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물었다.“여 대표님이 혹시 제 동생 행방을 알고 계시는지 묻고 싶어서요.”여준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눈치채지 못할 날카로운 눈빛으로 천천히 말했다.“진혁 도련님이 사람을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요?”“글쎄요. 제 동생이 좀 밉상이라는 걸 저도 알아요. 여 대표님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혼내줄 수도 있지만 사정을 좀 봐주셨으면 합니다. 저의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에게 하나밖에 없는 딸이거든요.”원진혁은 뼈가 있는 말을 하면서 여준재의 표정을 몰래 살폈지만 아쉽게도 그는 표정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이를 본 원진혁은 저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정말 내가 잘못 짚었나?’그의 속내를 알 길 없는 여준재는 그가 방금 한 말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직접 밖으로 내몰았다.“진혁 도련님, 다른 일이 없으면 나가 주시죠.”원진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가려다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고다정과 부딪힐 뻔했다.“진혁 도련님이 왜 여기 있어요? 저를 찾아오신 거예요?”고다정은 의외라는 듯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원진혁은 고객을 흔들며 부인했다.“아니요. 여 대표님을 찾아왔어요.”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원진혁이 여준재를 찾는 데는 사업상의 문제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이때 원진혁이 문득 물었다.“고 선생님은 제 할아버지 방에서 오시는 거죠? 할아버지는 상태가 좀 어때요?”“원빈 어르신은 회복이 빨라서 이틀 더 치료하고 그 뒤에는 몸조리만 잘하시면 됩니다.”고다정은 숨김없이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원진혁은 부드럽게 웃으며 감사를 표시했다.“고 선생님이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고다정이 겸손하게 말했다.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일상적인 대화를 듣고 있던 여준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이쪽으로 걸어왔다.그가 나타나자 고다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나왔어요?”“당
“왜요?”고다정이 의아해하며 돌아보자, 원진혁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어젯밤 제 동생이 귀가하지 않아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많이 걱정하십니다.”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원경하가 귀가하지 않은 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그녀의 의문을 눈치챘는지 원진혁이 말을 이었다.“제 동생은 어제 고 선생님과 여 대표님을 쫓아갔다가 사라졌어요. 여 대표님이 뭔가 아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고 선생님이 여 대표님한테 여쭤봐 주실 수 있을까요?”“잠깐만요. 그 말뜻은 준재 씨가 경하 씨를 없어지게 했다는 건가요?”그제야 그의 말뜻을 이해한 고다정은 다소 불쾌해하며 그를 쳐다보았다.원진혁은 부인하지 않았다.“어쩌면요. 물론 이건 단지 저의 추측이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제가 오해했다면 나중에 고 선생님께 사과드리겠습니다.”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고다정도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어 가볍게 머리를 끄덕인 후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알았어요. 제가 준재 씨한테 물어볼게요. 하지만 준재 씨가 지금 쉬고 있어서 좀 늦을 거예요.”“그럼 부탁드릴게요.”원진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사의 뜻을 표하자 고다정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른 일이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그러나 말을 마치고 떠나려는 찰나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고다정이 부주의로 옆에 있는 테이블 모서리에 걸려 몸이 균형을 잃으면서 앞으로 넘어지려 할 때, 이를 본 원진혁이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받쳐주었다.“고 선생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고맙습니다.”