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나온 원경하는 바로 자기 침실로 돌아가지 않았다.사람을 불러 자기가 그들의 방에서 건드렸던 물건을 깨끗이 치우고 있는 여준재를 복도에서 바라보며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나쁜 놈, 지금 누굴 모욕하는 거야?”그녀는 이를 갈며 욕했지만 소리가 작아 아무도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같은 시간 위층에서 내려오던 고다정은 직원들이 눈에 익은 이불 커버를 들고 가는 것을 보고 불러세웠다. 직원들은 그녀를 보더니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고 선생님.”“지금 뭐 하는 거예요?”고다정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그들이 안고 있는 이불 커버에 시선을 고정하고 궁금해하며 물었다.“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건 제 방의 이불 커버인 것 같은데요.”직원은 머리를 끄덕이며 인정했다.“고 선생님 방에서 쓰던 이불 커버가 맞습니다. 여 대표님이 더러워졌다며 가져가 씻으라 하셨습니다.”여준재가 시킨 거라고 하니 고다정은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을 내려보냈다.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검은 그림자가 옆으로 튀어나오더니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고다정.”눈앞의 해맑은 여인을 노려보는 원경하의 두 눈에서는 도무지 감출 수 없는 질투가 타올랐다.이 여자 때문에 여준재가 그녀를 방에서 쫓아냈고 심지어 그녀를 바이러스로 간주해 그녀가 건드렸던 물건을 전부 갈아치웠다.고다정은 갑자기 나타난 원경하를 보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쌀쌀하게 말했다.“경하 씨, 무슨 일이 있으세요?”“뻔뻔스럽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준재 오빠에게 거절당했겠어요? 다 당신의 존재 때문이에요.”원경하는 고다정의 예쁜 얼굴을 노려보며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고 화가 치밀었다.‘이 여자가 내 남자친구를 거듭 꼬드긴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공공연히 나한테 시비를 걸어? 정말 내가 성깔이 없는 줄 아나?’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며 매정하고 쌀쌀맞게 말했다.“한 가지
그 소리에 귀신에게 홀린 듯하던 원경하가 찬물이라도 맞은 것처럼 순간적으로 냉정해졌다.그녀는 목이 졸려 얼굴이 파랗게 된 고다정을 보고 흠칫하더니 급히 손을 놓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뒤로 한 발 물러섰다.하마터면 사람을 죽일 뻔했다.고다정은 풀려나긴 했지만 상황이 매우 안 좋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목에서 얼얼한 통증이 전해졌다.그녀는 목재로 된 베란다 난간을 잡고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그녀가 잡은 난간이 갑자기 끊어졌다. 그녀는 아무 준비도 없이 끊어진 난간과 함께 베란다에서 떨어져 나갔다.여준재는 방에서 나오며 이 광경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안돼.”그는 가장 빠른 속도로 베란다로 돌진했지만 결국 늦어서 허탕을 치고는 땅에 꿇어앉았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고다정이 정원의 연못에 떨어지며 큰 물보라가 일었다. 여준재의 얼굴에도 물방울이 튕겼다. 10월이라 연못의 물은 여간 차가운 게 아니었다.여준재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절망감에서 벗어났고, 고다정이 연못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 뛰어내렸다.이 광경을 본 원경하는 깜짝 놀라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다.“준재 오빠.”급히 베란다 난간 쪽에 가니 연못에 뛰어내린 여준재가 고다정을 껴안고 물가로 헤엄쳐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이를 본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속으로 화가 났다.‘고다정 저년이 왜 떨어져 죽지 않았어? 저년은 매번 운이 좋아!’여준재는 이런 걸 몰랐다.그는 뛰어내린 후 가장 빠른 속도로 고다정의 옆에 다가갔고 의식이 불분명한 고다정이 그저 본능적으로 살고 싶은 욕구 때문에 물속에서 계속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다정 씨…”여준재는 그녀를 껴안은 후 이름을 부르면서 물가로 헤엄쳐 갔다.하지만 의식을 잃기 직전인 고다정은 소리가 들렸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그러나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았는지 원래 거부하던 고다정이 여준재의 품속에서 조용해졌
