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후, 진재형의 긴장된 얼굴에 비로소 약간의 기쁨이 서렸다. 두 사람은 이번에 꽤 많은 수확을 거두었는데, 8품 영초는 그들에게 있어 큰 재산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의외의 재산으로 충분했다.8품 영초 자체가 매우 귀한 것이고, 이번에 두 그루를 채집한 것은 이전과 비교해 볼 때 운이 좋은 편이었다.조준성은 냉소를 머금고 한쪽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 “그 녀석들 지금 속으로 아마 아주 기뻐하고 있을 거야. 우리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서 그놈들을 찾지 않았을 뿐이지. 예전 같았으면 그 좋은 것들은, 설령 그놈들이 채집했어도 우리가 가져갔을 텐데.” 진재형이 턱을 살짝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도 그놈들은 이렇게 운이 좋지 않을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의 신분 영패에서 갑자기 붉은빛이 방출되었고, 이 붉은빛은 마치 가는 실처럼 특정한 방향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이 장면을 보고 서로 눈빛을 교환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붉은빛이 밝아진 순간, 이미 3일이 지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들은 이제 전송진으로 돌아가야 했다. 백이 장로는 항상 엄격한 요구를 하기에, 시간을 놓치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게다가 두 사람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기에 붉은빛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전송진으로 향했다. 약 두 시간 정도 걸린 후, 약 3미터 너비의 전송진을 발견했다.전송진 주변에는 70, 80명가량이 모여 있었고, 모두의 얼굴에는 어느 정도 기쁨이 서려 있었으며, 오늘의 수확에 대해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었다.조준성과 진재형이 전송진 주변에 도착하자, 서로 아는 사람들은 간단히 인사를 나눴고, 모르는 사람들은 경계의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자리를 비켜주었다.진재형과 조준성은 매우 당당하게 비워진 자리에 섰다. 그들은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있어 종종 이런 대우를 받곤 했으며,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한편, 백이 장로는 한 나무 옆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고, 입에는 어디선가 구해온 작은 나무 막대기를
도범과 오수경은 나란히 걸으며 매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도범의 뒤를 따르는 그 작은 수행원은 어디선가 접이식 부채를 구해왔는지, 날씨도 덥지 않은데 걸으면서 부채질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거만한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이제는 조준성뿐만 아니라 그의 옆에 있던 진재형도 말문이 막힌 채, 마치 X 씹은 표정으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한편, 오수경은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진 모습을 보고는 웃음을 참으려다 그만 폭소를 터트릴 뻔했다.이윽고 오수경이 목소리를 낮춰 도범의 귀에 대고 말했다.“역시 우리 예상대로예요. 저 두 사람의 표정을 보세요, 마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처럼 보이잖아요. 정말 웃겨 죽겠어요.”그러자 도범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역시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표정 관리하세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해요.”오수경은 고개를 여러 번 힘차게 끄덕였다. 이 일이 있기 전에 두 사람은 오랫동안 상의했었고, 그들이 감히 첫 번째 일을 처리했다면 당연히 두 번째 일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한편, 진재형의 얼굴은 자줏빛으로 변했고, 마치 겁에 질린 듯이 보였다. 진재형은 한 걸음씩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도범을 바라보며,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도범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진재형은 충격을 받았다.‘왜 도범이 죽지 않았지? 그럼 이조현은 대체 뭐 하고 있었던 거야? 혹시 정말 우리가 생각한 대로, 결정적인 순간에 이조현이 마음을 바꾼 걸까? 도범을 공격하지 않았단 말인가? 하지만 이조현은 전에 도범보다 훨씬 재능 있는 사람을 해친 적도 있어. 그런데 왜 이번엔 도범을 죽이지 않았을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이런 생각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진재형의 머릿속을 휘몰아쳤다. 평소에 아무리 마음을 잘 다스리는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차분해질 수 없었다. 진재형은 지금 당장 이조현을 끌어내서 전장 앞에서 왜 배신했는지 따져 묻고 싶었다.이번 일을 위해 진
진재형은 조준성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진재형은 이미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도범이 자신의 앞에서 똑바로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진재형은 분노로 인해 몸이 불타버릴 것 같았다. 진재형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이 순간 진재형은 화를 낼 방법이 없어서 조준성에게 화풀이했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넌 전혀 발전이 없어. 그저 신중하게만 행동하려고 하고, 큰일을 하려면 과감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거냐? 너처럼 소심하게 굴다 가는 아무런 미래도 없을 거야!”조준성은 이 말을 듣고 입가에 경련이 일어났다. 조준성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의 진재형은 그저 화풀이하고 싶어 하는 것이었으니, 자신이 참고 넘기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했지만, 이 말은 정말 듣기 거북했다. 그래서 조준성은 속이 매우 답답했다.백이 장로는 하품하며 천천히 그가 기대고 있던 나무에서 몸을 일으켰고, 현장에 모인 모든 사람을 한 번 쓱 둘러보고는 말했다.“이제 거의 다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서너 명이 뒤처져 있군. 내가 이전에 말했지? 나는 성격이 좋지 않다고. 날 기다리게 한다면, 맨 마지막에 오는 사람은 단순히 욕만 먹고 끝나지 않을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숲속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그 비명에 놀라서 그 방향을 바라봤다.백이 장로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저장 공간에서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 비명에 모두의 신경이 곤두섰고, 백이 장로는 큰 소리로 외쳤다.“모두 전송진으로 모여!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해!”백이 장로가 외침을 마치자마자, 푸른 그림자가 숲속에서 달려왔다. 백이 장로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다.“백연걸, 무슨 일이냐? 방금 비명을 지른 게 너냐!”백연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달려오면서 대답했다.“시체가 있어요! 시체가 반쯤 잘려서, 아주 무섭게 생겼어요! 바로 앞에 있어요, 빨리 가서 확인해 보세요!”“시체라고?” 백이 장로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놀란 목소리
