것은 제가 녹분성에서 쌓은 공적이고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지위를 확립할 수 있었겠어요?"그녀가 비녀를 뽑아 심지를 높이자, 등불이 그녀의 흉측한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당신은 장군들이 잔인한 짓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는 마음이 여린 사람이 없습니다. 송회안이 어린 나이에 진북후가 된 것이 단지 그의 용맹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그 속에는 우리가 결코 알 수 없는 어두운 면들이 숨어있습니다. 당신 같이 바보들이 목숨을 걸고 전공을 세우려 하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한들 결코 왕표 같은 인물이 될 수 없습니다."전북망은
혜의궁에서는 삼황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삼공주는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주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제 막 머리를 감았는데, 굳이 그 고양이랑 놀겠다고 해서 온 머리와 얼굴이 털투성이가 되었잖아. 다음번에도 이러면 엉덩이를 때려줄 거야."도자기처럼 매끄러운 분홍빛 살결의 귀여운 아이가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공주의 품에 기댔다."누이, 고양이는 재미있고 귀여워요. 작은 발로 내 몸을 밟고 지나갈 때면, 포근해서 기분이 좋아요. 안고 있으면 따뜻하기도 하고요."그러자 삼공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마마마께서 그러셨잖아. 아바마마께서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그런데 넌 자꾸 아바마마께 고양이 이야기를 해서…… 그러니 요즘 아바마마께서 널 찾지 않으시는 거야."삼황자는 누이가 머리를 말려주는 대로 꼿꼿이 앉아 있으면서도 입을 다물지 않았다."아바마마와 나는 다른 사람이잖요. 당연히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는 거지요. 아바마마께서 싫어한다고 해서 나까지 싫어해야 해요? 내가 고양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니, 아바마마께서 아무리 싫어하셔도 나한테 버리라고 하시면 안 되는 거죠."삼공주는 그의 코끝을 톡 하고 건드리며 말했다."말은 참 잘하네."삼황자는 웃으며 말했다."누이가 나를 설득 수 없는 건 누이의 말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황숙께서 그러셨는데, 이치에 맞게 말을 한다면 그 누구도 이길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그래? 그런데 요즘 왜 황숙께 무예를 배우러 가지 않는 거야?"삼황자는 고개를 기울였다."무예라 해도 기본적인 것만 가르쳐 주시니까요. 그런 건 궁에서도 연습할 수 있어서 이미 다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말 타기는… 아직 말 위에 혼자 올라갈 수가 없으니까 좀 더 자라서 다리가 길어지면 그때 배울거에요.""다 할 수 있다고? 못 믿겠는데." 삼공주가 말했다."정말 할 수 있다니까요!"삼황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황숙께서 며칠 동안 같은 걸 반복해
복소의는 춘당의 입가에 스친 조소를 알아채지 못했다.춘당은 복소의가 첩여로 승급될 때부터 곁에서 그녀를 모셔왔다. 그녀는 영리하고 침착한 성품을 지녀 복소의에게 여러 차례 계책을 내주었고, 당시 황후가 그녀를 끌어들이려 했을 때도 춘당은 이렇게 말했었다.‘황후마마께서 여러 번 금족 처분을 당하신 것으로 보아, 폐하께서 이미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후궁을 다스릴 권한도 없으시니, 황후마마께는 겉으로만 응하는 척하고 실질적으로는 덕비 마마와 수빈 마마께 가까이 다가가시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그리고 춘당의 말은 역시나 옳았다. 덕비는 늘 그녀를 잘 대해주었고, 먹고 입는 것 모두 넉넉히 챙겨주었다. 그 덕분에 더 이상 감히 그녀를 깔보는 자도 없어졌다.예전의 덕비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이유로 폐하께 가까이 가려 하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마마께서는 덕비 마마께서 오시는 것이 싫으십니까?"춘당이 그녀의 머리와 허리를 살짝 받쳐주며 말했다. 침상에 오래도록 누워만 있어 등이 아픈 그녀를 배려한 것이었다.그녀는 춘당을 신뢰했기에 자연스레 속내를 털어놓았다."내 태가 안정되었을 때는 덕비 마마께서 그리 열심히 오시지도 않으셨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자주 찾으시는 것이 진심이겠느냐? 분명 폐하를 의식해서 오는 것일 것이다. 게다가 폐하께서 날 아끼시기에 자주 찾아와 주시는 것인데, 매번 덕비 마마와 이황자가 끼어드는 바람에 폐하와 두세 마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지 않느냐."춘당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하며 말했다."마마께서는 그저 몸을 잘 돌보시면 됩니다. 그 외의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복소의는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밤낮으로 누워만 있어야 하다니…… 폐하께서 오실 때만 겨우 앉을 수 있구나. 이 아이는 나를 참 힘들게 한다. 부디 황자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지. 내가 이 고생을 한 보람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춘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반드시 마마께서 바라시는