여준재는 놀라서 벌벌 떠는 여인을 죽은 사람 다루듯 손을 뻗어 정확히 그녀의 목을 졸랐다.원경하는 여준재가 자기를 보자마자 말 한마디 없이 직접 손을 쓰리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놔, 놔요…”그녀는 힘겹게 말하며 손발을 허우적거렸다.그러나 목을 조르고 있는 손은 쇠집게 같아 아예 빠져나올 수 없었다.달려온 원씨네 부부가 마침 이 광경을 보고 대경실색했다.“여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원여사가 성난 목소리로 물으며 뛰어 들어와 자기 딸을 구하려 했다. 여준재의 검은 눈동자에 한 가닥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원여사를 쳐다보지도 않고 질식 직전인 원경하를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쳤다.땅바닥에 나동그라진 원경하는 무의식적으로 목을 움켜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눈에서 여태껏 볼 수 없었던 공포가 느껴졌다.부모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느 한순간 정말 이 남자에게 목 졸려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경하야, 괜찮아?”원여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닥에서 부축해 일으켰다.이때 원호열도 여준재 앞에 다가가 어두운 얼굴로 따져 물었다.“조금 전 일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그건 원 대표님 따님한테 물어보세요.”그러면서 여준재는 차가운 시선으로 원경하를 흘끗 보았다.이 말을 들은 원호열은 왠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눈앞의 여준재와 멀지 않은 곳에서 켕기는 게 있는 듯 자기 아내 품에 움츠리고 있는 딸을 번갈아 보더니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원수 같은 계집애, 너 또 무슨 짓을 했어?”원호열은 여준재가 이유 없이 무례를 범할 리 없고 틀림없이 자기 딸이 먼저 여준재를 건드렸다는 것을 잘 안다.그러나 원경하는 원여사 품에 숨어 아버지의 질문에 묵묵부답이다.그녀가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여준재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따님은 별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시원한 옷을 입고 수치심도 모른 채 저와 다정 씨의 방에 들어왔고 스스로 침대에 기어올랐지만
신수 노인은 고다정의 상태를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고다정이 큰 문제 없다는 말을 듣자 여준재는 곧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제야 신수 노인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볼 틈이 생겼다.“방금 어디 갔다 온 거야? 설마 다정이보다 중요한 일이 있어?”그러고는 다소 불만스럽게 여준재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여준재는 남자친구라는 자식이 여자친구가 혼수상태인데 곁을 지키지 않고 뭐 하는 거야?’라고 따지는 듯했다.신수 노인이 오해하자 구남준이 급히 여준재 대신 변명했다.“오해하셨습니다. 대표님은 방금 사모님을 위해 복수하고 왔습니다.”이 말을 듣자 신수 노인은 갑자기 궁금해졌다.“어떻게 된 거야? 어서 말해봐.”“원씨네 아가씨가 저희 사모님과 대표님이 함께 있는 걸 질투해서 사모님을 해치려고 베란다에서 아래로 밀었는데 다행히 베란다 아래가 연못이었어요. 안 그랬으면 2층이 높지 않다고 해도 사모님은 크게 다치셨을 거예요.”구남준이 자초지종을 대충 설명하자 듣고 있던 신수 노인이 노발대발했다.“잘하는 짓이다. 원빈 어르신한테 반드시 해명을 들어야겠어. 아니면 그와 끝장을 볼 거야.”그가 말을 마치고 씩씩거리며 방을 나가자 걱정된 구남준이 여준재를 쳐다보았다.“대표님, 제가 가서 신수 노인을 막을까요?”“아니, 떠들게 놔둬. 원씨 집안이 어떤 태도로 나오는지 보게. 내일 아침까지 결론이 없으면 경찰에 신고해.”이같이 매정한 말을 내뱉은 후 그는 조금 뒤 뭔가 생각이 난 듯 말을 이었다.“참, 이따가 회사에 돌아가서 기획팀에 원진그룹을 타격할 방안을 준비하라고 해. 그리고 경호원 두 명을 문밖에 세워놓고 내 허락 없이는 신수 어르신 외에 아무도 들이지 마.”“네.”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지시를 처리하러 갔다.조금 뒤, 그는 무섭게 생긴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돌아왔다.마침 그때 원호열도 원경하를 혼내준 후 이쪽으로 왔다.그는 고다정의 상황을 확인한 후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 보려 했다.원경하가 이렇게 큰일을 저질
