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59화

Author: 유애
“사제님?”

순간 표정이 어두워진 사여묵이 고개를 홱 돌렸다.

“사실 난 만종문의 제자라고 볼 수도 없다. 사부님께서 난 만종문과 상관없이 따로 거둔 제자라고 하셨어.”

하지만 송석석은 생글거리며 눈을 반짝였다.

“사제님, 그 말은 거짓말인 것 같네요. 사숙께서도 결국 만종문 사람입니다. 그분의 제자인 사제님 역시 만종문 사람인 것이죠. 사제께서는 언제 입문하신 겁니까?”

하지만 사여묵은 여전히 억지 미소와 함께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다.

“서우를 데리고 송태공에게 간다고 했었지? 언제쯤 가볼 생각이야?”

한편, 송석석은 여전히 턱을 괸 채 사여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일 가볼 생각입니다, 사제님.”

구체적으로 뭐라 할 수는 없었지만 사여묵이 같은 사문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송석석이었다.

“...”

사여묵은 그런 그녀를 살짝 흘겨보았다.

“내가 너보다 나이도 더 많거늘.”

“네, 맞습니다. 사제님이 저보다 나이가 더 많으시지요.”

송석석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진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던 거였어. 해마다 매산으로 갔던 것도 사숙님의 제자이기 때문이라니. 그것도 나보다 더 후배였다니. 하긴 남강에 있었을 때야 장수들 앞에서 나한테 사저라고 할 수 없었겠지. 또 전장에선 병사와 장수의 관계만 있을 뿐이니까.’

하지만 사여묵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

분명 그가 무예도 더 뛰어나고 나이도 더 많은데 왜 본인이 사제란 말인가?

‘게다가 사부님께서 난 만종문 출신이 아니라 개인적인 제자일 뿐이라고 하셨단 말이다.’

하지만 송석석의 환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매산에서의 그 붉은 옷을 입었던 소녀를 보는 듯해 결국 그녀의 말을 들어주기로 다짐하는 사여묵이었다.

“밖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말거라.”

하지만 체면까지 버릴 순 없었다.

지아비가 되어서 부인의 사제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했다.

뜻대로 되자 송석석의 눈이 예쁘게 휘어졌다. 눈가에 찍힌 점이 유난히 도드라졌고 그 아름다운 미소에 사여묵은 시선을 돌릴 수 없을 정도였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0화

    사여묵은 북명군의 대장군이다. 비록 지금은 전란이 없어 진성에 머문다하나 북명군의 주둔지도 이 근처라 처리해야 할 업무도 많고 시시때때로 병사들 훈련까지 시켜야 하는데 대리사경 일까지 맡긴다니 말도 안 된다 싶었다.‘게다가 대리사는 형옥과 중요한 사건의 사형 재심을 맡는 곳이야. 문서 작업이 주인 기관인데 왕야님께선 무인이시잖아. 그것도 모자라 현갑위 지휘사 일까지 맡기다니. 문직, 무직도 모자라 북명군 대장군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겠네.’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사여묵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호부의 병권은 이미 다시 회수되었어. 지금의 북명군은 왕표가 관리하고 있지.”‘왕표?’송석석도 그를 알고 있었다. 평서백인 그는 전에도 군에서는 나름 명성이 자자했으나 일전의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뒤로는 더는 전장에 오를 수 없는 몸이 되어 조부의 작위를 이어받아 은거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고 들었었다.그렇게 평서백부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황제의 중용을 받으니 놀라웠다.‘그런데 왜 하필 장애가 있는 장수를 북명군 대장군으로 임명한 것일까? 왜 하필 지금 대장군을 교체한 것일까? 왕야님은 공을 세우고 돌아오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병부를 제출했다 해도 북명군 대장군 직위는 그냥 둘 수 있는 거 아닌가?’곰곰히 생각하던 송석석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폐하께서 왕야님을 견제하시는 겁니까?”그러자 사여묵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견제가 아니라... 향후 이상한 유언비어 때문에 우리 형제 사이의 우애가 상할까 걱정이 되셔서지.”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송석석은 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왜 저랑 혼인하시는 겁니까? 폐하께서 왕야님을 견제하신다면 저와 혼인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그녀는 송국공부의 딸이자 본인 역시 군공을 세우고 군심을 얻은 장군이기도 하다. 북명군도 현갑군도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전에 통솔했던 송씨 가문 병사들까지 모두 그녀에겐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병권을 스스로 내놓았다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1화