“어떻게 한 사람이 더 있지? 이 사람은 누구지? 이 사람 아는 사람 있어? 왜 낯선 얼굴이지? 우리 봉원곡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러면 왜 여기 있는 거지!”백이 장로는 연이어 이 질문들을 내뱉았지만, 현장에 있던 그 누구도 백이 장로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네 사람의 표정이 다소 이상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사람들은 그 시체를 보고 놀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진재형은 이제 거의 미쳐갈 지경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랐지만, 진재형은 이 시체가 이조현의 것임을 알았다. ‘이조현이 죽었 다니, 도범은 죽지 않았고, 오히려 이조현이 죽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왜 이렇게 된 거지!’모든 것이 예상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이 순간 진재형은 앞으로 어떤 일이 더 벌어질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때, 조준성은 진재형을 바라보았고, 진재형도 조준성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마음은 이때 극도로 복잡했다. 이윽고 조준성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이조현은 사고를 당한 것이 확실해요. 그리고 그 사고는 치명적이었을 거고요. 누가 이조현을 죽였을까요? 누가 이조현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거죠? 혹시 성운산에 다른 강자가 침입한 건 아닐까요? 하지만 성운산은 봉쇄된 곳이잖아요!”조준성이 목소리를 낮추어 이 질문을 막 꺼냈을 때, 갑자기 도범의 목소리가 사람들 귀에 울려 퍼졌다.“이 사람은 아마 다른 곳에서 몰래 들어왔을 거예요. 누구에게 잘못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모습으로 만들어져 여기 버려진 것 같네요.”도범의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었다. 만약 이조현이 그들과 함께 전송되어 온 것이 아니라면, 다른 곳에서 몰래 들어온 것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백이 장로는 갑자기 몸을 곧추세우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이 사람이 다른 곳에서 몰래 들어왔을 리가 없어. 성운산은 우리 봉원곡의 근본이며, 성운산의 주변에는 차단 진법이 설정되어 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자가 아니면 절대 차단 진법을 통과할 수 없고
백연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며칠 전에 제가 왕 장로를 도와 물건을 무사들이 모인 곳으로 보냈을 때 이조현을 만났어요. 이 사람이 이조현이라는 것을 안 이유는 이조현이 당시 관리자의 지시를 받아 공법 무기각을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물건을 이조현에게 건네주었고, 이름도 적어두었죠.”이 말을 들은 백이 장로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다시 물었다.“이 사람이 이조현이라고 확신하냐?”백연걸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대답했다.“확실해요. 처음 시체를 봤을 때는 얼굴이 너무 끔찍해서 바로 알아보지 못했지만, 자세히 보고 나니 확실히 이조현이에요!”이 말을 마친 백연걸은 세 손가락을 펴서 맹세하는 손짓을 했다. 그러자 백이 장로가 서둘러 백연걸을 손짓해 불렀다.“이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하다면, 이후 조사하는 것은 간단하겠군.”이 돌발 사건은 모든 사람을 매우 놀라게 했다. 아무도 성운산에 내문 제자가 몰래 들어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내문 제자는 원래 성운산에 들어올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그리고 백이 장로의 얼굴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백이 장로는 땅에 놓인 시체를 오랫동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백이 장로의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조용히 기다릴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내문 제자가 왜 성운산에 있었을까요? 성운산은 우리 연단사들의 전용 공간이잖아요. 내문 제자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일까요? 혹시 영초나 영약을 훔치기 위해서일까요? 하지만 진법 장벽이 있어서 절대 들어올 수 없었을 텐데요. 그리고 이조현의 수련 경지를 봐요.”이 말을 끝으로, 그 사람은 잠시 말을 멈췄다. 비록 이조현은 시체가 되었지만, 이조현의 단전은 손상되지 않아 사람들은 이조현이 영천 경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었다.사실, 이조현이 내문 제자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이미 이조현의 수련 경지가 영천 경지 수준일 것이라고 대략 짐작하고 있었다.“영천 경지의 무사라 해도,