여준재는 원씨네 부자 사이에 일어난 일을 모른 채 줄곧 고다정의 곁을 지켰다.밝은 불빛 아래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는 고다정은 얼굴이 종잇장같이 창백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어두운 눈빛의 여준재는 그녀의 귓가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했다.그렇게 꼬박 하룻밤을 새웠다.…이튿날 날이 희미하게 밝아오자 혼수상태였던 고다정이 천천히 깨어났다. 그녀는 머리 위의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그때 그녀의 귓가에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깼어요? 어디 불편한 데 없어요?”여준재가 물으면서 가까이 다가와 관심을 표했다.정신이 든 고다정은 엉망인 그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준재 씨?”고다정이 놀랄 만도 한 게, 여준재의 몰골이 정말 너무 초라했다.그의 비싼 수제 고급 양복은 소금에 절인 채소처럼 구겨져 있었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던 머리카락도 아무렇게나 이마에 늘어져 있었다. 심지어 매끄럽던 아래턱에 수염도 가득 올라왔고 잘생긴 얼굴에서 감출 수 없는 피곤함이 느껴졌다.너무 기뻐서인지 여준재는 고다정의 이상한 눈길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흥분해서 말했다.“나예요. 몸은 좀 어때요? 신수 어르신을 불러올까요?”“아니요, 저 괜찮아요.”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의사인 그녀는 검사하지 않아도 자기 몸 상태를 알 수 있었다.말하던 그녀가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자 여준재는 이내 걱정스레 물었다.“왜 그래요?”“목이 아파요.”고다정이 한 글자씩 겨우 말했다.그제야 여준재는 고다정의 목소리가 좀 잠겨있는 것을 발견하고 잠시 걱정에 잠겼다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신수 어르신이 당신이 깨어났을 때 목이 아픈 게 정상이라고 했어요. 목에 상처가 나면서 성대를 다쳐서 그래요.”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어젯밤 일이 생각나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지만 안색은 어두워졌다.“원경하는요?”그녀는 어젯밤 2층에서 떨어진 후 의식이 불분명해져 그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여준재는 그녀의 얼굴에서 무슨 생각을 하
몇 분 뒤, 신수 노인이 급히 달려왔다.문 앞에 서 있는 원진혁을 보고 신수 노인은 이미 마음속으로 이 사람이 뭐 하러 왔는지 짐작하였다. 그는 원진혁한테 눈길도 주지 않고, 좋은 안색은커녕 그냥 무시하며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여준재가 고다정한테 한창 물리적 해열을 해주고 있는 걸 보고 어떤 상황인지 알아챘다.“다정이가 열이 난 지 얼마나 됐냐?”“새벽에 깨어날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었는데, 아마 그 후 잠이 들면서부터 열이 난 것 같아요. 한두 시간 정도 됐을 거예요.”여준재가 무거운 표정으로 답했다.신수 노인은 알겠다고 끄덕이고는 고다정의 맥을 짚어 보았다.얼마 후, 그는 손목을 놓으며 긴장을 풀었다.“걱정 하지 마. 다정이는 괜찮아. 너무 놀라서 열이 난 거니까 별 나쁜 일은 아니야. 내가 침 몇 대 놓으면 오후엔 나을 거야.”“그럼 어르신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여준재는 너무 감격하여 말했다.신수 노인은 머리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을 놓기 시작했다.몇 분 지난 후, 열이 나 정신이 흐리멍덩하던 고다정이 다시 깨어났다. 목 안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너무 아프고 말랐다.“물……”그녀는 겨우 새어 나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여준재가 그걸 보고 얼른 물을 가져다 고다정을 부축해 일으키고 입 쪽에 물을 갖다댔다.물을 조금 마시니 정신이 차츰 돌아오기 시작한 고다정은 자신이 아프다는 걸 알고, 옆에 있는 신수 노인을 향해 감사를 드렸다.“고마워요, 어르신. 또 폐를 끼쳤네요.”“그런 말 마라. 내가 지금 한참 후회 중이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 해도 원빈 그 늙은이한테 병 봐준다고 오지 않았을 텐데.”신수 노인은 말하면서 분통이 터져 화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다정은 그저 듣기만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귓가에 여준재의 걱정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몸은 좀 어때요?”“괜찮아요. 걱정하지 말아요.”목 상태가 좋지 않은 탓에 그녀의 원래 청아했던 목소리가 허스키해지고 말도 더듬더듬 겨우 뱉어냈다.