고다정은 고마워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원진혁이 제때에 받쳐주지 않았으면 그녀는 얼굴이 망가졌을지도 모른다.그런데 마침 집에 돌아온 원경하가 이 광경을 목격했다.게다가 원경하의 시선에서 보면 고다정과 원진혁이 껴안고 있는 것 같다.소리 지르려던 원경하는 뭔가 생각난 듯 휴대폰을 꺼내 두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사진을 찍었다.“고다정, 이번에는 어떻게 변명하는가 보자.”그녀는 원한에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원여사는 걱정스레 캐물었다.“그럼 너 괜찮아? 그 사람들이 널 괴롭히지 않았어?”“아니요. 그 사람들은 저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단지 검은 방에 하룻밤 가둬 두었어요.”원경하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설명하자 원씨네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생각이 많아진 고다정은 곁눈질로 언제 자기 옆에 왔는지 모르는 남자를 보며 그들 둘만 들을 수 있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당신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죠?”“왜 나랑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여준재는 부인하지도 인정하지 않은 채 그녀를 껴안으며 낮은 소리로 되물었다.고다정은 눈앞의 남자를 올려다보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직감적으로.”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그녀를 껴안은 채 말없이 웃었다.고다정은 답을 알아챘지만 말하지 않았다.그때 원여사가 조금 전 일에 대해 물었다.“방금 무엇 때문에 다투었어?”이 말에 원경하는 드디어 잊고 있던 일이 생각났다.그녀가 여준재를 올려다보며 고자질하려 할 때 원진혁이 앞질러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방금 고 선생님이 넘어질 뻔한 걸 제가 호의로 부축했는데 뜻밖에 동생이 그걸 보고 저와 고 선생님을 오해했어요.”“제가 오해한 게 아니에요. 분명 고다정이 뻔뻔스럽게 오빠를 유혹했어요. 그걸 사진으로 증명할 수 있어요.”원경하는 흥분하며 반박하더니 휴대폰을 꺼내 방금 찍은 사진을 찾으려 했다.이를 본 여준재는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여준재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이내 눈치챈 고다정은 불안해하며 낮은 소리로 해명했다.“원경하의 말은 사실이 아니에요. 그때 정말 뭔가에 걸려 넘어질 뻔한 걸 진혁 도련님이 단지 호의로 부축해 줬어요. 그걸 어떻게 원경하가 본 거예요.”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고개를 돌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여자를 보며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었다.“설명할 필요 없어요. 나는 당연히 당신을 믿어요.”원진혁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그는 원경하가 다짜고짜 자기와 고다정에게 구정
조금 뒤, 아침 식사가 끝나자 고다정은 신수 노인을 따라 원빈 노인을 치료하러 갔고 여준재는 회사 일을 처리하기 위해 진성시 지사에 나갔다.원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도 각자 일로 바빠졌다. 그간 원빈 노인이 앓아눕자 줄곧 집에서 곁을 지켰던 원호열과 원진혁은 회사에 나갔다.원여사는 모두가 일하러 나간 틈을 타서 원경하를 설득하기 위해 그녀의 방으로 올라갔다.“사모님.”문밖에서 경호원이 원여사를 보고 깍듯이 인사했다.원경하가 또 고다정을 찾아가 말썽을 일으킬까 봐 원호열은 아예 그녀가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문을 지키게 했다.원여사는 차갑게 말했다.“문 열어요. 들어가서 아가씨를 좀 보게.”경호원은 감히 막지 못하고 돌아서서 문을 열어주었다.방에 들어선 원여사는 어두운 안색으로 침대에 앉아있는 자기 딸을 발견했다.원경하는 그녀를 보더니 콧방귀를 뀌며 머리를 홱 돌렸다.“아직도 화가 나 있어?”원여사는 어쩔 수 없이 먼저 다가가 침묵을 깼다.“엄마는 말한 대로 하지 않았어요. 분명 제가 여준재한테 접근하도록 도와준다고 하셨잖아요.”원경하가 불만을 토로하자 원여사도 부인하지 않았다.그녀는 원경하의 말이 끝난 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말했다.“원래는 네가 여준재한테 접근하게 도와주려 했었어. 하지만 너도 봤잖아? 그놈은 전혀 우리 체면을 봐주지 않아. 심지어 나 같은 웃어른한테도.”말문이 막힌 원경하는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이를 본 원여사는 간곡한 말로 타이르기 시작했다.“사실 이 세상에 훌륭한 남자가 여준재 하나뿐이 아니잖아. 우리 다른 사람을 찾으면 돼. 그리고 너는 여준재를 안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어. 그 사람을 다 알아?”이 말을 듣고 있던 원경하는 끝내 엄마가 찾아온 목적이 뭔지 깨달았다.그녀는 뾰로통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불쾌하게 말했다.“그러니까 이런 말을 하려고 나한테 찾아온 거예요?”“그래, 경하야, 너도 이제 컸어. 어린애가 아니니까 항상 제멋대로 하면 안 돼.”원여사는 계속 설득했고 이 말을 들은 원경하
