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는 바로 긴장한 표정이었다.강세헌의 등장이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이다!송연아는 표정을 가다듬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세헌 씨 여기 어떻게 왔어요?”강세헌이 머리를 들자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이 담담했다.“어디 갔었어?”“나 볼 일 있었어요.”송연아는 일부러 강세헌의 시선을 피하고 테이블로 걸어가 물 한 컵을 따르고 마시면서 사실을 은폐했다.“세헌 씨 여기는 왜 왔는지 아직 말하지 않았어요.”강세헌의 목소리는 약간 차가웠다.“아들이 아픈데 내가 와서 보면 안 돼?”송연아는 마음이 찔려 눈을 내리깔았다.강세헌은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사실대로 고백할 생각이 없어보였다.그는 화가 났다.찬이는 두 사람의 아이다.찬이가 누군가의 공격을 당했는데 송연아는 의도적으로 그에게 사실을 숨겼다. 그를 불신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나 찬이 데려갈 거야.”강세헌이 말했다.송연아는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무슨 자격으로요?”“내가 찬이의 아빠인 자격으로.”“찬이는 내가 낳았어요. 내가 낳지 않았으면 세헌 씨에게 아들이 있을 수 있겠어요?”송연아는 다급히 반박했다.강세헌은 그녀를 쳐다보며 30초 동안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없으면 너 혼자 낳을 수 있었겠어?”송연아는 말문이 막혔다.“...”이 말은 왜 이렇게 변태처럼 들리는 걸까?그녀는 강세헌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그와 이렇게 맞서는 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먼저 물러서는 수밖에 없었다.“찬이 지금 아파요. 세헌 씨는 찬이를 병원에서 데리고 나갈 수 없어요.”“왜 아픈 거야?”강세헌이 물었다.송연아가 지금 사실대로 말하기만 하면 강세헌은 더 따지지 않을 것이다.강세헌은 운전기사로부터 송연아가 병원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알아보자 그녀가 급히 떠난 이유가 찬이가 아프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그는 이미 의사에게 물어봐서 찬이의 상태에 대해 알고 있었다.지금 송연아는 찬이가 누구 때문에 피해를 입었는지
경호원과 함께 걸어갔다!강세헌은 빌라로 돌아가지 않고 찬이를 데리고 지난번에 송연아를 가두었던 주택으로 갔다.여기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빌라 쪽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또한 그는 조금 더 안전하게 24시간 동안 경비를 설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찬이를 내려놓자 심재경이 왔다.강세헌이 그를 부른 것이었다.심재경은 이제 의사가 아니지만 인맥은 있었다. 그래서 강세헌은 심재경을 통해 믿을 수 있는 최고의 의사를 찾고 싶었다. 찬이의 아버지로서 돈이 얼마 들든지 상관없었다.심재경은 확실히 인맥은 있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고 안이슬을 위해 어머니의 말을 듣고 회사에 들어가 일했다.심재경은 머릿속에 있는 모든 인맥을 검토한 끝에 정말 적합한 사람을 찾았다.“이 일은 나한테 맡겨.”심재경이 말했다.강세헌이 말했다.“최대한 빨리 해줘.”“알았어.”심재경은 송연아를 흘끗 쳐다보고 물었다.“왜 갑자기 의사를 찾아? 너도 의사인데 네가 직접 보는 게 다른 의사한테 보이는 것보다 믿음직스럽지 않아?”송연아는 강세헌이 지금 화가 잔뜩 나서 그렇게 한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외과 전공이었고 실제로 병을 치료하는 것은 전문 소아과 의사가 더 전문적이었다.의술에 전문성이 있었기 때문에 전공이 맞는 것도 매우 중요했다.그리고 당연히 친모가 더 잘 보살필 것이다.강세헌이 의사를 찾는 이유는 아이의 건강 때문이기도 하다.송연아가 물었다.“선배, 이슬 언니랑 어떻게 됐어요?”심재경은 다소 무력하게 말했다.“내가 심 씨 가문을 맡게 되면 엄마가 결혼을 허락해주시기로 했어. 그런데 그렇게 못한다면...”그는 말을 채 끝내지 않았지만 그 의미는 명확했다!송연아는 한숨을 쉬었다!보아하니 심재경과 안이슬의 교제는 여전히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았다.모든 사람들에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는 건 아닐까?!이튿날.사흘이 지났다.강의건은 회사에 나왔다.며칠 동안 그는 잠도 잘 못 자고 음식도 잘 못 먹었다. 회사의
