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인사를 나눈 후 두 어르신은 보름 후의 파티 얘기를 꺼냈다.“초대장은 이미 리스트에 따라 발송했어. 할아버지도 그때 산에서 내려오실 거니까 그동안 너희 차질이 생기면 안 돼.”여진성이 두 사람에게 당부했다.심해영도 고다정에게 물었다.“참, 너희 예복은 맞췄어? 스타일리스트는 예약했고?”이 말을 듣고 고다정이 웃으며 대답했다.“다 준비됐습니다. 예복과 스타일링은 준재씨가 고모님께 맡긴다고 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준비됐으면 됐어.”심해영은 한시름 놓았다며 고다정에게 몸조리를 잘하라고 몇 마디 더 당부하고는 여진성과 함께 떠나갔다.그 이튿날 고다정은 줄곧 병원에서 쉬었다.사흗날 의사가 검사한 후 열이 완전히 내렸다고 말해서야 여준재는 퇴원을 허락했다.집에 돌아온 그녀는 쌍둥이가 집에 있는 것을 보고 다소 의아해하며 물었다.“너희 오늘 유치원 가지 않았어?”“엄마 바빠서 정신이 없나 봐요. 오늘 주말이에요.”쌍둥이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정말 까먹고 있었던 고다정은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그녀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쌍둥이가 다가오더니 그녀를 끌어안고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맛있는 간식을 사 왔어요?”“어... 깜박했네. 다음번에는 꼭 사 올게.”고다정이 겸연쩍게 대답했다.그제야 이틀 전 쌍둥이를 속이기 위해 맛있는 간식을 사 오겠다고 약속한 게 기억났다.이 말을 들은 쌍둥이가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그러나 둘은 어른스럽게 고다정을 들볶지 않았다.하윤이가 어리지만 당차게 말했다.“알았어요. 잊어버렸다니 넘어갈게요. 하지만 다음에는 잊어버리면 안 돼요. 우리는 말한 것은 지키는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 해요.”“알았어.”고다정은 폭소를 금치 못하며 딸애의 볼을 꼬집었다.한집 식구가 한참 웃고 떠들 때 이 집사가 밖에서 들어오더니 공손하게 보고했다.“도련님, 작은 사모님, 고모님이 왔습니다.”“고모님이 오셨다고요?”고다정은 다소 의아해하며 안으로 모시라고 이 집사에게 지시했다.잠시 후,
거의 세 시간 만에 고다정 등은 모든 예복 피팅을 마쳤다.다행히 모든 예복은 고칠 필요가 없었다.여아린은 직원에게 보고 받더니 고다정과 여준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예복에 문제가 없다 하니 그냥 놓고 갈게. 그리고 계산 좀 해줘.”그녀는 옆에 있는 가방에서 계산서를 한 뭉치 꺼내서 여준재에게 건넸다.여준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그것을 받지 않았다.“이건 손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고모가 전에 말하지 않았어요?”“그렇게 말한 적이 있지만 네가 아니라 다정이와 두 조카에게 준다는 말이었어. 네 예복은 돈을 내고 사야지. 얼른 계산해.”여아린이 또 재촉했다.고다정과 강말숙은 어리둥절해졌다. 대화 주제가 이렇게 확 바뀌다니.여준재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더니 계산서를 넘겨받았고, 금액에 수많은 0이 달린 것을 보고는 자기가 바가지를 썼다는 걸 알았다.그러나 그는 따지지 않고 흔쾌히 수표책을 꺼내 액수를 적고는 찢어서 여아린에게 넘겨주었다.그러자 여아린은 수표를 받아 고다정에게 건넸다.“다정아, 이건 고모가 너랑 두 조카에게 주는 첫 대면 선물이야. 파티하는 날에 다른 선물도 있어.”“이건, 안 그러셔도 됩니다.”고다정은 놀라 멍해졌다.그녀는 여아린 고모가 이 돈을 자기에게 주리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여아린은 고다정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 수표를 억지로 안겨주면서 밀어붙였다.“안 그래도 되긴. 받아. 웃어른이 주는 건 거절하면 안 돼.”어쩔 수 없이 고다정은 이 거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리둥절해하는 쌍둥이를 향해 작은 소리로 말했다.“얼른 고모할머니께 감사드려.”“고모할머니, 감사합니다.”쌍둥이가 깜찍하게 감사를 표했다.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여준재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노릇이다.‘내 돈을 가지고 선심을 쓰다니.’강말숙도 이들을 지켜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렇게 이날 저녁 여아린은 빌라에 남아 식사했다. 식사하는 동안에도 웃고 떠들며 시