복소의의 태는 안정적이었기에, 태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겨울이 지나면서 태가 점점 불안정해져, 두 번의 출혈을 경험했다. 금태의는 그녀의 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기에 바닥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태의는 신중히 식단과 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마 황제가 장기간 약을 복용한 탓에 태아가 불안정해진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의 태에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가 침상에서 요양을 시작한 후 거의 이틀에 한 번씩 그녀를 보러 갔으며, 가끔은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는 수빈의 궁에 자주 가지 않았고, 삼황자를 어서방에 불러 들이지도 않았다.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이황자와 함께 복소의를 보러 갔고, 이로 인해 황제와 함께 몇 번의 식사를 함께했다.복소의는 첩여 시절 후궁에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을 찾으려 했고, 비밀리에 수빈과 덕비에게 아첨하며 양쪽을 오갔다. 하지만 수빈은 늘 거만하게 행동했으며, 그녀가 한때 황제의 총애를 얻었기도 했기에, 복소의는 수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반면 덕비는 후궁에서 유명한 온화하고 자애로운 인물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며 위치가 낮은 여인들까지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복소의는 점차 덕비에게 더 접근했지만 지금은 조금 고심했다. 황제가 그녀에게 올 때, 덕비가 여러 번 이황자를 데리고 왔고, 그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빈의 성격에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수빈의 도도함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국 불만을 마음속으로에만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권한이 있기에 그녀를 적대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날들이 지속되자, 그녀는 덕비가 오지 않
후궁에서는 황제의 병에 대해 추측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 복소의가 임신을 했다고는 하지만,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은 황제의 몸이 단순히 요양을 하면 괜찮아질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의 편애가 계속될수록 몇몇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특히 황후는 더욱 불안해했다. 그녀는 황제의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지금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지만 치료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녀는 황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여겼다. 황후는 복소의의 임신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설령 황자가 태어난다고 해도 그에게 까지 순서가 올 리 없었다. 그러나 삼황자에게 집중된 황제의 편애는 그녀에게 위기의식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황제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때 그녀는 황후 자리를 선택하며 생명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며칠의 시간을 보내자, 황후는 황제가 대황자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 대황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태부와 황숙도 그를 칭찬하고 있었다. 황제도 대황자의 그러한 모습에 매우 만족해 한다고 전해 들었다.이황자와 삼황자는 그녀에게 모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황후는 황제가 이황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다.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거의 이황자를 본 적이 없었고, 또한 이황자가 이제는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후는 강력한 뒷배경이 없는 덕비가 여전히 유력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수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빈의 아버지는 형부상서이며, 사여묵과 같은 공문이었다. 공무의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접촉이 분명 많았을 것이고, 수빈의 어머니인 이씨 부인은 송석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방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어쩌면 이미 그녀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마마, 오늘 대황자께서 또 왕야의 칭찬을 받으셨습니다.”란주 상궁이 들어오며 웃으며 말했다.황후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
숙청제는 신하들을 어서방에 불러들였고, 그들은 밤늦게까지 논의했다. 논의는 결국 단신의가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늦었음을 알리며 중단을 요청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숙청제는 팔을 뻗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그럼 궁문도 이제 잠가야겠으니 다들 돌아가시게.”그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고, 특히 지금은 얼굴에 혈색이 돌아 병든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송석석은 논의 중이던 사여묵을 기다렸다. 그들은 함께 궁을 떠나 황실로 돌아갔다. 매우 피곤했던 그녀는 사여묵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마차가 황실 문 앞에 도착하자 사여묵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송석석은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내려오기 귀찮았기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그의 넓고 따뜻한 품은 정말 편안했다.그와 떨어져 있던 세 달 동안 그녀는 성릉관에서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었으며, 그 외의 곳에서는 늘 경계하며 지냈다. 