봐라, 곧바로 누군가가 강세헌의 편에 서서 대신 말하고 있었다.어떤 사람들은 일어나서 강세헌이 계속해서 대표직을 맡을 수 있도록 지지를 표명했다. 어쨌든 다들 강세헌의 능력을 봐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손에 있는 지분은 많지 않았지만 회사의 상황이 좋았기 때문에 많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대표였다면 그들은 발 벗고 누워있으면서 돈을 벌 수 있었을까?그들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번에 강세욱이 저지른 일까지 더해 사람들은 그와 그의 아버지를 모두 그다지 신뢰할 수 없다고 느꼈다.물론 강의건이 이번 이사회를 열기로 했을 때, 그는 강윤석을 밀어주기 위해 꽤 많은 이사회 성원들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했다.그래서 강윤석이 그렇게 자신감이 넘쳤던 것이다.원래 강의건은 강세욱을 지원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강세욱이 젊고 자신만의 수법도 있었을 지라도 카지노 문제로 인해 아직 조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회사로 오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사들에게 그를 밀어달라고 설득하는 것도 불가능했다.어쨌든 그는 지금 먼저 다른 일을 해결해야 했다.그래서 강윤석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전 강윤석 씨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많고 경험도 많기 때문에 강세헌 씨보다 더 유능하지 않겠어요? 게다가 강윤석 씨는 강세헌 씨의 삼촌인데 강세헌 씨가 알아서 포기하는 게 맞죠. 자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게 아니라 삼촌에게 자리를 넘겨줘야죠!”“지금 말씀하시는 건 능력이 나이에 따라 많다는 뜻입니까?”곧바로 누군가 그의 말에 납득하지 못하고 반박했다.“능력은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강윤석 씨는 몇 년 동안 늘 한가하게 놀기만 했는데 현재 시장이 어떤지 조차 모르지 않습니까?”상대방은 반박을 받고는 할 말을 잃었다.강 씨 가문은 가업을 물려받아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그 부는 지금까지 강 씨 가문의 각 세대의 후견인에 의해 보존되었다. 그리고 강 씨 가문의 사업을 다음 몇 단계로 끌어 올린 사람이 강세헌
강세헌은 전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러자 강윤석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아버지, 쟤 좀 보세요. 이게 다 아버지가 버릇을 잘못 들인 탓이에요.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잖아요!”강의건은 강세헌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그는 깊은 사색에 잠겼다.강세헌은 정말 대표직을 신경 쓰지 않는 걸까?아니면 뒷길이라도 남겨둔 걸까?“아버지...”“그 입 닥쳐!”강의건이 아들을 째려보며 속으로 원망했다.‘어쩜 이렇게 침착하지 못할까? 아랫사람들보다도 못해!’“다들 의견이 서로 엇갈리니 당장은 결론 내리기 힘들겠구나. 이번 회의는 일단 여기서 마무리해.”강의건은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먼저 회의를 끝냈다.“회장님, 이번 일은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아요. 강 대표님은 회사 일에 소홀한 적이 없어요. 그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게다가 사람은 성현이 아니니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에요. 이 일로 대표직까지 바꾸는 건 무리인 것 같네요.”누군가는 아직도 안간힘을 쓰며 강세헌을 지지했다.강의건은 겉으로 머리를 끄덕였지만 속에서 이미 딴 속셈을 차리고 있었다.보아하니 또 강세헌에게 손을 써야 할 듯싶었다.“신중하게 고려해볼게.”강의건이 대답했다.이 말을 들은 강윤석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버지가 또다시 세헌이를 지지하는 거야? 그럼 내 공로는 수포가 되잖아?’“아버지...”“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강의건이 아들의 말을 잘랐다!강윤석은 마지못해 일단 입을 다물었지만 가슴이 타들어 갈 듯이 초조했다!...송연아는 강세헌의 자택에 남아 어디도 안 가고 줄곧 찬이를 보살폈다.가끔 찬이가 잠들어도 그녀는 내려놓지 않고 품에서 계속 재웠다.강세헌이 의사를 시켜 찬이의 건강검진을 해보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다.심재경이 찾은 사람이 아직 안 왔으니까.이때 분유를 먹은 찬이가 정신이 좀 드는지 옹알거리기 시작했고 송연아가 대화를 시도했다.“아가야, 넌 언제쯤 엄마라고 부를래? 응?”“우웅, 아야야...”송연