    괜히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니 대화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고 사여묵은 먼저 자리를 떴다.한참을 생각하던 송석석은 이 상황이 이해가 가는 듯하면서도 어리둥절했다.고민에 잠긴 그녀를 바라보던 양 마마가 망설이다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진복이 그녀의 앞을 막아서더니 몰래 고개를 저었다.“도련님께 먹을 것 좀 가져다 드리십시오. 글씨 연습을 한 지 꽤 되셨으니 많이 지치셨을 겁니다.”이에 살짝 한숨을 내쉰 양 마마가 말했다.“네.”주방으로 향하는 양 마마의 뒤를 진복이 따랐다.주방에 도착한 뒤에야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아가씨께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혼례를 올리고 나서 그때 얘기하시죠.”양 마마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압니다. 그저 아가씨께서 고민에 잠긴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 그만.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양 마마는 또 한 번 한숨을 푹 내쉬었다.“왕야님께서 병권을 포기하셨다는 건 저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가씨를 위해 그렇게 하신 거겠죠. 폐하께서 저희 아가씨를 미끼로 왕야님을 낚으신 겁니다.”“그저 속으로만 알고 있으시오. 다른 사람들한테는 얘기하지 말고.”“그럼요. 이런 말을 어떻게 함부로 한답니까. 그저 왕야님의 마음을 아가씨께서는 전혀 모르시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애초에 왕야님께서 아가씨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부인께선 끝까지 알리지 않으셨으니.”이에 진복이 미간을 찌푸렸다.“부인께서도 두려우셨던 거죠. 북명왕이 남강 전장에 나가지 않았다면 그 혼사를 동의하셨을지도 모를 텐데... 결국 고르고 고르다 그런 사내를 골랐을 줄이야.”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안타까워 양 마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부인께서 사대부 집안과 문관 가문의 자식을 사위 후보로 삼지 않은 건 아가씨가 보통 양반댁 규수들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첩을 두는 건 용납하지 못한다는 아가씨의 말에 전북망만 부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영원히 첩을 들이지 않겠다 맹세했었죠. 부인께서도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2화

    송씨 가문 일원 중 대부분은 상인으로 일하고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 이러한 도리를 잘 알고 있었다.송국공부는 그들에게 정신적인 지주나 마찬가지였다. 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준 적은 거의 없지만 송국공부와 친척이라는 사실만으로 사업적으로 이득을 본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게다가 송씨 가문은 워낙 단합적인 분위기고 송국공부는 얼마 전 거의 멸문을 당하는 큰 사고를 겪었으니 딱히 그들을 질투하는 분위기도 아니었으므로 송태공의 말에 다른 뜻을 품은 이는 거의 없었다.그뒤로도 송태공은 연설을 이어갔고 서우는 곁에서 그의 말을 새겨들으려 애썼다.전에 열렸던 가문 회의에 어린 그가 참석할 기회는 없었으니 태공과 직접 대면하는 것도 거의 처음이었으며 저도 모르게 가문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피어올랐다.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릇된 길로 가는 것이 가문과 아버지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뇌리에 박혔다.10월이 되니 날씨는 점차 차가워졌다.공씨 가문 쪽에서는 서우가 입을 옷가지들에 최고로 좋은 가죽 옷감을 보내주었다. 요즘엔 가문에 무슨 좋은 물건만 들어오면 전부 서우에게로 돌리는 눈치였다.또한 공씨 가문에서 먼저 송석석의 혼례 준비를 돕겠다고 나섰다.이에 양 마마는 송석석에게 이렇게 말했다.“설령 도움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그 성의가 갸륵하니 받으십시오. 그래야 저쪽에서도 마음이 편할 것입니다.”송석석은 양 마마에게 알아서하라고 분부한 뒤 한 마디 덧붙였다.“작은 일에 도움을 주는 건 좋지만 은화는 쓰지 못하도록 하거라.”서우가 돌아왔다는 사실은 곧 진성 곳곳에 퍼졌고 수많은 이들이 국공부를 찾아 서우에게 선물을 건넸다. 회왕비 역시 사람을 보내 서우에게 입힐 비단 옷감을 선물로 보내왔다.한편, 보주는 여전히 영안군주가 출가할 당시 송석석이 준비한 선물을 거절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입을 삐죽거렸다.“아가씨, 왜 굳이 이 옷감을 받으시는 겁니까. 저희한테 옷감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요.”이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3화

