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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아무것도 하지 않다

뒤늦게 샤워를 마친 고다정은 갑자기 멍해졌다.

왜냐하면, 조금전 들어올 때 잠옷을 까먹고 갖고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욕실에는 목욕가운조차 없었다.

고다정은 생각할수록 후회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문을 살짝 열고 수줍게 말했다.

“혹시 밖에 있어요?”

“네, 왜요?”

곧 여준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왔고,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했다.

그의 움직이는 그림자를 본 고다정은 재빨리 그를 제지했다.

“다가오지 말아요!”

비록 문이라는 가림막이 있긴 했지만 일단 옷을 입고 있지 않았기에 그녀는 극도로 긴장한 상태였다.

그 소리에 여준재는 의아하긴 했지만, 일단은 발걸음을 멈춰 섰다.

이윽고 고다정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그 침대 쪽에서 제 잠옷 좀 건네줄 수 있어요? 아니면 먼저 나가 있을래요? 제가 옷 갈아입으면 다시 들어와요.”

“저 나갔다가 못 들어오면 어떡해요. 그러니 그냥 잠옷 가져다줄게요.”

여준재는 일부러 고다정에게 장난치며 침대 옆에 곱게 개어진 잠옷을 문틈으로 건네주었다.

고다정은 잠옷을 건네받으며 어이가 없는 듯 중얼거렸다.

“하여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네.”

여준재는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녀와 논쟁을 벌일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그래요, 제가 생각이 많았어요. 내 여자친구가 어떻게 날 문전박대 할 수 있겠어요.”

“…”

고다정은 말문이 막혀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윽고 그녀는 앙칼지게 그를 노려다 보며 답했다.

“됐어요, 저 옷 갈아입어야 해요.”

말을 마친 뒤 그녀는 욕실 문을 닫았다.

여준재는 문밖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온화한 표정으로 꼭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 분 뒤, 잠옷으로 갈아입은 고다정이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침대 끝에 앉아 있는 여준재를 바라보며, 그를 내쫓을 수 없다는 걸 인지하고는 아예 당당하게 말을 건넸다.

“저 다 씻었어요. 그러니 준재 씨도 얼른 씻어요.”

‘전에 같이 잔적이 없는 것도 아닌데 뭐. 지금은 그냥 애들만 없을 뿐이잖아.’

그녀는 그때 가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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