송연아는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그 여자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고 여전히 흠뻑 도취해서 책상을 쓰다듬고 있었다.‘세헌 씨가 여기서 업무를 보고 있었네!’“응애...”이때 찬이가 불쑥 칭얼대기 시작했다.환상에 잠겨있던 비서가 이 소리를 듣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하지만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었고 잠겼던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그녀는 살며시 문가에 다가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서는 옷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머리를 쳐들고는 밖에 나와 문을 잠갔다!송연아는 구석에 숨어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다. 비서의 좀 전의 행동이 실로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송연아는 고개 숙여 아들을 보면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마음을 가라앉혔다.아무것도 모르는 찬이는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송연아만 물끄러미 쳐다봤다!송연아는 아들의 이마에 입맞춤하고는 품에 꼭 안은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그녀는 차에 돌아간 후에야 마음이 놓였다.방금 강세헌 비서의 행위를 되새겨보니...송연아는 문득 소름이 끼쳐 온몸에 닭살이 돋고 식은땀이 흘렀다!앞에 있던 경호원이 물었다.“돌아갈까요?”송연아가 머리를 끄덕였다.“네, 일단 돌아가요.”가는 길에서 송연아는 강세헌의 전화를 받았다.“너 어디 갔어?”송연아는 휴대폰을 꽉 잡고 대답했다.“금방 돌아가요.”“그래.”전화를 끊은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찬이는 조금 졸린 지 그녀의 품에서 잠들었고 집에 도착했을 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송연아는 아기를 안고 집안에 들어갔다. 강세헌과 심재경, 그리고 심재경이 소개해온 의사까지 전부 거실에 있었다.그녀가 들어오자 강세헌이 얼른 찬이를 안고 방에 들어갔고 의사도 뒤따라갔다.송연아가 뭐라 말하려 할 때 심재경이 먼저 그녀에게 말했다.“걱정 마, 카일 의사가 찬이를 검사할 뿐이야. 세헌이가 줄곧 찬이의 건강을 걱정했었어.”송연아도 그가 걱정하는 걸 알고 있다. 그녀 또한 마음이 놓이지 않으니 이참에 잘
그녀는 결국 생각을 접었다.강세헌의 화가 풀리기만 하면 되니까.“그 의사가 찬이의 가정 의사로 되어주겠대요?”강세헌이 대답했다.“아니.”그가 돈을 얼마나 주든 의사는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 의사에겐 꿈이 있으니까. 다만 찬이에게 무슨 일 생기면 가장 빨리 달려오겠다고 약속했다.심재경이 카일을 떠올린 건 카일이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카일의 여자친구가 한국인이라 그녀를 위해 본인 사업을 포기했다. 단 카일 같은 능력자는 어딜 가나 큰 성과를 이룬다!카일이 가정의 제안을 거부한 것도 더 많은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이건 의사의 본업이니까.송연아가 생각했다.‘의사가 되기로 선택한 사람들은 다들 아픈 환자를 치료할 마음을 갖고 있나 봐.’하여 이 대답도 예외는 아니었다.우웅...이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송연아는 밖에 나가 전화를 받았다.이 원장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다름이 아니라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어요.”“무슨 부탁?”“우리 시에서 댄스대회를 여는데 스포츠센터에서 하잖아요. 제가 심사위원으로 뽑혔는데 일이 있어 못 갈 것 같으니 연아 씨가 대신 가주실래요?”송연아가 단칼에 거절했다.“난 안 돼.”“왜죠?”송연아가 대답했다.“난 심사할 자격도 없고 또 그럴 시간도 없어.”“오래 걸리지 않아요. 오후면 충분할 거예요.”이 원장이 말했다.“꼭 좀 부탁드릴게요.”송연아는 침대에 누워있는 찬이를 보더니 여전히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줄곧 찬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고 인제야 시간이 조금 났으니 말이다.“지금은 정말 시간이 안 돼...”“아이참,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임설 씨가 이렇게 말하라고 시켰어요. 임설 씨는 연아 씨가 심사위원이 돼주길 바라고 있어요...”송연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뭐라고?”“연아 씨 저번에 저를 통해서 임설 씨를 찾으셨잖아요. 두 분 친하신가 봐요! 아니면 임설 씨가 왜 저를 통해 연아 씨를 심사위원으로 밀어줄 생각을 했겠어요?”어쨌거나 심사