    이에 단신의가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해독 경과에 대해 얘기하마. 요며칠 치료를 한덕에 서우의 몸상태가 많이 좋아졌더구나. 오늘 맥을 짚어봤는데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더 빨라. 부은 목도 많이 종하졌고.”“정말요?”송석석이 눈을 반짝였다.비록 어제 이미 홍작에게서 몸 상태가 좋아졌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단신의가 직접 맥을 짚은 뒤 이렇게 말하니 송석석은 더 기분이 좋아졌다.“잘됐습니다. 그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홍작 의원님.”그동안 고생이 많았던 건 사실이었기에 홍작은 옅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일 뿐 겸손의 말은 하지 않았다.차를 한 모금 마신 단신의가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두 번째는... 네가 방금 말했다시피 서우의 몸이 많이 좋아진 듯하니 이제 다리를 치료해도 될 듯 싶구나. 일전에 말했듯이 다리를 고치려면 뼈를 다시 부러트려야 해.”송석석이 미간을 찌푸렸다.“네. 많이 아프겠죠.”“고통은 피할 수 없을 거다. 마음의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와주거라. 진통제가 있긴 하지만 뼈가 부러졌을 땐 진통제도 잘 듣질 않아. 혈을 봉하여 고통을 줄이는 게 더 좋을 것 같구나.”“봉혈로 진통이라니. 그게 가능한 겁니까?”송석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에는 이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혹시 후유증이라도 남는 건 아닐지.”“아주 정확한 시술이 필요하고 시간도 정확하게 제어해야 해. 혈을 너무 오래 봉인해 두면 혈맥이 제대로 통하지 않으니 설령 뼈를 제대로 붙인다 해도 거동이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까.”“점혈은 저도 압니다만 정확이 어느 정도로 정확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송석석이 다급하게 물었지만 단신의는 고개를 저었다.“점혈과 금침봉혈은 같은 원리라 네가 직접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을 정확히 제어해야 한다는 거야. 어린 아이들은 성인과 달라 시간을 조금만 지체하면 큰 후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비록 의술에 대해선 잘 모르는 송석석이었지만 단신의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정말로 위험한 일이라는 것 정도는 예감이 들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4화

    단신의가 자리를 뜬 뒤 송석석은 일단 서우와 대화를 나누었다.결국 본인이 직접 감당해야 할 고통이니 서우와도 상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송석석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서우는 고모의 품에 안겨 피식 웃은 뒤 그녀의 손바닥 위에 한글자, 한글자 적어나갔다.“사실 홍작 의원님께서 다 말씀해 주셨습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일 거라고요. 애초에 다리를 다쳤을 때도 정말 아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손바닥에 쓴 글씨라 몇 글자는 알아보기 힘들어 다시 쓰라고 한 송석석은 두 번째에야 그뜻을 알아차리곤 물었다.“그래서 봉혈을 하고 싶은 것이냐?”하지만 서우는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봉혈은 위험하다고 들었습니다. 다리를 치료해도 자칫 절름발이가 될 수 있다고요. 그러면 안 되죠. 전 앞으로 가문을 이끌어나가야 할 사람입니다. 국공부의 장문인이 절름발이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서우이 고개를 들어 송석석과 시선을 맞추었다.턱이 뾰족하던 얼굴에 꽤 살이 오른 모습이었다.서우는 손가락으로 글을 더 써내려갔다.“아버님도 전장에서 자주 다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저 간단한 외상부터 뼈까지 다치는 큰 부상까지... 하지만 아버님은 그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으셨겠죠.”“이 세상에 고통이 두렵지 않은 인간은 없단다. 그저 어른이니 웬만한 고통은 참고 넘어가는 것뿐이지.”송석석의 말에 서우는 바로 또 글씨를 써내려갔다.“저도 압니다. 사내대장부라면 고통을 참을 줄도 알아야 하죠.”“그렇지.”‘서우는 봉혈을 하는 게 내키지 않나 보네. 물론 그래도 공씨 가문 쪽 사람들한테는 이 사실을 알려야겠지.’그날 밤, 송석석은 직접 공부로 향했다.공씨 가문 역시 이 사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모두가 모여 가족 회의를 시작했다. 몸이 안 좋은 태부인까지 이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했다.하지만 공부에서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다.서우이 고통스러운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지만 행여나 봉혈의 시간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길까 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5화