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급히 여준재에게서 떨어지면서 응답했다.“알겠습니다. 지금 건너갈게요.”그러고는 여준재에게 당부했다.“씻고 먼저 쉬어요. 갔다 올게요.”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욕실로 향했다.이때 문밖에 있던 원경하가 도둑고양이처럼 방에 들어올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그녀가 문을 살며시 열고 들여다보니 방에는 사람이 없고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이 광경을 본 그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하늘도 나를 돕는군.’그녀는 살그머니 방에 들어가 코트를 벗었다. 하얀 투명 실크로 된 섹시 파자마는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완벽하게 드러냈다.원경하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었다. 몸매만 봐도 여준재가 무조건 자기에게 반할 것이라고 믿었다.이때 욕실의 물소리가 멈췄다.깜짝 놀란 원경하는 급히 신발을 벗고 침대에 올라가 욕실 쪽으로 등을 돌리고 누웠다.여준재는 욕실에서 나오며 이 광경을 보고 고다정이 돌아온 줄로 착각했다.그러나 말을 떼려던 순간 갑자기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고다정이 돌아왔다면 자기한테 인사도 하지 않고 한마디 말이 없이 침대에 누워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그리고 바닥의 신발도, 의자에 놓인 옷도 고다정의 것이 아니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여준재는 안색이 확 어두워지더니 성큼성큼 침대 옆으로 다가가 침대 위에 누워있는 사람을 위험한 눈길로 내려다보았다.자기 정체가 드러난 줄을 모르는 원경하는 흥분과 긴장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여준재가 침대에 올라오면 불을 끄고 관계를 사실화하려 했다.그러면 고다정이 갑자기 돌아온다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생각은 아름다웠지만 일이 그녀가 예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그녀가 기대와 긴장에 가득 차 있을 때 몸을 덮고 있던 이불이 확 젖혀졌다.이불 밑의 여자가 원경하인 것을 한눈에 알아본 여준재의 준수한 얼굴은 음침함이 극에 달했다.“너였어.”약간 벌린 입술 사이로 차가운
방에서 나온 원경하는 바로 자기 침실로 돌아가지 않았다.사람을 불러 자기가 그들의 방에서 건드렸던 물건을 깨끗이 치우고 있는 여준재를 복도에서 바라보며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나쁜 놈, 지금 누굴 모욕하는 거야?”그녀는 이를 갈며 욕했지만 소리가 작아 아무도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같은 시간 위층에서 내려오던 고다정은 직원들이 눈에 익은 이불 커버를 들고 가는 것을 보고 불러세웠다. 직원들은 그녀를 보더니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고 선생님.”“지금 뭐 하는 거예요?”고다정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그들이 안고 있는 이불 커버에 시선을 고정하고 궁금해하며 물었다.“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건 제 방의 이불 커버인 것 같은데요.”직원은 머리를 끄덕이며 인정했다.“고 선생님 방에서 쓰던 이불 커버가 맞습니다. 여 대표님이 더러워졌다며 가져가 씻으라 하셨습니다.”여준재가 시킨 거라고 하니 고다정은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을 내려보냈다.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검은 그림자가 옆으로 튀어나오더니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고다정.”눈앞의 해맑은 여인을 노려보는 원경하의 두 눈에서는 도무지 감출 수 없는 질투가 타올랐다.이 여자 때문에 여준재가 그녀를 방에서 쫓아냈고 심지어 그녀를 바이러스로 간주해 그녀가 건드렸던 물건을 전부 갈아치웠다.고다정은 갑자기 나타난 원경하를 보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쌀쌀하게 말했다.“경하 씨, 무슨 일이 있으세요?”“뻔뻔스럽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준재 오빠에게 거절당했겠어요? 다 당신의 존재 때문이에요.”원경하는 고다정의 예쁜 얼굴을 노려보며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고 화가 치밀었다.‘이 여자가 내 남자친구를 거듭 꼬드긴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공공연히 나한테 시비를 걸어? 정말 내가 성깔이 없는 줄 아나?’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며 매정하고 쌀쌀맞게 말했다.“한 가지