이제 집에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꼈다. 무언가 뜨겁고 큰 손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단 백부 말씀을 잊으셨나요?”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백부가 이제 괜찮다고 말씀하셨소.”송석석은 감고있던 눈을 떠, 뜨겁고 열정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정말인가요?”“틀림 없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덮였다.불꽃이 강렬하게 타올왔다. 침실의 온도마저 높아진 듯 했다.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에 마치 새롭게 결혼한 듯한 기분이었다!한 달 후, 상국은 시박사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이는 상국과 해외 북당과의 화물 교류를 담당할 기관이었다.원래의 시역업도 시박사의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상국에서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는 화물 목록을 정리하여 서경으로 사신을 파견해 화물 교환 협정을 체결할 것이다.이 한 달 동안 단신의는 약을
10월 15일, 사절단은 드디어 진성에 도착했다.현갑군은 그 자리에서 먼저 해산했고, 이덕회와 홍려사경은 궁에 들어가 황제를 뵈러 갔다. 그동안 몸이 약해져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던 진왕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도 궁에 가겠다고 말했다.송석석은 이미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여묵에게 인도되어 황실로 돌아갔다.그동안 사여묵은 매일같이 성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고, 때로는 낮잠시간에 직접 가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이 되어서야, 드디어 기다리던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이덕회와 그들이 궁에서 황제에게 보고할 때, 송석석은 이미 태비께 인사를 드린 후였다.혜 태비는 송석석이 피곤해 보이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했다.송석석은 사여묵과 함께 나와서 매화원으로 돌아갔다.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송석석의 입술이 어쩐지 조금 부풀어 있었다. 서주는 깜짝 놀라 왕야를 바라보았다. 왕비가 목욕하는데 왕야께서 꼭 직접 모셔야 한다며 들어가더니, 보아하니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서방에서는 염선생과 심청화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송석석은 그들에게 서경에서의 일들을 말해주었다. 협상 결과는 그들이 이미 알고 있었기에, 송석석은 길에서 일어난 암살 시도, 원신제의 곤경, 그리고 북당의 안풍친왕이 말한 3년과 5년의 기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사여묵은 두려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경이 그렇게 혼란스러웠음에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다행이라 여겼다.안풍친왕이 성릉관을 자유롭게 오고 간 것과 그가 말한 3년, 5년 기한에 대해서, 심청화는 사부에게 편지를 보내면 알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사부는 그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말의 숨은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이야기를 마친 후, 사여묵은 송석석이 휴식을 취하게 하기 위해, 송석석에게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게 그들을 막았다. 그는 오후에 휴가를 내어 일을 쉬려고 했지만, 황제가 사람을 보내 궁에 오라고 일렀다.송석석
성릉관에서 다섯 날을 지낸 진왕은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었다.그가 회복되었다는 것은 이제 다시 진성으로 향해야 함을 의미했다.이별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송석석은 눈물을 삼키며 그저 작별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소 대장군 앞에서 여러 번 절을 했는데, 그로 인해 소 대장군도 눈물이 거의 터져 나올 뻔했다.이덕회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바로 소 대장군이었다. 소 대장군은 상국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성릉관을 지킨 노장이었기 때문이다.송석석은 눈물을 삼켰지만, 그는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평생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노령에 접어든 듯,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노쇠해 보였다. 설령 황제가 그를 진성으로 돌아가게 허락한다 할지라도, 긴 여정과 고된 일정을 고려했을 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돌아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소 대장군은 이덕회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그러자 이덕회는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외숙모 남씨는 회 왕비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었다가 이별을 앞두고서야 송석석을 옆으로 데려와 그녀의 상황을 물었다.송석석은 회 왕비가 지금 감옥에 있다는 사실과 란이가 그녀를 위해 손을 써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은 아닐 거라며, 혹시 태자가 세워지면 대사면이 내려져 그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남씨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외조부께서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엄청 신경 쓰고 계실 거다. 