    서우의 방앞에 도착하자 명주가 모두를 맞이했다.침대에 누운 서우는 이미 결심을 내린 뒤였다.그 어떤 모험도 하지 않고 온전히 고통을 견디기로 말이다.외가쪽 가족들까지 국공부로 와 그를 향해 걱정과 위로의 말을 건네니 서우는 그들을 향해 최대한 씩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하지만 그 모습에 어른들은 더 마음이 욱신거렸다.이제 겨우 7살인 아이다. 아프면 아프다고 징징대고 투정부릴 나이고 가족들의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할 나이인데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단신의가 치료를 시작하려던 그때, 사여묵 역시 국공부를 방문했다.공씨 가문 사람들은 북명왕이 서우의 목숨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언제고 시간을 내 찾아뵐 생각이었는데 본인이 직접 등장하니 부랴부랴 다가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이에 사여묵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우연히 마주쳐 도운 것뿐이니 고맙다는 인사는 하지 마시게. 그리고 오늘은 서우가 치료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러 온 것뿐이니 다른 얘기는 차후에 천천히 나누도록 하세.”한편, 서우가 송석석과 함께 왕부에서 지낸다면 사여묵의 미움을 사지 않을까 걱정하던 공부 사람들은 서우를 걱정하는 사여묵의 얼굴을 보곤 한시름 놓는 표정이었다.사여묵이 송석석과 공씨 가문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서우의 곁에는 내가 있을 테니 다들 나가보시게. 사내들끼리 나눌 얘기가 많아.”사여묵이 싱긋 웃으며 서우를 바라보았다.“그렇지 않느냐, 서우야?”서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솔직히 송석석과 외조부모가 곁에 있는 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던 그였다. 아픈 와중에 괜히 걱정할까 씩씩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이 컸지만 사여묵은 달랐다.‘왕야님은 할아버님, 아버님처럼 훌륭한 무장이시니 내게 힘을 주실 수 있을 거야.’사여묵의 깊은 뜻을 깨달은 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서우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그녀가 말했다.“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서우야, 잘 버텨야 한다.”고개를 끄덕인 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6화

    한편, 단신의는 방금 전 고통으로 인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던 서우의 모습을 떠올렸다.‘고통이 성대 회복에도 도움이 되나 보군... 좋은 현상이야.’접골은 홍작이 직접 해도 충분하나 서우는 보통 환자가 아니라 단신의가 직접 나섰다.접골은 그에게 숨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익숙한 일이었고 숙련된 손길로 조심스레 뼈를 맞춰가기 시작했다.고통으로 인한 식은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은 서우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사여묵의 팔목을 꽉 부여잡았다.손톱이 파고 들어가며 핏자국이 났지만 사여묵은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서우임을 알기에 내색하지 않았다.진통 효능이 있는 탕약을 먹었음에도 효과는 미미했다.다친 것은 다리뿐이지만 몸 전체가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렇게 영겁같던 치료가 끝나고 단신의는 두 나무판으로 다리를 고정했다. 뼈가 완전히 붙기 전까진 누워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단신의가 직접 만든 연고는 뼈가 다시 붙는데 도움을 주는 영험한 효능이 있었고 탕약까지 꾸준히 마셔주면 열흘 안에 다시 걸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였다.다리를 묶은 뒤 단신의는 또 탕약 한 그릇을 건넸다. 수면 작용이 있는 약초가 든 약이라 먹으면 스르륵 잠이 드는 약이었다.‘한숨 자면 많이 좋아질 테지.’한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서우의 처참한 비명에 가슴이 찢어지고 있었다.저 어린 아이가 저정도로 울부짖을 정도라면 얼마나 아플까 싶었다.송석석은 초조한 마음으로 마당을 서성대며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고 공부인은 벌벌 떨며 부처님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얼마나 흘렀을까. 문이 열리고 사여묵이 먼저 방을 나섰다.다급하게 방으로 들어간 송석석은 홍작이 침대에 누운 서우에게 고통을 완화해 주는 침을 놔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단신의가 그녀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듯 쉿하고 소리를 냈다.“나가거라. 한숨 푹 자게 내버려둬. 참 강한 아이로구나.”등 떠밀려 나간 송석석은 물론 다른 가족들도 서우를 만나는 것은 잠시 미루는 게 좋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7화