여준재는 구남준의 보고를 듣자마자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그 보안 회사는 어디 있지?”“항운시에 있습니다.”구남준은 사실대로 말했다.여준재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지금 당장 항운시에 제일 빨리 도착하는 항공편을 예약해.”“네.”구남준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명을 받들고 돌아서 나갔다.그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준재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폰을 들고 고다정한테 연락했다.전화 너머에서 고다정의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에요?”“항운시에 있는 회사에 일이 생겨서 조금 있다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요 며칠 될수록 집에 있어요. 나가거든 소담과 소민을 꼭 데리고 나가요.”여준재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그저 자세히 당부했다.고다정도 별다른 생각 없이 알겠다고 대답했다.“알겠어요. 저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항운시에 가서 안전 조심하고 밥도 제때 챙겨 먹으면서 몸 잘 돌보아요. 바쁘다는 핑계로 살이 빠져서 돌아오면 화낼 거예요.”“네, 알겠어요.”여준재는 웃으면서 약속했다.두 사람은 한참 얘기를 나눈 후에야 전화를 끊었다.그날 저녁, 여준재는 항운시에 도착했다.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보안 회사가 이미 퇴근한 상태여서 여준재는 당장 찾아가지 않았다.호텔에 체크인한 후 여준재는 구남준을 보면서 물었다.“신우하이테크 감시카메라에 몇 명 혐의 상대들이 찍혔던데, 이 보안 회사에는 의심되는 사람 없어?”“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보안 회사 직원들 정보를 알아보고 전에 찍힌 혐의자들과 비교해 보았는데 그중 세 명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이 보안 회사 직원이 맞더군요.”구남준은 말하면서 서류 가방에서 사진과 자료를 꺼내 공손하게 여준재에게 건네주었다.여준재는 자료를 건네받고 자세히 읽어보았다. 그 세 혐의자가 맞았다.그의 얼굴빛이 얼어붙을 듯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는 자료와 사진을 내려놓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잘됐네. 미리 준비해 둬. 내일 아침 바로 보안 회사로 갈 테니까.”“네!”
밝은 사무실의 분위기는 매우 팽팽했다.중년 남성은 확실히 여준재가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었다.이 회사의 관리 제도는 다른 보안 회사와 달랐는데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직접 임무를 하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회사 인터넷 포럼에 현상금과 임무 내용을 올리고 직원들이 각자 완성한 결과와 임무 정보를 가지고 회사에서 현상금을 받는 것이다.이 제도 때문에 중년 남성도 늦게서야 자신이 여준재를 건드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후회할 겨를도 없었다.한참 지나 중년 남성이 여준재를 노려보던 시선을 거두고 씁쓸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여 대표님,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었다고 하면 믿어주시겠습니까?”“내 사람을 건드려 놓고 오해라고 쉽게 넘어갈 생각인가요?”여준재는 비꼬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살벌한 기운은 중년 남성으로 하여금 일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깨닫게 했다.중년 남성은 미간을 찌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그럼 여 대표님께서는 뭘 원하시는 거죠?”“난감하게 굴 생각이 없어요. 이 임무를 수행한 사람과 영수증을 저한테 넘기시죠.”여준재가 자신의 요구를 제기하자 중년 남성은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그건 안 됩니다. 사람은 넘겨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영수증은 제공해 드리겠습니다.”이런 일로 회사 사람을 쉽게 넘겨주었다가 다시는 그의 회사와 합작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여준재는 이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기에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구남준에게 눈짓했다.구남준은 서류 가방에서 자료 하나를 꺼내더니 중년 남성에게 건네주었다.중년 남성은 머뭇거리더니 자료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자료를 확인하더니 이내 눈이 휘둥그레서 몸을 덜덜 떨었다.바로 이때, 여준재가 다시 말했다.“다시 선택해 보시죠. 회사를 지킬 건지 아니면 직원을 지킬 건지.”이 말을 들은 중년 남성은 고개를 번쩍 들고 여준재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짧은 순간이었지만 여준재는 그 살기를 포착했고