세상에 정말로 모진 부모는 드무니까. 네 외조부는 모진 분이 아니시다. 그때 그녀가 란이에게 그렇게 까지 모질게 대했던 게 안타깝다. 란이가 여전히 그녀를 돌보아야 하다니."송석석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란이는 지금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잘 지낼 거예요.""그렇지. 분명히 잘 지낼 거야." 남씨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귀환길에 오를 무렵, 이미 9월 초가 되어, 날씨는 더 이상 뜨겁지 않았으며, 오히려 약간 선선했다.수란키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와 그들을 녹분성까지 배웅했다.이번 귀향길에서는 암살 시도가 없었기에 매우 순조로웠다.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산을 넘어가 상국의 경계에 들어섰다.소 대장군에게 사전에 도착 예정일을 알리지 않았기에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을 줄 알았지만, 상국의 경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전북망이 이끄는 소씨 가문 군대와 마주했다.무사히 돌아온 그들을 보자, 전북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말을 몰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말에서 내려 진왕과 이덕회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왕야와 이상서, 그리고 여러 대감님들, 소 대장군께서 저를 시켜 이곳에서 여러분을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성릉관까지 호위하겠습니다."그러자 이덕회가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 "대장군께서는 우리가 오늘 돌아올 것을 어떻게 아신 것입니까?"전북망이 대답했다. "대장군께서는 모르셨습니다. 매일 여기서 기다리라고 명하셔서 계속 기다린 것입니다.""그렇군요." 이덕회는 소 대장군의 매우 신중함에 감탄했다. 진왕은 오는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마차의 발을 올리고 한 번 쓱 둘러보았다. 자신이 상국에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그는 그제서야 기운을 조금 차리며 말했다. "빨리 출발하게.""예!" 전북망은 재빨리 대답하고 말에 올라 선두를 이끌었다.시만자는 그가 한 손으로 능숙하게 말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그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말의 고삐를 잡고 송석석에게 말했다. "이 사람 나쁘지 않네. 어머니께서 그 당시 사람을 잘못 본 것이 아니었나봐. 마음을 예측하기 어렵긴 하지만..."송석석은 시만자가 전북망을 칭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시만자는 여전히 전북망에 대한 모친의 기대를 저버린 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이 말을 함으로써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
안풍친왕이 말했다."이번 여정은 서경과 상국을 위한 것이지만, 북당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 간의 교류는 언제나 이익을 우선으로 하니까요. 개인적인 인연이 있을 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죠."송석석은 깨달음을 얻은 동시에 궁금한 점이 있어 물었다."혹시 제 사부 임양운을 아십니까?"안풍친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알지요. 그는 북당에 와서 제 채성루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습니다. 제 호위 지휘사인 흑영위가 당신의 사부와 매우 친한 사이입니다. 그들은 자주 함께 술을 마셨죠.""그렇군요." 송석석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 중 어떤 사람이 흑영위 선배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날 수 없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안풍친왕은 이내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웃으며 말했다.“우리 북당은 3년 혹은 5년 후에 상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때 흑영위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송석석이 막 감사의 말을 하려는데, 시만자가 말했다."왜 3년 혹은 5년 후인가요? 좀 더 일찍 갈 수 없나요? 왕야와 왕비께서 가시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안풍친왕은 미소를 지으며 깊은 뜻이 담긴 말을 했다."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닙니다."그들이 말하지 않으니 더 이상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안풍왕비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저 눈앞의 간식들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설탕절임과 육포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매우 맛있게 먹었다.송석석은 탁자 아래에서 그들이 손을 서로 맞잡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사랑이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느꼈다.두 나라 간의 교류에 대해 더 얘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잠시 가볍게 잡담만 나눈 뒤 그들을 보내주었다. 떠나기 전에 안풍친왕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송대감, 시 소저, 4년 후에 상국에서 뵙겠습니다."송석석은 급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네. 왕야와 왕비께서는 반드시 오셔야 합니다."그들이 떠난 후, 별관 문이 닫혔다.송석석과 시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