    사여묵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빠른 사여묵의 행동을 빤히 바라보았다.고개를 숙여 보이는 건 속눈썹뿐이었지만 가끔씩 살짝 움직이는 속눈썹이 미풍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느껴졌다.송석석이 이토록 부드러운 모습은 흔히 볼 수 없는 터라 사여묵의 가슴이 살짝 설레어왔다.두 바퀴나 감은 붕대를 살펴보던 사여묵이 피식 웃었다.“상처에 비해 너무 과분한 처리 아닌가?”“과분하다뇨.”고개를 든 송석석이 눈이 동그래져선 말했다.“이런 상처야말로 덧나면 큰일납니다. 전에 다친 적 있었는데 고름도 나오고 난리도 아니었지요. 제 손등 좀 보십시오.”송석석이 손등을 보여주었다.손톱 정도 되는 작은 흉터가 눈에 들어왔다.“그때 심하게 덧났었는데 사부님의 약 덕분에 나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흉터가 남고 말았죠. 이렇게 예쁜 왕야님 손에 흉터라도 남으면 곱지 않... 아니죠. 흉터가 있어도 고우십니다.”말하려다 방금 전 상처를 씻어낼 때 손에 크고 작은 흉터가 가득했던 걸 떠올린 송석석이 어색하게 말을 돌렸다.그 모습이 재밌어 사여묵은 그녀를 놀려대기 시작했다.“사내 손이 고운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곱지 않은 것보다야 낫지요.”송석석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피식 웃던 사여묵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실망이 크겠구나. 내 몸엔 온통 크고 작은 상처뿐이라서 말이야.”“그건 승리의 상징이지요.”손을 씻은 송석석이 꽃처럼 환하게 웃었다.“저도 있습니다. 그런 상처.”“전에 다친 데는 다 괜찮은 것이지?”전장에서 부상을 입었던 걸 떠올린 사여묵이 물었다.“그럼요. 오히려 지금은 자연스럽습니다.”치료에 필요했던 물건을 치우라고 말하고 차를 준비하라 분부한 송석석이 말했다.“공양 오라버니도 차 마시러 오시라고 전해라.”“진백님께서 정청으로 모셨습니다. 곧 저택으로 돌아가신다 합니다. 도련님께서 한동안 주무실 거라 단신의님께서 말씀하셨거든요. 괜히 기다리지 말고 돌아가셨다 내일 다시 오시라 하셨습니다.”“그래.”고개를 끄덕인 송석석은

Latest chapter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5화

    그의 이름은 신이었는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 대해서 말할 때, 경멸하는 기색을 띠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르는 사람까지 모두 침을 뱉으며 뻔뻔하다고 할 정도였다. 알다시피 애인과 야반도주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르는 것보다 더 욕먹을 일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후회하냐고 묻기도 했다. 그녀는 시집간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죄책감을 느끼긴 했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시 씨 가문의 명성이 손상되어 형제자매들과 조카들이 혼사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신이는 시 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태어날 때부터 온갖 보살핌을 받아왔다. 먹는 것은 물론 모두 산해진미이고, 입는 것도 모두 능라 비단이었다. 게다가 보모님과 오라버니의 총애까지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녀에겐 한 가지 결함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열네 살 때까지 월사가 오지 않은 것이었다. 많은 의사들을 불러 진찰을 받고 밤낮으로 약을 먹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몸이 차서 그러니 몸조리를 하면 나을 수 있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몰래 의사가 부모님께 하는 말을 들었다. 의사는 그가 몸이 차서 그런 병이 생긴 것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곳이 어린아이와도 같아서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마치 작은 꽃병과 같아서 꽃을 꽂을 수는 있지만 나무를 심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유했다.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건 여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녀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 좋은 사람에게 시집가서 부군에게 첩을 들인 후, 첩이 낳은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라고 조언해주었다.시 씨 가문이라는 후원이 있으면 그녀가 아이를 낳을 수 없어도 아무도 그녀의 지위를 흔들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 씨 가문의 재물은 그녀가 평생 부귀하게 살기에 충분했다. 신이의 조모도 그녀에게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시 씨 가문의 딸이라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4화

    추운 겨울이 되자 눈이 내려 성릉관은 하얗게 뒤덮였다. 세상이 마치 깨끗해진 것처럼 보였다. 이황자는 몇 년 동안 너덜너덜한 승복을 입고 발우를 받쳐 들고는, 가는 길에 동냥을 하다가 절을 보면 이틀 묵으며 부처님께 참회하면서 살았다. 사실 그는 원래 있던 절에서 계속 지낼 수 있었다. 편안하진 않지만 풍찬노숙할 필요도 없고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곳에서는 평생 죄를 씻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계속 길을 걷고 계속 고생해야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했다. 그가 성릉관에 도착했을 때 짚신은 이미 찢겨 있었고 발바닥에는 두꺼운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이제는 신발을 신지 않고도 자갈이 가득한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추운 날씨에는 모든 옷을 껴입어도 추위를 막을 수 없었지만 이미 익숙해진 뒤였다. 그는 눈보라를 맞으며 성릉관에 위치한 감은사로 향했는데, 몇 년 동안 발걸음을 멈춘 적이 없는 탓에 고단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심지어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그는 눈이 가득 쌓인 길에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그는 따뜻한 두꺼운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그가 있는 방에는 숯불이 피워져 있었고, 살짝 열린 창문으로 눈에 눌려 허리가 굽은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는 눈동자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순간 욕심이 생겨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문이 활짝 열렸다. 그가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갑자기 눈앞이 핑핑 돌더니 다시 힘없이 침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거라.” 이때 누군가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면서 약그릇을 그의 침대 옆에 놓았다. 그는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익숙해, 어지러움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서우 형?!’ 그는 자신이 잘못 보았을까 봐 다시 자세히 보려 했지만, 몸이 너무 어지러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3화