아무도 이조현을 죽인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살인광인지, 아니면 연단사들에게 무작위로 공격을 가할지 알지 못했다.백이 장로의 수련 경지는 그들보다 높았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백이 장로의 실력은 이조현과 대등한 수준이었고, 이조현이 그렇게 참혹하게 죽었으니, 백이 장로 또한 이조현을 죽인 자에게서 이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큰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깨달은 후, 한 사람이 즉시 앞으로 나서서 백이 장로에게 경의를 표하며 말했다.“백이 장로님, 저희라는 이곳에서 시간을 지체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차피 3일이 지났고, 이제는 원래 전송되어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먼저 우리의 안전을 보장한 후, 이 사건의 전말을 조사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백이 장로는 깊은숨을 내쉬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지금 백이 장로는 마음을 간신히 다잡고 있었고,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지만, 백이 장로의 내면은 폭풍우처럼 요동치고 있었다.이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때가 아니었다. 백이 장로는 미간을 찌푸린 채 갑자기 몸을 돌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맞습니다, 지금 모두가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습니다. 시체를 가져가고, 즉시 이곳을 떠납시다.”이 말에 대부분의 사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일부는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 소위 일부는 바로 도범과 진재형 일행을 의미했다.도범과 오수경은 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이 사건의 전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소위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고수라는 인물은 바로 도범 자신이었다.그들은 살인마가 갑자기 나타날 것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때 도범은 고개를 살짝 돌려 진재형을 바라보았다. 진재형은 이미 멘탈이 거의 나갈 지경에 이르렀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진재형의 이런 마음 상태는 도범 역시 짐작할 수 있었다.한편, 오수경은 웃음을 참으며 도범의 뒤에 서
진재형의 이 생각은 매우 실행 가능성이 있었다. 진재형의 마음속에는 이조현을 죽인 자가 절대 평범한 인물이 아니며, 그 사람이 이조현을 죽인 목적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그래서 진재형과 조준성은 이 점을 이용해 큰 소란을 일으켜 자신들을 피해자로 전환할 수 있었다. 비록 마지막에 모든 처벌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큰 처벌을 피할 수는 있을 것이다.필경 그들이 한 모든 것을 고위층이 알게 된다면, 즉시 처형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조준성이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재형 형님 말이 맞아요. 지금은 우리가 상황을 잘 판단해야 할 때예요. 이조현을 죽인 범인이 우리가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우리는 그 점을 반드시 이용해야 해요.”두 사람은 이 말을 조용히 주고받았다. 한편, 백이 장로는 이미 모든 사람을 이끌고 앞장서서 돌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며, 백이 장로를 따라 대부대와 함께 전송진으로 향했다.비록 겉으로는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내면은 이미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 언제든지 터질 것만 같았다.한편, 백이 장로는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까 두려워서인지, 사람들이 성운산에서 전송되어 돌아올 때 백이 장로의 표정 역시 매우 긴장해 있었다. 마지막 사람이 성운산에서 전송된 후에야, 백이 장로는 비로소 긴장을 풀었다.도범과 오수경은 마지막 그룹으로 봉원곡에 전송되었다. 우연히도 진재형과 조준성도 그들과 함께였다. 모두가 봉원곡으로 전송된 후,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많은 사람이 이번 사고가 어떻게 된 일인지 당장 알고 싶어 했지만, 백이 장로는 고민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했다.“자, 인제 그만 돌아가. 이번 3일 동안 여러분도 고생했을 텐데, 영정을 교환하고 싶은 사람은 임무 대전으로 가고, 쉬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 이 사건이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입을 조심하고, 소문을 퍼뜨리지 말아야 할 거야. 알겠나?”그러자 모
이 말에 조준성과 진재형의 온몸이 굳어졌다. 진재형은 참지 못하고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목소리를 높였다.“너 모든 걸 알고 있구나!”이 말은 의문구가 아니라 서술구였다. 만약 도범이 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도범이 갑자기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도범이 이 일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침착한 표정으로 그들 앞에 서 있는 것이 분명했다.도범 역시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알고 있어요.”이 말에 진재형과 조준성은 다시 한번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두 사람의 표정은 매우 보기 흉하게 변했다. 마치 차가운 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쓰고, 다시 얼음창고에 던져진 사람 같았달까.‘도범이 이조현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다는 말인가? 도범은 어떻게 알게 되었지?’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고, 뒤에 있던 오수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두 사람은 함께 발걸음을 옮겨 그곳을 떠났다.필경 보고 싶은 광경은 이미 다 보았다. 진재형과 조준성이 몸이 굳어버린 모습은 도범이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도범이 몇 발짝 걷기도 전에, 조준성의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왔다.지금 조준성은 이미 정신적으로 극한의 상태에 있었고, 약간의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조준성은 몇 걸음에 걸쳐 도범 앞에 서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너, 자만하지 마! 이조현의 죽음은 분명 너와 관련이 있어. 너도 사람을 데리고 들어갔지? 우리의 계획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자만할 수도 없었을 거야! 우리보다 더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몰라!”도범은 고개를 돌려 이미 약간 광기에 휩싸인 조준성을 바라보았다. 지금 조준성의 눈에는 핏빛으로 가득했고, 마치 약을 먹지 않은 정신병자 같았다.한편, 조준성은 자신이 한 말을 도범이 아무런 반응 없이 듣고 있자 더욱 불안해졌다. 조준성은 불안해질수록 감정을 제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조준성은 다시 소리쳤다.“너도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서 이조현을 죽였으니, 너도