그 소리에 귀신에게 홀린 듯하던 원경하가 찬물이라도 맞은 것처럼 순간적으로 냉정해졌다.그녀는 목이 졸려 얼굴이 파랗게 된 고다정을 보고 흠칫하더니 급히 손을 놓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뒤로 한 발 물러섰다.하마터면 사람을 죽일 뻔했다.고다정은 풀려나긴 했지만 상황이 매우 안 좋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목에서 얼얼한 통증이 전해졌다.그녀는 목재로 된 베란다 난간을 잡고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그녀가 잡은 난간이 갑자기 끊어졌다. 그녀는 아무 준비도 없이 끊어진 난간과 함께 베란다에서 떨어져 나갔다.여준재는 방에서 나오며 이 광경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안돼.”그는 가장 빠른 속도로 베란다로 돌진했지만 결국 늦어서 허탕을 치고는 땅에 꿇어앉았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고다정이 정원의 연못에 떨어지며 큰 물보라가 일었다. 여준재의 얼굴에도 물방울이 튕겼다. 10월이라 연못의 물은 여간 차가운 게 아니었다.여준재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절망감에서 벗어났고, 고다정이 연못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 뛰어내렸다.이 광경을 본 원경하는 깜짝 놀라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다.“준재 오빠.”급히 베란다 난간 쪽에 가니 연못에 뛰어내린 여준재가 고다정을 껴안고 물가로 헤엄쳐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이를 본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속으로 화가 났다.‘고다정 저년이 왜 떨어져 죽지 않았어? 저년은 매번 운이 좋아!’여준재는 이런 걸 몰랐다.그는 뛰어내린 후 가장 빠른 속도로 고다정의 옆에 다가갔고 의식이 불분명한 고다정이 그저 본능적으로 살고 싶은 욕구 때문에 물속에서 계속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다정 씨…”여준재는 그녀를 껴안은 후 이름을 부르면서 물가로 헤엄쳐 갔다.하지만 의식을 잃기 직전인 고다정은 소리가 들렸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그러나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았는지 원래 거부하던 고다정이 여준재의 품속에서 조용해졌
여준재는 놀라서 벌벌 떠는 여인을 죽은 사람 다루듯 손을 뻗어 정확히 그녀의 목을 졸랐다.원경하는 여준재가 자기를 보자마자 말 한마디 없이 직접 손을 쓰리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놔, 놔요…”그녀는 힘겹게 말하며 손발을 허우적거렸다.그러나 목을 조르고 있는 손은 쇠집게 같아 아예 빠져나올 수 없었다.달려온 원씨네 부부가 마침 이 광경을 보고 대경실색했다.“여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원여사가 성난 목소리로 물으며 뛰어 들어와 자기 딸을 구하려 했다. 여준재의 검은 눈동자에 한 가닥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원여사를 쳐다보지도 않고 질식 직전인 원경하를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쳤다.땅바닥에 나동그라진 원경하는 무의식적으로 목을 움켜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눈에서 여태껏 볼 수 없었던 공포가 느껴졌다.부모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느 한순간 정말 이 남자에게 목 졸려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경하야, 괜찮아?”원여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닥에서 부축해 일으켰다.이때 원호열도 여준재 앞에 다가가 어두운 얼굴로 따져 물었다.“조금 전 일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그건 원 대표님 따님한테 물어보세요.”그러면서 여준재는 차가운 시선으로 원경하를 흘끗 보았다.이 말을 들은 원호열은 왠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눈앞의 여준재와 멀지 않은 곳에서 켕기는 게 있는 듯 자기 아내 품에 움츠리고 있는 딸을 번갈아 보더니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원수 같은 계집애, 너 또 무슨 짓을 했어?”원호열은 여준재가 이유 없이 무례를 범할 리 없고 틀림없이 자기 딸이 먼저 여준재를 건드렸다는 것을 잘 안다.그러나 원경하는 원여사 품에 숨어 아버지의 질문에 묵묵부답이다.그녀가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여준재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따님은 별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시원한 옷을 입고 수치심도 모른 채 저와 다정 씨의 방에 들어왔고 스스로 침대에 기어올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