    대황자는 봄 사냥 때 숙청제에게 꾸중을 듣고 돌아간 후 앓아누웠다. 당시 이황자와 서우가 모두가 걱정했는데 덕비는 오히려 기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황제폐하께서는 분명히 대황자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덕비는 이황자를 안고 반드시 부지런해야 하고, 태부와 황숙의 말을 잘 듣고 누구보다 잘 배워 황형을 제압해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다. 그로 인해 이황자의 마음은 몹시 복잡했다. 덕비가 줄곧 그에게 태자와 황제가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 말해주었을 때 비록 그도 마음이 설렜지만 자신과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그와 대황형, 서우 형, 그리고 셋째 동생이 사이가 좋아 도저히 대황형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매일 모순적으로 지내다 보니 오히려 학업이 나빠졌고 승마 연습을 할 때도 여러 번 실수를 했다. 하지만 덕비는 이상하게 그를 탓하지 않았고 며칠 동안 계속 게으르게 하라고 했다. 그렇게 덕비는 이황자를 데리고 복마마를 자주 뵈러 갔고, 복마마 궁전에서 숙청제를 만날 수도 있었다. 덕비는 며칠 동안 그곳을 드나들더니 어느 날 굳은 표정으로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차가운 말투로 청이에게 자신의 보살핌이 없으면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황제폐하를 자주 뵈러 갈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황자는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와 승마술에 전념했다. 이황자는 당시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몰랐고, 비록 매일 힘들긴했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웠기에,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숙청제의 천추세에 승마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세 황자와 서우도 가서 겨뤄 보기로 했다. 원래 그런 대회에서 황자들은 재미있게 참석만하면 되지만, 덕비는 그 경기를 몹시 중시했다. 덕비가 이황자에게 마름쇠를 건넬 때, 그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황자는 원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황형의 목숨을 앗으려 하다니, 이황자는 처음으로 어마마마가 무서워졌다.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2화

    이황자의 출가하기 전의 이름은 사범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황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평가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세 황자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진짜라고 믿으며,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이런 말로 인해 자랑스러워할 때마다 덕비는 매번 그를 바닥으로 밀쳤다. 그녀는 늘 연민과 복잡한 감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내 뱃속에서 태어나 평생 그 바보에게 밀리게 생겼구나. 바보 주제에 운은 또 얼마나 좋은 지.” 그는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귀에 익힐 정도로 들었다. 하지만 덕비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않고 매번 사적으로만 그에게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어마마마가 대황형을 가장 싫어하면서 왜 매번 자애롭고 온화한 눈빛으로 대황형을 보며, 분명 바보라고 해놓고 총명하다고 칭찬하는지 몰랐다. 이해가 안 돼서 몰래 청이에게 물어보았더니 청이는 한숨을 쉬며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황자 님, 마마께서는 이황자 님을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계신 거예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가 말을 들을 때마다 어머니는 기뻐하셨고 그에게 한숨을 쉬거나 애처로운 눈빛을 보이지 않았다. 숙청제가 그를 보러 올 때마다 덕비는 그가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러자 숙청제는 그에게 어떤 책을 읽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기억했는지도 물었다.그는 매번 대답을 아주 잘해서 숙청제를 흡족하게 했다. 답은 모두 미리 외운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건 없었다.가끔은 숙청제가 그에게 대황형이 괴롭히거나 장난감을 빼앗지는 않는지 물어보기도 했다.하지만 그런 질문에도 정답이 있었는데, 그는 매번 자기가 동생이니 황형에게 양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황자가 매번 그렇게 대답할 때마다 숙청제의 눈빛은 몹시 복잡했는데, 이황자는 그 눈빛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숙청제가 잠시 침묵한 후에 그의 머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1화