여준재는 그들의 말을 듣고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너희 말대로라면 겁만 줘서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 하는 거야?”이를 악물며 말하는 그의 눈빛은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만 같이 섬뜩했다.이봉원과 그의 팀원들은 말문이 막혔는지 아니면 두려워서인지 하나둘씩 움츠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인내심이 바닥까지 떨어진 여준재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데려가.”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봉운과 그의 팀원들을 잡고 있는 경호원을 향해 손짓했다.그들은 이내 보안 회사를 떠났다.여준재도 같이 떠나려고 할 때 구 상무가 그를 불러세웠다.구 상무는 아첨하는 듯 웃으면서 시름이 놓이지 않았는지 다시 확인하려고 했다.“여 대표님, 아까 그 자료는...”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지만 여준재는 그의 뜻을 알 수 있었다.그는 차가운 눈길로 구 상무를 힐끗 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신고할 생각 없으니까요.”여준재는 한 마디만 남기고 성큼성큼 떠나자 구남준도 그의 뒤를 따랐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선 후 구남준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진짜 이렇게 가만둘 건가요?”“내가 신고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이 신고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잖아. 증거 남기지 말고 그 자료를 경쟁 회사에 넘겨.”말을 하는 여준재의 눈에 한기가 맴돌았다.‘감히 내 사람을 건드리다니,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지!’...그날 저녁, 여준재는 부랴부랴 운산으로 돌아왔다.구남준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여준재에게 물었다.“대표님, 저 사람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경찰서에 넘겨. 그리고 사실대로 말하면 판사에게 선처해 주게끔 고려해 보겠다고 전해.”“알겠습니다.”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을 처리하러 갔다.여준재는 차를 몰고 빌라로 돌아갔다.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뒷마당에서 들려오는 즐거운 웃음소리를 들었다.소리를 따라가 보니 고다정이 두 아이를 데리고 뒷마당에서 놀고 있었다.세 사람의 밝은 미소를 보면서 여준재는 이틀
고다정의 말을 들은 여준재는 감동 받았다.그는 마음속의 충동을 참지 못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고다정을 품에 와락 껴안았다.고다정은 여준재가 갑자기 자신을 끌어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는지라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무슨 일어났는지 깨달았다.“뭐 하는 거예요. 얼른 놔요. 등 뒤에 아직 침이 꽂혀있단 말이에요.”그녀는 화가 나서 여준재의 팔을 쳤다.여준재는 고다정을 더 꼭 끌어안다가 이내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는 고다정이 화낼까 봐 결국 오래 안지 못했다.다시 자유를 얻은 고다정은 그를 힐끗 째려보고는 말했다.“얼른 엎드려요. 혈을 잘못 찌르면 큰일 나는 거 몰라서 그래요?”“알겠어요. 화내지 말아요. 다시 엎드리면 되잖아요.”여준재는 화난 고다정을 달래면서 얌전히 다시 엎드렸다.다행히도 침이 정확한 혈을 이탈하는 현상이 생기지는 않았다. 고다정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그녀는 한숨을 내쉬고는 퉁명스럽게 여준재의 뒤통수를 노려보더니 그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다.“스읍~”고요한 방안에서 여준재가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등 이곳저곳이 아파 나자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갑자기 왜 이리 아픈 거예요? 혈을 잘못 찌른 거 아니에요?”“잘못 찌르지 않았어요. 건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에 치료방안을 바꿔보았어요.”고다정은 자신이 손을 보았다는 걸 숨기지 않고 그대로 털어놓았다.“...”여준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그녀를 화나게 한 게 분명했기에 참는 수밖에 없었다.그는 주의력을 돌리기 위해 아까 끝내지 못한 얘기를 다시 꺼냈다.“아까 항운시로 갔다고 했는데 전에 있었던 일에 관한 실마리를 찾아서 다녀온 거예요. 조사한 소식에 따르면 고다빈이 지시한 짓이 분명해요.”“역시 고다빈이었네요.”고다정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을 전해 듣자 기분이 나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여준재도 이를 눈치채고 그녀를 달랬다.“이런 일로 기분 나빠 할 필요 없어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지 한 번 생각해