그녀의 물음에 강세헌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너무 갑작스럽고 뜬금없으니까.왜 갑자기 비서 얘기가 나오지?화제가 너무 빨리 전환된 게 아닐까?“그냥 비서일 뿐이야.”강세헌은 비서의 행동을 단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다.“왜 그렇게 물어?”송연아는 비서가 그의 사무실에서 했던 행동을 떠올리며 미간을 구겼다.“아까 회사에 세헌 씨 찾아갔을 때 비서가 사무실에 있었어요.”송연아는 조심스럽게 말했다.비서는 가끔 그의 사무실에 들어갈 때가 있어 강세헌도 당연하게 생각했다.“그게 왜?”송연아는 입술을 앙다물었다.‘내가 괜한 생각을 했나? 하지만 아까 분명 세헌 씨 책상에 엎드려서 그런 자세로... 내가 잘못 본 걸까? 아닐 텐데, 나 그럴 리 없는데!’“연아야, 너 지금 질투해? 내 부하가 여자라서 마음이 안 놓이면 당장 바꿀게.”강세헌은 줄곧 어두운 표정만 짓고 있다가 문득 입꼬리가 올라갔다.송연아는 두 눈을 깜빡이며 그에게 물었다.“내가 질투하는 거로 보여요?”“그게 아니면?”강세헌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되물었다.그 당시 비서의 그런 몸짓을 보았을 때 송연아도 충격을 받고 소름이 끼친 건 사실이다. 단 질투는 아니다. 강세헌이 사무실에 없었고 비서 홀로 쇼를 하고 있었으니까!“내가 왜 질투를 해요?”강세헌은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진짜 질투 안 해? 응?”그가 송연아의 귓가에 얼굴을 갖다 대자 뜨거운 숨결이 귀에 닿아 너무 간지러웠다. 송연아는 목을 움츠리며 곧바로 인정했다.“질투해요, 한다고요. 인제 됐죠?”강세헌은 그녀의 볼에 입 맞추고는 또다시 귓불을 간지럽혔다.“질투해야 날 좋아한다는 걸 의미하지...”그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송연아는 바로 눈치채고 황급히 물었다.“아직 밥 안 먹었죠? 얼른 가서 밥할게요...”그녀는 말하면서 강세헌을 밀치고 주방으로 걸어갔다. 오은화가 저택에 없으니 그들에게 밥해줄 도우미가 없었다.송연아는 냉장고를 열어보았지만 안이 텅 비어 있었다.“우리 마트 다녀올래요?
강세헌은 그녀의 애교에 사르르 녹아내려 웃으며 답했다.“네 맘대로 해.”송연아는 신이 나서 미소 지었다.“그렇게 좋아?”강세헌이 눈썹을 들썩거렸다.“걔가 대체 무슨 짓을 꾸밀지 똑똑히 지켜보고 싶어서요.”송연아가 대답했다.강세헌은 고개 돌려 그녀를 힐긋 바라봤다. 호기심 넘치고 탐험을 좋아하는 건 약간의 승부욕이 있다는 걸 증명하지만, 강세헌은 그런 그녀가 좋았다.그는 너무 연약한 여자는 별로였다. 송연아는 조금 강한 면이 있고 머리가 똑똑한 편이다.그렇다고 전혀 연약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그녀의 몸이 매우 나른하여 품에 안기니 좀처럼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송연아는 연약함과 강인함을 겸비한 여자였다.곧이어 마트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후 송연아가 가방에서 동전을 꺼내 카트를 밀고 왔다. 강세헌은 의식주가 전부 세팅되어 있어 홀로 마트에 쇼핑하러 온 적이 없다.집에 있는 먹을 것들은 오은화가 마련해놓은 것이다.그는 자신이 익숙지 않는 일에 말을 아끼고 묵묵히 송연아를 따라다녔다. 길을 잃을까 봐서가 아니라 그녀와 좀 더 가까이하고 싶어서였다.송연아는 한 손을 내밀더니 그의 손을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마트 못 와봤죠?”강세헌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약간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아주 가끔 와.”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못 와봤으면 못 와봤다고 해요. 세헌 씨는 강씨 일가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돌봐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마트에 못 와본 것도 당연한 일이죠. 그렇게 숨길 필요 없어요.”강세헌은 도리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넌지시 물었다.“그렇게 웃겨?”“아니요... 전혀 안 웃겨요.”송연아는 바로 쫄았다.강세헌은 그런 그녀를 힐긋 쳐다봤다.‘이 여자가 정말, 내 앞에서 온갖 끼를 다 부려. 먼저 날 비웃고 이젠 겁먹은 거야? 널 어쩌면 좋아?’하필 그는 이런 송연아가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쇼핑 구역으로 간 두 사람은 쭉 둘러보면서 물건을 골랐다.한 시간 남짓 지난 후에야 쇼핑을 마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