    어릴 때부터 친했던 두 친구는 각자의 분야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수철이 약을 접하게 되면서 약과 의리는 그가 신약산장을 의지하는 모든 것이 되었다. 산에 내려가 의관을 차리고 사람들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매번 참기만 했는데 서우가 왔다 간 후 보내온 편지를 본 그는 산에서 내려갈 희망이 생겨 마음이 부풀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 부상에 시달린 적이 있어서 열심히 통증과 부상을 치료하는 약을 연구했는데, 의술이 전면적인 나머지 뒤처지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지난 몇 년동안 한 번도 타오르지 않았던 한 줄기의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신약산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는 자신이 설령 살아갈 수 있다 하더라도 이번 생은 그곳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신분과 얼굴을 바꾸고, 배운 것을 가지고 산에서 내려갈 수 있다면, 그는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이상 숨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었다. 그 생각에 그는 며칠 동안 흥분한 상태로 제약 공장에서 먹고 마셨다. 사부님은 그런 그의 모습이 조금 두렵게 느껴져 사공에게 편지를 써 알리려고 했다. 그는 사부에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환한 미소를 띠었다. 그 웃음에 놀란 사부님은 심지어 무당을 불러 귀신이 씐 건 아닌지 보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서우 형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는 사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비록 그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나중에 너무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항상 해야 했다. 날이 지나고 더위와 추위가 오가더니 벌써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추분, 날씨가 상쾌한 어느 가을, 하늘의 밝은 태양은 사람을 뜨겁게 하지 않았고 하얀 구름들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어 들어오고 있었다. 서우는 다시 한번 신약산장에 발을 들였는데, 이번엔 그의 서동인 진소설을 데리고 왔다. 진소설은 몽동이를 따라 무술을 익혔다. 그런데 노력한 사람은 역시 보답을 받는다고, 비록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0화

    “사정언, 너 말 좀 그만해.” 송석석은 눈살을 찌푸리고 서우에게 매달려 쉴 새 없이 말하는 딸을 혼냈다. 새빨갛게 그을린 작은 얼굴에 닭장처럼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한 눈에 봐도 밖에서 뛰어놀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우가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쉬지도 않고 사촌 오빠에게 길에서 본 재미있는 일들을 물었다. “어머니.” 사정언은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니 왠지 억울해 보였다. 그녀의 외모는 부모님의 장점만 닮아 있었다.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촌 오라버니를 만나지 못했으니, 당연히 할 말이 많지요. 하루만 못 봐도 3년 못 본 것처럼 길게 느껴진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누가 그런 말을 가르쳐줬어?” 송석석이 눈살을 더욱 찌푸렸다. “왕사백이요. 그가 며칠 전에 매산으로 갔었는데, 돌아오자마자 시 고모를 안고 그렇게 말했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시만자는 고개를 숙여 송석석의 눈빛을 피했다. 그녀는 그때 정언이 나무 위에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아이 앞에서 껴안고 그런 오글거리는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녀는 이 아이가 말을 따라 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 나이의 아이들이 왜 어른들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이맘때쯤에 최대한 어른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말이다. 사정언은 대답한 후에도 계속 서우를 잡고 말했다. “오라버니, 혹시 상서에 갔어? 상서에서 시신 업는 것을 봤어? 정말 소국이 말한 것처럼 앞에서 종을 흔드는 도인이 있고, 뒤에 좀비들이 따라가는 거야? 그들은 걸어가 아님 뛰어가? 꼭 밤에만 볼 수 있는 거야? 낮에는 햇볕이 쨍쨍해서 볼 수 없는 거야? 그들은 말할 줄 알아? 뭘 먹어? 그리고 그곳엔 주술을 잘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미인을 본 적이 있어? 그런 미인은 오라버니가 마음에 드는지…….” “그만해!” 송석석도 이내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보주, 서주, 어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9화

    송석석은 이번에 외출할 때 황제에게 유람하러 간다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신약산장에 오래 머물지 않고 7일 만에 떠나 만종문으로 향했다.그녀는 원래 진성으로 돌아가 홍현 고모를 찾고 싶었지만 평무종 고모를 직접 찾아가서 분장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분장술은 어렵지 않지만 능숙하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하려면 한두 달 만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간단한 분장술은 기존의 얼굴에도 할 수 있었지만 비가 오기만 해도 쉽게 흔적이 드러날 수 있었다.그러니 간단한 분장술만 배워서는 안 되었다.그리고 또 다른 미용술은 가면을 만드는 것인데 일반적인 가면은 일정한 두께가 있어 답답하고 오랫동안 착용하면 얼굴에 상처가 날 수 있다.게다가 가면을 착용할 때는 특수 물약을 묻혀야 했기에, 뜯을 때도 얼굴에 상처가 입을 수 있었다.운익각 사람들은 가면을 착용할 때 오래 착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탐꾼들은 무공도 괜찮고 경공도 높아 임무를 수행할 때만 가면을 착용해서 물약을 묻힐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벗겨져도 얼굴에 검은 천으로 복면을 쓰고 있어서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일반인들이 변장해서 탐문할 때 사용하는 것은 변장의 첫 번째 방법이었다.평무종은 서우의 요구를 듣고 말했다.“얼굴에 오래 쓰고 있을 수 있으면서도 원래 피부를 해치지 않고 잘 벗겨지지 않는 가면이라, 그럼 상어가죽으로 만드는 것은 어떠냐.”“상어가죽이 무엇입니까?”서우는 매미의 날개처럼 얇고 물에 젖어도 흔들리지 않는 상어비단은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그건 엄청 귀중한 비단이었다.그러자 평무종이 설명했다.“상어가죽은 분장술에서 쓰이는 가장 좋은 소재이다. 통풍이 잘 되고, 얼굴에 단단히 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아 빗물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심지어 눈으로 보나 만지나 모두 진짜 피부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상어가죽으로 가면을 만들려면 상어 눈물을 사용해서 실을 짜내고 다시 밑감을 만들어야 해서 매우 번거롭다.”그러자 서우가 물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8화

