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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바보, 눈 감아

밝은 방 안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고다정과 여준재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 보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 둘은 그제야 마음이 진정되었다.

“저…”

“저…”

때마침 둘은 같은 타이밍에 입을 열었다.

하지만 서로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는 걸 눈치채고는, 똑같게 하려던 말을 멈추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

“먼저 말해요.”

말이 떨어지는 순간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우리가 이렇게 통할 줄 몰랐어요.”

여준재는 다정하게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이마를 맞대었다.

그 모습에 고다정은 다소 수줍긴 했지만, 대담하게 그를 껴안으며 살짝 미소지어 보였다.

“그러게요, 아니면 먼저 말할래요?”

“다정 씨 먼저 말해요. 내가 남자친구로서 여자친구한테 양보하는 건 당연한 거죠.”

여준재는 일부러 장난스럽게 그녀를 향해 말했지만, 애정어린 그 말투는 무시할 수 없었다.

그 말에 고다정은 꿀 바른 듯 마음속이 달콤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 제가 먼저 말할게요. 오늘부터 준재 씨 여자친구로서 부탁 좀 하려고요. 저는 남자친구가 다른 곳에서 살았으면 하는데, 이 부탁 들어줄 수 있을까요? ”

그녀는 여우처럼 웃어 보이며 두 눈을 반짝였다.

그 말에 여준재는 일부러 말을 길게 늘어뜨리며 고다정을 긴장하게 했다.

“그건…”

고다정은 오늘 그와 정식으로 사귄 첫날로서, 자기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말한 이유는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적응 좀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사귀자마자 둘이 같이 있는 것 또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창 그녀가 생각에 빠져있을 때쯤, 갑자기 하늘이 빙 돌더니 남자가 여자 위에 있는 자세로 침대에 쓰러졌다.

눈앞에 잘생긴 그를 본 고다정은 순간 멍해졌다.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갑자기 여준재가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바보, 눈감아.”

키스조차 할 줄 몰라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그녀를 보며 여준재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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