진동진과 유이단의 섬뜩한 눈빛 때문에 고다빈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그녀는 사실 들키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경찰이 그녀의 일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일로 찾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진동진과 유이단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고다빈을 보면서 불만스러웠다.하지만 두 사람이 다시 묻기도 전에 진시목을 수저를 놓고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먼저 경찰들을 집안으로 모셔야지 않을까요?”“그래 네 말이 맞아. 얼른 가서 경찰들을 안으로 모셔 와요. 그리고 차도 준비해 드리고요.”유이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옆에 있던 집사에게 말했다.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갔다.유이단은 집사가 나가자마자 엄숙한 표정을 짓고 고다빈을 노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경찰이 안 좋은 일로 찾아온 게 아니라고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진씨 집안에 안 좋은 영향이라도 미치게 되면 당장 너희 고씨 집안으로 돌아가!”유이단은 한마디 말만 남기고 일어서 거실로 나갔다.진동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을 보아서는 유이단의 말을 동의하는 것 같았다.진시목도 두 사람을 따라 나가려고 했는데 일어서기도 전에 고다빈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오빠, 나 도와줄 거지?”그녀는 붉어진 눈시울을 하고 진시목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진시목은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에 있는 고다빈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불법적인 일만 하지 않고 진씨 집안에 해가 되는 일만 하지 않았다면 내 아내인데 당연히 도와줄 거야.”진시목은 말하고는 고다빈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거실로 나갔다.고다빈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불법적인 일만 하지 않고 진씨 집안에 해가 되는 일만 하지 말라고... 두 가지 다 한 것 같은데.’‘하지만 경찰이 그 일로 찾아온 건 아닐 거야.’고다빈은 속으로 생각하면서 거실로 나
“전에 이혼하고 싶다고 한 건 진짜 이혼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얌전히 있으라고 겁을 주려고 그런 거예요.”진시목은 전에 있었던 일에 관해 설명했다.유이단은 이런 내막이 있었을 줄은 생각 못 했는지라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화제를 바꾸었다.“그럼 이제 어떡해요? 고씨 집안에 알려요?”“잠시 알리지 말고 회사 변호사를 시켜서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게 하는 거로 해.”진동진은 엄숙하게 말했다.진시목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당장 회사 법무팀에 연락할게요.”그러나 그들은 고씨 집안에서 이렇게 빨리 소식을 전해 들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고다빈이 경찰에 체포된 후 고씨 집안에 연락했던 것이다.그녀는 이런 일이 일어난 후 진씨 집안에서 자신을 도울지 확신이 가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고씨 집안에 도와달라고 했다.심여진은 고다빈이 경찰에게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경찰에게 잡혀가다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진시목은? 진씨 집안에서 상관 안 해?”심여진은 연달아 몇 가지 질문을 했다. 하지만 통화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고다빈은 답하지 못하고 급하게 한마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엄마, 먼저 아무것도 묻지 말고 아빠랑 변호사 데리고 와서 나 좀 꺼내줘요. 그리고 나중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게요.”심여진은 어쩔 수 없이 끊어진 전화를 들고 고경영한테 연락했다.반 시간 후, 두 사람은 부랴부랴 경찰서로 들어갔다.심여진은 들어가자마자 로비에 있는 안내 데스크를 찾아가 다급하게 물었다.“안녕하세요. 저희 고다빈 가족인데요 우리 다빈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는 거죠? 왜 우리 다빈이를 잡아가는 거예요?”데스크에 있던 직원은 심여진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그녀를 훑어보면서 공식적인 답변을 했다.“청부업자를 통해 다른 사람 안전을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협박까지 했습니다. 증거가 충분하니 왼쪽에 있는 세 번째 사무실에 가서 자세한 정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