    그렇게 두 사람은 촛불을 들고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조정의 일은 일절 말해주지 않은 탓에, 수철은 지금 나라가 안정적이라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미 대황자가 아니다. 따라서 지금 그가 지켜야 할 것은 자신의 목숨뿐이고, 다른 것은 이미 그와 상관이 없어졌다. 그는 조정에 관한 화제를 꺼내면 모두가 예민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릴 때 그는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단 사공이 와서 조금씩 분석해 주었고, 그의 사부님도 이해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다. 그와 셋째 동생 사이에 가족의 정으로 목숨을 걸고 불안정한 여생을 걸어야 한다면 결코 모두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받아들기로 한 것이었다. 삶은 계속될 텐데, 매일을 의미 있게 잘 보내야 목숨을 건진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서우가 그의 다리에 대해 물었다. “내가 오기 전에, 고모가 그러던데 넌 다리를 다쳐서 일어날 수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걸을 수 있게 된 거야?” 그러자 수철이 말했다. “부황께서 승하하신 해에 산장에서 몇 사람이 와서 진찰해 보더니 정말 심하게 다쳤다며 이대로 두었다가는 계속 아플 테니 반드시 극단적인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하더군.” 그러자 서우는 호기심에 물었다. “어디서 온 신의야? 그럼 그때부터 치료한 거야?” 그 물음에 수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북당에서 왔는데 그 사람은 그 말만 하고 날 치료해주지 않고 당일에 떠났어. 그러다가 지난달에 와서 약주를 줘서 그걸 마셨는데, 난 하루 종일 혼수상태에 빠졌어. 심지어 깨어나니 다리가 아파 죽을 것 같았지.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점점 좋아지더니 누군가 부축하면 일어날 수 있게 되었어. 처음에는 잘 일어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점점 똑바로 설 수 있게 되었지. 그리고 지금은 혼자 몇 걸음은 걸을 수 있게 됐어.” 그러자 서우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북당신의? 그분께서 아직 살아 계셔?” “아니, 돌아가셨어. 내가 일어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7화

    [번외편]신약산장의 진달래가 온 산천지에 피었다. 다채로운 경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황홀하게 만들었다. 특히 신약산장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마저 그곳에 살고 싶어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예외인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말을 타고 산 아래에 도착해 말을 잘 배치한 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직 눈앞의 길만 보았고 찬란한 꽃들은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걸으며, 가끔 경공을 사용하기도 했다. 신약산장이 비록 높지는 않았지만 은밀하게 숨겨져 있었고 많은 갈림길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도를 수도 없이 봐 온 덕분에 신약산장으로 향하는 길을 이미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있었다. 약관 때 그가 작위를 계승했을 당시, 작은 고모가 많은 선물을 주었는데 그중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지도였다. 그리고 그에게 온몸의 피가 끓게 하는 소식을 알려주었는데 바로 수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그는 한숨도 자지 못했고 옛날의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작위를 받은 후 입궁해서 사은하고 선조들에게 제사를 지낸 후 답방 인사를 드려야 했는데, 작은 고모의 말로는 인맥을 굳건히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래서 무려 보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신약산장으로 출발했다. 산 아래에 도착하자 그는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산문을 본 순간, 강한 슬픔에 휩싸여 발걸음을 멈추고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작은 고모는 그에게 수철이가 두 다리를 못 쓰게 되었고, 불행 중 다행히 치료 후에 목숨은 건졌지만 약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그것은 평생 약을 달고 의자에 앉아 있거나 침대에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그의 기억 속의 수철의 모습은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제멋대로며 횡포한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태후마마와 황제폐하를 실망시킬까 봐 무술이든 공부든 최선을 다 했던 모습이었다. 특히 무술은 고모부가 재미있게 가르쳐 준 덕분에 그들은 항상 활기차게 뛰어다닐 수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