원빈 노인은 미안해하며 고다정을 바라봤다.고다정은 그의 말을 듣고 눈길을 아래로 향해 원경하를 내려 보았다.고다정과 눈빛이 마주친 원경하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뻘겋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알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보나 마나 원경하는 사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걸 알아차린 고다정은 개의치 않고 차갑게 말했다.“원빈 어르신,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다행히 제가 죽을 팔자는 아니라서 별일 안 생겼으니까요.”그녀의 비꼬는 말투에 원빈 노인은 체면에 금이 간 나머지 급기야 아들한테 화를 버럭 냈다.“네 잘난 딸이 뭘 했는지 좀 보거라!”말하는 동안에도 그는 성에 차지 않아 지팡이로 원호열을 세게 두드렸다.원호열은 두들겨 맞아 아프면서도 감히 피하지 못했다.원여사는 그런 남편이 안쓰러웠고, 딸이 아직도 눈치 없이 구는데 화가 나 원경하한테 호통쳤다.“너는 애가 왜 이렇게 철이 없니? 고 선생님이 널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짓까지 할 수 있어? 나랑 네 아버지가 너를 너무 오냐오냐하며 잘못 키웠구나. 네가 오늘 고 선생님께 사과를 안 하면, 이젠 널 멀리 보내버리고, 널 낳지 않은 셈 칠 거야!”“네 엄마 말이 맞다. 네가 잘못을 모르면 우리 집엔 더 이상 너같이 악랄한 사람을 용납 못해. 넌 감히 네 할아버지 약재에 장난질을 하고, 대놓고 고 선생님을 죽이려 했으니, 어느 날 나와 네 어머니가 널 기분 나쁘게 했다간 우리까지 죽이려 들 거 아니냐!”원호열도 곁에서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였다.원경하는 이 말에 저절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제가 그럴 리 없어요.”그러나 그녀의 말을 원씨 집안사람들은 더 이상 믿지 않았다.원호열은 목소리에 더 무게를 가해 재차 다그쳤다.“마지막으로 묻겠다. 사과할 거냐 안 할 거냐?”원경하는 부친의 단호한 눈빛을 보면서 그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그녀가 사과를 안 하면 그들은 정말 그녀를 보내버리고 다시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결국, 그들의 압력에 못 이겨 원경하는
사실상, 신수 노인의 말대로 원경하는 사당에 끌려온 후 사방의 음산한 배치와 조상들의 신주를 보고 놀라서 미칠 것 같았다.그녀는 몸부림을 치며 문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으나, 밖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이 그녀를 막아섰다.“아가씨, 어르신이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꿇어 계시라고요.”“난 여기 있기 싫어. 날 데리고 나가줘. 할아버지한테 갈 거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다고.”원경하는 울며 애원했으나, 경호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원경하는 사당에 갇혔지만, 그녀에 관한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원빈 노인은 원씨 부부를 따로 서재에 불러들였다.서재에서 원씨 부부는 공손한 표정과 함께 옅은 불안감을 안고 원빈 노인의 맞은편에 앉았다.그들의 표정은 빠짐없이 원빈 노인의 눈에 들어왔다.그는 눈꺼풀을 늘어뜨리고 그들한테 얘기했다.“너희들을 오라고 한 건, 경하에 대한 조치를 의논하고 싶어서다.”이 말을 듣자 원씨 내외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들은 일찌감치 아버지가 원경하를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다.원여사가 참지 못하고 먼저 물었다.“아버님 생각은 어떠신지요?”원빈 노인은 그녀를 힐끗 보았다. 그녀의 생각을 모를 리 없는 원빈 노인은 직설적으로 말을 꺼냈다.“그 아이는 이미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졌어. 난 더는 그 애를 원씨 집안에 둘 생각이 없다!”“경하를 쫓아내시게요?”원씨 부부는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원빈 노인을 쳐다보았다.원빈 노인은 부인하지 않고 침울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내가 쫓는 게 아니라, 원씨 집안에서 더 이상 그 애를 용납할 수 없다는 거야. 너희들 보기에 내가 그 애를 사당에 가서 꿇게 했다고, 여대표가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것 같으냐?”이 말이 나오자 부부는 침묵에 빠졌다.맞는 말이다. 사당에서 무릎 꿇는 정도 갖고는 고다정이 받은 상처와는 비교도 안 되니, 여준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이때 원빈 노인은 또 입을 열었다.“그것뿐만 아니라, 너희들이 그때 방안에서 했던 얘기도 내가 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